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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등뼈찜 LENGZABB을 만들어보자!

방콕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아보라 한다면
저는 주저않고 딸랏롯파이 야시장에서 먹었던 이 태국식 등뼈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산처럼 쌓여있는 등뼈들과 압도적인 양의 고추들
처음 먹었을 때는 너무 당혹스러울 정도로 매워서 "이 ㅆ발 이새끼들 혐한 아니야?"할 정도로 속으로 분개했으나 그 참을 수 없이 중독적인 매운맛에 꽂혀서 허버허버 먹게 되더군요.
그 땐 그저 이름도 모르고 사진으로만 보고 시켰는데... 나중에 계속 생각나더군요

내 혀를 무자비하게 고문하던 맵고 짜고 시던 국물과 보드라운 등뼈의 살결...맛의 카타르시스...요리계의 SM플레이....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
태국 감자탕 > 태국 등뼈찜 > 딸랏롯파이 등뼈 > 유튜브에서 이름 발견 > Lengzabb으로 레시피 검색 이라는 장장 1시간에 걸친 서치를 통해 레시피를 찾았습니다.

남은 건 요리뿐
지난 번 장을 봐오면서 같이 사온 돼지등뼈 2키로입니다.
**이 카드 역시 직장 동료 ㅇㅁㅇ 군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가려진 커텐 틈 사이로 처음 그댈 보았지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 했고 가슴엔 사랑이
꽝꽝 얼은 돼지등뼈를 해동시키고 피도 빼줄 겸 찬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궈놓습니다.
보통 한국의 감자탕 레시피에는 거의 두 세시간 동안 핏물을 주구장창 빼는 듯 하지만 그러면 뭔가 고기의 영혼마저 모조리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아 적당히 빼주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재료 샷
너무 생소한 재료들이 많아서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레시피 찾으면서 안 거지만 태국 향신료 세트를 사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낼 음식이었습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라임즙, 마늘, 생강, 피쉬소스, 고수, 청양고추, 오이고추, 고수 씨앗, 갈란가, 후추입니다.
고수 씨앗과 갈란가가 포인트입니다. 내 생애 다신 볼 일 없는 향신료들...
운 좋게도 이마트에서 산 고수에 조금이나마 고수뿌리가 달라붙어 있습니다.
이 고수뿌리 역시 원 레시피에서 국물내는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따로 빼줍니다.
고추를 제외한 채소 손질이 끝났습니다.
문제는 고추지...
매운 맛을 중화시켜줄 오이고추입니다. 칼만하네요.


솔직히 쫌 부럽습니다.
청양고추입니다.
얘는 부럽지 않습니다.

오이고추 썰 때는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청양고추를 썰기 시작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옛 어른들 말씀이 틀린게 하나 없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진리는 인류사를 관통하는 지혜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전 맵지 않습니다.
진짜 졸라 많이 썰었네요.
사진만 봐도 눈이 매운 기분.
그러는 사이에 붉은 선혈을 모조리 토해낸 어미 돼지의 브로큰 등골을 깨끗이 씻어줍니다.
이제 5~10분 정도 데쳐내어 남은 핏물을 모조리 빼줄 시간입니다.
어째서 사진이 뒤집혔는가.
그것은 며느리도 모를 일입니다.
오분 정도 끓여주니 이렇게 회백색의 핏물을 모두 토해내셨습니다.
찬물에 씻궈줍니다
순전히 제가 손으로 만지기 뜨겁기 때문입니다.
냄비에도 잔뜩 불순물이 달라붙어 있으니 다시 설거지를 해준 뒤 끓여줄 차례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뼈의 양을 고려해 이원생중계를 실시합니다.
요로코롬 각종 향신료를 넣어줍니다.
여기에도 넣어줍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약불에서 1~2시간 끓여줍니다.
요리할 땐 생각 못했는데 하고 나니 가스비가 걱정됩니다.









비교적 맑은 국물과 함께 보들보들하게 잘 익었습니다.
이제 고기만 건져낸 뒤
국물을 걸러내고 간을 해줄 차례입니다.
설탕 한 스푼과
라임즙을
사정없이 때려넣습니다.
대강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참았던 오줌을 싸는 정도의 시간동안 때려넣으면 됩니다.
다만 그렇게 했을 경우 정량을 넣는 데에는 용이하지만 다소 식욕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지같이 조금씩 나오는 피쉬소스를 소주 한 잔에 가득 채워줍니다.
모르는 사이에 파도 넣었습니다. 저도 언제 넣었는지 기억은 안납니다.
이제 국물이 쿰쿰하고 짭짤하며 새콤해졌을 것입니다.
간을 봅니다.
그때 그 맛이 아닙니다.
좀 더 쿰쿰짭짤해지거라.
그리고 준비한 고수와 고추를
몽땅 때려넣습니다.
초등학교 때 봤던 학교 뒤편 연못가같습니다.
수생식물 관찰용으로 만들어놓은거긴 한데 저그 스포닝풀같았던 기억이 나네요.
마치 부레옥잠과 개구리밥으로 가득 찬 것 같습니다.

이제 이 국물을 등뼈 위에다 부어주면
꽤 그럴싸한 비쥬얼이 완성됩니다.
와 이 정도로 재현해내다니....
태국 음식점 하나 차려도 되지 않을까요.
살은 부들부들하고 국물은 새콤짭짤하면서 묘한 쿰쿰한 맛과 함께 매운 맛이 혀를 강타합니다.
원했던 맛이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아 기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때의 그 맛보다 덜 맵다는 점입니다.
역시 태국고추... 한국의 고추로는 따라잡지 못하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문득 제 혀가 마조히스트가 된 건 아닌지 싶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만들면서 느낀 거지만 집에서 해먹기엔 재료도 시간도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아이니
여러분들은 방콕 여행 갈 일이 생기면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9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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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직장 동료분 덕에 좋은 식사 하셨는데 회사에 싸가셔서 사람들이랑 같이 먹는 것도 카드로 써주세요! (어려운거 시킴)
35짤이 지루하지 않은게 처음입니다. 꿀꺽
@wens 극찬이로군요 허허...
오 정말 제대로 요리네요!
도비님이 이번에 큰것 하나 만드셨네요. 은유적 반어법으로 키가 작지않음을 주장하시고.ㅋㅋ 통후추가 들어가있는것을 보고 요리가 취미이신가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5점 만점에 몇점 이신가요? ㅋㅋ
@roygi1322 4.5점입니다! 좀 더 매웟다면 좋앗을텐데 흙..
오 ㄹㅇ 별걸 다 만드시네요! 요리를 통해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보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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