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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오랜만에 읽은 SF 단편집이다. 사실 SF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자주 읽지도 않는다.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SF 소설을 읽을 때 마음 편히 읽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설 내 설정의 정합성을 따지는 바람에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순수한 집중을 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 단편집도 그런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SF와 다른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조금 더 편히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총 일곱 권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차례대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작품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였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가 개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이주한 행성으로 가지 못하게 된 안나라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냉동 수면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인 안나는 슬렌포니아라는 행성계로 남편과 아들이 먼저 이주한 상태에서 자신은 지구에 남아 연구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당시 워프 버블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다른 은하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지만 그 기술로도 다른 은하에 도달하기까지는 여전히 몇 년, 혹은 몇십 년의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서는 냉동 수면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나가 냉동 수면 기술을 거의 완성했을 때쯤 워프 항법이 아니라 웜홀 통로를 이용하는 항법이 개발된다. 웜홀 통로는 우주에 이미 뚫려 있는 통로였고 그 통로를 이용하기만 하면 되었기에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인 항법이었다. 하지만 웜홀 통로 항법은 이미 우주에 존재하는 웜홀 통로만 이용할 수 있었고 슬렌포니아 행성은 웜홀 통로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위치한 행성이었다. 결국 웜홀 통로 항법이 개발되면서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방법은 점점 사라져 갔고 안나가 냉동 수면 기술을 완성한 이후에는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거의 없었다. 결국 안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될 때까지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지 못하고 언제일지 기약 없는 슬렌포니아 행 우주선을 기다린다. 영원히.

이 단편은 기술의 변화로 소외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분명 먼 미래,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한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묘하게 현재와 겹쳐 보인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계의 트렌드를 생각하며 읽었다.(사실 과학에 트렌드가 존재하는 것이 납득할만한 사실인가도 의문이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충당할 과제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맞춘 연구를 해야 한다. 돈을 후원하는 입장에서는 이슈가 되고, 홍보가 되고, 유명한 저널에 올리기 쉬운 논문이 나올 연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어떤 시기에는 암, 몇 년 후에는 치매, 또 몇 년 뒤에는 심장병. 그런 트렌드의 변화에 맞물려 진행되던 연구가 돈이 부족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특히 우리나라 과학계가 그런 면이 많다.) 그렇게 트렌드에 맞지 않는 연구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 연구들에 희망을 걸던 암 환자들, 치매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은 영원히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는 연구임에도 실낱 같은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결국 트렌드에서 멀어진 병을 가진 환자들은 소외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의 트렌드인 심장병 연구에만 돈이 지원되기 때문에.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몸을 개조해 극한 상황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사이보그 그라인딩이라고 부른다.) 우주 터널을 통과할 수 있는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것이 주 설정이다. 주인공 가윤은 1차 사이보그 그라인딩 우주비행사였던 자신의 우상, 재경을 보고 이 프로젝트에 지원해 합격한다. 우주비행사 선발 당시 재경은 작은 키에 이미 아이가 있는 데다(심지어 비혼모다.) 나이도 많은 동양 여성이었고 많은 비난에 직면했었다. 성별과 인종 쿼터를 신경 쓴 선발이다, 재경의 실력과 자격이 부족하다는 비난들에도 재경은 꿋꿋이 버텨내 인류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여 당당히 모든 훈련을 소화해냈고 안타깝게도 마지막 우주 터널 통과를 위한 우주비행선이 폭발하면서 사망한다. 가윤은 그런 재경을 한없이 동경했고 자신이 사이보그 그라인딩 우주비행사로 뽑힌 사실에 감격한다. 하지만 우주 터널 통과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폭발 사고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재경은 사실 우주 비행선에 타지도 않은 상태였고 사이보그 그라인딩이 끝난 몸을 가지고 심해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가윤은 뒤늦게 알게 된다. 재경과 친엄마만큼이나 돈독한 사이였던 가윤은 그 사실이 보도되자마자 엄청난 비난에 직면한다. 결국 가윤도 재경처럼 도망칠 것이다, 가윤도 무언가 자격 미달인 점이 있을 것이다 등등. 하지만 가윤은 재경처럼 도망치지 않고 그 모든 비난을 뚫어낸다. 결국 터널 너머의 우주를 본 첫 번째 우주비행사는 가윤이었다.

이 단편은 소수자에 대한 시선의 양면적인 뒤틀림을 보여준다. 고령의 동양인 비혼모 우주비행사인 재경은 대중이 기대하는 표준적인 우주비행사가 아니다. 한없이 표준에서 먼 곳에 있는 존재, 소수집단의 일원인 것이다. 
재경에게는 소수집단이(실제 숫자에서든 사회적 관점에서든) 받는 양면적인 시선이 끝없이 가해진다. 한쪽에서는 분명히 제대로 된 우주비행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자격미달이다 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한쪽에서는 여성의, 비혼모의, 동양인의 우상, 소수집단의 희망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그 양립할 수 없지만 양립하고 있는 비난과 기대를 모두 저버리고 사라진 재경에 의해 오히려 가윤은 보호받는다. 가윤은 재경보다는 표준에 가깝고, 이미 재경에 의해 가윤에 대한 기대는 한껏 내려간 상태이기에 가윤은 훨씬 담담하게 사이보그 그라인딩 프로젝트에 임하고 실제로 우주 터널 통과까지 성공한다.

우리는 소수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비난하는 대중과 찬사를 보내는 대중이 우리에게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것도 동시에. 소수집단이든 다수 집단이든 아무 차이 없이 대하는 것이 분명 정답일 테지만 아직도 우리는 많은 편견과 차별에 사로잡혀 있고 그런 이상이 이루어질지도 알 수 없다. 이 소설은 SF, 먼 미래라는 탈을 쓰고 현실을 꼬집는다. 과연 나는 재경과 가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곧 현 사회의 소수집단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로 이어진다.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이다.

이 소설집은 다른 SF 소설들과 약간 다르다. SF적인 요소들을 불러와 먼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음에도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SF 소설의 장르적인 특징과 순수문학의 주제의식을 잘 섞어서 흥미롭고 새로운 유기체를 만들어 냈다. 김초엽 작가의 두 번째 책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해진다.

소설 속 한 문장 :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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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체력단련
안녕하세요! 슬금슬금 또 나타난 optimic입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솔직히 여름보다는 이런 날이 공포 이야기를 읽기에 더 좋은 거 같아요! 이번에는 단편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더라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댓글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새벽. 위병소. 도현과 민기는 위병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중이었다. 조금 늘어진 채로 구석에 서서 지루하다는 듯이 서 있는 도현과는 달리, 민기는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서서 추위를 견디는 중이었다. -흐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도현은 지루한 표정으로 민기를 쳐다봤다. - 야. - 일병! 박 민 기! - 야씨. 새벽에 누가 그렇게 크게 말하래. 뒤질래?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한심하다는 듯 민기를 쳐다보는 도현의 눈에는 지루함 이외의 어떤 감정도 찾을 수 없었다. 문득, 이 지루함을 깨버려야 겠다는 듯 도현의 눈빛이 바뀌며 민기에게 말을 걸었다. - 야. 재밌는 얘기 해줄까? - 재밌는 얘기 말씀이십니까? - 그래 이 새꺄. 경계하면서 잘 들어봐. 도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몇 년 전에 우리 중대에서 가혹행위 때문에 난리 났던 거 들었냐? - 잘 모르겠습니다. - 그 당시에 완전 고문관 새끼가 하나 있었나봐. 체력도 허약하고, 말도 못 알아먹고.. 존나 어리버리 해서 시키는 건 다 지 좆대로 하고. 도현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민기를 한번 슬쩍 쳐다봤다. 민기는 긴장한 채 호기심 섞인 눈으로 도현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 어느 날, 아침 구보를 뛰는데 그 고문관이 또 낙오를 했대. 남들 다 잘 뛰어가는데, 그 새끼만 존나 헥헥대면서 맨 뒤로 쳐져서 기다시피하면서 왔다는 거야. - 근데 선임들이 그거 보고 빡 돌아서, 존나 팬 다음에 체력 단련을 시켰다더라고. - 어떤 체력단련 말씀이십니까? 도현은 민기의 얼굴 앞에 손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는 시늉을 했다. - 연병장 뺑뺑이. 주말 아침부터 오후까지. - 헉...간부들한테 안걸렸답니까? - 간부들이야 주말에 출근도 잘 안하고, 당직사관들도 워낙 이 새끼가 고문관으로 유명해서 그냥 묵인했대. 선임들이 체력단련 시키고 온다고 하니까 고생하라고 그러면서. - 근데 그 때가 8월이었단다. 대가리 벗겨지게 더운 여름에, 하루종일 물도 못 먹게 하고 달리기만 하 니까 결국 오후에 걔가 쓰러졌대. - 헐... - 사실 애초에 수색대 애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 쉬고는 못하는데, 낙오하던 애한테 그걸 시킨 게 미친거지. 한계는 이미 넘었는데도 선임들이 옆에서 때리고 욕하니까 무서워서 계속 움직였대. - 헐... - 하도 뛰다가 몸이 말을 안 들으니까 양 발을 질질 끌면서 뛰어서 연병장 라인에는 발자국이 아니라 타이어를 끈 듯이 발을 끈 자국이 가득했다더라. 온 몸이 말라 비틀어진 채로 쓰러져서 결국 그대로 죽어버리고, 우리 부대 한 번 개박살 났었다고 하더라. - 와... 선임들 진짜 너무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를 하던 도현. 민기의 방탄모를 손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 - 그러니까, 내가 가끔 갈궈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솔직히 나 잘해주잖아? - 마.. 맞습니다! - 아 이 새끼. 마음에서 안 우러나오는 거 같은ㄷ... -탁 -탁 -타탁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도현과 민기는 잽싸게 경계 자세를 취했다. - 당직사관인가보다. 암구호 외칠 준비해라. - 알겠습니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민기는 연병장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 정지! 정지! 손들어! 그러나 연병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탁탁 뛰는 발걸음 소리는 새벽 바람과 함께 점점 멀어져 갔다. - 뭐야. 당직사관 아니야? - 잘 모르겠습니다! - 아이씨. 모르면 군생활 끝나? 어둠이 깔린 연병장을 보며 긴장하는 도현과 민기. 민기는 여전히 발소리를 향해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탁 -타탁 -탁 불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는 다시 점점 가까워졌다. 도현과 민기는 긴장한 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연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그 때. 빠른 속도로 탁탁탁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위병소 옆을 뛰어 지나갔다. 사람인지 뭔지 모를 형체는, 군용 활동복을 입은 채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 으악! 씨발 뭐야! - 소...손들어! -탁 탁 탁 탁 위병소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처럼, 발소리도 다시 희미해져갔다. - 뭐..뭐야... - 가..간부가 운동하는 거 아닙니까..? 도현은 침을 한번 삼키고 연병장을 쳐다봤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겠다는 듯. - 넌 간부가 이 시간에, 활동복 입고 구보 뛰는 거 봤냐..? - 아...그..그럼...? -스으윽...지직 -스으윽...탁 -지익....탁 정체불명의 소리는 다시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아닌, 무언가를 끌고 가는듯한 소리. 힘겹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롭지만 공포스러운 소리가 차디 찬 공기를 업고 위병소를 향하고 있었다. 도현과 민기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병장을 쳐다봤다. - 이 씨발 누구야!! 그만 안 해! - ...니다... -탁 - 안 그러겠...습니다... -스으윽 - 죄..송...합니다... -쿵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이 어둠을 뚫고 빠르게 달려와 도현과 민기의 눈 앞에 나타났다. 바싹 마른 몰골에 피범벅이 된 채 이리 저리 휘어져버린 발을 끌고 위병소 안으로 들이닥친 그는 도현과 민기의 위로 쓰러졌다. - 으..으악!!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도현과 민기의 귓가에 숨을 몰아쉬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이제 그만 뛰어...도 되..겠습..니까..?
단편 : 여름의 주홍빛 녹색
“언니, 저 그 새끼랑 헤어졌어요.” “잘했어. 똥차 가면 벤츠 온다. 언니 말 믿어.” 조그만 술집에서 여자 둘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안주는 두부 김치 하나.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아직 멀쩡해 보이는데 똥차랑 헤어졌다는 동생은 이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소주병이 셋이나 되는 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동생은 아까부터 하던 똑같은 하소연을 세 번째 시작한다. 소주 한 병당 한 번 꼴이다. “그 새끼가, 아니 그 개새끼가 또 바람피웠어요. 그 썩을 똥차 새끼가! 진짜 쓰레기 아니에요? 바람피운 거 아주 무릎 꿇고 싹싹 빌길래 두 번이나 용서해 줬는데 세 번째 또 바람피운 거 알았을 때는 진짜 내가 화도 안 나더라고요. 그것도 똑같은 년이랑 세 번을 피웠어요. 그게 말이 돼요?” 앞에 앉은 언니는 동생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고 있다. 세 번째 듣는데도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들어주는 언니에게 동생은 울분을 토한다. “내가 나보다 이쁜 년이랑 피웠으면 말도 안 해. 그 만들어지다 만 것 같이 생긴 년이 뭐가 좋다고. 진짜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네. 개만도 못한 새끼. 그래서 진짜 제가 그래, 두 번이니까 봐주자, 삼세번까지는 참아보자 했는데 역시나 세 번째가 왔어요.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더니. 진작 차 버렸어야 됐는데.” “그래 잘했어. 사실 오지랖 같아서 말 안 하고 있긴 했는데 나도 너한테 진작 헤어지라고 하고 싶었어. 입 근질거리는 거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언니와 동생이 동시에 소주를 원샷하고 잔을 내려놓는다. 빈 잔을 채우는 동안 잠시 조용하다. 쪼르륵, 소주가 잔에 차오른다. 동생이 크 소리와 함께 입에 두부와 김치를 함께 집어넣고 씹으며 말한다. “진짜 그 새끼는 제 인생에 길이길이 남을 새끼에요. 살다 살다 그런 똥차는 또 처음 만나봤어요.” “그래, 곧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걱정 마.” 동생이 씹던 두부와 김치를 꿀꺽 삼킨다. “근데 언니는 지금까지 남자 몇 명이나 만나 봤어요?” “나? 한 네다섯 명 정도?” “언니는 그중에 누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역시 첫 남자 친군가?  “제일 기억에 남는 남자?” “저는 아무래도 이 똥차 새끼만큼 기억에 남을 놈은 없을 거 같아요. 어떤 쪽으로든.” 동생이 킥킥대며 웃는다. 맞은 편의 언니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잔에 찰랑찰랑 채워진 투명한 소주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남자는 그중에는 없어.” “엥? 그럼 누군데요?” “우연히 만났던,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 금요일 오후 2시 여자는 예식장을 나왔다. 딱히 할 일도 없는 백수 처지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예식장에서 혼자 꾸역꾸역 밥까지 먹고 나오기에는 여자의 면피가 그렇게 두껍지 못했다. 그저 적당한 금액의 축의금을 내고 축하해요 오빠라는 말을 신랑에게 전한 뒤 조용히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박수 몇 번 치고 나왔지만 그래도 나름 지인의 결혼식이라 꽤나 차려입고 나왔다. 이렇게 꾸며 본 지가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백수는 생활 반경이 점점 좁아진다. 백수 연차가 찰수록 만나는 사람도 없어지고 같이 취업 준비를 하던, 가끔 만나 소주 한 잔 하며 신세 한탄하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회사의 일원이 되어간다. 백수가 아닌, 번듯한 바깥세상의 사람을 만나기에는 자신이 이 사회의 짐덩이 같은 존재라는 걸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만나자는 연락이 오면 한참을 고민하다 미안, 내가 좀 바빠서 라는 답을 보내기 일쑤다. 백수 연차 3년 차가 지나가는 여자가 남색 원피스를 입고 밖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사실 여자의 계획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취업을 위한 인적성 평가 문제집을 풀고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막상 예식장에서 나온 여자는 눈 위에 손으로 차양을 만든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날이 너무 좋았다. 햇빛은 따갑지 않고 따뜻한 빛의 입자를 온 거리에 뿌렸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흔들릴 때마다 빛의 입자들은 더 잘게 부서지며 초록색 사이로 반짝거렸다. 문제집과 인강, 면접 예상 답변 만들기가 기다리고 있는 어두운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씨였다. 그렇지만 여자에게는 딱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가야 할 곳도 없었다. 그렇게 한 자리에서 한참 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했다.  ‘평일 서울 혼자 갈만한 곳’  검색 결과들이 주르륵 떴다. 경복궁 나들이, 서울숲, 북촌 한옥 마을, 동묘 벼룩시장 등등 온갖 키워드들이 어지럽게 스마트폰을 가득 채웠다. 화면을 슥슥 내리며 살펴보던 여자의 손이 멈췄다. 여자의 엄지 손가락이 화면을 한 번 터치하자 잠시 후 한 블로그가 화면에 나타났다.  ‘평일 오후 고전영화’ 누군가가 일기처럼 쓰는 블로그인 것 같았다. 제목 밑으로 어떤 영화를 봤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두 문단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여자는 글에 나온 영화관의 이름을 다시 검색했다. 종로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걸으면 바로 그 영화관이었다. 위치 바로 밑에 뜬 상영 정보를 보니 처음 보는 제목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3시에 상영되는 영화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여름의 녹색’ 지하철역은 오른쪽이었다. 여자는 종로역에서 내려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관 정문 오른쪽에는 오늘의 상영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13:00 기름과 물은 섞이지 않는다 15:00 여름의 녹색 17:00 그믐달 전부 처음 들어보는 영화들이었다. 저 셋 중에는 여름의 녹색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자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조그만 매표소가 있었고 그 옆에는 사람이 없는 매점도 있었다. 꽤 넓은 공간 안에 움직이는 사람은 여자뿐이었다. 매표소 안의 직원은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잠들어 있었다. 여자는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매표소로 걸어갔다. 여자가 창구 앞에 섰음에도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는 직원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저기요.”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부르자 직원이 흠칫 떨더니 일어났다. 입가 오른쪽에는 침이 살짝 묻어있다. 직원은 소매로 침을 쓱 닦고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거 드릴까요.” “여름의 녹색 하나 주세요.” “네, 팔천 원입니다.” 아직도 팔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자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 내밀었다. 여직원은 이천 원과 티켓을 함께 건넸다. 분홍색 티켓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이십 분 전부터 입장 가능하세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티켓을 보았다. 이렇게 티켓으로 된 영화표를 받아 본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자는 영화 티켓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영화관에서는 티켓이 아니라 영수증 겸용의 흐물흐물한 종이 영화표를 주기 시작했고 영화 티켓을 모으곤 하던 그녀는 그런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취미 하나를 잃어버렸다. 전에 티켓을 모으던 상자가 있었는데 어디 있더라. 여자는 그 상자에 이 분홍색 티켓도 넣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을 보니 2시 50분이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매점으로 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한 병 집어 들었다. 여자는 매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직원을 찾았지만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여자는 겉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한 생수를 들고 다시 매표소를 찾았다. 직원은 그 사이 머리를 박은 채 잠들어 있었다. 여자는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직원을 깨웠다. “저기요.” “에!” 직원은 대답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다시 일어났다. 검은 머리끈으로 질끈 묶은 그녀의 머리가 마치 달리는 말의 꼬리처럼 흔들렸다. “깨워서 죄송해요. 매점에 아무도 안 계셔서요. 이거는 어디서 계산하면 되나요?” 여자가 생수를 들어 보이며 묻자 직원은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말했다. “아, 그냥 저한테 돈 주시면 돼요. 생수 천 원이에요.” 여자는 지갑에서 아까 받은 이천 원 중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직원은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돈을 받았다. 이제 2시 58분이었다. 관은 하나였다. 적어도 헷갈릴 일은 없어 보였다. 상영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스크린에서는 영화 감상을 위한 에티켓을 티켓에 있는 것과 같은 캐릭터가 설명하고 있었고 좌석은 텅 비어 있어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관 안에서는 어릴 적 잡동사니를 쌓아 놓던 먼지 쌓인 다락방의 냄새가 났다. 여자는 티켓에 적힌 좌석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중간 열의 제일 왼쪽 좌석에 가서 앉았다.  여자는 자리에 앉은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발견했다. 자신의 반대편, 오른쪽 끝 좌석에 남자 한 명이 앉아있었다. 구석이라 처음 들어올 때 못 본 것 같았다. 이 작은 관 안에는 왼쪽 끝의 여자와 오른쪽 끝의 남자 둘 뿐이었다. 남자는 한 달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3년간 사귀었던 연인은 한순간에 참 싱겁게도 헤어졌다. 두 달 전부터 남자의 연인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아무리 메시지를 남겨도 1 표시만 사라질 뿐, 답은 오지 않았다. 3년을 사귀는 동안 그녀는 절대 집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었고 일하는 곳도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그녀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무시하면 도저히 만날 방법이 없었다. 남자는 연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커피에 시럽을 몇 번 넣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하나도 모른다는 걸 연락이 단절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처음부터 그녀는 이런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한 달 전, 내내 1만 사라지던 카톡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오늘 저녁 6시 반, 함께 자주 가던 카페에서 만나자는 메시지였다. 반쯤 포기하고 있던 남자는 한 달 만에 온 그녀의 메시지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회사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았다. 6시가 되자마자 회사를 나온 남자는 카페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고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녀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던 한 달 동안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카페에 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흘렸고 도착해서는 카페가 있는 건물 안 화장실에서 5분간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 6시 반에 앞에 앉은 차가운 얼굴의 전 연인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6시 35분, 커피가 나오기도 전 그녀는 카페를 떠났고 남자는 혼자 자리에 앉아 앞에 두 잔의 커피를 놓은 채 1시간 동안 창 밖을 쳐다봤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남자는 그 후 일주일 동안 매일 다른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술이 떡이 되어서 원룸에 들어와 씻지도 않고 침대에 엎어져 잠들었고 다음날 아침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출근했다가 퇴근 후 다시 술을 마셨다. 일주일 뒤에는 함께 마실 친구가 없어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마른오징어를 사 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그렇게 술에 절어 지낸 지 이 주가 지나 남자는 갑자기 일상으로 돌아왔다. 카페에서 헤이즐넛 라떼를 시키는 여자를 볼 때마다, 커피에 시럽을 세 번씩 짜는 사람을 볼 때마다, 호두과자를 먹을 때마다, 검정치마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블 영화 광고를 볼 때마다 누군가 떠오른다는 점에서는 아직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이 볼 때에 남자는 완전히 원래의 남자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아직도 가끔 밤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들곤 하는 남자는 갑작스러운 두통 때문에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에 들렀다. 딱 병원 점심시간이 끝나는 1시 반에 맞춰서 갔더니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 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신경성 편두통이라는 진단과 함께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술, 담배 당분간 줄이시라는 아무나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약국에 들러 약봉지를 받아 들고 나왔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제 오후 2시였다. 남자는 예상치 못하게 남아버린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 근처에 가끔 갔었던 영화관이 있었다. 독립 영화나, 인디 영화, 예술 영화들을 상영해주는 영화관이다. 이 영화관은 항상 오후 1시, 3시, 5시에 각각 한 번씩 영화를 상영했었다. 1시간 안에 간다면 3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원래 그곳에 종종 영화를 보러 가곤 했다. 전 연인이었던 그녀를 데리고 두 번 정도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그녀는 왜 저런 영화를 보는지 모르겠다, 하나도 재미없다 라며 남자를 타박했다. 그녀 덕분에 둘의 데이트 때 보는 영화는 항상 토르, 헐크,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물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데이트가 없을 때 그녀가 말한 왜 보는지 모르겠는 재미없는 영화를 혼자 보러 가곤 했다.  회사 근처 병원과 영화관은 가까웠다.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가서 도착하는 시간이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남자는 걷기로 했다. 점심이 지나 어정쩡한 시간, 회사원들은 이미 사무실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에 남자는 거리를 혼자 걸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걷는 남자는 햇살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최근 한 달간 햇빛을 몸으로 받아 본 일이 거의 없었다. 해가 그 빛을 완전히 뿜어내기 전에 출근했고 붉은빛 외의 다른 빛들은 모두 사라진 반쪽짜리 햇빛을 받으며 퇴근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는 점심이 한참 지나 일어나서 TV를 좀 보다가 밤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그대로 잠들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낮 거리는 생각보다 한적했고 햇빛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30분 정도 걷자 영화관이 보였다. 땀이 나서 정장 상의를 벗은 남자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영화관 안에 들어섰다. 영화관은 냉방이 되고 있는지 시원했다. 남자는 익숙한 걸음으로 매표소로 향했다. 남자는 자고 있는 매표소 직원을 불렀다. “저기요.” 직원이 졸린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직원이었다. 항상 여기 계시던 아저씨는 잘리신 건가. 직원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로 남자는 약간의 생경함을 느꼈다.  “3시 영화 하나 주세요.” 남자는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직원이 카드를 받아 긁자 직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수증이 나왔다. 직원은 영수증과 티켓을 함께 건넸다. “영화 시작 20분 전부터 입장 가능하세요.” 남자는 네라고 대답하며 티켓과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직원은 변했지만 분홍색 티켓에 그려져 있는 캐릭터는 그대로였다. 그녀가 이 영화관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 이 분홍색 티켓이었다. 남자는 물끄러미 티켓을 쳐다보다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직 2시 40분이 되기 조금 전이었지만 남자는 상영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래 묵은 건물에서 나는 냄새가 반가웠다. 그녀가 싫어하던 이 냄새를 남자는 좋아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상영관에 들어온 남자는 중간 열 오른쪽 끝 좌석에 앉았다. 항상 이 곳에 올 때마다 남자는 그 자리에 앉았다. 애초에 사람이 많이 오는 영화관도 아니거니와 몇몇 오는 사람들도 거의 한가운데 자리에 앉았기에 중간 열의 오른쪽 끝 좌석은 남자의 지정석이나 다름없었다. 앉아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스크린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길에 보답이라도 하듯 조금 뒤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정장 상의를 옆 좌석에 대충 걸쳐놓고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했다.  같은 광고가 두세 번씩 나오기를 두세 번 반복하고 나서 영화 관람 에티켓과 대피 경로 등을 티켓에 있는 것과 같은 캐릭터가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낯선 빛이 뒤에서 들어왔다. 남자는 몸을 돌려 뒤를 보았다. 한 여자가 상영관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상영관 밖의 흰 빛이 여자의 뒤에서 비추고 있었다. 푸른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내며 상영관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상영관의 문이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점점 가늘어진 흰 빛은 문이 완전히 닫히며 사라졌다. 남자의 시선은 움직이는 여자를 따랐다. 여자는 구두 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걸어서 남자의 정 반대편, 왼쪽 끝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여자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를 향했던 시선을 스크린으로 돌렸다. 왜 여자의 눈길을 피했는지 남자도 알 수 없었다.  앞에서 날아다니는 캐릭터가 사라지고 상영관이 암전 되었다. 상영관 안에는 오른쪽을 보고 있는 여자와 스크린을 보는 척하는 남자가 있었다. 탁, 탁, 타다다다다다.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오래된 필름 영화가 스크린에 투영되었다. 여자는 스크린에서 반사된 빛이 스민 남자의 왼쪽 얼굴을 보았다. 선이 가늘고 부드러운 남자였다. 영사기에서 쏘아지는 빛의 줄기에 떠다니는 먼지들 너머로 보이는 남자의 왼쪽 얼굴은 눈길을 잡아 끄는 힘이 있었다. 갑자기 남자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여자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바라봤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하고 있었다. 오래된 일본 영화였다. 시간이 쌓인 영화라서 인물이나 배경의 선이 뚜렷하지 않고 부드럽게 뭉개졌다. 여자는 요즘은 볼 수 없는 필름 영화의 미흡한 기술력에 의한 부족한 뚜렷함과 선명함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 시골 마을의 무더운 여름 풍경이 펼쳐지더니 마루에 앉아 밖을 구경하는 남자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이는 일본어로 물었다. “엄마, 여름은 왜 녹색이야?” 엄마가 대답했다. “여름이니까.” 아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 아래 따뜻한 색감을 입혔다. 여름이란 온통 녹색인 시골의 남자아이와 도시에서 전학 온, 사계절이 회색이었던 여자아이가 만나 매미 소리가 울리는 녹색 산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여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영화의 색감에 빠져들면서도 문득문득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그때마다 남자는 스크린에서 반사되는 빛에 녹색, 흰색, 노란색으로 물든 얼굴로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을 때 남자가 살짝 자세를 고쳐 앉으면 여자는 다시 스크린으로 얼굴을 돌렸다. 여자의 눈은 영화를 보면서 머리는 자신이 왜 자꾸 저 남자를 쳐다보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학생 때처럼 얼굴을 보고 한눈에 반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여자는 스크린에 나타난 초점이 맞지 않는 나뭇잎의 뭉그러진 녹색을 보며 생각했다. 이 공간과 시간이 주는 아무 의미 없는 우연 때문이 아닐까. 하필 오늘, 이 곳에서 이 오래된 일본 영화를 보고 있다는 기억을 공유하는 것은 텅 빈 영화관의 여자와 남자 둘 뿐이었다.  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자꾸 바라보는 이유에 대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뒤로 남자의 왼쪽 얼굴을 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 생각을 한 직후, 여자가 영사기에서 쏘아지는 빛의 궤적과 그 속에서 떠다니는 먼지들을 넘어 남자의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초점을 맞췄을 때 남자도 스크린이 아니라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잠깐, 먼지 하나가 유영하며 영사기가 쏘아낸 빛의 궤적을 이탈하는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둘의 눈이 마주친 찰나의 시간 동안 어떤 감각이 흘러가고 흘러왔음을 느꼈다.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제대로 얼굴을 식별하기조차 어려웠지만 분명히 여자와 남자 둘 다 알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한 채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은 의미 없는 단순한 시선의 스침이 아니었다. 남자는 가끔씩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본다는 것과 자신이 살짝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여자가 시선을 거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가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려 여자의 오른쪽 얼굴을 보았다. 긴 생머리에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시골의 소년과 도시에서 온 소녀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을 하는지, 이 시간에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이유는 무엇인지,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는 좋아하는지,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영화는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도시에서 온 소녀는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할 때보다 조금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소년은 내일 도시로 떠나는 소녀에게 말했다. “시즈코. 녹색 여름은 어땠어?” “회색 여름보다 훨씬, 훨씬 좋았어.” 소년이 소녀에게 네 잎 클로버를 내밀었다. “그때 못 찾았던 네 잎 클로버야. 이게 있으면 도시에서도 여름은 녹색일 거야.” 소년이 내민 네 잎 클로버를 소녀가 받아 들었다. 카메라가 점점 녹색 네 잎 클로버로 줌인되더니 그 위로 하얀 일본어 글씨가 떠올랐다. ‘여름의 녹색’ 화면이 검게 변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영화관에 어두운 노란색 조명이 켜졌다. 여자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른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오른쪽을 보자 남자가 한 팔에 정장 상의를 걸치고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두 걸음 정도를 남겨두고 멈춰 섰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말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요?” “뭘 어떻게 돼. 그냥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졌지. 그리고 끝이야.” “뭐 전화번호나 그런 거 안 물어봤어요?” “응. 안 물어봤어.” “아니 그럼 그 여자분한테 왜 커피 마시자고 한 거에요?” “그냥. 영화가 재밌었는지 궁금했거든.” 남자는 여자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나이도 물어보지 않았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는지, 원래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를 좋아하는지, 이 영화관에는 가끔 오곤 하는지를 물어봤을 뿐이다.  “아니, 형. 남자가 돼 가지고.” “야, 닥치고 술이나 마셔.” 남자는 앞에 앉은 동생의 입을 소주잔으로 막았다. 빈 소주잔에 남자가 소주를 따랐다. 투명한 액체가 꼴꼴꼴 소리를 내며 잔에 채워졌다. “그 여자분 어떻게 사는지 안 궁금해요?” 남자가 대답했다. “조금 궁금하긴 하지. 그래도 안 물어보길 잘한 것 같아.” 남자는 가끔 여자가 생각났다. 그저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를 같이 마셨을 뿐인데도 여자는 남자의 머리에 강렬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여자가 떠오를 때는 항상 그때의 기억 전부가 함께 불려 왔다. 그 날 거리를 걸을 때의 따뜻한 햇빛과 영화관에서 났던 오래된 건물의 냄새, 타닥거리는 영사기의 소리와 영화관에 떠다니던 먼지들까지 모든 것들이 되살아나면 그 가운데에 여자가 있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그녀도 가끔 이렇게 나를 떠올릴까? 그 날의 영화와 날씨와 감각이 머릿속에서 나와 함께 재생될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잔 하자.”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청명하게 울리고 남자는 소주잔을 비웠다. 남자가 소주잔을 내려놓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술집 창문 밖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여름밤, 나뭇잎은 가로등 빛에 물들어 주홍빛 녹색이다.
새마음 요양원 15
안녕하세요 빙그러님들 ^^ 불금 즐기시라고 15편 올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새마음 요양원 15] 눈을 몇번을 손으로 문지르고 봤지만 창문곁에 서있던 여자는 분명 수정이었다. 놀란마음에 심호흡을 몇번 하고나서 핸드폰을 다시 꺼내 올리자 온몸에 피칠갑을 한 수정이 5층 어떤 방에 서있었다. 핸드폰의 줌을 당겨 그녀를 자세히 보자 그녀는 지현을 보면서 뭐라고 말하는 것 처럼 입모양을 움직였지만 가까이서 듣지를 못하는 그녀는 뭐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에 동영상을 재생시켜 두기로 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수정의 모습을 촬영하는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다시 올려다본 그곳에는 수정이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뒤를 살펴보자 아까 한참을 찾아도 없었던 영민이 서 있었다. “ 권기자님. 어떻게 된거에요 한참 찾았잖아요. “ “ 아 미안해요 지현씨. 너무 곤히 잠드셨길래 저라도 먼저 길을 나섰어요. 그치만 좋은소식이 있어요. 지현씨가 찾고있었던 그 차량. 제가 찾은거같아요 “ “ 네? 수정이네 차를 찾았다구요? 어디에 있어요? “ “ 그 캠핑장 근처에 있었어요. 그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가 못찾았었나봐요 “ “ 네? 그때 캠핑장 근처는 대충 살폈던거 같았는데…. “ “ 일단 같이 가시죠. “ 캠핑장 근처는 분명히 뒤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쪽 지리를 완벽히 모르는 지현에게는 아마 다 못가본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영민이 안내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 가려하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핸드폰 줌을 당겨 5층을 비춰봤지만 더 이상 수정의 모습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 핸드폰으로 왜 같은곳만 계속 찍으세요? “ “ 아… 제가 뭘 본거 같은데…. 육안으로는 잘 안보여서요. 그런데 아니었네요 . “ “ 그렇군요 . 일단 차부터 보실까요. “ 뒤를 돌아 길을 잡는 영민의 뒷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길을 나서는 지현이었다. 차를 정말로 찾은거라면 그 차안에서 어떻게든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비가 온 사이에 우거지게 자란 풀을 밟으며 조금씩 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저멀리 캠프장 주차장이 보이는걸 보니 이 근처인 듯 했다. “ 저기에요 ! “ 영민이 소리치며 풀을 헤치고 뛰기 시작했다. 덩달아 지현의 발걸음도 급하게 바뀌어 달려가보았다. 그곳에는 렌터카로 표시된 허라고 적힌 번호판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지현은 렌터카의 번호판과 외관을 사진을 먼저 촬영했다. 이것이 수정의 일행이 타고온 차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차 번호를 그때 적어두었다던 관리소장에게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 외관을 이리저리 살피며 촬영하던 지현은 뭔가 차량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지현은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 조금 두리번 대다가 차량을 보며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째서 차량이 깨끗해 보이지 . ‘ “ 차가…. 너무 깨끗한거 같지 않아요? “ “ 차가 그분들이 타고온게 맞는지는 렌터카에 확인을 해봐야 하니까요. 현재로선 근처에 방치된 차량은 이거 한대였어요. 뭐가… 이상하세요.? “ “ 아니… 어제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는데 어째서 차량이 이렇게 깨끗한건지… 풀이고 흙이고 막 날라와서 더러워졌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지현이 평소에 좋은 기자로서의 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할순 없지마 이건 누가봐도 수정의 차량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깨끗하고 심지어 너무 풀을 밟고 올라온 흔적이 선명했다. “ “ 그러고보니… 좀 그런거 같기도하고… 오히려 비 때문에 좀 씻겨갔을지도요. “ “ 아니에요. 타이어도 그렇고 너무 방치된 느낌이 없어요. “ “ 그런데 아까 제가 관리자님께 물어봤을때는 주차 목록에 있는 차량이라고는 했어요. “ “ 관리소장 까지 만나셨어요? 그.. 정진규씨? “ “ 만난건 아니구 통화만요. 차 발견하고 혹시 캠프장 관계 차량일까봐 먼저 확인부터 해봤죠. 전화로 통화 했을때는 그때 목록에 적어두셨던 차는 맞다고 하셨어요. ‘ 뭔가 개운하지않는 느낌에 지현은 탐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누가봐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차의 외관과 무엇보다 비가 온 후 뭉그러졌어야 하는 바퀴 자국은 아직도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찜찜함의 지현의 잔뜩 인상을 쓴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건 어제는 그렇게 둘러봐도 찾을수 없었던 차량이 어째서 오늘은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걸까. 정말 어제 없었던 게 확실할까. “ 전화를 해봐야 알겠지만 저 차는 수정이껀 아닌거 같아요. 외관도 너무 깨끗하고 보아하니 아침에 세워진 느낌이네요 . “ “ 그런가요. 저는 잘… 혹시 모르니 더 조사 해보도록 해요. “ “ 어제는 분명히 이 차 없었던거 같은데… “ 말끝을 흐리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차를 살피던 지현에게 영민이 되물었다. “ 네? “ “ 아 아니에요. 어제 빗속이었지만 차는 분명히 못봤던거 같은데. 이상하게 오늘 차량이 발견됬다는게 신기해서요. “ “ 어제는 두분이 너무 비를 많이 맞으셔서 모르셨을 거에요. 어제 전 지나가면서 이거 비슷한 차량 본거 같은데… “ “ 그랬나요? 그런데 왜 어제 말씀 안해주시고… “ “ 처음엔 저도 캠핑장 관계 차량인가 보다 했죠. “ “ 아 그러셨구나… “ 흠. 어제 이렇게 눈에 띄는 차량을 발견하고도 수연과 지현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러모로 수상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취재를 도와주는 영민이 뭔가를 숨긴다고 하기엔 지현과 붙어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카메라로 차를 여러 차례 촬영하던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으로도 수상한 부분을 여러 곳 촬영했다. “ 일단 이 차량 여기 적혀있는 굿모닝 렌터카에 한번 더 문의해봐야겠네요 “ “ 네. 확인이 필요할거같네요, 관리소장님이 발견하신 차량이 수정이 차가 맞는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 이슬이 내려와 서늘하게 지현의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눅눅한 풀숲에는 불날일은 없을거라며 지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통화를 하고 다음 조사할 곳을 정해야 했다. 핸드폰을 켜 굿모닝 렌터카의 전화번호를 누르자 영민이 지현의 핸드폰을 뺏았다. “ 제가 걸게요. 육지 잡지사에서 취재 나왔다고 하면 아마 안알려주실수도 있어요. “ “ 아 그렇네요.. 영민씨가 한번 물어보세요 그럼 “ “ 좀 추우시죠? 통화할 동안 이거라도 드세요. “ 영민은 손에서 보온병에 든 커피를 건넸다. 담배를 피던 손을 두고 나머지손으로 보온병을 잡은 지현은 아직 따뜻한 커피의 온기에 감탄했다. [ 네, 제주 향기 권영민 기자입니다. 실종자를 찾는 중인데 해당 차량이 렌트한사람 이름을 알고 싶어서요. ] [ 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량입니다. ] [ 네? 아… 그렇군요. 이름말고 그럼 언제 렌트된 차량인지만이라도 알수 있을까요? ] [네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은 영민은 지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 개인정보라서 차량 렌트인 이름까진 알려줄수 없답니다. 실종신고가 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고… 그대신 언제 렌트 되었는지는 알려줬는데 약 한달전이래요. “ “ 한달전이라면… 수정이가 실종된 시기랑 일치하긴 하네요. 이럴때 수연이가 있어야 하는데…수연이가 정보를 좀 더 줘야할거같은데 같이 갔던 일행들도 모르고 렌트를 누가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애매하네요… “ “ 렌터카 회사로 가보도록 해요. 가서 어떻게서든 렌트한 일행들 정보 알아내고. 수연이네가 맞다면 이 차 문 강제로라도 개방해달라고 해서 단서를 좀 찾죠. “ 아무래도 기분이 좀 이상했다. 렌터카 회사에서 실종신고가 되지 않으면 정보를 알려줄수 없다는 말이 좀 이상했다. 기분탓인가. 뭔가 이상하게 분위기가 돌아가는 기분을 지울수가 없는 지현이었다. “ 렌터카 회사가 멀지않아요. 한 20분만 차 타고 나갔다오면 되겠어요. “ “ 그렇구요. 어서 가보도록 해요 .” 먼저 길을 나서는 지현은 아까 금방 비벼끈 담배가 생각이 나질 않는건지 기어이 한대를 또 꺼내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오는 찜찜함인지 알 길이 없으나 점점 조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한모금 길게 빨며 머리가 띵해오는 것을 느꼈지만 지현은 밀려오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가 없었다. . . . 차를 타고 한참을 가던 중, 지현은 지난번에 본인이 꾸었던 수정의 꿈이 생각나 잠깐 어깨를 털었다. 그 꿈이 주는 공포가 크기도 했고 그 운전석에서 봤던 남자가 어쩐지 얼굴이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 자꾸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 저기 지현씨 물어볼게 있는데요. 지현씨 자꾸 꿈에 누가 나오는거에요 ? “ “ 네?????? “ 창문을 바라보며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지현에게 영민이 조심스러운 질문을 했다. “ 저번에 제 차에서 발작 하셨을때도 지현씨 엄청 목졸림 당하는거 처럼 괴로워했잖아요. 누구 부르는것처럼 하면서요. 그때 대체 꿈에서 뭘 보신거에요 ? “ “ 아.. 그날 놀라셨죠 . 제가 요즘 좀 악몽을 꾸다 보니.. 죄송했어요. “ “ 혹시… 지금 우리가 찾고있는 그 수정이라는 실종된 친구랑 관계가 있는 꿈입니까? “ “ 추측은 일단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더 조사해봐야 알거같아요 “ “그렇다면 그날은 더 무서운 꿈 꾸신거겠네요. 괴로워 하셨잖아요. “ “ 네. 수정이가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꿈이었어요. 그때 전 잠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분명 옆에 있는게 영민씨 인줄 알았는데 글쎄 운전석에 다른 사람이 있지 뭐에요… “ “ 운전석에 있던 사람 혹시 …. 인상착의 생각나세요 ? “ “ 아니요. 꿈에서 깨고 나니까 얼굴은 잘 기억이 안나요. “ “ 그렇군요……….. 실종자가 그사람들한테 당했다고 생각하세요? “ 엇.? 뭔가 이상했다. 영민의 대화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라고 생각되는데 뭐지. 이 부자연스러움은.. 지현은 생각했다. ‘ 난 여럿이라고 말한적이 없는데… ‘ “
'국가부도의 날' 관전포인트, 영화 솔직후기/리뷰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입니다. 오늘부로 모든 시험이 종료됐습니다ㅎㅎ 당분 간은 영화 많이 보고 후기 남길 수 있겠어요~~어예 시험끝나자마자 바로 영화관 뛰어가서 혼영한 후기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당 오늘의 영화는 '국가부도의 날'입니다. 사실 제가 태어난 후 3년 후에 있었던 일이기에 저는 자세한 사건을 모르기에 항상 궁금하기만 했었는데요. 자세하고 정확하진 않을 수 있으나 영화로나마 그때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품은 개봉하고나서 사실왜곡이라는 비판도 받았죠. 저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기에 뭐라 말씀도 못 드리고 어디가 잘못됐다 정확히 알지도 못합니다만 문학적 허용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보긴 했습니다. 영화이기에 어느 정도의 허구와 소설은 감안을 해야겠어요ㅠ 영화 자체의 관전포인트를 위주로 리뷰를 쓰려해요! 저는 작품을 볼 때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 장면마다의 의미를 해석하려 노력하는 성격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가장 먼저 들어오는 부분은 국가가 부도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는 고위관리자들의 '무능력'입니다. 이건 뭐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노골적이고도 해학적으로 그들의 무능력을 그려냈습니다.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의 부족한 실무능력은 사실도 저러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합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실제모습은 차이가 있으니 무조건적인 일반화는 피해야겠죠? 두 번째 관전포인트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요즘 이슈를 신경쓰는 영화들은 대부분 여성들의 능력과 여성들이 받은 무시를 작품에 넣는 추세입니다. 이 작품도 그러한데요. 특히나 여성의 대표로서 이번엔 김혜수 씨가 활약했습니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너무 멋있더군요. 영화 내내 집중해서 봤습니다. 정말 보는 내내 화가 났던 것은 여성을 20세기 후반이었음에도 여성을 사회적 참여자로 인지를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실제는 더 심각했었을 수도 있겠는데요, 남성의 과도한 비하와 편파적인 시선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분통을 사는 부분입니다.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한 가장의 책임감입니다. 가장이 누구든 그 때의 빚을 감당하기에는 누구나 버거운 현실이었죠. 자살률이 그 당시 전년도 대비 42%의 상승은 그때의 국가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수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착하고 착실하게 살아도 벌을 받아야 하는 비탄스러운 현실에 난간에 몸을 맡기려는 충동은 무거움을 견뎌야 하는 가장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푼돈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돈이 한 순간에 종잇조각이 됐다면, 가족을 부양할 전재산이 하루아침에 예고도 없이 사라진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나요? 영화는 이러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설득을 잘 시켰습니다. 유독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며 미소를 지을 때 누군가는 아무 잘못도 없이 맞이한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극 중 한 가족의 가장은 가족들을 신경쓰며 자살을 고민한 그 순간까지도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ㅠㅠ 지금은 평범했던 일상도 그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의심'의 덕목을 강조합니다.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평범한 지금 이 순간마저도 의심하라고 말합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순간은 또 오고 있으며 위기란 항상 우리 곁에 상주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극 중 김헤수 씨의 명언처럼 말입니다. 두번의 같은 패배는 없어야겠죠? 같은 슬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같은 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강해져야 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때와 다름을, 이제는 순진하게 당하지 않음을 보여줄 단계입니다. 영화에 비해 아쉬운 흥행이 안타깝네요ㅠㅠ엉엉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었습니다.
SF소설에 입문하고 싶다면? 이 시리즈!
SF 장르의 소설이 처음이신가요? 그렇다면 입문용으로 읽기 좋은 시리즈를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그전에 SF를 먼저 설명해드려야겠죠? SF 장르란? SF는 공상과학이라는 뜻으로 Science fiction의 약어이며 미국에선 보통 '싸이 파이(sci-fi)'라고 부릅니다. '공상'과학은 상상을 다루기 때문에 SF소설은 과거의 지구, 미래의 지구 혹은 지구가 아닌 우주의 영역 등에서 일어날 법한 기발한 일들을 다루죠. 어떻게 보면 그냥 공상에 불과하고 쓸모없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F만큼 정치적인 장르도 없는데요. 현실과 멀리 떨어진 만큼, 현실의 특정부분을 상상력을 발휘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의료기술이 발달해 죽지 않는다면? 핵전쟁 때문에 인간은 지하에 숨어서 생활하고 지상에서는 로봇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과 같은 가정으로 인간 군상의 행동을 상상해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드러나는 거죠. SF장르의 시작은 허버트 조지 웰즈 작가의 1895년작 "타임머신"으로 볼 수 있는데요. SF의 시초 같은 느낌의 소설이죠. 그리고 그즈음으로 공상과학소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필립 K. 딕, 테드 창, 러브크래프트, 레이 브래드버리, 커트 보네거트 등등이 있고 그외에도 SF작가는 매우 많죠. 그렇다면 이 장르를 어떻게 입문해야 할까요? SCI-fan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SCI-fan 시리즈는 전자책으로만 나오고 대부분이 단편에서 중편의 분량입니다. 70편이 넘게 나왔으며 유명한 작가들이 포진해 있죠. 우리나라는 SF소설을 유통할 때 "휴고 상"이나 "네뷸러 상"을 받은 유명한 작품들만 번역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SCI-fan 시리즈는 잡지에 짧게 연재되거나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습니다. ∗휴고 상: 매년 최우수 과학 소설과 환상문학 작품에 대해 수여하는 과학소설상 ∗네뷸러 상: 미국 SF환타지 작가 협회가 매년 수상하는 문학상 SCI-fan 시리즈는 단편이라도 한 편씩 팔다 보니까 무료도 많고, 500원 정도로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비싼 편도 3000원 정도죠. 여기에 한 가지 꿀팁! 알라딘 같은 곳에서 얼마 어치를 사면 사은품을 주는 행사를 할 때 몇 권의 책을 샀는데도 1~2000원이 모자라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 SCI-fan 시리즈의 책을 사면 거의 딱 맞게 그 금액을 맞출 수 있어요ㅎㅎ SCI-fan 시리즈의 또다른 장점은 분량이 짧다 보니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읽기가 매우 좋다는 겁니다. 여기에 각 작가들이나 테마 별로 모아놓은 몇 가지 팩이 따로 있어서 취향에 맞게 여러 편들을 모아서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필립 K. 딕 작가의 팬이라면 필립 K. 딕 팩을,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팬이라면 스페이스 오페라 팩을 구매해서 관련된 책만 읽을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우주를 모험하면서 벌어지는 서사를 다루는 장르. ex) 스타워즈 참고로 디스토피아 팩에는 아인랜드 작가의 "형제들의 궁전"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그곳은 '나'와 '너'라는 단어 대신 '우리'와 '너희'만이 사용되고 사람을 부를 때 이름대신 일련번호를 쓰는 디스토피아 적인 세계로 그려지고 있죠. 아인랜드 작가는 미국의 보수주의와 객관주의에 큰 영향을 준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니 디스토피아의 세계관을 좋아한다면, 이 책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디스토피아: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부정적인, 불행한 세계를 뜻한다. SF 소설에 입문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SF에 관심은 있는데 장편은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다면. SF 장르의 소설을 읽는 게 망설여지는 분이 있다면. 이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같은 출판사에서 미스테리 컬렉션도 찾아볼 수 있어요. 그리고 가끔 오탈자가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해주시고 봐주세요! 그럼 SCI-fan 시리즈가 여러분의 SF 입문에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이 외면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5
소설은 허구입니다. 작가가 상상한 세계, 꾸며낸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죠. 하지만 이 허구, 상상의 세계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어떤 소설은 소설보다 더 현실적으로, 바로 보지 못했던 부조리와 참상을 일깨우기도 하죠. 세상이 외면했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소외된 세상 이야기와 마주하게 합니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 인권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미의 기준은 시대와 지역마다 다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죠. 이런 물음이 있었습니다. “이 기준이란 건 자연스럽게 생겨난 걸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왜 유독 한 쪽을 구속하는 형태로, 제약을 가하는 모습이 그렇게 많은 걸까?   이 소설은 중국 1000년을 지배한 미의 기준, 전족을 소재로 한 여성에 대한 억압과 강요된 미적 기준이 만든 갈등과 비극을 이야기 합니다. 전족을 하지 않으면 순탄한 삶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오랜 세월 남성들은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 하기 위해 여성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자율성을 빼앗고, 소유하는 것으로 권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자유를 찾으려는 여성들을 또 다른 구속과 제약에 빠지게 만드는 일도 쉬지 않았죠. 과연 이 소설 속 이야기를 옛 이야기, 중국이라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전족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제국주의 일본은 자신들이 미개했던 조선을 개화하고 발전하게 해주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주장이 계속되고 한국에서도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죠. 식민지란 문화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오로지 군사력의 강대함으로 세계를 바라본 결과의 하나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자유인가요.  이 소설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낙오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오지. 원주민은 동등한 인간이기보다 가축에 가깝습니다. 그 안에서 주인공은 갈등합니다. 백인의 세계와 원주민의 세계, 어느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이루지 못할 사랑을 꿈꾸죠.  세상에 정말 더 우월한 인종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판단은 어느 인종, 어떤 나라, 하나의 세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나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죠. 인간은 자신의 지배, 군림을 정당화 하기 위해 약자와 패배자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동등한 존재 가치를 지닙니다. 다름을 우월함으로 규정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버마시절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미국은 가장 부유한 나라, 가장 강대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인권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차별이 심한 나라, 빈부 격차가 큰 나라, 경직된 나라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죠. 가장 적극적으로 노예를 사고 팔았던 나라 역시 미국입니다. 그리고 그 미국의 흑인들이 자유와 권리를 얻은 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1960년 대 미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아이와 가정은 내버려둔 채 백인 가정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던 흑인과 그러한 차별과 부조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조용하지만 격렬한 혁명 이야기를 담고 있죠.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미국의 인권이 혁신적으로 향상되기를 기대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를 선택했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그 기세를 되찾았습니다. 평등과 자유를 위한 혁명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는 아니기에, 우리도 함께 해야만 합니다. 헬프1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전쟁과 갈등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은 피어납니다. 가난이나 신분의 차이도 우정이 싹트는 걸 막지는 못하죠. 그러나 그렇게 힘겹게 싹튼 우정은 때로 간단히 짓밟히기도 합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서로의 가슴에 안고 평생을 살아가기도 하죠.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전쟁과 갈등, 상처와 치유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우정을 맺지만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년과 전쟁으로 나라를 떠나야 했던 설움, 오래 전 지켜내지 못했던 친구와의 우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최후의 시도까지 감동적으로 그려내죠.  아무리 전쟁과 갈등이 좋은 소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전쟁이 없는 세상의 평화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소설이 주는 작은 감동에 비해 전쟁이 만드는 슬픔은 너무나 압도적으로 거대하니까요. 안심하고 우정과 사랑을 키워나갈 세상을 꿈꿉니다. 연을 쫓는 아이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지구 위의 생명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며 적응하고 발전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을 해치기도 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도 하면서요. 영화 <혹성탈출>은 진화한 영장류와 인간의 생존 경쟁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시대에 진화한 신 인류가 출현한다면 인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요? 이 소설은 신 인류의 출현이라는 사건을 소재로 합니다. 다른 인류가 가져올 지 모르는 위협, 반복되어온 생존 경쟁에서의 도태를 두려워하며 신 인류를 말살하고자 하죠. 다른 한 쪽에서는 신 인류를 지켜내고자 합니다. 현재의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신 인류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판단에서요.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진화한 생명, 가장 똑똑하고 지혜로운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혜로운 인간이 어떤 문제 앞에서는 이성적 판단력을 잃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하기도 하죠. 역사 속 수 많은 전쟁이 두려움에서 시작되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 세계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지금도 유효한 물음 아닐까요. 제노사이드 자세히보기>> https://goo.gl/XPpmDB 역사 속에서 다름은 차별과 억압, 지배와 살해의 정당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열등하기에 짐승을 죽이듯 죽여도 되고, 미개하기에 짓밟고 빼앗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성별의 차이에 필연적 차별의 근거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사실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앎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 아닐까요. 무료다운로드 >> https://goo.gl/XPpmDB
명작의 탄생, '조커' 영화 솔직후기/리뷰/해설/쿠키영상/관객수예상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예요~ 비도 오는 김에 친구랑 감자탕을 먹었어요. 영화관이 앞이길래 영화도 보러 갔어요.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갔던 하루였네요. 근데, 결과는 대만족이었어요. 10월달 화제의 영화, '조커'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사실 우리는 히스레저의 조커가 더 익숙합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지만 범접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크나이트의 배트맨과 비슷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죠. 처음에 조커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이전의 그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죠. 그런데 직접 보고 온 지금, 저는 2명의 조커를 섬기게 됐습니다. 그도 사람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커는 무자비하고 냉소적이고 살인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 작품은 조커의 탄생비화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탄생의 배경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던지는 야유, 인간에게 던지는 물음과 같은 어둡고 깊은 내면의 주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결국 조커라는 캐릭터도 원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괴물이 된 조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영화는 설득합니다. 보통은 설득이 안 되고 허무맹랑하나 이번엔 2시간 내내 그의 힘에 매료됐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라 쓰고 고담으로 읽는다 배트맨과 조커의 화려한 싸움을 혹시라도 생각한다면 그런 기대는 접으시길 바랍니다. 액션은 얼마 나오지 않고 폭력보다 조커의 내면에 집중합니다. 허나 애드 아스트라보다 더 깊고 우울하며 관객이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는 작품입니다. 조커의 배경은 평범한 인간이었을지 모르고 순수한 꿈을 지닌 청년이었을지 모르며 자본주의 사회 속 짓밟힌 아웃사이더일지 모릅니다. 즉, 시작은 자본주의 속 우리들 중 누군가입니다. 고담 시티는 철저하게 잇속으로 더럽혀진 현대사회를 압축적으로 축소한 세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폭동을, 누군가는 선동을 시작합니다. 첫 장면부터 중요하다 조커는 장면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관객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세세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첫 장면부터 자신의 얼굴을 칠하는 '해피'는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희한한 장면을 표현합니다. 이는 조커가 아닌 슬프지만 웃을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해피'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점점 사건이 심각해지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해피가 '조커'로 각성하게 되죠. 처음은 순수하고 겁쟁이었습니다. 다음은 충동적이고 분노에 차 있었죠. 또 다음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심판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수동적이고 무시받던 외톨이가 결정을 내리는 능동적인 처형자가 되는 그림을 2시간에 걸쳐 감상하면 됩니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한 때는 인간이었던 '해피'가 어떻게 '조커'로 변화하게 되는지, 어느 순간 '조커'로 됐는지 구분지으면 더 흥미롭습니다. 모든 걸 잃어버렸음에도 세상에 기댈 곳 하나 있었다면 해피는 조커가 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한 구석도 믿지 못하게 됐을 때, 잃을 게 없어졌을 때 마침내 괴물은 태동하게 된 것입니다. 그도 그저 평범한 인정을 바랬고 평범한 위로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개인밖에 모르는 인간들 틈에서 순수한 인간은 괴물의 탈을 쓰고 변화하게 됩니다. 호아킨의 연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명품입니다. 조커 그 자체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과 전율의 연속이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로 긴박한 장면이 많지 않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빠르게 시간을 녹여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조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깊이 있는 조커입니다. 히스레저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원했던 조커의 모습, 기다렸던 괴물의 탄생, 진정한 안티 히어로의 출현이 이 작품에서 나타났습니다. 스토리도 좋고 연출도 좋고 설득력도 있고 모든 게 좋지만 단순히 호아킨 피닉스 연기 하나만으로 영화를 보는 이유가 충분할 정도입니다. 명대사 천국 조커하면 공감가는 명대사로 유명한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인상적인 명대사를 많이 남겼습니다.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 같은 코미디였어 당신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처럼, 웃기고 안 웃기고도 판단할 수 있는 거야? 코미디는 주관적이야 방금 웃긴 조크가 하나 생각났거든. 이해 못할 거야 조커의 탄생 코미디와 비극, 웃음과 슬픔, 부자와 빈민, 모든 건 반대되지만 동시에 주관적인 것. 하지만 부자와 빈민의 역전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조커는 모든 인간이 같은 상태를 경험하길 원합니다. 돈을 뺏어서 빈민에게 나눠주는 의적이 아니라 돈을 태워서 없애버리는 공정한 심판자입니다. 그리고 부자나 빈민할 거 없이 잘못하거나 예의가 없으면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커가 생각한 예의는 상대를 멋대로 판단거나 무시하는 행동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고 룰이 있는 빌런입니다. 무섭지만 싫지 않고, 난폭하나 설득력이 있는 조커를 우리가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우리도 조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호아킨의 조커, 꼭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습니다. 청불이라 대박까지는 힘들 수 있습니다만 300만~400만 정도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상 영화 '조커'의 솔직한 리뷰였습니다.
회색 인간
'회색 인간' / 김동식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회색 인간'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이다. 2만 자 정도 되는 단편 소설보다도 더 짧은 엽편 혹은 장편(掌篇)이라고 불리는 길이의 소설들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마치 현대판 이솝 우화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회색 인간 속에 담긴 소설들은 읽을 때는 재미있게 심지어는 낄낄대며 읽는데도 다 읽고 나면 뭔지 모를 찝찝함과 쓴 맛이 남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엿본 것이 아닐까. '회색 인간' 속에 담긴 모든 소설들을 필자는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그 모든 소설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해서 필자가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 몇 개를 추려 그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남기고자 한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 '회색 인간'을 읽으실 분들은 책을 읽고 나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1. 아웃팅 아웃팅은 인간과 인조인간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조인간들조차도 자신이 인조인간인지 모른다. 만약 큰 사고가 나 다쳤는데도 통증이 없어 인조인간인 게 밝혀지게 되면 아웃팅을 당해 인간들에게 차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결국 결말에서 모든 인간들이 사실 인조인간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마 이야기가 끝난다. 아웃팅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읽자마자 성소수자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남들과 다른 숨기고 싶은, 밝혀지면 주변인에게 경멸과 차별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는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특이한 성적 페티시나 안 좋은 집안 사정일 수도 있고 앓고 있는 지병이라던가 앞에서 말했듯 자신만의 성적 취향도 그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요인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무결점의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사실 모두가 다른 사람에게 경멸받고 차별당하던 인조인간이었다는 결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2. 돈독 오른 예언가 돈독 오른 예언가는 인명 사고를 예측할 수 있는 예언가의 이야기이다. 그 예언가는 인명 피해를 줄여주는 대신 국가에게 자신이 구한 사람 한 명당 천만 원의 돈을 달라고 말한다. 정부는 그 제안을 허락하지만 예언가가 거짓말을 하는지 어떻게 아냐,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거 아니냐 라는 의견이 국민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결국 정부는 예언가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게 된 사람이 직접 천만 원을 예언가에게 지불하라고 하며 예언가와의 거래를 철회한다. 그러나 예언가에 의해 생명을 구한 사람들 중 돈을 내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돈을 받지 못하자 예언자는 침묵한다. 그러다 결국 예언자는 자신이 구한 사람 한 명당 삼천만 원을 주겠다는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필자는 이공계 계열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필자는 이 소설을 보면서 한국 이공계의 두뇌가 외국으로 유출된다고 말하는 수많은 기사들이 떠올랐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에 나오는 예언가가 미국으로 간 이유와 똑같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당한 대가라는 수준이 소설 속 예언가처럼 한 달에 몇십억씩 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정도의 금전적 대가, 그리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런 자리도 부족하고 지원도 부족하며 환경과 인프라도 부족하다. 석사 학위를 지닌 연구원을 뽑는 자리에 박사 학위를 지닌 사람까지 몰려드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 상황이다. 그런데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훨씬 좋은 금전적 대가와 조건, 환경으로 자신을 채용한다고 하는데 굳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외국으로 나가는 인재들의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질책보다 우리나라 이공계 연구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왜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성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필자만 해도 비슷한 조건의 자리가 외국과 한국 양쪽에서 난다면 굳이 외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있는 한국을 떠나서 더 좋지도 않은 일자리를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 외계인이 주고 간 선물, 영원의 구. 이 구만 있으면 지구의 모든 인간들은 나이를 먹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 10살 전후의 나이로 멈춰 있는 김남우와 공치열은 어떻게든 영원의 구 사용을 중지하고 나이를 먹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영원의 구 사용 찬반 투표는 늘 찬성이 더 높고 그에 절망한 김남우와 공치열은 결국 영원의 구를 파괴하기로 결심한다. 온갖 감시와 경계를 뚫고 결국 영원의 구를 파괴한 김남우와 공치열.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나이를 먹지 않는다. 영원의 구는 애초부터 없었고 나이를 먹지 않는 저주는 외계인을 납치하고 기술을 캐내려 한 정부 때문에 외계인이 인류에게 내린 것이었다. 영원의 구는 그저 정부의 잘못을 가리기 위한 조작이었던 것이다. 이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은 재작년 박근혜의 탄핵을 이끌어 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이나 이승만 정권의 사사오입 개헌 등, 정부가 국민을 속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란 국민의 권력을 이양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정부는 수없이 국민들을 속이고 농락해 왔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굵직한 일들만 해도 엄청나다 (앞에서 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사오입 개헌 외에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 세월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의문점 등등). 그래서 우리는 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며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잘못된 정부에 대해 국민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회색 인간'은 일단 재밌다. 술술 읽히고 신선하고 새로운 서사와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현대 사회의 단면들을 우화적으로 풍자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고 나서 묵직한 생각들이 남는 소설집이다. 필자는 조만간 김동식 작가의 다른 소설집도 꼭 읽을 생각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저는 오늘, 전 인류를 아웃팅하러 왔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스본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소설의 제목이 매우 감각적이다. 그에 끌려 열어본 책 속에는 생각보다 훨씬 철학적인 질문들이 문학의 틀 속에 담겨 있었다. 스위스 베른의 김나지움에서 고전 문헌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 그는 몇십년 동안 변함없이 8시 15분전에 출근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8시 15분 전에 출근하던 그의 앞에 처음 보는 여자가 나타난다. 이름도 모르는 그녀가 자살을 하려는 듯한 모습에 몸을 던져 이를 막은 그레고리우스. 그 여성은 갑자기 사인펜을 꺼내 그의 이마에 전화번호를 적는다."죄송해요. 이 번호를 잊어버리면 안되는데 종이가 없어요." 뭔지모를 묘한 느낌에 휩싸인 그가 여자에게 모국어를 묻자 그녀가 말했다. "포르투게스." 그 단어의 울림에 잠긴 그는 수업을 하다 말고 책을 놓고 교실에서 나온다. 갑자기 찾아온 단조로운 삶에 대한 혼란. 그는 고서점에서 포르투갈어로 된 책,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사람이 쓴 '언어의 연금술사'를 손에 넣게 되고 그 책에 매료된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흔적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은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도 결국 리스본으로 향한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족적을 찾기 위해.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난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와 함께 저항운동을 하던 주앙 에사, 그의 여동생들인 아드리아나와 멜로디, 그의 어릴 적 친구였던 조르지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대인 에스테파니아 에스피노자. 마지막으로 그의 어릴적부터의 여인 마리아 주앙까지. 그 삶의 흔적을 쫓던 그는 여러 가지 철학적 질문과 마주한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 남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같은가? 다르다면 어느 쪽이 진짜 자신인가. 자신과 완전히 다른 한 타인의 행동과 삶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면, 그 이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어떻게 다른가. 이 수많은 질문들에 그레고리우스는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의사이자 저항운동가이자 작가이자 불운한 천재였던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생을 추적해나간다. 필자가 이 소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질문은 남이 보는 자신과 내가 보는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그 중 진실에 가까운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은 모르는 비밀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이 나도 모르는 진짜 나의 모습을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봤을 때 느끼는 괴리감이 바로 그런 것이지 않을까.) 인간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자신을 파악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그 또한 인간다운 삶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분명히 진정한 나는 타인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내기 위해 사유하고 행동하고 분석하는 것은 수많은 동물들 중 오로지 인간이란 존재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존재와 그 이유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리스본에서의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레고리우스는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변한 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온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다. 몇 십년 동안의 단조로운 삶을 버리고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레고리우스. 그는 다시 한 번 베른을 떠나 철학적인 여행을 하게 될까 아니면 이전과 같은 베른에서의 단조로운 삶을 이어가게 될까.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든 간에 그의 삶은 이미 달라졌다. 리스본으로의 여행이 가져온 그의 생각의 변화는 이미 그레고리우스라는 사람을 변화시켰고 이전과 같은 삶을 살더라도 생각이 달라진 사람은 다른 사람인 것이다.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결말이었다. 솔직히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많이 어려운 책이었다. 작가가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반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많았다. 현대의 대중 소설들에 비하면 흡입력이나 재미도 약간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문장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겨있는 평소에 해보지 못한 묵직한 철학적 질문들이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문장이 예술적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은유와 상징들이 담겨있다.) 한 번쯤 삶의 의미와 나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주관적인 별점 : 4.0개 (개인적으로는 소설은 일단 흡입력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리 높진 않지만, 이 소설이 묻는 철학적 질문들의 무게와 문장의 아름다움은 도저히 이보다 낮은 별점을 줄 수 없게 만들었다.)
意外と気になる!STAR WARSのオススメ鑑賞順
『スター・ウォーズ/フォースの覚醒』(12月18日公開)の公開日が近づくにつれて熱心なスター・ウォーズファンはもちろん、ライトなファン層も徐々に公開が楽しみになってきているであろう昨今。 しかし実はシリーズをちゃんと全作見ていない もしくは 一度もみたことがない にも関わらずなんとなく周りが熱くなっているから自分も公開を楽しみにしている素振りをしていたりする方もいるのではないだろうか!!?? そんな方に朗報だ。 本作の公開を記念して、シリーズ6作品の地上波放送が決定したのである。 ”連続オンエアのスタートを切るのは、シリーズの記念すべき1作目『スター・ウォーズ エピソード4/新たなる希望』。日本テレビ系列『金曜ロードSHOW!』にて、最新作『スター・ウォーズ/フォースの覚醒』の公開日である12月18日(金)にオンエアされる。また翌週12月25日(金)には、新3部作の1作目として物語の始まりを描いた『スター・ウォーズ エピソード1/ファントム・メナス』が放送される。 残りの4作品については、日本テレビ系列『映画天国 特別版』(※関東ローカル)で“深夜のスター・ウォーズ祭り”と称し、12月29日(火)午前1時55分~6時に『スター・ウォーズ エピソード5/帝国の逆襲』と『スター・ウォーズ エピソード6/ジェダイの帰還』、12月31日(木)午前3時10分~6時に『スター・ウォーズ エピソード2/クローンの攻撃』、1月2日(土)午前3時10分~5時50分に『スター・ウォーズ エピソード3/シスの復讐』をオンエア予定だ。” http://getnews.jp/archives/1275281 より引用  地上波放送が若干遅いので公開から少々出遅れる感は否めないが地上波で公開してくれるその心優しさに是非ともあやかっておこう。 いやーーーー優しい地上波。ナイス金曜ロードSHOW!と言いたいところだが一つだけ問題がある。 それは放映の順番だ。 なぜ415623なのか。不思議の極みだ。 スター・ウォーズファンにとっては永遠に気になるポイントの一つがいかなる順番でこの作品を鑑賞するか、という問題である。 作品の時系列に沿って1から順に見ていくか 公開の順番に沿って456123と見ていくか。 個人的には後者の順番がやはり一番フィット感があるように感じる。  しかし中には超絶猛者的な鑑賞順番を提案する人もいる。 『スター・ウォーズ』狂人のアート・ディレクター高橋ヨシキさんは、 ”最新作を観賞する前には「4、5、6、4、5、6、1、2、3、4、5、6」の順番でシリーズを予習(復習)すべし” と語っているとのこと。 http://getnews.jp/archives/1275281 より引用 なるほど。456は三回ずつ見なくてはならないのか。これはなかなかしんどい。  ちなみにこの鑑賞法のメリットなどはよくわかっていない! ルーカスフィルムの社長キャスリーン・ケネディは前提知識なしでも楽しめるように作品を作ったそうだができれば各々の作品の鑑賞順で簡単に作品のあらすじくらいは頭に入れてから7を楽しみたいものである。
선을 넘었다, '기생충' 영화 솔직후기/리뷰/해설/쿠키영상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입니다.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게 됐네요. 곧 종강이니까 방학하고 나면 바로바로 후기를 쓰겠죠? 제가? 본 영화는 꽤 있는데도 많이 밀려있네요 포스팅이,바쁘더라도 분발하겠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영화 '기생충'입니다. 이미 개봉 전부터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죠. 그런데 칸 영화제에서 최고수상의 영예까지 얻었으니 인기는 날개를 달은 격입니다. 비록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포스팅을 미루고 있던 저지만 이번만큼은 영화 보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후기를 씁니다. 본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어마무시한 여운을 가진 작품입니다.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영화를 묘사하자면 양극화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입니다. 다시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이미 존재하는 양극화라는 사회문제를 전혀 현실적이지 않게 표현했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묘사가 과연 어디까지 허구일까 가늠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다수의 중간층을 제외하고 상하위 소수의 입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도 확실히 정도를 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 볼 수록 블랙코미디라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소름 돋게 영화 자체가 사실일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 정도로 작품은 평범한 소재를 전혀 평범하지 않게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신의 분수에 대하여 영화는 잔혹합니다. 미장센적으로도 치명적이나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잔혹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목 '기생충'에서도 느껴지지만 숙주에게 몰래 붙어 기를 빨아먹고 사는 벌레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하지만 기생충에 입장에서 이러한 행동은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숙주의 입장에서는 굳이 누군가에게 기생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기 때문에 기생충이 굳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들을 벌레라고 치부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그 사람들에게 어떤 시선을 가지자고 말하는 걸까요? 영화를 보고 온 저라도 확실히 단정짓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선을 넘을 필요가 없는 인간들 반대로 기생충으로 묘사되는 인간과 달리 사실과는 멀리 떨어져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사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언제나 양극은 존재하기에 극빈곤의 삶이 있다면 부유한 상류의 삶도 존재하겠죠. 충분히 부유한 사람들은 기생충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죠. 영화에서는 '선을 넘는다'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이는 공사를 구분하는 선도 맞지만 이면적으로는 자신의 분수와 주제의 선을 말하기도 합니다. 기생충이 숙주가 되려고 마음먹지만 선을 넘는 순간 스스로를 갉아먹고 다른 기생충들과 충돌하여 전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영화는 잔인하게도 이 선에 대해 단호합니다.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는 부유한 사람들이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모습으로 묘사되기까지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기생충은 숙주를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그들은 사는 세상이 달랐습니다. 모든 사건은 자신의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선을 넘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무계획이 계획이다 언뜻 명언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또한 생존을 위한 법칙일 뿐입니다. 계획을 세우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실망과 좌절의 반복을 맛 보게 됩니다. 이미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패배의식은 그들의 선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언제나 실패하지 않고 제대로 흘러가는 계획이란 사실 무계획에서 출발한다는 엉뚱한 발상은 피식 웃음 짓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얼마나 스스로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 느껴지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무결점의 무계획으로 인해 더 큰 사고로 번지게 되고 마지막에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무계획이 당연히 정답은 아니지만 그들의 선택지는 무계획이라는 하나의 선지 밖에 없었고 선을 넘으면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멈추지 않는 악순환에,그들은 그저 갇혀있는 기생충이었습니다. 돌이나 기생충이나 작품은 그들을 묘사하는 대상을 기생충에 한정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선물용 돌에 신경이 쓰였는데요. 후반부에 강에 다른 돌들과 선물용 돌이 함께 있게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실 선물용 돌도 그저 평범한 돌일 뿐인데 자신의 자리를 벗어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평범한 돌일 뿐인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말 특별한 힘을 갖고 있게끔 착각하게 만들죠. 하지만 그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돌은 돌이고 기생충은 기생충일 뿐 다른 존재를 흉내내고 쫓으려 한들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누군가는 냄새로, 또 누군가는 용도로, 다른 누군가는 생김새로 그 본질을 제자리에 돌려놓게 만듭니다. 영화는 사필귀정의 원칙에 따라 모든 것들은 각자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도록 인도합니다. 그들만의 모스부호 영화는 철저히 그들은 인간과 다른 어떠한 다른 존재로 인식합니다. 대표적으로는 기생충, 다르게는 돌이나 여하 다른 존재들로 말입니다. 그 증거로는 영화 내내 등장하는 모스부호입니다. 자세히 보면 상류층들은 모스부호를 인지하지도 않으며 관심도 없습니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살짝 넣습니다만, 그렇다고 내용이나 결말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땅 밑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말이 아닌 부호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상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 발악을 하지만 결국 살기 위해 인간이기를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며 그들은 무엇이 되어가고 있나 혼란스럽게 합니다. 존경의 대상이자 원망의 대상, 같은 부류지만 서로가 서로의 포식자인 셈임을 교묘하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영화를 자세히 보시고 해설을 보신다면 봉준호 감독의 천재성을 피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저 나름대로의 생각일 뿐이고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지 모릅니다만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 시간이 됐습니다. 결말에 대하여 결론적으로 결말에 대해 모든 분들이 궁금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열렸는지 닫혔는지 애매하거든요. 저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전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죠. 과연 그는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가? 이 점이 논란의 대상입니다. 꿈을 이룬 후의 회상일 수도 있지만, 망상일 뿐 현실은 여전히 현실일 뿐이라는 의견도 존재하겠죠. 저는 후자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영화의 성격상 그들의 선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거라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올라오기에는 너무 깊이 내려갔습니다. 후반부는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입니다. 곡성에서의 소름을 또 한 번 겪었습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시간 동안 긴 여운에 빨리 일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어딜봐도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지만 정말 현실이라면 너무 공포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장르를 총 망라해 평범한 소재를 얘기한 봉준호 감독은 정말 보면 볼 수록 놀랍기만 합니다. 감히 말하기를 올해의 영화입니다. 기준이 후한 편이지만 혼자나마 호들갑 좀 떨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도 언제든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기생충'이었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개인적으로 김영하 작가님을 알쓸신잡에서 보고 알게 된 후 그 분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이 소설은 최근에 영화로도 나와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 주말에 시간이 나서 집어들고는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짤막한 문단들이 툭툭 떨어져 내리는 듯한 소설이라 호흡이 짧고 문장이 명료해 금방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담겨있는 의미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김병수는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범이다. 그는 45살이 되던 해 사고를 당해 뇌에 손상이 가면서 살인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자신이 죽인 여자의 딸 은희를 자신의 딸처럼 여기며 그저 평범한 수의사로 살아간다. 그러다 70세가 되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 주인공의 동네에서 갑작스럽게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동네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던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 박주태의 눈을 보고 김병수는 그가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임을 직감한다. 그 이후 김병수의 주변에 부자연스럽게 계속 출몰하던 박주태. 설상가상으로 김병수의 딸 은희가 자신이 만나고 있는 남자라며 박주태를 김병수에게 소개시킨다. 김병수는 박주태가 자신의 딸 은희를 다음 타겟으로 삼았다고 생각하며 은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먼저 박주태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하지만 알츠하이머의 벽에 가로막혀 번번히 실패하며 불안감만이 계속해서 커져간다. 은희를 지키기 위해 25년만에 다시 살인을 저지르려는 과거의 연쇄살인마 김병수와 은희를 노리는 현재의 연쇄살인마 박주태 간의 대결이 주된 내용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 마지막 부분에서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고 말았다. 김영하 작가님의 손이 꽤 매웠다. 어느 정도의 반전이 있을 거라는 상상은 했지만 그걸 뛰어넘는 결말을 접하고는 멍해 있다가 처음부터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비로소 놓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단순한 두 연쇄살인범의 대결이 아니라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자세한 해석에 대해서는 더 다루지 않겠다. 이미 많은 해석들이 나와있고 책의 뒷부분에 권희철 문학평론가님이 써주신 해설만 보아도 충분히 자세하고 세심하게 설명이 되어있다. 한 가지 힌트를 주자면 책 속에 계속해서 인용되는 반야심경의 한 부분인 "그러므로 공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라는 부분을 집중해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김영하 작가님의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김영하 작가님을 알게 된 게 비교적 최근이라 '살인자의 기억법'과 '오직 두 사람' 이라는 소설집, 이렇게 두 권 밖에 못 읽긴 했지만 이 두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두 소설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에서 묘한 공통점을 느꼈는데 이야기의 문단 사이사이에 의도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비어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나 연결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 있는데 그 부분이 이야기 전개에 있어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공백임에도 글이 써있는 것 같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느낌? '살인자의 기억법'의 경우 주인공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만큼 문단 사이사이 이야기의 도약이 큰 이유가 설명이 되지만 필자의 경우 '오직 두 사람'에서도 비슷한 문단간의 이야기의 갑작스런 도약이 느껴졌다. 그렇게 이야기 사이사이에 설명되지 않은 공백이 있음에도 그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문맥상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읽힌다는 것은 김영하 작가님의 뛰어난 문장력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글로 쓰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마치 글을 읽고 있는 것처럼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다니. 소설을 쓰고 싶지만 매번 부족한 문장력과 서사력에 무릎을 꿇고 마는 필자에게는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다시 한 번 김영하 작가님의 생각의 그릇과 뛰어난 문장력, 이야기 전개 능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생각보다 더 깊고 중요한 철학적 물음을 담고 있는 소설이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소설 자체가 흡입력이 있고 술술 읽힌다.(사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철학적 의미 같은 것을 모르고 읽더라도 상관없지 않나 생각한다. 소설을 잘 읽고 잘못 읽는 게 어디 있겠는가. 독자 한명한명마다 감상이 다르고 해석이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다. 철학적 해석이 궁금하면 그냥 해설 찾아보는게 빠르다. 이 책은 책 뒤에도 친절히 실려있고 말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두 연쇄살인범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감상한다고 생각하고 읽어보길 권한다.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차고 넘치는 소설이니. 주관적인 별점 : 4.8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을 들으면서 읽었는데 묘하게 잘 어울린다. 성악가들의 합창에서 느껴지는 성스러움과 두 개의 악, 연쇄살인범들의 대결이 어우러지면서 기묘하게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하나.)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같은 글을 같은 시간에 올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더 편하신 분들은 아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읽어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ongdaeBR/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제목부터 지구에서 한아(하나)뿐이다. 달달한 사랑 이야긴데 그 달달함이 조금 이상하다. 달달하긴 한데 지구인과 외계인의 러브스토리고 정말 달달하긴 한데 보다 보면 과연 나는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며 살았는지 곱씹게 된다. 조금 희한하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한아는 지구를 사랑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망가져가는 환경을 안타까워하고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한아는 못 쓰게 된 옷들을 다시 리폼해주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남자 친구 경민은 자유분방이란 말이 어울리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한아를 놔둔 채 늘 어딘가로 떠나버리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캐나다로 유성우를 보겠다며 떠난 경민. 경민이 떠나고 며칠 뒤 뉴스에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다. 한아는 바로 경민에게 연락하지만 경민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애타게 경민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한아. 다행히 경민은 무사히 돌아오고, 연락이 안 되는 경민에게 잔뜩 나 있던 화는 막상 경민을 보자 여름날의 눈처럼 스르륵 사그라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아는 돌아온 경민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전보다 너무 다정해졌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지도 않는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고 못 먹던 가지무침도 맛있다며 먹더니, 급기야 경민의 입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목격한 한아. 경민은 진짜 외계인인 걸까? 그렇다면 원래의 경민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소설은 누가 뭐래도 달달한 사랑 이야기다. 한아를 만나러 2만 광년 떨어진 지구까지 날아온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라니. 오직 한아를 만나기 위해 커다란 빚을 지고 엄청난 거리를 넘어온 외계인. 그 노력만 해도 지극정성인데 그 외계인이 한아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100점짜리 남자 친구다. 늘 한아를 배려하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남자 친구. 유일한 단점은 외계인이라는 것뿐. 한아는 외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외계인이 경민의 겉모습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거리감을 느끼지만 점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외계인에게 자신도 사랑을 느낀다. 경민의 탈을 쓰고 있지 않아도, 초록색 돌덩어리인 본모습이라도 사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초록색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어. 한아의 말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에는 아름다운 외모, 외계인이라는 사실, 성별의 유무, 나와 전혀 다르게 생긴 모습, 그 무엇도 중요치 않다.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고 생각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중요할 뿐. 어찌 보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뭐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사랑이라 불리는 많은 것들 중에 저 단순한 문장을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어떤 사랑은 상대의 존재가 아니라 상대의 능력, 외모, 재력이 사랑의 조건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저 단순한 문장을 한없이 만족시킴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같은 성별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한아와 경민의 사랑을 좀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다른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환경에 대한 내용이다. 한아는 지구와 환경을 사랑하는 환경주의자고 외계인 경민이 한아에게 반한 이유도 한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고래형 외계인들이 지구의 바다 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나 얼음별에 사는 무당벌레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점점 더워지는 별의 환경 때문에 멸종되어가는 모습, 지구를 동경한 한 부자 외계인이 지구를 본떠 만든 어딘가 부족한 제2의 지구,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그 모습 그대로 보존시켜주겠다는 우주의 약속 등, 소설 속 우주의 모습들은 지구의 여러 단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환경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의 모습은 지구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무당벌레 외계인의 멸종은 지구 온난화와 멸종 위기종들의 모습을, 제2의 지구에서 고통받는 만들어진 생명체들의 일화는 인간이 만든 동물원의 모습을,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보존시켜주겠다는 약속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에 관한 첨예한 대립을 생각나게 한다. 실제로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고 멸종 위기 상태에 있으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동물원에서는 인간의 유희를 위해 백호나 백사자 같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생겨나지 않는 동물들을 강제로 만들어내기도 하며 아마존의 보존과 개발에 관해서는 지금도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우주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지구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아의 말대로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 환경친화적 외계 로맨스 소설 되시겠다. 환경은 환경대로,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외계인과 우주라는 양념을 적절히 쳐서 비볐더니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소설이 나왔다. 삶이 힘든 사람에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환경 문제도, 사랑에 대한 고민도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책은 충분히 당신의 삶을 두텁게 감싸 안아준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작가가 건네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당신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라고. 소설 속 한 문장 소리 없이, 먼 우주의 휘어진 빛들이 두 사람의 저녁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