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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 배

'누운 배' / 이혁진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당선, 합격, 계급을 읽고 나서였다. 장강명 작가님이 한겨레 문학상을 심사할 때 두 번째로 집어 들었는데 마지막 원고를 읽을 때까지 이것보다 재미있는 작품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누운 배를 꼭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길래 e-book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e-book은 읽기 불편해서 빠르게 읽지 못함에도 고작 이틀, 단 두 번만에 모두 읽어버렸다.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누운 배는 조선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조선소에서 어느 날 배가 쓰러지고 주인공은 그 쓰러진 배에 대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온갖 자료를 조작하고 만들어내고 은폐한다. 물론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상부의 의지로 인해. 그 뒤에도 이 중국의 조선소에서는 주인공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일들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개선되지 않으며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은 유령처럼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다 사라져 버린다. 주인공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한 일들을, 잘못된 것들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목격한다. 그저 목격하고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끝내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못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배척받고 회장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들은 살아남는 회사. 주인공이 취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은 결국 조선소를 떠나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이.

미생, 송곳 같은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사회의 한 단면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펼쳐놓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되기엔 충분했다.(우리나라 사회가 워낙 기형적이라 그런 걸까?) 처음 시작부터 배가 누웠다고 시작하지만 사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배가 누웠다는 사실이 아니다. 배가 누웠든, 배가 부서졌든, 현장에서 누가 죽었든, 심지어 누가 돈을 빼돌렸든 간에 그 사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건이 회사 내에서 어떻게 수습되고 누가 책임을 지고 적절한 보상과 마무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하다.(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 소설에서는 그 과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안 좋은 쪽이다. 이 조선소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진행되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은폐 가능하면 은폐한다.
2. 은폐가 가능하지 않으면 다른 부서, 다른 직원, 아랫사람에게 떠넘긴다.
3. 그것도 되지 않으면 아예 하청 회사, 협력 회사에게 책임을 넘긴다.
4. 그것도 되지 않으면 인재가 아니라 천재, 어쩔 수 없는 일로 포장하여 의미 없는 보고서를 써서 올린다.
5. 결국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보상하는 사람과 마무리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일은 해결된다.
6. 여전히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덮어 둔다.

황 사장은 말한다. 책임이란 말은 쓸모없다고. 이미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그렇게 그 쓸모없는 책임은 결국 자신을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만다. 시간에 잡아먹힌 채.

이 소설에 나오는 조선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공간이다. 누군가 잘못을 했으면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비효율적이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면 작업의 효율을 올려 회사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초등학생들도 알 법한 일들이 이 회사에서는 온갖 견제와 방해를 받는다. 집요하게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자를 벌하는 것은 아주 지 세상인 줄 알고 나대는 일이 되고, 비효율적이고 잘못된 관행을 고쳐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는 일은 이미 알아서 잘 해오던 걸 쓸데없이 참견하고 귀찮게 하는 일이 된다. 결국 황 사장은 주변의 방해, 회장의 견제에 자신이 이루려던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조선소를 떠나게 된다. 안타까운 점은 이 소설을 읽는 많은 이들이 이런 회사의 모습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너무 작가의 자의식이 크게 반영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 조선소에 대해, 회사에 대해, 사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그저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한다는 느낌을 받은 곳이 조금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소설 속 인물을 작위적으로 이용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러한 말과 생각을 조금 더 인물에 체화된 방식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좋은 소설이다. 회사원이 아닌데도 무섭게 공감했고 빠져들었다. 회사원들이 읽는다면 정말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소설이다. 중요한 건 배가 누웠다는 사실이 아니다. 누운 배 따위가 없었어도 언젠가 이렇게 될 일이었다.

소설 속 한 문장 : 배가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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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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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Exhalation)
"숨(Exhalation)" / 테드 창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의도는 아니었으나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집에 이어서 또 SF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최근에 나온 테드 창의 신작인데 무려 17년 만에 나온 신작이라고 한다. SF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테드 창의 이름은 들어봤을 만큼 SF 소설계에서 유명한 작가라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지금껏 읽어본 SF 소설 중에 가장 특이하고 독특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총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아주 짧은 단편인 거대한 침묵이나 숨 같은 소설도 있고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같은 소설들도 실려있다. 길이와 상관없이 하나 같이 놀라웠던 점은 과학적 정합성이었다. 모든 소설들이 실제로 어떤 가정 하에서 과학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소설적 상상력에 기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을 넘기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없다. 현대의 밝혀진 과학 지식 하에서 어떤 가정, 혹은 설정을 추가하였을 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보통 SF 소설들의 경우 과학적 허점에 신경이 쓰여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숨"은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다.(필자의 경우 과학 쪽에 종사하다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일반인의 경우 오히려 과학 관련 용어들이나 정보들이 중간중간 흐름을 끊기게 할 수도....) 보통의 SF 소설들이 장르 소설의 특징을 가진 글에 SF적 요소들을 넣어서 버무린다면 이 소설집은 말 그대로 SF 소설이다. SF 자체가 중심이 되는 소설.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광선총과 최첨단 무기들을 들고 치고받고 싸우는 소설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중점이 된다. 사고 실험을 하는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이 소설집 속 모든 소설에서 보통의 SF 영화에 기대하는 장면들은 나오지 않는다. 참고가 되기를.) 흥미로웠던 소설 몇 개를 꼽자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는 가상의 인터넷 세상 속 인공지능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의 가상 반려 동물인 AI들에 대한 인간들의 여러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의 반려 동물, 혹은 아이들을 대하듯 사랑을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싫증 난다며 프로그램을 정지시켜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예 다른 용도(고문, 성적 학대, 노예 등)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온갖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면서 과연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과 존재 인식이 가능한 AI들이 나타난다면 인간은 그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또 대처해야 하는가를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경우 문자 문화가 없던 부족의 사람들이 문자를 대하는 방식과 먼 미래, 인간의 모든 기억을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글이 없는 부족이 글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방식, 기억의 망각이 자연스럽던 인간들이 기억을 망각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방식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새로운 기술이 과연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늘 벌어지는 가치관의 충돌이 먼 과거에도, 먼 미래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지막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평행 세계를 다루는 소설이다. 이제껏 많은 이야기들이 평행 세계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뤄왔는데(마블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평행 세계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것이 인간의 행동에 있어 어떤 식으로 실제로 영향을 끼치게 될지를 보여준다. 엄밀히 말하자면 평행 세계를 과학적으로 해석하였을 때 인간이 평행 세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분석에 가깝다. 평행 세계에 있는 나의 행동은 현실 세계에 있는 나의 행동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가? 이 곳의 내가 사람을 구하고, 평행 세계의 내가 사람을 죽인다면 결국 윤리적 행동의 총합은 변하지 않을 텐데 내가 사람을 구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런 철학적이자 과학적인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소설이다. 테드 창의 답이 궁금하다면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을 읽어보기 바란다. SF 소설, 아니 과학 소설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런 소설들이 조금 더 많이 세상에 나온다면 과학계가 아닌 다른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과학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과학은 유난히 전문가들만의 고유 영역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과학에 대한 아주 약간의 지식만 있더라도 현혹되지 않을 거짓 뉴스들, 사기 범죄, 조작 등에 많은 대중들이 넘어가곤 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이 단어 자체도 최근에 생겼다.)들이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대해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많이 부족하다. "숨"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단 재미는 충분하니 읽어볼 가치는 확보된 셈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선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 다음번에도 선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은 인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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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이현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이현우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들의 경험을 듣거나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란 직업이 가지는 신비성과 그들이 쓰는 글의 원천인 경험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독자가 작가의 경험을 접하는 방법은 그들이 쓴 에세이를 통해서다. 작가가 직접 자신이 겪은 것들을 글로 펴 내면 독자가 읽게 되는 것이다. 나도 보통 그런 식으로 여러 작가들의 경험을 접했다. 그러나 그 글들에는 작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은 새롭고 매력적인 관점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누구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국내 작가들의 생애와 그들이 살던 시대상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여 그 경험들이 어떻게 그들의 작품에 반영되었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전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비평서로 볼 수 있겠지만 전문적인 비평서처럼 일반 독자들이 읽기 어렵거나 난해하지는 않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로 풀어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가 '보통의 독자가 책을 통해서 한국 현대문학의 전개과정에 대한 조감도를 그려볼 수 있고, 개별 작품에 흥미를 갖게 된다면 저자로선 더 바랄 것이 없겠다.'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어디까지나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한국문학에 관심이 있으나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한국문학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알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 입문서로 추천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읽는 동안 여러 번 들었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은 1960년대부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열 명의 여성 작가를 다루고 있다.(물론 남성작가 편도 따로 있다.) 1960년대에는 강신재, 박경리, 전혜린을, 1970년대에는 박완서를, 1980년대에는 오정희, 강석경을, 1990년대에는 공지영, 은희경을, 2000년대에는 신경숙을, 그리고 마지막 2010년대에는 황정은을 대표 작가로 다뤘다.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세계문학의 흐름과 한국문학의 흐름을 비교하며 분석하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세계의 문학은 전근대에서 근대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진행해왔다. 계급적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종교에서 과학으로, 노동에서 돈으로, 숙명에서 자유의지로, 농업에서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역사의 방향과 궤를 같이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생기게 된다. 과학의 합리와 이성을 불신하는 종교인들, 계급이 사라진 사회에서도 여전히 계급주의에 묶여 사는 귀족들과 그에 반발하는 평민들, 숙명적으로 이어져 온 가문의 행로에 반발하며 고뇌하는 젊은이까지 온갖 종류의 갈등이 생겨나게 된다. 근대 소설이 담아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갈등과 그 갈등을 겪는 이들의 다층적인 내면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작가와 작품을 분석하는데 좋았던 건 뻔한 칭찬 일색의 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때로는 신랄하기까지 한 비판을 가하며 아쉬웠던 점, 부족한 점을 분석한 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야 할 길까지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박경리의 소설에 대한 저자의 평은 전근대적 세계관적 생명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을 보면 근대적 세계관을 거부하고 있다. 자본주의, 돈, 공업과 기계 등을 거부하고 땅과 노동, 생명에 머물러 있다. 근대 소설의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근대 소설은 이전부터 있어 왔던 치정, 숙명, 샤머니즘 및 토속적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써야 한다. 설령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 할지라도 상류 계급의 여성이 하층민을 사랑하게 되면서 전근대적 계급주의와 근대적 평등주의 사이에서 나타나게 되는 갈등을 다뤄야 하는 것이다. 전근대적 소설에도 있던 설정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계급주의가 사라져 가고 있는 근대 소설에서는 체념과 사랑 두 가지 선택지가 모두 가능하며 심지어 사랑도 주위의 비난만 견딘다면 당당하게 쟁취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렇기에 두 선택지 사이에서의 갈등의 끈이 팽팽하다.(전근대 소설에서는 사랑을 쟁취하려면 계급을 버리고 사랑의 도피를 하는 수밖에 없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은 좋은 소설일지는 모르지만 근대 소설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한다. 근대 이전부터 있어 왔던 치정 싸움, 비상을 먹고 죽은 엄마의 자식이라는 액운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숙명론적 세계관, 자본과 돈을 통한 성공을 배제하는 서사 등은 저자가 말하는 근대 소설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장가를 든 아버지에 대한 박경리의 분노, 제국주의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그녀의 경험 등이 근대적 세계관과 연결되며 그에 대한 거부가 자연스럽게 박경리의 소설에 나타난 것이라고 말한다. 상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추론이다. 이렇듯 근대 소설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들의 흐름을 분석하는 글은 독자들에게 한국 소설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박경리에 대한 부분만 이야기했지만 박경리 외의 다른 작가들에 대한 글도 흥미롭다. 작가들이 살던 시대와 생애를 객관적으로 톺아보며 작가들의 소설과 논리적인 연결점을 찾아내 합리적 추론을 해내는 과정이 얼핏 보면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남성작가 편>을 읽고 있는 중이다. 아직 앞부분밖에 못 읽었지만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한국 문학, 특히 190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한국 문학의 흐름을 전문적이지만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좋은 한국문학 입문서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책 속 한 문장 자기의 꿈을 포기하거나 잃어버리는 거세 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현실에 안착하는 것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p)32.📜6학년 마지막
방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였다. 이틀 전, 이 시간 쯤 내가 쓰러졌지 아마. 아, 그러고 보니 드레이코한테 고맙다는 말도 못했네. "아... 몰라." 나는 침대로 가 눈을 감았다. 빨리 내일이 오길 바라면서 나는 잠에 들었다. 나는 그 날 이후로 마법공부에 더 힘을 썼다. 해리 삼총사의 계획을 모른척 해야만 했고 점점 정체가 들어나는 죽음을 먹는 자로부터 안전해야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굴 만나지도 않고 강의실과 도서관, 기숙사를 왔다갔다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뛰어난 실력이군, 벨 양." 내가 오늘 수업받은 교수님들이 하신 말씀이다. 이제까지 악을 쓰며 공부한 보람이 있다. 기분 좋게 수업을 끝내고 도서관으로 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은 마법주문을.. 여깄다." 나는 아주 두껍고 오래된 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방어마법 부분을 피고 공부를 시작했다. 몸이 뻐근해 시계를 보니 8시 54분이었다. 필치씨가 기숙사로 점검 오시기까지 6분 남았다. 나는 급히 내 짐을 들고, 책을 정리하고 기숙사 쪽으로 뛰었다. 다행히 필치씨가 도착하기 전, 8시 59분에 도착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대충 정리를 한 뒤, 책상에 앉아 도서관에서 필기해뒀던 주문들을 살펴봤다. 거의 모든 주문이 일회성 주문이었다. '하지만 난 항상 방어가 되어있길 바래.' 그때, 마지막으로 필기된 주문이 눈에 들어왔다. "라투아 시라어뎀... 방어가 항상 걸려있게 하는 주문...걸리는 주문의 효력은 약하지만 주문이 쌓이면 강력해진다.." 이거야. 이거라면 할 수 있어. 나는 연습 삼아 작은 구슬을 집어들고 외쳤다. "라투아 시라어뎀." 그리고 공격주문을 사용했다. "리덕토." 성공적이었다. 구슬은 조금 금이가긴 했지만 부서지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 몸에 방어 주문을 걸었다. 매일 매일 걸다보면 나는 다치지 않을 수 있다. 필치씨가 다녀간 후인 9시 15분에, 나는 드레이코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나야, 드레이코." 드레이코는 문을 열고는 나를 방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드레이코는 자리를 내 주고는 말했다. "클로에, 마법 실력이 엄청 늘었던데?" "정말 열심히 했어, 곧 7학년인데 아쉬움 안 남게 하고 싶어서." "그래도 좀 쉬어가면서 해, 너 몸 상하겠다." "이 정도 했다고 몸 상하겠어? 다른 애들은 이것보다 더 열심히 해, 드레이코." "너 만큼 열심히 하는 애는 또 없어. 하여튼 넌 너무 극단적이야. 도무지 중간이 없다니까." "칭찬으로 받아드리면 되지, 드레이코?" "마음대로." 잠시 뒤, 나는 드레이코를 안으며 말했다. "우리 벌써 만난지 1년이네. 어떡하지? 난 네가 너무 계속 좋은데?" 드레이코도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정말? 큰일이네. 나도 그렇거든...여전히 좋아해, 클로에." 나는 드레이코의 귓가에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여전히 좋아해, 드레이코." 나는 드레이코와 그렇게 짧지만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6학년도 끝났다. 학교 생활이 1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번에 학교에 남는 학생들이 많았다. 드레이코가 가벼운 노크와 함께 문을 열며 말했다. "클로에, 짐 다 쌌어?" "당연하지. 너도 다 챙겼어?" "응. 근데 클로에, 너 나 안보고 싶겠어? 난 너 보고 싶을것 같은데." "저번 방학때처럼 이름없는 쪽지 보내면 되잖아." "그래도 얼굴보는거랑 글씨만 보는거랑은 다르잖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집에 가지 말까?" "아니야,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겠다. 보고 싶겠지만, 나보다 더 널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조금 참아야지." "쪽지 매일 써야겠네. 아, 드레이코 빨리가자. 자리 없겠어." 나와 드레이코는 짧은 포옹을 하고 항상 그래왔듯 각자의 집으로 또다시 향했다.
[친절한 랭킹씨] ‘이 사람이 내 상사였으면…’ 3위가 백종원, 1·2위는?
TV 속 많은 스타들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만큼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연예인에게 공인과 같이 엄격한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지요. 그리고 그중에는 여러 스태프, 동료와 함께하는 모습에서 유독 매력적인 리더십을 보이며 누군가에게 롤모델로 꼽히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각종 예능에서 활약하는 스타를 대상으로 직장인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연예인’을 꼽아본다면 과연 어떤 이름이 순위권에 오를까요? 이상적인 상사 유형과 그에 맞는 연예인은 누군지, 취업성공 플랫폼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대표 포털 알바몬이 함께한 설문 결과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직장인 790명 대상 ‘롤모델 상사’ 설문조사 조사 결과 7위부터 4위까지 순위권에 꼽힌 인물들을 보면 가수부터 배우,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에 그 면면 또한 화려했는데요. 7위는 트로트 경연 방송을 통해 후배들의 가능성을 응원하고 발굴하는 모습을 보여준 가수 장윤정이 꼽혔습니다. 해당하는 상사 유형은 부하직원의 성장을 독려하는 ‘후임양성형’으로 분류됐습니다. 6위는 고민상담 방송에서 현실적인 조언으로 활약을 펼친 ‘등대형’ 서장훈의 차지. 5위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방송을 이끄는 ‘소통형’ 신동엽이 올랐습니다. 4위는 음악 예능에서 군림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 유희열이 ‘공평무사형’ 상사로 선정됐지요. 본격적인 상위권인 톱 3에는 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꼽혔는데요. 3위에는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실무형’ 리더십을 보여준 기업인 겸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이 꼽혔습니다. 또 고희(古稀)를 훌쩍 넘기고도 예능 방송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편견 없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윤여정이 ‘열린마인드형’ 상사로 2위에 올랐지요. 이름만으로도 인정받는 여러 스타들을 제치고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 유형 1위를 차지한 사람은? 다양한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방송을 이끌어가는 국민MC 유재석이 ‘나침반형’ 상사로 꼽혔습니다. 이상 톱3 인물들은 세대별 순위에서도 대부분 상위를 차지했는데요. 세부적으로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유형에는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유재석은 20대 선호도에서, 윤여정은 3040 선호도에서 첫 번째로 꼽혔습니다. 또 백종원은 전 세대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40대 이상에서 유희열이 선호도 2위에 오른 점도 눈에 띕니다. 지금까지 직장인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이상적인 상사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여러분의 마음 속 순위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나요? 또 순위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여러분이 바라는 이상적인 상사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유형인가요? ---------- 글·구성 : 박정아 기자 pja@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 뉴스웨이 - 무단전재 및 재배포·코너명 및 콘셉트 도용 금지>
세상이 외면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5
소설은 허구입니다. 작가가 상상한 세계, 꾸며낸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죠. 하지만 이 허구, 상상의 세계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어떤 소설은 소설보다 더 현실적으로, 바로 보지 못했던 부조리와 참상을 일깨우기도 하죠. 세상이 외면했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소외된 세상 이야기와 마주하게 합니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 인권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미의 기준은 시대와 지역마다 다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죠. 이런 물음이 있었습니다. “이 기준이란 건 자연스럽게 생겨난 걸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왜 유독 한 쪽을 구속하는 형태로, 제약을 가하는 모습이 그렇게 많은 걸까?   이 소설은 중국 1000년을 지배한 미의 기준, 전족을 소재로 한 여성에 대한 억압과 강요된 미적 기준이 만든 갈등과 비극을 이야기 합니다. 전족을 하지 않으면 순탄한 삶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오랜 세월 남성들은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 하기 위해 여성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자율성을 빼앗고, 소유하는 것으로 권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자유를 찾으려는 여성들을 또 다른 구속과 제약에 빠지게 만드는 일도 쉬지 않았죠. 과연 이 소설 속 이야기를 옛 이야기, 중국이라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전족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제국주의 일본은 자신들이 미개했던 조선을 개화하고 발전하게 해주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주장이 계속되고 한국에서도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죠. 식민지란 문화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오로지 군사력의 강대함으로 세계를 바라본 결과의 하나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자유인가요.  이 소설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낙오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오지. 원주민은 동등한 인간이기보다 가축에 가깝습니다. 그 안에서 주인공은 갈등합니다. 백인의 세계와 원주민의 세계, 어느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이루지 못할 사랑을 꿈꾸죠.  세상에 정말 더 우월한 인종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판단은 어느 인종, 어떤 나라, 하나의 세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나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죠. 인간은 자신의 지배, 군림을 정당화 하기 위해 약자와 패배자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동등한 존재 가치를 지닙니다. 다름을 우월함으로 규정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버마시절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미국은 가장 부유한 나라, 가장 강대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인권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차별이 심한 나라, 빈부 격차가 큰 나라, 경직된 나라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죠. 가장 적극적으로 노예를 사고 팔았던 나라 역시 미국입니다. 그리고 그 미국의 흑인들이 자유와 권리를 얻은 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1960년 대 미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아이와 가정은 내버려둔 채 백인 가정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던 흑인과 그러한 차별과 부조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조용하지만 격렬한 혁명 이야기를 담고 있죠.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미국의 인권이 혁신적으로 향상되기를 기대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를 선택했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그 기세를 되찾았습니다. 평등과 자유를 위한 혁명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는 아니기에, 우리도 함께 해야만 합니다. 헬프1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전쟁과 갈등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은 피어납니다. 가난이나 신분의 차이도 우정이 싹트는 걸 막지는 못하죠. 그러나 그렇게 힘겹게 싹튼 우정은 때로 간단히 짓밟히기도 합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서로의 가슴에 안고 평생을 살아가기도 하죠.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전쟁과 갈등, 상처와 치유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우정을 맺지만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년과 전쟁으로 나라를 떠나야 했던 설움, 오래 전 지켜내지 못했던 친구와의 우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최후의 시도까지 감동적으로 그려내죠.  아무리 전쟁과 갈등이 좋은 소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전쟁이 없는 세상의 평화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소설이 주는 작은 감동에 비해 전쟁이 만드는 슬픔은 너무나 압도적으로 거대하니까요. 안심하고 우정과 사랑을 키워나갈 세상을 꿈꿉니다. 연을 쫓는 아이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지구 위의 생명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며 적응하고 발전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을 해치기도 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도 하면서요. 영화 <혹성탈출>은 진화한 영장류와 인간의 생존 경쟁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시대에 진화한 신 인류가 출현한다면 인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요? 이 소설은 신 인류의 출현이라는 사건을 소재로 합니다. 다른 인류가 가져올 지 모르는 위협, 반복되어온 생존 경쟁에서의 도태를 두려워하며 신 인류를 말살하고자 하죠. 다른 한 쪽에서는 신 인류를 지켜내고자 합니다. 현재의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신 인류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판단에서요.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진화한 생명, 가장 똑똑하고 지혜로운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혜로운 인간이 어떤 문제 앞에서는 이성적 판단력을 잃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하기도 하죠. 역사 속 수 많은 전쟁이 두려움에서 시작되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 세계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지금도 유효한 물음 아닐까요. 제노사이드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역사 속에서 다름은 차별과 억압, 지배와 살해의 정당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열등하기에 짐승을 죽이듯 죽여도 되고, 미개하기에 짓밟고 빼앗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성별의 차이에 필연적 차별의 근거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사실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앎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 아닐까요. 무료다운로드 >> https://goo.gl/XPpmDB
ep)31.📜화해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보였다. "클로에...?" 옆에서 드레이코가 눈물 자국을 보인 채로 날 바라봤다. "나..왜 이렇게 된거야?" 그때, 폼푸리 부인이 오며 말했다. "클로에, 너 쓰러졌었어. 말포이가 너를 업고 늦은 시간에 왔었단다. 지금은 좀 어떠니?" 머리쪽에 커다란 밴드가 붙어있었다. 나는 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괜찮아요, 근데 여기 밴드는.." "너 업혀왔을때 머리에 크게 상처가 나 있었단다. 피가 많이 흘렀었어. 다행히 지금은 피가 멈추고 회복되는 중이란다. 아, 그리고 이제 그만 가봐도 좋단다. 스트레스랑 과로가 조금 심해서 쓰러진거니까 건강 관리 잘 하고, 알겠지 클로에?" "네, 고맙습니다. 부인." 나는 양호실을 나와 슬리데린이 아닌 후플푸프 기숙사 쪽으로 향했다. 비록 언니 오빠들은 모두 졸업했지만, 그래도 지금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들과 공간은 후플푸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드레이코는 내 뒤를 계속 따라왔다. 나는 걷다말고 뒤 돌아보며 말했다. "왜 자꾸 따라오는건데? 나 지금 기숙사 가는거 아닌거 너도 알잖아." "맞아, 알아. 그리고 네가 후플푸프로 가고 있다는것도 알아." "근데 왜 자꾸 따라오는건데?" 드레이코는 내 옆으로 와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 또 쓰러지면 업고가야 할거 아냐. 안 그래?" "장난 치지 마. 나 장난 할 기분 아니야." 드레이코는 내 말을 듣고는 내 손 잡은 채로 퀴디치 경기장으로 갔다. 날이 조금 흐려서인지 퀴디치 경기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드레이코가 입을 열었다. "어제 우리 미룬 얘기 있었잖아. 그거 말해줘야 할것 같아서." "... 들을게, 말해." "너도 어제 봤다시피, 난 죽음을 먹는 자 표식이 있어. 너를 속이려고 한 건 아니야, 난 정말로 네가 위험해질까봐 그랬어. 너는 해리랑 가까운 사이라 위험한데 내가 죽음을 먹는 자라는걸 알면 더 위험해 질 수도 있거든." "그래서.. 날 지키려고 그랬던거야?" 드레이코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드레이코.. 네가 원하는 일이야?" "뭘 말이야?" "죽음을 먹는 자들, 그거 하는거, 네가 원해서 그러는 거냐고." "그건..." 드레이코는 대답을 망설였다. 나는 드레이코를 보며 말했다. "드레이코, 네가 그 일이 좋아서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굳이 뭐라 할 순 없겠지만 네가 원하지 않고 있다면 과연 그 곳에 있으면서 날 지킬 수 있을까?" "..." 나는 양손으로 드레이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굳이 날 지키려고 나에게 숨기려고 하지마. 내 몸 하나는 내가 지켜." 드레이코는 나를 말 없이 안았다. 나도 말 없이 그를 안아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우리는 서로를 떼어내며 동시에 말했다. "우리 들어갈까?" "드레이코, 우리 통했네?" "역시 내가 이렇게 내 여자친구랑 잘 맞다니까." "빨리 들어가자." 우리는 그렇게 나름대로 화해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책추천] 나와 우리의 가난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안녕하세요!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곳 플라이북입니다. 여러분은 가난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주제인데요. 힘들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에 대해 얘기를 들어볼 5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삶의 받침을 모르고 띄어쓰기를 틀렸다고 가난이라뇨 재활용품을 모으는 할머니를 통해 문제의식이 돋아날 책 가난의 문법 소준철 지음 ㅣ 푸른숲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https://bit.ly/3bEdM6o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하는지 몰라도, 이건 지키고 싶다 여유가 없는 만큼, 이참에 중요한 걸 분별해 보게 될 책 우아한 가난의 시대 김지선 지음 ㅣ 언유주얼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https://bit.ly/2MmMcSq 없는 것도 서러운데 목숨마저 위태롭다 누구는 불편할 뿐이지만, 누구는 상처 아니면 상실이다 재난 불평등 존 C. 머터 지음 ㅣ 동녘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https://bit.ly/3kqleWz 내 가난부터 세상의 가난까지 좀 제대로 알고 싶을 때 심도를 확대했다 축소하며 폭넓게 보는 가난의 지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ㅣ 생각연구소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https://bit.ly/37KYDih 부러질 듯한 사다리라도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오르는데 먼저 올라간 이들이 사다리를 걷어차는 걸 목격하게 된다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에릭 라이너트 지음 ㅣ 부키 펴냄 책 정보 보러가기👉 https://bit.ly/3bAq1kg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곳, 플라이북 👉 https://bit.ly/3sqtBUZ
이게 인생영화, '그린북' 솔직후기/리뷰/해설 (약스포주의)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입니다. 최근 화제인 작품이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찬사는 물론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데요. 왜 이걸 이제서야 봤나 싶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인물들의 환상적인 케미를 자랑하는 영화 '그린북'입니다. 정말 이 조합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왜 그렇게 모든 이들이 작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지 드디어 직접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이 둘의 조합으로 말할 거 같으면 자유로운 유대인과 섬세한 흑인의 만남입니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요? 셜리는 흑인이지만 힙합이 아닌 클래식을 연주하는 천재 음악가입니다. 토니는 이탈리아계 유대인이지만 찬송가가 아닌 주먹을 날리는 백인입니다. 보통의 편견에서는, 흔한 작품에서 보이는 흑인과 유대인의 이미지와 사뭇 다릅니다. 이렇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어색한 조합이지만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공감할 거예요. 돌직구의 유대인과 생각이 많은 흑인이라는 이 두명의 조합은 우월주의에 빠져있는 백인 둘의 조합을 월등히 뛰어넘는다는 사실을요. '을'과 '을'의 만남 처음부터 이 둘이 어울릴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토니는 보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성향이 짙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돈을 준다기에 흑인의 운전기사를 자처하게 되죠. 애초에 맞지 않는 퍼즐을 끼워놓은 모양새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계속보다 보면 이 둘이 서로를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둘은 모두 백인사회에서 '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셜리는 돈 많고 유명한 피아니스트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홀대 받습니다. 토니는 백인이지만 이탈리아계 유대인이면서 클럽 문지기나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자격지심을 키워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둘은 자신을 차별하는 백인을 위해 일하는 역설적인 위치에 놓여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듯 같은 모습을 느껴가며, 둘은 어느새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진심 티격태격하던 이 둘도 시간이 지나며 서로에게 진심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인물들의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하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죠. 예를들어 토니가 자신의 아내 돌로레스에게 안부차 편지를 쓰는 장면이 있습니다. 교양 있는 셀리는 내용을 더 로맨틱하게 바꿔주는데요. 처음에는 투박한 내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이 풍부해지는 덕에 돌로레스는 감동까지 받습니다.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던 토니의 수다력에 셜리는 어느새 적응을 하고 있었고, 주먹으로 화를 삭이던 토니가 셜리의 침착함에 폭력을 멈추기도 합니다. 겉만 보면 분명 인정하기 힘들었던 이 둘의 조합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진심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인종차별을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인종차별만을 비판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결핍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합니다. 제가 눈물을 흘린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에서 영화가 제시하고 싶은 문제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만한 편견이었고 또 다른 차별일 수 있죠. 차별 받는 누군가는 스스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진영에도 확실히 소속될 수 없었던 '애매한' 입장을 얻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의심해 버리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죠.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속해 있는 사람인가 의심이 든 적 있나요? 누군가는 매일 하는 고민일지 모릅니다. 타인의 배려도 공격으로 느껴지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지경에 이르죠. 이는 서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해에 부족때문입니다. 영화는 상대를 아는 척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대표적으로 돈 셜리로 대표되는 인물을 통해 전달되는데요. 그는 차별을 각오하고도 백인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해서 공연을 합니다. 굳이 차별을 마주하는 이유는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바로 그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용기 하지만 토니도 용기가 없는 인물은 아닙니다. 토니는 토니만의 가치관이 있고 '을'로서 살며 강인하게 박힌 철학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셜리와 토니가 가진 용기가 서로 다른 유형의 용기였기에 둘의 만남은 운명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토니는 차별에 대항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오로지 주먹이 먼저 나가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기 바빴죠. 대신 그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줄 아는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차별에 저항할 줄 알지만 외로움을 자처하는 셜리를 만나 서로에게 절실히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게 됐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이 둘의 조합은 완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인내심을 가져야 승리한다? 작중에서 셜리는 인내심을 가져야만이 차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본인이 여지껏 참고 버텨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품은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전통적인 백인 식당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자 둘은 흑인들이 주로 식사하는 식당으로 향하는데요. 융통성 없이 배척만 하는 백인사회와 달리 경계하지만 이내 받아들이는 흑인사회가 대비되기도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흑인사회가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라 '화합'이 정답이라고 봤습니다.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진정한 승리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사람의 진심은 숨기려해도 드러남을 알려주는 작품이었으니까요. 'Get Out' 'Liberty Heights' without 'GreenBook' 왜 차별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지금까지도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걸까요? 왜냐면 차별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생각조차도 '아는 척'에 불과하니까요. 직접 차별을 당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린북이 없이도 리버티헤이츠를 나가 화합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나갈 수 있는,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러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건 60년전이나 지금이나 더 편견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겠죠. 그 긴 여정에 큰 한 발자국을 남긴, 영화 '그린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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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인들과 평론가를 만났지만, 난 또 취해버렸지. 심지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이런. 핸드폰을 몇 번째 잃어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찾을 수 없겠지. 구글을 통해 위치 추적, 동선 파악을 모두 해보았더니 어제 우리가 모인 그 일대이기는 하다. 그러므로 택시에 두고 내린 건 아니다. 누군가가 습득을 하기는 한 건지, 아니면 길바닥 어딘가에서 혼자 고이 누워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전화를 걸면 신호는 가는데 받지는 않는다. 이런, 이런. 어제 만난 평론가는 내 시집의 해설의 써준 이다. 그는 나보다 어리지만, 그리고 상당히 귀여운 면모가 있지만, 아주 예리하고 단단한 평론을 쓴다. 그가 내 시집에 글을 보태주기로 정해졌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는 그러한 마음도 숨김없이 전했다. 나는 그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기 위해 와인 한 병을 샀고, 사는 김에 함께 마실 와인도 두 병 더 샀다. 어제 우리를 초대한 시인은 집에 이미 맥주를 준비해놨기 때문에, 술이 섞였고, 그 덕에 취해버렸지. 시적 고민이나 문단의 세태 등 깊은 얘기들이 오갔고, 나는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이들의 문학적 고집이 좋았다. 나는 시로부터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는데. 나는 시에 취하지는 못하고, 술에만 잔뜩 취해버렸다. 아 참, 고양이 ‘밤’이도 함께였다.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듯 나는 밤이에게 츄르를 먹였다. 까만 고양이 밤이는 털이 고왔고, 그 윤기가 흡사 말 같기도 했다. 밤이는 귀엽고, 나는 취해버렸지. 아, 어째야 할까. 어째야 해. 남의 핸드폰을 습득했으면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대체 왜 이러한가. 내가 잃어버리고 남 탓하기. 내가 지금 두려운 것은, 내 핸드폰 안에 지금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뭔가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리고 난 취해버렸지. 역시 술이 웬수다. 아니다. 마신 놈이 웬수지 술이 무슨 죄가 있겠나. 근데 내일도 술 약속. 이번 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시 쓰는 사람들이다. 내일 만나는 사람들은 시인들은 아니지만 시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사람들이다. 그중 한 사람은 사실 아직 등단을 안 했을 뿐, 어지간한 시인들보다 시를 잘 쓴다. 그 친구의 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내 취향을 저격한다. 그에게도 말했지만, 그는 아마 잡문을 써도 시적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태생적으로 시가 내재된 사람들. 또 한 사람은 시에 대한 열정이 상당한데,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언젠가 교수님이 보여준 어떤 좋은 시를 읽고 그 앞에서 펑펑 운 적도 있다고 한다. 그도 다른 의미로 그 안에 이미 시인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친구들은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좋은 시인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어제 그렇게 취했나? 그렇지, 취해버렸지. 나는 취해버렸다. 내일을 마지막으로, 술 약속은 당분간 없는 걸로.
7년의 밤
'7년의 밤' / 정유정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심장을 쏴라나 7년의 밤의 경우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 또한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소설인데 두꺼운 책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읽어 버렸다. 속도감이 굉장한 소설이었다. 댐 문을 열어 아예 마을 하나를 침수시켜버린 희대의 살인마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 그가 있는 곳마다 최서원이 살인범의 아들임을 알리는 편지가 도착한다. 도대체 누가 보낸 것이고 왜 이러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의문의 편지. 결국 최서원은 살인자의 아들이란 꼬리표를 달고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학교와 집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과거 아버지가 댐 경비를 설 때 알게 된 안승환과 함께 살게 된다. 주변의 시선을 이기지 못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최서원. 뛰어난 잠수실력의 다이버이자 작가 지망생인 안승환과 함께 살던 최서원은 우연히 안승환이 쓰던 글을 보게 된다. 그 글은 자신의 아버지 최현수가 댐 문을 열어 세령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킨 날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을 읽어 나가던 최서원은 점점 감춰져 있던 그 날의 진상에 다가가게 된다.(더 쓰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여기까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뇌리 속에 가장 깊게 박힌 인물은 오영제였다. 소설 내의 절대적인 불가해의 악역. 그는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소시오패스이자 최서원의 아버지 최현수와 대립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소시오패스의 행동과 사고 흐름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러면서도 공감하지는 못하게, 거의 완벽에 가깝게 서술해 낸 정유정 작가의 필력과 사전 정보 조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이렇듯 자연스럽게 서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생각해 볼 부분을 많이 던져준 인물은 최현수였다. 사실 오영제란 인물은 소설 내에서 너무 절대적이고 확실한 악으로 그려져서 크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없었지만, 최현수란 인물은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저 근원 깊은 곳까지 질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현수는 오영제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댐 문을 열어 세령마을을 침수시키고 그 곳에 사는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필자는 과연 내가 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생각해 보았다. 내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수많은 타인들의 목숨을 뺏어야만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뺏은 최현수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기에 도저히 한 쪽을 선택하기 힘들었다. 여기서 다른 한 가지의 윤리적 의문이 또 들었는데, 소수와 다수의 목숨의 가치에 관한 의문이었다. 소설에서와 같이 내 아이의 목숨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한 사람의 생명과 수백명의 생명을 저울질해본다면?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생명을 희생하는 게 정당한 것일까. 눈 앞에 있는 한 사람을 죽이면 수백명이 목숨을 구한다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을까. 필자는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과연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주제의식과 재미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고 극찬 받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답게 서사의 재미와 흡입력, 인간 본연의 가치와 윤리에 대한 질문, 이 두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 재미있는 페이지 터너이자 책을 모두 읽고 덮었을 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7년의 밤을 꼭 읽어보시길. 주관적인 별점 : 5점 (흠잡을 곳이 없었다.)
10년 경력의 히키코모리를 채용한 회사 썰
우리회사는 채용면접을 전부 내가 담당하는데 과거에 딱 한명 전직 히키코모리를 채용한 적이 있다. 이력서를 처음 봤을 때 35세였는데 경력 공백이 10년 이상이었다. 보통은 망설이지 않고 서류심사에서 떨어트렸을 텐데 왜 그 타이밍에 우리회사에 응모했는지 흥미가 돋아 면접에 불러봤다. 처음 만난 인상은 햇볕을 쬐지않은 콩나물처럼 비실비실한 청년이었다. 사람은 태양을 보지않으면 이렇게나 하얘지는구나 싶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회사가 맞지않아서 바로 퇴직하고 그때부터 계속 히키코모리 생활을 시작해 집에서 게임만 하다보니 10년이 지났다고 했다. 응모 이유를 들어보니 그속에는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마음과 각오가 보였다. - 양친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 - 더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 일할 기회가 온다면 죽을 각오로 하고싶다 - 자신을 바꾸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매우 불안한듯이 말하면서도 눈동자 속에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도심에 있는 일류기업이라면 채용면접에서 그 사람의 실적이나 기술레벨, 인간성을 보겠지만 우리같은 회사의 채용면접에서 그런 짓을 하면 채용할 사람이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강한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는 딱 맞는 사람이었다. 얼마간 불안은 있었지만 내 사람 보는 눈을 믿고 파트타이머인 창고 작업원으로 채용하고 이틀후부터 일하기로 했다. 출근 당일 정말로 출근할지 어떨지 왠지 나까지 두근두근하면서 회사에 가보자 거의 샤우팅에 가까운 레벨로 사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날부터 그는 10년 경력의 히키코모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창고안을 종횡무진 달리면서 어떤 일이든 열심히 임하는 자세에 회사내의 평가도 아주 높았다. 처음 월급을 받는 날에 그는 내게 일부러 찾아와서 감사인사를 하며 가족을 데리고 식사를 하러 갈거라며 기쁜듯이 말했다. 그로부터 몇개월이 지났을 때 그가 내게 매우 긴장된 표정을 짓고 찾아왔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내게 그런 표정을 짓고 오는 직원은 거의 100% 사직서를 가지고 왔다. 이봐, 모처럼 그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회의실로 데려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불안해하면서도 그는 "매일 충실한 직장생활을 하니까 너무 즐겁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고싶다. 그러니까 정직원으로 채용해주면 좋겠다" 는 내용의 상담을 했다. 나는 너무 기쁜나머지 울어버릴 정도였다! 그 자리에서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정직원으로 등용을 결정했다. 그후 정직원이 된 그는 점점 더 활기차게 일하게되어 창고에 관한 일이라면 그에게 물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 어느날 회사에 어떤 여성분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직 히키코모리인 그 직원에 대해 할 말이 있으니까 내게 직접 이야기를 하고싶다고 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의 어머님이었다. 그가 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된 뒤부터 집안에서도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라고 울면서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딱히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나까지 기뻐서 울었다. 사람을 고용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라고 배우게 된 일이었다.  출처 멋지다.. 알아봐준 고용주도 대단하고 본인도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