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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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휴가때 벌어진 일 1화

벌써 주말이 끝이네
요즘 부쩍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 슬프다
어릴 적에는 시간이 빨리 가기만 바랐던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이가 든걸까 ㅎㅎ
시간을 잠시라도 같이 잡아보자는 의미에서
오늘도 같이 볼까? ㅎ

___________________

요즘 글 리스폰 타임이 상당히 늦죠? 소재 고갈로 키보드 접어야 할 상황입니다 ㅋㅋㅋ 주위에 무서운 이야기 관심 없는 인들이 대부분이죠. 실화로만 엮는지라...소재 획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제게 보내 주시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은 훼이크고... 깎고 다듬고 기름칠 해서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어 올려드릴게요. 네이버폰으로 직접 이야기 하고 듣기 참 해보고 싶은데....

각설하고.. 이번엔 친구가 겪었던 여름휴가 때의 일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등시절 이야기니.... 음....벌써 10년도 더된 이야기네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총 세가지의 일을 들었습니다. 그 중 덜 뻔한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나머지 두 이야기는 너무 뻔하기도 하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해서.. 지금 할 이야기도 뻔한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에 엮인 다음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죠.

그럼 시작합니다.

-

고등학교 시절. 친구는 남자만 다닐 수 있다는 남고에 재학중이었죠. 남고 졸업한 누구나가 그랬겠지만, 남녀공학 고등학교는 참으로 꿈같은 성역이랄까요 하여튼 뭐 그런 느낌을 갖게끔 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다니던 남고에는 특별한게 하나 있었는데 한달에 한번 이웃여고와 클럽 활동을 함께 하는 특별한 클럽활동이 있었더랍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여름에는 그 이웃 여고생들과 방학의 일부를 함께 하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네요. 그래서 바다냐 산이냐 의논의 의논을 거듭한 결과 이야기 주인공의 시골로 놀러를 가게 되는 합의점에 도달하게 되었답니다.

금전적으로 모자란 부분은 시골집에서 지원 받을 수 있거니와, 산이 있으면서 저주지도 있고 해서 산과 바다의 느낌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적도 드문곳이라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그들만의 세상으로 있을 수 있었더라는 이야기도 했네요.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당일에는 여자 5명 남학생 7명 총 12명이 함께 시골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신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신나긴 개뿔..2박 3일 계획하고 가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하루만에 올라온거 생각하면..."
"뭐가 있었는데?"
"야 여자애들이랑 놀러가면 재밌을거 같지? 니미...걔들이 울고불고 개난리를 치는 바람에 나중에는 짜증만 나더라. 최악이었어."
"뭔데 그래?"
"야 듣고 구라라느니 그딴소리는 말아라...."

전에 올린 아버님 실화 아시죠? 그 주인공인 형주놈 이야깁니다. 그러니 믿을 수 밖에 없었어요. 전에 저사람은 무당인가? 귀신을 몰고 다니네 리플이 생각납니다. 이놈은 정말 몰고 다녔습니다. 그 내력이 있죠. 나중에 올려볼게요.

총 12명이나 되는 인원은 어딜에서도 눈에 띄는 인원이었다죠? 시끌벅적 한건 두말할 것도 없고, 뭘해도 단합이 안되는 그런 모양새였나 봅니다.

"더 필요한거 없냐?"
"야야 됐다 임마. 모자른거 있어도 삼촌한테 달라면 돼. 왜 돈을 못써서 안달이야."
"그러냐?"

역앞에 우르르 짐을 내리고 몰려있는 일행을 바라보며 원철은 내심 불안한 듯 형주에게 따져오더랍니다.

"야 술이나 모자른가 봐봐."
"술이 왜 모질라. 저거 다 먹을 수나 있을 것 같아?"
"그런가...."

캔맥주 4박스와 역앞 가게에서 산 금복주 대자 3병. 그때는 술마시는 법을 몰라 술이라면 다 오케이 하던 멋모르고 철없던 시절이었죠. 남학생 시절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공감하실겁니다. 지금은 저렇게 먹으라면 아마 병원에서 눈뜰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일행은 역앞에서 이것저것 모자를 것들을 구비하고 마중나온 형주 삼촌의 안내로 시골집에 도착 간단한 점심을 할 수 있었답니다.

"야 너희들 어떻게 놀던 상관은 없는데, 술먹고 저수지에 들어가는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라."
"에이 삼촌 고등학생이 무슨 술이예요."
"짜식이...야 나는 임마 너희들 같은 시절 없었는 줄 알아? 삼촌이 다 눈감아 줄테니깐 무모한 행동은 절대 하지 말고 무사히들 돌아가."
"삼촌만 믿을게요."
"그러니 니들이 여기 온것 아니겠니?"
"하하하 역시!"

삼촌은 호탕하신 분이랍니다. 보통 어른들 처럼 이것저것 참견 간섭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분이셨다네요.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일행은 바로 저수지로 향했다고 하네요. 삼촌이 운전하는 포터 뒤에 올라타서는 그야말로 시골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가 있었답니다.

그렇게 10여분 정도를 이동하자, 넓은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입구 비슷한 철제 건축물 옆에 경비 초소 비슷한게 있었는데, 인적은 전혀 없어 보이더랍니다. 그 입구를 지나 저수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그곳부터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길이 나왔고 일행은 모두 짐을 메고 내려 안전을 당부하는 삼촌을 웃으며 배웅했다고 하네요.

"특히 남자애들은 여자애들 있다고 무모한 행동들 하지말고..."

삼촌의 주의는 이미 귓등으로 흘려지고 있었다나요? 태우고온 포터가 저만치 사라지자 주위는 더더욱 시끄러워 졌답니다.

"내가 예전에 놀러왔을 때 꽤 괜찮은 자리를 봐둔 적이 있어. 거기로 가보자고."

그러나 일행은 들떠 있는 중이라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고 의견은 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12명이나 되는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거나 단합되어 주길 바라는 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었다네요.

간신히 의견을 하나로 모아 형주의 안내에 따르기로 하기까진 꽤 많은 시간을 허비 할 수 밖에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은 장소는 꽤 넓직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짐을 풀고 텐트를 친 곳은 희안하게 잡초나 나무가 거의 없어서 마치 전에도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은 흔적이었다고 하네요.

"누가 좋은거 알고 놀러왔다가 간 모양이네. 어떻게 이리도 딱 맞지?"
"야야 일단 짐부터 풀자고."

일행은 각자 메고온 가방과 짐들을 한쪽에 모아놓고 나서기 좋아하는 남자녀석들이 텐트를 들고와 이리저리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더랍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대충 텐트가 모습을 갖추어 가고 총 4개의 텐트가 완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고 합니다.

아마 저녁 7시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저녁식사를 준비할 수 있었고, 그 역시도 나서기 좋아하는 남자녀석들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었다고 하네요.

"저 새끼들은 평소엔 잘 씻지도 않으면서 여자 앞이라고 지랄들을 떠는구만."
"누가 아니래냐...꼴값들을 하고 있어.."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녀석들은 여유로웠다죠? 시간이 걸리기야 했지만, 여자한테 잘 보이려는 녀석들 때문에 나름대로는 편할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저녁밥 같은 것이 지어져 일행은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고, 그 무렵에는 산너머로 붉어지는 노을을 볼 수 있었답니다.

"야 지금 몇시냐 됐냐?"
"어. 8시 다 되가네."
"벌써?"
"뭐 벌써야. 저 병신들이 지랄들 하느라 이리됐지."
"쳇..저중에 몇놈이나 웃을 수 있을런지..."

형주는 출발하던 역부터 저녁식사를 마친 그때까지 단 한순간도 여자일행과 떨어지지 않는 몇몇이 참 대단해 보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시간은 좀 더 흘러 저녁 밤 10시 정도가 되었을 무렵이었다네요. 어디서 보고 들은것은 있었는지 옹기종기 모여앉아 모닥불을 피워놓은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의 딱 한장면이었답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밴드부의 일환이라는 친구.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기타를 메고온 그는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라고 하네요.

"저새끼 딴놈들이 여자들 한테 잘보이려고 쑈 할때 여유있던게 저거였구만..."
"..짐될거라고 그렇게 반대했는데도..이 장면을 그리고 있었겠지?"

그도 그랬던게. 여자들의 눈은 이미 하트가 되어있었다고 형주는 말했습니다. 평소엔 경험 할 수 없는 모닥불에 깊어가는 밤 잔잔히 흐르는 기타 소리. 마치 청춘드라마에 나오는 대학생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겠지요.

당연히 여자친구가 없는 다른이들의 시선은 곱지가 못했겠죠. 거의 게임오버의 상황으로 달리는 중에 가장 많이 공을 들인것 같은 정수라는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랍니다.

"야 카세트 어따가 박아놨냐?"

대뜸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카세트를 외치는 그. 기다렸다는 듯 그 순간만은 그의 생각을 읽고 동조하는 몇몇이 후다닥 짐을 모아놓은 곳으로 달려가더랍니다.

"분위기 우중충해지잖어. 이런데 왔으면 당연히 댄스음악을 들어야지 어설프게 대학생 흉내나 내서 되겄냐?"

평소 쉬는 시간이면 듀스의 이현도나 서태지의 이주노 댄스를 교실 뒷편서 연습하던 정수. 기타에 가려 때를 놓치는가 싶더니, 흐름은 다시 정수에게로 흘러가는 중이었답니다. 그 모습을 형주는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다고 하네요.

그 때 였답니다.

"야 이거 소리가 안나오는데..."

카세트를 손에 들고 만지작 거리며 다가오는 친구를 향해 형주는 손을 내밀었답니다.

"줘봐."

건네받은 카세트. 그 카세트는 형주가 집에서 듣던걸 가져간 것이었답니다. 지금도 그의 집에 가면 있더군요. 삼성의 옛날 로고가 새겨진 아날로그식 더블데크 카세트. 디지털 버튼식이 아니라 꾹 눌러야 버튼이 들어가 재생이 되는 그런 장치였습니다. 들고 다니기엔 좀 무리가 있는 크기를 자랑했지만, 그 당시엔 그런건 안중에도 없었나 봅니다.

"아후 이 병신아. 녹음이랑 같이 누르면 당연히 안나오지. 안에 있는거 다 지워졌겠네..쯧.."

형주는 카세트를 건네받고 녹음기능이 되는 쪽 데크의 꺼내기 버튼을 눌렀답니다.

"야 테이프 확인도 안하고 막 누르면 어떻해! 갖고 온거 줘봐."

뚜껑이 열리고 나온 테이프는 노래방에서 받아온 형주의 테이프 였다는군요. 당시에는 방과 후 노래방엘 자주 갔었는데, 노래방 서비스 차원에서 우리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 주는 것이 유행이었었죠.

형주는 받아든 테이프를 녹음기능이 없는 쪽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답니다.

'치이익...'

인트로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 공백시간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었답니다. 당연히 모두의 시선도 형주를 향해 있었고, 어느새 기타 소리도 멎어 있었답니다.

"야 이거 제대로 된거 맞냐?"

형주는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네요.

"당연하지 임마. 내가 거금 3천원을 주고 산건데."

그 거금 3천원의 정체는 듀스의 테이프 였던 걸로 기억한답니다.

"이거 짝퉁아녀? 길거리에서 산거지?"
"미친...그게 뭔 상관이야. 아예 지금 소리가 안나오는데. 카세트가 이상한거 아냐?"
"카세트는 아무 문제...."

그때 였답니다. 카세트에서 갑자기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오더라는 것입니다.

"뭐야?"

형주는 깜짝놀라 들고 있던 카세트를 떨어뜨릴뻔 한것을 겨우 잡고 있을 수 있었다네요.

"언제 라디오 쪽에 가 있었던거지?"

형주의 카세트는 말 그대로 구닥다리. 그 당시엔 당연한 것이었지만 현재로선 충분히 구닥다리 장치로 요새처럼 디지털 버튼식이 아닌 라디오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딮 스위치로 전환을 해야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장치였습니다. 물론 딮 스위치가 라디오 쪽에 가 있던 것을 그 때 확인 할 수 있었다네요.

"이거 뭐지....분명 확인 했는데..."
"어허. 테이프 문제가 아니네."
"야 분명 봤잖어 너도!"
"보긴 뭘봐."

형주는 카세트와 정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알 수 없다는 제스츄어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형주는 테이프를 다시 안에다 집어넣고 눈으로 몇번을 재확인 하고나서야 플레이를 눌렀답니다.

'나를 돌아봐 나를'


갑자기 들리는 고음의 음악소리.

"아악! 뭐야!"

볼륨이 끝까지 올라가 있었던 것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답니다. 때문에 테이프의 노랫소리가 뒷쪽의 산마저 울릴정도로 크게 들려 주위에 있는 모두는 깜짝 놀랐더랍니다. 형주는 재빨리 볼륨을 줄이고, 카세트를 정수에게로 건네줬답니다.

"야 이젠 제대로 될거다."
"오케이. 그동안 갈고닦은게 다 오늘을 위해서 아니겄냐."

씨익 웃어보이는 정수. 얼굴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 서있던 그 웃음. 카세트를 건네받은 정수는 조금씩 볼륨을 올리며 여자아이들이 모여있는 한 가운데로 들어갔답니다. 저만치 바닥에 놓여지는 카세트가 보이고 뒤이어 듀스의 커다란 음악소리. 그곳은 바로 정수의 독무대가 되어버렸답니다. 옆에서 어설프게 흔들어 대는 녀석들은 이미 설 자리도 없었다네요.

그렇게 약 40분을 놀았다나요? 여자 꼬시기에 혈안이 된 5명과는 달리 형주와 기철은 텐트안에 앉아 라면을 부숴먹으며 캔맥주를 마시는 중이었답니다. 물론 여자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딱 오대오네...."
"그러네. 일부러 맞춘건가.."
"저놈들 그냥 이날이 오길 얼마나 기대했었냐 크크크."
"정수 저새낀 와~ 저거 봐라 몸이 그냥 날아다니네..."
"일환이놈은 쨔그라 지는건가."

그도 그런게 당시에는 댄스가요가 곧 유행의 척도일 때여서, 춤만 조금 출줄 안다면 그야말로 스타급 인기를 누릴 수 있었죠. 그렇게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던 중 갑자기 음악소리가 없어진것을 알아챘고, 저 앞 아이들이 웅성웅성 동작을 멈추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리고 뒤이어.

"꺄악!!"

저만치 한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바닥에 주저 앉는 것이 보였답니다. 그 뒤를 따라 다른 여자아이들도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고 그 여자아이중 몇명은 서로를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더라고 하네요. 그러자 그 쪽에서 정수가 이쪽으로 달려오는게 보였고, 그 둘은 텐트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마주보고 달렸답니다.

"야 뭔일이야?"
"야 씨발....."

정수의 그 표정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놀랜 표정이었답니다. 평소엔 게슴츠례한 눈때문에 별명이 히로뽕 이라고 불릴정도의 그의 눈이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휘동그래져 있었다고 하네요.

"카..카세트....야 저 카세트..."
"......"

그의 놀라있는 표정에 형주는 미간이 자기도 모르게 일그러지며 뭐라고 묻지를 못하겠더라고 합니다.

"그냥 돌아가!"
"뭐?"
"건전지가 없이 그냥 돌아가!"
"병신아 없으면 새로 넣으면 되지..왜 지랄..."

형주는 머릿속에 번쩍 하는게 떠오르더랍니다. 낮에 역에 도착해 사둔 건전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로 텐트로 튀어들어갔더랍니다. 그리고 가방을 뒤져 찾아낸 건전지 뭉치들.

"야....."

정수의 목소리는 제대로 떨리고 있었습니다.

"건전지 처음부터 없었던거 같아...."

형주는 정수의 그 말을 듣지 않아도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놀랜 눈으로 건전지 뭉치를 들어 돌아서는 손은 자신에게도 정수의 말을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켜 주는 모양이었다네요.

"아까 그럼 라디오 하고....그런건 어떻게..."

평소에는 집에 있어야 할 카세트.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집에서는 건전지 넣는 곳따위 열어 볼리도 없었고, 당연히 건전지는 들어있지 않을텐데...하는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카세트가 있는 쪽으로 달리게 되더랍니다.

그곳에 도착하자 카세트는 그냥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아무도 그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더랍니다.

형주는 곧바로 바닥에 주저 앉아 카세트를 이리저리 만져보았답니다. 아무리 누르고 돌려보고 해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카세트. 갑자기 이곳은 깊은 산이라는 것이 생각나더랍니다.

'이런 산골에 아까 라디오 뉴스 같은 건 뭐지..."

생각이 미치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여자아이들이 형주의 그 불안한 모습을 읽은 듯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텐트쪽으로 달려갔더라고 하네요.

"야..이거 장난이지? 어떤 새끼가 건전지 뺀거 아냐?"
"......."

형주는 장난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장난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죠. 형주는 가져온 건전지 뭉치의 비닐을 벗겨내고 하나 하나 총 4개의 건전지 중 3개를 넣고 플레이를 누르려고 했답니다.

이번에도 라디로쪽으로 맞추어진 딮스위치. 볼륨은 끝까지 올라간 상태. 형주는 볼륨만 내리고 그대로 마지막 건전지를 끼워 넣었다네요.

'치직....삐..치직..'

라디오의 잡음이 들리더랍니다. 옆의 신호조정 다이얼을 아무리 돌려봐도 같은 잡음만이 흘러나올 뿐 아까와 같이 깨끗한 음질은 기대하기 힘들었다네요.

"미치겠네....."

형주는 다시 건전지를 빼고 딮스위치를 카세트 쪽에 놓고 플레이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결과는 당연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네요.

"야!"

어느샌가 뒤쪽으로 다가선 정수가 부르는 소리에 형주는 깜짝 놀라 뒤돌아 보았답니다.

"아까 경비들도 그렇고, 여기 이상하다. 여자애들도 집에 가자고 난리야."
"이런 씨발...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이거..."

주위를 둘러보니 저만치 텐트에서는 여자애들이 모여 울고있는 것 같이 보이고, 그 근처에 남자가 셋 그리고 자신의 주위에 셋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형주는 그들을 한번씩 번갈아보며, 뭘 어떻게해야 좋을지 몰라 카세트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네요.

희한하게도 낮에는 아무리 제어할려고 해도 통제가 안되던 애들이 그때만큼은 형주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답니다.

"...일단은 다 모여서 따로 행동하지말고..."

형주는 걸음을 옮겨 텐트쪽으로 다가가 여자아이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답니다. 그냥 소리없이 흐니끼는 애들이 둘 보이고 나머지 애들도 겁을 먹은게 역력할 정도의 표정으로 형주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너희들....따로 움직이지 말고 텐트에서 같이 있어. 좀 좁더라도 참고 말야. 이 밤만 어떻게든 보내자..."

형주는 잘 생각나지도 않는 말을 최대한 더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여자애들을 달래볼려고 했답니다.

"씨발 아까 경비들...그 때 부터 이상했어..."

기철이 불쑥 튀어나오더랍니다.

"맞아 그 경비들...확실히 이상했어. 아까 춤추면서 놀기전까지도 여자애들이 이상한 이야기 했었거든."

정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거들고 나섰습니다.

"일단 것보다는 오늘밤은 어케서든 무사히 보내는것만 생각하자. 아침되면 바로 짐싸자고."

모두들 꾹 다문 무언의 표정으로 동의를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그날 밤은 지나갔고 아침이 되어서는 삼촌께 연락을 해 그길로 바로 집으로 올라왔다네요.

그리고 그날밤의 카셋트... 또 하나의 문제는 정말 우연하게 일어났다고 하네요.

-

두편으로 나눠 올릴게요.
경비 이야기는 뻔해서 걍 빼버렸는데...궁금하신분 계시면 올릴게요.


[출처] 휴가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


아니 경비들이 어쨌다는거야
카세트는 어떻게 건전지가 없는데도 돌아갈 수가 있었던거지?
산골에서 라디오가 잡힌건 또 뭐야 무섭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숨 좀 돌리고
내일 다시 올게.
잘 자!
7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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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얘기는 나오면 그냥 다 무서워 ㄷㄷ
일욜저녁에 소름돋는건 옵몬때문인가, 월욜 때문인가;;;
저수지는 뭔가 으스스해.
요즘 휴대폰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저 와중에 그 자리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면 난 정말 정신줄 놓았을거 같아
경비는 뭘 어쨌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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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휴가때 벌어진 일 2화
그럭저럭 월요일도 보냈네 부쩍 피곤한 오늘이었어 다들 어땠을까? 같이 옛날이야기(ㅎㅎ) 보는 이 시간이 위안이기를! 그나저나 다들 반말로 이야기하니까 어때 더 편하지 않아? 매번 마음이 불편했거든 난 반말로 글을 쓰는데 다들 존댓말로 댓글을 달아서 나 혼자 버릇없어 보였단 말이야 ㅋㅋㅋ 격의없고 싶어서 말을 놓으면서 시작한건데 버릇없어진 느낌 ㅎㅎ 같이 반말로 이야기하자! 처음엔 좀 어색해도 하다보면 좀 더 아무말 하기 편할거야 ㅎ 그럼 오늘도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궁금해 하시는 분이 두분이나 계시니.... 뭐 그렇다고 다른 소재가 없어서 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요...는 훼이크고... 바로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 그 당시에는 밥배 따로 있고 술배 따로 있다고 했더랬죠. 지금이야 잘 모르는 말이지만, 혈기왕성 할 고등시절엔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았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밥 비슷한 것을 만들어놓고 이리저리 사온 통조림이나 김 같은 것들을 펼쳐놓으니 꽤 으리으리 했던 모양입니다. 평소같으면 맛이 있을리가 만무한 것들이 야외에서 왁자지껄 먹여 제끼기에는 그 맛이 더 할 나위가 없었다네요. 그러고 나서는 바로 술판을 벌이려 하는 와중에 밴드부의 일환이가 어디선가 기타를 들고 오더랍니다. "아 저새끼 짐 된다고 그렇게 가져 오지 말라니깐..." "야야 이럴때 폼 좀 잡아보지 록가수 흉내내는 아웃사이더 놈들이 언제 빛을 보겠냐." "크크..이 새끼들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소리 말아라." 일환이와 일행사이에는 장난 비슷한 약간의 실랑이가 오가고 있었답니다. 여자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 하는 표정이었고, 남자들은 그 상황을 즐기며 여자아이들의 선심을 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죠? 그러던 중에 여자일행 중 모든 남자애들이 눈독을 들여놓은 미영이란 여자아이의 낌새가 잠깐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네요. 남자들의 호감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어느때나 남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던 차, 그녀의 이상한 행동 하나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답니다. 그 중에 가장 빨리 말을 건 정수였다죠. "미영아 왜 그래?" "..으..응..저기.." "응?" 미영이 턱짓으로 가르키는 곳으로 모두들 고개가 돌아가더랍니다. "누구지?" "글쎄다..." 형주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두개의 후레쉬 빛이 교차하며 다가오는 곳으로 나아갔답니다. 그러나 형주가 더 나아가기 전에 이쪽에서 경찰과 비슷한 차림새를 한 두명의 남성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네요. "야 경찰은 아니지?" "경찰?"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런곳에 경찰이 올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죠. 형주 일행들이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자리에서 머뭇 머뭇 일어나자 두 후레쉬 불빛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답니다. "자네들 여기 놀러온건가?" "예." 형주가 대답했답니다. "여기는 함부러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학생들끼리 위험하게 논다는 제보가 있어서 와 본거야." "누가요?" 누가 위험하게 놀고 있냐는 물음이었지만, 대답은 다르게 나왔답니다. "누구긴 동네 주민들이지." "저희 삼촌이 말씀해 놓아서 다들 알고 계실텐데요?" "삼촌?" "예. 이찬주 씨라고..." "이찬주? 청년회장 말하는 건가?" "예." 두 남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작게 대화를 나누는 듯 해 보였답니다. "아 다른건 아니고, 동네 사람들이 저수지 쪽에서 소리가 난다 해서 연락받고 온거야." "......." "사람들이 들어올 만한 곳이 아닌데 말이지...자네들 같이 외지 사람이 아니면 여기 놀러오고 할 곳이 못되거든." "왜요?" "왜긴...여름에 여기 헤엄치러 온다고 해서 사고가 특히 많지." "저흰 물에 안 들어가요." "그럼 다행이지만....." 두 경찰 아니...그렇게 생각되는 그 두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윗 오주머니에서 메모할 것을 꺼내드는 것이었답니다. "우리도 일단 민원받고 출동한거라 형식 좀 차려야되니깐 협조 좀 해줘." "어떤거죠..?" "일단 그쪽이 대표인듯 보이니...자네 주민등록 번호." 턱짓으로 형주를 가르키고 바로 고개를 숙여 받아적을 자세를 취한 경찰은 형주에게서 주민번호를 받아 적자 허리에 걸린 무전기를 빼 드는 것이었답니다. "xxxxxx 에 xxxxxxx. xxxxxx 에 xxxxxxx." '치익' 무전기의 송신음이 끝나고 약 30초 정도 후에 수신음이 들렸답니다. '치익. 확인됐다. 이상없음. 치익' 당연히 들려야 할 대답이 나왔지만서도 어딘가 모르게 껄그러웠다는 겁니다. "이거 노는데 미안하게 됐군 그래. 우리도 그냥 할 일 한거야." "예...." "아 그리고 말야 도움 청하거나 할 일 있으면 저 쪽에 방범초소 있으니 그쪽으로 가면 돼." "방법초소요? 입구에 있는거 말씀이신가요?" "아니 그거 말고. 저 쪽으로 가다보면 전봇대가 나와. 그 밑에 초소가 있으니깐 안으로 들어가면 돼. 하여튼 그렇게 알고 있어들." 일행은 경찰들이 가르키는 저 어둠 넘어로 고개를 돌렸답니다. 그냥 어두울뿐 더 들어가봐야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이었다네요. "재미있게들 놀아."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길로 되돌아 가더랍니다. 일행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펼쳐놓은 자리로 되돌아 갔답니다. 하지만 발검을을 옮기지 못하는 미영을 보며 남자들도 제각각 그녀를 돌아보게 되었다네요. "저 사람들 이상하지 않아?" 미영이 던진 한마디. 자리로 돌아가던 일행의 발걸음이 모두 순간적으로 주춤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답니다. 다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형주만이 받은 느낌이 아니었다 하는군요. "맞어. 저 꼰대들 왠지 수상해..." 기철이 대뜸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해 보였답니다. "야 봐봐. 짭새들이 저렇게 쉽게 돌아갈리가 없잖아? 뒤에 술도 뻔히 다 보이는데..." "그건 그렇다해도...형주 삼촌 이름 말할때 짭새들 표정 봤냐?" 정수가 기철의 옆에서며 말을 이었답니다. "표정이 뭐 그려러니 하는 표정이었어. 형주 삼촌 덕일지도 모르지." ".....그랬냐?" "그려러니 해야지...짭새새끼들..야밤에 순찰돌기도 귀찮은거 아니겠어? 여기까지 온게 더 신기하다 야." 정수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웃어보이자 형주는 갑자기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더랍니다. '아냐...뭔가 이상해...파출소는 역옆에 있었는데...여기까지 거리가...' 그러나 그 생각은 일행을 불안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답니다. 주선자가 되어 이쪽으로 데려왔는데 괜히 일을 벌릴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다네요. 그렇게 대충 생각을 마무리 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을려는데.... "너희 정말 모르는 거야?" 약간의 소란스러움을 깨고 미영의 목소리가 모여있는 일행들 사이로 스며들듯이 들려왔답니다. 그때까지 경찰들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던 미영이 다시 자리를 잡고 앉은 일행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이었다죠. "미영아 왜 그래 너 무서워..." 여자 일행중에 누군가가 불안한 목소리로 미영에게 대답했더랍니다. 돌아선 미영의 표정도 불안함이 가득찬 표정이었다네요. "나 봤어....." 낮게 끊어지는 목소리. 시선의 촛점은 일행을 향하지 않고 어딘듯 불안하게 흐트러트리는 모습이었답니다. "야 왜그래! 정말 무섭잖아!" 여자아이들의 낮은 비명이 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때 였답니다. "야야 됐어 보긴 뭘봐. 그냥 기분탓 아니겠니?" 어느 순간에 거기까지 이동했는지 수희라는 여자아이가 미영의 어깨를 감싸는 것이었답니다. 그리고는 일행이 있는 자리로 데려오는 것이었다죠. "야야!! 니가 더 무서워. 언제 미영이한테 갔냐? 깜짝놀랬잖아." 정수가 너스례를 떨며 미영과 가까이 다가온 수희의 어깨를 탁 쳤답니다. "어머 얘가. 언제부터 알았다고 친한척이야?" "어허 이거 왜이러셔. 벌써 우린 친구 아니겠어?" "훗. 웃기시네." 그렇게 정수의 적절한 너스례로 분위기는 일단락 되었지만, 수희가 미영에게로 다가가는 것을 아무도 모를정도로 미영의 분위기에 눌려가고 있었던 것 같았답니다. 형주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들도 그렇고, 그 때 벌어진 그 상황도 그렇고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그러나... 분위기는 일환이의 기타연주로 금방 전환이 되었고, 모두들 좀전에 있었던 일을 잊는 듯 보였답니다. 다만 미영의 불안한 표정과 그것을 계속 지켜본 형주만이 그 분위기에 빨리 익숙해 지지 않았다 하네요. 그것을 눈치챘는지 기철이 형주에게로 다가와 텐트안에서 조용히 맥주나 한 잔 할 것을 권했답니다. "그래 있는 우리 둘은 빠져줘야지. 저새끼들 자꾸 우리한테 눈치주네 크크크." 그렇게 둘은 텐트로 돌아와 캔맥주에 라면을 부셔 안주삼아 건배를 하고 있었다네요. 그러다가는 정수의 댄스 타임이 시작되었고, 텐트에 앉은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카세트 사건이 터지고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려올 때였답니다. 비명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미영. 헐레벌떡 달려온 정수의 말을 듣자마자 카셋트가 놓여진 자리에 돌아간 형주는 미영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너희들 진짜 모르고 있었던거야? 정말?" "........" 주위에 고개를 돌리며 대답을 구하는것이 분명한 미영의 모습. 그때서야 형주는 일이 커졌음을 알게 되었다죠? "나...분명히 봤어. 그 경찰 아저씨들...." 말끝을 흐리며 눈물이 고여 있는 눈을 닦아내는 미영. "그 사람들 사람이 아닌것 같단 말이야. 왜 내 이야길 끝까지 안들어!" 더더욱 흐느끼는 미영. 주위는 잠깐 정적에 잠기는가 싶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로 주위가 산만해질 정도였답니다. 그 때 미영에게로 다가가는 정수. "너 아까 그러면....." "......으..응." 눈물을 훔치며 고개만 끄덕이는 그 모습에 정수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미영을 주시하고 있던 남자아이들은 그 대답의 의미가 뭔지 알아채는 중이었답니다. "미영아 뭘 본거야?" 그 때 미영에게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안는 수희. 그렇게 수희에게 기댄채 잠시 흐느끼던 미영은 고개를 들어 정수에게 촛점을 맞추고 말을 했답니다. "정말 볼 생각 없었거든...그런데...그런데...거기서 갑자기 나타난거야. 정말 그냥 나타났어." "나타나다니 뭐가?" "몰라 그냥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자리에 나타났어." 울먹이는 미영이 하는 말이 정확히 바로 이해는 되지 않았었답니다. 형주는 미영에게로 다가갔답니다. "미영아 그냥 나타난거면 그 자리에 그냥 생겼다는 말이야?" "..응.." "걸어서 이쪽으로 온게 아니라고?" "...그냥 거기서 나타났어..." 형주는 두번의 물음을 하고서야 머리에 떠오르는게 있었답니다. 당시 모두가 시선을 돌려 알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오고 있을때 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나타났음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라죠? 미영이만이 처음부터 본것이었다고 생각되었답니다. '그리고...라디오 무전기....이런데서 터질리가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한기를 느껴며 온 몸에 털이 바짝서는 전율을 맛보았답니다. "그런데...그런데...진짜 너희들 못 봤어...?" 흐느낌을 멈춘건지 눈물기운만 남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정수를 바라보던 미영은 또 당장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네요. "그 사람들.....그림자가 없었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자아이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텐트쪽으로 달려나갔고, 그들을 따라 달린 남자들을 제외하곤 정수와 형주 카세트가 마주보고 있었다네요. "이런......." "씨발 뭐 이래..." 정수는 기분을 잡쳤다는 표정으로 바닥의 돌을 차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정수만이 당황하지 않은 표정이었다네요. 무서움을 타지 않았던건지.... 결국 그날밤은 거의 뜬 눈으로 지새웠고, 밤새도록 옆텐트에서 흐느끼는 여자아이들 때문에도 잠을 잘 수 없었다네요. 불안했던것은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후일담이라면 경찰들이 가리켰던 그곳에 있을 전주밑에 초소는, "거기? 이젠 못가. 작년 홍수나서 저수지 물이 엄청 불었거든. 그때 거기도 물에 다 잠겼지. 지금이야 물이 빠져서 보일지는 모르겠는데 누가 거길 갈려고 하겠니?" 전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삼촌에게 들려주자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씀해 주셨다 하네요. 그리고 한말씀 더 하신게...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떠돌고 있지. 니들이 아니라도 말야. 그래도 너희는 12명이나 되니 담력시험으로 도 좋을거라 생각했는데...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큰일날뻔 했어..." 그렇게 일행은 악몽같은 하룻밤을 지내고 바로 인천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 뻔한 이야기였죠?? 그래서 안 할라고 했는데....소재부족으로 아무거라도 잡고 써야 웃대에 더 자주 올것 같아 써봤습니다. 그렇다고 한가한 시간이 많다는 것은 아닙니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 다음이야기는 그 카셋트에 엮여서 올라온 이야기 해 드릴게요. [출처] 휴가 -2-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 어우 경비원 얘기가 왜 아무것도 아니야 이 아저씨 글 너무 쫄깃하게 잘 쓰시네 별 것도 아닌데 숨을 한참 참았다 정말 내일은 이 다음 얘기 가지고 올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맙고 ㅎㅎ 잘 자! 좋은 꿈 꾸고!
퍼오는 귀신썰) 휴가때 벌어진 일 3화
오늘은 휴가 이야기 마지막! 개인적으로 너무 무섭게 봤어 ㅠㅠ 겁 많은 사람들은 꼭 불켜고 보고! 물론 겁이 많은데 이걸 불끄고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ㅎㅎ 그럼 이어 갈까? _________________ 저번에 이은 이야깁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갔던 휴가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로 엉망이 되었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그길로 일행 특히 여자쪽과는 아무런 연락을 할 수 없었다는 비보를 전해주더군요. 참으로 안됐죠... 이번 휴가 이야기는 사회에 나와 직장에 다닐즈음에 들은 이야긴데요. 이 이야기는 형주의 집에서 간단하게 술한잔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이죠. 그녀석과 전 밖에서 한 잔하고 들어와 집에서 맥주를 조금 더 마시는 것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저옆에 놓여진 카세트를 바라보니 뭐 별거 없는 그런 물건이죠. "저거냐?" "뭐?" "니가 말한거." "그때?" "......." 맞다고 고개짓 해보이더군요. "저게 얼마나 쫄게 한 줄 아냐?" "뭐가 또 있어?" "니한테 못 들려주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뭘?" "....묻어온게 있어." "묻어?"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그날 부랴부랴 짐싸서 인천으로 오는 내내 일행은 침묵으로 일관 했다하는군요. 애써 분위기를 바꿔볼 그런것도 없었답니다. 모두들 묵묵히 창밖만 바라보고 돌아왔다죠? 그저 헤어질때 다음에 보자라는 가벼운 인사뿐... 그 후로도 실제 서로간의 연락은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방학이 끝나서야 어느정도는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다는데요. "그정도로 심각했냐?" "니가 몰라서 그래...이야기로만 들으니 다음날 막 웃고 할 수 있을 것 같지?" "........." "그 분위기는 말로 설명이 안돼. 다들 목숨은 건졌다라는 표정이랄까...?" "훗..." "뭐야? 웃어?" "야 사내새끼들이 무슨....기집애들이야 뭐 그려러니 해도..." "이놈봐라. 그때 테이프가 있어야 찍 소리도 못 할텐데..." "뭔 테이프?" "있어 그런게. 정수 새끼가 안 가져갔으면....." 사건 당일은 개학까지 몇일이 안 남은 어느날 이었다는군요. 예고도 없이 정수가 집으로 찾아왔답니다. "야 삐삐라도 치지." "삐삐는 무슨. 형이 다 널 위해서 이벤트 준비한거 아니냐." 정수는 현관으로 들어서며 뒷짐지고 있던 뭔가를 들어 보이더랍니다. "짠! 이게 뭔줄 아냐?" "헛!" "새끼 놀래긴 크크크." 다름아닌 그 당시 그들에겐 최고급 이라 칭해도 전혀 무색함이 없는 양주 패스포드 였던겁니다. "이거 어서 났어?" 받아든 양주박스에서 도저히 눈이 떼어지지 않더랍니다. "어서 나긴 형이 다 널 위해 준비한거야." "이자식이!!" 형주는 자기도 모르게 정수의 어깨로 팔이 감싸지더랍니다. "우린 친구지?" "니놈이 지옥에 떨어지는 날 절대 외면하지 않으마." 온갖 미사어구를 동원해 자신의 우정을 보여주려 해도 모자람은 끝이 없었다네요. 얼마나 고마웠다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지..." "뭐가?" "그깟 양주 한병. 그때는 왜그리 멀게 느껴진거야...크크크." "야 니만 그랬겠냐....그래서 어떻게 된건데?" "아...." 낮시간의 집에는 아무도 없는게 당연한 형주의 집. 둘은 방으로 향하기전 거실에서 평소에 잘 쓰지않는 컵과 대충 얼려져 있는 냉동실의 얼음을 전부 들고 평소에 어디선가 본 장면들을 흉내내고 있었답니다. "야 진짜 이거 어디서 난거야?" "궁금하냐? 얼마전에 우리집에 제사가 있었지. 친척들 중에 누가 가져온건데 안먹고 창고에 박혀있더라고. 그래서 걍 들고 나왔지." "잘했다! 아무도 관심 안 가져 줄때는 우리라도 가져줘야 않겠니?" 둘은 이미 신이 하늘로 향하고 있었답니다. "야 근데 낮술 먹어도 되는거냐? 너희 부모님 갑자기 들어오시면 어떻게 하지?" "야야 쫄지마." 형주는 가장 자신있는 표정을 지어보였답니다. "그래서 되도 않는 그릇에 얼음 잔뜩 담아놓고 튀김할때 쓰는 집게하고 우유 가져다가 먹기 시작했지." "나는 양주 별로 맛대가리도 없던데...." "그런게 그때 어딨어. 그냥 막 먹어제낀거지. 테레비 에서 본거 흉내내고 맛도 지뿔 모르면서 서로 폼 잡은거 생각하면...." 실소 비슷하게 웃어 보이더군요. 하긴 그 꼴이 많이 우스웠을 겁니다. "그렇게 한 두 모금 마셨을라나...?" 정수가 어디 한곳을 바라보더랍니다. 형주의 등넘어 어떤 곳이었는데, 뭘 보는지 대충 짐작이 가더라 하더군요. "야 저거." "......." 컵을 쥔 손의 집게로 등뒤를 가르키는 정수. "저게 왜?" 형주는 뒤돌아 카셋트를 바라보며 반문 했더랍니다. 정수의 표정은 왜 저것이 여기 있으냐 하는 표정이었다네요. "야야. 저거 없으면 나 뭘로 음악들으라고?" "임마 그게 문제냐? 밤에 혼자 있고 그러면 안 무서워?" "..애들도 아니고..무슨.." "나도 어지간하면 무섭다거나 그런거 모른는데...저거 내 방에 놔둘만큼 깡이 좋진않어." "깡은 옘병...그냥 저거 없으면 노래 들을게 없어서 그런거야." 실상 그랬다죠. 양주 한 병도 꿈의 물건으로 취급하던 시절엔 모든 전자제품을 쉽게 살 수 있었던것은 아닙니다. 거기에 아르바이트도 안하는 고등학생에겐 어지간한 것들은 모두 고가의 것들이었죠. "뭐 됐고..." 그렇게 둘은 양주 한모금 우유 한모금 번갈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그러던중에... "야 내 듀스 테이프 어디있냐?" "듀스?" "그 때 놀러갔을때 말여." "아~" 형주는 카세트 방향으로 턱짓해 보였답니다. "뭐?" "임마 그 때 들고온 이후로 한번도 만진적 없어." "......." "나도 아직까진 만지기 싫어. 밤엔 특히...." 솔직히 놔두고는 있었지만, 플레이 버튼을 눌러보지는 못하겠더랍니다. 그 당시엔 엠피 쓰리니 하는 것들은 그 단어조차 생소하던 때고, 개인용 데스크탑 이라는 것은 굉장한 사치품이었으니, 노래를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오직 기계장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리고 형주의 방엔 어디서 가지고 온 것들인지 인형이라던가 피규어 열쇠고리, 노래방에서 녹음해온 테이프 등등 잡동사니들이 굉장히 많았죠. 자기 물건은 잘 버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뭐 그려러니 했습니다. "저기 들어 있다고?" "그럴려나?" 형주는 들고 있던 컵을 놓고 살짝 일어나 등넘어로 카셋트가 있는 부분을 더듬어 잡고 정수에게로 카셋트를 넘겨 주었답니다. '철컥' 정수는 받아들자마자 열기 버튼을 눌러 데크를 개방했고, 그 안에서 같이 딸려나오는 테이프를 볼 수 있었답니다. "있네." 짧게 감탄사를 던진 정수. "이거 또 살려다가 갑자기 생각났지." "리어카표 아녀? 하나 더 사면 되지." "무슨 리어카야. 이거 진퉁이래도." "내눈엔 다 짝퉁으로 보이네." "미친....." 정수는 신이난 듯 테이프를 다시 데크에다 밀어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것이었답니다. "........." 잠깐 멈칫하는 정수. 그 순간 정수가 멈칫 하며 돌린 시선과 형주의 시선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마주쳤다고 하네요. "....야 설마..." "미친넘아 그럴일이 있냐?" "그렇겠지?" 정수는 다시 카세트로 눈을 돌려 플레이 버튼을 눌렀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카세트.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례 정수에게서 카세트를 건네받았답니다. "당연하지. 이게 돌아갈일이 있냐?" 하지만 행동은 카셋트 뒷면에 건전지함을 열어보고 있는 중이었다네요. "........" 그걸 조용히 바라보는 정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네요. "야 솔직히 그날.....나 믿기지가 않는다." "뭐가?" "야 빠떼리 들어있었던 걸 수도 있잖어?" "......" "진짜 우리가....." "미친넘아 눈으로 보고도 그러냐?" "........." 정수는 더 말을 못 이었다고 하네요. "술이나 마셔. 괜히 더 생각해봐야 짜증만 나지....니 좋아하는 듀스나 실컷 들어라." 형주는 카셋트 건전지함을 닫지 않은채로 그냥 전원 플러그를 벽면 콘센트에 꽂았답니다. 오후에 진행되는 라디오 프로인지 남녀 출연자들의 목소리가 잡음에 섞여서 들리더랍니다. 그에 형주는 바로 전환 스위치를 카셋트로 맞추고 듀스 테이프가 들어있는 데크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답니다. 아무런 음이 흐르지 않는 긴 인트로가 흐르자... "야 이거 무음이 왜이리 기냐?" "그때도 그러지 않았냐?" 정수가 의심이 가는 눈초리로 카셋트를 쳐다보더니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답니다. '찰칵' 이러서 테이프를 꺼내 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네요. "야 이거 딱 보면 까만부분이 한 5분 정도는 흐른거 같은데 아무 소리가 안나냐?" "쯧 그러니깐 임마 정품을 사야지 짝퉁을 사니깐 그런거 아녀." "아니 이새끼가 진짜. 정품이래도 내가 맨날 듣던거라고 몇번을 말해야되냐?" 정수는 약간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시 테이프를 데크에 집어넣고는 앞으로 감기 버튼을 누르더랍니다. 테이프가 빠르게 감기는 소리가 났던것이 약 10초 정도? 바로 플레이버튼을 누르자 기다렸던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더랍니다. "야야 그날 기철이 새끼가 녹음버튼 같이 누른 부분이 지워진거 같아 보이는데?" "에휴 이게 씨발 얼마 짜린데...." 입에 무언가 불만이 가득담긴 모양을 하며 연신 기철이 욕을 해대었다고 합니다. "술이나 마시자. 겨우 3천원 짜리 짝퉁 테이프로 열받지 말고." "이 새끼가 진짜!" "크크크 알았어!! 술이나 먹어." 그렇게 듀스의 음악을 들으며 이리저리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시간이 잘도 흘러가더랍니다. 그러다가 음악이 끝이나는 부분에 방안이 조용해지자 '드드득' 하는 카셋트의 오토리버스 소음이 났더라고 했네요. "생긴건 쌍팔년도 올림픽마크 태생 같은데 오토리버스도 되냐?" "야야 비싼거야 이거 왜이래." 그리고 약간 지루하게 이어지는 무음. "야이 기철이 이 새끼 뒷면까지 다 지워버렸나?" "........" 형주는 뭔가가 하나 생각이 나더랍니다. 그러나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음악소리가 시작되었고, 카셋트로 손을 가져가던 정수가 행동을 멈추고는 벽으로 등을 기대더랍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크게 소리를 내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정수. 술이 취했다는 느낌이 역력했다네요. 그에 반에 형주는 약간 정신이 맑아 지더랍니다. '분명 전에......' 생각에 뭔가 의심이 들더랍니다. 형주는 크게 노래를 부르는 정수를 무시한체 카셋트의 녹음쪽 데크를 열어보았다네요. '찰칵' '이런 씨발....' 예상 했던 모습이었답니다. 그 때 였다네요. 갑자기 노래가 뚝 끊기더랍니다. "야 뭐야! 왜 끄고 지랄이야." "........" 형주는 신경질적인 정수의 반응에 응하기 보다는 열려져 나온 녹음쪽 데크에 더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는 중이었답니다. "빨리 틀어 끄지 말고. 형이 휠 받은게 못 마땅하냐?" 형주의 머릿속에는 그 날의 일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고 하네요 '녹음으로 지워진 테이프는 내 테이프인데....' 녹음쪽 데크에서 뱉어져 나온 형주의 노래방 녹음 테이프. 그리고 플레이만 가능한 듀스 테이프가 들어있는 옆쪽의 데크. "이새끼 진짜 흥 다 깨네." 그 순간 벽에 기대있던 정수가 카세트쪽으로 손을 대려고 했더랍니다. '찰싹' "뭐야?" 버럭 화를 내는 정수의 표정과 형주가 마주 보았을 때라네요. 형주는 카세트에 손을 대려는 정수의 행동을 손등을 쳐서 저지하고 시선으로 카셋트를 가르켜 보였답니다. 그에 정수는 형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열려져 있는 녹음쪽의 데크와 그 안에 들어있는 투명한 노래방 녹음 테이프를 확인 한 것 같았답니다. 그리고 반대쪽에 플레이 버튼이 눌려진채로 있는 데크가 보였는지, "뭐야? 끈거 아니냐?" "......야 잘 봐봐." 형주가 턱짓하자 정수는 고개를 숙여 데크 덮개를 바라보았답니다. "어? 돌아가고 있는데...." 고개를 들어 형주를 바라보는 정수의 눈빛은 왜 소리는 나지 않냐 하는 반응이었다죠. "야 잘 들어봐. 그날 녹음 버튼 눌러서 지워진 테이프는 내 테이프거든. 니 테이프는 저기에 계속 있었던거야." "그게 왜....?" "미친새끼야 무음이 나오는 부분이 있을리가 없는거 아냐. 술좀 깨라 병신아!" 정수는 형주의 말에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가 싶더니, 큰눈을 하고 카셋트를 내려다 보더랍니다. 그 때 였답니다. "야 뭔소리야 이거!" "........." 정수도 본능적으로 느낀건지 형주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모습이었답니다. 분명 기억에 있는 소리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잊지않고 있었던 이어지는 소리. '치익....치익...xxxxxx 에 xxxxxxx. xxxxxx 에 xxxxxxx...' '치익. 확인됐다. 이상없음. 치익' 누가 먼저랄것도 없었답니다. 미친듯이 방문을 박차고 나가서 현관까지 뛰는데 정말 순간인 것 같았답니다. 밖에 나오자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서 순간 현기증이 돌 정도였다네요. "야..야....저거 뭐냐...씨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야 낸들알어!" 그렇게 둘은 벌벌벌 떨며 맨발로 현관밖에 서서 이도저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고 합니다. "씨발...어떻게 저런일이...." "........." 어안이 벙벙해 보이는 정수는 형주와 여기저기를 계속 번갈아 보면서 뭔가 말을 할려고 시도를 하려다 그만두고 하려다 그만두고 입맛만 다시는 중이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겁먹은 상태에서 한참을 있고 나서야 방에 다시 들어 갈 수 있었답니다. 뭔일이 있었냐고 되묻는 듯한 방안의 풍경. 정말 아무일도 없었던게 맞는가 싶었답니다. "그때 생각하면....지금도 밤에 깨는게 두려워..." "...그런데 테이프는?" "응? 아....그거 정수가 가져갔다." "왜?" "왜긴. 지꺼니깐 가져갔지." "그냥 준거야?" "그럼 그냥 주지 뭘 어째." "........" 정말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그 테이프를 들어봤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졸업 후 정수라는 친구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 모양이랍니다. "그새끼...그 때 제대로 쫄았어. 지나가다가 이쁜애들 있으면 막 말걸고, 선생한테 대들고 선배한테도 개기고...깡 하나는 정말 좋은 놈이었는데..그렇게 까지 쫄아버리네...." "훗...깡이 좋아보이긴 하네..니 말대로 존나 쫄았으면서 그 테이프 가져간 걸 보면..." "그렇긴해. 지금이야 약간 후회가 드는게, 그 테이프 정말 만지기도 싫었어 당시에는. 그래서 줘 버린건데...아 그냥 갖고 있었어야 했어.." 저도 상당히 아쉽더군요. 괜히 한번 더 카셋트를 쳐다보게 되었죠. 또 한 번 뭐가를 보여줄 것 같은 카세트라.......... 괜히 술맛이 쓰더군요. [출처] 휴가 -3-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 아 이번 화 나만 무서워? 왜 이렇게 무섭냐 소름이 쫙 돋았어 후... 심호흡 좀 하고 ㅎㅎ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이렇게 주절댈 수 없다면 진짜 무서웠을 것 같아 ㅠㅠ 오늘도 잘 자고 내일 또 보자 ㅎㅎ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4-
오늘 날씨 너무 좋네 :) 다들 기분도 좋은 하루였기를 바라며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보자! ___________________ 일상에 다름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조금 다를게 있다면 오늘 전원투입 시간에 본거지로 돌아가는 것이었죠. 작업은 전후반야 근무자들이 일어나 식사를 마친 1시 30분 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죠. 그래도 전날 보다는 좀 약해진 것 같기는 했지만, 작업 하기에는 좀 짜증이 나는 날이었답니다. 주간 근무를 마친 근무자들이 들어오며 삽이랑 곡괭이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는 우리를 바라보며 '충성' 하고 지나가자 무심결에 둘러보니, 제 부사수 였던 거죠. "야 어제 전반야 서고 잠은 잤냐?" "예 조금 자다가 10시 근무 부터 투입됐습니다." "음...사수가 없으니 고생이구나." "괜찮습니다." "그래?" 오늘 저녁 전원투입엔 제가 본거지로 돌아가는 지라 자연히 부사수는 사수가 없는 모양이라 일반 근무로 뺀것 같더군요. '근무 로테이션 엄청 꼬이겠는데....' 하지만 제가 신경쓸건 아니었죠. 저는 저녁에 고향으로 가면 끝.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대충 삽과 곡괭이 등등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부소초장에게 인원보고를 한 짧게 부소초장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비오는데 짜증날거다. 그러나 어쩌겠냐. 어쨌든 다 해야 하는 건 너희들도 잘 알고 있잖아? 작업지 도착하면 판쵸우의 벗고 해도 돼." "예 알겠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죠. "오늘은 비닐 작업 전부 투입 안하고 5명은 배수로 작업 투입할거다. 박병장." "병장 박xx." "비닐작업 다 끝나가니깐 애들 4명 데리고 보급로 쪽 배수로 작업 좀 갔다와라." "배수로 말입니까?" "그렇지. 진입로 쪽으로 돌아가는 곳에 관리 안된 배수로가 있다. 고생 좀 해라." "마지막날 이라고 막굴리시는 거 아닙니까?" "야야 너 아니면 누가 인솔하냐. 심상병이 할까?" "예 저말입니까?" 옆에 섰던 심상병이 화들짝 놀래긴 했지만, 왠지 모를 미소가 보였다 할까요? 인솔자 되서 작업 나가는 건가 싶었을 겁니다. 한마디로 리더가 되는 건가 싶은 기대였죠. "부소초장님 저 올라가면 신나게 비닐 작업 해야지 말입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어쩌겠냐. 박병장 오늘 복귀라고 행보관님의 특별지시가 있었다. 휴가 그냥 가는 거 아니잖냐 하고 행보관님이 전해달란다." '킥킥' 옆에서 웃는 소리들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후 그놈의 휴가....진짜 쉽게 못가겠네..." "비닐작업 쪽은 슬슬 마무리 단계니깐 박병장이 배수로는 확실히 책임져줬으면 해. 이상. 장비 들고 이동!" 후다닥 끝마치고 대꾸의 여지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 버리는 부소초장이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서서 그동안 작업에 열의를 보였던 4명을 데리고 부소초장 무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작업병이라고 그러죠? 제가 그런거 였습니다. 중대 대대 큰 작업들엔 항상 제가 있었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삽질 곡괭이질 그 때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체력은 그때와 무지하게 다르겠지만... 그렇게 대충 열을 맟춰 한 10분정도 이동하니 작업지역인 듯 한 배수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작업 해놓고 비가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개발 새발 대충 작업 해 둔 모양새가 짜증이 스윽 일기 시작하더라고요. "야 저거 누가 작업했냐?" "김병장님이지 말입니다." "에혀 말년 그럼 그렇지..." 각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그냥 흙과 풀같은 것만 대충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둔 모양이었습니다. 아 배수로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흔히들 텐트를 이용한 야영을 해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비가 올때 텐트 주위에 작게 도랑을 파죠? 비가 올때를 대비해 텐트에 물이 들지 말라고 파놓는 긴 구덩이 보신 분들이면 아실 겁니다. 배수로는 그것보다 더 깊고 넓은 것으로,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산악지형 도로 특성상 흙으로만 이루어져 양 옆에 배수로를 파 두지 않으면 빗물에 많이 침식되곤 하죠. 그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별 쓸데도 없는 이유들 뿐이죠. 제가 보기엔 그냥 보여주기 용도가 전부. 그 반증이 군대의 특성상 각이 생명이라 여튼 이쁘게 잘 만들어야 합니다. 각 잡다가 시간이 다갑니다. 그런데 저도 군인인지라 미리 작업 해둔 그 모양새를 보니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더군요. "저걸 작업이라고 한건지...." 짜증이 나면서 저것까지 다 손봐야 작업 해놓고 욕 안 먹겠다 싶었습니다. 작업이 시작되고 신나게 삽질을 해대다 보니, 빗물을 먹은 흙이 삽을 더 무겁게 만들더군요. 흙속에 바위가 있을때면 곡괭이로 내리 찍었는데, 그 찍는 순간에 물을 먹은 흙이 이리 저리 튀며 눈이고 입이고 코로 들어가 짜증도 무척 났었답니다. 단 하나 땡볕이 아니라 좋긴 했지만, 차라리 땡볕이 더 나을 듯 싶었습니다. 얼마나 작업을 했을까요? 허기가 약간 느껴져 시계를 들여다 보니 3시 반을 약간 넘어가고 있었네요. "벌써 두시간 동안 판거냐?" 개어놓은 판쵸우의 더미로 가서 삽을 대충 던저놓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꽤 먼 거리를 파고 지나왔더군요. "막내야. 갖고 온 빵이나 먹자." 출발전에 관물대에 짱 박아둔 빵을 갖고 나오는 것을 봐둔 것이었죠. "벌써 저만큼이나 팠네....앞으로 언제 저만큼 파냐?" "박병장님 오시니 그래도 금방 팠지 말입니다. 말년이랑 할때는 일 진짜 안됐었는데 말입니다." "야 어디다가 갖다 대냐. 말년이랑 나는 밥 안될 때부터 엔진이 달랐어." 심상병이 건네주는 빵을 건네받으며 판쵸우의 더미로 털썩 주저앉으니, 다리가 그냥 힘이 쫙 풀리는게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더군요. 그 때 였을 겁니다. "야...저거 불발탄이냐." 턱짓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빨간색 물감같은 즉 락카로 칠해놓은 가운데 무슨 돌덩이 같은것이 보였습니다. "예 그렇지 말입니다." 그 때 까지는 작업하느라 주위를 볼 틈이 없었는데, 자리에 앉아 주위를 보니 슬슬 풍경이 들어오더군요. 저는 일어나 좀더 자세히 볼 모양으로 가까이 다가갔더랬죠. 분명히 90미리 무반동총 탄환 같은 모양새 였습니다. 아니면 박격포의 탄환이라던가 하는... 전방지역에선 불발탄이 굉장히 많이 발견되서 그때마다 경고차원으로 그 주위에 빨간색 락카로 칠을 해두곤 했죠. "저런게 어째서 이런데까지 굴러와있냐..." 저는 살펴보기를 관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씨발...그나저나 지금 우리 지뢰밭 위에서 곡괭이질 하고 있는 거네..." 말 그대로 였습니다. '지뢰' 라고 표시된 경계 부근이 바로 배수로 였으니 말이죠. 우리집 마당안에서 하는 삽질이 아니라 지뢰위험지역에서 그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그 나름대로 그것도 공포네요. 작업중 곡괭이로 대전차 치뢰 뇌관을 찍어 그 주위 작업병사들이 전부 중상을 입었다는 사고 사례 같은 것은 군생활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불발탄을 삽으로 찍어 손목이 날아간 사고 사례 전파 같은 것들도 몸서리가 쳐지기엔 충분했죠. "에휴..어쩌다가 이런 오지까지 오게 됐나..." 체념 섞인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시 저 지뢰밭으로 들어가 곡괭이 질을 할 생각을 하니 몸이 뻣뻣해 지더군요. 그 때 였습니다. "박병장님!" 누군가가 저를 소리질러 부르는 소리에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랬죠. 같이온 이일병이 제가 좀전에 다가갔던 숲 방향으로 손을 들어 가르켜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저기 뭔가 이...있습니다." 상당히 당황한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그 방향으로 다가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틀었죠. 방금전 쳐다보고온 불발탄이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뭔데?" "그...그게..." "뭘 본거야?"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제게 자기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군요. "누...누가 있었습니다." "뭐?" 이일병은 계속 고개를 흔들며 '분명 있었는데' 하는 말만 중얼거리면서 제 눈치를 살피더군요. "맷돼지 아녀?" "...그런가...." 당시 아무것도 없는 풍경에 제 말은 큰 설득력이 있었죠. 누구나 다 맷돼지로 인정을 하려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중이었죠. "그런데...박 병장님...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미간을 징그리며 분명 거짓이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 "저도 불발탄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 뒤에 사람 같은게...." '사람' 같은게 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주위에서 야유가 흘러나왔죠. "에휴 병신아 저기 사람이 왜 있어." 그렇죠. 사람이 있을리가 없죠. 그러나... 그날 비가 내리고 안개도 계속 드리워져 있던 중이라 숲 안쪽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묘한 분위기에 계속 짓눌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는 일단락 되었고, 다들 희안하게 침묵속에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고 잠깐 쉬게 되었을 때였죠. "우악!! 뭐야!!"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저만치에서 전상병이 미친듯이 이쪽으로 뛰어오는거 아니겠습니까? 소변보러 간다고 저만치 가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놈처럼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었죠. "저...저기 미친년이!!" 그러나 그의 뒤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야 뭔데!" 저는 그가 등진 방향으로 튀어나가며 뭐가 있나 볼려고 이리 저리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죠. "저...저...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고갤돌려 뭐가 있냐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저에게 말을 더듬으며 말해오더군요. 이쯤되니 아까일도 그렇고 지금일도 그렇고...작업을 일단 중지 하는 길 밖에 없더군요. "야 무전기 줘바." 저는 85k 무전기를 건네받고 부소초장과 통신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치...치...삐...'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죠. 현장에서 철수 하겠다는 무전을 날릴려고 했지만, 역시나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야 아까 내려오면서 감도체크 한게 어디쯤이냐?" "여기서 한 번 했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업 시작전에 작업 한다고 무전 친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어디 짱박혔나...."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자 슬슬 방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일병 니가 본거 뭔지 이야기 해봐." "그..그게...그냥 여자라고 생각되지 말입니다." "여자?" "예." "이런데 여자가 왜 있어. 있으면 그게 귀신이지!" "......." "어떻게 생겼던?" "그냥 뭐랄까...머리는 길고 얼굴은 검은 건지 그늘 같은게 있어서 잘 안 보였습니다. 팔 축 늘어트리고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었는데, 옷은..푸르스름한 원피스 였습니다. 얼룩 같은게 있는 건지 군데군데 좀 너덜거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씨발 딱 귀신이잖어." "아니 그렇다기 보단 왠지 사람 같은 느낌이 더 크지 말입니다." "사람?" "숲 저만치에 서서 저한테 손짓했습니다. 이리로 오라고...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전상병 너는?" "저 말입니까? 이일병이랑 똑같습니다. 오줌 싸고 있는데 옆에 뭐가 있는 것 같았지 말입니다. 그래서 봤더니만..." '껑충' 하고 저한테 뛰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그렇게 확 저한테 왔지 말입니다. 그래서 미친듯이 튀었지 말입니다." 어이가 없었드랬죠. 비가 오긴 해도 대낮인데, 그것도 군사지역 민간인의 출입이 아예 있을리가 만무한 곳에 미친년의 출현이라.... 어디가서 말 했다가는 바로 군기교육대 감이었죠. 그저 옛날부터 이 근처에 살던 늑대인간 같은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나 지껄이는 중이었죠. 그 때 였습니다. 누군가 저기서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고 있었죠. 순간 저 포함 일동의 시선이 그쪽으로 휙 쏠리며, 온몸에 소름을 맛보고 있었죠. 긴장하는 그때 일동의 시선이 차단되는 저 만치 커브길에서 스윽 모습을 나타내는 부소초장과 전령이었습니다. "야 작업은 다 되가냐?" 순간 모두는 초긴장 하고 있던 마음이 누그러 드는지 가볍게 한숨들을 내뱉고 있었죠. "역시 박병장. 각이 제대로 살았네." 배수로 근처를 따라 이쪽으로 오던 부소초장이 이쪽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마디 건네더군요. "뭔일 있었냐?" "........." 그간 있었던 일을 잠깐 설명을 하니 부소초장은 얼굴이 굳으며, 같이 따라온 전령에게 무전기를 건네 받았습니다. "이게 안된다고? 갑자기?" 부소초장은 우리쪽 무전기까지 마저 건네받고는 호출버튼을 여러번 눌러 보더군요. 결과는 실패..... 고장이나 신호의 방해 없는 인접 상태에서 무전기는 서로의 신호를 받고 있지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부소초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가더군요. 그 때서야 같이 온 전령이 최이병임을 알 수 있었죠. 침묵은 약 1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전기의 '치익' 거리는 잡음과 '후두둑' 최이병의 판쵸우의를 때리는 빗소리. 숲속에서 짙게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죠. 저 안개속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 "일단 철수해라. 배수로 작업도 거의 다 된 것 같고, 비도 많이 오니깐...."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래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후임들은 벗어놓은 탄띠며 판쵸우의 들고온 장비들을 챙겨 드는 것이었습니다. 모자 챙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안으로 실제로도 퍼렇게 변한 입술의 후임들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안스럽기까지도 했고요. "박병장." "예?" 부소초장이 저를 불러세우고는 가져온 것들은 챙겨 열을 갖춘 후임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상병. 삽 두자루만 두고 인솔해서 소초로 복귀해라." "예 알겠습니다." 심상병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앞으로 가!' 하고는 무리를 인솔해 저만치 커브길로 금새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발자욱 소리까지 완전히 지워질 무렵, "야. 애들이 본거 말이지...." "예...." "딴데 가서는 이야기 하지 말아라. 혹시 이야기 했냐?" "여기만 있었는데 하고 싶어도 못하지 말입니다." "일단은 하지 말어. 안그래도 요즘 이상한 소리가 많이 나와서..." "........" 말 안해도 알 것 같았습니다. 전방은 특히 누가 뭘 봤다거나 하는 그런류의 소문들은 정말 귀신같이 멀리도 퍼져나가곤 했습니다. 순찰거리로 재자면 반나절 정도를 걸어야 닿을 수 있는 대대OP의 소식까지도 금새 전해지곤 했으니까요. "얼마전에도 1중대 병사들이 근무 복귀하다 이상한 것 봤다고 했는데...희안하게 이상한 소문들이 많네..." "..........." "그거 아냐 박병장?" "어떤거 말입니까?" "하긴 모를거야. 지금 대대장님 계시기 전에 계시던 대대장님 있을 때 이야기니깐...너 입대 하기 전일거다." "무슨일 있었습니까?" "있었지..." 부소초장은 바닥에 놓인 삽을 집어들고는 제게 하나를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작업하고 복귀하는 행세는 해야지. 비좀 피하자." 그러나 피할것도 없었습니다. 부소초장이야 장피를 입고 있어 괜찮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미 물이 다 스며들어 속까지 다 젖은 것 같았으니까요. 대충 비가 덜 닿는 큰 나무아래 삽을 던져놓고, 털썩 주저앉았더랬죠. "야 흙 다 묻겠다." "이미 다 버렸지 말입니다." 전투화 말릴 생각을 하니 깜깜했습니다. "예전에 말이지...그러니깐 전에 계셨던 대대장님은 군종 간부 출신이었거든." "군종 말입니까?" "그래 군종들 대빵급이지." "군종 장교가 어쩌다가 이런 야전대대로 온 겁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1군 사령부에서 불교쪽 있었나 보던데..." "진급 꼬인겁니까?" "아냐 그렇지도 않지. 여기 한 반년 계셨나? 소문으로는 전방 체험 좀 해보고 오라고 해서 잠깐 코스 밟은 듯도 하고. 육사 출신이야." "워...그럼 경험코스가 맞겠지 말입니다." 육사 출신의 군종간부라.... 군종이란 군대에서도 종교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나 진행을 하는 소위 사회로 말하면 큰 목사정도 랄까요? 일반 군종병사는 전도사 정도? 여튼 그런 군종의 간부가 일개 야전대대에 왔다는 건 맡고 있는 직무상 성격이 완전 다르죠. 군인이긴 해도 종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병사의 지휘통제를 맡긴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겠죠? 문관에게 무관의 일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그 대대장님도 전에 여기서 희안할 일 겪으셨지."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그 말은 이랬답니다. 그 당시 무월광 때를 이용해 대대장급 예하 장교들은 불시 순찰로 병사들 근무 태도를 체크하라는 사단지시가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이런 소문은 다리 없이 천리를 가고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었다죠. 소문을 들은터라 달빛이 굉장히 약해질때를 기점으로 무월광이 끝날때까지 전방 주시보다는 저 멀리 뒤에서 보이는 불빛과 소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 였답니다. 이틀전엔 작전장교를 태우고 불시 순찰을 갔던 대대장의 운전병이 그날은 대대장을 모시고 일단 1중대 OP에 들러 근무상태를 점검 할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럴려면 부소초장과 제가 이야기를 나누던 그 길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었거든요. 그날도 일단은 1중대 OP를 잠시 경유하기 위해 그 쪽기로 가던 도중이었답니다. "대대장님." "응?" "혹시 오늘 대대장님 말고는 다른 순찰자가 있습니까?" "왜 뭔일있나?" "그게...." "그게?" "방금 사람을 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치긴 했습니다만..." "......." 대대장도 운전병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죠. 결론은 금방 나왔답니다. "차 돌리게." "예 알겠습니다." 운전병은 차를 돌리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바로 차를 돌릴려고 했다죠. 방금 지나쳐온 간이 검문 초소에 교대한 근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심은 없었답니다. 평소 대대장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분명 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할려는 내심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고했죠. 평소에도 근무중인 병사들에게 경례 한 번 소홀히 받아준 적이 없다던 대대장이었다고 부소초장이 말해줬네요. "대대장님 1중대 OP가 바로 앞이니 그 쪽 공터에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아마 병사들이 복귀 하는 모양일거야." "예.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기억에 익숙한 그 장소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고는, "대대장님 거의 다 왔습니다. 저 앞에서 돌리겠습니다." "그러도록..." 운전병은 어제도 왔던 길이라 시야가 어둠때문에 한정이 됐음에도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틀어야 공간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군요. 슬슬 우리가 서 있었던 그 마지막 커브길을 앞에두고, 틀기만 하면 바로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그때! '끼익!' 커브길을 돌며 시선이 따라 움직이는 그 선상에 허연 뭔가가 보이길래 순간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크게 요동치더랍니다. "으헉!!" 운전병과 대대장은 동시에 같은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휩싸여 순간 아무것도 못하고 그것과 눈을 마주쳐야 했답니다. 그냥 퀭한 눈... 그 어둠 속에서도 눈이 우릴 바라보고 있다라고 했답니다. 그에 운전병은 그것을 깔아 뭉갤 기세로 악셀을 있는 힘껏 밟아 밀어 부쳤다고 하네요. 핸들이 커브를 하기 위해 돌아가있는 상태에서 급 출발을 함에 있어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답니다. 그에 곧바로 시선을 잡았을때는 그것의 모습이 없었다고 하네요. 위치상으로 보면 분명 깔아 뭉갠것 같은데 아무런 충격이 없었고, 그저 반사적으로 보이는 길을 있는 힘껏 밟아 나가는 수밖엔 없었답니다. 룸미러로 뒷쪽을 계속 힐끔거렸음에도 그저 보이는 건 어둠뿐. 대로등으로 비추어지는 뒤쪽에 먼지구름 사이로 그것이 언제라도 튀어나올것 같아 운전병은 룸미러를 그냥 확 접어버렸다고 하는군요. 한동안 대대장과 운전병은 할말도 잊고 그저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죠. 어느새 차량은 1중대 OP 쪽으로 향한 진입로를 지나쳤답니다. 뭔가가 또 튀어나올까 하는 불안감은 운전병이나 대대장이나 매 한가지였을 테니까 하려던 일따위 모두다 잊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대대장이 입을 열었는데, "내가 부처님 가르침을 받는 중생임에도 방금 본 그것은 그냥 귀신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구나." 그 순간만큼은 대대장도 한 인간이었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네요. 왠지 모를 깊이를 느끼게 해준 대대장의 말을 끝으로 그저 자동차의 엔진소리만 들리고 있었다죠. 불안한 만큼 그런것들에 더 주위가 기울여진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1중대 OP를 지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저만치 수통문의 투광등을 보자 운전병은 화들작 놀라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일은 그럴때 터지게 된다나요? 다시 앞을 보려하는 찰나 옆에 앉은 대대장이 핸들을 잡아 채며 자신쪽으로 휙 끌어당기더랍니다. 그 순간 차가 옆으로 확 쏠리며 바라보고 있는 시야가 조금씩 옆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운전병은 보았답니다. 자동차는 옆으로 기울며 모든 풍경이 회전하고 있는데 밖에 서 있는 그것의 모습은 주위의 풍경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몸이 완전히 뒤집어 짐을 느끼고 바닥이 머리위로 왔음을 느낄 때 마지막 본 그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그 때 난리도 아니었지. 대대장 차가 배수로쪽으로 굴렀다고 수통문 애들이 보고 하고 나서 40분 정도 있다가 헬기도 날아왔었다." "헬기까지...." "그 때 그게 거기서 끝나서 다행이야. 배수로안으로 차가 쳐 박혀서 지뢰밭 안쪽으로 안 굴렀기에 망정이지." "운전병하고 대대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타박상에 운전병 다리 부러진 정도?" "차가 많이 안 굴렀나 봅니다?" "그렇대도. 배수로 아니었음 지뢰밭 안쪽으로 데굴데굴 굴렀을 걸. 지뢰 안 밟았다 치더라도 바로 벼랑길이라 죽었을지도 몰라." 순간 배수로의 한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생각했죠. "헬기가 OP 마당에 도착 하자마자 후송해서 병원으로 간 모양이더라고. 그 후에 행보관님이 병원가서 운전병한테 이거 저거 물은 모양이지." 사고가 난 그날 밤. 운전병은 의식이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고 기절한 건지 차가 전복되는 충격에 기절했던건지 잘 분간은 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의식이 거의 있는 상태였다네요. 의식이 주위를 완전히 구별하게 되었을 때쯤에는 몸이 매우 불편해 시선을 뿌려보니 차 지붕이 바닥에 닿은 완전히 전복되어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조수석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했는데, 아마 그 부분 지붕이 배수로에 닿은 모양이었겠네요. "대대장님!" 정신을 차리자 자연스례 먼저 들어온것이 조수석의 정신을 잃은 대대장이었다죠. 그 모습을 보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준 순간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답니다.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었습니다.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 그 때문에 정신이 번뜩 하더랍니다. 바로 그 때. 뒤집어진 창문 밖으로 뭔가가 스윽 다가오더라는 겁니다. 배수로 쪽으로 기운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이 바닥을 비추고 그 반사된 여분의 빛의 도로를 살짝 비추고 있었는데, 그 빛속에서 완전 하게 이질적인 허연 그것이 운전병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며 다가오고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미칠것같이 몸이 바둥거려지는데 다리 고통 따윈 상관없이 어서 도망가야 겠다는 욕구만 넘쳐 흐르고 있었답니다. 거기까지 부소초장의 말을 들으며 잠깐 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비에 옷까지 젖어서 그런건지 순간 오한에 몸이 바르르 떨리더라고요. 그도 그럴게 뒤집어진 차안의 운전병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는 건 그것도 거꾸로 뒤집어져서 다가오고 있었다는 이야긴데, 생각해 보세요.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의 나에게, 그런것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이죠. 다리 고통따위라고 했지만, 몸부림치는 와중에 계속 전해지는 말로 표현 못할 고통. 정신은 더욱 맑아지기만 하고, 잠시후면 얼굴을 맞댈 정도의 거리로 다가온 그것에 운전병은 자기도 모르게 절규를 하게 되었답니다. "으악!!" 그 때 였다죠. "야! 여기다!" 하는 소리가 혼란을 깨고 어느 소리보다도 맑게 귓가를 때리더랍니다. 뒤집어진 시야 저 멀리 라이트가 거의 사라져가는 그 끝에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전투화소리들. 어느새 눈앞에 그것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풍경을 마지막으로 운전병은 의식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사단에서 조사나왔을 때 운전병 징역 갈뻔 한거 대대장이 겨우 막았나 보더라고. 군기교육대 갔다가 운전병 보직 박탈당하고 대대 오피에서 행정병으로 있다 제대했지." "대대장은 뭐라고 했더랍니까?" "그건 우리도 모르지...." "......." 아마 사실대로는 말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되어 지더군요. 누가 믿겠습니까? 귀신 보고 놀래서 차가 뒤집어 졌다고.... "운전병 말로는 대대장이 핸들 당긴건 잠깐 돌아본사이에 대대장이 그걸 보고 피할려고 당긴게 아니라..." "........" "아마 홀려서 그런것 아니겠냐고 행보관님 한테 되물었다고 그러더라." 뭔가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이야기였죠. "행보관님도 짬밤이 이젠 원사 바라 보고 계시는데도 그런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과연...어떻게 된 일일까... 그 운전병이 있으면 직접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더랬죠. [출처] 포상휴가 #5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와씨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파 죽겠는데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그게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니 구하러 온 사람들 아녔으면 진짜 어쩔 뻔 했냐 ㅠㅠ 원래는 이거 다음 편이 마지막 편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끝맺으셨어. 혹시 언젠가 다음 편을 가져 오신다면 나도 바로 가져올게 남은 하루 잘 보내고 내일 또 보쟈 ㅎㅎ
퍼오는 귀신썰) 기숙사에서 생긴 일
어제 휴가 이야기 3편이 난 진짜 무서웠는데 댓글이 별로 없어서 내가 너무 호들갑 떤건가 싶더라 ㅎㅎ 혹시 안 본 사람 있으면 꼭 보고 오길! 한글날이라 쉬는 사람들 많지? 뭔가 한글날은 잃었다가 되찾은 휴일이라 그런지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실제로 좋은 기념일이기도 하고. 이렇게 고운 한글의 날이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가져와 본다 ㅎㅎ 같이 봐줘서 고맙고, 편하게 얘기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서 또 고마워. 시작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 고객 여러분께 최대한 싱싱한 자료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리저리 이야기를 듣던 도중에 하늘이 제 맘을 알았는지 한 친구를 점지해 주더군요. 그에게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합니다. 실제로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이브 때 들었던 이야깁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 와우 상에서 친구들과 저는 한 길드로 묶여있어 언제든 누가 접속하더라도 알 수가 있었죠. 이브 때도 여지없이 로긴하는 불쌍한 인간들... '야 이런날도 우울이 사무치도록 접속을 하는구만. 이 병맛나는 솔로 놈.' '병신. 니는?' 서로간의 쓰라린 상처를 누가 더 아프게 하느냐 경쟁하듯 놀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탈함 뿐... 그러던 중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이디가 접속을 하더군요. '저사람은 누구냐?' '고딩 때 친구.' '주위친구도 모잘라 이젠 동창까지 훼인의 길로 안내하는거냐?' '시끄러 병신아.' '안녕하세요 처음 뵈요. 형주 친구예요.' '안녕하세요가 뭐니? 다 친군데 말 놔.' 제가 대뜸 들이댔죠. 'ㅋㅋㅋㅋㅋㅋㅋ' 돌아오는 화답.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서로간 말이 없이 플레이 하던 중 새로운 친구가 제안을 하더군요. '오늘 여친이랑 만나서 영화본 다음 별로 할 일 없는데, 니들 어디서 만나면 같이 조인트 할래?' 무슨 개소린가 싶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여친이라니! 니가 여친이라니!' '왜 병신아 나는 여친 있으면 안돼?' '미치겠네....' 대략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며, 부러움에 지친 솔로들의 거침없는 항의가 오갔고, 끝내는 모두 다 모여 외로움을 나눠갖자 라는 의견으로 일치를 보았죠. 그리고 만나기로 한 시간. 저녁 8시 반 인천 주안의 한 술집. 솔로잉 남자 둘과 바퀴벌레 한쌍. 게임상에서도 이제 막 인사를 했을 뿐이었지만, 다 같은 역동의 시기를 살아왔던 인간들이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술자리는 금방 무르익어가며 군대이야기 학교이야기 등등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바퀴벌레 커플중 여자분께서 왠지 겉도는 느낌이 나서 제가 눈치를 줬드랬죠. 그래서 분위기는 급변해가며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홍일점에 맞춰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에 어찌어찌 하다 이야기가 새로 알게된 친구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었는데, "야 요즘 연락 뜸했자너? 뭔일 있었냐?" "나 지방에 있었어." "지방?" "일때문에 기숙사 생활하다가, 얼마전에 올라왔지." "기숙사? 니랑은 존내 안 어울리는데...?" "안어울리고 말고가 어딨냐. 먹고 살기 힘든데..." "훗...그런데 말야..." 형주는 그 친구의 애인 쪽으로 고개를 약간 돌리면서 대뜸 묻더군요. "능력도 좋네. 지영씨는 어떻게 만났냐?" "애송이 들은 모르는게 있다." "아니 이 놈이!" 한바탕 웃음과 시기 질투가 오고갔죠. 그러다가... "야 이번에 올라오게 된게 거기 관두고 인천에서 자리 잡을려고 올라온거야." "관둔다고?" "경기도 어렵고, 회사 돌아가는 꼴이...." "야 그럴수록 더 붙어 있어야지."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 급변한 그의 표정을 순간 포착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섬뜩하지. 무슨 개같은 일이 있었는 줄 아냐?" "......?" 저와 형주는 그냥 궁금했습니다. 회사 오너가 월급을 안 준다거나, 하는 등등의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요즘 하도 뒤숭숭 하니... 하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대답이 들려오더군요. "귀신이 있더라...." "뭐?" 형주는 저보다 깜짝 놀라더군요. "난 그런게 테레비에만 나오는 줄만 알았다." 그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그가 기숙사 생활을 하던 곳은 의령의 어떤 동으로, 도시에 비하면 완전 시골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한 동네라고 하더군요. 3년전에 직장을 구하다 보니 그곳까지 가게 되었고, 어찌 또 하다보니 그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기숙사는 2인 또는 3인 1실로 그 친구가 있었던 방은 2인 1실로 된 방이었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샷시 통창문이 보이고 양옆에 마주보는 벽면에는 작은 침대를 두고 서로 하나씩 차지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옷장은 들어서면 오른쪽 구석에 놓인 작은 비키니로 하고 있었고, 책상같은 것은 없었다고 하네요. 화장실은 공용이었고 그것때문에 많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무슨 개소리냐? 귀신이라니..?" "뭐가 개소리야? 딴놈이라면 몰라도 니가 그러면 안되는거 아냐?" "..........." "그래서 만나자고 한거야. 내가 본게 진짜인지 아닌지. 너는 전문가잖아 그런쪽에." "미친 무슨 전문가야." "여튼 니가 경험이 많으니 함 들어봐 내가 본게 맞나."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그 친구는 세살이 많은 형과 같은 방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도 타지에서 온 사람으로 자신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입사해서 약 10개월 전에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동안은 2인실을 혼자 차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그 사람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불편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자, 건녀편에 놓인 침대가 비어 있는 날엔 뭔가 허전하기도 했답니다. 가끔은 철야 근무도 해야 해서, 누군가는 혼자 방을 쓰는 날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꼭 그것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놀기 좋아하던 룸메이트는 자주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오기도 했답니다. 그것이 그 친구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하네요. 서로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해도 자연스럽게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을때는 그가 뭐하며 밤을 새는 건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네요. 이유인 즉 술집 아가씨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자신은 한 번 따라가보고 체력적으로 밤샘이 힘이들어 그 이상은 가지 않았다 합니다만... 아무래도 옆의 여친을 의식한 멘트라고 밖엔 생각이 안 드네요. 흘겨 보는 그의 여친의 눈빛도 그렇겠거니 하는 억측을 들게끔 하기에 충분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지만, 나는 자기 밖에 없는거 알지?" "에휴 지랄한다...." 정말 꼴 시렵더라고요. 하여튼 그가 밤을 새고 들어오는 날들은 그런 날이겠거니 하고 넘어가곤 했답니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기 두달 전. 그 시기부터는 정말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1년 약간 넘게 혼자쓰던 방에 누군가가 들어와 같이 살게 되니, 가끔은 없다는 허전함 때문이라 생각했었답니다 원래라면 자던중에 깨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근래에 들어 자주 새벽에 깨곤 했는데, 그때마다 왠지모를 위화감이 들곤 했었다네요. "왜 그런거 있잖아....방에 누가 있다? 라고 하는 느낌. 건너편 침대엔 아무도 없는데...." 대충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런 느낌을.....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갔고, 그 위화감은 옆에 룸메이트가 자고 있어도 점점 더 강해지는 시기였답니다. 원래라면 깰일도 없는 새벽에 자주 깨는 것도 이상했지만, 어느 날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서 무의식적으로 건너편의 침대를 바라 보았을 때 였답니다. 건너편 침대위 천정 모서리에 허연것도 아니고 검은 것도 아닌 뭔가가 그냥 보인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네요. 가위에 눌린게 아니냐는 형주에 물음에 그 친구는 가위가 뭔지 경험을 해본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눌려 본적이 없는 사람에게 가위는 어떤 것이라는 것을 설명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것이었기에 그냥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했죠. 정말 피곤함도 못 느끼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떠진 눈이 왠지 실감이 안나기도 했고, 그와 같이 저 건너편에 보이는 무엇.... 왠지 모르게 오싹함이 느껴져서는 그냥 무시하고 다시 눈을 감았답니다. 평생에 무서움이라고는 느껴본적이 없을 정도로 그런 느낌은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어찌되었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룸메이트가 비번인 날이었답니다. 여지없이 밤샘을 하는 날이었다네요. 그리고 그때쯤 되니 왠지 한 번 정도는 묻게 되더랍니다. "형 오늘도?" "당연하지. 근데 왠일이냐 그런걸 다 묻고?" "아니 그냥." 그리고 당연히 밤은 오고 잠이 들 시간에는 혼자 방안에 있는 자신이 그날따라 새삼스례 느껴지더랍니다. '기분이 꿀꿀하네.....' 본능이란 것이 느껴지는 무엇인가를 부정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왠지 카운셀러가 제가 되는것이 싫어서 꾹 다물고 있었죠. 여튼 그는 기숙사 생활하는 동안 방안에서는 한번도 마셔본적이 없는 맥주를 사러 가게를 가게 되었답니다. 대충 옷을 입고 가게에서 캔맥주 두개를 집어들고와 기숙사로 행하던 때였답니다. 현관으로 다가서며 버릇처럼 고갤들어 2층에 위치한 자신의 방을 쳐다보았는데, 기분 탓이었다나요? 왠지 뭐가 뿌연게 보이는데 1년이 넘도록 바라본 창문은 정말 이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하네요. '누가 알면 쪽팔리지....' 스물스물 밀려오는 겁을 무시하려고, 애써 평범한 상황을 만들어 봤다네요. 그리고 계단을 올라 방문앞에 서게 되었을 때 였답니다. "문 딱 열려고 하는데...거 있잖아 방문 안쪽에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라는 느낌..." 그 때문에 그는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문 열기를 망설이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결심이 선 듯 문고리를 천천히 돌린 다음 잠깐 멈추었다가 툭 밀듯이 문고리를 밀며 놓았다는군요. '끼익' 평소에 그렇게 열어본적이 없던 문이라, 천천히 열리며 경첩에서 나는 소리에 약간의 소름이 돋더랍니다. 소리를 뒤이으며 천천히 젖혀저가는 문 안쪽으로 조금씩 펼쳐지는 풍경을 조심스례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보았다 하네요. '퉁' 문은 어느새 벽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고, 방안의 전체적인 풍경보다는 어떤 한곳에 대해 뚫어져라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터라 적잖이 놀랐다고 하네요. 시야가 넓어지며, 형광등이 켜져 있는 환한 방안의 풍경이 전체적으로 보이자 다시 한 번 신경을 룸메이트의 침대 위 천정 구석으로 향했답니다. 무엇하나 특별한게 있을리가 없는 천정의 구석. '왠지 미친놈이 되어가는 것 같다.' 라고 그때의 심정을 그렇게 표현했네요. "방이 좁아터져서 침대 두개 놓으면 만땅이야 방이. 테레비도 없고, 놀거라곤 내 엠피쓰리 하나 뿐인데, 이어폰 꼽고 있으면 왠지 답답하잖어?" 그래서 평소에는 어딘가에서 구해온 컴퓨터용 스피커를 엠피쓰리에 연결해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안 해봤던 혼자 술마시기가 왠지 어색해 침대 서랍안의 엠피쓰리를 꺼낼려는 중이었다네요. 그 때 였답니다. '틱' 하는 소리가 창문가에서 들려오더랍니다. 그 소리에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는 생각이 들어 창문가로 향했다네요. 하지만, 곧바로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지 하는 느낌이 전해지더랍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나요.... "내가 신경이 엄청 민감해져 있었던거 같더라고. 평생에 그런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정말 미쳐가는게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워졌었던 시기라고 우리를 설득하려고 하는 모습이 정말 이 사람 굉장히 놀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리고 다음부터 전해준 이야기는 실제 겪었음이 분명한 말투로 전해 주더군요. 그렇게 그 친구는 창문가를 확인한 후 이상한 기운에 빨리 술을 마셔 버렸다고 하네요. 자기 말로는 술이 잘 듣는 몸에다 너무 오랜만에 섭취한 알콜이라 그런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대로 침대위에 잠이 들었었다고 합니다. 번뜩 하고 정신을 차린 그 때에 보니 잠이 들었다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본 시계가 확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었더랍니다. 새벽 1시 30분. "내가 아마 10시 좀 안되서 마신거 같은데...모르겠어 그냥 잠 든거 같어. 근데...." 정신차린 그때 보니 방안에 왠지 모를 한기가 스윽 흐르더랍니다. 뭔가 했더니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고 하네요. 때는 7월로 가는 거의 여름이었다는데... "그 형이 어디서 주서온건지 커텐 비슷한 천쪼가리를 가져다 달아났거든.창문이 다 덮히지도 않고, 허접해....." 그런데 그게 안쪽으로 바람을 타고 살살 펄럭이고 있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자 방안의 한기와는 다른 한기가 등에서 부터 쭈욱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침대에 앉은 채 그대로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네요. '왜?' '어떻게?' 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되뇌어지고 있었답니다. "창문 니가 연거 아니지?" 형주가 대뜸 물어보네요. "귀신이 여기 앉았네." "뻔한거잖아. 니가 쩔어서 연거겠지." "........나도 그런 생각을 했지. 그런데 어쩌냐?" "뭘?" "창문틀이 그지 같아서 다 열릴 때 되면 끼기긱 소리나거든. 알지 그소리? 그래서 그 부분부터는 못 박아놓고 어지간해선 안 열리게 해놨다." "..........." "씨발 못은 어디로 사라진건지.....하여간 그날 옆방으로 튀어갔다. 도저히 못 있겠더라." 그렇게 그날은 보냈다고 하네요. 그리고 다음날 옆방으로 찾아온 룸메이트. 그 친구는 전날밤 일을 설명 했다네요. 코웃음 치는 룸메이트. "내가 얼마나 설명을 했는지. 절대 안 믿더라고. 그냥 우연아니면 술기운이 그런거라고...더 이야기 했다간 쪽 당할거 같아서 말아버렸지. 아무리 안 먹었어도 맥주 두 캔에 취한다는 자체가......" 손에 든 맥주잔을 의아스럽게 쳐다보는 그. 그리고 몇일이 지났답니다. 이제는 새벽에 꼭 깨어나게 되더랍니다. 깨어나게 되면 반사적으로 창문을 보게 되는데, 물론 별 일이 없는게 당연한거 아니냐는 듯 되묻더군요. 정말 별일 없이 지내던 어느날 아니 정확히는 룸메이트가 말 버릇 처럼 하던 혼잣말을 귀담아 듣게 되었다는 그 즈음 이었다네요. 룸메이트는 자고 일어날 때면 항상 어깨가 아프고, 두통이 있다고, 누군가에게 호소하듯 혼잘말로 중얼거렸답니다. "어깨가 요즘 왜이리 아프냐..." "야근 할때 짬짬히 쉬고 그러세요." "그래서 그런가? 무거운거 드는 것도 아닌데...그나저나 요즘은 술도 잘 안마시는데 두통도 조금씩 생기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룸메이트가 아픔을 호소하는 이유를 알 수 있던 날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일상에서 조금은 다른 하루였다죠. 그러나 시작은 전과 다름없이 다음날이 룸메이트의 비번이라 그의 뻔한 일과가 보이더랍니다. "형 오늘은 안나가?" 평소와는 조금은 굼뜬다는 느낌이었다네요. "글쎄다...몸이 영..." "왜요? 많이 안 좋아요?" "아니 그게...오늘은 평소보다 두통이 심하네...어깨쪽이 계속 아픈게 담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 정도 아픈 건 아니고..." "........." "오늘은 그냥 하루 푹 잘련다. 쯧...잠이 올지나 모르겠다.." "형 그러면 캔맥이나 사다 마실래요?" "캔맥주? 야 너 술 마실 줄 아냐?" "당연하죠. 저번에 그 일 있었을때도 술 먹고 자다 그랬다고 말했는데.." "그래?" 의외라는 표정으로 갸우뚱 거리더니 고개짓으로 문쪽을 가르켜 보이더랍니다. "가자. 오늘은 방에서 함 죽어보자고." 그렇게 둘은 대충 옷가지를 챙겨입고 걸어서 10분은 걸리는 저 멀리 편의점까지 나들이를 나서게 되었답니다. 아직은 늦은 저녁이 아니라 노을을 등지고 걸었는데, 편의점에서 이거 저거 잔뜩 골라 대충 싸 들고 나온 시점에는 거의 어두워 지기 시작했답니다. 그 시간이 한 8시 반정도? 여름이라 해가 길긴 했어도 순간이라 느낄 정도로 붉은 하늘이 까맣게 변해버려 있더랍니다. "야 편의점서 시간 오래 잡아먹긴 한 모양이네?" "왜요?" "왜긴. 노을 지더니 바로 밤이야." "그런가요?" 그 친구는 별 신경이 안쓰였답니다. 매일 보는 저녁 노을 따위 당연히 신경이 안 쓰였다죠. 그렇게 별거 아닌 에피소드를 뒤로 하고, 기숙사로 돌아오던 길이었답니다. "야...." "예?"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고 했던거 같았다고 하는데, 문득 나지막하게 들리는 룸메이트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과 같은 곳을 응시했을 때라네요. "........." 그냥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더랍니다. 이미 둘은 자리에 우뚝 멈춰있었다죠.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답니다. 그리고 침묵을 깨는 그의 한마디. "저거 너가 저랬냐?" 시선은 계속 그곳에 고정된 채 서로 목소리만 듣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아뇨.." "........." 한동안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건 그들의 방 창문이 활짝 열려져 커텐이 요동치듯 밖으로 휘날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서로 넋이 나간 상태였다네요. 아무도 열어두지 않은 창문이 열려있는 것은 둘째치고, 방안 커튼이 그렇게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답니다. 어두운 배경이라 그랬던건지,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하얀 소복' 이라는 것이 계속 겹쳐보였답니다. "어떤 새끼가 우리 방에 들어왔나보다." "........."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어느쪽도 그것이 사실과는 거리가 먼것에는 머릿속으로 동의 하고 있었을 거랍니다. "문 안 잠그고 나왔으니....." 룸메이트는 말끝을 흐리고 먼저 방으로 달려갔고, 그도 곧이어 뒤따라 달려나가면서 전에 있었던 그 일이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었답니다. 헐레벌떡 그의 뒤를 따라 3층이나 되는 달려 계단을 양손 가득든 물건들과 함께 하자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계단을 다 올라서며 방이 있는 복도 쪽을 쳐다보았을 때 이미 룸메이트는, "어떤 새끼냐!!" 하며 방문을 거칠게 밀어젖히고 들어닥치는 중이었답니다. '쿵' 거칠게 열려진 방문의 부딪힘이 복도에 길게 여운을 남겨 놓았다고 하더군요. 그는 재빨리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고, 아무것도 없는 방에 우뚝 서서 두리번 거리는 룸메이트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답니다. 좁은 방이라 두리번 거릴 것도 없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무엇을 찾을려고 하는 것인지 그 두리번 거림은 쉽게 멈추어지질 않았다고 하네요. 여전히 열려진 창문의 한쪽엔 얌전히 '사라락' 거리는 커튼이 뭔 일이 있었냐는 듯 묻고 있더랍니다. "야 뭐 없어진 거 있나 봐봐." "없어진거요?" 그냥 딱 봐도 누가 들어왔던 흔적이나 그런것들은 없어보였답니다. 그보다 기숙사내에서 도난 사건 같은 것은 자기가 아는 한 한 번도 없었다고 하니... "형껀 없어진게 있나요?" "........." 대답없이 두리번 거리는 모습은 없어진 무엇인가를 찾을려는 모습은 분명 아니었답니다. 그는 두리번을 멈추고는 창가로 다가가 열려진 창문의 틀을 손으로 스윽 쓰다듬듯이 만지며 위아래로 살펴보는 것이었었답니다. 그리고는 밖으로 고개를 돌려 어디를 보는지 한참을 쳐다보더랍니다. 앞에는 산밖에 안 보이는 곳이라 볼것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뭘 보고 있나 궁금함이 들었다고 하네요. 더욱이 방안에서의 그의 모든 행동들은 전에 없었던 것이라 더욱 궁금해 하던 중이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그냥 열어놓고 모르고 있었나봐. 괜히 오버했네...." ".........." 자신이 겪은 일도 있고해서, 뒤끝이 개운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룸메이트가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비닐 봉지를 옮겨 잡으며, 방 가운데에 놓인 조그마한 탁자위에 우르르 쏟아 놓는 통에 생각도 같이 날아가 버렸다네요. "아까 달려온다고 맥주 막 흔들어진거 아니냐?" "훗...형때문이잖아요. 먼저 따보세요." 그제서야 그 친구도 긴장이 풀리는지 자리에 앉으며, 룸메이트에게 맥주캔을 건네며 장난을 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슬슬 취기를 맛보고 있었을 때였답니다. "저번에 니가 말한거 있잖아..." "어떤거요?" "그....밤에 봤다던거..." "밤에요?" 갸우뚱 해지는 고개를 따라 시선을 뒤로 할려던 순간 기억이 나는 그 날의 일. "형 안 믿었잖아요?" "........." 캔맥주를 만지작 거리기만 할 뿐이라던 그. 다음말을 잇기까지는 꽤 시간이 흐른 후 였답니다. "솔직히....." "........." "믿는 건 아닌데 말야...." 그 때 였답니다. 조금 열려진 창문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오며, 커튼을 날려버릴 듯 요동치게 만들더랍니다. 둘은 홀린 듯 그 커텐을 바라보며, 긴 시간을 보냈다죠. 그러다 흘러나오는 룸메이트의 목소리에 멍해진 촛점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기 말야...눈으로 본 것들을 꼭 믿어야 하는거냐?" 룸메이트의 시선은 커튼을 향한 채 였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주술사의 주문 같은 목소리 였다고 하더군요. 일정한 톤의 목소리는 딱 그 표현 밖에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뭔가를 확신하고, 그걸 확인 하는 듯한 물음... "믿어야 된다기 보다는 있으니 보이는거 아닌가요?" "........." 어느새 시선은 커튼에서 옮겨져 바닥에 놓인 캔을 만지작 거리는 자신의 손으로 향해 있었답니다. "후......." 길게 한숨을 쉬는 룸메이트. 술기운이 올라오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한숨인지.... "전에 말야..." "........" "너 저 창문 밖에 산 보이는거 그거 무슨 산인줄 알어?" "산요? 그냥 산 아닌가요?" "그냥 산이긴 하지...근데 선산이라고 들어봤냐?" "선산? 조상들 모시는 그런거요?" "그래....저기에 조상묘가 꽤 되거든.." "........." "내가 거기서 뭔가 실수를 한 것 같다..." "실수요?" "....언젠가 니가 나보고 어디서 놀다왔길래 신발이 흙투성이냐고 그런적있지?" ".....예.." 설마하는 생각이 지나가더랍니다. 그 표정을 읽었는지, 룸메이트는 씨익 웃어보이며, 네가 생각하는 심각한건 아니다 라고 말해왔다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기억이 안나...너무 쩔어서 뭘 했는지...미치겠다..." 술에 취해가는 것인지 조금씩 촛점이 흐려지는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는 그. 자연스럽게 화제는 다른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심각했던 이야기들은 흐지부지 지워져갔고, 슬슬 밀려오는 피곤함에 술자리를 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그리고 문제의 새벽... 깨어났을 때가 정확히 몇신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답니다. 시계를 본것 같은데 숙취에 그냥 머리가 띵하고, 수면중에 찾아온 소변에 대한 욕망때문에 집중 할 곳은 바깥에 있는 화장실 뿐이었다죠. 방을 나와 어두운 복도를 슬리퍼를 대충 끌며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볼때까지는 술보다는 잠에 더 취해있어, 그저 눕고 싶은 생각뿐이었답니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자 몽롱함은 사라져 가고 조금은 맑아지는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죠. 하여 돌아오는 복도도 어둠에 적응이 되어선지 어느정도 사물이 구별 가능한 정도까지 되었을때 였답니다. '응?' 문득 의문이 들더랍니다. '달이 저렇게 밝았나...?' 분명히 닫고 나온 것 같은 방문이 열려져 있는 듯 복도로 방안의 환함이 비추어 지고 있더랍니다.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문앞에 들어섰을 때였답니다. 흔히 표현 하는 말로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고 표현들 하죠? 발 뒤꿈치 부터 타고 올라오는 소름. 등을 지나면서 머리털을 바짝 세우는 그 느낌. 비명도 숨쉬기도 그 무엇도 못 하겠더라고, 다리에 힘은 풀리고 눈알은 뒤로 넘어갈 듯 졸도 일보직전인데 이상하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네요. 그렇기에 그것의 모습을 홀린듯 뚜렷하게 관찰 할 수 있었답니다. 그것은 룸메이트가 누워있을 그 침대위를 뱅글 뱅글 날고 있더랍니다. 그렇게 몇바퀴 돌아다가는 굉장히 이형적으로 뭐랄까 그냥 뚝 서버린다는 느낌으로 룸메이트의 어깨 부분에 박힌듯 멈추어 서버리더랍니다. 은은하게 들어오는 바깥의 빛으로 방은 어느정도 사물이 식별 가능했는데, 그것을 무색하게 만들정도로 그것의 옷자락은 너무나도 하얀색이었답니다. 그냥 순백... 머리는 칠흑.. 그러다가 어느순간 이었다죠. "으...으..." 하는 룸메이트의 신음 소리가 들리자 번뜩 정신이 돌아오며, 지금 상황이 말도 안되게 무서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었답니다. 오감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느껴지고 목이 바짝 타는것도 느낄수 있었다죠. 눈에 눈물이 고이는지 시큼한 느낌에 눈을 깜빡거리기를 몇 번. 그때 였답니다. 소변까지 새어나올려고 하는지 아랫배에 통증을 느끼면서 자기도 모르게 짧은 신음을 내었을 때 였답니다. 룸메이트 위를 돌던 그것이 이쪽을 돌아보듯 멈추고는, 약간의 정지를 기점으로 휙 뒤집어 지더랍니다. 머리가 아래로 발이 있어야 할 옷자락이 위로. 더욱이 신기한 것은 옷자락과 머리카락은 마네킹과 같이 전혀 흐트러짐이 없이 뒤집어져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 모습이 얼마나 기이하던지를 표현해 볼려고 탁자에 놓인 냅킨 박스를 손에 들어 뒤집기를 반복하며 보여주더군요. 그러다 뒤에 커튼이 계속 휘날리는 것이 보이니, 시간은 흐르고 있다는 자각을 분명히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죠. 그가 비유하길 집채만한 개가 '으르릉' 거리며, 앞에 딱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하네요.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움직였다간 바로 덮쳐올 것 같아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달래보았던 그런 경험. 그러다가 뭔가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꺼낸 말이.. "혀....형....." 하고 아주 가늘게 나오는 목소리로 룸메이트를 부르려 했답니다. 아무런 소용없는 행동이었답니다. 그 때 까지도 눈은 시큰거리고 등에는 사라지지 않고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소름이 끊이질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죠. 등을 한 번 보라는 듯이 등을 돌려보이며 말하는 그를 보며 그것은 소름이라기 보다는 척추를 타고 뭔가가 올라온다 라는 느낌이 더 정확 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차에 거꾸로 뒤집어진 그것이 아래로 살짝 내려가는 것 같더니 다시 위로 살짝 올라오더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움직임은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고, 위아래로 '쿵쿵' 찍는 모양이 되어 기형적인 빠르기로 움직이더랍니다. 그 모습이 너무 두려워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를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으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문에서 나와 바로 문쪽 벽으로 숨어 등을 기대고는 어느쪽으로 도망갈까 하고 어두운 복도 양쪽을 살펴보았답니다. "씨발....이렇게 말로 하니 모르지..진짜 생지옥이 그런거였다...테레비 보면 눈 뒤집혀져서 기절도 잘 하더만, 이건 뭐 눈알이 튀어나올것 같이 말똥말똥하니..." "그래서 튀었냐?" "튀기는 뭘텨...아니 튀긴 텼지..." 벽에 등을 기대고 웅크리고 앉아 양쪽 복도를 보자니 그렇게 어둡고 길어보인 적이 없었다네요. 자꾸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지' 되뇌이긴 했지만 뾰족한 수도 없고 세상에 정말 저런게 있다고 인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라 이대로 나도 죽는 건가 싶은게 복도는 정말 끝없는 어둠이고... 거기까지 들으니 잠시 멍해지는게 예전 전방에서 해뜨기 30분전에 투광등 끄고 뭔가에 쫒겨서 부사수랑 미친듯이 보급로 달리던게 생각나더라고요. 뒤도 못 돌아봅니다. 정말......... 맷돼지 였나 싶기도 하고...여튼.. 그의 말로는 그래도 중앙 계단이 그 쪽에서 좀더 가까워 그쪽으로 뛰어나갈 자세를 취한 후 숨을 한 번 고르고 미친듯이 복도를 달려나갔답니다. 그래봐야 10미터도 안되는 거리인데, 얼마나 멀게 느껴지더라는지... 뜀과 동시 곁눈질로 방안의 풍경을 힐끗 바라보니 그 허연것은 아직도 침대위에 있음을 확인했다죠. 하여 뜻하지 않게 솟아오르는 소름을 맛보며, 있는 힘을 다해 중앙계단으로 달려 난간을 잡아챘을 때 였답니다. 난간을 잡았던 그 팔힘을 탄력삼아 몸을 틀어 계단으로 첫발을 내딪었을 때 본능이 노크를 해 오더랍니다. '있나...?' 하고요. 그만 고개를 돌려 옆을 봐라보는게 아니었다 하고 후회를 하더군요. 이미 옆에 와 있었다네요. "아악!!!" 하고 비명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10계단 정도 되는 높이를 굴러서 떨어졌고 그대로 기절을 했답니다. "여기봐봐." 하면서 팔꿈치쪽을 보여주는 그. 한 15센티 정도 흉터가 길게 있더라고요. "계단서 자빠지는 바람에 이렇게 됐지. 그래도 다행이야...정신 잃어버려서...눈뜨니깐 옆방애들이 깨우더라. 술 작작 쳐먹으라고 하면서...덕분에 병원가느라 일 하루 쉬었지." 그러고는 맥주를 한잔 마시는 그. "그날로 바로 사직서 쓰고 텨 올라왔다." "........" "기숙사서 짐싸고 있다보니 형이 일 끝나고 오더라고." "화장실 가다 그런거냐? 별로 안 마셨잖어?" 정말 모르는 표정을 해 보이길래 어제 일어난 일을 다 이야기 해 줬답니다. "내가 보기에 형 어깨가 아픈게 그 때문인거 같아요." "........" "믿거나 말거나는 형이 판단해요. 나는 이제 인천으로 돌아갈거니..." 그 길로 바로 인천행 차를 탔답니다. 하루라도 거기서 밤을 보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하네요. "그러고나서...음...한 두달 정도 만인가 전화가 오더라고. 어떻게 지내냐고." "그래서?" "뭘 그래서야...그냥 뭐...잘 지내냐 그런 예기 한거지." "그럼 그거 본 예기는 아예 안 했냐?" "이미 했잖어...그때도 생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더라고..근데 말야 웃긴게 형도 그러고 나서 회사때려 치고 다른데 간거야. 그래서 전화 했던 거고. 그리고 그때서야 이야기 해주더라...왜 그런일이 있었는지...." [출처] 기숙사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 중간에 끊을까 하다가 너무 짧은가? 하고 덧붙였더니 3편짜리를 그냥 다 가져와 버렸네 ㅎㅎ 뭐 쉬는 날이니까! 진짜 조상님들은 건드리는거 아녀. 특히 무덤 건드리는거 큰일날 일이지, 아니 그렇잖아.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도 나는 판에 내가 쉬고 있는 유일한 집인 무덤을 건드리면 어휴... 화나지... 그 형도 분명히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걸 알았을텐데도 믿고싶지 않아서 그냥 계속 모른 척 했던 것 같아. 믿는 순간 더 아득해 지니까. 그 마음 뭔지 알 것 같아. 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수요일날 쉬니까 정말 숨통이 트이네. 남은 휴일 잘 보내고, 가능하면 내일 또 보자 ㅎㅎ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1-
다들 주말 잘 보냈어? 금세 또 월요일이네 다섯날이나 달린 것 치고는 보잘것 없는 이틀 보상이지만 그래도 있는게 어디냐 위안 삼으며 ㅎㅎ 같이 귀신썰이나 보쟈 들어간다? __________________ 군대에 있다보면 뜻하지 않은 홍수에 많은 밤을 작업으로 지새워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매일밤 비와 싸우며 순찰과 근무를 병행하곤 하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제가 전방서 철책근무를 설때의 일화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철책은 12사단 52의 연대의 섹터로서 3개 대대가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철수와 투입을 교대하며, 경계를 서는 곳입니다. 누군가 이글을 읽는 같은 곳 전역자들이 볼것을 감안해 사실 기재 할려고 합니다. 저는 그 중 1대대 소속으로 중화기 중대인 4중대에서 전역을 했습니다. 제 병과는 K4 라는 유탄기관총으로 주둔지에 있다가 전방에 투입 될 시에는 소대가 반으로 나뉘어 다른 중대 소총 중대에 배속되는 특수성도 있었지요. 그렇게 전방으로 투입된지 3개월 정도가 지나갈 무렵이었죠. 때는 8월달로 덥기도 미친듯이 더웠지만, 곧 있을 장마에 더위따위 아랑곳 하지않고, 장마대비 보수공사로 하루하루가 고된 시기였답니다. 낮에는 삽질 곡괭이질 밤에는 근무.... 삽질과 곡괭이질 만으로도 몸이 녹초가 되겠는데... 하필 그 작업 지역이 지뢰밭 지역이라 정말 초긴장을 하고 작업 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곡괭이 끝으로 지뢰의 뇌관이라도 내리 찍는 날엔....생각만 해도 등에 땀이 흘렀죠. 그러나 그 긴장도 찌는 더위와, 고된 노역에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지뢰밭이다 라는 자각마저 안 들게끔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이번주 주간 근무자 누구지?" 새벽 전원투입을 마치고 들어와 탄창 검사를 끝 마쳤을 때 소초장이 물어왔습니다. 저를 포함 군데 군데서 손을 들더군요. "1중대 작업지원 갈사람 자진해서 손 들고 있어봐." 저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내려버렸습니다. 안그래도 작업에 노역에 근무에 환장하겠는데, 거기다 꿀같은 주간 근무동안 남의 집 일은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온갖 계산이 손을 내리는 순간 지나쳐 가더군요. 좀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근무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말그대로 해가 떠있는 동안 서는 주간근무. 해 떨어지고 자정까지 서는 전반야. 자정부터 해뜰때까지 서는 후반야. 그중에 후반야가 젤 힘들고 해가 길 때는 전반야가 좋지만 짧아지면 전반야가 후반야 보다 못한 근무가 되지요. 어찌되었든 저는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마치 손을 들지도 않았던 양 손을 내려버렸습니다. 하지만... "박병장은 열외. 내리고 있던 들고 있던 넌 어차피 가야돼." "예?!" "뭐가 예야. 박병장 당첨." 주위에서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왜 저만 열외인 겁니까? 소초장님 아시잖습니까? 저 없으면 비닐 작업 안 돌아가지 말입니다." "그래서 너 보내는거야." "예?" "1중대 행보관이 박병장 작업해 놓은거 보고 일주일만 빌려달라더라." "..아.." 짧은 탄식이 흘러 나오더라고요. 그 당시 1중대에 4박 5일 포상휴가증 3장이 대대에서 유입이 되었다? 하는 소문을 들은 터였습니다. 원래 저는 4중대 소속이고, 1중대에 나온 휴가증이 저한테 돌아올리가 있겠냐하는 체념을 했더랬죠. 나름대로 포상휴가증 킬러로 군생활 하는 동안 3번이나 사냥에 성공했었죠. 친구들한테 말하면 겨우? 3번? 이런 반응인데, 제가 있던 곳은 포상휴가에 굉장히 쪼잔한 모습을 보였고 언제나 인원이 부족한 중화기 중대 특성상 포상휴가는 커녕 정기휴가도 짤라서 가야 하는 현실이었죠. 3번이란 기록은 중대 타이 기록과도 같은 타이틀이라 지금도 생각하면 나름 자부심이 생기네요. "행보관이 섭섭잖게 해 준다니깐 기쁜맘으로 갔다와라." "정말입니까?" 순간 머릿속에 휴가증이 번뜩 스쳐지나가더군요. "1중대 애들 작업하라고 했더니 비닐작업이 개판이라고 행보관이 니가 와서시범 좀 보여달라고 하던데?" "........" 속으로 지화자를 외쳤죠. 안그래도 1중대 행보관이 괜히 작업하고 있는데 와서는 이거저거 시비나 걸고 지나갈때 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느꼈었는데 말이죠. 휴가증 하나는 내꺼라는 설레바리를 치고 말았죠. 잠깐 그 비닐작업이 뭔가 설명드리자면, 경사가 굉장히 심한 계단 옆쪽 토사지역이라던가 하는 곳은 그 경사때문에 비가 내리면 그 물에 흙이 쓸려 흘려내려가 쌓여 그 근처를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죠. 하물며 장마라면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죠. 그런 급경사 토사 지역에 비닐하우스에 사용하는 비닐을 덮어 그 토사들이 흘러내리지 않게 작업을 하는건데 생각으로 해보면 쉽겠지만, 막상 그 경사에서 버티며 삽질 하고 덮고 심고 묻고 하는 작업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이었던거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무식한 작업인지...조그마한 언덕을 군인식 깡으로 비닐로 덮는다는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포상 휴가증을 1중대장으로부터 한장 선물 받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 휴가증은 작업지원 나간 그 일주일에 비하면 당연한 보상이었죠. 정말 간 떨어지는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더블백에 대충 세면백하고 입을 작업복이라던가 양말 그런것들을 챙겨서 총을 매고 저녁 전원투입이 이루어지는 시간에 1중대 쪽에서 나온 전원투입 인원들이랑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철수 시간이 되어 원래의 소초가 아닌 1중대 오피쪽으로 철수를 하게되었죠. "K4 아저씨 괜히 우리쪽에 와서 고생만 하다 가는거 아녜요?" 같이 철수해 내려가던 병장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맨날 작업이 어디서나 다 똑같죠. 아무래도 새로운 곳에서 서니 좀 더 지루하진 않겠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어느새 수통문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수통문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곧바로 1중대 오피 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죠. 예상대로 우리의 진행방향은 수통문을 등지고 걸어나갔고 어느새 반대쪽 섹터에서 철수한 인원들이 근무보고를 마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웅성이고 있는게 보이더군요. 확실히 중대 오피 섹터 인원이라 그런지 저희가 있는 소초의 인원보다 3배는 더 되어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자자 정렬." 대충 다 모인 듯 1중대장이 탄띠만 두른채 오피 행정반에서 나오며 근무자 정렬을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열대에 올라서는 중대장과 제가 눈이 마주쳤는데, "어이 박병장 대충 아무데나 껴라. 이등병 처럼 어리버리한 표정 짓지 말고." 순간 당황해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여기저기 킥킥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그도 그럴게 다른 소초에 와서 어디에 껴야 할지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중대장에게 보인 모양이었네요. 그렇게 철수 신고를 하고, 저는 중대장을 따라 잠깐 행정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박병장 여기 왜 온지 대충 감 잡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전에 나도 가서 봤는데 작업 잘 해 놨던걸?" "하하..그냥 열심히 만들었지 말입니다." "행보관이 박병장 좀 데려 오라고 난리였어. 아마 이번 작업 끝나면 기대해도 될거야." "예 알겠습니다." 그 비닐작업이 사단 지시사항이었을 겁니다. 검열까지 나온다고 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거죠. 그중에서 제일 빨리 작업을 끝내가고 있던게 저희 소초였고, 경사도 제일 심했었지요. 정말 땡볕에서 미친듯이 삽질하고 심고 덮고 한 것 같습니다. 근무중에 졸다 가위까지 눌릴 정도로 그 당시 미칠듯한 작업량이었죠. 그렇게 대충 중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행정병의 안내로 1중대 오피에 배속된 90미리 소대원들 내무실로 안내를 받게 되었습니다. "충성!" "아니 이게 누구야!" 내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해주는 90미리 소대원들. 같은 중화기 중대로 전방 투입시 찢어져 다른 중대에 배속된 터라 정말 오랜만의 만남이었죠. "박병장 비닐 작업 하러 온다고 하던데 정말 와 버렸네." "이야 말년 아직도 집에 안 갔습니까? 너네들 뭐하니 이 아저씨 빨리 집에안 보내고." "저희들도 죽겠지 말입니다. 말년이라고 비닐 작업도 안 할라 그러고..." "야야 이젠 짬밥좀 된다 이건가 박병장? 이등병 찌끄러기 였던게 엊그제 같은데." "왜 이러십니까? 저 위에 올라가면 제가 왕이지 말입니다." "크크 내가 박병장 한테 이런 소리도 듣고...전역할때가 된 건가?" "박병장님 저 말년 좀 낼 빡세게 굴려주시지 말입니다. 아주 죽겠습니다." "최병장님 들으셨지 말입니다. 내일 열외 없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라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하고 맛스타도 얻어 마시고 웃고 이야기 하다 보니 그 날 밤은 그렇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당연히 오전 오후 내내 미칠듯한 비닐 작업. 휴가증 하나만 바라보고 이악물고 참은 듯 하네요. 그러던 둘째 날.... "박병장." "병장 박 xx." 90미리 소대장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리더군요. 인솔자로서 같이 작업을 나온터라 소대장도 작업에 투입되어 있었지요. 소대장의 꾹 눌러 쓴 전투모 밑으로 흐르는 땀을 보니, 제 더위까지 증폭이 되는 느낌이었답니다. '날 더워 죽겠는데 어지간하면 벗고 하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들더군요. 간부들이야 일반 병들이 모르는 어떤 기합같은게 있는 모양이죠. 안그런 사람은 안 그러지만 제가 본 장교들은 다 그랬습니다. "박병장 정말 이거 부탁하기 미안한데 말야." "어떤일인데 말입니까?" 작업 추가 인가 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김상병이 90미리 교육때문에 연대에 가야 하거든. 이번에 김상병이 분대장 달았잖아." "김상병 말입니까? 벌써...." 저는 일주일 고참이 위로 두명이나 있어서 제대할때까지 분대장 견장을 달아보질 못했네요. 좀 부러웠죠. "이병장이야 이젠 말년이니 예외고해서 김상병이 이틀동안 교육을 가야하는데 근무땜빵 좀 해줘야겠어. 박병장이..." 솔직히 간부의 명령조는 그닥 맘에 안 들었지만, 어차피 거부도 할 수 없고 싫은 내색 없이 수락해 버렸습니다. "작업이 많아서 고생하는 거 잘 아는데...이번만 좀 부탁하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 위에 있어도 서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고."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근무를 설 생각을 하니 환장하겠더라고요.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게... '이틀만 참자....' 하고 마음을 굳히기로 했죠. 그리고 저녁... 해지기 30분전에 전원투입을 준비하고 전원 초소에 투입 후 전반야 근무인 저는 철책에 남아 약 4시간 정도의 근무를 서야 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근무라 좀 짜증이 나긴 했죠. 하지만 부사수가 전방에 올라와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이었기에 그다지 지루 할 것 같진 않았더랬죠. 군기도 바짝들어있을 때고, 고참의 관례라 생각되는 사회에서의 일들을 물어보기로 생각하니, 별 관심은 없지만 이것저것 물어보며 시간은 잘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거 저거 물어보며,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흐른줄도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였죠. '삐익' '5초 밀조이동 시작하십시요.' 두 번째의 밀조를 알리는 인터폰이 상황실로부터 연결되었습니다. "응? 벌써 그렇게 됐나? 몇시야?" "예. 23시 10분입니다." "벌써?" "예. 그렇습니다." "그래? 이동한다고 알려." "예. 알겠습니다." 부사수를 통해 이동을 알리고 우린 다른 근무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동하는 길은 울퉁불퉁한 언덕길이 아니라 완전 평지라 정말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더군요. 게다가 옆쪽은 소양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서인지 약간 시원한 기분이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떠들다보니 어느새 같은 근무조의 초소에 이르렀고, 다른 중대 아저씨라 그냥 눈인사 정도로만 끝내고 밀조이동을 마치게 되었죠. 그리고 올라선 초소. 전방에 강줄기가 훤히 보이는 그런 전망이었습니다. 왼쪽 아래로는 수통문도 보이고, 전방에는 그다지 키가 높지 않은 수풀들이라 그런지 시야도 확 트여 감시초소라고 하기에 딱 알맞는 그런 느낌이었죠. 수통문이란 물이 흐르는 강이나 개울에 단단한 철로 만든 철조망 같은 개폐형 문을 가르키죠. 다시 말하면 잠수를 통해 남침 해오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한 시간만 개기자.' 라는 생각이 들자 부사수 한테 뭘 물어봐서 시간을 떼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사수를 지나쳐 초소 안쪽으로 들어갔더랬죠. 창틀에 거치된 K3 한정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바닥을 살펴 탄통이 있나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예상된 곳에서 탄통을 찾을 수 있었고, 저는 그옆에 대충 제 소총을 세워두고 부사수를 향해 돌아볼려고 했죠. 그 때 였습니다. 휙 스쳐가는 곁눈질에 보이는 뭔가에 신경을 뺏길때가 가끔씩들 있죠?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하고 전방쪽을 주시하니, 보이는 건 그냥 안개 뿐. 그런데.... 해뜨기 전의 스물스물 피어나는 그런 안개가 소양강 물줄기 위쪽으로 진하게 깔리고 있었죠. '........' 원래 제가 있는 소초의 고가초소에서 해뜨기 전에 그 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뭐랄까...뛰어내리면 끝도 없이 가라앉을 것 같은 바다같은 느낌이랄까... 안개가 그만큼 짙고 양도 엄청나게 깔리지요. 그냥 저 밑엔 하얀 구름만 있다라는 생각에 원래의 풍경자체는 가려진게 아니라 그냥 없는 없을 것이다 라고 느껴질 정도로 하얗고 진한 안개가 드리워지죠. 충동적으로 뛰어내려도 전혀 이상 할 것이 없는 그런 안개의 바다라고 하면 딱 맞겠네요. 그런 안개에 마음을 뺏긴건지, 저는 생각을 멍하게 그 안개를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박병장님." "으..응?" "아까 하던 이야기 말입니다." "그래 이야기 마저 해야지." 저는 뺏겼던 정신을 다시 찾고, 밀조 이동을 하며 신나게 떠들어댔던 이등병의 사회이야기로 다시 분위기를 전환시켰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근무 교대 시간이 되어 저만치 투입되는 교대 근무자들을 볼 때 였습니다. '응?' 한 순간이었습니다. 곁눈질에 뭔가 보인 걸 느낀 것이. 저는 반사적으로 초소의 전방을 주시하게 되었습니다. 아까보다는 좀더 진한 안개의 흐름... 그동안 산에 피어나던 안개만 보아서 그런지 물위로 진하게 형성되어 흐르는 안개는 왠지 모를 신비감 마저 주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점을 하나 느끼게 되었는데, 물안개라 하면 말 그대로 물표면의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형성되는 안개라 물의 표면과 안개층은 같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제가 본 안개는 물론 거리가 멀어서 자세히 안보여 그런걸수도 있었겠지만 물의 표면과 완전히 분리되어 그 위를 흐르는 모양을 하고 있더라고요. 물표면에서 올라가는 수증기가 전혀 안 보이더란 말입니다. '원래 물안개가 저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좀 더 자세히 볼려고 한 그 순간 이었습니다. 그 때 였죠. 물 표면과 안개사이는 완전히 동떨어져 그 사이는 안개에 흐릿한 공간이 아니라 빈 공간처럼 가시적으로 뚜렷한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에 사람의 발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안개층으로 부터 쑥 하고 삐져나와 물 위에 우뚝 서는 것이었습니다. "허헉!" 저는 튀어나오는 비명을 참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다 소초 벽면에 '쿵' 하고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부사수가 놀라 돌아보며 의아한 눈빛을 던지더군요. 그 순간 그 부사수 눈빛도 얼마나 무섭던지...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야! 지금 봤냐?" "예? 근무자 말입니까?" 왜 그러냐는 표정에 저도 한동안 어이가 없어, 부사수와 초소 밖을 번갈아 바라보며.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할려고 애썼던 기억이 나네요. "뭐지 씨발...." 욕이 중얼거림 처럼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등에 한기가 스윽 타고 흐르더군요. 두려움과 공포가 엄청나게 밀려오던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공포에 질려갈 무렵, 교대 근무자들이 도착했고, 저는 잰 걸음으로 거의 뛰는것에 가까울 만큼 중대 오피로 뛰어들어가게 되었죠. 그리고 내무실에 들어오자 마자 깨어있는 모든 인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죠. 당연히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죠. 다들 웃어 넘기는 그런 표정들.... 하여튼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출처] 포상휴가 #1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군대는 다녀온 적도 없는데 귀신썰이랑 엮이면 너무 무서워져 군대 귀신썰은 어쩌면 그렇게 다들 무서울까... 그러니까 쓰니는 대체 뭘 본걸까? 그건 내일 이 시간에 ㅎㅎㅎㅎ 내일 보자! 잘 자고!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2-
반응이 많진 않지만 계속 이어서 가져오는 포상휴가 2탄 ㅋㅋ 나 이거 너무 무서웠는데 왜때문에 반응이 없쪄...? 군대도 안갔는데 군대 귀신이야기가 젤루 무서운 나, 비정상인가요? ㅎㅎㅎㅎㅎㅎ 그럼 오늘도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면 으레 라면을 한개씩 들고 취사장으로 가곤 했었지요. 배가 고프던 안 고프던 긴 근무를 마치고 왔다는 여유랄까요? 잠자기 전까지 나름대로의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근무 후의 커다란 즐거움 이었습니다. 하지만, 낯선 곳에 있는 지금 날 위해 준비된 라면도 없거니와 왠지모르게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내무실 취침등이 좀전에 보았던 그 장면을 계속 떠 올리게 했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으..응?" 주둔지에 있을 때 일병이었던 심상병이 침상을 내려앉으며, 물어오더군요.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그의 발목.... "왜? 뭔일있냐?" 되려 반문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그의 발목에서 억지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드랬죠. "멍하게 계셔서 말입니다." "그랬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전투화를 벗고 침상에 올랐습니다. 여전히 의식되는 발목... "박병장님 취사장으로 가시지 말입니다." "짬장?" "예. 라면 끓고 있을겁니다." "끓어?" 제가 있던 초소에서는 상식적으로 끓여먹을 라면도 없거니와... '누가 끓이지?' 그러고 보니 같이 근무섰던 부사수들이 내무실 안에 아무도 보이질 않더군요. 다급히 대충 아무 활동화를 꺾어 신고, 그의 뒤를 따라 어두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 걷는 중에 여전히 의식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목에 자꾸 힐끔 뒤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자꾸 그 어둠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에 저는 심상병의 옆으로 바짝 붙었습니다. 위에서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강렬한 두려움....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식 화장실에 밤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혼자 드나들던 지난일들이 정말로 신기했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끼익' 허름한 취사장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컴컴한 형광등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우리 근무조만이 아닌 1중대의 다른 근무조들도 허기짐에는 매 한가지 였을테니까요. "야 여기서는 라면 끓여먹는구나." "위에선 그렇게 안 드십니까?" "위엔 야 컵라면 밖에 없어. 전자렌지 딸랑 하나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취사병 몰래 계란을 하나 꺼내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그맛이 잠깐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이내 탁자앞에 놓여지는 끓인라면에 그 생각은 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휴가 갔을 때 먹어보고 처음이네." 왠지 감탄 스러웠다고 할까요? "박병장님 휴가 언제 다녀오셨습니까?" "나?" 생각을 해보니 꽤 오래된 듯...전방에 올라오기 한 3개월 전이었으니.. "반년정도 됐나?" "그렇습니까? 얼마 안되셨지 말입니다." "그렇긴하지..." 라면을 한젓가락 솥에서 퍼올리며, 라면솥과 함께 가져온 나무 젓가락과 사기 그릇이 보고 있자니 참 신기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거의 확실한 소문으로 박병장님 휴가 가실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쉿.." 저는 급히 심상병에게 주위에 눈짓하며, 그를 조용히 시킬수 밖에 없었죠. 다행히 주위 사람들은 라면 먹기에 바빠서 못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야...안그래도 휴가증 모자를텐데, 딴 중대 놈이 가져가면 짜증나지. 일단 가는 날까지는 조용하자. 난 죄인이야 여기선..." "크크크. 그렇겠지 말입니다." 능청스럽게 웃어제끼는 심상병. 한동안 저를 포함해 6명은 라면먹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 젓가락을 넣고 솥을 휘휘 저어도 건더기가 잘 걸리지 않을 때쯤 저랑 같이 근무를 섰던 이등병 부사수가 쭈뼛거리며 말을 걸어오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설 때 말입니다." "아까?" "예 근무끝나기 전에 말입니다." "그런데?" 이등병은 무척 신경 쓰이는 얼굴로 근무지에서의 내 행동과 내무실로 들어와서의 내 말들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야야. 별것아냐. 니 놀려줄려고 그런거니깐. 라면이나 더 먹어라." 물론 남아있는 것이 없는 상태서 그런말은 설득력이 없었지만, 이등병이 벌써부터 그런것에 집중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저는 얼버무리기로 했던 거죠. 그렇게 라면을 먹고 부사수 셋과 그중 짬밥이 안되는 사수가 솥과 그릇을 들고 취사장 저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끼익' 취사장 문소리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거슬리는 소리를 내더군요. 평소 아무렇지도 않았을 그런 것들이 말입니다. "박병장님." "왜?" "담배 한대 피시지 말입니다." 심상병이 담배한개피를 건네주길래, "야 나 담배 안 핀다." "아 그렇습니까? 의왼데 말입니다." "뭐가 의외야." 살짝 입가가 올라가며 웃음이란게 지어지더군요.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이 곤충소리며 물흐르는 소리며 들으며 내무실로 향해 걷자니 문득 좀전에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던 이등병의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저기 박병장님." "응?" "혹시 지금 많이 피곤하신거 아니시면, 저랑 잠깐 말씀 좀 나누시지 말입니다." "......." 뭔가 할말이 있구나란 생각을 그의 표정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무실 막사 뒤쪽터에 빨래를 널어두는 곳이 있었는데, 심상병의 안내로 저는 그곳으로 갈 수 있었죠. 대충 자리를 잡고 앉자, 심상병이 담배를 끄고 제게 말을 하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지에서 보신거....저는 알고 있습니다." "뭐?" "아까 김병장님이 웃어 제꼈지만, 그 분이야 원래 그런거 안 믿는 분이시니 그려러니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뭔소리야?" "여기 의외로 이런저런 소문 많습니다." "........." "전방 투입전 자살자 교육 동영상 생각나시지 말입니다."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죠. 전방 투입 2개월 전부턴 여러가지 교육을 하는데, 그 일과 중 하나였던 것은 자살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행해지는 자살자 해부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동영상이었죠. "그게 말입니다. 우리가 서는 2초에서 일어난 자살자라는 겁니다." "정말이냐?" "1중대장님이 그러셨으니 거의 확실하겠지 말입니다." "........." 1중대장은 제가 알기론 1년전에 이쪽으로 부임해 온 사람이라 여기 전방을 모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 입대도 하기 전 온 사람인데 꼰대가 어떻게 알고 있지?" "박병장님 1중대장님 사단서 정보장교 하다 오신거 모르십니까?" "정보? 아! 육사 출신이지..." 머리가 빠르게 회전되더군요. 사단 정보 장교면 여기저기서 일어난 일들 거의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게 어쨌든...내일 작업 하면서 함 안내해 드리지 말입니다." "뭘?" "자살자가 와이어 매단데 말입니다." "야 씨발.됐어."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저도 알고 나서 박병장님과 똑같은 맘이었지 말입니다." "그래 할말이 그거냐?"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심상병은 건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어디서 가져온건지 '자유시간'을 제게 하나 건네주더군요. "전역한 저희 소대 고참들도 그랬고, 1중대 아저씨들도 그러고 요즘 여기저기서 이상한 이야기 많이 들리지 말입니다." "이상한 이야기?" "오늘 박병장님이 보신 것 같은거 말입니다." "나 말고도?" "예. 1중대에 제 동기가 한 명 있는데 말입니다. 얼마전에 근무서다가 사하나(41)쪽 계단으로 올라가는 귀신을 봤다고 하지 말입니다." "뭔 귀신?" "동기 말로는.....우워 이것 좀 보시지 말입니다." 하면서 걷어 올린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그 때 근무 끝나고 짬장서 만나서 이야기 했는데 말입니다. 닭살 돋아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놈들이었다는데?" "박병장님 훈련소에서 입었던 민무늬 전투복 아시지 말입니다." "알지." "그 전투복 입은 셋이 어디서 나타난건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더라는 겁니다." "108계단?" "108계단? 그렇게 부릅니까?" "몰라 고참들도 그렇게 불렀었어. 108갠지 세 보지는 않았지..." 그당시 급경사의 계단이라 힘이들어 붙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여튼 그 계단으로 3명이 올라가는데, 보는 순간 직감했답니다. 귀신이다라고..." 거기까지 들으니 소름이 스윽 돋기 시작하더군요. '발목은...?' 이라는 생각도 들고... "저도 듣고는 새끼야 뻥치지마 하고 말라 그랬는데...솔직히 걔 근무서는 스타일도 모르겠고...지 말로는 절대 졸면서 본게 아니라는데, 어떻게 부사수는 못 볼 수 있는 건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의아한게...항상 고참들이 말해주던 귀신이야기도 부사수나 사수 둘 중 하나는 꼭 못 봤다거나 하는 상황이 항상 따라다녔거든요. 그래서... "니 동기 졸다 가위 눌린거 아니냐?" "그런데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걔가 본게 어떤 식이였냐면..." 근무라는게 굉장히 지겨울때가 있죠. 뭐 항상 지겨웠지만.... 그렇게 지루한 시간 짜증나서 기지개를 펴다보니, 오른쪽 사하나 1초 옆 계단으로 누군가가 올라가는 모양이 보이더랍니다. '사하나 근무잔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갑자기 눈알이 커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빠르게 고개가 다시 돌아가더랍니다. '뭐야? 민무늬잖아...왜 세명이지...' 순간 당황스러워서 젤 먼저 든 생각은 대대순찰자를 여기서 놓쳤나 하는 생각과 곧이어 전신이 쏴 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소름이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야!! 야...야투경 줘봐!" 입초근무를 서고 있는 부사수한테 버럭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야..야투경 말입니까?" "씨발 빨리 줘!" 부사수는 상당히 당황해 하며, 목에 걸고 있던 야투경을 벗어 동기에게로 건네주었다네요. 건네 받자 마자 아직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그 셋을 바라보는데, "으...으...." 자세히 볼려고 해도 거리가 멀어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그 셋은.... "다리가 없이 그냥 몸통만 둥둥 떠서 올라갔다고 했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저도 믿지는 않습니다. 여튼 야투경으로 보니 야투경으로는 안 보이고, 그냥 보면 보이고 아주 미쳐버리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부사수는?" "부사수는 이등병 놈이라 뭔일인가 쫄아가지고 초소 안에만 있었다고 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동기가 야 너도 한 번 봐봐 라고 밖으로 나오게 하니깐 이미 계단 저 위로 사라진건지 꺼진건지....없더랍니다." "........" "말하는 꼴로 봐서 거짓말 같지고 않고, 연대에서 대기할때 몇일 지내보니 그런걸로 거짓말 할 놈은 아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참.... 그때는 저도 제가 근무서며 겪었던 일들 중 처음 맛보는 것이어서... 슬금슬금 돋은 닭살이 전혀 사그러들지 않더라고요. "걔만 그런게 아니지 말입니다." "뭐야? 또 있어?" "박병장님 근무서신 그 2초도 말입니다. 애들이 이상한거 많이 본다고 소문이 자자 하지 말입니다." 갑자기 밀조 이동 할때가 생각나더군요. "야 그래서 2초에선 둘다 동초서는 거냐?" "보셨습니까? 그렇지 말입니다." 그 2초는 날개진지도 없고, 특별한 엄폐물도 없어 보이는데... 밀조이동으로 그쪽으로 갈땐 사수 부사수 초소 밖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겁니다. 두 근무자가 사이가 좋아 그런가 싶었는데, 사람들 딱 보면 분위기 파악되듯이 둘이 같이 즐겁에 뭘 이야기 할 사이는 아녀 보였거든요. "아 씨발.....왜 이런 좆같은 일이..." 겨우 몇일 온건데 왜 이런일이 생기나 짜증이 확 나더군요. 지금이야 이렇게 쓰고 웃을 수도 있지만, 그당시엔 정말 죽을맛이란게 그런거라 생각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이야 분위기를 어떻게 전달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철책이란 곳이 정말 적막하고 안개라도 짙게 드리워지면 별 오만가지 상상이 되곤 하죠. 그 적막함 속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들리면 괜히 소름이 돋고, 같이 있는 부사수도 어깨에 손 올려보면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라는 공포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곤 한답니다. 물론 그런 공포감때문에 헛것을 본게 아니냐 라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작업을 하다보면 지뢰 탄피를 보는 것은 허다하고 가끔은 유골도 나오곤 한답니다. 전쟁당시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 묻힌 곳이기에 분명 그럴수도 있다 생각은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살이나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던 이유가 아마 그런 지리적인 요건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근데 너는 본거 없냐?" "저 말입니까?" "있어?" "........" 심상병은 주위를 스윽 살피더니 이내 말을 꺼내더군요. "있지 말입니다. 저는 아니고 말입니다." "누구?" "박병장님 같이 근무선 이등병 있잖습니까?" "최 머시기 였는데...걔?" "예 최xx 이병 말입니다." 순간 머릿속에 취사장에서의 일이 휙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그놈이 나한테 물어본건가? 진짜냐고..." "그새끼 좀 이상한 놈입니다...저번에...." 약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네요. 근무 로테이션상 사수와 부사수는 바뀌지 않게 되어 있는데, 심상병의 건의로 한동안 주간근무만 서다가 이번주가 되서 야간 근무에 투입되었다고 하네요. "이등병한테는 어지간 하면 근무를 안 세우는데,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 없으면 그런게 어딨습니까?" "그렇긴하지..." "그래서 저놈 부소대장 전령으로 한 2주 다니면서 근무 파악시키고 바로 투입시켰지 말입니다. 그런데 하필 첫주 후반야에 저랑 걸렸지 말입니다." "왜 재밌잖어. 이등병 데리고 노가리 풀다보면." "저는 걔들 예기 별 관심도 없습니다. 사고나 안쳐주면 다행이지만 말입니다." "여 심상병 많이 컸네. 내가 마지막으로 본게 너도 이등병이었어." "저는 그래도 이젠 상병 아닙니까. 밥대우 좀 받아야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새끼 크크크." "하여튼간에 첫 야간 투입이라 제가 다 긴장이 됐더란 말입니다. 근데 첫날 부터 아 정말....." "뭔데?" "후반야 두번째 밀조 시작하고 나서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말에 의하면 그 문제의 자살자 초소로 밀조 이동을 마치고 심상병이 입초 근무를 설 때 였답니다. 30분 입초 후 동초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여름에는 몰라도 겨울에는 동초가 너무 힘들어 자살자가 나오고 사수가 부사수를 동초에다 말뚝을 세워놓는 가혹행위가 잇따라 군단 전체 지침사항으로 내려온 근무 지침이었지요. 하여 한시간을 나누어 정각부터 30분까지는 사수, 30분 부터 정각까지는 부사수가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시 좀 넘었길래 탄통이나 깔고 앉아 있자 하는 생각에 하이바 벗고 잠깐 벽에 기대고 있었지 말입니다. 근데...." 밖에서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바로 부사수의 목소리란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죠. '이등병이 빠져가지고 노래를 쳐 부르네.' 라고 생각하고 한마디 할려고 일어설려고 마음을 먹는데, 막 밀조를 마치고 돌아와 앉아버린 후에 바로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그냥 신경을 끌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경이 확 곤두서더랍니다. '뭐지?' 라는 생각과 곤두선 신경이 밖에서 들리는 이등병의 목소리에 몰리더랍니다. '노래가 아닌데....누구지..?' 라는 생각에 미치자 심상병은 후다닥 탄통을 박차고 일어나 하이바를 쓰고 총을 들고 정면을 응시했답니다. '씨벌..지금 왠 순찰자가 오고 지랄이야...대대서 왔나?' 그렇게 근무를 제대로 서고 있었다라는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대로 에프엠 근무 자세를 취하려는데, 다시 한 번 신경이 밖에 있는 중얼거림에 쏠리더랍니다. 그리고 등에 흐르는 써늘함. 뭐가 있는 것처럼 정말 자신도 모르게 완전 반사적으로 뒤를 휙 돌아보게 되더랍니다. 그리고 시선은 몸통이 도는 것보다도 먼저 천정으로 먼저 향하게 되었다지요? '.........'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렇게 마음먹고 있던 터였답니다. 하지만, 그날만은 그렇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여기는 사람이 죽은 초소다 라고 하는 것이요. '니미.....' 순간 욱 하는 마음에 튀듯이 초소 밖으로 뛰었답니다. 도저히 못 있겠다라고 했지요. 그리고는 나오자 마자 거의 윽박에 가깝게 부사수를 다그쳤다고 했습니다. "야 씨발 너 누구랑 이야기 한거야? 미쳤냐?" "예?" "뭐가 예야? 씨발 순찰자가 오면 바로 알려야지 어떤새끼랑 뭔 대화를 하고 있어! " "대화 말입니까? 순찰자가 오는 것 같아서 수화 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심상병은 답답했는지 어디에서 순찰자가 오는지 그 부사수가 보고 있던 그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지요. "야이 새끼야 어디가 순찰자야." "어?" "어어? 이새끼가."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갈려던 찰나였다네요. "심상병님 저기 안 보이십니까?" "뭐?" 부사수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게 미쳤나 있긴 뭐가 있어." 다시 부사수를 바라보며 성질이 날대로 나는 중이었는데, 마주친 부사수의 눈빛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겁이 확 나더랍니다. 정말 안 보이냐는 식의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 부사수. "정말 안 보이십니까?" 손가락은 그 방향 그대로 한 채로 말이죠. "그날 진짜 사람 쏠 것 같은 기분이었지 말입니다." ".........." "그새끼 평소에 안 그런 놈이지 말입니다. 근데 희안하게 근무만 들어갔다 하면 미치는 건지....그래서 소대장한테 말해서 근무 뺐는데, 이번주부터 재 투입 된거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표정을 보니 어느새 담배를 문건지 근심이 참 짙어 보이더군요. "구라는 아닌 모양인갑네." "후.....구라라면 좋겠지 말입니다.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아십니까?" 뭔가 사연이 더 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때쯤 되니 저도 모르게 등뒤를 자꾸 힐끗힐끗 보게 되더라고요. 등에 끊임없이 소름이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역시 실화도 제가 겪은 것 쓰는게 가장 잘 쓰이네요. 상상을 해가며 쓰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게 더욱 즐겁습니다. 1시간 정도 쓴 분량인데 나름 그 때 생각하면서 쓰니 재미있군요. 급똥 크리로 화장실 가서 신문보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천정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얼릉 끊고 나왔습니다. 다음편도 다 써놨으니 금방 올릴게요~ [출처] 포상휴가 #2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너무 무섭잖아... 그렇잖아도 뭔가 이상한게 보여서 무서운데 애써 잘못 본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도 뭔가 이상해 보이면 더 불안해 지는거 특히나 그 장소를 벗어날 수 없을 땐 더더욱 ㅠㅠ 쓰고나니 그래서 군대 귀신이 무섭구나 싶군 어제부터 계속 마음이 안좋네 마음 속으로(때로는 입 밖으로도) 응원하던 아이가 떠나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참... 매일 불안하다 불안하다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슬프네 지금 혹시 많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네 잘못 절대 아니니까, 감기 바이러스처럼 나도 모르게 찾아온 아픔인거니까 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나을 수 있을거야, 오래 걸리더라도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렇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꼭 더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그럼 오늘도 잘 자고 내일 또 보자!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3-
-3-라고 적으니까 뭔가 귀여운 얼굴 표정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나네 ㅎㅎㅎ -3- 귀엽...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볼까? 들어가자 이야기 속으로! __________________ "최이병 이새끼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지 말입니다. 눈 동그랗게 뜨고 안 보이냐고 하는데, 정말 한 대 패 버릴 수도 없고..제 눈엔 전혀 안 보이는데 말입니다..." ".........." "그냥 엉덩이 발로 차서 입초로 쳐박았지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저기 온다고 하는데....진짜 총 당길 뻔 했습니다. 근무 끝날때 까지 겨우 참았지 말입니다." "근데 구라치는거 같진 않디? 왜 있잖아 이등병 새끼들 자주 쓰는 것중에 헛것이 보인다 뭐 어쩐다 해서 보직이나 의가사 전역 같은거 함 얻어볼까 하고 말야." "그건 분명히 아니었지 말입니다. 저놈이 근무땐 저래도 평소에는 잘 합니다." "연막 아냐?" "음....그래도 사람 느낌이란게 있잖습니까? 그건 아니다라 하는...." "그래?" "예." "그럼 고참들 한텐 이야기 해봤냐?" "아직은 안 했습니다. 하긴 안해도 다 알고 있는 일이지 말입니다." "김병장은 뭐래?" "김병장님이야 뭐......워낙 호탕한 사람이라...아 그러고 보니..." "뭔데?" "혹시 투입전 교육 할때 중대별 축구 대회 한거 기억하십니까?" "연대 다 모여서 한거?" "예 그거지 말입니다." "그게 왜?" "다른게 아니고...그때 저희 중대가 우승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3소대에 그 왜 연대장 한테 표창받은 애 있잖습니까?" "아..3골 넣었다고?" "예 그놈 말입니다." "걔가 왜?" "사회서 프로축구하다 들어온거는 아시지 말입니다?" "연대장이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뭐..." "운동하다 온놈이라 그런지 부지런하고 작업도 잘하지 말입니다. 3소대 차기 분대장감이라고 분대장 집체교육 때 소대장이 건의해서 분대장 교육 보낼거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 "그놈도 별수 없던 놈인지...아니면...진짠지..." "뭔데?" "2초 안에서 근무서다가...물위에 있는 귀신을 보았다나 뭐라나..." "........." 순간 섬뜩 했습니다. 걸터앉은 의자에 한족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 있었는데, 문득 시선이 제 발목으로 가더군요. "야 2초 그렇게 말 많은데 왜 폐쇄 안하냐? 사람까지 죽어나간 초손데..." "저도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경계지형상 요충지란 이야기가 있던데..옆에다 하나 더 만드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이고.." "37은 철책 까지 땡겨서 폐쇄 시키더만...중대장 같은 간부들은 알고 있냐?" "알면 뭐합니까? 그래봐야 중대장 나부랭인데...하여튼 그 축구선수놈 뭘 본건지 지는 죽어도 2초 못 서겠다면서 상황병으로 빼달라고 소초장한테 건의하고 그랬던 모양이지 말입니다." "씨발....심각한데 이거...." "뭐가 말입니까?" "야 아까 나 근무 끝나고 내무실서 이야기 했던거 말야...진짠가보네...." 눈가가 시원해질 정도로 눈을 크게 하고 심상병을 올려다 보았더니, 이 녀석도 뭔가를 느낀건지 손사례를 치더군요. "박병장님까지 그러시면 어쩝니까..." "야 상황을 봐봐 내가 헛걸 본건가...." "그건 또 그렇지만 말입니다..." "내일 또 근문데 아 씨발..." 한기가 엄습해 오더군요. 휴가 한 번 갈려고 잘못된 거래를 했단 느낌이랄까... "야 여기애들은 그거 말고 또 없냐?" "뭐가 말입니까?" "귀신 본 애들 말야.." "아...많지 말입니다." "많아?" "시원하게 저도 한 번 봤으면 좋겠지 말입니다." "지랄마라...막상 보면 심장 멎을 껄. 솔직히 최이병이랑 근무설때 존내 쫄았을거 아냐?" "안 쫄았지 말입니다..." "크크. 놀고 있네." "박병장님은 어떨것 같습니까?" "뭘 어때. 썅 보이는대로 총 휘갈기는 거지." "사단 기무대에서 바로 박병장님 찾으로 오겠지 말입니다. 크크크." "오라 그래!" 객기는 부려보았지만 어찌 해 볼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걸 마음속 깊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어야 겁이 덜 날테니 말이죠. 그리고 제글 아시는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으로 올렸던 실화에서 총 휘갈길려다 기절한거.... 이때 장난처럼 말했지만, 실제 말이 씨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겁니다. "방금 라면먹고온 짬장에서도 한가지 일화가 있지 말입니다." "짬장서?" "예. 전원투입 후라고 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전원투입이라곤 해도 평소같으면, 상황병하고 취사병은 전원투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근데 그날은 사단에서 전원투입 검열 나온다고 비상이 걸렸던지라, 확실히 그날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사단 폭풍이 지나갈동안은 취사병도 무조건 전원투입에 합류했었어야 했답니다. "그거 알지...우리 짬병도 한 4일 나갔다. 입이 이만큼 튀어나오데..." "저희도 다 나갔지 말입니다. 근데 2소대 짬장(취사병들 중 최고참)이 요령핀다고 안나가고 짬장서 짱박혔던게 문제가 됐지 말입니다." 사단검열 나온다고 알려진지 4일째 되던날, 짬고참은 오늘도 안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전원투입 신고 후 바로 뒤로 빠져 취사장으로 짱박혔던 모양입니다. 신고 후라 특별한 인원체크도 없었고, 철수 할때쯤 몰래 빠져나와 합류하면 그만이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취사장으로 몸을 피해 들어갔을 때 였답니다. 익숙지 않은 생김새의 군복차림 남자 둘이서 밥을 하는 증기기계옆에서 서서 뭔가를 먹는 것 처럼 입가에 손을 대었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더랍니다. '아 씨발...사단간분가...좆됐네.' 라는 생각과 뒤로 돌아서서 몰래 빠져나갈려하는데, '이미 봤을텐데 문소리도 들렸을테고....' 하는 체념이 들자 번뜩 생각이, '투입전 취사장 시건장치(잠금장치) 확인하러 들어왔다고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섰을 때 였답니다. '응?' 증기기계 옆에는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었답니다. '잘못 본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뒤이어 바로 등에서 소름이 쫙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설마...' 당장에 튀어나갈 것 같은 기세로 문을 잡고 밀어제낄려는 순간 이성이 개입해 오더라고 했죠. '나가면 바로 좆되는건데...아 씨발...'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죠. 누가 볼지 안볼지는 모르지만 전원투입된 시간에 혼자 총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탈영병의 그것이다 라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때리더랍니다. '쫄지말자...쫄지말자...' 속으로 어떻게든 위로 해 볼려고 했지만, 안그래도 뒤숭숭한 요즘 혹시 그것이 여기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정말 오들오들 이빨이 떨릴정도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답니다. 안그래도 취사장은 어둡고 퀭 한데다가 헛것까지 본 상황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총을 겨누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그 고참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다시는 짬장에 혼자 안남는다고 다짐을 했지 말입니다." "그게 다야?" "뭐 별건 아니지만 이게 답니다." "뭐야. 헛거 본거잖어. 쫄아가지고 그냥 상상의 나래를 핀 모양이구만."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 말입니다." "근데?" "같이 작업하면서 그 고참이 이야기 하니깐 짬장 애들도 혼자 있을 때 희끄무레한 뭔가 봤다고 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지 말입니다. 짬장은 신나가지고 내가 본게 헛거 아니라고 아주 들떠가지곤....크크." "그러면서 근무 끝나곤 라면 잘도 쳐먹으로 가잖어." "그래서 말입니다. 절대 혼자 안가지 말입니다. 예전에 취사장 계란이며, 라면이고 맨날 없어진다고 울더니만...그 이후로 혼자 거기 가는 사람 아무도 없지 말입니다. 저도 혼자는 못 가겠습니다." "그렇겠지....." 누가 혼자 가겠냐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 하일라이트는 이겁니다. 아까 시원하게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시원하게는 아니더라도 저도 하나 봤습니다. 그땐 정말 제대로 쫄았습니다." "........." "이것 때문에 박병장님 한테 이야기 하자고 말씀 드린거지 말입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겁이 많은건 아닌데...혼자 이젠 화장실 다갔다 생각하니 영 개운찮은 기분이랄까요... "저도 솔직히 이 사건 때문에...최이병한테 크게 뭐라 못하겠지 말입니다." "어떤건데...." "최이병 야간 근무 빼라고 건의 한게 저라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이새끼 그동안 구라나 친다고 한 번 날잡아 갈굴것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 일이 있던 후 2주가 지나고 전반야 근무를 서게 되는 주가 되었을 때 였답니다. 전에 그 일도 있고 해서 근무지서 최이병에게 좀 소원하게 대했었는데, 그날은 왠지 측은하게 느껴져서 이거저거 말도 걸고 대화도 해가며 근무를 서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밀조 이동을 마치고 23시 정도를 넘어설 때 상황실에서 인터폰이 오더랍니다. '삑' '부소초장님 나간다.' '예 알겠습니다.' 초소 안에서 상황병의 연락을 받고 가볍게 부사수 최이병에게 순찰자 이동을 알려주고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인터폰 받고 한 5분 정도 지났다나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밖에서 부사수의 수화 외침이 들려와, '벌써 여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냥 뭐 그려러니 하고 순찰일지나 내어 줄려고 손에 쥐고 있었다죠. 그런데, "손들엇! 움직이면 쏜다!! 화랑! 화랑!!" 부사수의 수화목소리가 굉장히 당황해 하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밖으로 튀어 나가더랍니다. "야 뭔데!" 초소의 문틀을 잡고, 당기듯 몸을 밖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순간 심상병은 심장이 멎을 듯한 광경을 목겼했다 했지요. 시커먼 물체가 아니 분명 사족 달린 짐승인지 사람인지 잘 구분이 안가 검은 물체가 부사수가 총을 겨누고 있는 정면을 바퀴벌레가 기듯이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록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네요. 그것의 진행방향엔 철책이 막고 있었는데, 그 속도 그대로 철책을 뚫을 기세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곧 벌레가 벽을 기어오를려는 듯 몸통이 반정도 뒤로 꺾이더니, 철책을 기어 오르더랍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부사수도 당연 그랬겠지만, 심상병도 약 3초 정도 걸린 그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철책으로 다가오자 투광등 빛으로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민무늬 전투복에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지만, 투광등 역광에 얼굴은 도통 알아볼수가 없었다네요. 그러다가 순간 번뜩 정신이 돌아온 때가, 그것이 순식간에 철책의 꼭대기 까지 올라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순간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심상병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라고 했습니다. 순간 철렁 내려앉는 마음이 들면서 온몸에 털이란 털은 모두다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네요. 그렇게 정신을 차릴 때쯤에 뭔가를 해야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아 그자리에 무너지듯이 주저앉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시선은 그것에서 도저히 돌리지 못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좀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철책을 기어 내려와 전방 수풀 사이로 귀신같이 사라지더라고 했더랬죠. 그 와중에도 부사수는 손들어! 손들어! 녹음된 것 처럼 계속 외치고 있었다는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바로 인지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 하는 사건 후 생각을 말해주더군요. "저는 아직도 그게 짐승인지 사람인지를 모르겠지만, 뭔가 그로데스크 한 것이다라는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로데스크라.....그런데 상황실에 알리긴 했냐?" "말도 안되지 말입니다." 바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걸 어떻게 상황실에 말합니까? 월북인데...것도 사람이 아닌..." "야 그거 누가 알기라도 하면 너 좆되는거야. 그게 간첩이기라도 했으면.." "박병장님은 그게 사람이라고 믿으십니까?" 못 믿겠냐는 표정과,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까? 하는 표정으로 묻더군요. "절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최이병은 뭐래?" "그놈...의외로 입 꾹 다물고 있지 말입니다. 아마 아까 쭈뼛거린게 박병장님한테 뭔가 이야기 할려는 내용이 아마 이런거 아닐까 싶지 말입니다." "그런가.....?" "여튼 그날도 철수 하기 전까지는 아주 뒤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한동안...아니지...지금도 철책 넘어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놈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마지막에 분명 노려본것이 확실한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잘못을 했나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당장 내일 근무가 무척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놈처럼 기절 안하고 안 쫄수 있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자 문득 최이병도 같이 떠오르더군요. 아 꼬이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전원투입 시간. 평소보다 어수선한 소리가 머리위에서 끓이질 않고 있었죠. 상황을 보아하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창고에 모셔둔 공병우의(비올 때 입는 상하 분리형 우의)를 찾느라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소란스러움의 원인은 짭밥이 안되는 소대원의 것으로 당연히 질좋고 입기 편한 공병우의는 고참들이 이미 선점을 해서 그나마 입을 만한 것들을 찾아 헤메는 모양이었는데, 제 부사수인 최이병은 벌써 판초우의(두꺼운 비닐재질로 된 커다란 보자기 라고 생각하면 편함)을 모양나게 접어입고 근무 투입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거 나도 판초우의 뒤집어 쓰고 나가야 할 판인걸...' 제가 원래 있는 근무지에는 저만의 전용 A급 우의가 있지만, 여기서 그런걸 바랄 수는 없었죠. 판초우의를 뒤집어 쓸 때와 벗을 때 목에 감기는 그 축축함을 생각하니 괜히 한숨이 나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