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fktoa
5,000+ Views

누운 배

'누운 배' / 이혁진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당선, 합격, 계급을 읽고 나서였다. 장강명 작가님이 한겨레 문학상을 심사할 때 두 번째로 집어 들었는데 마지막 원고를 읽을 때까지 이것보다 재미있는 작품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누운 배를 꼭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길래 e-book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e-book은 읽기 불편해서 빠르게 읽지 못함에도 고작 이틀, 단 두 번만에 모두 읽어버렸다.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누운 배는 조선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조선소에서 어느 날 배가 쓰러지고 주인공은 그 쓰러진 배에 대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온갖 자료를 조작하고 만들어내고 은폐한다. 물론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상부의 의지로 인해. 그 뒤에도 이 중국의 조선소에서는 주인공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일들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개선되지 않으며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은 유령처럼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다 사라져 버린다. 주인공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한 일들을, 잘못된 것들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목격한다. 그저 목격하고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끝내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못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배척받고 회장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들은 살아남는 회사. 주인공이 취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은 결국 조선소를 떠나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이.

미생, 송곳 같은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사회의 한 단면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펼쳐놓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되기엔 충분했다.(우리나라 사회가 워낙 기형적이라 그런 걸까?) 처음 시작부터 배가 누웠다고 시작하지만 사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배가 누웠다는 사실이 아니다. 배가 누웠든, 배가 부서졌든, 현장에서 누가 죽었든, 심지어 누가 돈을 빼돌렸든 간에 그 사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건이 회사 내에서 어떻게 수습되고 누가 책임을 지고 적절한 보상과 마무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하다.(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 소설에서는 그 과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안 좋은 쪽이다. 이 조선소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진행되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은폐 가능하면 은폐한다.
2. 은폐가 가능하지 않으면 다른 부서, 다른 직원, 아랫사람에게 떠넘긴다.
3. 그것도 되지 않으면 아예 하청 회사, 협력 회사에게 책임을 넘긴다.
4. 그것도 되지 않으면 인재가 아니라 천재, 어쩔 수 없는 일로 포장하여 의미 없는 보고서를 써서 올린다.
5. 결국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보상하는 사람과 마무리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일은 해결된다.
6. 여전히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덮어 둔다.

황 사장은 말한다. 책임이란 말은 쓸모없다고. 이미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그렇게 그 쓸모없는 책임은 결국 자신을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만다. 시간에 잡아먹힌 채.

이 소설에 나오는 조선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공간이다. 누군가 잘못을 했으면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비효율적이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면 작업의 효율을 올려 회사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초등학생들도 알 법한 일들이 이 회사에서는 온갖 견제와 방해를 받는다. 집요하게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자를 벌하는 것은 아주 지 세상인 줄 알고 나대는 일이 되고, 비효율적이고 잘못된 관행을 고쳐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는 일은 이미 알아서 잘 해오던 걸 쓸데없이 참견하고 귀찮게 하는 일이 된다. 결국 황 사장은 주변의 방해, 회장의 견제에 자신이 이루려던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조선소를 떠나게 된다. 안타까운 점은 이 소설을 읽는 많은 이들이 이런 회사의 모습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너무 작가의 자의식이 크게 반영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 조선소에 대해, 회사에 대해, 사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그저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한다는 느낌을 받은 곳이 조금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소설 속 인물을 작위적으로 이용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러한 말과 생각을 조금 더 인물에 체화된 방식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좋은 소설이다. 회사원이 아닌데도 무섭게 공감했고 빠져들었다. 회사원들이 읽는다면 정말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소설이다. 중요한 건 배가 누웠다는 사실이 아니다. 누운 배 따위가 없었어도 언젠가 이렇게 될 일이었다.

소설 속 한 문장 : 배가 누웠다.
Comment
Suggested
Recent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 ㄱㅅㄱㅅ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_여태현 작가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잘' 만큼 지극히 주관적인 부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제가 애정 하는 작가님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019년에 알게 된 사람들 중 제일 좋은(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인어와 우주의 방 그리고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_순차적으로 한 권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꼭 비가 내리는 날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비 내리는 날마다 읽었던 소설, 인어.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은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우울과 몽상을 마시는 그들에게선 비 냄새가 납니다. T는 주로 차갑고, 가끔씩만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T는 내게 꼭 지구 온난화 같은 영향을 미쳤다. 끝없는 장마를 곁에 두고 간 것이다. 저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경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뭐랄까요, 사랑이 넘치는 대한민국의 문화(드라마, 영화, 음악...)에 질려버린 것도 있습니다. 이는 문학에도 적용되는데 아, 이들의 사랑은 먹먹해서 입을 다문 채 '이제는 행복해지길' 바라며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이 빠지고 있는 욕조는 바닥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것은 꼭 T와 나 같았다. 우리의 관계는 바닥을 드러낼수록,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서로를 할퀴었다. 어둡고 우울한 것에 대해 논하지 않아도 느껴질 때 완전히 그 감정과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축축함을 좋아합니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함은 상처가 되고, 나는 그것을 폭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 셈이었다. 심연에 살 수밖에 없는 그들 모두가 인어가 아닐까요. 울적한 공기가 온 사방을 가득 채우며 이들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물의 파동이 계속해서 퍼져 나가듯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우주의 방은 10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중 좋아하는 부분들을 발췌했습니다. 파란색이 우울을 상징한다면, 하늘도 바다도 파란색인 이 지구에서 우울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거네요. 그렇죠? 아, 그래 우리는 우울해도 이상하지 않은 행성 지구에 살고 있다. 그러니 저는 이상한 게 아니겠죠...? 라고 적으며 슬픈 미소를 짓습니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하려다가, 연희에 대한 생각만 잔뜩 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이번엔 동그라미로 글자들을 가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니까. 글자들이 다른 생각과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 가둔 것인지, 그것만 생각하기 위해 가둔 것인지에 관한 생각이었다. 원의 이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글자를 가로질러 검은 선 몇 개를 그었다. 곧고 검은 선. 그것마저 연희를 닮았다. 그의 시선은 섬세합니다. 소설가의 시선이란 그런 법이죠. 그렇기에 매번 '어떻게'라며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나는 의식적으로 몸 속에 가득 차 있을 물의 밀도를 낮추고자 했다. 그래서 울었다. 울다가, 울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물처럼 나를 계절에 녹이고 싶었다. 윤이 머무른 계절에. 겨울을 묵묵히 버텨내고 다시 봄이 오게 하는 생명으로 죽을 수만 있다면.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온몸을 저 계절 속에 산산이 비산하고 싶었다는 말이다. 다시 봄이 오게 하는 생명으로 죽을 수만 있다면 저도 이런 생각으로 타인을 대신해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올까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배를 잃어버린 닻처럼 잠겨 살았다. 고개를 들면 수면 위로 표류한 배들의 배가 보이는 삶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오직 잠겨있는 것뿐인 삶이 계속되었다는 문장을 손끝으로 계속 매만집니다.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어둠의 결이 비슷하다는 건 그런 법인가 봅니다. ''한 종류의 차를 오래 우려 마시면 찻주전자에 그 차의 냄새가 배게 돼요. 난 그게 좋아요. 꼭 생명을 잉태한 것 같아서.'' 별 특징도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 유일한 문장이었다. 저도 반해 버렸습니다. 준영이란 이름을 자꾸 되뇝니다. 사람의 삶은 타인없이 홀로 설 수 없다는 사실 너무 어린 날에 깨달은 탓에 역사는 오래되었고 방은 날마다 무겁다 이번 책은 당신이 내게 준 것들을 당신에게 돌려주려는 행위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모다 수많은 제목이 후보로 오르내리다가 이 제목으로 결정되었다고 했을 때, 저의 반응은 '글쎄요.' '제목은 별로여도 글은 다 만족하실 겁니다' 라던 그의 말이 생각납니다. 연애를 하기엔, 그러니까 서로 사랑하고 맞춰 나기기엔 우리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겁니다. 그만큼의 시간을 내게 할애할 수 없다고. 열정 같은 거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고. 나이가 많아서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혓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래 굴립니다. 모서리가 많아서 입안을 아리게 하는 글자들. 여태현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면 어김없이 왼쪽 차선으로 나를 앞지르는 차들. 붉은 후미등을 보이며 달려갑니다. 한겨울에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어쩐지 외로워져서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 대부분 낯을 붉혔다.' 같은 메모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의 담백하면서 명료한 문체와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표현들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애의 연락을 기다리는 일은 나까지 자꾸 애로 만든다. 일어나지 않은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과 좋아하는 마음과 단념하는 마음. 나 혼자 오해하고 서운해하는 일이 잦다.(중략) 그래도 괜찮다. 그 애는 '아직'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사랑하게 된다면 달라질 거야. 그런 희망을 '아직' 바라볼 수 있는 거다. 연필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은 마음을 부드럽게 긁곤 합니다. 단어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접해있는 건 물들기 마련이니까. 글자에 가까운 삶을 사는 사람일수록 단어에 예민하기 마련입니다. 어느새 바지 밑단이 축축해지는 것도 모르고 글자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발을 담그고 오래 서있다 보면, 소설가는 문장을 수집하는 직업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아, 그래 떠오르는 말들이 많습니다. 글자 속에 손을 집어넣고 왼손으로부터 오른손이 있는 곳까지 뚝 끊어내면 것보다 좋은 말이 얼마든지 떠오르는 겁니다. 저는 이 글을 기점으로 여태현이라는 작가에게 빠지게 되었습니다. SNS에 올라와 있는 그의 글을 탐독하고 우편으로 글을 받아보며 활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자와 대화를 나누며 같이 호흡한다는 거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워낙 좋아하는 작가님이기도 하고 제 벗이기도 해서 한 문장이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오늘 글이 꽤 길어졌습니다. (나머지 한 권도 싸인을 받을 예정입니다.) 독서 하세요. 그 곳이 어디든. 그의 말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숨(Exhalation)
"숨(Exhalation)" / 테드 창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의도는 아니었으나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집에 이어서 또 SF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최근에 나온 테드 창의 신작인데 무려 17년 만에 나온 신작이라고 한다. SF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테드 창의 이름은 들어봤을 만큼 SF 소설계에서 유명한 작가라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지금껏 읽어본 SF 소설 중에 가장 특이하고 독특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총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아주 짧은 단편인 거대한 침묵이나 숨 같은 소설도 있고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같은 소설들도 실려있다. 길이와 상관없이 하나 같이 놀라웠던 점은 과학적 정합성이었다. 모든 소설들이 실제로 어떤 가정 하에서 과학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소설적 상상력에 기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을 넘기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없다. 현대의 밝혀진 과학 지식 하에서 어떤 가정, 혹은 설정을 추가하였을 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보통 SF 소설들의 경우 과학적 허점에 신경이 쓰여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숨"은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다.(필자의 경우 과학 쪽에 종사하다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일반인의 경우 오히려 과학 관련 용어들이나 정보들이 중간중간 흐름을 끊기게 할 수도....) 보통의 SF 소설들이 장르 소설의 특징을 가진 글에 SF적 요소들을 넣어서 버무린다면 이 소설집은 말 그대로 SF 소설이다. SF 자체가 중심이 되는 소설.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광선총과 최첨단 무기들을 들고 치고받고 싸우는 소설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중점이 된다. 사고 실험을 하는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이 소설집 속 모든 소설에서 보통의 SF 영화에 기대하는 장면들은 나오지 않는다. 참고가 되기를.) 흥미로웠던 소설 몇 개를 꼽자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는 가상의 인터넷 세상 속 인공지능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의 가상 반려 동물인 AI들에 대한 인간들의 여러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의 반려 동물, 혹은 아이들을 대하듯 사랑을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싫증 난다며 프로그램을 정지시켜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예 다른 용도(고문, 성적 학대, 노예 등)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온갖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면서 과연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과 존재 인식이 가능한 AI들이 나타난다면 인간은 그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또 대처해야 하는가를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경우 문자 문화가 없던 부족의 사람들이 문자를 대하는 방식과 먼 미래, 인간의 모든 기억을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글이 없는 부족이 글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방식, 기억의 망각이 자연스럽던 인간들이 기억을 망각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방식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새로운 기술이 과연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늘 벌어지는 가치관의 충돌이 먼 과거에도, 먼 미래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지막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평행 세계를 다루는 소설이다. 이제껏 많은 이야기들이 평행 세계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뤄왔는데(마블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평행 세계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것이 인간의 행동에 있어 어떤 식으로 실제로 영향을 끼치게 될지를 보여준다. 엄밀히 말하자면 평행 세계를 과학적으로 해석하였을 때 인간이 평행 세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분석에 가깝다. 평행 세계에 있는 나의 행동은 현실 세계에 있는 나의 행동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가? 이 곳의 내가 사람을 구하고, 평행 세계의 내가 사람을 죽인다면 결국 윤리적 행동의 총합은 변하지 않을 텐데 내가 사람을 구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런 철학적이자 과학적인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소설이다. 테드 창의 답이 궁금하다면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을 읽어보기 바란다. SF 소설, 아니 과학 소설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런 소설들이 조금 더 많이 세상에 나온다면 과학계가 아닌 다른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과학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과학은 유난히 전문가들만의 고유 영역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과학에 대한 아주 약간의 지식만 있더라도 현혹되지 않을 거짓 뉴스들, 사기 범죄, 조작 등에 많은 대중들이 넘어가곤 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이 단어 자체도 최근에 생겼다.)들이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대해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많이 부족하다. "숨"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단 재미는 충분하니 읽어볼 가치는 확보된 셈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선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 다음번에도 선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은 인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책추천] 추석 연휴 동안 정주행하기 좋은 시리즈 소설책 5
안녕하세요.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곳, 플라이북입니다. 어느덧 한가위 연휴가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넉넉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오늘은 여유로운 추석 연휴 동안 정주행하면 좋을 시리즈 소설 5권을 추천해드립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직지’에서 비롯됐다면? 인류 천년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역사 스릴러 직지 세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책 정보 > http://bit.ly/2lGFzwL 전쟁과 재해로 황폐해진 미래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압제적 사회를 향해 투쟁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다이버전트 시리즈 베로니카 로스 지음  |  은행나무 펴냄 책 정보 > http://bit.ly/2lJQrtL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의 60년에 걸친 사랑과 미움, 질투와 연민의 서사 나폴리 4부작 세트 레나 페란테 지음  |  한길사 펴냄 책 정보 > http://bit.ly/2maxpgh 1986년 출간과 동시에 2주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스티븐 킹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담긴 공포 소설 그것 IT 세트 스티븐 킹 지음  |  황금가지 펴냄 책 정보 > http://bit.ly/2lJuGtU 중국의 SF 소설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거대한 스케일과 대담한 상상력의 과학 판타지 소설 삼체 세트 류츠신 지음  |  단숨 펴냄 책 정보 > http://bit.ly/2mbx2lF 당신의 독서를 도와주는 앱, 플라이북 > http://bit.ly/2max6lD
말 그대로, '가장 보통의 연애' 영화 솔직후기/리뷰/해설/쿠키영상/관객수예상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예요!!요즘 조커때문에 영화관이 난리입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연속 근무한 소감으론 조커는 악당이고 죽어야해요... 배트맨 도와줘! 오늘의 영화는 말 그대로 평범한? 연애 드라마인 '가장 보통의 연애'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재밌고 사랑에 대한 진지한 자세도 드러났습니다. 많이 웃었고 울컥했던 현실적인 로맨스코미디였네요. 본격적인 솔직리뷰는 아래에서 더 다뤄보겠습니다. 김래원의 힘 최근들어 김래원의 작품 들이 등장해 괜히 뿌듯한데요. 김래원의 힘이란 선하고 신뢰감이 넘칩니다. 그래서 일상의 삶을 그리는 영화에서는 김래원만의 특징이 더욱 잘 삽니다. 이번 작품에서 저는 김기영과 김래원의 하드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극 중 80%이상의 웃음은 이 둘로부터 나옵니다. 김래원 정말 한심한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를 그려내면서도 그만큼 진정성있는 말을 뱉을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했습니다. 겉멋만 잔뜩 들어간 힘찬 위로가 아닌 다소 거칠더라도 울컥하게 만드는 바로 그런 힘으로요. 이 영화의 연애관 작품은 정말 현실적인 연애관을 그려냅니다. 누군가는 만남과 이별에 연연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또 이별에 과하게 몰입하죠. 얼핏보면 재훈과 선영이라는 인물로 양립된 두 연애관이 격돌한다는 느낌이지만 실상은 아닙니다. 영화는 오히려 이 둘조차 사실은 똑같은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단지 단계가 서로 다르며 현재 상황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 차이는 다시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에 적용돼 서로 모르던 간극이 좁혀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말에 도달해서는 결국 우리 모두 똑같이 사랑에 약하다는 말로 끝납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고 아픔은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해 2명의 좋은 사람이 만남을 가지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잘못된 만남이나 갈 수록 운명의 상대임을 직감해가는 영화입니다. 재미요소 사실 뻔하고 평범한 보통의 로맨틱고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장르의 재미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정말 웃기고 재밌습니다. 배우들의 살아 숨쉬는 연기력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사회 풍자적 요소와 플러팅은 익살스럽고도 날카롭습니다. 드라마 속 사랑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거나 판타지가 아닙니다. 당장 야심한 밤거리 싸우고 있는 몇몇 커플들만 찾아서 봐도 나올 수 있는 플롯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물들의 대사가 공감이 됩니다. 방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음 속 상처를 드러내 서툴게 만져주는 느낌입니다. 그거 다 기분 탓이야.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도 나중가면 또 억울해. 다른 사람들은 겉으로는 같잖은 위로해준답시고 속으로는 다 너 한심하게 본다고. 그러니까 애쓰지말라고. -재훈(김래원)- 자신의 연애경험에 비추어 봐도 좋고, 연애경험이 없다면 상상해봐도 좋을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주인공들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보기는 2가지가 있습니다. 재훈과 선영이라는 2지선다가요. 하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어차피 사랑으로 아파하고 사랑때문에 다시 행복해지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단지 용기를 내고 극복할 수 있느냐, 정신 차리고 앞을 볼 준비가 되어있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조커로 정신이 혼돈으로 가득차신 분들은 오랜만에 가벼운 멜로영화보면서 기분전환하면 됩니다. 재밌는 영화가 그리운 분들에게 또한 추천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직접 느끼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오늘 리뷰는 짧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상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였습니다.*쿠키영상은 없습니다. 관객수는 200만 정도 예상합니다. (조커가 예상보다 더 큰 흥행을 할 수도 있기에...)
[책추천]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한국 단편 소설집 5
안녕하세요,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곳, 플라이북입니다. 플라이북 회원들과 함께 만드는 책 추천 콘텐츠! 오늘은 부담 없이 짧은 시간 동안 읽을 수 있지만 긴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한국 단편 소설집 5권을 추천합니다! 01. 바깥은 여름 김애란 | 문학동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 주요 작품들을 낸 김애란 작가의 단편 소설 7편이 담긴 책인데 문장들이 정말 좋아요!" - h********님의 추천 도서 02.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 문학동네 "첫 작품 <쇼코의 미소>로 독자들과 문학계의 큰 사랑을 받은 최은영 작가의 두 번째 단편 소설집으로 다소 묵직하게 다가오는 책입니다." - 시*님의 추천 도서 03.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 창비 "상상력이 기발한 정세랑 작가의 단편들이 담긴 소설책으로 결혼과 이혼, 뱀파이어, 돌연사 등 다양한 소재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어요." - 시*님의 추천 도서 04.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 문학과지성사 "<달콤한 나의 도시>로 기억되는 정이현 작가의 초창기 단편집으로 가볍고 재치있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단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C**님의 추천 도서 05. 파인 다이닝 노희준 외 6명 | 은행나무 "7명의 작가들이 각양각색의 개성있는 음식 이야기를 다룬 테마 소설집으로 제목이 곧 소설의 소재가 되었던 책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 추천드려요." - 황**님의 추천 도서 더 많은 소설을 추천 받고 싶다면- >> http://bit.ly/2WEcqUy
세상이 외면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5
소설은 허구입니다. 작가가 상상한 세계, 꾸며낸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죠. 하지만 이 허구, 상상의 세계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어떤 소설은 소설보다 더 현실적으로, 바로 보지 못했던 부조리와 참상을 일깨우기도 하죠. 세상이 외면했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소외된 세상 이야기와 마주하게 합니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 인권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미의 기준은 시대와 지역마다 다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죠. 이런 물음이 있었습니다. “이 기준이란 건 자연스럽게 생겨난 걸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왜 유독 한 쪽을 구속하는 형태로, 제약을 가하는 모습이 그렇게 많은 걸까?   이 소설은 중국 1000년을 지배한 미의 기준, 전족을 소재로 한 여성에 대한 억압과 강요된 미적 기준이 만든 갈등과 비극을 이야기 합니다. 전족을 하지 않으면 순탄한 삶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오랜 세월 남성들은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 하기 위해 여성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자율성을 빼앗고, 소유하는 것으로 권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자유를 찾으려는 여성들을 또 다른 구속과 제약에 빠지게 만드는 일도 쉬지 않았죠. 과연 이 소설 속 이야기를 옛 이야기, 중국이라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전족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제국주의 일본은 자신들이 미개했던 조선을 개화하고 발전하게 해주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주장이 계속되고 한국에서도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죠. 식민지란 문화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오로지 군사력의 강대함으로 세계를 바라본 결과의 하나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자유인가요.  이 소설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낙오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오지. 원주민은 동등한 인간이기보다 가축에 가깝습니다. 그 안에서 주인공은 갈등합니다. 백인의 세계와 원주민의 세계, 어느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이루지 못할 사랑을 꿈꾸죠.  세상에 정말 더 우월한 인종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판단은 어느 인종, 어떤 나라, 하나의 세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나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죠. 인간은 자신의 지배, 군림을 정당화 하기 위해 약자와 패배자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동등한 존재 가치를 지닙니다. 다름을 우월함으로 규정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버마시절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미국은 가장 부유한 나라, 가장 강대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인권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차별이 심한 나라, 빈부 격차가 큰 나라, 경직된 나라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죠. 가장 적극적으로 노예를 사고 팔았던 나라 역시 미국입니다. 그리고 그 미국의 흑인들이 자유와 권리를 얻은 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1960년 대 미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아이와 가정은 내버려둔 채 백인 가정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던 흑인과 그러한 차별과 부조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조용하지만 격렬한 혁명 이야기를 담고 있죠.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미국의 인권이 혁신적으로 향상되기를 기대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를 선택했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그 기세를 되찾았습니다. 평등과 자유를 위한 혁명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는 아니기에, 우리도 함께 해야만 합니다. 헬프1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전쟁과 갈등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은 피어납니다. 가난이나 신분의 차이도 우정이 싹트는 걸 막지는 못하죠. 그러나 그렇게 힘겹게 싹튼 우정은 때로 간단히 짓밟히기도 합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서로의 가슴에 안고 평생을 살아가기도 하죠.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전쟁과 갈등, 상처와 치유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우정을 맺지만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년과 전쟁으로 나라를 떠나야 했던 설움, 오래 전 지켜내지 못했던 친구와의 우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최후의 시도까지 감동적으로 그려내죠.  아무리 전쟁과 갈등이 좋은 소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전쟁이 없는 세상의 평화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소설이 주는 작은 감동에 비해 전쟁이 만드는 슬픔은 너무나 압도적으로 거대하니까요. 안심하고 우정과 사랑을 키워나갈 세상을 꿈꿉니다. 연을 쫓는 아이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지구 위의 생명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며 적응하고 발전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을 해치기도 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도 하면서요. 영화 <혹성탈출>은 진화한 영장류와 인간의 생존 경쟁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시대에 진화한 신 인류가 출현한다면 인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요? 이 소설은 신 인류의 출현이라는 사건을 소재로 합니다. 다른 인류가 가져올 지 모르는 위협, 반복되어온 생존 경쟁에서의 도태를 두려워하며 신 인류를 말살하고자 하죠. 다른 한 쪽에서는 신 인류를 지켜내고자 합니다. 현재의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신 인류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판단에서요.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진화한 생명, 가장 똑똑하고 지혜로운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혜로운 인간이 어떤 문제 앞에서는 이성적 판단력을 잃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하기도 하죠. 역사 속 수 많은 전쟁이 두려움에서 시작되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 세계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지금도 유효한 물음 아닐까요. 제노사이드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역사 속에서 다름은 차별과 억압, 지배와 살해의 정당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열등하기에 짐승을 죽이듯 죽여도 되고, 미개하기에 짓밟고 빼앗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성별의 차이에 필연적 차별의 근거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사실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앎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 아닐까요. 무료다운로드 >> https://goo.gl/XPpmDB
42
행사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 인사했다. 유선상으로만 만났던 그녀는 나를 처음 보고는 키가 작으신 분일 줄 알았어요, 했다.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사실 내 키는 작은 것도 큰 것도 아니다. 그런데 키가 작을 것 같은 목소리와 말투라는 것이 있는 걸까.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상대방의 키가 작다고 상상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내 목소리는 걸걸하지 않다. 목소리만을 들으며 상대방의 외모를 상상해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다. 물론 나는 그녀의 외모를 사진을 통해 미리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알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신작 시집이 얼마 전에 나왔고, 나는 그녀의 시집을 편집한 사람이다. 그녀는 나와 시집 작업 진행을 하면서, 피드백하는 내내 매너를 잃지 않은 사람이다. 그녀와의 작업은 즐거웠던 편이다. 이와는 달리 어떤 시인은 시 안에 자신의 과오들을 반성하거나, 도덕적인 다짐들을 잔뜩 해놓고는, 정작 시집을 만드는 편집자에게는 무례하게 대하기도 한다. 또 어떤 시인들은 문인 모임을 진행하는 식당에서 온갖 고상함을 다 부리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식당 직원들을 하대한다. 한자리에 앉아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는 나중에 또 어딘가에서 잔뜩 반성하고 있을까? 시인과 생활인 사이의 괴리가 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람이란 무릇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을 할 줄 알아야겠지만, 반성은 차선의 행위이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보란 듯이 언행을 함부로 하고, 반성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게 무슨 반성일까. 그건 반성이라기보다는 ‘나는 쿨하게 반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행위이고, 반성을 악용하는 일일 뿐이다. 반성할 일을 결코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의식은 좀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시인들치고 좋은 시 쓰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시인은 성인군자가 아니다. 개차반의 성격을 가지고도 좋은 시를 쓰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앞뒤가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선한 사람은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악한 사람도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모순 같지만, 앞에서 언급한 가식적인 사람들도 좋은 시를 쓸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기가 가식적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은 좋은 시를 쓸 수 없다고 본다. 그건 왜인지 지성과 감성이 모두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좀 아팠는데, 엉터리 시인들을 잔뜩 험담하고 나니 머리가 더 아프다. 7월 근무 시작 이래, 이례적으로 시집 출간 문의가 쇄도해서, 정신없이 시집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정작 내 시집의 출간은 요원해 보인다. 첫 책을 내고 나면, 정말이지 한동안은 시에서 떠나 있고 싶다. 요즘은 시 쓰기에 대한 열정이 많이 줄었다. 다른 많은 것들을 생각하느라,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 탓에, 원고 계약이 자꾸 좌절되는 바람에 그렇겠지만, 또 일과 학업의 병행으로 다소 소진된 경향도 없지 않지만, 기계처럼 시를 쓰는 일이 어쩐지 요즘은 다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시 쓰기란 습작생 시절이 가장 재밌다. 습작생도 아닌, 그렇다고 명함을 내밀만 한 시인도 아닌, ‘무명의 신인’이란 이토록 혹독한 위치다. 술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고, 지속적인 독서를 하면 삶의 질이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전에 없이 신경증적이며, 스트레스에 취약해져 있다. 천성은 어쩔 수가 없구나, 생각한다. 사회 한복판에 던져져 있지만, 골방에 처박혀 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세계를 골방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이런 것이 죄다 슬픔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슬픔이라 이름 붙이기 난감한 감정이다. 마구 울다가 문득 ‘그런데 왜 내가 울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울음을 그친 채 어리둥절해 있는 기분이다. 잠을 자도 피곤하다. 작년에 한 잡지에 실은 좌담에서는 ‘소확행’을 묻는 질문에 그런 대답을 했다. “소확행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에겐 소행만 있을 뿐이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결코 확실하지 않다. 그건 그냥, 이제는 잘 듣지 않는 진통제 같기도 하다. 삶에 너무 많은 내성이 생겨버렸다.
심여사는 킬러
'심여사는 킬러' / 강지영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살인자가 되는 거네요. 삼천만원 때문에." 요즘은 정말로 삼천만원 때문에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책 마지막 장을 덮는 내 머릿속에 묵직하게 들어앉았다. 마치 심은옥 여사처럼. 남편을 몇년 전 먼저 보내고 아들 하나, 딸 하나와 함께 살고 있는 심은옥 여사. 간신히 세 가족을 버티게 해주었던 마트 정육점 일도 잘리고 퇴근하던 대낮에 생활 정보지 구인란을 무작정 뒤진다. 거의 모든 구인란에 걸려 있는 나이 제한에 좌절도 채 하지 못하고 눈을 옮기다 40세 이상 주부사원 모집, 월 300 이상 보장이라는 스마일 흥신소의 구인 광고를 보고 예봉중학교 졸업, 정육점 운영이라는 두 문장을 쓴 이력서를 들고 스마일 흥신소의 문을 두드린다. 스마일 흥신소는 평범한 흥신소 일과 함께 물밑으로 청부살인을 받고 있는 곳이었고 평범하디 평범한 50대 아줌마인 심은옥 여사는 딸과 아들, 그리고 현실과 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흥신소의 사장 박태상의 손을 맞잡은 채 킬러가 되기로 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심은옥 여사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스마일 흥신소의 사장 박태상, 흥신소에서 함께 일하는 최준기, 딸 진아와 아들 진섭의 이야기까기 심은옥 여사와 얽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소설에는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편이다. 한 인물의 시점으로 쭉 서술되는 소설이 집중이 잘 끊기지 않아 좋아하는 편인데 '심여사는 킬러'는 어떻게 보면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는 옴니버스식 이야기 진행을 가지고도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할만큼 흡입력 있었다. 특히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된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가는 과정이 감탄이 나올만큼 굉장했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한 치의 쓸모없는 부분이 없도록 이야기를 연결하고 복선을 회수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치밀해 마치 빈틈없는 추리소설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한 인물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전에 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키며 이전의 이야기가 전혀 새롭게 느껴진다. 평범한 심은옥 여사는 우리네들 어머니의 자화상이다. 돈 몇 푼이 아까워 마트 세일 시간을 일일이 체크하고는 바로 옆의 마트를 놔두고 내가 신던 다 해진, 발에 맞지도 않는 런닝화를 신고 30분을 걸어 세일하는 마트를 찾아가는 바로 우리의 어머니. 그런 심은옥 여사가 삼천만원의 돈을 위해서 전날밤을 눈 뜬 채로 지새우고 첫 목표였던 찜질방 여사장의 갈비뼈 사이에 날이 잘 갈린 칼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찔러넣었을 때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돌아와 몇 시간 동안 몸을 박박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했을 때는. 당장 딸과 아들만이라도 길바닥에 나앉지 않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부 잘하는 딸에게 과외라도 하나 시켜주기 위해, 아들에게 하얀 봉투에 대학 등록금만큼의 만원짜리를 넣어 손 꼭 잡고 전해주기 위해 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점점 그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에서나 보던 킬러라는 그녀의 직업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현실적이라 더 아프게 다가왔다. 실제로 지금 우리나라는 극심한 빈부격차 아래 극소수의 부유한 사람들과 소수의 중산층, 그리고 대다수의 서민과 빈곤층들이 살아가고 있는 국가다. 서민과 빈곤층의 사이에 속해 있는 필자로서는 이 소설을 읽고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내일 잘 곳,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들이 자식을 가진 아버지, 어머니라면 심은옥 여사와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바로 그 점이 킬러라는 비현실적인 주인공의 직업에도 이 소설이 묘하게 현실적이고 공감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심은옥 여사의 딸 진아와 아들 진섭의 모습,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인물들도 모두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존재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 애써 외면하려 했던 당신 옆의 어두운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자칫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또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의 탈을 쓰고 풀어낸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이면에 존재하는 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주제의식과 함께 이야기로써 가져야 할 흡입력과 재미를 놓치지 않고 치밀하게 짜여진 소설을 써낸 강지영 작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살인자가 되는 거네요. 삼천만원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법한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외면하고픈 어두운 곳을 늘 바라보고 인지하며 생각해야한다.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 이를 위해 찬란한 빛의 반대편을 볼 준비가 됐다면 심호흡을 하고 '심여사는 킬러'의 첫장을 펼쳐들어라. 주관적인 별점 : 4.5개 (결말이 좀 급하게 마무리 된 감이 없지 않으나 그 외에는 완벽하다.)
[책 추천] '시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
안녕하세요!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곳 플라이북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있다면 아마 '시간' 일텐데요.  모두가 공평하게 가진 것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바쁘고 빠르게 흐르고, 또 어떤 이에게는 느리게 흘러갑니다. 오늘은 이런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당신의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다면?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 시간을 파는 상점2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https://bit.ly/2MnT4uD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알려주는 책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 | 비룡소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https://bit.ly/2AMczb8 년 동안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24번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신비로운 이야기 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 밝은세상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https://bit.ly/337U5Om 나는 왜 항상 시간이 부족할까?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 타임푸어 브리짓 슐트 지음 | 더퀘스트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https://bit.ly/2IJJth5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을까? 우주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외1명 지음 | 까치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 https://bit.ly/2MlASC8 지금, 플라이북 앱에서 추천받기 > https://bit.ly/2MqN9Fw
새마음 요양원 16
안녕하세요 빙글러님들 ^^지난 번 영민이가 오지게 욕먹더군요 ㅎㅎㅎ과연 영민씨는 아군일까요 적군일까요이번주도 기대해주세요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아 혹시 새마음요양원 썸네일에 쓸만한 사진이나 배경있으시믄 공유 부탁드립니다^^ ============================== " 그렇군요............. 실종자가 그 사람들한테 당했다고 생각하세요 ? " 엇? 뭔가 이상했다. 영민의 대화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라고 생각되는데 뭐지. 이 부자연스러움은..지현은 생각했다. ' 난 여럿이라고 말한적이 없는데......' " 그사람들.......이라뇨?? " " 네? " " 방금 그사람 들. 이라고 그러셨잖아요 . " " 제가요? 어후. 제가 말실수 했나보네요. 그사람이요,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왔네요. " " ................... " 무시할수없는 그의 대화의 이질감은 지현으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오늘 영민의 태도는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그렇다고 영민을 의심하기엔 지금 조사과정에서 그의 도움이 절실한것도 사실이었다. 지현은 도민도 아니여서 지역내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할분더러 무엇보다 지역내 의사소통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리도 잘 모르는곳에서 무작정 네비를 켜고 맨땅에 헤딩하듯 취재하는것도 분명한 무리였다. 일단은 넘어가야만 했다. 당장 피어오르는 이 의심의 불씨도 일단은 감춰야 했다. " 에이. 지현씨. 설마 나를 막 의심하고 그러시는거 아니죠? " " ... 그럴리가요. 권기자님 덕분에 조사 잘 하고 있는걸요? " " 제가 분명히 도와드리고 있는겁니다. 백기자님 나중에 특종으로 터지면 제 이름 꼭 같이 넣어주셔야 합니다. " " 물론이죠 . 그 점은 걱정하지마세요. 특종터지면 서울로 스카웃 제의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 멋쩍게 웃으며 지현은 별일이 아닌것처럼 대답했다. 때를 기다려야했다. 그가 지현에게 무엇을 감추고 있는건지는 정확히는 알수 없었으나 확실한건 지금 하는 여러가지 조사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의심의 불씨를 애써 감추며 도착한 곳은 낮에 통화했던 굿모닝 렌터카였다. 그곳 입구에 들어서자 세일즈맨으로 보이는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인사를 꾸벅하며 손님을 맞이했다. " 렌터카 어떤거 찾으십니까 고객님. 다른매장 아무리 둘러보셔도 저희매장이 젤 저렴할겁니다. " " 아... 뭐좀 여쭤보려고하는데요.... 한달전쯤에 렌트된 차량. 그거 빌려간 사람 좀 ........ . " " 여기 사장님 이찬희 씨죠? 제가 여기 사장님하고 조용히 나눌 얘기가 좀 있는데...... 지금 어디계세요? " 자 연스럽게 '제주향기'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며 능숙하게 악수부터 건네는 영민을 뿌리치지 못한채 세일즈맨은 미처 명함 내용으로 확인하지도 못한채 악수를 했다. " 저희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세요.? " " 아니. 잘아는 사이는 아니고 저희 잡지에 요즘 렌터카 추천광고 좀 넣으려고 하는데 서귀포에서는 여기가 제법 크고 괜찮다면서요. " 광고 얘기를 하자 세일즈맨의 얼굴에 미소가 조금 번지며 알았들었다는 듯 둘을 데리고 2층 사장실로 향했다. " 광고 얘기시면 진작 말씀하시지. 저 쪽 끝으로 들어가시면 사장님 계십니다. "" 감사합니다 . 고생하십쇼~ " 능글능글하게 손으로 경례를 하는 영민에게 지현은 본인의 말을 자른 민망함을 표출했다. " 왜 제말 자르신거에요? " "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경찰도 아닌 기자가 수사때문에 계약서나 cctv 열람하겠다고 하면 입구에서부터 빠꾸먹어요. 지현씨도 이런 넉살은 저한테 몇수 배우셔야 겠어요. 이렇게 안하면 요즘 솔직하게 다 말해주는 사람 없다구요 " " 그래서 광고 안해주실거잖아요. 거짓말인거 알면 사장이 협조할까요 ?? " " 광고는 어떻게든 해줄수 있어요. 이제 협상만 잘하면 됩니다. 뭐든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니까요. " 어쩐지 반박할수 없는 말에 지현은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차의 정체를 알기 위해선 사장을 설득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사장실을 노크하자 왠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세요, " 문을 열자 당연히 남자일거라고 생각한 그 사장실에는 50대쯤으로 보이는 풍채 좋은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 여자는 담배를 비벼 끄며 지현과 영민을 번갈아 보면서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손님같지 않은 두 분위기에 일단 경계를 하는 듯 했다. 책상에는 재떨이에 수북히 쌓여진 담배와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고 그 곳에는 사장 직함이 달린 명패가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사장 이찬희 - " 어떻게 오셨죠? 보아하니 손님 분위기는 아닌거같고.....경찰? " 영민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건네며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 제주향기 권영민 기자입니다. " 명함을 유심히 살피던 그녀가 영민의 뒤에 멀뚱하게 서있던 지현을 턱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분은 누구...? " " 아 ... 저희 회사 신입 인턴 기자입니다. 제 심부름꾼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 ' 심부름꾼???? 저자식을 그냥.... '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화가 나 지현이 영민을 있는힘껏 째려보자 영민은 뒤로 돌아 살짝 윙크를 하며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 그래.. 제주향기에서 우리 렌트카에 무슨일로 ? " " 장사하시는 분이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저희는 실종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요. 한달전 이곳에서 렌트된 차량의 행방을 알고있습니다. 한달전에 검정색 그렌저 렌트나가서 아직 안돌아왓죠? " " 아.... 아까 낮에 전화하셔서 귀찮게 하셨던 분 같네 . 우린 말했다 시피 협조할 생각없어요. 차야 뭐 gps뒤져보면 되는거고... " " 그 차. Gps없을텐데요 ? 아까 내가 봤을땐 제거되어있는거 같던데... " " 뭐라구요? " " 이렇게 합시다. 한달 전 cctv를 우리한테 보여주면 차가 있는곳도 알려주고 우리 잡지 메인에 광고로 실어드릴게요. " " 솔깃하긴한데........... 개인정보라서 우리는 알려줄수 없다니까요. 경찰이 직접 수사의뢰를 한것도 아니고 ... " " 그러니까 누가 서류 보여달래요? 우리는 뺑소니범 잡으러 이곳에 온거고 저는 그 피해자라서 사장님께 cctv요청을 한거 뿐이고요... 이러면 이해가 빠르시겠죠? "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그녀의 눈빛이 조금 빛나더니 후 하고 내뱉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경찰에서 요청한 수사가 아니다 보니 기자는 잔머리를 굴릴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순박하게만 보였던 영민이 이런 말재주가 있었나 많은 생각이 드는 지현이었지만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선 그의 수완이 필요했다. " 기자들은 확실히 셈이 빨라.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만들어 놓는다니깐 . 좋아요. 난 분명 뺑소니범 찾는 다는 손님 부탁들어주는겁니다. 그리고 광고. 딴말하지 마세요 . " " 물론입니다. " 그녀는 본인의 자리 컴퓨터에서 지난 달 계약서를 조회하더니 한달전쯤으로 기간을 잡고 차량을 설정하여 기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 검정색 그렌저 차량을 비슷한 시기에 렌트해간 팀은 딱 1팀이 조회가 되었고 그 시기는 수정의 실종시기와 비슷했다. 날짜를 확실히 찾아낸 그녀가 다시 cctv 누적 데이터에 들어가 날짜를 실행하자 대량데이터의 바탕화면에는 모래시계가 뜨더니 이내 화면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 우린 계약서는 전부 스캔 보관해놔서 날짜와 시간이 다 드러나요. 한달전쯤 그시기에 그렌저 차량을 렌트해간 팀은 딱 1팀이에요. 아마 이 시간 전을 화면에서 뒤지면 누구인지 알수 있을거에요 . 일단 보기만 하세요. 원하시는 카피본은 광고계약서랑 함께 교환하시죠. 나도 보험은 있어야죠? " 담배를 비벼끄며 연기를 내뱉는 이 사장의 뒤로 재생된 cctv화면이 돌아가고 있었다. 성수기에 렌터카 사무실에는 사람이 많았고 입구쪽에 있던 cctv에 쪽에 무엇인가 익숙한 실루엣이 지나가는것이 포착되었다. " 엇. 잠시만요 !!! " 찰나의 순간의 눈에 띄는 무엇인가로 인해 지현이 급하게 소리를 쳤다. 컴퓨터에 실행되는 그 화면을 조금 탭하여 15초씩 뒤로 버튼을 계속 누르자 익숙한 그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얗고 마른 팔다리 노랗게 염색을 해서 금방 알아볼순 없었으나 화면 속 환하게 웃으며 장난치는 그녀는 스마트폰에서도 보았던 수정의 모습이 분명했다. " 이 여자......수정이에요.... "
도입부가 유명한 소설 36선
몇 권 정도 보셨나요? * 오역 및 오타가 있을 수 있음 * 순서는 상관 없음 * 영미권 소설이 대부분임 * 첫문장 혹은 도입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소설일 수는 없지만 열거된 소설들은 대부분 뛰어난 소설임 * 흥미가 생겨 하나 쯤 읽고 행복한 시간되길 바람 1.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트와 헤어지는 순간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 패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 2.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1948) 3.  "매년 여름 쿵린은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 하 진, 기다림(1999) 4.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잊힌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려간 그 새벽을 기억한다.  1945년 여름의 첫 날들은 흩날렸고, 우리는 잿빛 하늘에 사로잡힌 바로셀로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2001) 5.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 김훈, 칼의 노래(2001) 6.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993) 7. "밤은 젊었고, 그도 젊었다." - 윌리엄 아이리시, 환상의 여인(1942) 8.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 정유정, 7년의 밤(2011) 9.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이상, 날개(1936) 10. "당연히, 이것은 수기이다."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1980) 11.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디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1948) 12. "분노를 노래하소서, 시의 여신이여." - 호메로스, 일리아드(B.C. 800(?) ~ B.C. 750) 13. "최고의 시대이며, 최악의 시대였다."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1859) 14. "재산 좀 있는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 진리이다."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1813)  15.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해보이지만 불행한 가정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1878) 16. 맑고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 조지 오웰, 1984년 (1949) 17. "기묘하고 찌는 듯한 여름, 그들이 로젠버그 부부를 전기의자에 앉힌 계절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뉴욕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 실비아 플라스, 벨자 (1963) 18.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 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건 상관없어. 그 책은 마크 트웨인 선생이 쓴 책인데 거의 다 사실이야."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1884) 19. "나에 대해 듣고 싶다는 건, 우선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내 어린시절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내 부모님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같은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할 소리를 듣고 싶다는 거겠지. 난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1951) 20. "문제가 생기면 대열을 좁힌다'는 말 처럼, 위기가 닥치자 백인들은 결속을 강화했다." -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966) 21. "지금보다 어리고 상처받기 쉽던 시절, 내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하나 해주셨는데 난 아직도 그 충고를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이 점을 명심해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 처럼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다는 걸.'"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1925) 22. "과거는 외국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 - 레슬리 하틀리, 중개자 (1953) 23.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거북한 꿈에서 깨어나며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1915) 24. "Call me Ishmael."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다오." - 허만 멜빌, 모비 딕 (1851) 25. "햇살은 새로운 공허 속에서 빛났지만 대안은 없었다." - 사무엘 베케트, 머피(1938) 26. "첫눈에 반해버렸다." - 조지프 헬러, 캐치-22(1961) 27. "아이들은 모두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 - 제임스 메튜 베리, 피터 팬 (1911) 28. "어떤 상황에서는 오후의 다과라 불리는 의식에 바쳐진 순간보다 더 즐거운 순간을 인생에서 찾지 못할 때가 있다." -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 (1880) 29. "로리타 내 삶의 빛이여,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로-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를 톡톡치며 세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로-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1955) 30. "피할 수 없었다. 쓴 아몬드 향기는 늘 그에게 보답 없는 사랑의 운명을 상기시켰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985) 31. "그들은 거기에 나와 있었다. 흰 옷을 입은 흑인 놈들은 나보다 먼저나와 태연하게 복도에서 수음을 하고 내 눈에 띄기 전에 그것들을 걸레로 닦았다." - 켄 케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962) 32. "나는 카메라다. 셔터가 열리고, 소극적이고, 기록하고, 생각하지 않는 카메라." - 크리스토퍼 아이셔우드, 베를린이여 안녕(1939) 33. "그 날은 산책하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1847) 34. "All this happened, more or less." "약간의 과장과 축소가 있을지언정, 이 이야기는 실화다." - 커트 보니것, 제5 도살장(1969) 35. "그는 멕시코 만류의 돛단배에서 홀로 고기를 잡는 노인이었다. 그는 84일 동안 단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1952) 36.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 알버트 까뮈, 이방인 (1946)
새마음 요양원 15
안녕하세요 빙그러님들 ^^ 불금 즐기시라고 15편 올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새마음 요양원 15] 눈을 몇번을 손으로 문지르고 봤지만 창문곁에 서있던 여자는 분명 수정이었다. 놀란마음에 심호흡을 몇번 하고나서 핸드폰을 다시 꺼내 올리자 온몸에 피칠갑을 한 수정이 5층 어떤 방에 서있었다. 핸드폰의 줌을 당겨 그녀를 자세히 보자 그녀는 지현을 보면서 뭐라고 말하는 것 처럼 입모양을 움직였지만 가까이서 듣지를 못하는 그녀는 뭐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에 동영상을 재생시켜 두기로 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수정의 모습을 촬영하는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다시 올려다본 그곳에는 수정이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뒤를 살펴보자 아까 한참을 찾아도 없었던 영민이 서 있었다. “ 권기자님. 어떻게 된거에요 한참 찾았잖아요. “ “ 아 미안해요 지현씨. 너무 곤히 잠드셨길래 저라도 먼저 길을 나섰어요. 그치만 좋은소식이 있어요. 지현씨가 찾고있었던 그 차량. 제가 찾은거같아요 “ “ 네? 수정이네 차를 찾았다구요? 어디에 있어요? “ “ 그 캠핑장 근처에 있었어요. 그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가 못찾았었나봐요 “ “ 네? 그때 캠핑장 근처는 대충 살폈던거 같았는데…. “ “ 일단 같이 가시죠. “ 캠핑장 근처는 분명히 뒤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쪽 지리를 완벽히 모르는 지현에게는 아마 다 못가본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영민이 안내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 가려하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핸드폰 줌을 당겨 5층을 비춰봤지만 더 이상 수정의 모습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 핸드폰으로 왜 같은곳만 계속 찍으세요? “ “ 아… 제가 뭘 본거 같은데…. 육안으로는 잘 안보여서요. 그런데 아니었네요 . “ “ 그렇군요 . 일단 차부터 보실까요. “ 뒤를 돌아 길을 잡는 영민의 뒷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길을 나서는 지현이었다. 차를 정말로 찾은거라면 그 차안에서 어떻게든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비가 온 사이에 우거지게 자란 풀을 밟으며 조금씩 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저멀리 캠프장 주차장이 보이는걸 보니 이 근처인 듯 했다. “ 저기에요 ! “ 영민이 소리치며 풀을 헤치고 뛰기 시작했다. 덩달아 지현의 발걸음도 급하게 바뀌어 달려가보았다. 그곳에는 렌터카로 표시된 허라고 적힌 번호판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지현은 렌터카의 번호판과 외관을 사진을 먼저 촬영했다. 이것이 수정의 일행이 타고온 차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차 번호를 그때 적어두었다던 관리소장에게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 외관을 이리저리 살피며 촬영하던 지현은 뭔가 차량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지현은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 조금 두리번 대다가 차량을 보며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째서 차량이 깨끗해 보이지 . ‘ “ 차가…. 너무 깨끗한거 같지 않아요? “ “ 차가 그분들이 타고온게 맞는지는 렌터카에 확인을 해봐야 하니까요. 현재로선 근처에 방치된 차량은 이거 한대였어요. 뭐가… 이상하세요.? “ “ 아니… 어제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는데 어째서 차량이 이렇게 깨끗한건지… 풀이고 흙이고 막 날라와서 더러워졌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지현이 평소에 좋은 기자로서의 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할순 없지마 이건 누가봐도 수정의 차량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깨끗하고 심지어 너무 풀을 밟고 올라온 흔적이 선명했다. “ “ 그러고보니… 좀 그런거 같기도하고… 오히려 비 때문에 좀 씻겨갔을지도요. “ “ 아니에요. 타이어도 그렇고 너무 방치된 느낌이 없어요. “ “ 그런데 아까 제가 관리자님께 물어봤을때는 주차 목록에 있는 차량이라고는 했어요. “ “ 관리소장 까지 만나셨어요? 그.. 정진규씨? “ “ 만난건 아니구 통화만요. 차 발견하고 혹시 캠프장 관계 차량일까봐 먼저 확인부터 해봤죠. 전화로 통화 했을때는 그때 목록에 적어두셨던 차는 맞다고 하셨어요. ‘ 뭔가 개운하지않는 느낌에 지현은 탐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누가봐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차의 외관과 무엇보다 비가 온 후 뭉그러졌어야 하는 바퀴 자국은 아직도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찜찜함의 지현의 잔뜩 인상을 쓴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건 어제는 그렇게 둘러봐도 찾을수 없었던 차량이 어째서 오늘은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걸까. 정말 어제 없었던 게 확실할까. “ 전화를 해봐야 알겠지만 저 차는 수정이껀 아닌거 같아요. 외관도 너무 깨끗하고 보아하니 아침에 세워진 느낌이네요 . “ “ 그런가요. 저는 잘… 혹시 모르니 더 조사 해보도록 해요. “ “ 어제는 분명히 이 차 없었던거 같은데… “ 말끝을 흐리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차를 살피던 지현에게 영민이 되물었다. “ 네? “ “ 아 아니에요. 어제 빗속이었지만 차는 분명히 못봤던거 같은데. 이상하게 오늘 차량이 발견됬다는게 신기해서요. “ “ 어제는 두분이 너무 비를 많이 맞으셔서 모르셨을 거에요. 어제 전 지나가면서 이거 비슷한 차량 본거 같은데… “ “ 그랬나요? 그런데 왜 어제 말씀 안해주시고… “ “ 처음엔 저도 캠핑장 관계 차량인가 보다 했죠. “ “ 아 그러셨구나… “ 흠. 어제 이렇게 눈에 띄는 차량을 발견하고도 수연과 지현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러모로 수상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취재를 도와주는 영민이 뭔가를 숨긴다고 하기엔 지현과 붙어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카메라로 차를 여러 차례 촬영하던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으로도 수상한 부분을 여러 곳 촬영했다. “ 일단 이 차량 여기 적혀있는 굿모닝 렌터카에 한번 더 문의해봐야겠네요 “ “ 네. 확인이 필요할거같네요, 관리소장님이 발견하신 차량이 수정이 차가 맞는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 이슬이 내려와 서늘하게 지현의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눅눅한 풀숲에는 불날일은 없을거라며 지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통화를 하고 다음 조사할 곳을 정해야 했다. 핸드폰을 켜 굿모닝 렌터카의 전화번호를 누르자 영민이 지현의 핸드폰을 뺏았다. “ 제가 걸게요. 육지 잡지사에서 취재 나왔다고 하면 아마 안알려주실수도 있어요. “ “ 아 그렇네요.. 영민씨가 한번 물어보세요 그럼 “ “ 좀 추우시죠? 통화할 동안 이거라도 드세요. “ 영민은 손에서 보온병에 든 커피를 건넸다. 담배를 피던 손을 두고 나머지손으로 보온병을 잡은 지현은 아직 따뜻한 커피의 온기에 감탄했다. [ 네, 제주 향기 권영민 기자입니다. 실종자를 찾는 중인데 해당 차량이 렌트한사람 이름을 알고 싶어서요. ] [ 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량입니다. ] [ 네? 아… 그렇군요. 이름말고 그럼 언제 렌트된 차량인지만이라도 알수 있을까요? ] [네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은 영민은 지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 개인정보라서 차량 렌트인 이름까진 알려줄수 없답니다. 실종신고가 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고… 그대신 언제 렌트 되었는지는 알려줬는데 약 한달전이래요. “ “ 한달전이라면… 수정이가 실종된 시기랑 일치하긴 하네요. 이럴때 수연이가 있어야 하는데…수연이가 정보를 좀 더 줘야할거같은데 같이 갔던 일행들도 모르고 렌트를 누가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애매하네요… “ “ 렌터카 회사로 가보도록 해요. 가서 어떻게서든 렌트한 일행들 정보 알아내고. 수연이네가 맞다면 이 차 문 강제로라도 개방해달라고 해서 단서를 좀 찾죠. “ 아무래도 기분이 좀 이상했다. 렌터카 회사에서 실종신고가 되지 않으면 정보를 알려줄수 없다는 말이 좀 이상했다. 기분탓인가. 뭔가 이상하게 분위기가 돌아가는 기분을 지울수가 없는 지현이었다. “ 렌터카 회사가 멀지않아요. 한 20분만 차 타고 나갔다오면 되겠어요. “ “ 그렇구요. 어서 가보도록 해요 .” 먼저 길을 나서는 지현은 아까 금방 비벼끈 담배가 생각이 나질 않는건지 기어이 한대를 또 꺼내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오는 찜찜함인지 알 길이 없으나 점점 조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한모금 길게 빨며 머리가 띵해오는 것을 느꼈지만 지현은 밀려오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가 없었다. . . . 차를 타고 한참을 가던 중, 지현은 지난번에 본인이 꾸었던 수정의 꿈이 생각나 잠깐 어깨를 털었다. 그 꿈이 주는 공포가 크기도 했고 그 운전석에서 봤던 남자가 어쩐지 얼굴이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 자꾸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 저기 지현씨 물어볼게 있는데요. 지현씨 자꾸 꿈에 누가 나오는거에요 ? “ “ 네?????? “ 창문을 바라보며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지현에게 영민이 조심스러운 질문을 했다. “ 저번에 제 차에서 발작 하셨을때도 지현씨 엄청 목졸림 당하는거 처럼 괴로워했잖아요. 누구 부르는것처럼 하면서요. 그때 대체 꿈에서 뭘 보신거에요 ? “ “ 아.. 그날 놀라셨죠 . 제가 요즘 좀 악몽을 꾸다 보니.. 죄송했어요. “ “ 혹시… 지금 우리가 찾고있는 그 수정이라는 실종된 친구랑 관계가 있는 꿈입니까? “ “ 추측은 일단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더 조사해봐야 알거같아요 “ “그렇다면 그날은 더 무서운 꿈 꾸신거겠네요. 괴로워 하셨잖아요. “ “ 네. 수정이가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꿈이었어요. 그때 전 잠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분명 옆에 있는게 영민씨 인줄 알았는데 글쎄 운전석에 다른 사람이 있지 뭐에요… “ “ 운전석에 있던 사람 혹시 …. 인상착의 생각나세요 ? “ “ 아니요. 꿈에서 깨고 나니까 얼굴은 잘 기억이 안나요. “ “ 그렇군요……….. 실종자가 그사람들한테 당했다고 생각하세요? “ 엇.? 뭔가 이상했다. 영민의 대화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라고 생각되는데 뭐지. 이 부자연스러움은.. 지현은 생각했다. ‘ 난 여럿이라고 말한적이 없는데… ‘ “
종의 기원
'종의 기원' / 정유정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두 번째로 읽은 정유정 작가님의 작품이다.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인데 엄청난 소설이었다. 작가님의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한유진은 어린 시절 수영 선수의 꿈을 꾸었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갑작스런 발작이 일어나는 병 때문에 어머니의 반대로 꿈을 접는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던 한유진은 로스쿨 시험을 위해 발작을 막아주는 약을 끊은 상태로(약을 먹으면 발작은 일어나지 않지만 몸 상태가 평소보다 안좋아진다.) 며칠간 지내다 발작의 부작용으로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채 방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온몸이 흙탕물에 젖은 상태로 눈을 뜬 한유진은 자신이 평소처럼 어젯밤 어머니 몰래 밖에 나갔다가 발작이 일어나 넘어지는 바람에 흙탕물에 온통 젖었다고 생각했지만 방 불을 켜고는 사실 온몸과 방을 적신 액체는 피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실에는 어머니가 목이 칼로 베인 상태로 쓰러져 있다.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려던 한유진은 자신이 범인임을 가리키는 증거들을 확인하고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친형 한유민과 아버지가 어릴적에 죽은 후 입양된 형제 해진은 전화를 통해 어머니가 연락이 안된다며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유진을 재촉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은 채로 억울하게 이 상황을 해진에게 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일단 어머니의 시체와 집의 핏자국들을 수습한 유진은 사라진 어젯 밤 기억을 찾아가다 머릿속에서 사라진 어젯밤 일 뿐 아니라 그 외에 자신과 어머니, 친형과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들을 천천히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 책에서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음에도 초반에는 주인공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전혀 깨닫지 못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주인공이 평범한 일반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런 일이 벌어진 것이 불쌍할 정도였다. 병으로 인해 기억도 나지 않는 상태로 벌인 일이 아닌가. 술 먹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은 가중 처벌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몸이, 정신이 좋지 않아 생긴 일이니 연민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면 갈수록 뭔가 이상했다. 주인공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거슬리기 시작하고 뭔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주인공이 밤마다 밖을 나가는 이유를 알게 되고는 깨달았다. 아, 한유진은 사이코패스구나. 그때부터 앞에서 쓰였던 주인공의 말, 행동들이 가지고 있는 묘한 어긋남이 생각나면서 정유정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과 사이코패스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대해 감탄했다.(예를 들면 해진과 어머니가 불편하게 보던 영화를 신나게 웃으며 보던 주인공의 모습 같은 것.) 사실 어머니의 시체를 보고 주인공이 당황하고 패닉에 빠졌던 것도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감이 아니라 자신이 왜 이런 짓을 저질러서 자신의 미래를 망쳐놓았는지에 대한 후회에 가까운 듯 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이제야 고삐가 풀린 듯 한유진의 내면을 깊이, 더욱 깊이 파고들어가기 시작한다. 사이코패스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경로로 생각을 거쳐 이러한 사건을 저질렀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데 그 묘사가 진짜 사이코패스가 서술한 것처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정유정 작가님이 사이코패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주인공의 엄마는 주인공이 바다로 자신의 형 한유민을 밀어버린 것을 보고 청소년 행동 전문의인 이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이모는 주인공이 사이코패스라는 결론을 내리고 약을 통해 주인공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조절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발작을 억제하는 약인 줄 알고 먹어왔던 한유진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한다. 그리고는 엄마와 이모가 자신에게 죽은 것은 자신을 속이고 약을 먹여왔으니 당연하다는 식으로 사고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저런 상황에서는 억울함과 함께 자신이 정상적인 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을 알고 어느 정도 납득하겠지만 사이코패스는 그게 되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모습과 그 사고의 흐름이 적나라하게 사이코패스의 머릿속을 보여준다. 그런 주인공도 해진에 대해서는 친형과 같은 애정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감정은 역시 일반적인 사람과는 달랐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해진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처분을 기다리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사이코패스라도 인간적인 부분이 있구나라고 느끼고 가슴 한구석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완전무결한 악을 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인간적인 슬픔과 괴로움이 조금은 사그라지는 듯 했다. 그래, 주인공도 인간인 이상 저런 부분이 있겠지, 완전한 악인은 아니겠지 하고 연민을 느끼려는 찰나 주인공은 그 기대를 보란듯이 배신한다. 결국 해진에 관한 애정도 얄팍한 놀음에 지나지 않았다. 해진은 유진에게 자수를 권한다. 그래야 자신이 뭐라도 해볼 수 있다고, 네가 죗값을 치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런 해진을 보며 유진은 생각한다. 결국 너도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여기서 사이코패스란 어떤 존재인가를 뼛속 깊이 체감했다. 필자라면 자수하라는 해진의 말 속에 담긴 애정과 슬픔, 안타까움을 느꼈겠지만 유진은 그게 선천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한국을 벗어나 도망치려는 자신을 자수하라고 몰아가며 감옥에 보내려는 해진은 유진에게는 그저 자신에게 해로운 존재일 뿐인 것이다. 유진은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해진마저 죽음으로 몰아넣고 도망친다. 이제는 분노가 아니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인간다운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없게 태어난 존재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이. 유진의 이모가 검사를 끝내고 말했다. "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그 말은 유진에 대한 예언이었다. 유진은 결국 자신의 옆에 있던 어머니와 이모, 해진까지 모조리 잡아먹고는 태연히 살아남아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 바로 지금, 포식자가 우리 옆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관적인 별점 : 5점 ( 반드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