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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제목부터 지구에서 한아(하나)뿐이다. 달달한 사랑 이야긴데 그 달달함이 조금 이상하다. 달달하긴 한데 지구인과 외계인의 러브스토리고 정말 달달하긴 한데 보다 보면 과연 나는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며 살았는지 곱씹게 된다. 조금 희한하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한아는 지구를 사랑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망가져가는 환경을 안타까워하고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한아는 못 쓰게 된 옷들을 다시 리폼해주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남자 친구 경민은 자유분방이란 말이 어울리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한아를 놔둔 채 늘 어딘가로 떠나버리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캐나다로 유성우를 보겠다며 떠난 경민. 경민이 떠나고 며칠 뒤 뉴스에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다. 한아는 바로 경민에게 연락하지만 경민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애타게 경민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한아. 다행히 경민은 무사히 돌아오고, 연락이 안 되는 경민에게 잔뜩 나 있던 화는 막상 경민을 보자 여름날의 눈처럼 스르륵 사그라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아는 돌아온 경민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전보다 너무 다정해졌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지도 않는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고 못 먹던 가지무침도 맛있다며 먹더니, 급기야 경민의 입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목격한 한아. 경민은 진짜 외계인인 걸까? 그렇다면 원래의 경민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소설은 누가 뭐래도 달달한 사랑 이야기다. 한아를 만나러 2만 광년 떨어진 지구까지 날아온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라니. 오직 한아를 만나기 위해 커다란 빚을 지고 엄청난 거리를 넘어온 외계인. 그 노력만 해도 지극정성인데 그 외계인이 한아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100점짜리 남자 친구다. 늘 한아를 배려하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남자 친구. 유일한 단점은 외계인이라는 것뿐. 한아는 외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외계인이 경민의 겉모습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거리감을 느끼지만 점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외계인에게 자신도 사랑을 느낀다. 경민의 탈을 쓰고 있지 않아도, 초록색 돌덩어리인 본모습이라도 사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초록색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어. 한아의 말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에는 아름다운 외모, 외계인이라는 사실, 성별의 유무, 나와 전혀 다르게 생긴 모습, 그 무엇도 중요치 않다.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고 생각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중요할 뿐. 어찌 보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뭐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사랑이라 불리는 많은 것들 중에 저 단순한 문장을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어떤 사랑은 상대의 존재가 아니라 상대의 능력, 외모, 재력이 사랑의 조건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저 단순한 문장을 한없이 만족시킴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같은 성별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한아와 경민의 사랑을 좀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다른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환경에 대한 내용이다. 한아는 지구와 환경을 사랑하는 환경주의자고 외계인 경민이 한아에게 반한 이유도 한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고래형 외계인들이 지구의 바다 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나 얼음별에 사는 무당벌레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점점 더워지는 별의 환경 때문에 멸종되어가는 모습, 지구를 동경한 한 부자 외계인이 지구를 본떠 만든 어딘가 부족한 제2의 지구,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그 모습 그대로 보존시켜주겠다는 우주의 약속 등, 소설 속 우주의 모습들은 지구의 여러 단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환경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의 모습은 지구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무당벌레 외계인의 멸종은 지구 온난화와 멸종 위기종들의 모습을, 제2의 지구에서 고통받는 만들어진 생명체들의 일화는 인간이 만든 동물원의 모습을,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보존시켜주겠다는 약속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에 관한 첨예한 대립을 생각나게 한다. 실제로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고 멸종 위기 상태에 있으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동물원에서는 인간의 유희를 위해 백호나 백사자 같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생겨나지 않는 동물들을 강제로 만들어내기도 하며 아마존의 보존과 개발에 관해서는 지금도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우주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지구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아의 말대로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 환경친화적 외계 로맨스 소설 되시겠다. 환경은 환경대로,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외계인과 우주라는 양념을 적절히 쳐서 비볐더니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소설이 나왔다. 삶이 힘든 사람에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환경 문제도, 사랑에 대한 고민도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책은 충분히 당신의 삶을 두텁게 감싸 안아준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작가가 건네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당신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라고.

소설 속 한 문장

소리 없이, 먼 우주의 휘어진 빛들이 두 사람의 저녁에 내려앉았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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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로맨스 소설이라니 내용도 너무 깜찍하고 귀엽군요..!! 위시리스트 저장~
@Voyou 그리 길지도 않고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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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6. 좋게 말할 때, 헤어져 주라.
“아 뭔 그런 이상한 요구를.” “……?”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한데?” “아 해줘! 해줘! 해줘야만 해. 나 정말 더는 못 만나겠어.” “…차 씨?” “아까 그 여자 막 우는데 나 왜 눈물 나냐? 나도 엄연히 피해자잖아! 씨-!” “피해자라….” “내 남자친구인 척 해줘. 차 씨 앞에서만. 그래야 순순히 헤어져 줄 것 같아.” 로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야속했다. 자신도 위로받아야 마땅할 처지였다. 그런데, 세컨드 주제에 퍼스트를 걱정해주고 있다니. “피해자지만.” “……?” “뺑소니지?” “뭐…?” “꽝! 하고 사고를 냈음.” “…….” “자수를 해야지.” “…….” “누난 방금. 모른 척, 휙- 달려버린 거잖아.” “…야!” 도헌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헌의 말에 로라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 멍한 표정으로 도헌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는데. “뭐해?” “어, 어?” “밥 먹으러 가야죠, 자기.” 자기, 자기! 자기란 말에 로라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기? 너 방금 자기랬지? 어?!” “그래. 자기요.” “예쓰! 너 내 자기 해주기로 했다? 난중에 딴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로라는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다 이내 와락, 도헌을 끌어안았다. 도헌은 화들짝 놀라며 로라를 밀어 냈는데, 다시금 로라는 도헌을 세게 끌어안았다. “어허! 내외하나 자기!” “이거 왜이래요! 스킨십은 불가거든요?!” “야! 이게 뭔 스킨십이야!” “대신! 딱, 차 씨랑 헤어질 때 까지만 입니다! 알았어요?!” “당근이다! 더 연애 하자고 매달려도 내가 싫어, 임마.” * * * 둘은 모처럼 고기 집에서 포식을 하고 배를 두드리며 병원으로 향했다. “나 근데 퇴원해도 될 것 같지 않냐?” “그러니까. 애초부터 나일론 환자였어.” “그래도 그 날은 엄-청 아팠다니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내일, 퇴원해도 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 드려야 겠다.” “열은 이제 안나요?” 하고 자연스럽게 도헌이 로라의 이마에 손을 짚었는데,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로라씨.” “아.” 기태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헌과 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정해 보이는 둘. 로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곤 자신의 이마를 짚고 있는 도헌의 손목을 쥐었다. “선생님.” “…기다리다 안 와서 이제 가려던 참이었는데.” 기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곤 도헌을 올려다보았다. 도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태를 바라보곤 이내 싸늘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곧, 자신의 옆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기태를 올려다보고 있는 로라를 응시했다. “할 말 있다 하지 않았어요?” “어? 아…어.” “먼저 올라가 있을게요.” 하고서 도헌은 로라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곤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기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자신의 옆에 성큼 다가와 선 도헌을 아니꼽다는 듯, 바라보았다. “안 내립니까?” “…….” “그럼 닫힘, 버튼 누르고.” 하고서 도헌이 닫힘 버튼을 누르기 위해 검지를 뻗자, “내가 대체 어디까지.” “…….” “당신의 건방을 받아주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혀서 그러는데.” “…….” “당신이 페이스를 조절할래요. 아님…나한테 그 적정선을 말 해줄래요.” 기태는 싸늘하게 도헌을 바라보았다. 도헌 역시 기태의 말에 차갑게 기태를 바라보곤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페이스도, 적정선도. 다 성가 시는 듯한데.” “…….” “내리기나 하시죠. 난 지금 그쪽이 엘리베이터에서 안 내리는 것부터가 성가시니까.” 도헌과 기태는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로라는 그런 기태를 빤히 보고 있다, 나지막이 기태를 불렀다. “선생님.” “…….” “드릴 말씀이…있습니다.” 기태는 고개를 돌려 로라를 바라보았다. 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는 로라를 바라만 보았지만, 기태는 이미 그 말을 들은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으며 기태는 고개를 숙였다. “그 말씀…” “…….” “안 드려도, 난 이미 받은 것 같은데.” * * * “죄송해요. 그만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로라는 그 말을 내뱉으며 기태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유, 물어봐도 될까요.” 의외로 덤덤한 목소리의 기태였다. 때문에 로라는 오히려 당황하며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알고 있었다는 듯, 기태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만나지 못할 것 같다에, 저 구도헌씨가 연관되어 있는 겁니까.” 그 말을 내뱉는 기태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계약 아닌, 계약 비스무리한 가짜 연애를 도헌에게 제의한 것 역시 기태와 헤어지기 위해서였다. 로라는 마음을 굳게 먹고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예.” “…두 사람 연애라도 하는 겁니까?” “아직은 시작 안 했습니다. 곧 하려구요.” “…….” “선생님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만나려고 합니다. 양다리는 아니니, 노여워 마시구요.” 그 말에 뼈가 담긴 듯하였다. 기태는 한 쪽 눈썹을 찡그렸다, 폈다. ‘양다리’ 굳이 그 단어를 선택하여야 했을까. 기태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똑똑하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한 그녀였으니 다부진 목소리로 헤어짐을 고하는 이번 역시, 그녀의 진심일 것이고 바람일 것이었다. 기태는 가만히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않고, 자신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태의 시선이 부담스러, 로라는 흠, 흠 헛기침을 하며 그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양다리는 아니다.” “…….” “그렇다면 지금은 제가 로라씨의 남자 친구겠네요.” 어쩐지 그 말을 하는 기태의 어투가 많이 삐뚤어져 있는 듯하였다. ‘기분 탓이겠지…?’ 하며 기태를 빤히 올려다보았는데, ‘핏.’ 핏? 갑자기 그가 피식, 웃어 버린다. 웃어 버린다?! “저기…” “그럼 내가 못 헤어지겠다 하면.” “……?” “로라씨도 구도헌씨와 만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양다리는 아니라고 했으니.” “이봐요, 차 선생님. 그게 무슨.” “로라씨에겐 이유가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이유가 없습니다. 로라씨를 놓쳐야 할.” ‘아니 이 자식이…퍼스트까지 있는 주제에 뭐? 이유가 없어?!’ 당장이고 네 놈의 실체를 까발리고 싶지만!, 로라는 한 템포 참으며 침을 꼴깍 삼킨다. “놓치고, 안 놓치고 가 아니라요.” “…….” “헤어지자고 저는 지금 이별을 통보하고 있어요. 선생님께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우리의 관계를 대화로 풀고자 함이 아니라요.” “…네, 그래요. 나 역시도 통보하고 있는 겁니다.” “……?” “못 헤어지겠다구요.” 이 무슨 기가 막힌 상황인가! 로라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기태를 세차게 올려다보았다. “헤어지자구요. 헤어져 주세요. 쫌.” 이별도 구걸해야 한다니. 로라는 자신의 사랑이 참으로 눈물겹다,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였기에 이별만큼은 정중하게 하고 싶었다. 똥차가고 벤츠 왔다, 한 때는 너무도 행복했고 미래를 그리며 설레어 했던 사랑이었기에 이별만큼은 추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쪽의 양다리도, 나의 세컨드 신분도 모두 접어두고 사랑했고 좋았던 그 기억만 묻은 채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런데, “나에겐 그럴 이유가 없어서요. 그럼.” 그 말을 내뱉고 휙, 돌아서는 기태. 끝까지 로라를 자극하는 그 ‘놈’이었다. 그때, 우지끈-, 로라의 이성의 끈이 부서져 버렸다. “이봐.” “……?” “좋게 말할 때 깔끔하게 끝냈음 좋잖아.” “…….” “왜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로라는 악을 쓰며 기태에게 달려들었다. 기태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를 돌아 로라를 바라보았는데, 로라는 야무지게 주먹을 쥐곤 있는 힘껏 그의 배를 내려쳤다. “윽!” 기태는 배를 쥐곤 털썩, 주저앉았다. “세컨드로도 모자라, 셋 째, 넷 째, 줄줄이 소시지처럼 몇 명을 더 달아놔야!” “……?” “그 때 놔 줄거냐? 니 퍼스트처럼?” “무슨…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기태는 벙찐 표정으로 로라를 올려다보았고, 로라는 기가 찬다는 듯 한껏 쳇! 하고 콧방귀를 뀌어주곤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네 놈 양다리의 실체를 내가 말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 * * 그어느연재사이트보다 빙글러분들이더편하고 가까운듯한느낌은,,,멀까효*^^* 장마시작인데ㅠ건강조심합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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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들!! 따스한 봄날에 떠나는 우리나라 힐링 여행지 6선입니다. 특히 광탄 아우트로 테마파크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꾸민 각기 다른 테마 마을을 즐길 수 있으며, 트레킹 코스의 솟대바람개비길과 꽃둘레길은 광탄면 마을 사람들이 직접 기획하고 꾸민공간들이라 더 특별하다. 이 외에도 고령산, 박달산의 둘레길등과 주변에 보광사, 파주힐링캠프등 다양한 여행지가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국내 최대 모래언덕으로 길이 3.4km, 폭 0.5~1.3km에 달하며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 동안 형성되었고 오랜 세월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 다양하고 특이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구의 환경에서 자라는 동식물은 흔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이라 더욱 특별하다 당항포 관광지와 상족암군립공원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관내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고리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곳으로 낮은 수심과 갈대군락이 번성하고, 모래섬이 형성되어 있어 조류서식지로써 아주 적합하다. 대부분이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주변으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군락과 곰솔, 굴참나무 등이 분포하고 있다. 국립공원 소백산자락을 한 바퀴 두르는 12자락 143km에 이르는 생태중심의 산자락길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생태탐방로’로 가장 먼저 선정됐고, 2011년 ‘한국관광의 별’로 뽑히기도 했다. 평균 거리는 12km 안팎으로 비교적 짧아 3~4시간 정도면 한 자락을 둘러볼 수 있고, 여름철에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홍성군 서부면 서쪽의 천수만 한 가운데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섬 '죽도'는 유인도 1개를 포함하여 1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성돔과 우럭 등 다양한 바닷고기를 갓 잡아 올려 먹는 즉석 회 맛과 함께 시원한 매운탕까지 맛볼 수 있어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하다. 연꽃테마파크, 옥구공원 등 도심 속 친환경 생태공원을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물왕저수지부터 보통천, 시흥갯골로 이어지는 기수역, 염습지 생태계가 수도권 중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길치의 문제만은 아닌것이다.
오후 네시. 정상적으로는 전시회에 있었어야할 이 시간 나는 태어나서 처음 와본 동네 커피숍에서 얘네들이랑 셋이 오붓하게 앉아있다. 이렇게 집에서 가까울수가. 럭키. 하고 갔던 곳은 상명대 아트센터. 상명대의 그 믿을 수 없는 언덕을 완주한 최고령 관람객으로 하필 맨 뒷건물인 아트센터로 고고. 그 와중에 당보충으로 피카 츄러스 사고...아까부터 다 왔다는데 안나타나는 현실과 평소 내 행동패턴을 알고있는 L 이 전화. 다짜고짜 눈높이 질문으로 취조시작. L: 앞에 찻길있어 없어 나: 없어 L: 보이는 간판 읽어봐 나: 상명대학교 L: . . . .여기 상명 아트홀이야... 나:(이때까지도 모름) 거긴 외부건물이야? L: . . . . 하아... 거기서 나와. 나와서 바로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가서 앉아있어. 지금 데릴러갈께 .전시는 일곱시로 미룬다. 일곱시 좋지? 나: 아...응. (잘못됬음을 안다) 여기 아니야? (만회하보려고 도와주려한다) 그럼 내가 중간으로 이동할께. L: 그냥 커피숍 들어가. 어디 움직이지말고 내가 전화할때까지 거기 앉아있어. 금방 가. 나:아...어... 아씨 빙구...ㅜ... 바로 옆 계단에 일단 앉아서 2+1 피카츄러스 하나 까먹으며 진정... 하나더 먹고싶지만 이따 같이 먹을라고 참고 지령대로 커피숍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엉뚱한곳에 골인한 나를 비웃는 활동인간... 길치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떠오르는데... 고등학교때 혼자 좋아하던 초등학교 동창이 인하공대 다녀서 , 동대문구에 있는 우리 학교 대신 정반대 인천행을 타고 인하대에 몇번 간적이 있다. 혹시 얼굴이라도 볼까해서... 걔가 인하공대가 아니라 항공대 다닌다는건 아주 한참만에 알았어... 아. 나 어쩌지... 고쳐지는걸까?... 빨랑 데릴러 왔으면 좋겠다. 윗 줄 + 6시간 후. 빨리갈께. 라는 말 그대로 L은 바람처럼 나타났다. 시켜놓은 커피 반도 못 마셨는데... 화장실 갔다오려고 나왔는데 빵! 클랙션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니 내가 아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느 커피숍이라는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왔는지, 너무 신기하고 반가워. 어찌나 좋던지 후다닥 뛰어들어가서 테이블위에 두었던 피카츄러스랑 생수병 낚아채서 또 뛰어와서 차에 올라탔다. "미안해!" 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L은 "고생했어" 라며 환하게 웃었다. 나 니까... 나 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그냥 넘어가주는 그 많은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말자. 고마워하는 마음에 소흘해지지도 무뎌지지도 말자...
Chapter 44. 나에게 더는 다가오지 마.
로라는 거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팔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팔목이 아려왔지만 그 보다 마음이 더 아려왔다. “왜…나한테…승질이야…나쁜 자식이.” 로라는 눈물을 훔치며 빨갛게 부어 오른 팔목을 바라보았다. 속이 상했다. 왜 저렇게 자신에게 화를 냈는지, 왜 구도발은 차 선생님에게 그토록 부정적인 것인지. 그리고 왜…왜, 저 자식이 화를 내는 게 마음에…걸리는 것인 지. 로라는 굳게 닫힌 도헌의 방문을 한껏 노려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러곤 책상에 엎드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으어어엉, 왜…왜 나한테 그래!” 그렇게 소리 내어 엉엉 울기를 십분이 지났을까. 로라는 뻘개진 눈으로 서랍을 열었다. “…….” 그때, 그 손님이, 오늘 아침에 기태의 병원 앞을 서성이던 그 여자가 선물해주었던 손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로라는 입술을 깨물곤 그 손수건을 꺼냈다. “현재를…즐겨라…” 의미심장했다.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로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손수건을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그냥, 과거도 미래도 아무것도 생각 말고 현재만 즐기란 말인가.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곤 조금 전, 도헌이 화를 내며 자신에게 내뱉었던 말들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여자 없을 것 같냐고?…, 여자 친구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고 만난 거 아니냐고?” 여자 친구가…당연히 없으니 자신을 만났을 거라 생각했다. 순서가 뒤 바뀌긴 했지만,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만날만한 그런 쓰레기는 아니라고, 로라는 생각했다. “그럴…사람이 아니라는 건 세상에 없다지만…정말…정말 선생님만큼은….”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두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나니, 속이 어쩐지 후련한 듯하기도 했다. 로라는 그 손수건을 손에 꼭 쥐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멋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는 이 행복한 순간에 그토록 자신이 울어야 하는 지. “믿고 싶은 거…믿어만 버리고 싶어서라는 거…알잖아, 너도.” 괜히 도헌이 미웠다. 사랑하면 모든 것을 믿어 주고 싶고 믿어 버리고만 싶다는 걸, 지도 잘 알면서. 왜 자신한테만 그렇게 모질게 말하는 것인 지. 도헌이 있는 방 쪽으로 눈을 흘겼다. 그런데 마음이, 쉽사리 나아지질 않았다. 자신에게 화를 낸 구도헌에 대한 원망보단, 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선생님이 아니라고 했잖아. 지금은 선생님이 내 남자 친구인 걸.” 그러면 믿어 주어야 했다. 그보다, 믿고 싶었다. 차기태였기에. 다른 이도 아닌 차기태였기에. 자신이 한 눈에 반해버렸고, 자신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갔던 이었기에. 바람둥이 전 남친에게 아프게 데이고 난 후에 만난이라, 더욱 그랬다. 젠틀 하고 매너 있는 행동과 말투. 그리고 다정하고 자상한 성품. 서툴렀지만, 그래도 어색하고 차가움이 물씬 풍기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에게만큼은 한없이 다정해지는 사람. “…하지만.” 로라는 입술을 깨문 채, 손수건을 다시금 내려다보았다. “넌…너는 진짜 정체가…뭐니.” 로라의 마음이 어지러웠다. 불안하기도 했고, 찜찜해져 오기도 했다. “구도발이…내게 그런 말을 그냥 해 줄 일은 없어. 구도발은…” 좀 전에 자신을 꼭 끌어안아 주었던 도헌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다시금 쿵쿵, 뛰기 시작하는 자신의 심장. 로라는 며칠 전부터 구도헌과 마주하면 심장이 뛰는 자신의 이상증세를 헤아려 보며, 그 여자가 준 손수건을 꾹 쥐었다. “구도발 역시 내게 소중한 사람이야. 나한테 그냥, 그저 그런 걸로 섣부르게 상처를 줄 리가 없지.” 미안해요, 선생님. 나 선생님의 마음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속으로 읊조리며 로라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는 빗줄기를 젖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 * * “이상하지 않냐, 정말.” “어련히 알아서 만날라고? 그리고 또 쓰레기 만나도 오로라 몫이지, 너보고 책임지라고 안 하잖아.” “방관하는 것 같잖냐.” 집 앞, 포장마차에서 로준과 도헌은 마주보고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오로라에게 화를 내고 난 뒤, 마음이 편치 않은 도헌이었기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뒤숭숭한 마음에 귀가하던 로준에게 연락을 해 술 한 잔을 하고 있었다. “너가 왜 방관하는 것 같은데.” “그 새끼한테…여자가 있었거든.” “…진심?” “전 여친인 지, 현 여친인 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서. 섣불리 오로라한테 얘기는 못 해줬었다.” 그렇게 말하며 도헌은 괴로운 듯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직도 있는 것 같아?” “아니. 내가 정리 하고 만나라고 말하긴 했었거든. 그래서 지금은 정리한 듯싶은데.” “그럼 됐지, 뭐. 미처 정리 못 하고 오로라 만났다고 하더라도 지금 잘 하면 됐지.” “…….” “그리고 그 남자 몇 번 마주치긴 했는데. 오로한테 진심인 것 같던데.” “…….” “오로라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 보였고.” 로준은 도헌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로준이 애써 그렇게 도헌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 했지만, 도헌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굳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래. 그 남자도 진심으로 오호라, 생각해주는 것 같고.” “…….” “여자가 많아 보이긴 했지만. 뭐 다 능력 있고 잘생겼으니 그런 거겠지. 깔끔해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영 찝찝해서 말이다.” “…동생인 나보다 더 극성이다, 진짜.” “…그러니까. 나 왜 이렇게 오지랖이냐?” 도헌은 그렇게 말하며 피식, 차갑게 웃었다. “니 심성이 착해서 그렇지 뭐. 철없는 오로라가 니 깊은 맘을 알 길은 없을 테고.” “아까…오호라한테 소리 질렀어. 손목도 아프게 잡아 끌어버렸고.” “…….” “답답해서. 나 혼자만 이렇게 답답한 가 싶어, 화도 나고.” “…….”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하나 싶어,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 “왜 둘 사이에 끼어서 사서 고생인 지,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괴로운 듯 보였다. 도헌은 거푸 술잔만 비워댔다.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는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까 오로라와 함께 우산을 쓰고 순대를 사러갔던 그 길을 회상했다. “더는…그러지 말아야겠다. 신경 쓰지 말아야 겠다. 생각하지 말아야 겠다.” “…….” “내게 경고 아닌 경고 했던 그 남자 말처럼. 더는 오호라의 일에 신경을 안 쓰는 게, 맞는 건데.” “…….” “그런데 나 왜…그게 안 되냐.” 천둥소리에 화들짝 놀라 자신의 품에 와락 다가왔던 오로라의 모습이,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떠선 초롱초롱하게 자신을 올려다보던 오로라의 눈망울이, 그리고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던 빗방울을 손으로 닦아주던 오로라의 손길이, 여전히 눈앞에 선명한 듯 했다. 구도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오로라의 모습을 눈앞에서 떨쳐내려 했다. “너….” 오로준은 그런 도헌을 빤히 바라보다 굳은 표정으로 도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설마, 오로라.” “…….” “좋아하는 것 아니냐.” “뭐?” “너…오로라 좋아하는 거 아니지?” 로준의 질문에 도헌은 순간 굳었다. 이 마음이, 이 걱정이, 이 오지랖 넘치는 감정이. “…내가 오로라를 좋아한다고?” * * * 집으로 돌아온 둘은, 곧장 방으로 향했다. 먼저 씻는다며 로준이 화장실을 차지했고 도헌은 알딸딸해져 오는 술기운에 다시금 불 꺼진 주방으로 돌아왔다. “…다 식었네.” 도헌은 식탁위에 오로라와 먹기 위해 차려놓았던 식어버린 순대와 떡볶이를 멍하니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아까 너무 심했나, 도헌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더니 저벅저벅 닫혀있는 로라의 방 문 앞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미안. 아깐 화내서 미안해요.” 세찬 빗소리만이 거실을 가득 메웠다.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도헌은 주먹을 꾹 쥔 채, 로라의 방문 앞에 편의점에서 사 온 멍 든 곳에 바르는 연고를 내려놓았다. “더는…더는…다가가지 않으려고….” “…….” “그러니…누나도 더는…다가오지 마라.” 그렇게 혼잣말로 읊조리며 다시금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헌이 발걸음을 돌렸는데. 삐걱-, 로라의 방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내가 언제 다가갔다고 그러냐?” “…안 잤어요?” 퉁퉁 부운 눈으로 로라가 방문을 빼꼼히 열어 도헌을 바라보았다. 그런 로라의 부운 눈을 보니, 도헌의 마음이 아려왔다. “손목…괜찮아?” 도헌은 멀찌 감치서 로라의 손목을 바라보며 물었다. 평소 같았음 로라의 손목을 덥석 쥐곤 자신이 약을 발라주었겠지만, 이젠 그러기 쉽지 않았다. 도헌의 말에 로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도헌을 향해 빨갛게 부어 오른 손목을 올려다 보였다. “이게 괜찮아 보이냐? 나쁜 자식 같으니라고…손해배상 청구할 거…” “미안.” “…….” “미안해요, 누나.” “…….” “앞으론…화도 안 내고…누나 아프게도 안 할게요.” “…야.” “방 문 앞에 약 사다 놨어요. 발라요.” 하고 도헌이 다시금 등을 돌렸다. 로라의 마음이 아려왔다. 풀이 죽은 채, 등을 돌리는 도헌을 향해, 이번엔 로라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곤 도헌의 옷깃을 슬며시 쥐었다. “배고픈데.” “……?” “순대 먹자, 우리.”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도헌에게, 이젠, 이번엔 로라가 먼저 다가섰다. * * *
데드 하트
'데드 하트' / 더글라스 케네디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빅픽쳐는 물론이고 템테이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파리5구의 여인, 비트레이얼까지 늘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 읽은 데드 하트도 흥미진진했다.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의 특징은 술술 읽히는 가독성과 빠른 스토리 진행, 그로 인해 지루할 틈 없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인데(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특징이다.) 데드 하트도 고스란히 그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다. 비슷한 개성의 주인공들과 스토리 전개가 단점일 수도 있지만 그걸 뛰어넘어서 늘 재미있는 소설을 써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울 뿐이다. 데드 하트의 주인공인 닉은 지방 신문사를 전전하며 먹고사는 기자다. 특이한 점은 10년이 넘는 기자 경력에도 대형 신문사에는 절대 지원하지 않고 소규모 지역 신문사들, 그것도 한 신문사당 2~3년 간격으로 옮겨가며 취직을 한다는 것이다. 보스턴의 신문사로 직장을 옮기려던 닉은 우연히 호주의 지도를 보고 아무것도 없는 야생의 땅, 호주로 떠나기로 한다. 그렇게 호주의 최북단 다윈에서부터 밴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닉은 앤지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가 살던 마을로 납치당한다. 앤지가 약을 투여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강제 결혼을 하고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 의한 감금생활을 하게 되는 닉. 앤지가 사는 울라누프라는 마을은 호주 지도에도 없는, 네 가족이 마을 구성원의 전부인 마을이고 그곳에서 앤지의 아빠인 대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황무지 한가운데, 마을을 가장한 감옥에 갇힌 닉은 그 구성원 안에서 유일하게 대화가 통하는 크리스탈과 함께 마을을 탈출하기로 한다. 처음 황무지를 횡단하는 닉의 모습은 힘들고 피곤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화롭다. 그런 스토리는 앤지를 만나 납치당해 울라누프라는 마을에 당도하게 되면서 스릴러로 바뀐다. 그때부터 급격하게 진행되는 닉의 탈출을 위한 처절한 노력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항상 느끼지만 이 작가는 빠른 서사 진행으로 긴장감과 속도감 있는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이 그리 얇지도 않은데 읽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되는대로, 자신이 편한 대로 살아가면 그만이었던 닉은 울라누프에서 탈출을 시도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낭비해왔던 삶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하루하루 아무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이 감시당하며 사는 울라누프에서의 시간이 닉에게 탈출과 삶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불태우도록 만든 것이다. 인간이란 참 미련하다.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모든 자유와 의지를 박탈당한 그때에야 온몸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과연 나는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한편으로는 카뮈의 이방인이 생각나기도 했다. 뫼르소가 죽기 직전에서야 삶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한껏 터트린 가까스로 울라누프를 탈출해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닉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드 하트를 한 줄로 말하자면 '이야기 속에 빠져 정신없이 읽고 나면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마침내 나는 나의 고독, 나의 뿌리가 없다는 사실이 두려워졌다.
거의 xxx급! '극한직업' 영화 솔직후기/리뷰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입니다. 드디어 보고 왔어요ㅋㅋ아 아직도 웃음이 멈추지 않네요ㅋㅋ 정말 기회만 된다면 n차도 가능합니다! 같이 보실분~!~ 오늘의 영화는 액션인가 코믹인가 영화 '극한직업'입니다. 정말 한국액션코미디의 바이블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네요. 정말 딱 이 정도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오락영화도! 웃음을 전적으로 사냥하기 위해 나선 스쿼드예요ㅋㅋ 개그맨들인지 경찰인지 헷갈리실 수도 있어요~ 제가 정말 영화보고 잘 안 웃는 사람인데 오늘 영화는 꽤 많이 웃어가지고 신기하네요 웃음요소가 많고 계속해서 관객들의 웃음을 사냥하기 때문에 자칫 B급 코미디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거리조절과 밀당을 적절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미친듯이 가볍고 때로는 꽤 심각하고 걱정도 됐지만 결국 시원한 액션과 마무리로 오락영화의 본분을 다 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웃었던 장면ㅋㅋㅋㅋㅋㅋ정말 너무 좋다 이 팀... 극한직업 마약전담팀의 매력은 출구가 없습니다. 제발 이들의 매력을 못 느껴본 사람이 없게 해주세요ㅠㅠ "기다려~" 잊지 못할 대사입니다ㅋㅋ 영화가 좋았던 건 시종일관 웃기지만 과하게 웃음에만 치중하지는 않았습니다. 액션영화답게 액션마저도 화려하더군요. 배테랑을 떠올리게할만큼 시원하고 멋있는 액션이 또 준비됐습니다. 거의 저에겐 배테랑급의 인상적인 영화였고 액션영화는 이 정도만 해다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테랑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제발 속편을 주세요ㅠ 하...속편 나오면 평점 상관없이 당일날 보러 가겠습니다! 배우들의 케미도 너무 좋고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고 균형있게 활약합니다. 누구 하나 겉돌거나 튀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간략하게 요약하며 총평을 해보자면 이동휘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존재감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이하늬는 세련된 외모와 달리 진정한 배우의 모습을 가진 사람입니다. 진선규는 앞으로 범죄액션을 선도할 대단한 배우로 더 성장할 거라 봅니다. 공명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웃긴 인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승룡은 서민의 편에서, 가장 처절할 때 가장 큰 힘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자세한 부분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영화 '극한직업'이었습니다.
칼의 노래
'칼의 노래' / 김훈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이 소설은 글 전체가 칼의 노래다. 사실 필자가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문장 공부를 위해서였다. 필자도 글을 쓰는 만큼(사실은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맞겠지만) 스스로 문장력을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장이 뛰어난 소설을 찾다 보니 거의 모든 곳에서 김훈 작가님의 책이 언급되었다. 그렇게 문장에 주의를 기울이며 읽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집어들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문장에 주의하기는 무슨,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을 극한으로 압축한 깔끔한 문장으로 쓰여진 책이어서 한번 눈이 지나치기만 해도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다보니 오히려 너무 술술 읽혀서 문장에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리고 책에 빠져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읽히는 소설이라니. 이 소설은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베는 기능만에 한없이 집중한 칼과 같은 문장으로 쓰여졌다. 문장 하나하나에 쓸데없는 것들을 다 쳐내고 문장 자체의 기능에 집중했다. 의미를 전달하는 것. 그렇다고 지루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의미를 전달한다는 문장 본연의 의미에 집중한 이 소설은 내가 문장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실제로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문장을 눈으로 읽고 해석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문장을 읽는 순간 그대로 머릿속에 장면이, 감정이 펼쳐지는 것이었다.(사실 필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글쓰기가 이렇다. 문장은 뜻을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 읽고나면 문장이 아니라 글 속의 이야기만이 남아있는 글.) 그렇기에 이 소설은 전체가 칼의 노래였다. 아무 장식도 없이, 날에서 베겠다는 한기만이 뿜어져 나오는 칼이 부르는 노래. 그렇듯 간결하고 압축된 문장으로 이 소설은 인간 이순신의 내면을 여과 없이 필자에게 드러내었다. 이순신 스스로가 난중일기를 소설로 다시 쓴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순신의 위대한 업적과 꺾이지 않는 충 아래 묻혀져 있던 내면의 고뇌와 슬픔, 위태로움이 고스란히 짧은 문장들의 나열을 통해 전해졌다. 절제되고 간결한 문장으로 쓰여졌기에 인간 이순신의 나약함은 더 깊숙한 곳에 와닿았다. 영웅이자 장수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그 전에 인간이었던 이순신의 모습을 잘 벼려진 칼과 같은 문장으로 써내려 간 것은 더 없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순신이 충을 바친 대상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왜구가 쳐들어와 백성들을 도살하고 포로로 끌고 가는 상황에서 왕은 수도를 떠나 저 멀리 도피했고 대륙의 천자가 보낸 천병들은 조선 백성들을 구하고 왜구를 물리칠 생각은 없고 그저 천자에게 바쳐 자신의 공을 인정받을 적의 수급만을 원한다. 그 수급이 실제로 왜적의 수급인지, 억울하게 죽어 나간 조선 백성들의 수급인지는 그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듯 어디 하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순신은 묵묵히 장수로서의 일을 할 뿐이었다. 적과 교전하고 적의 격군 포로 7명을 생포해 온 송여종이 이번 전투에서 자신의 부하 셋이 죽었다며 포로들의 처분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말한다. 포로 7명은 왜구에게 끌려 갔던 조선 백성들이었고 그들은 왜구의 밑에서 조선의 수군을 향해 총을 겨눴다. 조선인 포로들을 베어 목을 걸겠다는 송여종. 그런 송여종에게 이순신은 말한다. ㅡ 송여종, 베어져야 할 자는 너다. 송여종이 눈을 부릅떴다. ㅡ그리고 나다. 네가 백성을 온전히 지켰더라면, 어찌 백성이 너에게 총을 쏘았겠느냐? 이순신은 선조도, 명도 아닌 조선과 조선의 백성들에게 자신의 충을 바친 사람이었다고 필자는 이 대화를 읽으며 느꼈다. 인간 이순신의 모습 또한 소설 속 많은 부분에서 엿볼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순신의 셋째 아들 면이 죽은 장면이었다. 이순신의 아들의 목이라도 가져가겠다는 이유로 왜구는 특공대를 이순신의 고향 아산으로 보냈고 그 곳에 있던 이순신의 아들, 면을 죽인다. 그 소식을 전하러 온 종 치수에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순신은 별다른 말도 묻지 않은 채 종을 돌려보낸다. 그리고 그날 저녁 종사관과 당번 군관을 물리치고 혼자 갯가 염전으로 가 소금 창고 안, 가마니 위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이순신이 과연 어떠한 사람인가를 알고 싶다면 '칼의 노래'를 읽어보기를. 주관적인 별점 : 4.5개 (뛰어난 문장력과 상당한 수준의 고증. 그와 더불어 흥미진진한 묘사와 서사까지.)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같은 글을 같은 시간에 올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더 편하신 분들은 아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읽어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ongdaeBR/
노르웨이의 숲(번역판 제목 :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최근 일이 바빠 초반부 빼고는 얼마 읽지 못했던 '노르웨이의 숲'을 오늘 도서관에 찾아가 세 시간을 투자해 모두 읽어버렸다. 생각보다 우울하고 생각보다 기묘했으며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부드럽고 아슬아슬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와타나베와 고등학교 시절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기즈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는 늘 셋이 함께 다니곤 했다. 그러던 중 셋의 중심이었던 기즈키가 이유모를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와타나베는 그 이후 도망치듯 도쿄의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도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와타나베는 우연히 지하철에서 다시 나오코를 만나게 되고 나오코에 대해 사랑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결국 그녀는 치료를 위해 와타나베와 연락을 끊고 요양원에 들어간다. 나오코가 뒤늦게 보낸 편지로 그녀가 "아미 사"라는 요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와타나베는 그녀를 찾아가 묻어두었던 기즈키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한편 같은 대학에서 만나게 된 미도리는 기즈키의 죽음 이후 모두와 벽을 치고 지내던 와타나베의 삶 속에 뛰어 들어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생기 넘치고 당당한 미도리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던 와타나베는 그녀의 환한 모습 이면에 있는 아픔을 알게 되고 연민을 느끼며 점점 더 미도리와 깊은 관계가 되어간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나오코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온 두 여성 사이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스무살을 보낸다. 큰 줄거리의 진행만 보면 그저 그런 청춘소설과 다를 바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키워드를 말하자면 죽음, 사랑, 섹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이렇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네 키워드를 가지고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죽음 와타나베와 나오코 두 사람 모두 과거 자신들의 중심이었던 기즈키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이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라는 존재의 가치를 생각해본다면 와타나베에게 기즈키와 나오코는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기즈키와 나오코가 자신의 친구이자 곧 세계인 것이다. 기즈키의 죽음으로 와타나베에게는 세계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고 그 이후 와타나베는 죽음이 이미 자신의 삶의 일부에 스며들어 있다고 느낀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이 자신의 바로 옆에 있다고 느끼게 된 그 순간이 그에게는 자신의 모든 가치관이 뒤바뀌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나오코 또한 영원히 기즈키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딘가 뒤틀린 상태로 불안한 삶을 살다 이른 나이에 자살로 숨을 거둔다. 그만큼 죽음이란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2. 섹스와 사랑 위에서 말했든 와타나베는 죽음이 언제 고개를 쳐들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그는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나가사와라는 같은 기숙사 상급생과 함께 신주쿠 거리를 거닐며 술집에서 처음 만나는 여자와 섹스를 함으로써 사람의 온기를 느끼려 한다. 그러나 늘 다음날 아침이면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다. 필자에게 그러한 와타나베의 행동은 죽음이 스며들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자신의 삶에 무언가 의미를 남기기 위해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육체적인 관계 중 가장 깊은 관계인 섹스를 갈구했던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에게 와타나베는 육체적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였을 뿐, 그녀의 삶에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 그녀의 말과 행동으로 뼈저리게 느끼게 되니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낄 수 밖에. 그렇게 성욕과 섹스, 고독 그리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방황하던 와타나베는 결국 나오코에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고 나서 비로소 그 굴레에서 자유로워진다.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있어 그녀가, 그녀의 삶에 있어 자신이 이미 그 무엇보다 커다란 의미로 남을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 대상인 나오코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와타나베가 단 한번도 여성과 관계를 갖지 않았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와타나베의 변화를 통해 작가는 죽음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이 짧은 삶의 진정한 의미는 섹스(육체적 쾌락)가 아닌 사랑(정신적 가치)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3.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개인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라는 키워드가 이 소설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오코가 치료를 받는 요양원은 무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벗삼아 생활하며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곳이다. 와타나베는 그 곳에서 머무는 3일 동안 스태프와 환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오히려 의사인 미야타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연설을 맥락도 없이 늘어놓는 등 사회성이 부족하고 전에 있던 기노시타라는 경리는 노이로제로 자살을 시도했었으며 도쿠시마라는 전 간호사는 알코올 중독이 심해서 잘렸다. 와타나베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말한다. "환자와 스태프를 전부 바꿔도 될 정도네요." 그러한 와타나베에게 나오코와 같은 방을 쓰던 레이코씨는"우리에게도 아주 정상적인 부분이 있어. 그건 우리는 스스로 비정상이란 걸 안다는 거지." 라는 말을 던진다. 가만히 소설을 보면 등장인물 중에 정상적인 사람이 거의 없다. 나가사와는 하루가 멀다하고 술집에서 만난 여성들과 원나잇을 즐기면서도 그에 대한 죄책감도 하나 없고 스스로 금욕주의라고까지 말한다. 그의 여자친구인 하쓰미는 돈 많은 집안의 딸들이 다니는 여대에 재학 중인 좋은 집안의 고상한 성품을 가진 아가씨이면서 남자친구인 나가사와가 다른 여자들과 섹스를 하고 다니는 것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인한다. 와타나베의 룸메이트였던 특공대는 행동 하나만 봐도 흔히 말하는 정상은 아니고 등장하는 다른 단역들도 마찬가지로 극히 평범한 정상인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바깥 세계와 요양원 속 세계를 비교하던 와타나베는 요양원에서 돌아온 날 저녁, 신주쿠의 레코드 가게에 알바를 하러 간다. 그는 가게 밖으로 비치는 스스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비정상적인 광경에 혼란스러워 한다. 스스로가 비정상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요양원 속 세계와 스스로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풍요에 힘입어 방탕한 생활과 육체적 쾌락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바깥 세계. 필자는 작가가 이 둘의 극명한 비교를 통해 1960년대 고도성장기의 일본이 가진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성장이 급속화되면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당시의 일본 사회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과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도 꼭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인 듯 싶어 씁쓸하다. 4. 결론 많은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냥 가볍게 읽으면 뛰어난 문장력과 묘사(상당히 특이한 비유들이 많이 나온다)를 바탕으로 술술 읽히는 청춘 연애 소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던지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이며 과연 당시의 일본 사회는 정상인가" 라는 물음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청춘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주관적인 별점 : 4.5개 (사람은 누구나 비정상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그러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을 때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한다.)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같은 글을 같은 시간에 올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더 편하신 분들은 아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읽어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ongdaeBR/
#4 필사모임 <쓸모있씀!> 네번째 카드 ✍️
안녕하세요! 부쩍 날씨가 쌀쌀해지네요. 벌써 패딩 꺼내입으신 분 계시나요 ㅋㅋㅋ 목요일이면 더 추워진다고 해요. 이런 날일 수록 감기조심! 추운 날씨일 수록 마음은 따듯하게 해야하는 거 아시죵 😽 오늘 필사모임 카드에도 많이들 참여해주세요~ <오늘의 문장> 오늘은 좀 가벼운 것들로 가져와봤어요! 100만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책에 실린 '막례쓰 명언 대잔치' 입니다. 유쾌하지만 바른말만 하는 막례쓰 ㅋㅋㅋ 제가 정말 좋아하는 유튜버입니다. 나이 70 에 인생을 부침개 뒤집듯 훽 뒤집어버린 박막례 할머니!! 호쾌한 말투로 욕을 섞어 띵언을 날려주십니다. 틀린 말이 하나 없네요 ㅎㅎ -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 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거시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 히 걸어가. - 귀신이고 나발이고 난 무서운 게 아무것도 없어. 다시 내 인생을 돌아다보기 싫어. 내 인생일 젤로 무섭지. 내 인생맡치 무서운 게 어디있어. - 이쁜 것은 눈에 보일 때 사야 돼요. 내년에는 없어요. 뚱뚱하고 날씬해 뵈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내 맘에 들면 사는 것이니까. - 다이어트면 다이어트지. 다이어트 음식 같은... 놀고 있어. 살 빼려면 처먹지를 말어. - 화장품은 웃으면서 바르세요. 주름이 쫙쫙 펴지게. 여러분은 닮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롤모델인 사람이 쓴 글이나 말을 필사로 적어보는 것도 좋은 필사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여러분이 적은 문장들 기대할게요! 오늘도 행복한 필요일이 되시길 바라요~ 👋 신규 참여신청👇 <쓸모있씀!> 톡방👇
단편 : 여름의 주홍빛 녹색
“언니, 저 그 새끼랑 헤어졌어요.” “잘했어. 똥차 가면 벤츠 온다. 언니 말 믿어.” 조그만 술집에서 여자 둘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안주는 두부 김치 하나.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아직 멀쩡해 보이는데 똥차랑 헤어졌다는 동생은 이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소주병이 셋이나 되는 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동생은 아까부터 하던 똑같은 하소연을 세 번째 시작한다. 소주 한 병당 한 번 꼴이다. “그 새끼가, 아니 그 개새끼가 또 바람피웠어요. 그 썩을 똥차 새끼가! 진짜 쓰레기 아니에요? 바람피운 거 아주 무릎 꿇고 싹싹 빌길래 두 번이나 용서해 줬는데 세 번째 또 바람피운 거 알았을 때는 진짜 내가 화도 안 나더라고요. 그것도 똑같은 년이랑 세 번을 피웠어요. 그게 말이 돼요?” 앞에 앉은 언니는 동생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고 있다. 세 번째 듣는데도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들어주는 언니에게 동생은 울분을 토한다. “내가 나보다 이쁜 년이랑 피웠으면 말도 안 해. 그 만들어지다 만 것 같이 생긴 년이 뭐가 좋다고. 진짜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네. 개만도 못한 새끼. 그래서 진짜 제가 그래, 두 번이니까 봐주자, 삼세번까지는 참아보자 했는데 역시나 세 번째가 왔어요.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더니. 진작 차 버렸어야 됐는데.” “그래 잘했어. 사실 오지랖 같아서 말 안 하고 있긴 했는데 나도 너한테 진작 헤어지라고 하고 싶었어. 입 근질거리는 거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언니와 동생이 동시에 소주를 원샷하고 잔을 내려놓는다. 빈 잔을 채우는 동안 잠시 조용하다. 쪼르륵, 소주가 잔에 차오른다. 동생이 크 소리와 함께 입에 두부와 김치를 함께 집어넣고 씹으며 말한다. “진짜 그 새끼는 제 인생에 길이길이 남을 새끼에요. 살다 살다 그런 똥차는 또 처음 만나봤어요.” “그래, 곧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걱정 마.” 동생이 씹던 두부와 김치를 꿀꺽 삼킨다. “근데 언니는 지금까지 남자 몇 명이나 만나 봤어요?” “나? 한 네다섯 명 정도?” “언니는 그중에 누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역시 첫 남자 친군가?  “제일 기억에 남는 남자?” “저는 아무래도 이 똥차 새끼만큼 기억에 남을 놈은 없을 거 같아요. 어떤 쪽으로든.” 동생이 킥킥대며 웃는다. 맞은 편의 언니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잔에 찰랑찰랑 채워진 투명한 소주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남자는 그중에는 없어.” “엥? 그럼 누군데요?” “우연히 만났던,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 금요일 오후 2시 여자는 예식장을 나왔다. 딱히 할 일도 없는 백수 처지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예식장에서 혼자 꾸역꾸역 밥까지 먹고 나오기에는 여자의 면피가 그렇게 두껍지 못했다. 그저 적당한 금액의 축의금을 내고 축하해요 오빠라는 말을 신랑에게 전한 뒤 조용히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박수 몇 번 치고 나왔지만 그래도 나름 지인의 결혼식이라 꽤나 차려입고 나왔다. 이렇게 꾸며 본 지가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백수는 생활 반경이 점점 좁아진다. 백수 연차가 찰수록 만나는 사람도 없어지고 같이 취업 준비를 하던, 가끔 만나 소주 한 잔 하며 신세 한탄하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회사의 일원이 되어간다. 백수가 아닌, 번듯한 바깥세상의 사람을 만나기에는 자신이 이 사회의 짐덩이 같은 존재라는 걸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만나자는 연락이 오면 한참을 고민하다 미안, 내가 좀 바빠서 라는 답을 보내기 일쑤다. 백수 연차 3년 차가 지나가는 여자가 남색 원피스를 입고 밖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사실 여자의 계획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취업을 위한 인적성 평가 문제집을 풀고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막상 예식장에서 나온 여자는 눈 위에 손으로 차양을 만든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날이 너무 좋았다. 햇빛은 따갑지 않고 따뜻한 빛의 입자를 온 거리에 뿌렸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흔들릴 때마다 빛의 입자들은 더 잘게 부서지며 초록색 사이로 반짝거렸다. 문제집과 인강, 면접 예상 답변 만들기가 기다리고 있는 어두운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씨였다. 그렇지만 여자에게는 딱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가야 할 곳도 없었다. 그렇게 한 자리에서 한참 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했다.  ‘평일 서울 혼자 갈만한 곳’  검색 결과들이 주르륵 떴다. 경복궁 나들이, 서울숲, 북촌 한옥 마을, 동묘 벼룩시장 등등 온갖 키워드들이 어지럽게 스마트폰을 가득 채웠다. 화면을 슥슥 내리며 살펴보던 여자의 손이 멈췄다. 여자의 엄지 손가락이 화면을 한 번 터치하자 잠시 후 한 블로그가 화면에 나타났다.  ‘평일 오후 고전영화’ 누군가가 일기처럼 쓰는 블로그인 것 같았다. 제목 밑으로 어떤 영화를 봤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두 문단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여자는 글에 나온 영화관의 이름을 다시 검색했다. 종로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걸으면 바로 그 영화관이었다. 위치 바로 밑에 뜬 상영 정보를 보니 처음 보는 제목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3시에 상영되는 영화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여름의 녹색’ 지하철역은 오른쪽이었다. 여자는 종로역에서 내려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관 정문 오른쪽에는 오늘의 상영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13:00 기름과 물은 섞이지 않는다 15:00 여름의 녹색 17:00 그믐달 전부 처음 들어보는 영화들이었다. 저 셋 중에는 여름의 녹색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자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조그만 매표소가 있었고 그 옆에는 사람이 없는 매점도 있었다. 꽤 넓은 공간 안에 움직이는 사람은 여자뿐이었다. 매표소 안의 직원은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잠들어 있었다. 여자는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매표소로 걸어갔다. 여자가 창구 앞에 섰음에도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는 직원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저기요.”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부르자 직원이 흠칫 떨더니 일어났다. 입가 오른쪽에는 침이 살짝 묻어있다. 직원은 소매로 침을 쓱 닦고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거 드릴까요.” “여름의 녹색 하나 주세요.” “네, 팔천 원입니다.” 아직도 팔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자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 내밀었다. 여직원은 이천 원과 티켓을 함께 건넸다. 분홍색 티켓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이십 분 전부터 입장 가능하세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티켓을 보았다. 이렇게 티켓으로 된 영화표를 받아 본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자는 영화 티켓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영화관에서는 티켓이 아니라 영수증 겸용의 흐물흐물한 종이 영화표를 주기 시작했고 영화 티켓을 모으곤 하던 그녀는 그런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취미 하나를 잃어버렸다. 전에 티켓을 모으던 상자가 있었는데 어디 있더라. 여자는 그 상자에 이 분홍색 티켓도 넣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을 보니 2시 50분이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매점으로 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한 병 집어 들었다. 여자는 매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직원을 찾았지만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여자는 겉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한 생수를 들고 다시 매표소를 찾았다. 직원은 그 사이 머리를 박은 채 잠들어 있었다. 여자는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직원을 깨웠다. “저기요.” “에!” 직원은 대답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다시 일어났다. 검은 머리끈으로 질끈 묶은 그녀의 머리가 마치 달리는 말의 꼬리처럼 흔들렸다. “깨워서 죄송해요. 매점에 아무도 안 계셔서요. 이거는 어디서 계산하면 되나요?” 여자가 생수를 들어 보이며 묻자 직원은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말했다. “아, 그냥 저한테 돈 주시면 돼요. 생수 천 원이에요.” 여자는 지갑에서 아까 받은 이천 원 중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직원은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돈을 받았다. 이제 2시 58분이었다. 관은 하나였다. 적어도 헷갈릴 일은 없어 보였다. 상영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스크린에서는 영화 감상을 위한 에티켓을 티켓에 있는 것과 같은 캐릭터가 설명하고 있었고 좌석은 텅 비어 있어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관 안에서는 어릴 적 잡동사니를 쌓아 놓던 먼지 쌓인 다락방의 냄새가 났다. 여자는 티켓에 적힌 좌석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중간 열의 제일 왼쪽 좌석에 가서 앉았다.  여자는 자리에 앉은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발견했다. 자신의 반대편, 오른쪽 끝 좌석에 남자 한 명이 앉아있었다. 구석이라 처음 들어올 때 못 본 것 같았다. 이 작은 관 안에는 왼쪽 끝의 여자와 오른쪽 끝의 남자 둘 뿐이었다. 남자는 한 달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3년간 사귀었던 연인은 한순간에 참 싱겁게도 헤어졌다. 두 달 전부터 남자의 연인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아무리 메시지를 남겨도 1 표시만 사라질 뿐, 답은 오지 않았다. 3년을 사귀는 동안 그녀는 절대 집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었고 일하는 곳도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그녀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무시하면 도저히 만날 방법이 없었다. 남자는 연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커피에 시럽을 몇 번 넣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하나도 모른다는 걸 연락이 단절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처음부터 그녀는 이런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한 달 전, 내내 1만 사라지던 카톡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오늘 저녁 6시 반, 함께 자주 가던 카페에서 만나자는 메시지였다. 반쯤 포기하고 있던 남자는 한 달 만에 온 그녀의 메시지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회사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았다. 6시가 되자마자 회사를 나온 남자는 카페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고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녀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던 한 달 동안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카페에 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흘렸고 도착해서는 카페가 있는 건물 안 화장실에서 5분간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 6시 반에 앞에 앉은 차가운 얼굴의 전 연인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6시 35분, 커피가 나오기도 전 그녀는 카페를 떠났고 남자는 혼자 자리에 앉아 앞에 두 잔의 커피를 놓은 채 1시간 동안 창 밖을 쳐다봤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남자는 그 후 일주일 동안 매일 다른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술이 떡이 되어서 원룸에 들어와 씻지도 않고 침대에 엎어져 잠들었고 다음날 아침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출근했다가 퇴근 후 다시 술을 마셨다. 일주일 뒤에는 함께 마실 친구가 없어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마른오징어를 사 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그렇게 술에 절어 지낸 지 이 주가 지나 남자는 갑자기 일상으로 돌아왔다. 카페에서 헤이즐넛 라떼를 시키는 여자를 볼 때마다, 커피에 시럽을 세 번씩 짜는 사람을 볼 때마다, 호두과자를 먹을 때마다, 검정치마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블 영화 광고를 볼 때마다 누군가 떠오른다는 점에서는 아직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이 볼 때에 남자는 완전히 원래의 남자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아직도 가끔 밤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들곤 하는 남자는 갑작스러운 두통 때문에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에 들렀다. 딱 병원 점심시간이 끝나는 1시 반에 맞춰서 갔더니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 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신경성 편두통이라는 진단과 함께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술, 담배 당분간 줄이시라는 아무나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약국에 들러 약봉지를 받아 들고 나왔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제 오후 2시였다. 남자는 예상치 못하게 남아버린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 근처에 가끔 갔었던 영화관이 있었다. 독립 영화나, 인디 영화, 예술 영화들을 상영해주는 영화관이다. 이 영화관은 항상 오후 1시, 3시, 5시에 각각 한 번씩 영화를 상영했었다. 1시간 안에 간다면 3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원래 그곳에 종종 영화를 보러 가곤 했다. 전 연인이었던 그녀를 데리고 두 번 정도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그녀는 왜 저런 영화를 보는지 모르겠다, 하나도 재미없다 라며 남자를 타박했다. 그녀 덕분에 둘의 데이트 때 보는 영화는 항상 토르, 헐크,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물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데이트가 없을 때 그녀가 말한 왜 보는지 모르겠는 재미없는 영화를 혼자 보러 가곤 했다.  회사 근처 병원과 영화관은 가까웠다.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가서 도착하는 시간이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남자는 걷기로 했다. 점심이 지나 어정쩡한 시간, 회사원들은 이미 사무실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에 남자는 거리를 혼자 걸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걷는 남자는 햇살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최근 한 달간 햇빛을 몸으로 받아 본 일이 거의 없었다. 해가 그 빛을 완전히 뿜어내기 전에 출근했고 붉은빛 외의 다른 빛들은 모두 사라진 반쪽짜리 햇빛을 받으며 퇴근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는 점심이 한참 지나 일어나서 TV를 좀 보다가 밤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그대로 잠들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낮 거리는 생각보다 한적했고 햇빛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30분 정도 걷자 영화관이 보였다. 땀이 나서 정장 상의를 벗은 남자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영화관 안에 들어섰다. 영화관은 냉방이 되고 있는지 시원했다. 남자는 익숙한 걸음으로 매표소로 향했다. 남자는 자고 있는 매표소 직원을 불렀다. “저기요.” 직원이 졸린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직원이었다. 항상 여기 계시던 아저씨는 잘리신 건가. 직원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로 남자는 약간의 생경함을 느꼈다.  “3시 영화 하나 주세요.” 남자는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직원이 카드를 받아 긁자 직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수증이 나왔다. 직원은 영수증과 티켓을 함께 건넸다. “영화 시작 20분 전부터 입장 가능하세요.” 남자는 네라고 대답하며 티켓과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직원은 변했지만 분홍색 티켓에 그려져 있는 캐릭터는 그대로였다. 그녀가 이 영화관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 이 분홍색 티켓이었다. 남자는 물끄러미 티켓을 쳐다보다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직 2시 40분이 되기 조금 전이었지만 남자는 상영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래 묵은 건물에서 나는 냄새가 반가웠다. 그녀가 싫어하던 이 냄새를 남자는 좋아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상영관에 들어온 남자는 중간 열 오른쪽 끝 좌석에 앉았다. 항상 이 곳에 올 때마다 남자는 그 자리에 앉았다. 애초에 사람이 많이 오는 영화관도 아니거니와 몇몇 오는 사람들도 거의 한가운데 자리에 앉았기에 중간 열의 오른쪽 끝 좌석은 남자의 지정석이나 다름없었다. 앉아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스크린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길에 보답이라도 하듯 조금 뒤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정장 상의를 옆 좌석에 대충 걸쳐놓고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했다.  같은 광고가 두세 번씩 나오기를 두세 번 반복하고 나서 영화 관람 에티켓과 대피 경로 등을 티켓에 있는 것과 같은 캐릭터가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낯선 빛이 뒤에서 들어왔다. 남자는 몸을 돌려 뒤를 보았다. 한 여자가 상영관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상영관 밖의 흰 빛이 여자의 뒤에서 비추고 있었다. 푸른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내며 상영관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상영관의 문이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점점 가늘어진 흰 빛은 문이 완전히 닫히며 사라졌다. 남자의 시선은 움직이는 여자를 따랐다. 여자는 구두 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걸어서 남자의 정 반대편, 왼쪽 끝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여자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를 향했던 시선을 스크린으로 돌렸다. 왜 여자의 눈길을 피했는지 남자도 알 수 없었다.  앞에서 날아다니는 캐릭터가 사라지고 상영관이 암전 되었다. 상영관 안에는 오른쪽을 보고 있는 여자와 스크린을 보는 척하는 남자가 있었다. 탁, 탁, 타다다다다다.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오래된 필름 영화가 스크린에 투영되었다. 여자는 스크린에서 반사된 빛이 스민 남자의 왼쪽 얼굴을 보았다. 선이 가늘고 부드러운 남자였다. 영사기에서 쏘아지는 빛의 줄기에 떠다니는 먼지들 너머로 보이는 남자의 왼쪽 얼굴은 눈길을 잡아 끄는 힘이 있었다. 갑자기 남자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여자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바라봤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하고 있었다. 오래된 일본 영화였다. 시간이 쌓인 영화라서 인물이나 배경의 선이 뚜렷하지 않고 부드럽게 뭉개졌다. 여자는 요즘은 볼 수 없는 필름 영화의 미흡한 기술력에 의한 부족한 뚜렷함과 선명함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 시골 마을의 무더운 여름 풍경이 펼쳐지더니 마루에 앉아 밖을 구경하는 남자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이는 일본어로 물었다. “엄마, 여름은 왜 녹색이야?” 엄마가 대답했다. “여름이니까.” 아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 아래 따뜻한 색감을 입혔다. 여름이란 온통 녹색인 시골의 남자아이와 도시에서 전학 온, 사계절이 회색이었던 여자아이가 만나 매미 소리가 울리는 녹색 산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여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영화의 색감에 빠져들면서도 문득문득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그때마다 남자는 스크린에서 반사되는 빛에 녹색, 흰색, 노란색으로 물든 얼굴로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을 때 남자가 살짝 자세를 고쳐 앉으면 여자는 다시 스크린으로 얼굴을 돌렸다. 여자의 눈은 영화를 보면서 머리는 자신이 왜 자꾸 저 남자를 쳐다보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학생 때처럼 얼굴을 보고 한눈에 반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여자는 스크린에 나타난 초점이 맞지 않는 나뭇잎의 뭉그러진 녹색을 보며 생각했다. 이 공간과 시간이 주는 아무 의미 없는 우연 때문이 아닐까. 하필 오늘, 이 곳에서 이 오래된 일본 영화를 보고 있다는 기억을 공유하는 것은 텅 빈 영화관의 여자와 남자 둘 뿐이었다.  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자꾸 바라보는 이유에 대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뒤로 남자의 왼쪽 얼굴을 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 생각을 한 직후, 여자가 영사기에서 쏘아지는 빛의 궤적과 그 속에서 떠다니는 먼지들을 넘어 남자의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초점을 맞췄을 때 남자도 스크린이 아니라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잠깐, 먼지 하나가 유영하며 영사기가 쏘아낸 빛의 궤적을 이탈하는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둘의 눈이 마주친 찰나의 시간 동안 어떤 감각이 흘러가고 흘러왔음을 느꼈다.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제대로 얼굴을 식별하기조차 어려웠지만 분명히 여자와 남자 둘 다 알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한 채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은 의미 없는 단순한 시선의 스침이 아니었다. 남자는 가끔씩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본다는 것과 자신이 살짝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여자가 시선을 거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가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려 여자의 오른쪽 얼굴을 보았다. 긴 생머리에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시골의 소년과 도시에서 온 소녀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을 하는지, 이 시간에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이유는 무엇인지,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는 좋아하는지,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영화는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도시에서 온 소녀는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할 때보다 조금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소년은 내일 도시로 떠나는 소녀에게 말했다. “시즈코. 녹색 여름은 어땠어?” “회색 여름보다 훨씬, 훨씬 좋았어.” 소년이 소녀에게 네 잎 클로버를 내밀었다. “그때 못 찾았던 네 잎 클로버야. 이게 있으면 도시에서도 여름은 녹색일 거야.” 소년이 내민 네 잎 클로버를 소녀가 받아 들었다. 카메라가 점점 녹색 네 잎 클로버로 줌인되더니 그 위로 하얀 일본어 글씨가 떠올랐다. ‘여름의 녹색’ 화면이 검게 변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영화관에 어두운 노란색 조명이 켜졌다. 여자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른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오른쪽을 보자 남자가 한 팔에 정장 상의를 걸치고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두 걸음 정도를 남겨두고 멈춰 섰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말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요?” “뭘 어떻게 돼. 그냥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졌지. 그리고 끝이야.” “뭐 전화번호나 그런 거 안 물어봤어요?” “응. 안 물어봤어.” “아니 그럼 그 여자분한테 왜 커피 마시자고 한 거에요?” “그냥. 영화가 재밌었는지 궁금했거든.” 남자는 여자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나이도 물어보지 않았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는지, 원래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를 좋아하는지, 이 영화관에는 가끔 오곤 하는지를 물어봤을 뿐이다.  “아니, 형. 남자가 돼 가지고.” “야, 닥치고 술이나 마셔.” 남자는 앞에 앉은 동생의 입을 소주잔으로 막았다. 빈 소주잔에 남자가 소주를 따랐다. 투명한 액체가 꼴꼴꼴 소리를 내며 잔에 채워졌다. “그 여자분 어떻게 사는지 안 궁금해요?” 남자가 대답했다. “조금 궁금하긴 하지. 그래도 안 물어보길 잘한 것 같아.” 남자는 가끔 여자가 생각났다. 그저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를 같이 마셨을 뿐인데도 여자는 남자의 머리에 강렬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여자가 떠오를 때는 항상 그때의 기억 전부가 함께 불려 왔다. 그 날 거리를 걸을 때의 따뜻한 햇빛과 영화관에서 났던 오래된 건물의 냄새, 타닥거리는 영사기의 소리와 영화관에 떠다니던 먼지들까지 모든 것들이 되살아나면 그 가운데에 여자가 있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그녀도 가끔 이렇게 나를 떠올릴까? 그 날의 영화와 날씨와 감각이 머릿속에서 나와 함께 재생될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잔 하자.”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청명하게 울리고 남자는 소주잔을 비웠다. 남자가 소주잔을 내려놓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술집 창문 밖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여름밤, 나뭇잎은 가로등 빛에 물들어 주홍빛 녹색이다.
[덕질하면돼지] 책덕후의 책추천
그동안 읽었던 책으로 [덕질하면돼지]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대학온 이후로 책이랑은 정말 담을쌓고 살았었지만 이대로는 스맡폰만 보는 멍청이가 될것 같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당. 작년 새해 목표를 책 많이 읽기로 세웠었는데, 혼자서는 흐지부지가 될 것 같아서 sns에 읽은 책 기록을 꾸준히 했어요. 나름대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책모임까진 아니지만 같이 책읽은 계정들 팔로우 해서 책추천도 받고 댓글도 다니까 동기부여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작년 한해는 책을 참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작년엔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계속 책에 둘러쌓인 환경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되더라구요. 역시 환경이 중요해...! 근데 요즘은 도서관일 그만두면서 다시 책이랑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흑 ㅠㅠㅠ 다시 책이랑 가까워지는 계기로 삼으면서 작년에 읽은 책 중 몇권 소개해드릴게요. 1. [바깥은 여름] / 김애란 / 문학동네 오늘같이 눈오는 날씨에 잘어울리는 책입니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인데요. 보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에요. 김애란 작가의 담담한 문체 때문에 더 아리게 느껴진달까요? '바깥은 여름' 이라는 제목이 참 잘어울리는 소설인게,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마지막편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바깥은 뜨거운 여름인데, 나만 스노우볼처럼 시린 겨울 속에 있다고요. 전반적으로 '죽음'과 가까운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어요. 그 누군가가 죽었어도 세상은 너무 정상적으로 평화롭게 돌아가잖아요. 처음엔 왜 이 소설의 제목이 '바깥은 여름'인지 했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깊이 공감이 됐었어요. 먹먹한 겨울에 조용한 곳에 앉아서 읽기 좋은 소설입니다! 2. [아무래도 싫은 사람] / 마스다 미리 / 이봄 도서관에 마스다 미리 작가 전권이 있어서 자주 봤었는데 정말 쉽고 재밌게 호로록~~~ 읽을 수 있는 만화에요 특별할거 없는 그림체랑 내용인데, 그게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웃겨서 사진 찍어둔거 하나 올릴게요ㅋㅋㅋㅋㅋ 요런 간단한 그림체로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소한 얘기를 담고 있는데 이거 보다보면 '사람 사는거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뙇 ㅋㅋㅋㅋㅋㅋ 같은 작가 시리즈 중에 [수짱의 연애], [내 누나], [느긋한 나의 작가생활] 등 많지만 전 그중에서 이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젤 좋아해요. 마스다씨가 살아오면서 만난 싫은 사람에 대한 감정이나 대처들을 담았는데, 그게 참 공감이 되거든요. 결국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 사람을 열렬히 미워하거나 좋아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그냥 사람을 싫어할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구나 ㅋㅋㅋㅋ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물론 그게 어렵지만요 ㅎㅎ 그래도 마음에 작은 힐링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3.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김영하 / 문학동네 이걸로 김영하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제가 상상했던 문체랑은 너무 달라서 놀랐던 기억이..!! 예능에서 나온 이미지 때문인지 부드럽고 서정적인 문체를 상상했었거든요!! 근데 템포가 빠르고 직설적인? 좀 과장하면 뼈때리는 문체더라구요 신기....!!! 암튼 이책은 이종석 나온 그 드라마랑 동명이죠 하지만 같은 작품은 아닙니다 저도 그런줄 알고 집었는데 찾아보니 아니더라구요. 읽는 내내 누가 이종석 캐릭터인가 고민했는데 아니었네요 헤헿 (드라마는 안봤어요) 고속터미널의 화장실에서 태어난, 역시 고아였을 십대 소녀로부터 잉태된 제이.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야생의 길에서 생존해야 하는 제이는 고아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줄거리는 이러해요! 서정적인 제목에 비해서 내용은 너무 현실적이고 때론 비참하거든요. 비행청소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책이었어요. 워낙 흡입력이 강하고 빨라서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추천 +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라는 책도 재밌어요. 한 남자가 출근길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발견하는데요. 구하려고 하지만 예기치못한 불행이 계속되는...!! 그런 희안한 이야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묘하게 현실적인게 인상깊어요 4. 가볍게 재밌게 볼 수 있는 시리즈 (1)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요 고구마툰을 그린 '도대체' 작가가 쓴 책인데요! 이 책도 같은 맥락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짧은 그림이랑 같이 공감 100% 이야기를 넣어놨는데, 에를 들면 이런거에요. 도서관에서 읽는데 너무 웃겨서 웃음 참았어요 휴 (2) 있으려나 서점 너무 귀여운 그림책이에요. 요약하자면 '책에 관한 책을 소개하는 서점에 관한 그림책' 입니다. 책에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이 담긴 책... (3)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건 많이 보였을것 같은데 베스트셀러로 한참 올라왔었거든요. 원래 이런 자기계발서 싫어하는데 이건 평소에 자기계발서에서 느꼈던 그런게 없었어요. 가르치려한다거나, 다 잘될거야~ 라는 식으로 근거없이 희망적인 얘기만 한다거나 이런거 없이 소소한 힐링이 되는 책이었습니당. 제 책추천은 여기까지고용!! 꼭 3등 안에 들어서!! 상품을 받고싶네용~~~ @VingleKorean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 감사합니당
7년의 밤
'7년의 밤' / 정유정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심장을 쏴라나 7년의 밤의 경우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 또한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소설인데 두꺼운 책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읽어 버렸다. 속도감이 굉장한 소설이었다. 댐 문을 열어 아예 마을 하나를 침수시켜버린 희대의 살인마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 그가 있는 곳마다 최서원이 살인범의 아들임을 알리는 편지가 도착한다. 도대체 누가 보낸 것이고 왜 이러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의문의 편지. 결국 최서원은 살인자의 아들이란 꼬리표를 달고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학교와 집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과거 아버지가 댐 경비를 설 때 알게 된 안승환과 함께 살게 된다. 주변의 시선을 이기지 못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최서원. 뛰어난 잠수실력의 다이버이자 작가 지망생인 안승환과 함께 살던 최서원은 우연히 안승환이 쓰던 글을 보게 된다. 그 글은 자신의 아버지 최현수가 댐 문을 열어 세령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킨 날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을 읽어 나가던 최서원은 점점 감춰져 있던 그 날의 진상에 다가가게 된다.(더 쓰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여기까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뇌리 속에 가장 깊게 박힌 인물은 오영제였다. 소설 내의 절대적인 불가해의 악역. 그는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소시오패스이자 최서원의 아버지 최현수와 대립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소시오패스의 행동과 사고 흐름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러면서도 공감하지는 못하게, 거의 완벽에 가깝게 서술해 낸 정유정 작가의 필력과 사전 정보 조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이렇듯 자연스럽게 서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생각해 볼 부분을 많이 던져준 인물은 최현수였다. 사실 오영제란 인물은 소설 내에서 너무 절대적이고 확실한 악으로 그려져서 크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없었지만, 최현수란 인물은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저 근원 깊은 곳까지 질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현수는 오영제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댐 문을 열어 세령마을을 침수시키고 그 곳에 사는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필자는 과연 내가 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생각해 보았다. 내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수많은 타인들의 목숨을 뺏어야만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뺏은 최현수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기에 도저히 한 쪽을 선택하기 힘들었다. 여기서 다른 한 가지의 윤리적 의문이 또 들었는데, 소수와 다수의 목숨의 가치에 관한 의문이었다. 소설에서와 같이 내 아이의 목숨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한 사람의 생명과 수백명의 생명을 저울질해본다면?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생명을 희생하는 게 정당한 것일까. 눈 앞에 있는 한 사람을 죽이면 수백명이 목숨을 구한다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을까. 필자는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과연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주제의식과 재미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고 극찬 받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답게 서사의 재미와 흡입력, 인간 본연의 가치와 윤리에 대한 질문, 이 두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 재미있는 페이지 터너이자 책을 모두 읽고 덮었을 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7년의 밤을 꼭 읽어보시길. 주관적인 별점 : 5점 (흠잡을 곳이 없었다.)
문학 감성 쏟아지는 역대 수능 필적감정란 문장
수능날 맞이 역대 수능 필적 감정란 문장 모음. 근데 문장들이 하나하나 참 예쁘다. 한국의 문학이란... 글의 맛. 필적감정란에 쓰는 문구는 희망찬 내용이나 긍정적인 내용을 위주로 갖고 오고 필적확인할 때 용이하게 겹받침이 들어가는 문장을 쓴다고 함ㅋㅋㅋㅋ +2019년의 필적감정란 문구는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윤동주, 서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정지용, 향수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윤동주, 소년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윤동주, 별 헤는 밤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정채봉, 첫마음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황동규, 즐거운 편지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정한모, 가을에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박정만, 작은 연가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문태준, 돌의 배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김영란, 바다로 가자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김남조, 편지 (ㅊㅊ - 여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