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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애가 항상 어렵고 아프기만 한 이유
군쟁 편(軍爭篇) 내면의 아군들과 긴밀히 연락하라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병사들을 마치 한 몸과 같이 통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만의 병사들을 마치 한 몸처럼 통솔하기 위해서는 봉화나 깃발, 징, 북 등을 이용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멀리 떨어진 아군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낸다면 수만의 병사도 마치 한 몸과 같이 움직이며 다수의 적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   남들은 다 행복한 연애 생활을 이뤄가는데 유독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힘들고 아픈 연애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은 운이 없어 항상 나쁜 사람만 걸리는 것일까? 아니면 전생의 업보로 인해 이번 생의 인연들은 모두 하나같이 지옥 같은 것일까? 손자병법에서 전쟁에 이 기기 위해 병사들을 마치 한 몸과 같이 통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듯이 연애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머리와 마음을 한 몸같이 통솔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자신의 머리와 마음을 한 몸같이 통솔하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 항상 어렵고 아프기만 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연애란 자기 자신과 상대방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오직 상대방의 행동의 변화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사람들은 연애 도중 트러블이 발생하면 내면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가기 급급하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의 남자 친구가 당신 몰래 다른 여자와 영화를 보았다는 것을 당신이 알게 되었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당장 달려가 남자 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좌삼삼 우삼삼 빙글빙글 돌려야 할까? 아니면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대인배답게 모른 척 넘어가 줘야 할까?  정답은 둘 다 틀렸다.  연애 도중에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책임추궁도 무조건적인 이해도 아니다. 연애 도중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기 내면의 대화'이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 아군을 불러 모아 놓고 전략을 짜듯이 연애 도중 트러블이 발생하면 내면의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만약 연애 도중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충분한 내면의 대화를 통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책임추궁이나 무조건적인 인내를 하게 되면 그 연애는 힘들고 아플 수밖에 없다. 내면의 대화를 통해 남자 친구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무조건 화를 낸다면 그 연애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화를 모두 쏟아내고 나면 남자 친구를 이해해줄걸... 내가 잘할걸...이라는 후회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자기가 화를 내고 자기가 용서를 구하는 기이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묻지 마 이해를 하게 되면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암세포처럼 당신의 심장 한 귀퉁이에 달라붙어 계속 당신의 속을 쿡쿡 찌르게 된다. 이 경우 남자 친구의 사소한 행동에 괜한 짜증을 내거나 별일 아닌 일에 불같이 화를 내는 등 한 달 내내 마법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이 경우 오랜 기간 한쪽 심장이 쿡쿡 쑤시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다 당신의 짜증에 질린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된다.   남자 친구가 몰래 다른 여자와 영화를 보았다면 무조건 화를 내거나 무조건 참기보다 스스로 내면의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봐야 한다. "왜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랑 영화를 봤을까?" "내가 남자 친구가 보고 싶어 했던 영화를 보기 싫다고 했었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영화쯤이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등등의 질문들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보고 남자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때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영화를 본 것을 100% 이해해줄 수 있다면 한두 번쯤은 그냥 모른 체 넘어가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 없다면 당장에 달려가 남자 친구의 뺨에 불꽃 4 대기를 선사하여라.  모든 연애의 고통은 머리와 가슴의 불일치에서 온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행동하면 후회가 남고 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행동하면 고통만 남는다. 그대 이제 그만 힘들고 아픈 연애에서 탈출하고 싶나? 자기 내면의 대화를 통해 머리와 가슴을 한 몸처럼 통솔하여 후회 없고 고통 없는 연애를 하라! 
문자스킬 대공개!
아무리 봐도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상대방은 이렇다 할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보다 더 답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다가가서 "너 나 좋아하지!?"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괜히 설레발로 도끼병 환자로 낙인이 찍혀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애매한 상대방의 행동에 조금씩 상대방을 의식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바보 같기만 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을 한방에 탈출할 수 있는 문자 스킬이 있다면? 오늘은 긴가민가 헷갈리게 하는 상대방의 행동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문자 스킬에 대해 알아보자! 유혹의 달인이 알려준 궁극의 떠보는 문자 스킬 대공개!!!   유혹의 달인이 알려준 궁극의 떠보는 문자 스킬 지긋지긋한 수험생활을 마치고 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친구들은 대학 입학의 설렘에 들떠있었지만 유독 바닐라 로맨스만은 한 여자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한 살 연상의 누나(혜연)였는데 혜연의 일거수일투족은 나에게 있어서 읽지 못하는 라틴어 원서 같았다. 분명 나에 대한 호감은 있는 것 같은데 혜연의 행동들은 나에 대한 호감의 뉘앙스만 풍길 뿐 단 한 톨의 확실을 주지 않았다. 언제나 먼저 연락하지만 데이트를 신청하면 거절하고, 언제나 과제에 바쁘다고 난리 치다가도 느닷없이 집 앞에 나타나곤 했다. 그날도 풀 수 없는 라틴어 문장을 내게 던지곤 사라져 버린 혜연때문에 친구들과의 신나는 술자리에서 나는 하염없이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말없는 핸드폰만 만을 바라보고 있던 내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승연! 그는 자타 공익 XX고등학교 최고의 유혹의 달인으로써 말없이 미소 하나만으로도 숱한 여학생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던 나의 첫 연애 멘토였다. 넘사벽의 연애 고수를 만나 고전하는 가엾은 연애 하수를 긍휼히 여기사 승연이는 문자 2개로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자 스킬을 전수해 주었다. "지질하게 분위기 망치지 말고 '나 오늘 술 많이 마신 것 같아'라고 문자 보내!" "응? 으... 응;;;" 꾹꾹 꾹... 문자를 전송하고 나니 승연이는 잽싸게 나의 핸드폰을 압수했고 난 나의 연애 멘토의 지시? 에 따라 혜연이는 잠시 잊고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한 10시쯤 되었을까? 승연이는 내게 다시 핸드폰을 주며 지시? 했다. "야 이제 '오늘 할 말 있으니까 자지 말고 기다려'라고 보내!" 나는 앞서 보낸 문자에 대한 문자에 대한 답문을 보고 싶었지만 이미 승연이가 문자함을 초기화시켜놓은 뒤였다. 꾹꾹 꾹...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모두 입력하고 승연이를 바라보니 갑자기 승연이는 나의 핸드폰을 빼앗더니 배터리를 분리해서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넌 내일 아침에 나에게 고마워할 거야! 그만 지질거리고 술이나 마셔!" 아니 연애 고민과 핸드폰 배터리를 창밖으로 던지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황당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미 술에 취할 대로 취해버려 건물 밑으로 내려가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배터리를 찾고 싶지는 않았다. 뭐 어차피 집에 배터리는 하나 더 있으니까... 술을 얼마나 마셨던 것일까? 눈을 떠보니 집이다.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물을 한잔 마시니 조금씩 어제의 일들이 떠올랐다. '아... 배터리...!' 나중에 만나면 똑같이 배터리를 집어던 저주리라 아니 핸드폰을 아주 아작을 내버리리라 다짐을 하며 집에 있던 배터리를 끼우고 전원을 켜니 3초 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뭐야 왜 전화 안 받아" "전화는 왜 꺼놨는데" "할 말 있다며!" "죽을래?" "야 너 어디야? 괜찮아!?" "야! 바닐라 로맨스!!!!!" 12시간이 지난 후에 전원을 킨 핸드폰에는 혜연이에게서 온 수십 통의 부재중 통화와 나를 걱정하는 수십 통의 문자들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왔다. 이건 기적이다... 상대방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문자 스킬 전략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나에 대한 걱정은커녕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녀가 문자 두 통에 이렇게 흥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궁극의 떠보는 문자 스킬의 핵심은 상대에게 큰 기대를 하게 만들고 그 기대를 꺾어버리는 것에 있다. 그날 처음 보낸 "나 오늘 술 많이 마신 것 같아"라는 문자에 혜연이는 속으로 또 좋아한다 어쩌고 하겠구먼...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승연이가 문자함을 초기화했기 때문에 혜연이의 답문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어쩌라고", "잘 마셔"등의 답문이 왔거나 애초에 문자가 없었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시 내가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면 분명 그녀의 퉁명스러운 문자에 답문을 하려고 했거나 왜 답문이 없냐며 그녀의 예상대로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승연이가 잠시 나의 핸드폰을 빼앗아 가지고 있는 동안 나는 그녀의 답문을 확인할 수도 없었고 또 문자를 보낼 수도 없었다. 이때 내가 애걸복걸 매달릴 것이라는 그녀의 첫 번째 예상은 빗나간다. 이때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라? 이 놈 봐라?"라며 은근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러다 11시쯤 '오늘 할 말 있으니까 자지 말고 기다려'라고 문자가 온다. 술에 취했고 할 말이 있다...? 취중진담? 혜연이 입장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을 것이다. But...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 않는다. 처음엔 늦게까지 술을 마시나 싶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다. 뭐하나 싶어 문자를 보내도 예전에는 꼬박꼬박 답문 하던 내게서 답문도 오지 않고 전화를 해보면 꺼져있다. 만약 당시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녀의 문자에 친절히 답변을 하거나 좋아하네 어쩌네 하며 그녀의 예상대로 행동했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예상대로 행동하는 것을 확인하면 그녀는 '역시 그러면 그렇지!'라며 미소를 지으며 잠에 들었겠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앞서 말했지만 그런 나의 행동을 예상한 승연이가 배터리를 분리해서 창밖으로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예전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자겠지만 도저히 잘 수가 없다. 바닐라 로맨스가 분명 어떤 할 말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분명 정황상 내가 그녀에게 고백할 타임인데 어떻게 잠이 오겠나!? 결국 그녀는 밤을 꼬박 새워가며 받지 않는 나의 핸드폰에 수많은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남기며 나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신이 지루한 밀당이나 애매한 상대방의 행동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상대방에게 금방이라도 고백을 할 것처럼 당신의 호감을 드러내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행동하라 만약 상대방이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면 당신의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그만이 조용히 열차에서 내렸다
Il fait beau. 드물게 맑은 날이었다. 햇빛이 색들을 제대로 드러내는 그런 맑은 아침이었다. 요즘은 파리에 제대로 적응을 했는지 자정이 훨씬 넘어서도 좀체 잠들지를 못해 아침마다 큰 전투를 치른다. 마치 수련회의 밤처럼 몇 초 간의 침묵이 이어지다가도 한 명이 말을 꺼내고 잠잠해지면 또 다른 한 명이 말을 꺼내고 하며 영화를 미련처럼 끌고 가는 것. 대단한 얘기들은 아니다. 그냥 학교의 같은 클래스의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선생님의 흉내를 내곤 한다. 매일 반복되는 레퍼토리인데도 그게 또 너무 재밌다고 ‘미쳤다’ 며 웃고 한다. ‘Bonjour! Bonjour!’ ‘Ça va?’ 하는 인사말 같은 것들이 아이들처럼 귀에도 입에도 머리에도 마음에도 새로워서 자꾸 꺼내서 사탕처럼 빨곤 하는 것. 그러다가 자려는 어떤 마음도 먹지 않다가 갑자기 필름이 끊긴 듯 한쪽이 잠이 들면 다른 이는 놀라운 고요 속에서 이런저런 깊은 생각도 해보곤 하는 것. 언제나 답은 듣지 못하고 그만 멍하니 원치 않는 알람 소리만 듣고 만다. “학교를 가야겠지?” “응, 근데 죽을 거 같아.” 정말 못 가겠다고 머리를 파묻으면 엠마가 발을 올리고 엠마가 모르겠다며 머리를 파묻으면 내가 슬리퍼에 발을 욱여넣어 우리는 아슬한 출석률을 유지하는 중이다. 출석률이 너무 떨어지면 파리에 더 있고 싶어도 체류가 거절될 수 있기에 아침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에도 늘 마음을 누르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안돼.” 드물게 맑은 날이었다. 환해서 왠지 비어 보이는 파리의 거리는 코가 따가울 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었다. ‘서울만큼은 아닐 거야’라고 위로를 해보지만 파리의 겨울도 점점 만만치 않게 식어가는 중이다. 잠을 덜 깨고 오는 20대가 훨씬 넘은 어른들을 깨우려고 선생님은 목으로 심벌즈를 다 치신다. 한 글자 한 글자가 귀를 열고 들어온다. 아직은 모르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수업은 지겨울 새도 없이 끝이 난다. “Merci, Au revoir.” 매일 외식을 하면 생활비가 감당이 안되기에 점심은 다들 간단히 샐러드나 덮밥, 시리얼이나 빵을 싸와서 학교의 휴게실에서 먹곤 한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친구는 컵라면을 자주 먹는다. 처음에는 라면의 냄새가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에게는 힘겹게 느껴질까 봐 참곤 했는데, 다른 나라 친구들이 컵라면을 사 와서 먹는 모습을 보고 난 후론 가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한인마트에서 컵라면을 사 와서 먹곤 한다. 오늘은 날씨도 춥고 해서 컵라면을 사려고 한인마트로 가기로 했다. 은행도 들르고 해야 할 것들이 있어 엉덩이를 깃털처럼 날리며 현관문을 열고 거리로 나갔다. 학교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뾔쁠리에 거리를 따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총총걸음을 걸었다. 순간 우리의 앞을 매끄럽게 가르는 들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학교에서 채 몇 분이 안 되는 거리에 쁘히베 데 뾔쁠리에 헝세 썽떼 병원이 있기에 구급차에 실려 온 응급환자인가 했지만 구급차는 그러기에는 병원에서 조금 멀다 싶은 곳에 마치 볼 일을 보러 온 사람의 것처럼 주차가 되어 있었고 들것은 한 명의 손에 너무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다. 덩치를 그리듯 달라붙어 있는 짙은 녹색의 비닐 백, 머리까지 채워진 검은색 지퍼. 그렇다. 지금 적당히 꿈처럼 부유하는 무릎도 아프지 않은 우리의 총총걸음 앞에 죽음이 흘러가고 있다. 바퀴는 소리도 내지 않았고 타이밍도 좋아 우리의 걸음도 바쁜 차들의 진행도 하나 끊어내지 않고 너무도 잘 보이면서도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이미 단단히 닫힌 죽은 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분명 죽음이 있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추위에 속도 붙은 걸음으로 은행까지 멈추지 않고 걸었다. 정오인데도 햇빛은 서서히 기울고 산책 나온 강아지들도 너무 많아 징그러운 비둘기들도 십 년을 훨씬 넘은 파리의 차들도 우리도 멈추지 않고 그만이 조용히 열차에서 내렸다. 인터넷에 이름이 뜨면 읽지 않아도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여행을 하는 곳에도 구걸하는 이들, 몸을 내던지는 이들, 조용하거나 시끄러운 죽음들이 가득하다. 오히려 너무 많아 죽음조차 꿈처럼 흐릿하게 보인다. 가다 갑자기 덜컥 주저앉아도 이상할 게 없는 시절이다. “죽음이 실감 나지 않으면 정말 위험한 거야.” 끝이 없는 실로는 한 땀도 꿰맬 수 없다. 나는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몰라도 써야 할 때가 곧 온다. 똑똑하지 않아도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아도 이름 아래로 묻히는 끝내지 못한 끝나버린 글들. 하지만 난 아직은 매일 밤 꿈을 꾼다. 웃긴 꿈도 이상한 꿈도. A 눈이 심판처럼 오는 날이었다. 서울은 통제 불가능으로 모두가 서둘러 뭐든 잡아 타고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나는 버스를 얻어 타고 대피를 하고 있었는데 버스가 그만 눈에 파묻히고 말았다. 헛바퀴 굴리기를 여러 번 끝에 운전수는 버스를 포기한다고 선언했고 우리는 금방이라도 얼 것 같은 날씨를 뚫고 어디까지 걸어야 할지 막막했다. 눈이 버스를 점점 눈 아래로 파묻어 갔다. 사람들은 허리보다 높은 눈을 해치면서 길을 서둘렀다. 그때 누군가가 버스의 앞바퀴 쪽의 눈을 온몸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재난을 불러온 눈을 사람의 힘으로 이기기에는 무리였지만 그는 의미 없는 몸짓을 반복했다. 몇 사람이 의아함을 품고 돌아가 그에게 물었다. “의미 없어요. 이러다가 죽어요.” “안돼요. 난 엘지 트윈스를 버리고 갈 순 없어요.” 그렇다. 버스는 엘지 트윈스의 구단 버스였다. 그의 어이없는 말에 몇몇의 남자들이 감동하여 달려와 그와 함께 바퀴를 파묻은 눈을 온몸으로 파헤쳤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서 일어났다. B 하루는 엠마와 함께 육군사관학교를 다시 가는 꿈을 꿨다. 남녀 생도는 각 방을 쓰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는 룸메이트였다. 그날은 육사에 연예인들이 방문을 해서 떠들썩 한 날이었다. 문득 점호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어떤 준비도 없이 점호를 받았다. 상관이 들어오자 나는 버릇처럼 ‘필승’ 이라며 경례를 했다. “공군에서는 필승인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합을 받았다. 엎드려뻗쳐를 하는데 침대 밑으로 수북한 먼지가 보였다.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상태 불량, 복장 불량, 태도 불량, 관등성명 불량!”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기합을 받았다. 간신히 점호가 끝나자 옆방의 한 학년 선배가 우리를 위로를 해주러 방을 방문했다. “필승. 아, 충성.” “괜찮아. 아직 익숙하지 않지?” 선배는 부드러운 말투로 우리를 다독이며 자신의 간식을 나눠줬다. “오늘 학교에 배우들 온 거 알아?” “이소라는 배우가 아니고 가수입니다.” 순간 선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나는 끝이 없는 기합 끝에 나는 신음을 내며 일어났다. C 경찰서 안이었다. 한 스토커가 심문을 받고 있었다. 그는 형사의 심문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지겨운 버티기가 이어졌고 형사들은 지쳐갔다. 그때 막내 형사가 각 자리의 쓰레기들을 수거해서 한데 모으고 있었다. 오래된 쓰레기 냄새가 방안에 가득했다. 그 순간 그 스토커의 신체가 변화했다. 그랬다. 그 스토커가 누군가의 방안을 몰래 훔쳐보는 곳은 그 건물의 쓰레기가 모여 버려져 있는 곳이었다. 나는 썸뜩하게 감탄하며 잠에서 일어났다. 매일 밤 꿈을 꾼다. 여전히 보고 싶은 게 많아서. 얼마 전에 갔던 오페라 가르니에는 너무 화려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거대한 공간임에도 여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계단과 난관 벽과 천장의 모든 곳에 장식과 무늬가 가득했다. 빽빽한 욕심들. 눈이 부신 색깔들. 샹들리에들. 꿈같은 천장화. 최고이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 외부에서 점수를 벌어온다. 그래서 늘 외부에다 최고를 주문한다. “최고여야 해. 제일 크고 거대하고 눈이 부시게..” 최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설득시킨 많은 ‘결과’ 들이 이곳에는 가득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전히 지금까지도. 오페라 건너편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에는 수백만 원은 기본으로 하는 명품들이 가득했다. 가격만큼씩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유명한 것들을 등 돌린 채 속으로 질투하던 나에게 이곳은 재판처럼 나를 온통 까발린다. 눈이 돌아가는 나를 욕심이 나는 나를. 나는 취한 듯 휘청이면서 걷는다. 마음에 물어보지도 않고서 감탄을 해버리고 할 수 있는지 가늠도 않고서 꿈을 꾼다. 정리를 해야 할 시기에 선이 보여야 할 시기에 나는 되돌아갈 듯 90도를 넘는 각으로도 흔들린다. 올 해가 이제 몇일이면 끝이 난단다. 한 해, 그 긴 시간 무엇도 들려주지 못했다며 미안해 해야 할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면 작은 카드를 보내드리리.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밥을 먹습니다 밥은 참 맛이 있습니다 밥을 먹으면 설거지를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하늘을 봅니다 산책하면 좋을 날씨라 산책을 다녀옵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다시 밥을 짓습니다 조금 더 든든한 것들로 준비를 해봅니다 밥은 참 맛이 있습니다 미루지 않기로 약속한 설거지를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달력을 넘깁니다 잠이 들어도 잠이 들지 않습니다 조금은 늦잠을 자겠습니다 건강하시죠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글 영상 레오 2019.12.10 파리일기_두려운 날들이 우습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