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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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아주 신기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

오늘도 잘 버텨낸 모두 칭찬해
수고했어!
그러니까 오늘도 같이 이야기 볼까?
오늘은 가볍게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
시작!

______________________

얼마전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 피로연을 갔다가 희안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써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인연이라는게 있다고 느끼게끔 하는 일화이기도 하네요.

고등학교 졸업 후 결혼식 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이나 만남을 갖지 못했던 그 친구는 저희끼리 운영하는 상조회에 연락을 해 왔다고 상조회 총무가 전하더군요. 결혼을 하게 되니 상조회 멤버들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네요. 그런 이유 였는지 처음 전화를 받을 때는 누군가 하고 의아해 하다가 반가워 했던 기억이 있네요.

몇일에 결혼을 하니 꼭 와달라고 하더군요. 연락 한번 없이 지내다가 염치도 없이 연락한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얼굴을 보고 싶으니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흔쾌히 응하고 이메일로 청첩장을 받게 되었죠.

저는 결혼식 돌 등등 기타 행사에 연락을 취해 참석을 요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슨일이 있어도 참석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나를 잊지 않고 연락을 했다는 성의 표시로 생각을 하죠. 어중간하게 친한 친구가 청첩장이나 연락 한 번 없이 참석하기를 기대한다면, 저는 기대에 응해주지 않는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식 당일날 상조회의 여러 멤버들이 모여 그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고 식사 도중에 인사차 들르게 된 새신랑이 참석한 친구들을 위해 동인천에 한 술집을 예약해 두었다는 말을 전해 주고 돌아가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 때 쯔음이 약 3시? 예약된 시간까지는 3시간 정도가 남아있어서, 식사 후 집에 들렀다가 옷을 갈아 입고 오겠다는 친구들이나 기타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운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시간 떼우기용 당구장에 가자는게 거의 지배적인 의견으로 가고 있었죠.

그리고 시간은 흘러 저녁 6시. 피로연 장소에서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9시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정이 넘은 시간... 돌아갈 친구들은 이미 다 돌아갔고, 다음날 오후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다는 새신랑은 굉장한 여유를 부리고 있었죠.

"야 다른 애들은 피로연장도 안가고 바로 튀던데, 너는 괜찮냐?"
"비행기표가 없어서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대충 저런 사정이었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우리는 1차를 끝내고 2차를 목표로 한 술집으로 들어갔죠. 이젠 자정이 훨씬 넘어 다음날로 날짜가 넘어간 시간. 거의 다 직장인이라 새벽으로 가는 시간에 장사가 없는 것인지, 그 때 모인 인원은 새신랑과 새신부 저 포함 약 8명 정도 되어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뻗어 버리는 친구들도 몇 있더랬죠.

한 5명의 남녀가 술잔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친구 중 한명이 묻기를,

"제수씨. 이 녀석 어떻게 만났나요?"
"아....이 이요?"
"이이? 벌써 그렇게 불러요?"
"아니 그게 대외적으로는....그렇게 하는게..."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젖는 새신부. 신부 화장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 듯 해 보였습니다.

"야야. 아까 그만큼 놀렸으면 됐지. 그만해라."

새신랑이 방어하고 나서더군요.

하긴 피로연장에서 무척이나 짖궂은 일을 많이 당했으니까요.

"내가 대신 이야기 해 줄게. 듣고 놀라지나 마라."
"약점잡고 협박하고 그런거 아냐 이거?"
"어허. 일단 들어봐."

사연은 이랬습니다.
군대 제대 후 마땅히 할일이 없어, 이왕이면 서울에서 뒹굴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서울에 숙식 제공하는 회사를 찾아 여기 저기 구직활동을 벌였답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쉽지는 않았고, 끝내는 그냥 인천에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네요.

그 와중에 생긴 인연이 있었으니, 구직을 위해 계속 전화를 하며 정이 든 아웃소싱 업체의 한 여성 즉 지금의 새신부가 주인공이었답니다

"허...인연이 그렇게도 생기냐? 재주도 좋네..."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부러울 따름이었죠. 그 속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여기저기 구직자리를 알아보면서 전화로 여러번 이야기 하다 보니 서로간 호기심도 생기고 해서 한 번 만난 계기가 연인으로 발전하고 지금 까지 오게 되었다는 군요.

"그런데 말야 얘랑 인연이....."

웃음기 섞인 얼굴이 약간 거둬들이며 고개를 돌려 새신부를 바라보는 그. 집게손으로 신랑의 볼을 꼬집고 흔드는 모양새가 참 다정해 보이기는 개뿔...ㅜㅜ

하여튼... 그들의 연애기간이 약 7년 정도 되었다는데...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싸우고 헤어지기도 몇번. 그리고 그 싸운 이력중에 정말이지 다시는 안 볼것 같이 싸우고 헤어진게 결혼전 마지막이었을 때 였다네요.

"그때 얘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무슨 여자가 고집이 그렇게...아!! 아야!"

정말 보기에도 아플정도인 팔뚝의 살점을 떼어내듯 꼬집는 새신부의 손짓이 보는 저도 두렵게 만들더군요.

"왜 그러게 여자를 화나게 해. 그러고도 결혼까지 용케왔다."
"그렇죠?"

맞장구를 치는 새신부. 저는 언제나 여성의 편입니다. 각설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계속 잇는 새신랑.

그렇게 심하게 싸우고 몇일이 지나고 몇주가 지나더니 금새 두달이 지나갔다고 하더군요. 술도 엄청 마셨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이제는 정말로 끝인가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누구 한쪽이 먼저 전화를 해 화해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낌새마저 느껴지지 않았고, 새신랑도 그 때 만은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아 연락을 참으며 거의 반 폐인 상태로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시기였다고 하네요.

그러던 어느날 이었답니다. 야근을 하고 나온 시간이 약 밤 9시 정도 였답니다. 종로5가에 직장이 있어 인천행 전철을 타고 용산까지 와서는 다시 동인천행 직행 열차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는 변함없는 코스인데....

그날따라 좀 변한게 있다면 직행을 타는 이유가 빨리 가는 것도 있지만,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는 편안함이죠. 그런데 희안하게 그날은 서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랍니다. 그래서 문가 손잡이에 기대고 서서 이어폰을 꼽고, 노래나 감상하자는 생각으로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네요.

어느새 전철은 신도림을 지나고, 그렇게 한산하던 공간도 거의 다 사람으로 가득찼더랍니다. 그리고 역곡을 지나 부천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었다나요?

"응?"

뭔가 귀에 스친듯한 소리를 따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네요. 고개를 돌린 눈앞에 보이는 건 몇몇 서있는 사람들과 앉아서 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정도. 이어폰에서는 계속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깥소리는 안 들릴정도로 볼륨을 올려놓고 듣는 취향이라 그 소리를 깨고 들어올 정도의 소리였다면... 그전에 희안하게 신경을 쓰게 만드는 소리였답니다.

돌린 고개 그대로 시선이 닿는 이곳저곳을 세세하게 살펴보았지만, 뜻모를 소리가 귓가에만 남아있지, 근원지처럼 보이는 형태의 사물은 전혀 분간해 낼 수 없었던 모양새였답니다.

'노래 소리에 그런게 섞여있을리는 없는데....'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답니다. 그의 말로는 수백번도 더 들은 노래이고, 그런 소리가 당연히 섞일리는 없다고 전해주더군요. 저 또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었고요. 수십 수백번도 더 들은 노래에 뭐가 섞여 들렸으니, 그렇게 반사적으로 반응했을 것이고요.

그냥 환청을 들은 것이겠거니 하고, 별 생각없이 어두운 창문을 바라보며 지금 지나는 곳이 부천과 송내 중간쯤이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었던 그 때였답니다.

'또?'

이번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귓가에 남은 여운을 확실히 되새겨주는 소리. 자기도 모르게 고갤 돌려 보지 못했던 등뒤에 풍경을 보며,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 했답니다.

'나한테 들릴정도의 흐느낌이면, 거의 울먹이는 정도일텐데....'

돌아본 등 뒤나 마주 본 정면에서 울먹이고 있는 여자를 찾을 수는 없었답니다. 당연히 그렇게 큰 울음 소리를 주위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으로 앉아 있을리는 없었으니 말이죠.

그는 내심 의구심이 들면서도, 확실히는 부정하지 못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주위의 풍경만으로는 절대 찾아 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쯤 되자 그냥 무시 할 수는 없는 소리가 되서, MP3 의 볼륨을 조금 낮추고 그 흐느낌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다시 들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귀에 신경을 모으고 소리를 잡아내는데 열중하다가 한순간 긴장을 풀었던 그 순간이었다고 하네요.

'흐흐흑...'

온몸이 저릴 정도로 소름이 돋아오르며, 소리는 귓가에 확실히 새겨지고 있었답니다. 발끝부터 올라오는 공포를 겨우 억누르며, 고개를 돌리면 또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어두운 창문에 반사된 풍경으로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 볼려던 그 순간 이었답니다.

어두운 창문으로 반사된 전철안의 풍경안의 하얀 소복을 입은 긴 검은 머리의 여자가 돌아앉아 흐느껴 울고 있더라는 겁니다.

"허헉!!!"

반사적으로 비명이 먼저 튀어나왔다네요. 아무 의구심 없이 살펴보던 풍경이라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네요. 뒷 걸음질 치며 넘어질 뻔 한 몸을 겨우 가누고 나니, 주위에서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따갑도록 느낄 수 있었답니다.

운이 좋았던건지 때마침 전철문이 열리고 그는 확인도 안하고 바로 전철에서 내려 저만치 멀리 자리를 옮겼답니다. 그쯤되자 무서움 보다는 쪽팔림이 더 우선이었고, 자신을 쳐다보는 누가 있나 싶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을 때였답니다.

'옘병...저런게 진짜 있네...'

그때서야 자신이 본게 헛것인지 가늠도 안될 귀신일까 싶은 존재였던가 생각되니 오싹함이 온몸을 강타하더랍니다. 괜시리 쪽팔림은 사라지고 얼른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야하겠다 싶어 개찰구로 나가는 계단을 향해 잰걸음으로 달리듯 걸었답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는데,

'부평?'

부평이라는 역 이정표가 보이더랍니다.

그 때 즈음 되니 무서움도 족팔림도 다 사라지고 한가지 생각나는게 있더랍니다. 얼마전 싸우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항상 데려다 주던곳이 부평역이었다죠.

정말 누구의 의지로 그랬는지 모를정도로 주머니안에 핸드폰을 꺼내 여자친구의 전화번호 단축키를 누르게 되더랍니다.

약 10여 회 이상의 신호가 가더니, 상대편에서 통화를 수락한 음이 들리면서 귀에 익숙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여보세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흐느낌이 섞인 목소리.
그는 하마터면 핸드폰을 손에서 그냥 놔 버릴 뻔 했다고 손에 핸드폰을 들고 힘없이 떨어뜨리는 시늉을 해 보이더군요.

전철안에서 들렸던 흐느낌이 익숙하다고 느낌을 받고, 그토록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던 이유를 전화넘어로 들려오는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네요.

그렇게 소리에 반사적으로 행동했던 것은 여자친구의 목소리임을 불현듯 알고 있었던 본능이랄까 하는 식으로 표현을 하네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첫 마디로,

"너 무슨일 있니?"

하는 물음을 던졌고, 여자친구는 한참을 흐느끼다가,

"아빠 돌아가셨어...."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는 그길로 위치를 물어 병원으로 달렸고, 병원에 도착한 그 시간이 그녀의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10시간 정도 흐른 시간이었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으신 아버님은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한달 정도 후에 입원하셨고, 끝내는 그날 오후 1시정도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이야기를 도착해서 들을 수 있었다는데, 그곳에 도착해 한 번더 놀란 것은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묶지 않은 그녀를 보았을때 였답니다.

그 모습은 전철안에서 봤던 그것의 모습과 완전히 판박이 였다고 하네요. 때마침 머리를 풀어 헤치고 다시 묶을려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면, 절대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모습이었기도 했다고 전해주더군요.

여기까지 듣고나니 저는 왠지 새신부가 무섭게 까지 느껴지더군요. 눈치를 챘는지 눈웃음치며 그런 표정 하지 말라고 하던 새신부의 얼굴도 기억합니다.

얼마전 신혼여행 잘 갔다왔다고 친구에게 문자가 왔는데, 답문은 못 보내고 그저 잘 살겠거니 생각한답니다. 정말 인연이란게 어찌볼때는 무섭기까지 하네요.


[출처] 인연 | 공포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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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기한데 또 너무 무섭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이어준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걸 보면 만날 사람은 만나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러네.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날이 많이 추우니까 옷 잘 챙겨입고
감기 조심하고

내일 또 보자 ㅎㅎ
잘자!
7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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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만날 인연이면 어떻게든 만나는 거 같아요...
무섭다..... 인연이라는게 참...
저는 그냥 무섭기만 한데요!! 흥. 나나연.
와 인연이다 진짜...👍
무섭다라기보단, 인연이라는건 정말 어메이징한거같아, 저런 인연과 헤어졌으면 정말 평생 술먹다 카톡 생각나지 않을까? 남자라 그런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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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대체 어디서부터 홀렸던 걸까?
이번주는 정말 정신없이 보낸 것 같아 항상 하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정말 이번주는 금세 금요일이구나 감회가 새로울 정도로 ㅎㅎㅎ 너무 피곤해서 매일 몽롱한 채로 보냈거든 어떻게 하루하루가 갔는지도 모르겠다 간을 좀 챙겨야 할 시기인 것 같아 다들 더 나빠지기 전에 건강 챙기길! 오늘 이야기는 정말 숨도 못 쉴 뻔 했어 뒤로 갈수록 급박한 전개가... 으... 심호흡 하고 같이 시작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 철책에 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비가 엄청 오던 때 였습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전방에서의 폭우란 어떤 느낌인지 전달하기가 굉장히 힘드네요. 뭐랄까.. 음.... 우리가 동네에서 보는 비오는 날 밤 가로등 밑은 어떤 별다른 느낌이 있던가요? 별로 무섭지도 않죠? 그런데 전방에서 철책과 나란히 서있는 투광등을 보고 있노라면 동네 전봇대 가로등과는 그 느낌이 엄청 다릅니다. 투광등을 넋놓고 보다가 밑을 보면 왠지 그 아래 있어서는 안 될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헛것을 보는 순간입니다. 멍하니 눈을 풀어 놓으면 말이죠. 또는 밖에 있을 때 보다 방안에 혼자 있을 때. 어느것에도 집중하고 있지 않는 특히 자다가 께었을 때 정도 랄까요?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사물에 대한 인식력이 부족한 완전 무방비한 상태가 그 때 라고 생각되네요. 만약 자다 깨어 멍 할때 폭우를 뿌리는 어두운 하늘이 갑짜기 번쩍 주위를 때리면서 약 5초 뒤 흐르는 폭발음을 내면, 괜히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 소름이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주위 빗소리가 굉장히 사무치게 흐느끼는 여자 울음 소리 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게 전방에서의 폭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쪽은 철책이 세겹으로 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끝도 없을 것 같은 풀숲 뒤로는 완전히 암흑이 되어버린 숲속... 비는 계속 내리고 빗소리에 잠겨 주위는 항상 산만합니다. 그러다가 번개라도 치고 천둥이라도 치면 사수와 부사사는 침묵속에서 어느정도 두려움을 느낀답니다. 대화요? 그런게 될리도 없습니다. 그저 빗속에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시간아 빨랑 가라만 끊임없이 외치고 있죠. 그럴때는 어디 한 곳도 뚫어지게 쳐다도 못 봅니다. 멍하던 어느순간 상상속의 무엇이 나와 시선을 마주하기 때문이죠. 심리적으로 굉장히 약해져 있을 때, 바로 그 때 마음속 어둠의 문을 두드리는 방문객이 찾아오죠.... 그 날도 엄청나게 쏟아붓던 날이었습니다. 저녁때 부터 자정까지 근무를 선 근무자랑 교대를 하기 위해 막사를 나서면서, '아 옘병 총 다 젖겠네....' 하는 짜증을 내고 있었더랬죠. 총기 닦는 것 정말 귀찮거든요. 그리고 목에 감기는 축축한 공병우의의 느낌... 언제나 싫었습니다. 순찰로를 따라 근무를 서야 하는 초소로 이동하자니, 발밑은 완전히 진흙이 되어있어서 전투화를 걱정해야 하는 짜증까지 겹치고 있었죠. 벌써 전투화 밑바닥은 피자 한판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전 근무자랑 교대를 하고, 근무를 서다 첫 밀조이동이 시작되었답니다. 진흙밭을 피해가며 겨우 다음 초소에 다다르고 난 후 근무자를 밀어내고 들어섰을 때가 아마 3시 반정도? 되었을 때 였습니다. 한 10분 지났을까요? 축축함이 짜증나 초소안에 들어서자 마자 철모를 벗고 옷을 추스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새하얗게 될 정도로 번쩍! 하더니 곧바로 천지 사방이 새까만 어둠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답니다. 눈앞에 보이던 투광등 불빛도 거취된 총기도 초소안 풍경도 완전 칠흑으로 변해버린 것이었죠. 갑자기 벌어진 일에 이게 뭔가 라고 생각하면서, 당황함을 맛보는 그 때, '콰쾅!!' 하는 정말 고정포(고정된 탱크의) 소리같은 천둥이 약 3초간 이어지자, 온몸에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면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끔 하더군요. 멍하니 있을 때 누군가 '워' 하고 놀래키거나, 대형 트럭이 '빠앙' 하며 옆으로 지나갈때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가는 그런 거라 할 수 있겠네요. 어둠속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심장을 통째로 들고 흔드는 듯한 굉음과 더이상 완벽함이 없을 어둠. 아주 박자가 제대로 맞아 돌아가더군요. 지금 당장 눈을 감으면 느낄 수 있는 어둠은 약한 마음을 충분히 더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런 어둠이.. "박병장님!" "왜!" 부사수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가더군요. "투광등 다 나갔는데 말입니다." "알아!" 아마 조금전 번개가 투광등을 직격 한 것 같았습니다. '하필 내 근무때 이 지랄이냐...' 그때였습니다. '뚜' 인터폰이 울리더군요. 순간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왜냐면 전기가 다 나갔을 텐데 저건 어떻게 울리나 하는 생각에 정말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가더군요. 인터폰은 삐삐선이란 것으로 연결되어 별도의 건전지로 운용되는 것이었거든요. 정전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해둔건데 그 땐 얼마나 당황했던지 보이지도 않는 인터폰을 발로 차 버릴뻔 했지 뭡니까... 가만히 보니 인터폰의 빨간 버튼이 희미하게 보여서 그 때서야 '아~' 하는 제정신을 잡았던 거죠. '각초소 지금 다 있냐?' 소초장의 목소리였습니다. "병장 박xx. 소초장님 저 여기 있습니다." '아 그래. 다른 초소는 안 들리냐?' 그렇게 몇번을 부르고 나서야 세개 초소의 모든 근무자가 응답을 했을 때 였습니다. '지금 내가 후레쉬 가지고 밖으로 나갈테니 일단 전부 k3(기관총) 만이라도 확실히 챙기고 있어라.' k3고 나발이고 그 때는 온다는 소리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만약에 그당시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귀신일 겁니다. 사람이라면 그 때 평정심은 커녕 울며 소리치지 않으면 다행일겁니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온갖 공포에 울고 싶을 지경이었지요. 도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로선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하고는 상상도 하기 힘든 그런 공포라고 단언하네요. 여튼.... 온다는 소초장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정말 억겁의 세월만큼 길게 느껴졌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는 어둠이 어떤 느낌인지 창고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한 번 느껴보심이 좋겠네요. 밖에서 잠그라 그러고 혼자는 못 나가게끔 되어있을 때 무서움을 떠올려 보세요. "박병장님." "왜?" "지금 이대로 철수 할것 같습니까?" ".........." 솔직히 전방에서 근무자가 없는 완전 철수란 들어본적도 없는 경우였거든요. 바로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뭐가 보여야 근무를 서지....투광등 들어올 때까진 철수 할것 같다." "그렇겠지 말입니다." 부사수 놈 목소리도 이미 맛이 갔었더랬죠. 바들바들 떨고 있는게 어둠속에서도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저만치에서 부사수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위치는 대충 감으로만 느끼고 있는지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저 놈이 내 부사수 맞는가....?' 하는 생각이요.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몰라도,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 두려움은 그 때 부사수의 존재 마저도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수위였죠. 그 때 였습니다. '지직' 하는 소리가 왠지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동시에 정말 새하얀 불빛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는 삽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빛의 잔상이 아직도 눈에 '지잉' 하고 남아있는데 '콰쾅!!' 하는 천둥소리가 심장을 사정없이 후려 갈기더군요. "아악!!!!!!!" 대비하지 못한천둥소리에 혼이 빠져 나갈 것 같은데, 부사수놈의 비명소리까지 겹치니 욕이 저절로 튀어나가더라고요. "닥쳐! 사내새끼가!" "바..박병장님! 보셨습니까?!" "뭘!?" "아아악!!" 저는 천둥소리 따위보다 부사수놈이 기절할 듯 놀래는 목소리가 더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야이 새끼야! 뭐야!!" "바...박병장님 저기서 뭔가 오고 있었습니다." "뭐!?" 온몸에 소름이 타고 올라왔습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오긴 뭐가 와! 소초장 아냐!?" "아..아닙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소초장이 올려면 아직 더 있어야 했습니다. 어둠속에서니 당연히 더 늦을 것이었고요. "뭘 본거야 이새꺄!! 이렇게 꺼먼데 뭐가 온다고 지랄이야!" 또 그 때였죠. 번쩍하는 새하얀 풍경 안에 제가 서 있는 초소의 입구가 보이고 그 밖 바로 서 있는 부사수와...... 그리고 무언가... "!!!!!!" 아마 전 제 상상속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사수도 같이 보고 있는게 아닌가요... 새하얀 배경이 다시 어둠으로 바뀌면서 곧이어 천둥이 치고 그 소리 사이로 저는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철컥' '탁' 분명히 총의 일발장전 하는 소리였죠. "뒤지고 싶냐!! 이 새끼들아!!" 부사수의 고함이 사방에 울렸습니다. 광기어린 부사수의 목소리는 사무친 무엇을 느끼게 하는 공포를 느끼게 해 주었었죠. 그의 안중에는 고참따위는 이미 없었던 겁니다. 저는 그저 공포에 질려 살기위한 그의 외침을 그저 듣고만 있었어야 했습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저 총구의 방향이 저를 가르킬 것 같았으니까요. "야! 지랄하지 말고 이 안으로 들어와!"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우리 죽을 지도 모릅니다." "야이 새끼야!! 빨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그 때서야 더듬더듬 하고 부사수가 들어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거기서 좀만 더 늦었더라면 더 큰 사고가 났을 거라 생각되네요. 엄청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광기에 휩싸여 총을 든 놈이 뭘 할지 상상하는 것은 정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함이었죠. 저도 대단했던게 평소대로 후임 다루듯 제정신 돌려놨으니 저도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그렇게 둘이 서로 공병우의의 감촉을 느끼자 옆에 딱 붙어서 아마 문쪽이라 생각되는 그쪽을 향해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박병장님...이 총 지금 실탄 장전되어 있습니다." "........" "저 이번에도 보이면 쏴 버릴지도 모릅니다." ".....지랄마라. 군생활 꼬이고 싶냐?"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 차마 못 봤다고는 못 하겠더라고요. "우리 쫄아서 헛거 본거야. 갑자기 밝아지니깐 상상속에 잔상이 보인거겠지라고 생각해." "보신거지 말입니다...." "......." 그 때 였습니다. 후레쉬 불빛이 바닥에 이리저리 뒤엉키는 것을 본것이. "야 박병장 안에 있냐!" 정말 너무나도 반가운 소초장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그렇게 달게 들리긴 정말이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습니다. "소초장님 여깁니다!!" 어둠속을 손의 감각만 의지하고 더듬더듬 문틀인가를 잡고 밖으로 나설 때 였습니다. '지직' 온천지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번갯불. 그리고.... 눈앞에 까지 다가온 그것을 보니 심장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악!" 진짜 정신을 겨우 잡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그때도 생각한건데요.. 상상하던 무엇을 찾던 제 눈이 홍채 안으로 들어온 번갯불을 핑계삼아 상상의 잔해를 그려냈다 라고요.... 하지만 저만 본게 아니었으니 그야말로 극악의 공포 였던거죠. "야! 박병장! 야!" 넋이 나가 있었나 봅니다. 귀싸대기를 한 대 후려 맞고서야 정신이 돌아 왔다고 하더군요. "야임마!" 어느새 눈앞에는 소초장이 후레쉬 불빛을 받으며 서 있더군요. "야 니 부사수 어디갔어!" "예?" "니 부사수 말야!" "아...저랑 같이....그런데 방금전에 못 보셨..." 갑자기 장전된 총을 든 그의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머릿속에 번갯불이 치더군요. 저는 뭐에 홀린듯 소초장의 손에 들린 후레쉬를 뺏어들고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보았드랬죠. 그 때 였습니다. "소초장님 저기 보십...." 목소리는 전령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 안 건지 그 어둠 속에서 전령이 가르키는 후레쉬 방향으로 반사적 움직임을 했더랬죠. 시선이 먼저 돌고 후레쉬 불빛이 제 시선을 뒤이어 따라왔을 때 무엇인가가 보이더군요. 빗발이 세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봤습니다. 순찰로 저만치 철책에 매달려 도마뱀 처럼 기어오르고 있는 제 부사수의 모습을요. "야! 저새끼 잡아!" 소초장이 소리를 침과 동시에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달렸을 겁니다. 바로 뒷편에 소초장이 따라 달리는게 느껴졌고요. 저는 철책으로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몸을 날려 부사수의 등을 잡고 몸을 실어 끌어내렸습니다. 그 때문에 비추던 후레쉬가 저 만치 나뒹굴고 뒤따라 달렸던 전령이 부사수의 얼굴을 비추었을 때, 눈이 뒤집혀 흰자위만 있는 부사수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정신인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드랬죠. 정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저항도 못하겠더군요. 그냥 공포에 질려버린다는 게 바로 그것이었을 겁니다. 옆에 있던 소초장은 부사수의 철모를 연신 내리치면서 정신을 차리라고 다그쳤고 부사수는 '에' 하는 낮은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죠. 사태가 그렇게 되니 소초장은 뭔가를 느꼈는지, "야 등에 업혀봐!" 라고 소리쳤고,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부사수를 끌어당겨 소초장 등에 걸치듯이 밀어 붙였습니다. 소초장은 등에 닿은 느낌을 받았는지 바로 일어서서는 정말 그 어둠속을 천리마 처럼 달려나가더군요. 저는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길을 후레쉬로 비추며 달려나가는데 정말이지 인간이라고는 바로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속도는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 어두운 빗속을 축쳐진 사람을 업고 그렇게 달리기는 힘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하물며 땅은 진흙에 잘 보이지도 않는 굴곡이었는데... 저는 따라 달리느라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모르고 그냥 달려나가다가 숨이 차오르는 걸 느꼈을때 저 만치에서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후레쉬를 비추어 봤지만, 그 넓은 어둠을 뚫고 닿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근처 사물이 약간 눈에 익은 것들로 보이니, 막사 근처까지 왔다는 걸 알 수가 있었죠. 그렇게 거의 다 왔다고 느낀 순간.... 저는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등을 '쏴' 하고 훑고 올라가는 소름.... '씨발 내 총..........' 안그래도 캄캄했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등에서 뭔가 쏴 하고 올라오는데, 돌아본 방향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고개가 뒤로 돌아가더군요. "저기...소초장님." "왜!" "저 총 두고 왔지 말입니다." "뭐?" "지금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하지만 내심 다른 기대를 했었더랬죠. '지금은 어두우니깐 투광등 복구 되면 갔다와.' 라고요. 하지만... "빨리 튀어 갔다와!" 신나게 같이 달리는 중이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더라고요. 소초장의 후레쉬 불빛이 저만치 언덕길을 올라가는 듯 시선보다 높은곳에 약간 흔들리는게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어둠속에서라면 더 멀리까지도 보였겠지만, 엄청 쏟아붓는 비에 시야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죠. 뭐 불빛이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정말 미미한 빛 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시야에서 사라지는 건 순식간 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초장이 사라진 방향을 저는 손에 쥔 후레쉬를 넋놓고 바라 보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지만 역시나 눈앞에 가져다댄 손바닥도 후레쉬가 없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만 저를 반기고 있죠. 이미 옷은 안봐도 뻔한 만신창이에 속옷까지 젖은 느낌과 질퍽거리는 전투화 속 발가락...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가져온다고 말하긴 했는지 소초장의 반응은 정말 예상 외라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거기에 좀전에 심장이 떨어질것 같은 경험을 한지라 더더욱 뒤로 돌아가기가 망설여 졌습니다. 다시 가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하니 뭔가가 또 어둠속에 꿈틀거리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허헛!!"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말에 기절 할 뻔 했습니다.. 옆에 서있던 소초장 전령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었죠. "놀래라! 야 너 안갔냐?" "소초장님이 같이 갔다오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앙? 언제?" "먼저 달리시면서 그러셨는데 못 들으셨습니까?" "........."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었죠. 저는 그때서야 후레쉬를 들어 전령의 얼굴에 가져다 대봤습니다. 제가 약간 위에 서 있었는지 철모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사이로 전령의 코와 입이 보였습니다. 추위에 질린 듯 입술이 퍼렇게 보이더군요. 아마 저도 그 꼴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야 후딱 가져오자. 더 있다간 정말 미쳐버리겠다." "예." 선 자리 그대로 딱 뒤를 돌아 후레쉬를 바닥에 비추며 한 걸음 내딪었습니다. 계속 된 비에 체온을 많이 뺏겨서인지, 아님 무슨 다른 이유인지 몸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오한이 제 몸을 쭉 훑고 지나가더군요.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며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니미...왜 그런게 보였을까...' 정말 소름이 가시지를 않고 계속 타고올라와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더군요. 뭐가 제대로 보이기를 하나 그저 후레쉬 하나 의지하고 저 암흑을 다시 뚫고 지나가자니, 용기는 이미 바닥이 나서 아무리 끌어올리려 해도 시동도 안 걸리고... 괜히 후레쉬가 중간에 꺼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어둠에 고립된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겁니다. "야..너 후레쉬 예비 갖고 있냐?" "없습니다." "......건전지는?" "그것도 없습니다." "........" 그 때 뭐랄까...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새끼는 왜 이렇게 침착하지....' 이런 생각이 돌연 지나가는 것이었죠. 이등병답게 자세라곤 하나도 안나오는 큰 철모를 쓰고 있어서, 녀석의 얼굴 반은 가려진 상태였습니다. 코와 인중 정도만 시선에 잡힌다고 할까... 말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그 침착함이 너무 꺼림직 할 정도 였죠. 불평 한마디 안하고 제 뒤를 따라서 오고 있었는데, 정말 숨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인기척 없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빗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 위안해 봤는데 그럴 수록 자꾸 어거지 같은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 힐끔 거리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음을 느리게도 해봤었죠. 그래도 오래는 신경쓰지 못한것이 발밑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걷기에도 정말 많은 신경이 필요했었습니다. 주위는 그저 암흑. 오직 보이는 건 전령의 발과 저의 발. 진흙으로 뒤덮혀 이제는 거의 노란 장화같은 느낌을 주는 만신창이가 된 전투화. 도저히 안되겠어서 저는 거의 기는 것같이 해서 철책까지 닿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철책쪽으로 걸으면 위치 파악도 쉬울 것 같았고 진흙밭에서 더 고생 할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해서였죠. 그 때 였습니다. 간신히 철책에 손을 닿게 되어서였는지 힘을 세게 준것이 그만 청각석(철조망 사이에 끼워놓은 돌 - 적 침입 시 철조망이 충격을 받으면 떨어지게끔 해놓은 돌)들이 우르르 떨어지게 만든거 아니겠습니까? 그 소리에 얼마나 놀랬는지,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타고 올라오는 소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그런데 더 무서웠던건 분명 거기가 언덕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10개에 가까운 돌들이 제쪽으로 우르르 굴러 오다 제 발에 막혀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흐억!" 저도 모르게 뒷 걸음 질 치며 굴러온 돌들을 발로 차 버렸습니다. "아 씨발 놀래라. 너 방금 봤냐?" 저는 너무나 놀래 전령을 돌아보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뭐?" "........" 그 때까지도 굴러온 돌들에 후레쉬를 비추고 있었던 건 제가 아니라 전령이었던 거죠. 바닥에 반사된 약간의 빛으로 전령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시야 안에서도 그녀석의 표정은 굉장히 창백하고 멍했다라는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네요. 무표정이라는 말로는 좀 표현에 한계가 있다 할까요? 그냥 표정이 없는....사람이 지어 낼수 있는 표정이 아닌 그런? 그 때 였습니다. 전령놈이 휙 돌아서더니 앞으로 스윽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뭐라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건지 그냥 따라 돌아서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하다보니 후임이 제 앞장을 서는 모습이 되었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 계속 느껴져오던 위화감이 사그라드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말로는 표현을 해야 겠는데 굳이 하자면 바뀌었던 무언가가 원래대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저는 전령의 등에 후레쉬를 비추어 본 다음 나아갈 길 앞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았더랬죠. 그렇게 한 2분을 걸었을까요? 제 발걸음을 인도하는 불빛 안으로 후임의 발이 사라진 것을 느꼈을 때 였습니다. 그는 이미 저만치 나아가고 있었죠. 그 모습을 보니 좀전부터 느껴졌던 위화감이 사그라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제 발걸음도 느려졌습니다. 그때서야 알 것 같더군요. 왜 그토록 소름이 돋고 위화감이 끊임없이 솟구쳤는지... '....저놈 전령이 아냐...' 순간 공포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딱 그 때 어떻게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령이 저를 향해 돌아서는게 보여...아니 느껴졌습니다. "으아아아아!!" 본능이 지르는 절규가 터져나갔습니다. 선자리에서 돌아서자 마자 미친듯이 뛰었죠. 앞이 보이고 말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후레쉬를 손에 들었는지 어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꿈이었으면 그 어떤 소원도 필요없다고 맘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넘어지고 구르기를 몇번을 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뭐에 부딪히고 깨졌는지 가끔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암흑속을 미친듯이 달린 기억밖에 없네요. 총 같은 건 이미 신경에서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그냥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 미친듯이 치고 올라왔죠. 그래도 그 와중에 후레쉬는 손에 들고 있었나 봅니다. 급경사의 계단이 보였어요. 본능이 느낀건지.....저는 달리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서 약 3미터 정도만 그렇게 뛰었더라면 아마 굴러서 50미터가 넘는 계단을 곤두박질치고 죽었을지도 몰랐으니까요. '여기만 올라가면 된다.' 내려가는 계단이 시작되는 바로 옆에 오르막 계단이 바로 소초로 이어지는 철수로 였습니다. 바로 튀어올랐죠. "헉...헉...." 숨이 목까지 차 올랐습니다. 다리에 힘이 조금씩 풀리는게 느껴졌었죠.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놈이 날라오듯 따라 오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발이 없이 붕 떠있는 그 모습만 계속 상상 되었습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는 희망하나로 미친듯이 튀어올랐습니다. 그 때 였죠. '팟' 하는 느낌과 함께 주의가 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투광등이 복구가 된 것이었죠. 살았다라는 안도의 숨이 새어나왔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저도 모르게 울게 되더라고요. 미간이 찌그러지면서 눈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흐흑..살았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얼굴을 한 번 훔져내고, 잠깐 멈췄던 뜀박질을 계속 하기 위해 저는 앞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아아......" 올려다 본 순간 입 버릇 처럼 튀어나오는 한숨... 그 놈이 저 앞에 서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총 안 가져가시고 어딜 그렇게 가시는 겁니까?" 한손에는 K3 한손에는 아마 제 총을 들고 서서는 저를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아아아아악!!"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놈은 상관 없다는 듯이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아아아아악!!" 악에 가까운 비명이 더 세게 튀어나오더군요. 정말 어떻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원망하며 저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비명만 지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님!!" 뭔가 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비명 지르기를 멈추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박병장님!!!" 저만치 고가 초소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고가초에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살려줘!!!!" 살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절규.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에 단 한 번 외쳐본 단어입니다. 그 바램이 닿았는지 앞을 쳐다보니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막사 안으로 들어섰을 때...모든 소초원들은 저를 보고 놀랜 눈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이게 도대체...." 다들 이와 같은 반응이었죠. 저도 그때서야 제 몸을 살펴보았습니다. 걷어 올린 팔에는 정말 커터 칼로 수십번도 더 그은 듯한 상처들로 가득했고 상의와 하의는 넝마라고 할 정도로 찢어져 있었습니다. 오른쪽 허벅지 천은 안쪽으로 주욱 찢어져서 펄럭 거리고 있고 전투화는 뭐 말도 할것 없거니와 거울로 보니 목이며 얼굴에도 상처가 수도 없었습니다. 손톱은 다 깨지고 갈라지고, 손바닥은 그 때까지도 피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철모는 완전히 돌아가 거의 거꾸로 쓴 것 같이 되어있고, 탄띠도 거의 풀어헤쳐져서 주머니가 다 열려있었죠. 그나마 다행인게 수류탄 하고 탄창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특히 손등하고 이마에 상처가 깊었는데 나머지는 거의다 사라졌지만, 손등에 있는 흉터는 아마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만큼 깊게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저를 실제로 보거든 손등의 상처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내....총은?" "아 총 여기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뒤 따라 들어오던 고가초소 근무자가 침상위에 올려놓은 총을 가르켜 보였습니다. ".........."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울컥함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 건지...총에는 빗물 말고는 아무것도 묻어있는것 없이 깨끗했습니다. "박병장 어떻게 된거야?" 소초장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어왔습니다. "소초장님 저 총 찾으러 간다고....." "총?" "아까 제 부사수 업고 뛰실 때 말입니다. 거의 다 와서 제가 총 찾으러 간다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부사수? 내가 왜 부사수를 업고 뛰어?" "예? 아까 쟤가 정신을 잃어서 말입니다." 저는 저를 바로보고 있는 부사수를 가르켜 보였습니다. 그에 부사수는 제가? 라는 시늉을 해보이며, 의아하게 쳐다보더군요. "임마 무슨 소리야? 너가 K3 챙겨온다하고 후레쉬 달래서 초소 안으로 들어갔잖아?" "예?" "그러고 총 챙겨나와서 우리랑 같이 와놓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같이 왔다 말입니까?" "뭐야 이거? 기억안나?" "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죠. "너 임마 우리 뒤 줄곧 따라오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임마!" 소초장의 얼굴은 약간의 노여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령은 어디있습니까? 그 녀석이...." "얌마 박병장!" 소초장이 제 양 어깨를 손바닥으로 짓누루듯이 탁 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소초에 내 전령이 어디있어!!" "아....." 그러고 보니 소초장의 전령은 없었습니다. 완편 인원이 편성이 되질 않아 순찰을 나갈때면 상황병을 데리고 전원투입을 하는 식으로 임시 조치만 취하고 있었더랬죠. "진짜 생각안나는 거야? 나랑 부소초장이랑 같이 너희들 데리러 나왔었잖아." "그럼 다른애들은....?" "다른애들이야 이미 철수 시켰지. 너희가 끝에 있어서 마지막이었던 거야." "........."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슬슬 오한이 올라왔습니다. 멍하게 바라보던 소총과 K3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건 어디서 가져오셨습니까?" "..........허..." 소초장이 완전히 질린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박병장님."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고가에서 봤을 때 박병장님이 손에 들고 계셨습니다." ".........뭐?"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거 들고 미친듯이 소리 지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저희가 박병장님 발견했지 말입니다." ".........." "그런데 저도 조금 이상한게 말입니다." 부사수가 흘깃 소총으로 눈을 돌리더군요. "박병장님 지금 상태는 완전 만신창인데 어떻게 저 소총만 저리 깨끗합니까? 정말 기억 하나도 안나시는 겁니까?" ".........." 멍해지더군요. 그러다 미치겠더군요.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저는 제가 겪은 있는 그대로를 소초원들 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거의 다 와서 소초장에게 말하고 돌아갔던거랑 전령이 보여준 행동이라던가 그리고 마지막에 미친듯이 달린 이야기 등등... 거기까지 들은 소초원들 모두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당연했을 겁니다. 당장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죠. "너한테 준 후레쉬는 하난데 있지도 않은 전령놈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거냐?" "........" "너 후레쉬 보고 뛰어왔다고?" "예. 구르면서도 그건 손에서 절대 안 놨지 말입니다." ".....후..." 소초장이 한 숨을 쉬더군요. "애들한테 다 돌리고 남은게 딱 두개였어. 하나는 내가 들었고 하나는 너를 준게 맞어. 그러다가 너가 소총 가지러 간다고 초소에 갔다가 왔고. 그치? 응?" "...아..예..." 기억은 전혀 안나지만, 표정을 보니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총 들고 와서 니 부사수한테...야 너 확실히 받은거 맞지?" 소초장이 돌아서 부사수에게 소리치자 바로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니가 갑자기 사라진거야!" 소초장은 그때 까지 잡고 있던 제 어깨를 놔주며 저를 바라보더군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 겁니다. 그냥 후레쉬를 손에 들고 달린것 말고는요.... 아니...들었던게 맞는건가...? "분명 불빛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 어두운데를 제가 어떻게 왔겠습니까?" "........." 모두들 할말이 없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입장과 그들 입장은 서로 모르는게 많으니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저기 말입니다." 누군가 침묵을 깨더군요. "혹시 박병장님 제논 보고 달려오신거 아닙니까?" "제논?" "그러니깐 거기까지 오신거지 말입니다." ".......아..." 머리에 커다란 충격을 입은 것 같은 번뜩함이 팟 하고 느껴지더군요. "후레쉬 불빛이라 생각했던게 그거였나....." 앞만보고 달렸던게 생각나더군요. 후레쉬 불빛인지 뭔지 저 멀리 느껴지던 빛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자면 확실히 제논이 맞았습니다. 제논이 뭔고 하니... 배트맨 보면 배트라이트 있죠? 하늘로 쏘는거... 그런겁니다. 투광등이 다 나가서 급히 제논을 가동시킨 거죠. 군용 지프에 설치해놓고 그 동력으로 운용되는 건데 그 밝기는 엄청납니다. 유사시가 꼭 정전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일들을 대비해 각 소초에는 제논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병장 오늘은 좀 쉬어라." "........" "야 상황병 구급통 좀 가져와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구급상자를 들고 오더군요. "소초장님." "왜?" "오늘 근무 세우실 겁니까?" "........" 소초장은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서있는 소초원들은 한 번 휙 둘러보더군요. 그 때까지도 공병우의를 벗지 못하고 있는 저랑 동시간대 근무자들을 보니 저보다도 불쌍해 보이더군요. "어쩌겠냐....투광등이 들어와 버렸으니..." ".....그렇겠지 말입니다..." "쯧...오늘은 좀 힘들더라도 세명씩 근무서자. 전반야 사수들 미안하지만 고생 좀 해줘라." "예 알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대답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총은......." 제가 말하자 다들 총을 바라보더군요. 그건 정말 아무도 풀 수 없는 미스테리였습니다. 어떻게 저게 내 손에 들려져 있었으며, 그렇다 한 들 저렇게 깨끗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말이죠. 어찌되었든 소란은 좀더 오래 이어졌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이 이후에 겪은 이야기가 제가 여기 와서 제일 첨에 쓴 글이지요. 리플이나 쪽지나 당신은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그런 경험을 여러번 할 수 있느냐 질문 해오시는데.... 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들에 과장이 있어서 일까요? 나이를 먹어서 피터팬을 잃어버린건지 ㅋㅋ 이제는 저런 일이 별로 안 생기네요... 물론 믿으라고 강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소설같은 재미로 보셔도 되고요. 마음에서 의심이 가면 그대로 의심하시면 됩니다. 믿거나 말거나는 각자 본능이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시면 됩니다. [출처] 어둠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걸까 언제부터... 저런 일이 있는데도 저 곳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인 것 같아 ㅠㅠ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귀신이 많은 걸 수도 있을테고. 국군장병들 모두 수고 많으십니다 흑흑 오늘은 다들 뭐해? 모두 푹 쉬는 주말이 되길! 이따 잘자고 곧 또 보자 ㅎㅎ
퍼오는 귀신썰) 다른 이의 꿈 1화
오늘은 조금 포근한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 마음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 왠지 아련해 지는 이야기 가을이잖아 ㅎ 귀신썰에도 감성을 한 번 더해 보쟈 ㅎㅎ 시작한다! __________________ 남편이 말했다. 자신은 저승사자라고. 죽은 자의 혼을 저승의 문으로 안내하는 저승사자. 남편의 심각한 표정에 나 역시 사뭇 진지해졌다. 이 인간이 무슨 큰 사고를 친 건가?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남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출근 시간에 서두르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혹시… 회사에서 짤린 건가?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퇴근 시간 확실하고 급여도 나쁘지 않은 직장인데… 순간 남아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적금 만기일, 그리고 통장 잔고가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에이 설마! 나는 실눈을 뜨고 남편을 응시했다. 남편은 나의 눈길을 피한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당신이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 내가 당신 살려줬잖아.” 하—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지…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자기야…” 남편은 여전히 나의 눈길을 피했다. 나는 목소리를 높여 남편을 다시 불렀다. “자기야?” 그제서야 남편은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회사에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응?”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교통사고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을 어르고 달래서 결국 출근을 시켰다. 4살 연하인 남편은 가끔씩 이렇게 아이 같을 때가 있다. 연애할 때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뭐랄까… ‘한심하다’는 표현은 너무 쎄고, 음… 그래… ‘피곤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맞장구도 쳐주고, 깜짝 놀라는 리액션도 해줬을텐데… 그런데 요즘 내 컨디션이 영 아니다. 특별히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몸도 자꾸 피곤하고, 몸이 힘드니까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다. 음… 그런데…… 그래, 저승사자 이야기는 농담이라고 치고, 뜬금없이 교통사고라… 내가 살면서 겪은 교통사고는 딱 두번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바닷가 해안도로에서 작은 접촉사고. 그리고 어릴 적 아버지가 운전하시던 차에 난 사고. 어릴 적 사고에서는 차가 많이 망가지기는 했어도 우리 가족이 다치지는 않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통사고와 남편과의 첫만남은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순간은 무척 묘했다. 그래서 15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자정이 넘기 전에 무언가를 사려고 늦은 저녁 자취방에서 급하게 나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자취집 문 밖에서 서성이던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고등학생 즘 되었을까? 앳돼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겁이 난다거나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고, 남학생은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는 마치 내 주변의 모든 공기를 들이키려는 듯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었다. 나한테 무슨 냄새라도 나느냐고… 그때 남편이 뭐라고 대답했더라? 오래된 시간의 향기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기다림의 냄새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 그가 했던 말은 흐릿하지만 그의 얼굴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양 눈썹을 치켜올리고 지어보였던 미소.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이 났던 것 같다. == 설거지를 마치고 잠시 쉴 겸 소파에 앉았다. 어젯밤 죽은 듯이 잠을 잤는데도 몸이 피곤했다. 이제 정말 몸이 늙는구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남편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승사자… 교통사고… 그리고 환생…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데… 무슨 이야기지?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드는 듯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맞다. 로또 꿈! 오래전 다른 사람의 꿈을 사고 로또에 당첨된 일이 있었다. == 대학생 시절. 나는 동아리 선배 언니와 원룸에서 함께 자취를 했었다. 그 선배 언니는 나와는 다르게 여자여자한 성격에 미모도 출중해서 주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무척 좋았었다. 그래서 동아리의 여러 남자 선배들이 나를 통해 언니에 대한 고급? 정보를 알아가곤 했다. 예를 들면, 언니가 좋아할 만한 선물, 보고 싶어하는 영화, 또는 언니의 주말 스케줄 같은 정보들 말이다. 하루는 언니가 오전 수업을 들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바로 자취방으로 되돌아왔다. “오늘 생각보다 쌀쌀하네. 너 입는 가디건 좀 빌려입어도 될까?” 나는 아직 세탁을 못했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괜찮다며 내 가디건을 걸치고 자취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가 자취방에 돌아왔을 때, 언니는 자신의 침대 위에 멍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언니는 빌려간 가디건을 아직 입고 있었고, 내가 방에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언니 이름을 불렀고, 언니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왔냐며 아는 척을 했다.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글쎄… 음… 내가 꿈을 꾼 거 같기도 하도… 잘 모르겠네.” “무슨 소리야? 언니, 술 한잔 했구나?”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언니는 오늘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오는 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학교에서 자취방으로 오려면 6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마침 신호등의 파란불이 끝나가고 있어서 언니는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단다. 순간 자동차 타이어 미끌어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바로 뒤에서 쿵 소리가 났다고 했다. 언니는 고개를 돌렸고… 사람 몸뚱이가 소리가 난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몸뚱이가 떨어진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언니는 자신이 본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곧장 자취방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방에 돌아온 언니는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한참을 울던 언니는 인기척이 느껴져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낯선 남자가 자신의 머리맡에 서있었다고. 놀라서 기절을 할 상황인데도 언니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했다고 했다. 잠시 후 남자는 언니에게 언니가 지금 죽었고, 그래서 언니를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때 남자의 눈빛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남자는 언니가 아닌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고… 언니는 남자에게 물었단다. 조금전 교통사고가 혹시 자기였냐고. 남자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신기하게도 언니는 남자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는 이제 저승으로 가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앞장을 서라고 말했단다. 하지만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기 얼굴을 한번 봐달라고 말했고, 언니는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언니의 대답에 남자는 실망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고… 남자가 말이 없어서 언니는 궁금한 마음에 남자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고, 남자는 죽은 영혼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단다. 잠시 후 남자는 슬픈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고, 언니는 잠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나가면서 무슨 말을 했는데?” 언니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계속 캐묻자 언니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나를 만났는데, 이렇게 보낼 수가 없다고…” “이야— 언니의 엄청난 미모는 이제 저승에서도 통하는구나.” 나는 이게 예사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또를 사야한다고 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복권을 사본 적도 없고 살 생각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나는 언니에게 그런 엄청난 꿈을 그렇게 버릴 거면 차라리 나에게 팔라고 제안했다. 나쁜 꿈이면 어떡하냐며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다며 내가 끈질기게 조르자 언니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꿈을 주는 대신에… 네 가디건… 내가 가져도 될까?” “언니가 지금 입고 있는 거?”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빨지도 않은 가디건은 왜?” “글쎄… 그냥 느낌인데… 이 가디건 때문에 저승사자가 날 두고 혼자 간 거 같아서...” 나는 흔쾌히 오케이 했고, 시간을 확인했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12시가 넘어 날짜가 바뀌면 꿈의 효과가 없어질 것 같았다. 나는 바로 편의점으로 가서 로또 넉장을 구입했다. 그래서 로또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구입한 로또 중 하나가 3등에 당첨되었고, 세금을 제하고 100만원이 살짝 넘는 돈을 수령했었다. 당첨금의 절반을 룸메이트 언니에게 건내며 말했다. 언니가 직접 로또를 샀으면 분명 1등이었을 것이라고… == 남편이 퇴근했고, 우리는 말없이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진 안방은 어두웠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남편 옆에 나란히 누웠다. 낮은 목소리를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야… 벌써 자는 거야?” “아니… 아직…” “아침에… 저승사자 이야기…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던데… 자기 혹시 무슨 일 있어? 혹시… 어디… 아프다거나……” 남편은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한거야?” 남편은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돌아누웠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었어. 하하.” 나는 남편의 팔뚝을 꼬집었다. “으이구! 내가 오늘 내내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미안하다 말했다. 어둠 속에서 남편의 얼굴은 빛이 나는 것 같았다. ==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거실로 나왔다. 남편은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혼자 아침을 먹고 있었다. “미안. 내가 아침 챙겨줘야 하는데.” “미안하긴. 누나 많이 피곤한 것 같던데, 들어가서 좀 더 누워있어.” 남편 말대로 더 자고 싶었지만 나는 남편을 마주보고 식탁에 앉았다. 남편 혼자 밥먹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턱을 괴고 남편이 밥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그런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밥먹기 민망하게…” 나는 손을 뻗어 남편의 입술에 붙은 밥풀을 떼어냈다. “에구에구, 우리 애기 밥먹으면서 흘리지 않고 잘 먹나 보려고 그러지~” 남편은 나를 보고 씩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누나, 우리 여행갈까?” “뜬금없이 갑자기 왜? 나야 좋은데… 자기 여행 싫어하잖아. 집 나가면 고생이라며?” “하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남편은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치우는 나를 향해 말했다. “우리 신혼여행 갔던 곳 있잖아. 거기는 어때? 누나 종종 거기 다시 가고 싶다고 했잖아.” “글쎄… 마음이야 가고 싶지. 그런데 문제는 돈이지. 그리고 자기 회사에서 휴가를 길게 줄지도 모르고…” == 태국 크라비. 우리가 신혼여행을 간 곳이다.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시간 참 빠르다. 크라비 주변 섬 투어.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 바다 가운데에서 하는 스노쿨링. 카약을 타고 하는 정글 투어, 그리고 야시장과 타이 음식들. 남편이 뜬금없이 꺼낸 여행 이야기에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남편은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었다. 남편은 향신료 냄새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자기가 먹는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의 다른 테이블에서 향신료 냄새가 넘어오기만 해도 음식은 고사하고 물 한모금 넘기지를 못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댁에 인사를 갔을 때… 헬쑥해진 남편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시댁 식구들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록 음식 때문에 힘들긴 했어도, 남편은 신혼여행이 자기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 행복이 끝나는 시간을 미리부터 걱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신혼여행 중에 죽음에 관련된 질문을 나에게 던진 게 아니었을까? 남편은 재미로 하는 심리 테스트라며 나에게 물었지만, 남편의 표정에는 심각함이 느껴졌었다. 남편이 물은 심리테스트 질문. 당신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겼다고 하자. 그래서 당신의 가까운 친구가 죽는 날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그 친구에게 죽음을 미리 알릴 것인가? 만약 알려준다면, 당신은 친구가 죽기 얼마 전에 알려줄 것인가? 그때 나는 알려줄 것이라 답했고, 한달이면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태국 크라비로 여행을 가자고 고집을 부리는 남편을 어렵게 말렸다. 대신 우리는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했다. 남편 말로는 제주도나 태국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했지만, 솔직히 그 작은 차이도 아쉬웠다. 그리고 모른다면 모를까… 남편이 물 한모금 마시기도 힘들어할 것을 뻔히 아는데 태국을 고를 수는 없었다. == 제주도는 이번이 세번째다. 하지만 4월의 제주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주가 이미 유채꽃 절정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지인이 추천해준 녹산로로 향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유채꽃과 벚꽃. 노오란 꽃길에 마치 눈이 내리듯 벚꽃잎이 허공에 날라다녔다. 우리는 풍경을 즐기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앞차를 따라갔다.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유채꽃 벌판이 펼쳐졌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남편이 물었다. “우리 주차하고 좀 걸을까?” 남편과 나는 유채꽃으로 뒤덮인 들판을 걸었다.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나는 가만히 남편의 손을 잡았다. 남편의 손은 차가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손을 잡은 채 한참을 걸었다. 구경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며 남편이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다고… 남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늦은 밤 조용할 때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나는 씻자마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 속 나는 어두워진 유채꽃 들판을 걷고 있었다. 진한 노란색이 아닌 창백한 흰색의 유채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낮에 보았던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보였다. 발전기의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웅— 우웅— 하는 풍차 소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주변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넓은 벌판에 나 혼자였다. 순간 내가 있는 곳이 낮에 구경한 장소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내가 지금 다른 세상에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꽃밭이 괴기스럽게 느껴졌다. 순간 나의 왼손을 감싸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손을 움츠렸지만 차가운 그것은 낚아채듯 나의 왼손을 움켜쥐었다. 헉—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은 굳어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을 잡고 있는 차가운 느낌은 여전했다. 팔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나의 손은 무언가에 붙들린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리고 머리 속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아직은 아니야…' 남편의 목소리. 나는 왼손에 느껴지는 남편의 차가운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여행을 다녀와서 몸무게가 많이 줄어 있었다. 여행 중 많이 피곤하고 입맛이 없어서 좀처럼 먹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체중이 너무 빠지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주에 진료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이른 아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 건너 나를 확인하는 목소리가 차분하게 느껴졌다. 병원 직원은 보호자와 함께 올 수 있는지 물었다. 순간 머리에 스치는 생각... 검사 결과가 좋지 않구나… 나는 애써 목소리를 내리 누르며 대답했다. 남편과 함께 가겠다고. 의사는 친절한 목소리로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의사의 긴 설명 중 나의 머리 속에 남은 것은 말기암이라는 단어와 몇몇 숫자들이 전부였다. 간암 4기…… 5년 생존율 10%. 나는 차분했다. 사실... 차분했다기 보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그날 나는 내가 간암 말기라는 상황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기암 판정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저 여느때 처럼 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걸렀고,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세안을 하고 양치를 하다가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다. 거울 속 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입에서 흘러나온 치약 거품이 턱으로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거품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고, 목으로 넘어오는 치약맛에 헛구역질을 하면서 나는 울었다. 한참을 울었다. == 3개월에서 반년. 많이 피곤한 것을 제외하면 행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한달 후… 아니 보름 뒤에는 나의 병세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째각째각 흐르는 일분 일초가 아깝게 느껴졌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나의 옆에 누워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았다. 남편의 얼굴은 여전히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남편은 잘생겼다. 정말 잘 생겼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가 아니라 남편은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겼다. 결혼 당시 친구들 사이에 남편의 외모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었다. 심지어는 한 친구를 통해 내가 유력 대기업 오너의 손녀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소문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나의 아버지가 재벌 가문의 막내 아들인데, 그동안 행실이 좋지 않아 기업의 오너인 할아버지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티내지 않고 검소하게 그리고 비교적 얌전하게 대학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친구 말에 의하면 재벌 3세가 아니고서야 내가 그렇게 준수한 신랑감을 구할 수 없다는 게 소문의 이유라 했다. 소문을 듣고 기가 막혔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잠든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남편이 눈을 떴다. “자기야. 깨워서 미안한데… 나 좀 많이 급해서.” “응? 누나, 괜찮어? 진통제 필요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픈 게 아니고… 나 이렇고 있으면 안될 거 같아… 나 뭐라도 해야하는데…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 뭐 해야하지? 응?” 남편은 몸을 일으켜 앉아서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남편은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사랑받는 느낌. 남편이 나를 만지고 사랑하는 이 느낌. 나는 눈을 감았다. 남편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남편의 체취. 나의 어깨를 간지르는 남편의 까끌거리는 턱수염. 나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남편 등 근육의 굴곡. 나를 달래주는 남편의 목소리. 앞으로 이 느낌들을 몇번이나 더 느낄 수 있을까? 그날밤 나는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한 남편은 당분간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 말했다. 막상 하루 24시간을 남편과 함께 지내니까… 뭐랄까…? 남편과의 애틋한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남편을 보내며 느끼는 작은 아쉬움. 퇴근 후 집에 온 남편을 보고 느끼는 반가움. 이런 소소한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나의 말을 들은 남편은 세상 별게 다 아쉽다며 웃었다. 그랬다. 세상 오만 것이 다 아쉬웠다. 바람이 머리칼을 스쳐지나는 느낌이 아쉬웠고, 햇빛의 눈부심도 아쉬웠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아쉬었다. 특히 남편과 함께하며 느껴지는 기분과 감정들은 더더욱 아쉬웠다. 이제 마지막이 될테니까… 남편은 미안하다며 감정이 격해진 나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바람을 쐬자며 드라이브를 가자 했다. 양양을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44번 국도로 빠져나왔다. 구불구불한 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대신 힘겹게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안개가 자욱해졌다가 다시 시야가 맑게 트이기를 반복하는가 하더니 이내 한계령이라고 적힌 표지판과 휴게소가 나왔다. 우리는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휴게소 건물을 타고 흘러가는 안개를 보고있노라니 기분이 묘해졌다. 그곳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우리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길.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누나… 누나는 내세를 믿어?” “응? 내세? 내세가 뭐야?” “사람이 죽으면 다음생에 다시 태어나는 거…” “아… 글쎄… 음……… 생각해본 적 없는데... 물론 내세가 있으면 좋겠지… 그런데 뜬금없이 그건 왜?” “그냥…” “왜…? 나 너무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아니야… 그냥 물어봤어.” 남편의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뭘 그냥 물어봐? 내가 믿는다고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려고 물어본 거 아냐?” “하하. 그런거 아니야.” “어허! 왜 자꾸 빼는 거야? 알았어. 나 다음생이 있다고 믿으니까, 하려던 이야기 해줘.” 하지만 남편은 입을 다물었다. 남편이 하려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굼금해졌다. 흠… 그냥 처음부터 진지하게 믿는다고 할껄 그랬나? 그날밤. 나는 침대에 누워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이 나의 옆에 자리를 잡고 눕자 나는 입을 열었다. “나 그 이야기 듣고 싶은데… 내세 이야기.”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 누나, 그게 그렇게 궁금해?” “그 이야기 안들으면 나 오늘 못잘 거 같아.” “하하. 알았어.” “어서 해줘.” “음… 이건… 어느 남자에 대한 이야기야.” 남편의 첫마디에 나는 남편 자신의 이야기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남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는... 음… 전생에 살았던 여러 삶들을 기억해. 특히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고 있어.” 남편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어두운 방안이 조용해졌다. 남편이 숨쉬는 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남편의 품으로 파고 들며 말했다. “이제… 그 남자… 이번생에서 나와 함께한 시간도 기억해 주겠지?” “그럼…” 남편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처음 몇 번의 삶을 살고난 후 그 남자는 한가지 확신을 가지게 돼.” “어떤 확신?” “다른 삶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들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믿음.” 남편은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환생한 자신의 연인을 찾아다녀." 나는 물었다.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건데… 어떻게 알아보는 거야?” “글쎄… 그냥 느낌으로 아는거지.” “그냥 느낌? 흠— 이해하기 좀 어렵네.” 남편이 물었다. “누나는 나 처음 보는 순간 어땠어? 느낌이 딱 하고 오지 않았어?” 남편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진지하게 남편과의 첫만남을 떠올렸다. 그날 나는 자취방을 나와 복권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가는 길이었다. “음… 잘 모르겠어. 그때 자기가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잘생겼다는 것 밖에 기억이 안나네.” 잘생겼다는 나의 말에 남편은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거 말고. 음… 뭐랄까… 익숙한 얼굴이라거나… 아니면 꿈에서 나를 봤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흠… 그럴리가 없는데…” 남편과 이야기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꿈에 자기를 보지 않았냐는 남편의 말.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사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었다. 그래서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생각했었다. 그날 내가 잡은 진짜 로또가 바로 이 남자라고. 혹시...... 그날밤... 남편은 내가 산 꿈의 주인인 룸메이트 언니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고개를 저었다. 에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남편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애써 잠을 청했다. == 긴장을 하면 얼굴에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남편이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오늘 아침부터 남편의 얼굴이 심각했다. 많이 긴장한 표정이다. 물론 내가 암선고를 받은 후로 남편의 표정은 늘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무언가 중요한 결심을 한 것 같았다. 혹시…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건가? 마음 속으로 그럴리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서운한 마음이 왈칵 밀려올라왔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고, 우리는 식탁에 서로를 보고 마주앉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남편이 결국 입을 열었다. “누나… 나 많이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누나에게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무슨 일인데…?” 남편은 나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남편은 눈을 내리 깔은 채 입을 열었다. “누나 아픈 거 있잖아…” 남편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누나… 시간이…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 이제…… 한달이야.” 나는 물었다. “한달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남편은 대답 대신 자신의 팔을 뻗어 나의 손을 잡았다. 그제서야 나는 남편이 말한 한달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챘다. “하하… 무슨 소리야. 의사가 약 잘 먹으면 3개월에서 6개월이라 그랬잖아. 너 혹시…… 나 모르게 병원 갔다 온거야?”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너 그런 장난 치는 거 아니야. 나 화낸다.”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남편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남편이 잡고 있는 손을 빼내었다. “누나…” 나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말했다. “나 혼자 있고 싶어.”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교통사고로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그때 나는 친정에서 지내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한달 전… 남편은 장모님이 외로워하시는 것 같다며 나를 떠밀다시피 친정으로 보냈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역시 비슷했다. 남편이 나를 친정에 보냈고, 한달이 지나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남편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오늘 생각해 보니까… 자기가 회사에서 무슨 일하는지 모르고 있더라고... 병원에 의료 용품 납품한다고 했잖아. 무슨 물건 납품하는 거야?” 남편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 오늘 인터넷에 자기 회사 검색해봤어. 그런데 찾을 수가 없더라구. 자기가 일하는 회사 정말 있는 회사야?” 남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남편에게 속고 살았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쳤다. 나는 따지듯 물었다. “너 뭐하는 사람이야? 너 누구야? 너 도대체 누구냐구!” 남편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날 밤. 나는 진통제를 먹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잠이 깼을 때, 남편은 침대에 나와 나란히 누워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아까는 미안해…” 남편은 괜찮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남편 품으로 파고 들었고, 남편의 커다란 팔이 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남편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자신이 저승사자라 말했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일을 한다고. 처음부터 저승사자가 된 것은 아니라 했다. 언젠가부터 지난 삶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기 시작했고, 우연히 자기처럼 전생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저승사자 일을 제안 받았다고 했다. 남편은 자신이 하는 일이 보람있는 일이라 말했다. 모든 죽음은 슬프고 아쉽지만 죽음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종종 사람들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시간이 바로 죽음의 순간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죽음을 통해 현재 삶을 매듭짓고 새로운 몸을 받아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나는 남편의 이야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 대학 시절 룸메이트 언니. 죽기 전 언니를 만나고 싶었다. 대학 친구를 통해 언니의 연락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연락을 하려고 하니까 언니를 직접 만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아침 내내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어렵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작은 커피 가게. 언니는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언니의 몸매와 미모는 여전했다. 언니는 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말했다. 얼굴이 반쪽이라고…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다시 뜨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프긴~ 나 언니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한달 전부터 다이어트 했잖아.” 언니는 나에게 여전하다며 까르르 웃음을 지어보였다. 언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집에 도착해 씻지도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배게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미웠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언니를 만나보고 싶었다. 언니의 연락처를 알아보는 중 친구를 통해 언니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 나는 언니에게 죄책감마저 느꼈었다. 언니가 누려야 할 행복을 내가 빼앗었다는 생각에 직접 만나서 마음으로나마 사과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언니를 보고, 아직 미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 속 질투심이 터지고 말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 남편 말대로 나는 한달 뒤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은 남편의 이야기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우리의 사랑을 의심하는 마음이 앞섰고, 언니의 행복을 빼앗은 사실에 대한 미안함은 커녕 언니를 여전히 질투하고 있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히 나는… 내가 죽은 후... 남편이 언니를 만나서 서로가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다. 남편이 나와 함께한 시간과 추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추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질투와 자기 혐오 속에 호흡이 서서히 멈추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죽음이 반갑게 느껴졌다. 이제 그만 푹 쉬고 싶었다. 갑갑한 병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우리집 소파에 앉아 쉬고 싶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거실을 둘러보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집을 떠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 현관문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은 무심한 표정으로 내가 죽었음을 알려주었다. 남편의 말에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남편의 무심한 표정에 서운한 마음 역시 들지 않았다. 죽기 전 복잡했던 심정 역시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새 나는 남편과 함께 들판을 걷고 있었다. 어두운 들판에는 하얀 꽃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들판을 걸으며 남편은 말했다. 다음생 우리 다시 만나자고. 나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이제 남편에게 사실을 알려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남편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고. 잠시 고민했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질투심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남편이 힘들어 할 것이다. 그동안 내가 힘들어했던 것처럼… 다음생에는 남편이 언니를 제대로 알아볼 것이다. 어쩌면 나의 장례식에서 서로를 알아볼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이제 나를 잊고 하루라도 빨리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란다고... 걷다보니 작은 문이 눈 앞에 나타났다. 아...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가야하는구나… 남편을 보았다. 남편과의 마지막. 나답게 헤어지고 싶었다. 웃으며 말했다. "혼자 밥먹으면서 궁상 떨고 있으면 귀신이 되어서 밥상 확 뒤집어 엎을테니까... 하루라도 빨리 좋은 사람 만나." 나의 말에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작은 문을 열었고, 문의 반대편으로 발을 내디뎠다.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나를 보고 있는 남편. 천천히 문이 닫혔다. 나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걸으며 남편과 함께 했던 시간을 곱씹었다. 남편과의 기억마저도 이제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쉬웠다. 만약 하나의 기억만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떤 기억을 골라야 할까? 아마도 신혼여행의 기억을 고를 것이다. 향신료 때문에 고생한 남편이 떠올랐다. 얼마나 걸었을까? 꽤 긴 시간을 걸은 것 같았다. 갈증으로 물이 마시고 싶었다. 조금만 쉬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흐릿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걷기로 했다. 물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점점 심해지는 갈증에 걸음이 빨라졌다. 낮은 수풀이 우거진 좁은 길을 지나자 마침내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이 나타났다. 나는 시냇가에 쪼그리고 앉았다. 두 손을 모아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시원한 청량감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물을 한모금 더 마시려다 멈칫하고 말았다. 시냇물에서 고수풀 냄새가 은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냄새… 이 고수풀 냄새... 무슨 사연이 있는 냄새인데… 뭐지? 기억이 날 듯 말 듯 답답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어럼풋이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맞다... 남편이 싫어하는 향신료 냄새인데... 그런데...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지? 혹시 지금 먹은 시냇물 때문인가...? 갈증감이 다시 강렬해졌다. 하지만 더이상 시냇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의식이 흐려졌다. 수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애써 신혼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 스노쿨링을 하면 보았던 열대어들... 맑은 바다... 타이 음식......... 하하... 그래... 타이 음식...... 향신료 냄새........ 향신료 냄새...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 끝 — [출처] 다른이의 꿈 | 오유 ___________________ 저승사자라니, 전생부터 이어진 인연이라니, 매번 다시 태어날 때마다 만난다니, 근데 어쩌면 그게 내가 아니라니. 실화는 아니고, 쓰니가 지어낸 이야기라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몽글몽글할 수 있는 것 같아. 다들 마음에 감성 한줌 지폈길 ㅎㅎ 비록 주말은 끝났지만 좋은 꿈 꾸고 내일부터 또 힘내자! 잘자!
퍼오는 귀신썰) 기숙사에서 생긴 일
어제 휴가 이야기 3편이 난 진짜 무서웠는데 댓글이 별로 없어서 내가 너무 호들갑 떤건가 싶더라 ㅎㅎ 혹시 안 본 사람 있으면 꼭 보고 오길! 한글날이라 쉬는 사람들 많지? 뭔가 한글날은 잃었다가 되찾은 휴일이라 그런지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실제로 좋은 기념일이기도 하고. 이렇게 고운 한글의 날이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가져와 본다 ㅎㅎ 같이 봐줘서 고맙고, 편하게 얘기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서 또 고마워. 시작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 고객 여러분께 최대한 싱싱한 자료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리저리 이야기를 듣던 도중에 하늘이 제 맘을 알았는지 한 친구를 점지해 주더군요. 그에게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합니다. 실제로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이브 때 들었던 이야깁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 와우 상에서 친구들과 저는 한 길드로 묶여있어 언제든 누가 접속하더라도 알 수가 있었죠. 이브 때도 여지없이 로긴하는 불쌍한 인간들... '야 이런날도 우울이 사무치도록 접속을 하는구만. 이 병맛나는 솔로 놈.' '병신. 니는?' 서로간의 쓰라린 상처를 누가 더 아프게 하느냐 경쟁하듯 놀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탈함 뿐... 그러던 중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이디가 접속을 하더군요. '저사람은 누구냐?' '고딩 때 친구.' '주위친구도 모잘라 이젠 동창까지 훼인의 길로 안내하는거냐?' '시끄러 병신아.' '안녕하세요 처음 뵈요. 형주 친구예요.' '안녕하세요가 뭐니? 다 친군데 말 놔.' 제가 대뜸 들이댔죠. 'ㅋㅋㅋㅋㅋㅋㅋ' 돌아오는 화답.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서로간 말이 없이 플레이 하던 중 새로운 친구가 제안을 하더군요. '오늘 여친이랑 만나서 영화본 다음 별로 할 일 없는데, 니들 어디서 만나면 같이 조인트 할래?' 무슨 개소린가 싶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여친이라니! 니가 여친이라니!' '왜 병신아 나는 여친 있으면 안돼?' '미치겠네....' 대략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며, 부러움에 지친 솔로들의 거침없는 항의가 오갔고, 끝내는 모두 다 모여 외로움을 나눠갖자 라는 의견으로 일치를 보았죠. 그리고 만나기로 한 시간. 저녁 8시 반 인천 주안의 한 술집. 솔로잉 남자 둘과 바퀴벌레 한쌍. 게임상에서도 이제 막 인사를 했을 뿐이었지만, 다 같은 역동의 시기를 살아왔던 인간들이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술자리는 금방 무르익어가며 군대이야기 학교이야기 등등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바퀴벌레 커플중 여자분께서 왠지 겉도는 느낌이 나서 제가 눈치를 줬드랬죠. 그래서 분위기는 급변해가며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홍일점에 맞춰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에 어찌어찌 하다 이야기가 새로 알게된 친구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었는데, "야 요즘 연락 뜸했자너? 뭔일 있었냐?" "나 지방에 있었어." "지방?" "일때문에 기숙사 생활하다가, 얼마전에 올라왔지." "기숙사? 니랑은 존내 안 어울리는데...?" "안어울리고 말고가 어딨냐. 먹고 살기 힘든데..." "훗...그런데 말야..." 형주는 그 친구의 애인 쪽으로 고개를 약간 돌리면서 대뜸 묻더군요. "능력도 좋네. 지영씨는 어떻게 만났냐?" "애송이 들은 모르는게 있다." "아니 이 놈이!" 한바탕 웃음과 시기 질투가 오고갔죠. 그러다가... "야 이번에 올라오게 된게 거기 관두고 인천에서 자리 잡을려고 올라온거야." "관둔다고?" "경기도 어렵고, 회사 돌아가는 꼴이...." "야 그럴수록 더 붙어 있어야지."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 급변한 그의 표정을 순간 포착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섬뜩하지. 무슨 개같은 일이 있었는 줄 아냐?" "......?" 저와 형주는 그냥 궁금했습니다. 회사 오너가 월급을 안 준다거나, 하는 등등의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요즘 하도 뒤숭숭 하니... 하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대답이 들려오더군요. "귀신이 있더라...." "뭐?" 형주는 저보다 깜짝 놀라더군요. "난 그런게 테레비에만 나오는 줄만 알았다." 그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그가 기숙사 생활을 하던 곳은 의령의 어떤 동으로, 도시에 비하면 완전 시골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한 동네라고 하더군요. 3년전에 직장을 구하다 보니 그곳까지 가게 되었고, 어찌 또 하다보니 그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기숙사는 2인 또는 3인 1실로 그 친구가 있었던 방은 2인 1실로 된 방이었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샷시 통창문이 보이고 양옆에 마주보는 벽면에는 작은 침대를 두고 서로 하나씩 차지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옷장은 들어서면 오른쪽 구석에 놓인 작은 비키니로 하고 있었고, 책상같은 것은 없었다고 하네요. 화장실은 공용이었고 그것때문에 많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무슨 개소리냐? 귀신이라니..?" "뭐가 개소리야? 딴놈이라면 몰라도 니가 그러면 안되는거 아냐?" "..........." "그래서 만나자고 한거야. 내가 본게 진짜인지 아닌지. 너는 전문가잖아 그런쪽에." "미친 무슨 전문가야." "여튼 니가 경험이 많으니 함 들어봐 내가 본게 맞나."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그 친구는 세살이 많은 형과 같은 방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도 타지에서 온 사람으로 자신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입사해서 약 10개월 전에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동안은 2인실을 혼자 차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그 사람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불편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자, 건녀편에 놓인 침대가 비어 있는 날엔 뭔가 허전하기도 했답니다. 가끔은 철야 근무도 해야 해서, 누군가는 혼자 방을 쓰는 날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꼭 그것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놀기 좋아하던 룸메이트는 자주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오기도 했답니다. 그것이 그 친구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하네요. 서로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해도 자연스럽게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을때는 그가 뭐하며 밤을 새는 건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네요. 이유인 즉 술집 아가씨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자신은 한 번 따라가보고 체력적으로 밤샘이 힘이들어 그 이상은 가지 않았다 합니다만... 아무래도 옆의 여친을 의식한 멘트라고 밖엔 생각이 안 드네요. 흘겨 보는 그의 여친의 눈빛도 그렇겠거니 하는 억측을 들게끔 하기에 충분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지만, 나는 자기 밖에 없는거 알지?" "에휴 지랄한다...." 정말 꼴 시렵더라고요. 하여튼 그가 밤을 새고 들어오는 날들은 그런 날이겠거니 하고 넘어가곤 했답니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기 두달 전. 그 시기부터는 정말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1년 약간 넘게 혼자쓰던 방에 누군가가 들어와 같이 살게 되니, 가끔은 없다는 허전함 때문이라 생각했었답니다 원래라면 자던중에 깨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근래에 들어 자주 새벽에 깨곤 했는데, 그때마다 왠지모를 위화감이 들곤 했었다네요. "왜 그런거 있잖아....방에 누가 있다? 라고 하는 느낌. 건너편 침대엔 아무도 없는데...." 대충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런 느낌을.....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갔고, 그 위화감은 옆에 룸메이트가 자고 있어도 점점 더 강해지는 시기였답니다. 원래라면 깰일도 없는 새벽에 자주 깨는 것도 이상했지만, 어느 날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서 무의식적으로 건너편의 침대를 바라 보았을 때 였답니다. 건너편 침대위 천정 모서리에 허연것도 아니고 검은 것도 아닌 뭔가가 그냥 보인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네요. 가위에 눌린게 아니냐는 형주에 물음에 그 친구는 가위가 뭔지 경험을 해본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눌려 본적이 없는 사람에게 가위는 어떤 것이라는 것을 설명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것이었기에 그냥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했죠. 정말 피곤함도 못 느끼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떠진 눈이 왠지 실감이 안나기도 했고, 그와 같이 저 건너편에 보이는 무엇.... 왠지 모르게 오싹함이 느껴져서는 그냥 무시하고 다시 눈을 감았답니다. 평생에 무서움이라고는 느껴본적이 없을 정도로 그런 느낌은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어찌되었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룸메이트가 비번인 날이었답니다. 여지없이 밤샘을 하는 날이었다네요. 그리고 그때쯤 되니 왠지 한 번 정도는 묻게 되더랍니다. "형 오늘도?" "당연하지. 근데 왠일이냐 그런걸 다 묻고?" "아니 그냥." 그리고 당연히 밤은 오고 잠이 들 시간에는 혼자 방안에 있는 자신이 그날따라 새삼스례 느껴지더랍니다. '기분이 꿀꿀하네.....' 본능이란 것이 느껴지는 무엇인가를 부정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왠지 카운셀러가 제가 되는것이 싫어서 꾹 다물고 있었죠. 여튼 그는 기숙사 생활하는 동안 방안에서는 한번도 마셔본적이 없는 맥주를 사러 가게를 가게 되었답니다. 대충 옷을 입고 가게에서 캔맥주 두개를 집어들고와 기숙사로 행하던 때였답니다. 현관으로 다가서며 버릇처럼 고갤들어 2층에 위치한 자신의 방을 쳐다보았는데, 기분 탓이었다나요? 왠지 뭐가 뿌연게 보이는데 1년이 넘도록 바라본 창문은 정말 이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하네요. '누가 알면 쪽팔리지....' 스물스물 밀려오는 겁을 무시하려고, 애써 평범한 상황을 만들어 봤다네요. 그리고 계단을 올라 방문앞에 서게 되었을 때 였답니다. "문 딱 열려고 하는데...거 있잖아 방문 안쪽에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라는 느낌..." 그 때문에 그는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문 열기를 망설이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결심이 선 듯 문고리를 천천히 돌린 다음 잠깐 멈추었다가 툭 밀듯이 문고리를 밀며 놓았다는군요. '끼익' 평소에 그렇게 열어본적이 없던 문이라, 천천히 열리며 경첩에서 나는 소리에 약간의 소름이 돋더랍니다. 소리를 뒤이으며 천천히 젖혀저가는 문 안쪽으로 조금씩 펼쳐지는 풍경을 조심스례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보았다 하네요. '퉁' 문은 어느새 벽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고, 방안의 전체적인 풍경보다는 어떤 한곳에 대해 뚫어져라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터라 적잖이 놀랐다고 하네요. 시야가 넓어지며, 형광등이 켜져 있는 환한 방안의 풍경이 전체적으로 보이자 다시 한 번 신경을 룸메이트의 침대 위 천정 구석으로 향했답니다. 무엇하나 특별한게 있을리가 없는 천정의 구석. '왠지 미친놈이 되어가는 것 같다.' 라고 그때의 심정을 그렇게 표현했네요. "방이 좁아터져서 침대 두개 놓으면 만땅이야 방이. 테레비도 없고, 놀거라곤 내 엠피쓰리 하나 뿐인데, 이어폰 꼽고 있으면 왠지 답답하잖어?" 그래서 평소에는 어딘가에서 구해온 컴퓨터용 스피커를 엠피쓰리에 연결해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안 해봤던 혼자 술마시기가 왠지 어색해 침대 서랍안의 엠피쓰리를 꺼낼려는 중이었다네요. 그 때 였답니다. '틱' 하는 소리가 창문가에서 들려오더랍니다. 그 소리에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는 생각이 들어 창문가로 향했다네요. 하지만, 곧바로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지 하는 느낌이 전해지더랍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나요.... "내가 신경이 엄청 민감해져 있었던거 같더라고. 평생에 그런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정말 미쳐가는게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워졌었던 시기라고 우리를 설득하려고 하는 모습이 정말 이 사람 굉장히 놀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리고 다음부터 전해준 이야기는 실제 겪었음이 분명한 말투로 전해 주더군요. 그렇게 그 친구는 창문가를 확인한 후 이상한 기운에 빨리 술을 마셔 버렸다고 하네요. 자기 말로는 술이 잘 듣는 몸에다 너무 오랜만에 섭취한 알콜이라 그런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대로 침대위에 잠이 들었었다고 합니다. 번뜩 하고 정신을 차린 그 때에 보니 잠이 들었다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본 시계가 확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었더랍니다. 새벽 1시 30분. "내가 아마 10시 좀 안되서 마신거 같은데...모르겠어 그냥 잠 든거 같어. 근데...." 정신차린 그때 보니 방안에 왠지 모를 한기가 스윽 흐르더랍니다. 뭔가 했더니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고 하네요. 때는 7월로 가는 거의 여름이었다는데... "그 형이 어디서 주서온건지 커텐 비슷한 천쪼가리를 가져다 달아났거든.창문이 다 덮히지도 않고, 허접해....." 그런데 그게 안쪽으로 바람을 타고 살살 펄럭이고 있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자 방안의 한기와는 다른 한기가 등에서 부터 쭈욱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침대에 앉은 채 그대로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네요. '왜?' '어떻게?' 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되뇌어지고 있었답니다. "창문 니가 연거 아니지?" 형주가 대뜸 물어보네요. "귀신이 여기 앉았네." "뻔한거잖아. 니가 쩔어서 연거겠지." "........나도 그런 생각을 했지. 그런데 어쩌냐?" "뭘?" "창문틀이 그지 같아서 다 열릴 때 되면 끼기긱 소리나거든. 알지 그소리? 그래서 그 부분부터는 못 박아놓고 어지간해선 안 열리게 해놨다." "..........." "씨발 못은 어디로 사라진건지.....하여간 그날 옆방으로 튀어갔다. 도저히 못 있겠더라." 그렇게 그날은 보냈다고 하네요. 그리고 다음날 옆방으로 찾아온 룸메이트. 그 친구는 전날밤 일을 설명 했다네요. 코웃음 치는 룸메이트. "내가 얼마나 설명을 했는지. 절대 안 믿더라고. 그냥 우연아니면 술기운이 그런거라고...더 이야기 했다간 쪽 당할거 같아서 말아버렸지. 아무리 안 먹었어도 맥주 두 캔에 취한다는 자체가......" 손에 든 맥주잔을 의아스럽게 쳐다보는 그. 그리고 몇일이 지났답니다. 이제는 새벽에 꼭 깨어나게 되더랍니다. 깨어나게 되면 반사적으로 창문을 보게 되는데, 물론 별 일이 없는게 당연한거 아니냐는 듯 되묻더군요. 정말 별일 없이 지내던 어느날 아니 정확히는 룸메이트가 말 버릇 처럼 하던 혼잣말을 귀담아 듣게 되었다는 그 즈음 이었다네요. 룸메이트는 자고 일어날 때면 항상 어깨가 아프고, 두통이 있다고, 누군가에게 호소하듯 혼잘말로 중얼거렸답니다. "어깨가 요즘 왜이리 아프냐..." "야근 할때 짬짬히 쉬고 그러세요." "그래서 그런가? 무거운거 드는 것도 아닌데...그나저나 요즘은 술도 잘 안마시는데 두통도 조금씩 생기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룸메이트가 아픔을 호소하는 이유를 알 수 있던 날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일상에서 조금은 다른 하루였다죠. 그러나 시작은 전과 다름없이 다음날이 룸메이트의 비번이라 그의 뻔한 일과가 보이더랍니다. "형 오늘은 안나가?" 평소와는 조금은 굼뜬다는 느낌이었다네요. "글쎄다...몸이 영..." "왜요? 많이 안 좋아요?" "아니 그게...오늘은 평소보다 두통이 심하네...어깨쪽이 계속 아픈게 담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 정도 아픈 건 아니고..." "........." "오늘은 그냥 하루 푹 잘련다. 쯧...잠이 올지나 모르겠다.." "형 그러면 캔맥이나 사다 마실래요?" "캔맥주? 야 너 술 마실 줄 아냐?" "당연하죠. 저번에 그 일 있었을때도 술 먹고 자다 그랬다고 말했는데.." "그래?" 의외라는 표정으로 갸우뚱 거리더니 고개짓으로 문쪽을 가르켜 보이더랍니다. "가자. 오늘은 방에서 함 죽어보자고." 그렇게 둘은 대충 옷가지를 챙겨입고 걸어서 10분은 걸리는 저 멀리 편의점까지 나들이를 나서게 되었답니다. 아직은 늦은 저녁이 아니라 노을을 등지고 걸었는데, 편의점에서 이거 저거 잔뜩 골라 대충 싸 들고 나온 시점에는 거의 어두워 지기 시작했답니다. 그 시간이 한 8시 반정도? 여름이라 해가 길긴 했어도 순간이라 느낄 정도로 붉은 하늘이 까맣게 변해버려 있더랍니다. "야 편의점서 시간 오래 잡아먹긴 한 모양이네?" "왜요?" "왜긴. 노을 지더니 바로 밤이야." "그런가요?" 그 친구는 별 신경이 안쓰였답니다. 매일 보는 저녁 노을 따위 당연히 신경이 안 쓰였다죠. 그렇게 별거 아닌 에피소드를 뒤로 하고, 기숙사로 돌아오던 길이었답니다. "야...." "예?"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고 했던거 같았다고 하는데, 문득 나지막하게 들리는 룸메이트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과 같은 곳을 응시했을 때라네요. "........." 그냥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더랍니다. 이미 둘은 자리에 우뚝 멈춰있었다죠.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답니다. 그리고 침묵을 깨는 그의 한마디. "저거 너가 저랬냐?" 시선은 계속 그곳에 고정된 채 서로 목소리만 듣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아뇨.." "........." 한동안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건 그들의 방 창문이 활짝 열려져 커텐이 요동치듯 밖으로 휘날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서로 넋이 나간 상태였다네요. 아무도 열어두지 않은 창문이 열려있는 것은 둘째치고, 방안 커튼이 그렇게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답니다. 어두운 배경이라 그랬던건지,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하얀 소복' 이라는 것이 계속 겹쳐보였답니다. "어떤 새끼가 우리 방에 들어왔나보다." "........."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어느쪽도 그것이 사실과는 거리가 먼것에는 머릿속으로 동의 하고 있었을 거랍니다. "문 안 잠그고 나왔으니....." 룸메이트는 말끝을 흐리고 먼저 방으로 달려갔고, 그도 곧이어 뒤따라 달려나가면서 전에 있었던 그 일이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었답니다. 헐레벌떡 그의 뒤를 따라 3층이나 되는 달려 계단을 양손 가득든 물건들과 함께 하자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계단을 다 올라서며 방이 있는 복도 쪽을 쳐다보았을 때 이미 룸메이트는, "어떤 새끼냐!!" 하며 방문을 거칠게 밀어젖히고 들어닥치는 중이었답니다. '쿵' 거칠게 열려진 방문의 부딪힘이 복도에 길게 여운을 남겨 놓았다고 하더군요. 그는 재빨리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고, 아무것도 없는 방에 우뚝 서서 두리번 거리는 룸메이트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답니다. 좁은 방이라 두리번 거릴 것도 없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무엇을 찾을려고 하는 것인지 그 두리번 거림은 쉽게 멈추어지질 않았다고 하네요. 여전히 열려진 창문의 한쪽엔 얌전히 '사라락' 거리는 커튼이 뭔 일이 있었냐는 듯 묻고 있더랍니다. "야 뭐 없어진 거 있나 봐봐." "없어진거요?" 그냥 딱 봐도 누가 들어왔던 흔적이나 그런것들은 없어보였답니다. 그보다 기숙사내에서 도난 사건 같은 것은 자기가 아는 한 한 번도 없었다고 하니... "형껀 없어진게 있나요?" "........." 대답없이 두리번 거리는 모습은 없어진 무엇인가를 찾을려는 모습은 분명 아니었답니다. 그는 두리번을 멈추고는 창가로 다가가 열려진 창문의 틀을 손으로 스윽 쓰다듬듯이 만지며 위아래로 살펴보는 것이었었답니다. 그리고는 밖으로 고개를 돌려 어디를 보는지 한참을 쳐다보더랍니다. 앞에는 산밖에 안 보이는 곳이라 볼것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뭘 보고 있나 궁금함이 들었다고 하네요. 더욱이 방안에서의 그의 모든 행동들은 전에 없었던 것이라 더욱 궁금해 하던 중이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그냥 열어놓고 모르고 있었나봐. 괜히 오버했네...." ".........." 자신이 겪은 일도 있고해서, 뒤끝이 개운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룸메이트가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비닐 봉지를 옮겨 잡으며, 방 가운데에 놓인 조그마한 탁자위에 우르르 쏟아 놓는 통에 생각도 같이 날아가 버렸다네요. "아까 달려온다고 맥주 막 흔들어진거 아니냐?" "훗...형때문이잖아요. 먼저 따보세요." 그제서야 그 친구도 긴장이 풀리는지 자리에 앉으며, 룸메이트에게 맥주캔을 건네며 장난을 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슬슬 취기를 맛보고 있었을 때였답니다. "저번에 니가 말한거 있잖아..." "어떤거요?" "그....밤에 봤다던거..." "밤에요?" 갸우뚱 해지는 고개를 따라 시선을 뒤로 할려던 순간 기억이 나는 그 날의 일. "형 안 믿었잖아요?" "........." 캔맥주를 만지작 거리기만 할 뿐이라던 그. 다음말을 잇기까지는 꽤 시간이 흐른 후 였답니다. "솔직히....." "........." "믿는 건 아닌데 말야...." 그 때 였답니다. 조금 열려진 창문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오며, 커튼을 날려버릴 듯 요동치게 만들더랍니다. 둘은 홀린 듯 그 커텐을 바라보며, 긴 시간을 보냈다죠. 그러다 흘러나오는 룸메이트의 목소리에 멍해진 촛점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기 말야...눈으로 본 것들을 꼭 믿어야 하는거냐?" 룸메이트의 시선은 커튼을 향한 채 였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주술사의 주문 같은 목소리 였다고 하더군요. 일정한 톤의 목소리는 딱 그 표현 밖에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뭔가를 확신하고, 그걸 확인 하는 듯한 물음... "믿어야 된다기 보다는 있으니 보이는거 아닌가요?" "........." 어느새 시선은 커튼에서 옮겨져 바닥에 놓인 캔을 만지작 거리는 자신의 손으로 향해 있었답니다. "후......." 길게 한숨을 쉬는 룸메이트. 술기운이 올라오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한숨인지.... "전에 말야..." "........" "너 저 창문 밖에 산 보이는거 그거 무슨 산인줄 알어?" "산요? 그냥 산 아닌가요?" "그냥 산이긴 하지...근데 선산이라고 들어봤냐?" "선산? 조상들 모시는 그런거요?" "그래....저기에 조상묘가 꽤 되거든.." "........." "내가 거기서 뭔가 실수를 한 것 같다..." "실수요?" "....언젠가 니가 나보고 어디서 놀다왔길래 신발이 흙투성이냐고 그런적있지?" ".....예.." 설마하는 생각이 지나가더랍니다. 그 표정을 읽었는지, 룸메이트는 씨익 웃어보이며, 네가 생각하는 심각한건 아니다 라고 말해왔다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기억이 안나...너무 쩔어서 뭘 했는지...미치겠다..." 술에 취해가는 것인지 조금씩 촛점이 흐려지는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는 그. 자연스럽게 화제는 다른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심각했던 이야기들은 흐지부지 지워져갔고, 슬슬 밀려오는 피곤함에 술자리를 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그리고 문제의 새벽... 깨어났을 때가 정확히 몇신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답니다. 시계를 본것 같은데 숙취에 그냥 머리가 띵하고, 수면중에 찾아온 소변에 대한 욕망때문에 집중 할 곳은 바깥에 있는 화장실 뿐이었다죠. 방을 나와 어두운 복도를 슬리퍼를 대충 끌며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볼때까지는 술보다는 잠에 더 취해있어, 그저 눕고 싶은 생각뿐이었답니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자 몽롱함은 사라져 가고 조금은 맑아지는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죠. 하여 돌아오는 복도도 어둠에 적응이 되어선지 어느정도 사물이 구별 가능한 정도까지 되었을때 였답니다. '응?' 문득 의문이 들더랍니다. '달이 저렇게 밝았나...?' 분명히 닫고 나온 것 같은 방문이 열려져 있는 듯 복도로 방안의 환함이 비추어 지고 있더랍니다.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문앞에 들어섰을 때였답니다. 흔히 표현 하는 말로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고 표현들 하죠? 발 뒤꿈치 부터 타고 올라오는 소름. 등을 지나면서 머리털을 바짝 세우는 그 느낌. 비명도 숨쉬기도 그 무엇도 못 하겠더라고, 다리에 힘은 풀리고 눈알은 뒤로 넘어갈 듯 졸도 일보직전인데 이상하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네요. 그렇기에 그것의 모습을 홀린듯 뚜렷하게 관찰 할 수 있었답니다. 그것은 룸메이트가 누워있을 그 침대위를 뱅글 뱅글 날고 있더랍니다. 그렇게 몇바퀴 돌아다가는 굉장히 이형적으로 뭐랄까 그냥 뚝 서버린다는 느낌으로 룸메이트의 어깨 부분에 박힌듯 멈추어 서버리더랍니다. 은은하게 들어오는 바깥의 빛으로 방은 어느정도 사물이 식별 가능했는데, 그것을 무색하게 만들정도로 그것의 옷자락은 너무나도 하얀색이었답니다. 그냥 순백... 머리는 칠흑.. 그러다가 어느순간 이었다죠. "으...으..." 하는 룸메이트의 신음 소리가 들리자 번뜩 정신이 돌아오며, 지금 상황이 말도 안되게 무서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었답니다. 오감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느껴지고 목이 바짝 타는것도 느낄수 있었다죠. 눈에 눈물이 고이는지 시큼한 느낌에 눈을 깜빡거리기를 몇 번. 그때 였답니다. 소변까지 새어나올려고 하는지 아랫배에 통증을 느끼면서 자기도 모르게 짧은 신음을 내었을 때 였답니다. 룸메이트 위를 돌던 그것이 이쪽을 돌아보듯 멈추고는, 약간의 정지를 기점으로 휙 뒤집어 지더랍니다. 머리가 아래로 발이 있어야 할 옷자락이 위로. 더욱이 신기한 것은 옷자락과 머리카락은 마네킹과 같이 전혀 흐트러짐이 없이 뒤집어져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 모습이 얼마나 기이하던지를 표현해 볼려고 탁자에 놓인 냅킨 박스를 손에 들어 뒤집기를 반복하며 보여주더군요. 그러다 뒤에 커튼이 계속 휘날리는 것이 보이니, 시간은 흐르고 있다는 자각을 분명히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죠. 그가 비유하길 집채만한 개가 '으르릉' 거리며, 앞에 딱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하네요.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움직였다간 바로 덮쳐올 것 같아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달래보았던 그런 경험. 그러다가 뭔가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꺼낸 말이.. "혀....형....." 하고 아주 가늘게 나오는 목소리로 룸메이트를 부르려 했답니다. 아무런 소용없는 행동이었답니다. 그 때 까지도 눈은 시큰거리고 등에는 사라지지 않고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소름이 끊이질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죠. 등을 한 번 보라는 듯이 등을 돌려보이며 말하는 그를 보며 그것은 소름이라기 보다는 척추를 타고 뭔가가 올라온다 라는 느낌이 더 정확 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차에 거꾸로 뒤집어진 그것이 아래로 살짝 내려가는 것 같더니 다시 위로 살짝 올라오더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움직임은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고, 위아래로 '쿵쿵' 찍는 모양이 되어 기형적인 빠르기로 움직이더랍니다. 그 모습이 너무 두려워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를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으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문에서 나와 바로 문쪽 벽으로 숨어 등을 기대고는 어느쪽으로 도망갈까 하고 어두운 복도 양쪽을 살펴보았답니다. "씨발....이렇게 말로 하니 모르지..진짜 생지옥이 그런거였다...테레비 보면 눈 뒤집혀져서 기절도 잘 하더만, 이건 뭐 눈알이 튀어나올것 같이 말똥말똥하니..." "그래서 튀었냐?" "튀기는 뭘텨...아니 튀긴 텼지..." 벽에 등을 기대고 웅크리고 앉아 양쪽 복도를 보자니 그렇게 어둡고 길어보인 적이 없었다네요. 자꾸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지' 되뇌이긴 했지만 뾰족한 수도 없고 세상에 정말 저런게 있다고 인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라 이대로 나도 죽는 건가 싶은게 복도는 정말 끝없는 어둠이고... 거기까지 들으니 잠시 멍해지는게 예전 전방에서 해뜨기 30분전에 투광등 끄고 뭔가에 쫒겨서 부사수랑 미친듯이 보급로 달리던게 생각나더라고요. 뒤도 못 돌아봅니다. 정말......... 맷돼지 였나 싶기도 하고...여튼.. 그의 말로는 그래도 중앙 계단이 그 쪽에서 좀더 가까워 그쪽으로 뛰어나갈 자세를 취한 후 숨을 한 번 고르고 미친듯이 복도를 달려나갔답니다. 그래봐야 10미터도 안되는 거리인데, 얼마나 멀게 느껴지더라는지... 뜀과 동시 곁눈질로 방안의 풍경을 힐끗 바라보니 그 허연것은 아직도 침대위에 있음을 확인했다죠. 하여 뜻하지 않게 솟아오르는 소름을 맛보며, 있는 힘을 다해 중앙계단으로 달려 난간을 잡아챘을 때 였답니다. 난간을 잡았던 그 팔힘을 탄력삼아 몸을 틀어 계단으로 첫발을 내딪었을 때 본능이 노크를 해 오더랍니다. '있나...?' 하고요. 그만 고개를 돌려 옆을 봐라보는게 아니었다 하고 후회를 하더군요. 이미 옆에 와 있었다네요. "아악!!!" 하고 비명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10계단 정도 되는 높이를 굴러서 떨어졌고 그대로 기절을 했답니다. "여기봐봐." 하면서 팔꿈치쪽을 보여주는 그. 한 15센티 정도 흉터가 길게 있더라고요. "계단서 자빠지는 바람에 이렇게 됐지. 그래도 다행이야...정신 잃어버려서...눈뜨니깐 옆방애들이 깨우더라. 술 작작 쳐먹으라고 하면서...덕분에 병원가느라 일 하루 쉬었지." 그러고는 맥주를 한잔 마시는 그. "그날로 바로 사직서 쓰고 텨 올라왔다." "........" "기숙사서 짐싸고 있다보니 형이 일 끝나고 오더라고." "화장실 가다 그런거냐? 별로 안 마셨잖어?" 정말 모르는 표정을 해 보이길래 어제 일어난 일을 다 이야기 해 줬답니다. "내가 보기에 형 어깨가 아픈게 그 때문인거 같아요." "........" "믿거나 말거나는 형이 판단해요. 나는 이제 인천으로 돌아갈거니..." 그 길로 바로 인천행 차를 탔답니다. 하루라도 거기서 밤을 보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하네요. "그러고나서...음...한 두달 정도 만인가 전화가 오더라고. 어떻게 지내냐고." "그래서?" "뭘 그래서야...그냥 뭐...잘 지내냐 그런 예기 한거지." "그럼 그거 본 예기는 아예 안 했냐?" "이미 했잖어...그때도 생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더라고..근데 말야 웃긴게 형도 그러고 나서 회사때려 치고 다른데 간거야. 그래서 전화 했던 거고. 그리고 그때서야 이야기 해주더라...왜 그런일이 있었는지...." [출처] 기숙사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 중간에 끊을까 하다가 너무 짧은가? 하고 덧붙였더니 3편짜리를 그냥 다 가져와 버렸네 ㅎㅎ 뭐 쉬는 날이니까! 진짜 조상님들은 건드리는거 아녀. 특히 무덤 건드리는거 큰일날 일이지, 아니 그렇잖아.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도 나는 판에 내가 쉬고 있는 유일한 집인 무덤을 건드리면 어휴... 화나지... 그 형도 분명히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걸 알았을텐데도 믿고싶지 않아서 그냥 계속 모른 척 했던 것 같아. 믿는 순간 더 아득해 지니까. 그 마음 뭔지 알 것 같아. 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수요일날 쉬니까 정말 숨통이 트이네. 남은 휴일 잘 보내고, 가능하면 내일 또 보자 ㅎㅎ
퍼오는 귀신썰) 다른 이의 꿈 2화
어제 이야기가 끝이 아니었지ㅎㅎ 다음 편이 또 있었습니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이 많았잖아 저승사자와, 주인공과, 그리고 룸메 언니와의 관계는 대체 뭘까? 주섬 주섬 떡밥을 주워 담아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 덤으로 사는 인생 무속인은 실눈을 얇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용하다는 소문 때문인지 그녀에게 압도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 자리에서 한번 일어나볼래?”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치마 좀 들어올려봐.” “네?” “치마를 좀 올려보라고. 발이 보이게.” 나는 치마 끝자락을 살짝 들어올렸다. “더… 올릴까요?” 무속인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아니야. 이제 자리에 앉아도 돼.” 나는 자리에 앉았고, 무속인은 눈을 내리 깔고 짦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한 말인데, 자기는 오래 전에 죽었어야 하는 사람이야.” “네?” “들은 대로야…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미 죽었어야 할 팔자야. 내가 죽은 사람 신수까지 보는 재주는 없어. 그래서 미안하지만 내가 더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그녀는 한사코 복채를 받지 않겠다 거절했다. 나는 신당 문을 나서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뒤로 돌아 무속인에게 물었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까… 치마는 왜 들어보라고 하셨나요?” 그녀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산 사람인지 확인하려고 그랬어. 귀신들은 땅을 딛고 서있지 않거든.” “아… 네…” 문을 열고 신당을 나서는데 뒤에서 무속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좀 힘들어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 ==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속인이 해준 이야기를 곱씹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죽었어야 할 사람이 어떻게 살아있는지… 저승사자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흠… 아니면 누군가 자기를 꼭 살리겠다고 큰 원을 세운 것일 수도 있고…” “그럼… 혹시 제가 언제 죽었어야 하는 건가요?” “하하. 그런 것까지 보이는 신통력이면 내가 다음주 로또 번호까지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하.” 잠시 후 무속인은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말을 이었다. “죽었어야 할 사람이 살아있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야. 자기도 뭔가 집히는 일 있을 것 같은데…” 커다란 사거리에서 버스가 멈춰 섰다. 창밖에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하루는 아침부터 몸이 으슬거리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겨울 옷을 담아둔 상자를 꺼내려니 오전 수업에 늦을 것 같았다. 급한대로 룸메이트 후배에게 얇은 겉옷을 빌려 입고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은 수업이 끝나자 마자 자취방으로 돌아왔고, 씻지도 않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눈을 감았고, 미처 잠이 들기도 전에 가위에 눌린 듯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 속에 나는 학교와 자취방 사이의 커다란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조금 전 자취방으로 오는 길에 막 지나온 도로였다. 커다란 트럭이 나를 덮쳤다. 쿵! 하는 충격음이 온몸을 통해 들려왔다. 허공에 떠 날라가는 나의 몸뚱이가 보였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음을 기억해냈다. 침대 머리맡에 저승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내가 죽었음을 알려주었고, 나는 그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를 두고 홀로 사라졌다. 아마도 그때… 그 트럭이 나를 덮쳤을 때… 그때 내가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일이 있기 전 나는 어디에서든 주목 받는 사람이었다.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었고,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이 나를 좋아라 했다.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 가까웠던 사람들과 특별한 이유 없이 멀어지게 되었다. 주변인들과의 인연이 끊어지는 느낌. 처음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두어달 시간이 지나고 나는 주변에 같이 밥먹을 사람 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졸업 후 들어간 직장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사람 사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사무실에 혼자 남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 흔했다. 설사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더라도 나는 구석에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회식 중에 한번은 일부러 가운데 자리에 앉은 적도 있었다. 나를 기준으로 양쪽 테이블에서 각각 이야기 꽃이 피었고, 나는 그 중간에서 어느쪽에도 끼지 못하고 혼자가 되어 있었다. 왕따나 따돌림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거나 챙겨주지도 않았지만,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 역시 없었다. 나는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대인관계가 힘들다는 나의 말에 그 무속인이 해준 이야기. 사람이 사고나 병에 걸려서 죽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게 아니라고… 세상 사람들과 인연이 다하면 그때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라 했다. 그동안 내가 사람들 때문에 겪은 힘든 일들이 조금은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착하게 살라는 말.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던 나는 집 근처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적성에도 맞았고 보람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보육원 장기 봉사를 위해서는 따로 교육을 받아야 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아이들이 몇몇 있었다.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 정에 굶주린 아이. 피해의식으로 공격적인 아이. 아이들과의 크고 작은 트러블을 겪는 봉사자들이 많았다. 실제 아이들과의 문제로 봉사활동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었던 나.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나는 아이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나에게 애착을 보이고 따르는 아이도 없었지만, 심술을 부리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 역시 없었다. 비록 존재감은 없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내 삶에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봉사활동을 통해 내가 받는 것이 더 크다고 느껴졌다. 겸손한 척 하느라 하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 10년이 지났다. 나는 같은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가지 신기한 점은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애착이 없었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거나 아픈 아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은 들었지만, 깊게 관여하거나 필요 이상의 도움을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보육원에서 일하는 10년 동안 나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아이 한명 없었지만, 나 역시 마음 속 오래 생각나고 보고 싶은 아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갓난쟁이 아기가 입소했다. 이름도 생일도 없었다. 생후 한달이 채 안돼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분유를 먹이고 트름을 시키기 위해 아기를 세워 안았다. 아기의 짧은 두 팔이 나의 목을 감았다. 분유 냄새가 섞인 아기의 땀 냄새가 느껴졌다.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 은우. 은우는 대학 시절 무척 가깝게 지낸 동아리 후배였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며 연락이 끊겼고, 작년 이맘때 은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꼭 20년 만이었다. 한눈에 봐도 은우는 많이 아파보였다. 하지만 시원시원하고 밝은 성격은 그대로였다. 20년의 시간 때문이었을까? 대학 시절 3년을 한 자취방에서 동고동락했던 은우가 어렵게 느껴졌다. 마치 나를 꺼리는 듯한 느낌… 그때 은우는 도대체 나를 왜 만나자고 했을까? == 분유를 먹은 아기는 금세 잠이 들었다. 보육원에서 일하며 많은 아기를 봐왔지만 세상에 이런 순둥이가 없었다. 잠이 깼다고 또는 배가 고프다고 소리내 우는 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귀나 성대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사 말로는 건강하다 했다. 아기가 잠든 사이 나는 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과 함께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우의 이름을 말했고, 잘못 걸었다는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동아리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은우의 소식을 물었고, 은우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죽은지 벌써 일년이 되어간다 했다. 은우는 그때 작별 인사를 하려고 나를 만나자 했구나… 그래서 그때 은우의 눈빛이 많이 힘들게 느껴졌구나… 그때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기라도 할 껄… == 하루는 보육원 원장님이 나를 찾았다. 원장님은 얼마전 입소한 아기를 내가 특별히 아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기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원장님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아기를 부르는 이름이 있는지 물었다. 없다는 나의 대답에 원장님은 예쁜 이름 하나 지어달라 부탁했다. == 1년이 흘렀다. 은우의 첫 생일날. 정확히 말하면 보육원에 입소하고 1년이 되던 날. 나는 직접 은우의 생일상과 돌잡이를 준비했다. 은우는 오늘이 자기 생일임을 아는 듯 방긋 웃으며 돈을 집었다. 짧은 생일 파티가 끝나고 원장님이 잠시 이야기를 하자며 나를 불렀다. 원장님은 나에게 은우를 입양하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라 했다. 은우의 입양 생각을 내가 그동안 안해봤을까… 아빠도 없이 내가 혼자서 키워야 하는데 은우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답했다. 원장님은 그래도 한번 더 생각해 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라는 선물을 받는데 세상에 다른 뭐가 더 필요하겠느냐고… == 은우를 호적에 올리고 신기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이웃들이 나에게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했고, 직장에서는 동료들이 사적인 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연락이 없던 친척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게 나와 세상 사이의 끊어졌던 연결 고리들이 하나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어린이집을 찾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은우를 데리고 나오며 말했다. 은우처럼 어른스러운 아이는 처음 본다고. 은우 같은 아이들만 어린이집에 있으면 월급의 절반만 받아도 자기는 만족할 것이라고. 정말 그랬다. 입양을 결정하며 아이 키우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 예상했었다. 특히 나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막상 은우를 집에 데려오고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내가 은우에게 애착이 깊어서가 아니라 정말 그랬다. 은우는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고 소리 내 우는 일이 역시 없었다. 말썽을 부리거나 사고를 치는 일도 없었다. 대소변 가리는 법도 혼자 터득해서 기저귀를 뗀 것도 이미 오래 전이었다. 말문이 틔이기 전에도 눈치가 좋아 사람들 말귀를 곧잘 알아들었다. 말 배우는 것 역시 빠른 편이였다. 3살이 되어서는 긴 문장을 이용한 대화가 가능한 정도였으니까. 하루는 은우를 데리고 집에서 조금 멀리까지 산책을 나왔다. 마실 음료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어갔고, 냉장고를 열어 물건을 고르는 사이 은우가 사라졌다. 마트 직원과 함께 가게 내부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은우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혼자서 집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걸어온 길을 되돌아 가며 은우를 찾았다. 하지만 은우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은우의 이름을 부르며 은우가 사라졌던 마트로 되돌아왔다. 다시 마트로 들어가서 직원에게 은우를 봤는지 물었고, 직원은 미안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두손이 덜덜 떨려왔다. 힘을 주어 양손을 맞잡고 마트를 나왔다. 마트 바로 맞은편 경찰 지구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 아까는 왜 파출소가 보이지 않았을까? 급히 파출소 문을 밀고 들어갔고, 한쪽 구석 의자에 웅크린 채 잠든 아이가 보였다. “은우야!” 경찰 말로는 은우가 혼자서 지구대를 찾아왔다고 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은우가 있었다고. 그리고 은우는 경찰에게 아빠를 찾아달라 말했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아빠요? 엄마를 찾은 게 아니고요?” 나의 물음에 경찰은 은우가 아빠라며 찾아달라던 남성의 이름과 주소를 보여주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혹시 누군가 은우에게 친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것이 아닐까? 어떻게 해야하지?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경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가 말을 워낙 잘해서…… 남편 분이 죽은 걸 아이가 아는 줄 알았어요…” 혼란스러웠다. 경찰에게 은우를 입양했다는 설명과 함께 방금 경찰이 한 말이 무슨 말인지 물었다. 경찰은 은우가 알려준 남성 이름과 주소로 조회를 했을 때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경찰은 은우에게 아빠가 하늘나라에 있다 말을 했고, 그말을 들은 은우는 세상 무너진 듯 애처롭게 울다가 잠이 들었다고. 은우를 집으로 데려왔고, 나는 파출소에서의 일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은우는 입을 다물었다. == 시간은 흘렀다. 은우를 키운 것은 나에게 큰 행복이었다. 학교에서 은우는 모범생이었다. 학교를 찾을 때면 선생님들은 침이 마르도록 딸아이를 칭찬했다. 공부는 말할 것도 없었고, 쾌활한 성격에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았다. 집에서도 더 바랄 것이 없는 딸이었다. 언제나 엄마부터 먼저 챙기는 효녀였고, 시간만 나면 함께 수다를 떠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은우가 있어 행복했다. 은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 진학 후 2년 후. 본과에 들어가며 은우는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다. 은우가 독립해 집을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알 수 있었다. 딸이 다 자랐고 이제는 내가 할 일이 끝났다는 것을…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지막 바램이었는데… 딸과 함께한 지난 20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기에 더이상 욕심을 부리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주변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했다. == 나의 마지막 순간. 나는 은우에게 낡은 옷을 건냈다. 은우는 옷을 펼쳐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엄마... 이 옷………. 이 옷은 왜…?” “잘 간직해.” 은우는 말이 없었다. “우리 딸 혹시 많이 아프거나 힘든 일 있으면 이 옷을 입어. 널 지켜줄꺼야.” 은우는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 옷이 나를 어떻게 지켜줘…?” “이런 이야기 믿기지 않겠지만… 엄마 젊을 때 신기한 일이 있었어…” 나는 예전 교통사고에서 멀쩡하게 살아남았던 일을 딸에게 말해주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 옷 때문에 저승사자가 나를 살려준 이야기. 그후 힘들었던 시간들. 무속인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은우를 입양하고 삶이 바뀐 일까지 이야기 해주었다. 은우는 말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은우는 나의 품에 안겼다. “나로 인해 엄마가 행복했다니 정말 다행이야.” 나는 딸의 얼굴을 보듬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손끝에 딸아이의 눈물이 느껴졌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기 시작했다. 오래전.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던 어린 은우. 해열제를 먹이기 위해 은우를 깨웠고, 약을 먹은 은우는 나를 위로하려는 듯 별로 안아프다며 방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대학 후배였던 은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살이 너무 빠졌다며 어색하게 웃던 은우. 딸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사랑해, 엄마. 우리 다음생에 다시 만나.” —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단편] 덤으로 사는 인생 | 다른이의꿈★ ________________________ 은우는 다시 태어나서 룸메 언니를 만났구나. 언니와 - 은우 생각에는 - 어쩌면 언니의 운명이었을 수 있었던 남편을 이어 주려고 경찰서에 찾아 갔던 걸까, 아니면 그저 남편의 삶이 궁금했던 걸까. 세 사람의 인연은 어떤 모습인걸까. 그건 바로 내일 ㅋㅋ 알려 줄게! 이 이야기는 내일 마무리 될거야 ㅎㅎ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고 내일 또 보쟈! P.S. 근데 요즘 다들 왜 이렇게 댓글이 박하냐 ㅠㅠ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1-
다들 주말 잘 보냈어? 금세 또 월요일이네 다섯날이나 달린 것 치고는 보잘것 없는 이틀 보상이지만 그래도 있는게 어디냐 위안 삼으며 ㅎㅎ 같이 귀신썰이나 보쟈 들어간다? __________________ 군대에 있다보면 뜻하지 않은 홍수에 많은 밤을 작업으로 지새워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매일밤 비와 싸우며 순찰과 근무를 병행하곤 하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제가 전방서 철책근무를 설때의 일화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철책은 12사단 52의 연대의 섹터로서 3개 대대가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철수와 투입을 교대하며, 경계를 서는 곳입니다. 누군가 이글을 읽는 같은 곳 전역자들이 볼것을 감안해 사실 기재 할려고 합니다. 저는 그 중 1대대 소속으로 중화기 중대인 4중대에서 전역을 했습니다. 제 병과는 K4 라는 유탄기관총으로 주둔지에 있다가 전방에 투입 될 시에는 소대가 반으로 나뉘어 다른 중대 소총 중대에 배속되는 특수성도 있었지요. 그렇게 전방으로 투입된지 3개월 정도가 지나갈 무렵이었죠. 때는 8월달로 덥기도 미친듯이 더웠지만, 곧 있을 장마에 더위따위 아랑곳 하지않고, 장마대비 보수공사로 하루하루가 고된 시기였답니다. 낮에는 삽질 곡괭이질 밤에는 근무.... 삽질과 곡괭이질 만으로도 몸이 녹초가 되겠는데... 하필 그 작업 지역이 지뢰밭 지역이라 정말 초긴장을 하고 작업 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곡괭이 끝으로 지뢰의 뇌관이라도 내리 찍는 날엔....생각만 해도 등에 땀이 흘렀죠. 그러나 그 긴장도 찌는 더위와, 고된 노역에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지뢰밭이다 라는 자각마저 안 들게끔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이번주 주간 근무자 누구지?" 새벽 전원투입을 마치고 들어와 탄창 검사를 끝 마쳤을 때 소초장이 물어왔습니다. 저를 포함 군데 군데서 손을 들더군요. "1중대 작업지원 갈사람 자진해서 손 들고 있어봐." 저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내려버렸습니다. 안그래도 작업에 노역에 근무에 환장하겠는데, 거기다 꿀같은 주간 근무동안 남의 집 일은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온갖 계산이 손을 내리는 순간 지나쳐 가더군요. 좀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근무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말그대로 해가 떠있는 동안 서는 주간근무. 해 떨어지고 자정까지 서는 전반야. 자정부터 해뜰때까지 서는 후반야. 그중에 후반야가 젤 힘들고 해가 길 때는 전반야가 좋지만 짧아지면 전반야가 후반야 보다 못한 근무가 되지요. 어찌되었든 저는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마치 손을 들지도 않았던 양 손을 내려버렸습니다. 하지만... "박병장은 열외. 내리고 있던 들고 있던 넌 어차피 가야돼." "예?!" "뭐가 예야. 박병장 당첨." 주위에서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왜 저만 열외인 겁니까? 소초장님 아시잖습니까? 저 없으면 비닐 작업 안 돌아가지 말입니다." "그래서 너 보내는거야." "예?" "1중대 행보관이 박병장 작업해 놓은거 보고 일주일만 빌려달라더라." "..아.." 짧은 탄식이 흘러 나오더라고요. 그 당시 1중대에 4박 5일 포상휴가증 3장이 대대에서 유입이 되었다? 하는 소문을 들은 터였습니다. 원래 저는 4중대 소속이고, 1중대에 나온 휴가증이 저한테 돌아올리가 있겠냐하는 체념을 했더랬죠. 나름대로 포상휴가증 킬러로 군생활 하는 동안 3번이나 사냥에 성공했었죠. 친구들한테 말하면 겨우? 3번? 이런 반응인데, 제가 있던 곳은 포상휴가에 굉장히 쪼잔한 모습을 보였고 언제나 인원이 부족한 중화기 중대 특성상 포상휴가는 커녕 정기휴가도 짤라서 가야 하는 현실이었죠. 3번이란 기록은 중대 타이 기록과도 같은 타이틀이라 지금도 생각하면 나름 자부심이 생기네요. "행보관이 섭섭잖게 해 준다니깐 기쁜맘으로 갔다와라." "정말입니까?" 순간 머릿속에 휴가증이 번뜩 스쳐지나가더군요. "1중대 애들 작업하라고 했더니 비닐작업이 개판이라고 행보관이 니가 와서시범 좀 보여달라고 하던데?" "........" 속으로 지화자를 외쳤죠. 안그래도 1중대 행보관이 괜히 작업하고 있는데 와서는 이거저거 시비나 걸고 지나갈때 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느꼈었는데 말이죠. 휴가증 하나는 내꺼라는 설레바리를 치고 말았죠. 잠깐 그 비닐작업이 뭔가 설명드리자면, 경사가 굉장히 심한 계단 옆쪽 토사지역이라던가 하는 곳은 그 경사때문에 비가 내리면 그 물에 흙이 쓸려 흘려내려가 쌓여 그 근처를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죠. 하물며 장마라면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죠. 그런 급경사 토사 지역에 비닐하우스에 사용하는 비닐을 덮어 그 토사들이 흘러내리지 않게 작업을 하는건데 생각으로 해보면 쉽겠지만, 막상 그 경사에서 버티며 삽질 하고 덮고 심고 묻고 하는 작업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이었던거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무식한 작업인지...조그마한 언덕을 군인식 깡으로 비닐로 덮는다는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포상 휴가증을 1중대장으로부터 한장 선물 받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 휴가증은 작업지원 나간 그 일주일에 비하면 당연한 보상이었죠. 정말 간 떨어지는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더블백에 대충 세면백하고 입을 작업복이라던가 양말 그런것들을 챙겨서 총을 매고 저녁 전원투입이 이루어지는 시간에 1중대 쪽에서 나온 전원투입 인원들이랑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철수 시간이 되어 원래의 소초가 아닌 1중대 오피쪽으로 철수를 하게되었죠. "K4 아저씨 괜히 우리쪽에 와서 고생만 하다 가는거 아녜요?" 같이 철수해 내려가던 병장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맨날 작업이 어디서나 다 똑같죠. 아무래도 새로운 곳에서 서니 좀 더 지루하진 않겠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어느새 수통문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수통문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곧바로 1중대 오피 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죠. 예상대로 우리의 진행방향은 수통문을 등지고 걸어나갔고 어느새 반대쪽 섹터에서 철수한 인원들이 근무보고를 마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웅성이고 있는게 보이더군요. 확실히 중대 오피 섹터 인원이라 그런지 저희가 있는 소초의 인원보다 3배는 더 되어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자자 정렬." 대충 다 모인 듯 1중대장이 탄띠만 두른채 오피 행정반에서 나오며 근무자 정렬을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열대에 올라서는 중대장과 제가 눈이 마주쳤는데, "어이 박병장 대충 아무데나 껴라. 이등병 처럼 어리버리한 표정 짓지 말고." 순간 당황해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여기저기 킥킥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그도 그럴게 다른 소초에 와서 어디에 껴야 할지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중대장에게 보인 모양이었네요. 그렇게 철수 신고를 하고, 저는 중대장을 따라 잠깐 행정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박병장 여기 왜 온지 대충 감 잡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전에 나도 가서 봤는데 작업 잘 해 놨던걸?" "하하..그냥 열심히 만들었지 말입니다." "행보관이 박병장 좀 데려 오라고 난리였어. 아마 이번 작업 끝나면 기대해도 될거야." "예 알겠습니다." 그 비닐작업이 사단 지시사항이었을 겁니다. 검열까지 나온다고 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거죠. 그중에서 제일 빨리 작업을 끝내가고 있던게 저희 소초였고, 경사도 제일 심했었지요. 정말 땡볕에서 미친듯이 삽질하고 심고 덮고 한 것 같습니다. 근무중에 졸다 가위까지 눌릴 정도로 그 당시 미칠듯한 작업량이었죠. 그렇게 대충 중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행정병의 안내로 1중대 오피에 배속된 90미리 소대원들 내무실로 안내를 받게 되었습니다. "충성!" "아니 이게 누구야!" 내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해주는 90미리 소대원들. 같은 중화기 중대로 전방 투입시 찢어져 다른 중대에 배속된 터라 정말 오랜만의 만남이었죠. "박병장 비닐 작업 하러 온다고 하던데 정말 와 버렸네." "이야 말년 아직도 집에 안 갔습니까? 너네들 뭐하니 이 아저씨 빨리 집에안 보내고." "저희들도 죽겠지 말입니다. 말년이라고 비닐 작업도 안 할라 그러고..." "야야 이젠 짬밥좀 된다 이건가 박병장? 이등병 찌끄러기 였던게 엊그제 같은데." "왜 이러십니까? 저 위에 올라가면 제가 왕이지 말입니다." "크크 내가 박병장 한테 이런 소리도 듣고...전역할때가 된 건가?" "박병장님 저 말년 좀 낼 빡세게 굴려주시지 말입니다. 아주 죽겠습니다." "최병장님 들으셨지 말입니다. 내일 열외 없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라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하고 맛스타도 얻어 마시고 웃고 이야기 하다 보니 그 날 밤은 그렇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당연히 오전 오후 내내 미칠듯한 비닐 작업. 휴가증 하나만 바라보고 이악물고 참은 듯 하네요. 그러던 둘째 날.... "박병장." "병장 박 xx." 90미리 소대장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리더군요. 인솔자로서 같이 작업을 나온터라 소대장도 작업에 투입되어 있었지요. 소대장의 꾹 눌러 쓴 전투모 밑으로 흐르는 땀을 보니, 제 더위까지 증폭이 되는 느낌이었답니다. '날 더워 죽겠는데 어지간하면 벗고 하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들더군요. 간부들이야 일반 병들이 모르는 어떤 기합같은게 있는 모양이죠. 안그런 사람은 안 그러지만 제가 본 장교들은 다 그랬습니다. "박병장 정말 이거 부탁하기 미안한데 말야." "어떤일인데 말입니까?" 작업 추가 인가 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김상병이 90미리 교육때문에 연대에 가야 하거든. 이번에 김상병이 분대장 달았잖아." "김상병 말입니까? 벌써...." 저는 일주일 고참이 위로 두명이나 있어서 제대할때까지 분대장 견장을 달아보질 못했네요. 좀 부러웠죠. "이병장이야 이젠 말년이니 예외고해서 김상병이 이틀동안 교육을 가야하는데 근무땜빵 좀 해줘야겠어. 박병장이..." 솔직히 간부의 명령조는 그닥 맘에 안 들었지만, 어차피 거부도 할 수 없고 싫은 내색 없이 수락해 버렸습니다. "작업이 많아서 고생하는 거 잘 아는데...이번만 좀 부탁하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 위에 있어도 서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고."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근무를 설 생각을 하니 환장하겠더라고요.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게... '이틀만 참자....' 하고 마음을 굳히기로 했죠. 그리고 저녁... 해지기 30분전에 전원투입을 준비하고 전원 초소에 투입 후 전반야 근무인 저는 철책에 남아 약 4시간 정도의 근무를 서야 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근무라 좀 짜증이 나긴 했죠. 하지만 부사수가 전방에 올라와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이었기에 그다지 지루 할 것 같진 않았더랬죠. 군기도 바짝들어있을 때고, 고참의 관례라 생각되는 사회에서의 일들을 물어보기로 생각하니, 별 관심은 없지만 이것저것 물어보며 시간은 잘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거 저거 물어보며,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흐른줄도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였죠. '삐익' '5초 밀조이동 시작하십시요.' 두 번째의 밀조를 알리는 인터폰이 상황실로부터 연결되었습니다. "응? 벌써 그렇게 됐나? 몇시야?" "예. 23시 10분입니다." "벌써?" "예. 그렇습니다." "그래? 이동한다고 알려." "예. 알겠습니다." 부사수를 통해 이동을 알리고 우린 다른 근무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동하는 길은 울퉁불퉁한 언덕길이 아니라 완전 평지라 정말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더군요. 게다가 옆쪽은 소양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서인지 약간 시원한 기분이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떠들다보니 어느새 같은 근무조의 초소에 이르렀고, 다른 중대 아저씨라 그냥 눈인사 정도로만 끝내고 밀조이동을 마치게 되었죠. 그리고 올라선 초소. 전방에 강줄기가 훤히 보이는 그런 전망이었습니다. 왼쪽 아래로는 수통문도 보이고, 전방에는 그다지 키가 높지 않은 수풀들이라 그런지 시야도 확 트여 감시초소라고 하기에 딱 알맞는 그런 느낌이었죠. 수통문이란 물이 흐르는 강이나 개울에 단단한 철로 만든 철조망 같은 개폐형 문을 가르키죠. 다시 말하면 잠수를 통해 남침 해오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한 시간만 개기자.' 라는 생각이 들자 부사수 한테 뭘 물어봐서 시간을 떼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사수를 지나쳐 초소 안쪽으로 들어갔더랬죠. 창틀에 거치된 K3 한정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바닥을 살펴 탄통이 있나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예상된 곳에서 탄통을 찾을 수 있었고, 저는 그옆에 대충 제 소총을 세워두고 부사수를 향해 돌아볼려고 했죠. 그 때 였습니다. 휙 스쳐가는 곁눈질에 보이는 뭔가에 신경을 뺏길때가 가끔씩들 있죠?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하고 전방쪽을 주시하니, 보이는 건 그냥 안개 뿐. 그런데.... 해뜨기 전의 스물스물 피어나는 그런 안개가 소양강 물줄기 위쪽으로 진하게 깔리고 있었죠. '........' 원래 제가 있는 소초의 고가초소에서 해뜨기 전에 그 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뭐랄까...뛰어내리면 끝도 없이 가라앉을 것 같은 바다같은 느낌이랄까... 안개가 그만큼 짙고 양도 엄청나게 깔리지요. 그냥 저 밑엔 하얀 구름만 있다라는 생각에 원래의 풍경자체는 가려진게 아니라 그냥 없는 없을 것이다 라고 느껴질 정도로 하얗고 진한 안개가 드리워지죠. 충동적으로 뛰어내려도 전혀 이상 할 것이 없는 그런 안개의 바다라고 하면 딱 맞겠네요. 그런 안개에 마음을 뺏긴건지, 저는 생각을 멍하게 그 안개를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박병장님." "으..응?" "아까 하던 이야기 말입니다." "그래 이야기 마저 해야지." 저는 뺏겼던 정신을 다시 찾고, 밀조 이동을 하며 신나게 떠들어댔던 이등병의 사회이야기로 다시 분위기를 전환시켰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근무 교대 시간이 되어 저만치 투입되는 교대 근무자들을 볼 때 였습니다. '응?' 한 순간이었습니다. 곁눈질에 뭔가 보인 걸 느낀 것이. 저는 반사적으로 초소의 전방을 주시하게 되었습니다. 아까보다는 좀더 진한 안개의 흐름... 그동안 산에 피어나던 안개만 보아서 그런지 물위로 진하게 형성되어 흐르는 안개는 왠지 모를 신비감 마저 주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점을 하나 느끼게 되었는데, 물안개라 하면 말 그대로 물표면의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형성되는 안개라 물의 표면과 안개층은 같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제가 본 안개는 물론 거리가 멀어서 자세히 안보여 그런걸수도 있었겠지만 물의 표면과 완전히 분리되어 그 위를 흐르는 모양을 하고 있더라고요. 물표면에서 올라가는 수증기가 전혀 안 보이더란 말입니다. '원래 물안개가 저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좀 더 자세히 볼려고 한 그 순간 이었습니다. 그 때 였죠. 물 표면과 안개사이는 완전히 동떨어져 그 사이는 안개에 흐릿한 공간이 아니라 빈 공간처럼 가시적으로 뚜렷한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에 사람의 발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안개층으로 부터 쑥 하고 삐져나와 물 위에 우뚝 서는 것이었습니다. "허헉!" 저는 튀어나오는 비명을 참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다 소초 벽면에 '쿵' 하고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부사수가 놀라 돌아보며 의아한 눈빛을 던지더군요. 그 순간 그 부사수 눈빛도 얼마나 무섭던지...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야! 지금 봤냐?" "예? 근무자 말입니까?" 왜 그러냐는 표정에 저도 한동안 어이가 없어, 부사수와 초소 밖을 번갈아 바라보며.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할려고 애썼던 기억이 나네요. "뭐지 씨발...." 욕이 중얼거림 처럼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등에 한기가 스윽 타고 흐르더군요. 두려움과 공포가 엄청나게 밀려오던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공포에 질려갈 무렵, 교대 근무자들이 도착했고, 저는 잰 걸음으로 거의 뛰는것에 가까울 만큼 중대 오피로 뛰어들어가게 되었죠. 그리고 내무실에 들어오자 마자 깨어있는 모든 인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죠. 당연히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죠. 다들 웃어 넘기는 그런 표정들.... 하여튼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출처] 포상휴가 #1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군대는 다녀온 적도 없는데 귀신썰이랑 엮이면 너무 무서워져 군대 귀신썰은 어쩌면 그렇게 다들 무서울까... 그러니까 쓰니는 대체 뭘 본걸까? 그건 내일 이 시간에 ㅎㅎㅎㅎ 내일 보자! 잘 자고!
퍼오는 귀신썰) 거울
다들 편안한 주말 보내고 있나 모르겠네 이제 날씨가 완전 가을이네 그치. 여차하면 금방 겨울 되겠다. 물론 귀신썰과 함께라면 벌써 마음은 겨울 ㅋㅋㅋ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해주겠어 오늘도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 얼마전에 자주가던 공포 까페에서 어떤 귀신에 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불현듯 전방에 있을 당시 부소초장이 해주던 어린시절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낮에 들었는데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실실웃는 면상으로 기가막히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줬던 사람입니다. 그 이야기를 제가 한 번 해보도록 하지요. - 때는 그가 어렸을 당시 랍니다. 그는 중학교 시절 방학 때 인적없는 시골 할머니댁에서 생활 한 적이 있었답니다. 부모님과 같이 내려갔는지 아닌지는 안 물어봐서 모르겠네요. 본문에는 뭐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 어느날 이었답니다. 어른이 되서는 간밤에 깨서 화장실을 간적이 거의 없다던 그.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만 그의 말로는 어렸을 적에는 자주 그런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날도 별거 없이 소변을 느끼고, 문득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였답니다. 게슴츠례한 눈에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뭔가가 부스럭 거리는게 보였는데, 누군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고 있더랍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세로 약 50cm 가로 야 20cm 정도? 나무틀로 만들어진 거울 이었답니다. 저는 그 이야길 듣고 어렵지 않게 비슷한 거울을 떠 올릴 수 있었습니다. "........" 그렇게 상체는 일으키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본능적으로는 말을 걸면 안되겠다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네요. 그런 모습에 소변이 마려운 것도 어느정도는 잊고 있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은 타이밍에 하반신을 약간 비틀었고, 이불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그 누군가가 그에게로 고개를 휙 돌리더랍니다. "!!!" 엄청 잽싸게 이불을 뒤집어 썼다고 하네요. 무척이나 쫄았었답니다. 이불에 파묻히듯 뒤집어 쓰고, 그 안에서 벌벌벌 거리기를 몇분 정도. 그사람과 눈이 마주친 것 같기도 하는 생각에, 걸리면 큰일난다 라는 본능이 심장이 터져나갈 정도로 도리깨질 했다는 표현을 썼답니다. 도저히 다시 잠이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눈이 커다랗게 떠져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불속 안을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고 있었답니다. 그러나 억누를 수 없는 이불 밖 상황에 대한 호기심. 두려우면서도 이불 바깥쪽에 대한 호기심이 꼬마의 재량껏 낼 수 있는 어색한 몸부림을 일게해 이불을 머리에서 걷어냈답니다. '없...?' 말그대로 없더랍니다. 그러다가 눈이 문쪽으로 가는데, 내가 왜 일어났지 하는 생각이 들자 소변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네요. 바로 요강을 찾기 위해서 였다죠. 밤에는 화장실 가기 귀찮아 할 손자를 생각해 가져다 놓으셨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왜 그걸 사용하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는데, 그날만은 정말 감사히 사용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바깥에서 들려오는 개가 짖는 소리에 번뜩 정신이 드는 것이 머리를 빗던 사람이 없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 할 수 있었답니다. 그때쯤 되니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이 무척이나 발동해 방문을 살짝 열고 빼꼼히 내다보았는데, 문을 활짝 열수 없었던지라 시각에 어느정도 제한이 있었답니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것이 어두운 마루와 저만치 보이는 개집. 그 개집 앞에 말뚝을 박아 놓고 흔히들 말하는 누렁이를 묶어 놓았는데, 그 녀석이 묶인 줄이 끊어져라 이리저리 방방 뛰면서 짖더랍니다. '컹 컹!' 달밤이라 마당이 훤하게 보여서 누렁이가 뭘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네요. 하늘을 향해 달을 보고 짖는 것은 아닌 것은 분명했고 정말 목청이 쉬어라 짖어대는데 컹컹거리는 방향을 보니 분명 저 앞에 무엇인가를 향한것이 확실했답니다. '뭐지....?' 계속 보고 싶은 호기심... 그 때였답니다. '깨갱' 줄이 끊어져라 튀어나갈려던 누렁이가 개집안으로 후다닥 튀어들어가더니 끄응 거리는 소리를 내며 으르렁 거리더랍니다. 그리고 그는 확실히 봤답니다. 길다란 막대기 같은 그림자를. 아니 얇고 긴 그림자라고 생각해서 막대기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림자는 뱀처럼 휘는 모습을 하며 개집 위로 스윽 올라가더랍니다. 그때서야 그는 두려움을 느끼고 문을 닫고 바로 이불안으로 튀어들어가 어떻게 해서든 잠을 잘려고 노력했다네요. 일단은 그렇게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어난 아침에 할머니께 여쭈었답니다. "할머니 어젯밤에 말이예요...." 하고... 하지만 할머니는 그저 그렇다는 반응 이셨다네요. 손자가 그냥 헛것을 본것이려니 하는 표정이었다나... 그리고 또 밤은 찾아 왔답니다. 그러나 무서운 생각과는 다르게 그날 밤엔 아무일도 없었고, 다가오는 여러 밤들도 아무런 의식없이 잠이 들 수 있었다네요. 하지만 완전 잊어갈 무렵 어느 날 밤. '뎅 뎅 뎅' 시골 어디나 괘종시계가 있었나 봅니다. 저희 집 시골에도 그런것이 있었으니... 마루에서 울리는 새벽 3시를 알리는 소리에 그는 그냥 눈이 떠졌답니다. 소변이 마려운 것도 아니었고 그냥 눈이 떠지는 것. 그리고 옆을 쳐다보니 그 날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고 하네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는 그날밤의 사람. 그는 뜬 눈을 질끈 감았다가 살짝 뜨며 그 상황을 지켜보았답니다. '누구지....?' 계속 생각해 보았지만 어두울 뿐더러 낯이 익은 얼굴이 아니라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는 수밖에 없었다네요. 그저 긴 머리를 계속해서 내려빗는 모습에 여자 일것이다라는 생각만 들었답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거울이 내 방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하지만 때마침 거울을 바닥에 내려놓고 일어나려는 모습에 생각은 길게 가지 않았다네요. 눈만 질끈 감고 자고 있는 척을 했답니다. 뒤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뎅 뎅 뎅 뎅' 네시를 알리는 괘종소리가 나자마자, '컹 컹' 누렁이의 짖는 소리가 들려오더랍니다. 그는 살짝 눈을 뜨고, 그 자세에서 볼 수 있는 모든곳에 시선을 뿌렸답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누렁이의 짖음. 자리에서 일어나 엎드린채로 엉금엉금 기어 문가에 다가가 살짝 열고선 마당쪽을 바라 보았답니다. 그날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에 다른게 있다면 무월광이라 마당이 굉장히 어두웠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누렁의 낑낑거림을 들었지만, 그날과 같은 그림자 같은 건 확인 할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그 때. 그 어두움 속에서 뭔가 꾸물거리는 것이 보이는 듯 아니 느끼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뭔가가 마루를 향해 스윽 올라오더랍니다. 기겁을 하고 몸을 굴리듯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 빼꼼히 문쪽을 바라보았다고 하네요. 어둠에 눈이 많이 적응이 되어서 일까라나요? 방안의 모든 사물들이 식별이 되었는데, 바닥에 있어야 할 거울이 안 보이더라는 겁니다. '아까는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것이라나요? '..........' 숨을 죽이고 침이 꼴깍 넘어가는데, 다행히도 문이 그냥 열리기만 했을 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고 합니다. '안닫고 와서 열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저히 다시 닫으러 갈 용기는 안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어느새 눈을 떠보니 아침. 퀭한 시선으로 저만치 닫혀진 문이 보이는데, 마땅 있어야 할 거울이 보이지 않더랍니다. '밤에도 분명히 없었지.' 그리고 며칠 후. 그날밤의 기억은 처음과 같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네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 무엇도 잃어버리는 것인가 봅니다. 방학도 슬슬 끝나가는 지라 집으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고 있었답니다. 어쨌든 밤은 찾아오고 잊었다고 생각할 무렵의 그날이었다네요. 무슨 꿈을 꾼 것 같기는 한데, 당시에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냥 새벽에 눈이 떠지더라는 겁니다. '뎅 뎅 뎅~' 정확히 세번. '3시?' 눈을 뜨고 그냥 멍하니 있었는데, 번뜩 그날들의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휙 돌렸답니다. '탁' 그제서야 막 누군가 나가며 문이 닫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누군가는 아마 그 여자 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거울?' 문쪽으로 있던 시선이 자연히 바닥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여자가 항상 바라보던 거울이 있었다는 겁니다. '........' 그는 주위를 힐끔 거리다 엉금엉금 기어서 그 거울로 다가갔다고 하네요. 하지만 바로 거울을 본것이 아니라 문가쪽으로 다가가 살짝 문을 열고 바깥을 빼꼼히 살피는게 우선이었답니다. 보름에 가까운 달이 었다네요. 엄청 밝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빼꼼히 밖을 바라보는데, 어쩐지 누렁이도 조용하고, 별 다른 동요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 분명 그여자가 바깥에 나가면 그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중이었답니다. 그러다가..... "아..." 자기도 모르게 나지막히 목소리가 나고, 오감이 등뒤에 뭔가를 느끼는 중이었다고 하네요. '뒤에.........' 조심스례 열었던 문을 닫고, 거기서 돌아서려는 차에 본능적으로 그러면 안된다고 경고가 오더랍니다. 그래서 그 자세 그대로 손바닥과 무릎으로 뒤로 기어 이불안으로 들어갈려고 했다네요. 그리고 거의 다 들어왔을 무렵 눈앞에 놓여진 거울. 그대로 이불안으로 들어가 자야겠다는 본능보다는 그 거울에 대한 호기심이 계속 요동쳐서 확인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네요. '죽기야 하겠어...' 그는 다시 앞으로 기어 그 거울 앞으로 다가가 바닥에 놓인 그대로 거울을 바라 보았답니다. 그냥 평범한 거울. 엎드린 자세 그대로 거울을 보고있자니 어두운 자신의 얼굴과 천정이 보이더랍니다. 방은 어두웠지만 적응이 되어서 방안의 사물이 거의 식별이 가능했고, 달빛도 환해 방안 어디라고 그렇게 어두운 구석은 없어 보였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게 뭐지...?' 거울 오른 윗쪽이 굉장히 어둡더랍니다. 어둡다기 보다는 멍이 들어있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라고 했네요. '뽀드득 뽀드득' 그 어두운 곳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답니다. 하지만 그 어둠은 손가락에 닿는 그런 어두움이 아니었다네요. 확실히 거울의 그 부분만 무엇도 비추어지지 않는 이상한 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천정이 어두운건가?' 고갤 돌려 천정을 쳐다보았지만, 천정은 달빛이 반사되어 밝은 편이었고 식별도 충분히 가능 할 정도 였다네요. 그때 였답니다. 거울속 어두운 그 부분이 왠지 꿈틀거리고 있다고 느껴지더랍니다. '뭐....?' 다시 한 번 손가락을 가져다 댈려다 왠지 직감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등뒤의 서늘함... 거울속의 어둠은 거의 확실한 형태를 취해가고 있었다고 하네요.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그 검은 덩어리는 분명...... '그 여자다!' 마침내 꿈틀거림은 형태를 거의 이룰 듯 하고, 그는 미친듯이 놀라며 이불안으로 튀어 들어갔답니다. 이불안에서 웅크리고 한참동안을 벌벌벌 떨면서 잠을 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죠. 그런 그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미칠듯 한 호기심이 문제였지. 그 와중에도 이불 밖이 얼마나 궁금하던지....." 평소에도 웃는 얼굴외에는 다른 표정이 없어 보일 정도로 밝은 모습에 호기심은 그의 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역시나 그의 말대로 그는 이불 밖을 관찰하기 위해 굉장히 조심스레 시선이 트일 공간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었다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어?' 조심스레 공간을 만들고 이불 밖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그곳에 당연 있어야 할 거울이 없었다는 겁니다. '없어졌다.' 더 자세히 찾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요동을 치더랍니다. 하지만 더 험한꼴 당하긴 싫었는지 호기심을 억누를 수 밖에 없었다네요. 그렇게 포기를 하고 이불을 다시 뒤집어 쓰고 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옆으로 꾸부정하게 누워 있던 자세가 불편해 몸을 돌려누우며 천장을 향해 시선을 던졌을 때라네요. (사진은 주온의 한 장면. 마땅히 쓸 사진이 없어서요. 머릿속에 그 상황이 신나게 그려지는데 컨이 발컨이라 머릿속 상상이 그림으로는 죽어도 안나오네요....제 생각대로의 사진이라면 효과 만점 일텐데...) 옵몬 등장 : 사진은 무서워서... 못 갖고왔어... 미안... 대충 상상은 되지 않아 그래도? 그는 그냥 그대로 비명도 못 지르고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자세히는 못 봤어도 거울이 머리위에 떠 있는 것이 보이는 순간 그 거울에서 목이 길게 늘어지는 그것이 자신의 눈 앞에까지 오는중이었다고 하네요. 옵몬 또 등장 : 여기도 무서운 사진이라 안가져왔어 ㅠㅠㅠ 그냥 말 그대로야 귀신이 눈앞에 오는 사진이란 말이야 ㅠㅠㅠㅠ 이런 느낌이랄까... 그림 실력이 발컨이라 느낌 전달이 잘 안되네요. 여튼 이 이야기 해 주신 분의 이야기가 몇개 더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남아서 올려봅니다. 부소초장이 말해준 그 이야기가 저는 일본 귀신 로쿠로쿠비 같은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거울이라는 아이템은 좀 생소하네요... 여까지 할게요~ 담에 뵈요~ [출처] 거울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 참고로 로쿠로쿠비는 이런거야 일본의 인간형 요괴로, 목이 뱀처럼 길게 늘어나는 것이 특징. 대부분의 전승에서는 안색이 창백한 것만 제외하면 보통 인간과 다름없는 존재로, 자는 도중에 목이 늘어나면서 주변에 안개나 연기와도 같은 뿌연 것이 나온다. 주로 본인은 자고있느라 모르는 상태에서 목이 늘어나는데, 오밤중에 이를 목격한 사람이 있을 시에는 다시 본래대로 돌아온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기가 평범한 인간이 아닌 존재, 즉 요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출처 : 나무위키] 라고해. 이 이미지는 덜 무섭군ㅎㅎ 시골의 밤은 이상하게 더 무서운 것 같아 서울은 밤이 되어도 불을 꺼도 여전히 밝지만 시골은 가로등도 잘 없어서 더 어두워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암튼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내일도 같이 보쟈 ㅎㅎ 잘 자고!
퍼오는 귀신썰) 다른 이의 꿈 3화
오늘은 밤에 바쁠 것 같아서 낮에 왔어 ㅎㅎ 하늘도 예쁘고, 예쁜 하늘 만큼 포근한 이야기니까! 모두의 마음에 감성 한 스푼 얹어지는 이야기였음 좋겠다 다른이의 꿈 이야기는 오늘로 마무리 될거야 같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볼까아? _______________________ 시간과 함께 기억은 흐려진다. 아무리 강렬한 기억이라도 결국은 잊혀지기 마련. 나의 기억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색되고 엷어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머리가 아닌 코 끝에 새겨진 기억은 시간을 거슬러 생생하게 남아있다. 첫번째 삶. 정확히는 내가 기억하는 첫번째 삶.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은 더이상 나에게 아픔이 아니다. 하지만 흙웅덩이에 고인 핏물이 진흙과 섞여 썩는 냄새… 그 비릿한 냄새가 코 끝에서 느껴지면 몸과 마음의 모든 기능이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 “하하, 웃어서 미안. 그런데 자기 정말 고수풀 냄새 때문에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거야?” 그녀는 식당에서 창백해진 나의 얼굴을 보고 많이 걱정을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수 향을 이겨내는 강력한 냄새가 하나 있다 말했다. 그리고는 캐리어 가방 안쪽에서 컵라면을 꺼내들었다. 나는 말했다. “호텔인데 옆방까지 냄새 풍기지 않을까? 창문도 열 수 없게 되어있던데…” 그녀는 찡긋 웃으며 말했다. “신혼여행 온 새신랑이 배가 고파서 해야할 중요한 일을 못하면 안되잖아.”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고, 잠시 후 그녀는 나의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잠이 든 그녀는 몸을 뒤척이다 나를 향해 돌아 누웠다. 그녀의 체취가 느껴졌다. 그녀의 체취.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나의 코에 각인된 또 하나의 냄새였다. 태국의 여름은 무척 덥고 습했다. 신혼여행 내내 그녀의 체취는 나의 코를 강렬하게 자극했다. 신혼여행 매순간순간 황홀한 느낌이 멈추지 않았다. == 그녀와의 첫만남은 교통사고였다. 망자의 혼은 자신이 사는 작은 원룸으로 돌아와 있었다. 망자는 자신이 교통사고로 죽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망자에게 교통사고에 대해 설명하던 중 흐릿하게 느껴지던 향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였다. 새로운 몸을 받아 태어나고 그동안 애타게 찾아헤맨 그녀였다. 그때 나는 온전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살려낸 후에야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죽었어야 하는 자의 삶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나의 욕심으로 힘든 삶을 살아야 할 그녀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되살아난 그녀를 직접 봤을 때 미안한 마음은 사라졌다. 온 세상이 그녀의 체취로 가득한 것 같았다. 그녀와의 첫 대화.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냄새가 나는지 나에게 물었고, 나는 말했다. 오랜 시간 냄새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코가 뻥하고 뚤려 냄새가 느껴진다고… == 이미 한번의 죽음을 되돌린 탓인지 그녀의 삶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10년 남짓 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장례식…… 그리고 사십구제. 그녀가 없는 세상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사십구제가 끝나길 기다렸다. 사실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염습에서 시작하는 모든 장례 의식은 사실 죽은 자를 위함이 아니다. 남겨진 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49일, 그 길지 않았던 시간의 흐름이 격했던 나의 감정을 누그러뜨렸다. 그녀와의 기억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녀의 미소. 그녀의 목소리. 그녀를 품에 안으면 느껴지는 포근함. 그녀의 손길. 그리고 그녀의 체취까지… 그렇게 그녀와의 기억을 곱씹었다. 이번삶 그녀는 무척 밝았었다. 이전의 삶에서 느껴졌던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밝은 모습이 그녀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삶에서 단짝 친구의 죽음이 그녀에게 그렇게 깊은 상처를 남겼던 것일까? 다음생의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죽음이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나의 이 세상 전부였고, 그녀의 죽음은 나와 세상과의 인연이 다했음을 의미했다. ==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나는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그녀를 찾았다. 하지만 체취만으로 그녀를 찾는 일은 늘 그렇듯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 망자는 6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망자는 나를 보고 말했다. “드디어 오셨군요.” 가끔 저승사자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를 기다리신 건가요?” 망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망자는 떠나기 전에 딸아이를 한번 보고싶다 말했다. 망자의 딸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곳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향기를… 지난 삶은 그녀 자신의 죽음… 그리고 이번 삶은 그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전의 삶들과 달랐다. 그녀의 단짝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녀 머리에 꽂혀있는 검정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바람에 실린 그녀의 체취가 느껴졌다. 숨을 크게 들이쉬는 사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그녀였다. “이제 코가 뚫려서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나요?” 무표정 했던 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를 어떻게 알아봤나요?” 그녀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는 순간. 그녀는 손을 움츠렸다. 다른 모습의 내가 어색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하루는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난삶…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때… 그쪽이 교통사고로 죽은 나를 살려준 것으로 알고 있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때 그게... 내가 아니고… 나와 같은 자취방을 쓰던 언니였어요.” 그녀의 말에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물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나에게 왜 해주는 건가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혹시…… 그쪽이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니고… 그 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그때 내가 실수를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찾는 사람은 당신이 분명해요. 지금도 이렇게 느껴지는걸요.” 그러면 됐다고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느껴졌다. 나의 왼손에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녀의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들이 나의 손가락들 사이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얼굴이 나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의 진한 체취가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머리속 그녀가 말한 그녀의 선배 언니에 대한 생각을 애써 지워냈다. == 의대생인 그녀는 무척 바빴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내가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틈틈이 그녀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 만날 때면 그녀는 종종 나의 어깨에 기대 부족한 잠을 자곤 했다. 하루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지.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툭 던지듯 대답했다. “수능 점수가 잘나와서 의대 말고는 갈 곳이 없었어.” 나의 심각한 표정에 그녀는 멋적은 듯 웃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심각해? 내가 너무 잘난체 하는 것 같잖아.” “하하. 아니야.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글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든데, 소중한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면 내가 직접 치료해주고 싶어서 의대에 왔다고 하면 믿으려나?” “에이— 그런 이유로 의사가 되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치? 흠—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 왜 의대에 왔는지…”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치료해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녀는 은우로 살았던 지난 삶과 지금의 삶만 기억한다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의식 속에 그 이전의 삶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들. 그곳의 그녀에게는 늘 그녀의 단짝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단짝 친구를 만난 적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살아있는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친구가 그녀에게는 그녀의 가족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가족이 죽었을 때 그녀는 그렇게 긴 시간 슬퍼하지 않았으니까. 이번삶. 그녀에게는 그 단짝 친구가 없었다. 처음에는 나 역시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와 처음 손을 잡은 날. 교통사고로 죽었던 그녀의 선배를 내가 살려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삶 그녀에게 그 단짝 친구가 없다는 사실은 그녀의 선배가 아직 살아있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40년 전 일이었다. 나의 실수로 인해 그녀의 친구가 그 긴 시간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 “은우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나를 탐색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지만 그 눈빛은 지난 삶의 그녀와 똑같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지금 나한테 심각한 이야기 하려고 했지? 넌 긴장하면 얼굴에 다 보여. 그건 어쩜 예나 지금이나 똑같니?” “하하. 그런가?” 그녀는 두손으로 나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흠… 그래도 인물은 옛날이 더 좋았는데…” “하하하. 그래? 음… 못생겨져서 미안해.” “뭐, 미안할 것까지야. 그래도 내 눈에는 반짝반짝 예쁘게 보이니까 걱정하진 마.”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녀는 나에게 말하곤 했다. 나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고. 내가 후각으로 그녀를 알아내는 반면 그녀는 아마도 시각으로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미세한 표정의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는 듯 했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하하. 별거 아니야.” “뭔데? 궁금하게… 나 곧 죽는 거야?” 나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거 아니야.” “알았어. 미안. 그런데 정말 뭔데?” “진짜 별거 아니고, 네 이름 있잖아….” “아… 그치? 신기하지? 하하.” 은우. 흔치 않은 이름인데 그녀는 지난삶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내 이름... 우리 엄마가 지어줬어. 그런데 우리 엄마 있잖아…… 전생에 네가 착각해서 살려준 선배 언니가 바로 우리 엄마야.” 그녀의 말에 나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목 뒷덜미의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부정하고 있었던 사실. 그녀 단짝 친구가 죽어야 그녀와 내가 만날 수 있다. 나는 눈을 감았다. ==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그녀와 나는 작은 살림을 합쳐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외과 수련의 과정을 시작한 그녀는 무척 바빴다. 사람이 이렇게 바쁠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바빴다.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일이 흔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와서 자고 이튿날 새벽에 나가는 날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날이었다. 하루는 이른 저녁 그녀가 집으로 왔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불과 몇시간 전. 그녀가 일하는 응급실에서 나는 작은 영혼을 거두어야 했었다. 그날밤. 그녀가 잠든 나를 깨웠다. 그리고 퉁퉁 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물었다. 꿈에 작은 소녀가 죽는 모습이 자꾸 보인다고… 혹시 은화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그녀는 지난삶 이전의 삶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했지만, 아마도 몇몇 강렬했던 기억들은 무의식을 통해 느끼고 있는 듯 했다. == 지난생 바로 이전의 삶. 그녀의 가장 슬펐던 삶. 내가 그녀를 처음 본 날은 보름달이 밝은 밤이었다. 그때 우리의 첫만남은 무척 빨랐다. 그녀와 나의 나이 겨우 아홉 그리고 여덟이었으니까. 내가 그녀를 찾아냈던 그 때… 그녀가 잃은 단짝 친구가 바로 은화였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였고, 그녀는 자신의 단짝 친구가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 이전의 삶에서도 단짝 친구의 죽음은 그녀에게 항상 큰 슬픔이었다. 하지만 그때 은화의 죽음은 어렸던 그녀가 감당해내기 힘든 충격이었다. 은화의 죽음 후 그녀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어증 증상은 조금씩 나아졌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그녀는 말 하는 것이 온전치 못했다. 혼례를 올리고 그녀와 함께 사는 동안… 한달에 한번 그녀는 뒷마당에 깨끗한 물한잔을 떠놓고 기도를 올렸다. 보름달이 하늘 높이 오르면 그녀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뒷마당으로 나갔고, 달이 서쪽 언덕 아래로 떨어지고 나서야 그녀의 기도가 끝났다. 차라리 추운 겨울이 나았다. 장마가 시작하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기도를 마친 그녀의 얼굴과 손등은 온통 모기와 벌레에 물려 퉁퉁 부어있었다. 한번은 내가 물었다. 무얼 그리 애타게 빌고 기도하느냐고. 나의 물음에 그녀는 더듬거리는 어눌한 말투로 답했다. 은화가 다음생에 태어나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 끅끅거리며 울음을 삼키는 그녀를 달래며 나는 생각했다.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잠시 고민을 했고, 그녀에게 은화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은화의 죽음을 통해 내가 그녀를 찾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는 물었다. 내가 은화를 만난 적이 있는지. 은화의 혼을 인도하는 길… 자기보다 어린 아이가 저승사자일 줄을 몰랐다며 재잘거리던 은화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은우와 나는 눈이 마주쳤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 어느 늦은밤. 그녀는 응급실 당직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때 먼저 자고 있던 나는 잠이 확 달아났다. 눈을 비비며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태국 음식 먹었구나.” “응…… 미안……. 씻고 누우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어서 자.” 나는 다시 잠을 청했고, 잠시후 그녀의 잠꼬대 같은 말이 들려왔다. “그런데…… 자기는…… 안 궁금해?” “응? 뭐가?” “있잖아… 내가 어떻게… 전생을 기억하게 됐는지……?” “그때 은우 네가 똑똑해져서 다 기억하는 거라 말하지 않았나?”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고, 나 때문에 잠이 다 달아났다며 나를 나무랐다. 그리고 그녀는 저승과 이승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을 아는지 물었다. 나는 안다 말했고, 그녀는 그 고수풀 향기 진한 시냇물이 전생의 기억을 지우는 것 같다 말해주었다. == 시간은 흘렀다. 은우 어머니의 다섯번째 기일. 우리는 그녀 어머니가 모셔져 있는 안식원을 찾았다. 은우는 유리 건너편 그녀 어머니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엄마는 어쩌면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물었다. “뭐를…?” 그녀는 여전히 사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전생에 동아리 후배였다는 걸…… 내 이름이 흔한 이름은 아니잖아.” “너를 직접 알아본 것은 아닐 꺼고… 아마도 느낌으로 아시지 않았을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식원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고속버스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우리 벌써 5년이야. 시간 참 빠르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다시 유리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시후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 혹시……… 우리 만난 거……” 나는 마치 나쁜짓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불안해진 내가 결국 입을 열었다. “맞아……… 너희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가… 그때야… 너를 처음 찾았을 때가……” 그때 그녀는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안식원을 다녀오고, 일주일 동안 그녀는 집에 오지 않았다. 그녀가 병원 연구실 간이 침대에서 자는 일은 흔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그녀는 빨래감을 한아름 안아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는 저녁도 먹지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건조대에 널어놓고, 침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다. 다음날. 우리는 오랜만에 아침을 같이 먹었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말했다.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녀의 어머니, 그러니까 지난삶 그녀의 선배 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이 맞느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은화가 죽었을 때… 그때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거고?” “……………맞아…”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 “그 이전 삶에서도 마찬가지였어… 네가 아끼는 친구가 죽으면… 그때 나는 너를 찾아내. 그 전 삶에서도 그랬고… 또 그 이전 삶에서도…… 내가 네 친구의 혼을 거두러 가면……. 그곳에 네가 있어.” 그녀는 두손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그녀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녀와 내가 만나기 위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했다. 나는 그녀를 이해한다 말했다. 그리고 긴 시간 그 사실을 숨겨 미안하다 말했다. 그녀의 두손이 나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 말했지만,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에 묻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때 그녀는 나에게 왜 저승사자가 되었느냐고 말했던 것 같다. == 내가 다시 그녀를 만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육신은 죽은 영혼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영혼을 저승의 문으로 인도하는 길. 나를 알아본 그녀가 물었다. “그동안 잘 지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답니다.” 그렇게 조금은 무덤덤하게 서로의 안부를 물은 후, 나는 늘 마음에 걸렸던 이야기를 그녀에게 해주었다. “예전에 우리가 함께였을 때…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뭔지 알 것 같아요. 그게 당신이 나에게 했던 유일한 거짓말이였으니까…” “알고 있었군요…" 그리고 나는 오래전 은화의 영혼과 나눈 이야기를 그녀에게 해주었다. == 저승사자라는 나의 말에 그 작은 영혼은 말했다. "너처럼 작은 아이도 저승사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저승사자는 커다란 칼을 차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 작은 영혼은 자신의 죽음보다 저승사자의 모습에 더 큰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은이, 이 가시나가 해준 이야기 순 거짓말이였네. 내가 처음부터 믿지 않은 게 다행이다. 헤헤.” 궁금한 마음에 나는 물었다. “그 은이라는 아이가 저승사자에 대해 알고 있어?” “응, 은이는 손금이 일자 손금이거든. 은이 말로는 자기처럼 일자 손금인 사람은 저승사자도 이기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얼마나 자랑을 했다고.” “일자 손금?” “응, 일자 손금인 사람들은 전생에 저승사자가 휘두른 칼을 두손으로 잡아서 막은 사람들이라는 거야. 그렇게 칼을 막느라 손에 손금이 일자로 깊게 패인 거라고. 그런데… 이거 거짓말 맞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화의 영혼은 떠나기 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은이를 한번 보고 가면 안되느냐 부탁했고, 괜찮다는 나의 대답에 은화의 영혼은 이내 은이가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 “그 은이라는 아이가 혹시 제가 맞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은화는 마지막으로 은이를 보고 뭐라 하던가요?” “자신이 발을 헛디딘 탓이지. 은이, 네  잘못이 아니라 했답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벌판을 그렇게 걸었다. 그녀와 나란히 걸으며 그녀의 향기가 느껴졌다. 코 끝에서 그녀의 향기가 느껴질 때마다 오래전 그녀와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우리는 작은 문앞에 도착했고, 그녀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와의 마지막.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나 없이 살아온 지난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해서 솔직히 많이 서운했어요… 혹시 거짓말이라면 당신 거짓말 하는 게 많이 늘은 것 같아.” “그건………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지…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였어요.” 한참이 지나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랬다면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그녀의 영혼은 그 작은 문 뒤 편으로 사라졌다. == 지난 여느 삶과 같았다. 그녀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이 나를 찾아왔다. 나의 혼을 거두어 준 또다른 저승사자와 함께 들판을 걸었다. 우리가 작은 문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제 저승사자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문을 지나 익숙한 오솔길을 홀로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시냇물이 나왔고, 나는 물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맑고 투명한 물에서는 진한 고수향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고, 몸을 낮춰 얼굴을 시냇물에 넣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상쾌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문득 궁금해졌다. 방금 전… 왜 그렇게 가슴이 찢기는 듯 아팠던 걸까? —끝— [출처] 저승사자가 되지 말 껄 그랬어 | 다른이의꿈★ _________________________ 소중한 사람이 죽어야 만날 수 있는 인연이라니. 누구에게도 잘못이 없는 걸 알면서도 이을 수는 없었겠지, 나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또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 여러분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 굳이 인연을 끊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냥 뭐랄까 나도 결국엔 고수향이 나는 시냇물을 마셨을 것 같아 매번 그렇게 마셨을 것 같아 이걸 보고 있는 너넨 어땠을까?
퍼오는 귀신썰) 고3때 만난 귀신썰
벌써 금요일이네 하루 쉬었다고 이렇게 금방이라니 신난다 ㅎㅎ 금요일이라 오늘 밤은 같이 귀신썰 보는 사람들이 좀 적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일찍 올려. 퇴근길에 같이 보자고 ㅎㅎ 시작할까? ____________________ 오랜만이네요~ 요즘 풍선디펜스(검색 ㄲ) 라는 게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답니다. 한 번 해보세요. 그 중독성은 제가 보장함... 1~3 까지 있는데 솔직히 1은 잠깐 맛만 보고 3탄 하드 모드로 해 보세요. 우와 이거 환장함 ㅋㅋㅋㅋ 암튼.. 다음 이야기 갑니다. 이번엔 예전 회사 동료의 고3 시절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 "뭐 하는 거예요?" "예?" "매일 뭘 그렇게 열심히 쓰는 건가요?" "그냥 취미생활이요.." 고개를 기웃기웃 모니터를 향하면서 무던히도 볼려고 애쓰더군요. "볼때마다 항상 뭔가 치고 계시던데...소설 같은거 쓰세요?" "그건 아니고...좀 무서운 이야기랄까....그런거죠." "오~ 무서운 이야기?" "........" "많이 쓰셨어요?" "그럭저럭요..." "저도 무서운거 좋아라 하는데..." "........" 솔직히 작업(?)에 방해 되는 요소는 사전에 제거해서 항상 쾌적함을 유지하려고 애쓰곤 한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여러모로 집중도 저하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서 해결을 해야만 하는 것이었고요. 그런데... "고딩 때 이런일이 있었죠. 한 번 들어 보실래요?" "고딩때요?" "야자시간에 있었던 일인데...." 동료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때는 여름방학을 얼마 앞두고 다가오는 기말고사 시즌이 바로 코앞에 닥쳤을 때 였답니다. "반장."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어느때나 다름없는 종례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아 잠깐." 교실문을 열고 나가던 담임이 돌아서더랍니다. 그 때 직감적으로 좋지 않은 뭔가를 느꼈는데... "야 너희들 오늘 야자 10시 까지다." '우~~~'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답니다. '훗 역시나....' 그도 그럴게 항상 9시 까지만 했는데 하는 생각들에 말이죠. "다음주부터 기말고사고 내일은 주말이고 하니 더 열심히 하라는 차원에서 교무회의 때 정해진거야. 행여나 오늘 9시에 가서 적발되는 놈들. 어제 못 들었어요 하는 변명 따위 아예 말아라! 이상!" '우~' 문을 닫고 나가는 담임의 등뒤에 좀전 보다 심한 야유가 퍼부어 졌답니다. "어후 썅. 이놈의 고3은 언제나 끝나는거냐. 오늘은 째지도 못하겠네." "야야 아서라. 째다 걸림 뒤질게 뻔하지. 접때 끌려가서 맞은거 생각하면 그냥 조용히 있다 졸업하고 싶어." 제 회사 동료와 친한 친구가 너스례를 떨더랍니다. "야 저녁 뭐 먹을까? 토스트 하나 먹고 올려?" "쯧....난 됐다 임마." "놀구있다. 어제도 안쳐먹고 배고파 뒤지겠다고 집으로 째자고 한놈이 누군데?" "어젠 어제고...." "좀따 나보고 째잔 이야기나 하지말어. 형은 아무거나 먹고 와야쓰겄다." 그렇게 친구는 휙 나가버리고, 동료는 그냥 잠이나 청하기로 했답니다. "글케 한참 잔거 같아요. 눈뜨니깐 8시 좀 넘었나..?" "엎드려서요?" "예." "그러고 잠이 오던가요? 저는 엎드려선 10분을 못 자겠던데..." "아휴 다 적응되요." 슬슬 배가 고파지더랍니다. '갔다올 걸 그랬나....' 다시 한 번 시계를 쳐다보니 8시는 충분히 넘은시간. '두 시간만 버티자.' 그렇게 생각하니 막 자다 일어난 터라 입이 텁텁한게 점심 때 사다놓은 캔음료를 찾으려고 책상안을 뒤적거렸답니다. 차갑지는 않은 쇳덩이가 잡히자 그대로 꺼내 한숨에 다 들이키고는 다시 한 번 잠을 청했답니다. "대단하시네요...저라면 그 자세에서 10분도 못 자고 다시 잔다는 건 엄두도 안 나겠는데." "다 되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두 번째는 많이 못 잤어요.." 갑자기 소변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나더랍니다. 자던 그대로 일어나 반사적으로 교실 뒷문으로 몸이 움직였다네요. 그런데 뭐랄까 평소같으면 그냥 문을 열고 나갔을 텐데 왠지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싶었답니다. 그대로 문을 열다 말고 고갤 돌려 교실을 한 번 쓰윽 돌아보니... "........" 평소와 전혀 다를게 없는 교실이었다네요. 거의 대부분이 쿠션이나 팔베개를 하고 엎드려 있고, 듬성듬성 빈 자리, 이어폰에 의지해 공부를 하고 있는 몇몇... 별 다른 모습도 없었답니다. '느낌인가...?' 그 이상은 별 생각이 없었답니다. 그렇게 교실문을 열고 나와 복도에 서자 몸의 방향이 화장실 쪽으로 돌아서는데, '아!'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화장실은 몇일전 부터 공사중이었다는게 생각이 나더랍니다. "아랫층으로 가야 하나..." 윗층으로 가자니 오르막길 이라 왠지 꺼려지는게, 아랫층으로 가자니 어두운 복도가 생각나 그것도 꺼려졌다네요. "어차피 올라오고 내려오고는 마찬가진데 왜 그러셨어요?" "사람 심리가 다 그런건가봐요." "훗...." 쓴 웃음이 나오더군요. 마찬가지를 가지고 왜 고민을 했을까 하고... "그 때 분명 선택을 잘못했어요. 그냥 위로 가는 거였는데...." "뭔일 있었나요?" "집에 갈때마다 계단 내려갈때는 주위가 시쓸벅적 해서 몰랐는데 혼자 내려가보니 이거 뭐 완전 다른 세상이던데요. 그냥 어둡고 퀭 한게..." "......." 계단을 반쯤 내려오니 남은 반 저 밑은 어둑어둑해서 다시 돌아올라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야자시간에는 사람이 올일이 없는 곳이라 형광등을 다 꺼놨는데, 그 스위치가 복도 중간에 있어 어떻게 해도 밝은 복도를 지나가기엔 무리가 있었다네요. '아 쪼금 무서운데...' 머리에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더랍니다. 특히 어렸을 때 본 전설의 고향이라던가 하는 것들이요. 그래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오직 화장실에 간다는 일념하나로 계단을 내려와 복도와 마주 서게 됐답니다. '왠지 살벌한데....' 하지만 자꾸 떠오르는 옛 기억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더랍니다. 뒤에서 뭔가 확 나타날 것 같은 생각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타일러 봤지만, 계속 돋는 닭살은 돌아본 저만치 멀어진 계단을 보자 더 심해졌다고 하네요.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일 없이 화장실에 도착해서 시원하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답니다. "솔직히 화장실 안에서도 많이 쫄았었죠. 일보는데 뒤에서 문이 확 열려지지는 않을까, 갑자기 입구가 닫혀서 갇히는게 아닌가 하고요." "그렇겠네요...아마 저였어도..." 물론이었죠. 예전 어두운 병원 복도에서 겪었던 두려움이 떠올라 어느정도 실감을 하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뭔일이 있었냐는 듯 그렇다고 뭔일이 있었던것도 아니었지만, 좀전보다는 약간 후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계단을 향해 걸었답니다. 그 때 였다나요? 제게 동료가 이야기 한 그대로 설명하자면, "그게 왜 있잖아요..." 하면서 책상위에 놓인 책자를 하나 집어들더니 자신의 뒷통수 근처로 가져다 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오더라고요...." 저도 한 번 따라해 보았죠. 확실히 뭔가가 스윽 다가와 있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직접 가져다 대었음에도 확실히 느낌은 전해져 오더라고요. 무엇이 있던 없던 그건은 상관없이요. "진짜 섬뜩 했어요. 이 다음 이야기부터는 어디 놀러가서 몇번 이야기 했었는데요.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무슨 영화 아니냐 그러면서 겁없는 애들은 절 놀리더라고요." "......어떤 이야기죠?" "그 느낌이 오고 나서 부터 말예요..." 걸음이 굉장히 무거워졌답니다. 그냥 앞에 보이는 계단만 보고 걸었다네요. 그래도 뒷통수에 정말 뭔가가 있다 라는 생각이 사라지질 않았답니다. 눈꺼풀이 덜덜덜 떨리는데 쳐다는 보고 싶고 그랬다가 정말 흉한 꼴 당할까 싶어 굉장히 망설였답니다. 그러다가 간신히란 말을 사용할만큼 온몸이 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올라서는 계단 첫칸에 발을 올려놓았답니다. 여차하면 위로 튀어올라 갈 수 있다고 안심이 된건지 아니면 곁눈질에 뒤엔 아무것도 없다라고, 느낀건지 그런 생각을 하니 더더욱 굉장히 의식되어 저 만치 복도끝을 쳐다 보았답니다. '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쭉 빼며 복도 끝에 있는 뭔가를 살펴보게 되었다네요. 그러나 살펴 볼 필요도 없었답니다. 아니 그러지 말고 그냥 바로 올라갔었어야 했답니다. 희꾸무레한 그것은 저 끝 복도 끝에 분명히 있었답니다. 어두워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사된 그 하얀것이 더 잘보였는데, 분명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자 계단에 올려놓은 발에 힘이 들어감이 느껴졌고, 그대로 있는 힘을 다해 교실이 있는 윗층으로 전속력을 냈답니다. 그렇게 튀듯이 계단의 반을 올라가 방향을 바꿔 고개를 들아보니 형광등의 불빛이 전혀 안 보이더랍니다. 혹시나하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복도의 형광등과 교실의 형광등은 전부다 꺼져 있더랍니다. '뭐야...? 내려온지 10분도 안된거 같은데....벌써 간거야?' 책상위에 두고온 시계 생각이 났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아랫층에서 본 것이 자신이 서 있는 저 멀리 정면에도 있더라네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 딱 그 때였답니다.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으악' 하는 소리가 튀어나갔는데, 공허하게 복도만 울리고는 아무 대답없이 정적이 찾아오자 소름이 확 올라왔다고 하네요. '어떻게하지....애들 벌써 다 간건가..소리를 들었으면 하나라도 튀어나와야 하는데...'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선은 애써 정면을 피하려고 해도 불안한 마음에 자꾸 보게 되더랍니다. 그러다가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아래쪽으로 한걸음 내려서면서 복도 끝을 바라보았을 때 였답니다. '아....!' 덜컥 겁이 나더랍니다. 내려갈려고 계단에 발을 디딘 순간 분명히 그것이 이쪽으로 이동을 했다네요. '오는 건가?' 또다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네요. '이렇게 죽을 수는 없지!' 라는 생각이 들자 미친듯이 계단 아래로 내달리는 자신을 알겠더랍니다. 절대 옆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서요. 그렇게 미친듯이 뛰어 1층까지 내려와 저 멀리 정면을 바라보니, 역시나 그것이 저 멀리 서있다고 했습니다. '미치겠네....도대체 뭐야 저거.' 그정도 쯤 되자 무서움보다는 짜증이 생겼다고 하네요. 하지만 본능적으로 두려운 느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답니다. '문제는....' 저 가운데에 있는 현관까지 어떻게 가느냐 였답니다. 솔직히 저기 있는 허연것이 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분명 자신에게는 위협적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고, 본능이 계속 호소 했다네요. '일단 나가고 보자.' 그렇게 한걸음 내딛었고, 이후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었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였을까요? 저 앞에 있는 허연것도 이쪽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오더랍니다. 자신이 나아가고 있어 가까워 지는 것이 아닌 분명 내가 움직일때마다 저것도 같이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는 것이었답니다. 갑자기 온몸에 서늘함이 쭈욱 타고 흘렀다네요. '가운데까지 가면 정확히 나랑 마주치....' 그는 앞으로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지 않은 채 뒷걸음질 쳤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우뚝 박혀있더라네요. '씨발 설마....' 설마하는 생각에 그는 뒷걸음질을 멈추고, 조심스례 앞으로 한 발 내딪었답니다. '으...으...' 이빨이 부들부들 떨리는 소리가 마치 남의 것인 마냥 들렸다는군요. 앞으로 한 발 내딪자 앞의 그것은 정확히 아니 그렇다고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라했죠. 완전한 공포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답니다. 그 자리에 서서는 꼼짝도 못하겠더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이번엔 그것이 스윽 하고 앞으로 다가왔다고 하네요.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답니다. 물론 그랬겠죠. 가지 않아도 오고 있고 간다하면 더 빨리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것.. "너 뭐야 도대체!!!!" 있는 힘을 다해 그것을 향해 소리쳤답니다. 하지만 반응은 없고, 몇걸음 더 좁혀오는 결과만 초래했다네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때 부터는 멈춤없이 다가오고 있었다고 하네요. 미쳐버릴 것 같았답니다. 걷는것도 아니고 몸이 들썩거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미끄러지듯 이동을 해오는지... 머릿속은 '귀신' 이라는 단어가 넘쳐 흐르고, 온몸에 소름이 돋다 못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도 않고, 뭐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데 입은 꾹 닫힌채 입술만 부르르 떨리더랍니다. 그리고 슬슬 그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났다고 하네요. 나중에 회상해 보아도 그것의 모습이 거의 보일 무렵 이후로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네요. 그의 말로는 정신을 차린 때가, "정신 아니 기억이 나는게...음...집으로 가는 골목길하고 팔에서 엄청나게 피가 흘렀던 거 생각나네요. 이거보세요." 그리고 그는 오른팔을 제게 보여주더군요. 한 20cm 정도? 그 정도 길이의 꼬맨 상처자국이 팔뚝의 바깥쪽에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보이죠?" "무슨 상천가요?" "그 때 저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여기도 보세요." 그러고는 머리를 쓸어 올리고 보여준 이마에도 약 5cm 정도의 찢어진 상처자국이 있었습니다. "술먹고 필름이 나간것 처럼 기억이 없어요. 어머니께서 그때 얼마나 놀라셨는지....저도 정신 차려 보니 집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앰블런스 타고 있더라고요." "무슨 일이....?" "하루 대충 입원해 있다 월요일날 학교에 갔어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입원한 그 시간동안 말도 없고 그냥 멍하게 앞만 보고 있더래요. 근데 학교에 간 그 때 딱 생각나더라고요." 손바닥을 치며 말하는 모습이 정말 자기 이야기 하는 것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이 당황하면 괴력을 발휘한다는게 맞는건지...생각이 어렴풋 나더라고요. 그...뭐라해야 하나 하여간 그게 눈앞에까지 거의 다 왔다고 느꼈던 그땐가...반사적으로 유리창으로 몸을 날린 것 같아요. 그대로 몸으로 유리창 깨면서 팔하고 이마에 상처가 났고요. 화단으로 몇 바퀴 구른 것도 기억이 나요." "........." "월요일날 교실로 간다고 2층으로 올라가다가 깨진 창문 보니 생각나데요 . 그 때 까진 정말 홀린 것 같이 멍해있었어요. 병원에 잠깐 누워있으면서 어머니도 그거 보고 애가 완전히 맛이 갔다고 하하하. 뭐 그 덕분에 2주 정도 야자 안 했죠....도저히 야간에 학교에 남을 자신이 없어서 어머니께 사정사정했죠. 평소엔 콧방귀도 안 뀌시던 분이 그 날 밤 제가 그런 몰골 하고 온게 많이 걱정되셨던 모양입니다." 라며 웃으면서 말하는 그.. "다시는 겪고 싶지도 않고 그 이후로는 그런일 비슷한 것도 없었죠. 이 나이 먹고도 가끔 밤에 깰 때는 좀 무섭긴 해요. 왠지 오싹한고....정말 또 나올 것 같고...제 평생에 다시는 그런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말..." 그렇게 말끝을 흐리는 모습이 티비 연기자 같은 느낌이랄까... 회상하면서 어두워지는 모습이 가공적인 인물이다 라는 느낌마저 들게 할 정도로 실감났습니다. 지금은 그 회사를 나와 소식을 모르지만, 뭐 잘 살고 있겠죠. 오늘은 여까지 할게요. [출처] 학교이야기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 어릴 때 다들 하나씩 들어봤잖아 학교 귀신 이야기 나 고등학교때 귀신 이야기 정말 기똥차게 해주던 선배가 있었는데 가위도 자주 눌리고 학교에서 귀신도 자주 본다던. 그 선배한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 썰이었어 그 선배는 자기가 안무서워하니까 귀신도 아무것도 안했다던데 뭐랄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 귀신은 공포를 먹고 사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더랬지 ㅎㅎ 라고 쓰면서 왜 이렇게 무섭냐 ㅋㅋㅋㅋ 무서운데 같이 봐줘서 고마워 우리 이렇게 같이 귀신썰 본 지도 벌써 얼마나 됐는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외롭지 않은 느낌이라 항상 고마운데 다들 그럴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난 매번 편한 느낌으로 반말을 하는데 댓글은 존댓말로 달려서 미안할 때가 많아 몇년을 봐왔잖아 우리 편하게 친근하게 다들 반말로 이야기하는건 어때? 앞으로는 댓글도 다 반말로 달아주기 ㅎㅎ 편하게 놀러오는거잖아 모두 친구처럼! 한번 해보자 ㅎㅎ 기대하겠어! 그럼 내일 또 올게!
퍼오는 귀신썰) 휴가때 벌어진 일 1화
벌써 주말이 끝이네 요즘 부쩍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 슬프다 어릴 적에는 시간이 빨리 가기만 바랐던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이가 든걸까 ㅎㅎ 시간을 잠시라도 같이 잡아보자는 의미에서 오늘도 같이 볼까? ㅎ ___________________ 요즘 글 리스폰 타임이 상당히 늦죠? 소재 고갈로 키보드 접어야 할 상황입니다 ㅋㅋㅋ 주위에 무서운 이야기 관심 없는 인들이 대부분이죠. 실화로만 엮는지라...소재 획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제게 보내 주시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은 훼이크고... 깎고 다듬고 기름칠 해서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어 올려드릴게요. 네이버폰으로 직접 이야기 하고 듣기 참 해보고 싶은데.... 각설하고.. 이번엔 친구가 겪었던 여름휴가 때의 일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등시절 이야기니.... 음....벌써 10년도 더된 이야기네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총 세가지의 일을 들었습니다. 그 중 덜 뻔한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나머지 두 이야기는 너무 뻔하기도 하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해서.. 지금 할 이야기도 뻔한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에 엮인 다음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죠. 그럼 시작합니다. - 고등학교 시절. 친구는 남자만 다닐 수 있다는 남고에 재학중이었죠. 남고 졸업한 누구나가 그랬겠지만, 남녀공학 고등학교는 참으로 꿈같은 성역이랄까요 하여튼 뭐 그런 느낌을 갖게끔 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다니던 남고에는 특별한게 하나 있었는데 한달에 한번 이웃여고와 클럽 활동을 함께 하는 특별한 클럽활동이 있었더랍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여름에는 그 이웃 여고생들과 방학의 일부를 함께 하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네요. 그래서 바다냐 산이냐 의논의 의논을 거듭한 결과 이야기 주인공의 시골로 놀러를 가게 되는 합의점에 도달하게 되었답니다. 금전적으로 모자란 부분은 시골집에서 지원 받을 수 있거니와, 산이 있으면서 저주지도 있고 해서 산과 바다의 느낌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적도 드문곳이라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그들만의 세상으로 있을 수 있었더라는 이야기도 했네요.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당일에는 여자 5명 남학생 7명 총 12명이 함께 시골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신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신나긴 개뿔..2박 3일 계획하고 가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하루만에 올라온거 생각하면..." "뭐가 있었는데?" "야 여자애들이랑 놀러가면 재밌을거 같지? 니미...걔들이 울고불고 개난리를 치는 바람에 나중에는 짜증만 나더라. 최악이었어." "뭔데 그래?" "야 듣고 구라라느니 그딴소리는 말아라...." 전에 올린 아버님 실화 아시죠? 그 주인공인 형주놈 이야깁니다. 그러니 믿을 수 밖에 없었어요. 전에 저사람은 무당인가? 귀신을 몰고 다니네 리플이 생각납니다. 이놈은 정말 몰고 다녔습니다. 그 내력이 있죠. 나중에 올려볼게요. 총 12명이나 되는 인원은 어딜에서도 눈에 띄는 인원이었다죠? 시끌벅적 한건 두말할 것도 없고, 뭘해도 단합이 안되는 그런 모양새였나 봅니다. "더 필요한거 없냐?" "야야 됐다 임마. 모자른거 있어도 삼촌한테 달라면 돼. 왜 돈을 못써서 안달이야." "그러냐?" 역앞에 우르르 짐을 내리고 몰려있는 일행을 바라보며 원철은 내심 불안한 듯 형주에게 따져오더랍니다. "야 술이나 모자른가 봐봐." "술이 왜 모질라. 저거 다 먹을 수나 있을 것 같아?" "그런가...." 캔맥주 4박스와 역앞 가게에서 산 금복주 대자 3병. 그때는 술마시는 법을 몰라 술이라면 다 오케이 하던 멋모르고 철없던 시절이었죠. 남학생 시절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공감하실겁니다. 지금은 저렇게 먹으라면 아마 병원에서 눈뜰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일행은 역앞에서 이것저것 모자를 것들을 구비하고 마중나온 형주 삼촌의 안내로 시골집에 도착 간단한 점심을 할 수 있었답니다. "야 너희들 어떻게 놀던 상관은 없는데, 술먹고 저수지에 들어가는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라." "에이 삼촌 고등학생이 무슨 술이예요." "짜식이...야 나는 임마 너희들 같은 시절 없었는 줄 알아? 삼촌이 다 눈감아 줄테니깐 무모한 행동은 절대 하지 말고 무사히들 돌아가." "삼촌만 믿을게요." "그러니 니들이 여기 온것 아니겠니?" "하하하 역시!" 삼촌은 호탕하신 분이랍니다. 보통 어른들 처럼 이것저것 참견 간섭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분이셨다네요.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일행은 바로 저수지로 향했다고 하네요. 삼촌이 운전하는 포터 뒤에 올라타서는 그야말로 시골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가 있었답니다. 그렇게 10여분 정도를 이동하자, 넓은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입구 비슷한 철제 건축물 옆에 경비 초소 비슷한게 있었는데, 인적은 전혀 없어 보이더랍니다. 그 입구를 지나 저수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그곳부터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길이 나왔고 일행은 모두 짐을 메고 내려 안전을 당부하는 삼촌을 웃으며 배웅했다고 하네요. "특히 남자애들은 여자애들 있다고 무모한 행동들 하지말고..." 삼촌의 주의는 이미 귓등으로 흘려지고 있었다나요? 태우고온 포터가 저만치 사라지자 주위는 더더욱 시끄러워 졌답니다. "내가 예전에 놀러왔을 때 꽤 괜찮은 자리를 봐둔 적이 있어. 거기로 가보자고." 그러나 일행은 들떠 있는 중이라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고 의견은 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12명이나 되는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거나 단합되어 주길 바라는 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었다네요. 간신히 의견을 하나로 모아 형주의 안내에 따르기로 하기까진 꽤 많은 시간을 허비 할 수 밖에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은 장소는 꽤 넓직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짐을 풀고 텐트를 친 곳은 희안하게 잡초나 나무가 거의 없어서 마치 전에도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은 흔적이었다고 하네요. "누가 좋은거 알고 놀러왔다가 간 모양이네. 어떻게 이리도 딱 맞지?" "야야 일단 짐부터 풀자고." 일행은 각자 메고온 가방과 짐들을 한쪽에 모아놓고 나서기 좋아하는 남자녀석들이 텐트를 들고와 이리저리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더랍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대충 텐트가 모습을 갖추어 가고 총 4개의 텐트가 완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고 합니다. 아마 저녁 7시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저녁식사를 준비할 수 있었고, 그 역시도 나서기 좋아하는 남자녀석들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었다고 하네요. "저 새끼들은 평소엔 잘 씻지도 않으면서 여자 앞이라고 지랄들을 떠는구만." "누가 아니래냐...꼴값들을 하고 있어.."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녀석들은 여유로웠다죠? 시간이 걸리기야 했지만, 여자한테 잘 보이려는 녀석들 때문에 나름대로는 편할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저녁밥 같은 것이 지어져 일행은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고, 그 무렵에는 산너머로 붉어지는 노을을 볼 수 있었답니다. "야 지금 몇시냐 됐냐?" "어. 8시 다 되가네." "벌써?" "뭐 벌써야. 저 병신들이 지랄들 하느라 이리됐지." "쳇..저중에 몇놈이나 웃을 수 있을런지..." 형주는 출발하던 역부터 저녁식사를 마친 그때까지 단 한순간도 여자일행과 떨어지지 않는 몇몇이 참 대단해 보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시간은 좀 더 흘러 저녁 밤 10시 정도가 되었을 무렵이었다네요. 어디서 보고 들은것은 있었는지 옹기종기 모여앉아 모닥불을 피워놓은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의 딱 한장면이었답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밴드부의 일환이라는 친구.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기타를 메고온 그는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라고 하네요. "저새끼 딴놈들이 여자들 한테 잘보이려고 쑈 할때 여유있던게 저거였구만..." "..짐될거라고 그렇게 반대했는데도..이 장면을 그리고 있었겠지?" 그도 그랬던게. 여자들의 눈은 이미 하트가 되어있었다고 형주는 말했습니다. 평소엔 경험 할 수 없는 모닥불에 깊어가는 밤 잔잔히 흐르는 기타 소리. 마치 청춘드라마에 나오는 대학생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겠지요. 당연히 여자친구가 없는 다른이들의 시선은 곱지가 못했겠죠. 거의 게임오버의 상황으로 달리는 중에 가장 많이 공을 들인것 같은 정수라는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랍니다. "야 카세트 어따가 박아놨냐?" 대뜸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카세트를 외치는 그. 기다렸다는 듯 그 순간만은 그의 생각을 읽고 동조하는 몇몇이 후다닥 짐을 모아놓은 곳으로 달려가더랍니다. "분위기 우중충해지잖어. 이런데 왔으면 당연히 댄스음악을 들어야지 어설프게 대학생 흉내나 내서 되겄냐?" 평소 쉬는 시간이면 듀스의 이현도나 서태지의 이주노 댄스를 교실 뒷편서 연습하던 정수. 기타에 가려 때를 놓치는가 싶더니, 흐름은 다시 정수에게로 흘러가는 중이었답니다. 그 모습을 형주는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다고 하네요. 그 때 였답니다. "야 이거 소리가 안나오는데..." 카세트를 손에 들고 만지작 거리며 다가오는 친구를 향해 형주는 손을 내밀었답니다. "줘봐." 건네받은 카세트. 그 카세트는 형주가 집에서 듣던걸 가져간 것이었답니다. 지금도 그의 집에 가면 있더군요. 삼성의 옛날 로고가 새겨진 아날로그식 더블데크 카세트. 디지털 버튼식이 아니라 꾹 눌러야 버튼이 들어가 재생이 되는 그런 장치였습니다. 들고 다니기엔 좀 무리가 있는 크기를 자랑했지만, 그 당시엔 그런건 안중에도 없었나 봅니다. "아후 이 병신아. 녹음이랑 같이 누르면 당연히 안나오지. 안에 있는거 다 지워졌겠네..쯧.." 형주는 카세트를 건네받고 녹음기능이 되는 쪽 데크의 꺼내기 버튼을 눌렀답니다. "야 테이프 확인도 안하고 막 누르면 어떻해! 갖고 온거 줘봐." 뚜껑이 열리고 나온 테이프는 노래방에서 받아온 형주의 테이프 였다는군요. 당시에는 방과 후 노래방엘 자주 갔었는데, 노래방 서비스 차원에서 우리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 주는 것이 유행이었었죠. 형주는 받아든 테이프를 녹음기능이 없는 쪽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답니다. '치이익...' 인트로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 공백시간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었답니다. 당연히 모두의 시선도 형주를 향해 있었고, 어느새 기타 소리도 멎어 있었답니다. "야 이거 제대로 된거 맞냐?" 형주는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네요. "당연하지 임마. 내가 거금 3천원을 주고 산건데." 그 거금 3천원의 정체는 듀스의 테이프 였던 걸로 기억한답니다. "이거 짝퉁아녀? 길거리에서 산거지?" "미친...그게 뭔 상관이야. 아예 지금 소리가 안나오는데. 카세트가 이상한거 아냐?" "카세트는 아무 문제...." 그때 였답니다. 카세트에서 갑자기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오더라는 것입니다. "뭐야?" 형주는 깜짝놀라 들고 있던 카세트를 떨어뜨릴뻔 한것을 겨우 잡고 있을 수 있었다네요. "언제 라디오 쪽에 가 있었던거지?" 형주의 카세트는 말 그대로 구닥다리. 그 당시엔 당연한 것이었지만 현재로선 충분히 구닥다리 장치로 요새처럼 디지털 버튼식이 아닌 라디오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딮 스위치로 전환을 해야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장치였습니다. 물론 딮 스위치가 라디오 쪽에 가 있던 것을 그 때 확인 할 수 있었다네요. "이거 뭐지....분명 확인 했는데..." "어허. 테이프 문제가 아니네." "야 분명 봤잖어 너도!" "보긴 뭘봐." 형주는 카세트와 정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알 수 없다는 제스츄어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형주는 테이프를 다시 안에다 집어넣고 눈으로 몇번을 재확인 하고나서야 플레이를 눌렀답니다. '나를 돌아봐 나를' 갑자기 들리는 고음의 음악소리. "아악! 뭐야!" 볼륨이 끝까지 올라가 있었던 것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답니다. 때문에 테이프의 노랫소리가 뒷쪽의 산마저 울릴정도로 크게 들려 주위에 있는 모두는 깜짝 놀랐더랍니다. 형주는 재빨리 볼륨을 줄이고, 카세트를 정수에게로 건네줬답니다. "야 이젠 제대로 될거다." "오케이. 그동안 갈고닦은게 다 오늘을 위해서 아니겄냐." 씨익 웃어보이는 정수. 얼굴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 서있던 그 웃음. 카세트를 건네받은 정수는 조금씩 볼륨을 올리며 여자아이들이 모여있는 한 가운데로 들어갔답니다. 저만치 바닥에 놓여지는 카세트가 보이고 뒤이어 듀스의 커다란 음악소리. 그곳은 바로 정수의 독무대가 되어버렸답니다. 옆에서 어설프게 흔들어 대는 녀석들은 이미 설 자리도 없었다네요. 그렇게 약 40분을 놀았다나요? 여자 꼬시기에 혈안이 된 5명과는 달리 형주와 기철은 텐트안에 앉아 라면을 부숴먹으며 캔맥주를 마시는 중이었답니다. 물론 여자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딱 오대오네...." "그러네. 일부러 맞춘건가.." "저놈들 그냥 이날이 오길 얼마나 기대했었냐 크크크." "정수 저새낀 와~ 저거 봐라 몸이 그냥 날아다니네..." "일환이놈은 쨔그라 지는건가." 그도 그런게 당시에는 댄스가요가 곧 유행의 척도일 때여서, 춤만 조금 출줄 안다면 그야말로 스타급 인기를 누릴 수 있었죠. 그렇게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던 중 갑자기 음악소리가 없어진것을 알아챘고, 저 앞 아이들이 웅성웅성 동작을 멈추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리고 뒤이어. "꺄악!!" 저만치 한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바닥에 주저 앉는 것이 보였답니다. 그 뒤를 따라 다른 여자아이들도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고 그 여자아이중 몇명은 서로를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더라고 하네요. 그러자 그 쪽에서 정수가 이쪽으로 달려오는게 보였고, 그 둘은 텐트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마주보고 달렸답니다. "야 뭔일이야?" "야 씨발....." 정수의 그 표정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놀랜 표정이었답니다. 평소엔 게슴츠례한 눈때문에 별명이 히로뽕 이라고 불릴정도의 그의 눈이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휘동그래져 있었다고 하네요. "카..카세트....야 저 카세트..." "......" 그의 놀라있는 표정에 형주는 미간이 자기도 모르게 일그러지며 뭐라고 묻지를 못하겠더라고 합니다. "그냥 돌아가!" "뭐?" "건전지가 없이 그냥 돌아가!" "병신아 없으면 새로 넣으면 되지..왜 지랄..." 형주는 머릿속에 번쩍 하는게 떠오르더랍니다. 낮에 역에 도착해 사둔 건전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로 텐트로 튀어들어갔더랍니다. 그리고 가방을 뒤져 찾아낸 건전지 뭉치들. "야....." 정수의 목소리는 제대로 떨리고 있었습니다. "건전지 처음부터 없었던거 같아...." 형주는 정수의 그 말을 듣지 않아도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놀랜 눈으로 건전지 뭉치를 들어 돌아서는 손은 자신에게도 정수의 말을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켜 주는 모양이었다네요. "아까 그럼 라디오 하고....그런건 어떻게..." 평소에는 집에 있어야 할 카세트.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집에서는 건전지 넣는 곳따위 열어 볼리도 없었고, 당연히 건전지는 들어있지 않을텐데...하는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카세트가 있는 쪽으로 달리게 되더랍니다. 그곳에 도착하자 카세트는 그냥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아무도 그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더랍니다. 형주는 곧바로 바닥에 주저 앉아 카세트를 이리저리 만져보았답니다. 아무리 누르고 돌려보고 해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카세트. 갑자기 이곳은 깊은 산이라는 것이 생각나더랍니다. '이런 산골에 아까 라디오 뉴스 같은 건 뭐지..." 생각이 미치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여자아이들이 형주의 그 불안한 모습을 읽은 듯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텐트쪽으로 달려갔더라고 하네요. "야..이거 장난이지? 어떤 새끼가 건전지 뺀거 아냐?" "......." 형주는 장난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장난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죠. 형주는 가져온 건전지 뭉치의 비닐을 벗겨내고 하나 하나 총 4개의 건전지 중 3개를 넣고 플레이를 누르려고 했답니다. 이번에도 라디로쪽으로 맞추어진 딮스위치. 볼륨은 끝까지 올라간 상태. 형주는 볼륨만 내리고 그대로 마지막 건전지를 끼워 넣었다네요. '치직....삐..치직..' 라디오의 잡음이 들리더랍니다. 옆의 신호조정 다이얼을 아무리 돌려봐도 같은 잡음만이 흘러나올 뿐 아까와 같이 깨끗한 음질은 기대하기 힘들었다네요. "미치겠네....." 형주는 다시 건전지를 빼고 딮스위치를 카세트 쪽에 놓고 플레이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결과는 당연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네요. "야!" 어느샌가 뒤쪽으로 다가선 정수가 부르는 소리에 형주는 깜짝 놀라 뒤돌아 보았답니다. "아까 경비들도 그렇고, 여기 이상하다. 여자애들도 집에 가자고 난리야." "이런 씨발...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이거..." 주위를 둘러보니 저만치 텐트에서는 여자애들이 모여 울고있는 것 같이 보이고, 그 근처에 남자가 셋 그리고 자신의 주위에 셋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형주는 그들을 한번씩 번갈아보며, 뭘 어떻게해야 좋을지 몰라 카세트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네요. 희한하게도 낮에는 아무리 제어할려고 해도 통제가 안되던 애들이 그때만큼은 형주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답니다. "...일단은 다 모여서 따로 행동하지말고..." 형주는 걸음을 옮겨 텐트쪽으로 다가가 여자아이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