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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2-

반응이 많진 않지만 계속 이어서 가져오는 포상휴가 2탄 ㅋㅋ
나 이거 너무 무서웠는데 왜때문에 반응이 없쪄...?
군대도 안갔는데 군대 귀신이야기가 젤루 무서운 나, 비정상인가요?
ㅎㅎㅎㅎㅎㅎ

그럼 오늘도 같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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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면 으레 라면을 한개씩 들고 취사장으로 가곤 했었지요. 배가 고프던 안 고프던 긴 근무를 마치고 왔다는 여유랄까요? 잠자기 전까지 나름대로의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근무 후의 커다란 즐거움 이었습니다.

하지만, 낯선 곳에 있는 지금 날 위해 준비된 라면도 없거니와 왠지모르게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내무실 취침등이 좀전에 보았던 그 장면을 계속 떠 올리게 했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으..응?"

주둔지에 있을 때 일병이었던 심상병이 침상을 내려앉으며, 물어오더군요.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그의 발목....

"왜? 뭔일있냐?"

되려 반문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그의 발목에서 억지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드랬죠.

"멍하게 계셔서 말입니다."
"그랬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전투화를 벗고 침상에 올랐습니다. 여전히 의식되는 발목...

"박병장님 취사장으로 가시지 말입니다."
"짬장?"
"예. 라면 끓고 있을겁니다."
"끓어?"

제가 있던 초소에서는 상식적으로 끓여먹을 라면도 없거니와...

'누가 끓이지?'

그러고 보니 같이 근무섰던 부사수들이 내무실 안에 아무도 보이질 않더군요. 다급히 대충 아무 활동화를 꺾어 신고, 그의 뒤를 따라 어두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

걷는 중에 여전히 의식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목에 자꾸 힐끔 뒤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자꾸 그 어둠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에 저는 심상병의 옆으로 바짝 붙었습니다.

위에서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강렬한 두려움....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식 화장실에 밤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혼자 드나들던 지난일들이 정말로 신기했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끼익'

허름한 취사장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컴컴한 형광등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우리 근무조만이 아닌 1중대의 다른 근무조들도 허기짐에는 매 한가지 였을테니까요.

"야 여기서는 라면 끓여먹는구나."
"위에선 그렇게 안 드십니까?"
"위엔 야 컵라면 밖에 없어. 전자렌지 딸랑 하나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취사병 몰래 계란을 하나 꺼내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그맛이 잠깐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이내 탁자앞에 놓여지는 끓인라면에 그 생각은 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휴가 갔을 때 먹어보고 처음이네."

왠지 감탄 스러웠다고 할까요?

"박병장님 휴가 언제 다녀오셨습니까?"
"나?"

생각을 해보니 꽤 오래된 듯...전방에 올라오기 한 3개월 전이었으니..

"반년정도 됐나?"
"그렇습니까? 얼마 안되셨지 말입니다."
"그렇긴하지..."

라면을 한젓가락 솥에서 퍼올리며, 라면솥과 함께 가져온 나무 젓가락과 사기 그릇이 보고 있자니 참 신기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거의 확실한 소문으로 박병장님 휴가 가실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쉿.."

저는 급히 심상병에게 주위에 눈짓하며, 그를 조용히 시킬수 밖에 없었죠. 다행히 주위 사람들은 라면 먹기에 바빠서 못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야...안그래도 휴가증 모자를텐데, 딴 중대 놈이 가져가면 짜증나지. 일단 가는 날까지는 조용하자. 난 죄인이야 여기선..."
"크크크. 그렇겠지 말입니다."

능청스럽게 웃어제끼는 심상병. 한동안 저를 포함해 6명은 라면먹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 젓가락을 넣고 솥을 휘휘 저어도 건더기가 잘 걸리지 않을 때쯤 저랑 같이 근무를 섰던 이등병 부사수가 쭈뼛거리며 말을 걸어오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설 때 말입니다."
"아까?"
"예 근무끝나기 전에 말입니다."
"그런데?"

이등병은 무척 신경 쓰이는 얼굴로 근무지에서의 내 행동과 내무실로 들어와서의 내 말들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야야. 별것아냐. 니 놀려줄려고 그런거니깐. 라면이나 더 먹어라."

물론 남아있는 것이 없는 상태서 그런말은 설득력이 없었지만, 이등병이 벌써부터 그런것에 집중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저는 얼버무리기로 했던 거죠.

그렇게 라면을 먹고 부사수 셋과 그중 짬밥이 안되는 사수가 솥과 그릇을 들고 취사장 저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끼익'

취사장 문소리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거슬리는 소리를 내더군요. 평소 아무렇지도 않았을 그런 것들이 말입니다.

"박병장님."
"왜?"
"담배 한대 피시지 말입니다."

심상병이 담배한개피를 건네주길래,

"야 나 담배 안 핀다."
"아 그렇습니까? 의왼데 말입니다."
"뭐가 의외야."

살짝 입가가 올라가며 웃음이란게 지어지더군요.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이 곤충소리며 물흐르는 소리며 들으며 내무실로 향해 걷자니 문득 좀전에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던 이등병의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저기 박병장님."
"응?"
"혹시 지금 많이 피곤하신거 아니시면, 저랑 잠깐 말씀 좀 나누시지 말입니다."
"......."

뭔가 할말이 있구나란 생각을 그의 표정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무실 막사 뒤쪽터에 빨래를 널어두는 곳이 있었는데, 심상병의 안내로 저는 그곳으로 갈 수 있었죠. 대충 자리를 잡고 앉자, 심상병이 담배를 끄고 제게 말을 하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지에서 보신거....저는 알고 있습니다."
"뭐?"
"아까 김병장님이 웃어 제꼈지만, 그 분이야 원래 그런거 안 믿는 분이시니 그려러니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뭔소리야?"
"여기 의외로 이런저런 소문 많습니다."
"........."
"전방 투입전 자살자 교육 동영상 생각나시지 말입니다."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죠. 전방 투입 2개월 전부턴 여러가지 교육을 하는데, 그 일과 중 하나였던 것은 자살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행해지는 자살자 해부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동영상이었죠.

"그게 말입니다. 우리가 서는 2초에서 일어난 자살자라는 겁니다."
"정말이냐?"
"1중대장님이 그러셨으니 거의 확실하겠지 말입니다."
"........."

1중대장은 제가 알기론 1년전에 이쪽으로 부임해 온 사람이라 여기 전방을 모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 입대도 하기 전 온 사람인데 꼰대가 어떻게 알고 있지?"
"박병장님 1중대장님 사단서 정보장교 하다 오신거 모르십니까?"
"정보? 아! 육사 출신이지..."

머리가 빠르게 회전되더군요. 사단 정보 장교면 여기저기서 일어난 일들 거의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게 어쨌든...내일 작업 하면서 함 안내해 드리지 말입니다."
"뭘?"
"자살자가 와이어 매단데 말입니다."
"야 씨발.됐어."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저도 알고 나서 박병장님과 똑같은 맘이었지 말입니다."
"그래 할말이 그거냐?"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심상병은 건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어디서 가져온건지 '자유시간'을 제게 하나 건네주더군요.

"전역한 저희 소대 고참들도 그랬고, 1중대 아저씨들도 그러고 요즘 여기저기서 이상한 이야기 많이 들리지 말입니다."
"이상한 이야기?"
"오늘 박병장님이 보신 것 같은거 말입니다."
"나 말고도?"
"예. 1중대에 제 동기가 한 명 있는데 말입니다. 얼마전에 근무서다가 사하나(41)쪽 계단으로 올라가는 귀신을 봤다고 하지 말입니다."
"뭔 귀신?"
"동기 말로는.....우워 이것 좀 보시지 말입니다."

하면서 걷어 올린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그 때 근무 끝나고 짬장서 만나서 이야기 했는데 말입니다. 닭살 돋아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놈들이었다는데?"
"박병장님 훈련소에서 입었던 민무늬 전투복 아시지 말입니다."
"알지."
"그 전투복 입은 셋이 어디서 나타난건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더라는 겁니다."
"108계단?"
"108계단? 그렇게 부릅니까?"
"몰라 고참들도 그렇게 불렀었어. 108갠지 세 보지는 않았지..."

그당시 급경사의 계단이라 힘이들어 붙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여튼 그 계단으로 3명이 올라가는데, 보는 순간 직감했답니다. 귀신이다라고..."

거기까지 들으니 소름이 스윽 돋기 시작하더군요.

'발목은...?'

이라는 생각도 들고...

"저도 듣고는 새끼야 뻥치지마 하고 말라 그랬는데...솔직히 걔 근무서는 스타일도 모르겠고...지 말로는 절대 졸면서 본게 아니라는데, 어떻게 부사수는 못 볼 수 있는 건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의아한게...항상 고참들이 말해주던 귀신이야기도 부사수나 사수 둘 중 하나는 꼭 못 봤다거나 하는 상황이 항상 따라다녔거든요. 그래서...

"니 동기 졸다 가위 눌린거 아니냐?"
"그런데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걔가 본게 어떤 식이였냐면..."

근무라는게 굉장히 지겨울때가 있죠. 뭐 항상 지겨웠지만.... 그렇게 지루한 시간 짜증나서 기지개를 펴다보니, 오른쪽 사하나 1초 옆 계단으로 누군가가 올라가는 모양이 보이더랍니다.

'사하나 근무잔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갑자기 눈알이 커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빠르게 고개가 다시 돌아가더랍니다.

'뭐야? 민무늬잖아...왜 세명이지...'

순간 당황스러워서 젤 먼저 든 생각은 대대순찰자를 여기서 놓쳤나 하는 생각과 곧이어 전신이 쏴 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소름이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야!! 야...야투경 줘봐!"

입초근무를 서고 있는 부사수한테 버럭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야..야투경 말입니까?"
"씨발 빨리 줘!"

부사수는 상당히 당황해 하며, 목에 걸고 있던 야투경을 벗어 동기에게로 건네주었다네요. 건네 받자 마자 아직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그 셋을 바라보는데,

"으...으...."

자세히 볼려고 해도 거리가 멀어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그 셋은....

"다리가 없이 그냥 몸통만 둥둥 떠서 올라갔다고 했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저도 믿지는 않습니다. 여튼 야투경으로 보니 야투경으로는 안 보이고, 그냥 보면 보이고 아주 미쳐버리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부사수는?"
"부사수는 이등병 놈이라 뭔일인가 쫄아가지고 초소 안에만 있었다고 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동기가 야 너도 한 번 봐봐 라고 밖으로 나오게 하니깐 이미 계단 저 위로 사라진건지 꺼진건지....없더랍니다."
"........"
"말하는 꼴로 봐서 거짓말 같지고 않고, 연대에서 대기할때 몇일 지내보니 그런걸로 거짓말 할 놈은 아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참.... 그때는 저도 제가 근무서며 겪었던 일들 중 처음 맛보는 것이어서... 슬금슬금 돋은 닭살이 전혀 사그러들지 않더라고요.

"걔만 그런게 아니지 말입니다."
"뭐야? 또 있어?"
"박병장님 근무서신 그 2초도 말입니다. 애들이 이상한거 많이 본다고 소문이 자자 하지 말입니다."

갑자기 밀조 이동 할때가 생각나더군요.

"야 그래서 2초에선 둘다 동초서는 거냐?"
"보셨습니까? 그렇지 말입니다."

그 2초는 날개진지도 없고, 특별한 엄폐물도 없어 보이는데... 밀조이동으로 그쪽으로 갈땐 사수 부사수 초소 밖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겁니다. 두 근무자가 사이가 좋아 그런가 싶었는데, 사람들 딱 보면 분위기 파악되듯이 둘이 같이 즐겁에 뭘 이야기 할 사이는 아녀 보였거든요.

"아 씨발.....왜 이런 좆같은 일이..."

겨우 몇일 온건데 왜 이런일이 생기나 짜증이 확 나더군요. 지금이야 이렇게 쓰고 웃을 수도 있지만, 그당시엔 정말 죽을맛이란게 그런거라 생각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이야 분위기를 어떻게 전달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철책이란 곳이 정말 적막하고 안개라도 짙게 드리워지면 별 오만가지 상상이 되곤 하죠.

그 적막함 속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들리면 괜히 소름이 돋고, 같이 있는 부사수도 어깨에 손 올려보면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라는 공포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곤 한답니다. 물론 그런 공포감때문에 헛것을 본게 아니냐 라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작업을 하다보면 지뢰 탄피를 보는 것은 허다하고 가끔은 유골도 나오곤 한답니다. 전쟁당시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 묻힌 곳이기에 분명 그럴수도 있다 생각은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살이나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던 이유가 아마 그런 지리적인 요건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근데 너는 본거 없냐?"
"저 말입니까?"
"있어?"
"........"

심상병은 주위를 스윽 살피더니 이내 말을 꺼내더군요.

"있지 말입니다. 저는 아니고 말입니다."
"누구?"
"박병장님 같이 근무선 이등병 있잖습니까?"
"최 머시기 였는데...걔?"
"예 최xx 이병 말입니다."

순간 머릿속에 취사장에서의 일이 휙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그놈이 나한테 물어본건가? 진짜냐고..."
"그새끼 좀 이상한 놈입니다...저번에...."

약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네요. 근무 로테이션상 사수와 부사수는 바뀌지 않게 되어 있는데, 심상병의 건의로 한동안 주간근무만 서다가 이번주가 되서 야간 근무에 투입되었다고 하네요.

"이등병한테는 어지간 하면 근무를 안 세우는데,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 없으면 그런게 어딨습니까?"
"그렇긴하지..."
"그래서 저놈 부소대장 전령으로 한 2주 다니면서 근무 파악시키고 바로 투입시켰지 말입니다. 그런데 하필 첫주 후반야에 저랑 걸렸지 말입니다."
"왜 재밌잖어. 이등병 데리고 노가리 풀다보면."
"저는 걔들 예기 별 관심도 없습니다. 사고나 안쳐주면 다행이지만 말입니다."
"여 심상병 많이 컸네. 내가 마지막으로 본게 너도 이등병이었어."
"저는 그래도 이젠 상병 아닙니까. 밥대우 좀 받아야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새끼 크크크."
"하여튼간에 첫 야간 투입이라 제가 다 긴장이 됐더란 말입니다. 근데 첫날 부터 아 정말....."
"뭔데?"
"후반야 두번째 밀조 시작하고 나서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말에 의하면 그 문제의 자살자 초소로 밀조 이동을 마치고 심상병이 입초 근무를 설 때 였답니다. 30분 입초 후 동초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여름에는 몰라도 겨울에는 동초가 너무 힘들어 자살자가 나오고 사수가 부사수를 동초에다 말뚝을 세워놓는 가혹행위가 잇따라 군단 전체 지침사항으로 내려온 근무 지침이었지요.

하여 한시간을 나누어 정각부터 30분까지는 사수, 30분 부터 정각까지는 부사수가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시 좀 넘었길래 탄통이나 깔고 앉아 있자 하는 생각에 하이바 벗고 잠깐 벽에 기대고 있었지 말입니다. 근데...."

밖에서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바로 부사수의 목소리란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죠.

'이등병이 빠져가지고 노래를 쳐 부르네.'

라고 생각하고 한마디 할려고 일어설려고 마음을 먹는데, 막 밀조를 마치고 돌아와 앉아버린 후에 바로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그냥 신경을 끌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경이 확 곤두서더랍니다.

'뭐지?'

라는 생각과 곤두선 신경이 밖에서 들리는 이등병의 목소리에 몰리더랍니다.

'노래가 아닌데....누구지..?'

라는 생각에 미치자 심상병은 후다닥 탄통을 박차고 일어나 하이바를 쓰고 총을 들고 정면을 응시했답니다.

'씨벌..지금 왠 순찰자가 오고 지랄이야...대대서 왔나?'

그렇게 근무를 제대로 서고 있었다라는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대로 에프엠 근무 자세를 취하려는데, 다시 한 번 신경이 밖에 있는 중얼거림에 쏠리더랍니다. 그리고 등에 흐르는 써늘함.

뭐가 있는 것처럼 정말 자신도 모르게 완전 반사적으로 뒤를 휙 돌아보게 되더랍니다. 그리고 시선은 몸통이 도는 것보다도 먼저 천정으로 먼저 향하게 되었다지요?

'.........'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렇게 마음먹고 있던 터였답니다. 하지만, 그날만은 그렇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여기는 사람이 죽은 초소다 라고 하는 것이요.

'니미.....'

순간 욱 하는 마음에 튀듯이 초소 밖으로 뛰었답니다. 도저히 못 있겠다라고 했지요. 그리고는 나오자 마자 거의 윽박에 가깝게 부사수를 다그쳤다고 했습니다.

"야 씨발 너 누구랑 이야기 한거야? 미쳤냐?"
"예?"
"뭐가 예야? 씨발 순찰자가 오면 바로 알려야지 어떤새끼랑 뭔 대화를 하고 있어! "
"대화 말입니까? 순찰자가 오는 것 같아서 수화 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심상병은 답답했는지 어디에서 순찰자가 오는지 그 부사수가 보고 있던 그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지요.

"야이 새끼야 어디가 순찰자야."
"어?"
"어어? 이새끼가."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갈려던 찰나였다네요.

"심상병님 저기 안 보이십니까?"
"뭐?"

부사수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게 미쳤나 있긴 뭐가 있어."

다시 부사수를 바라보며 성질이 날대로 나는 중이었는데, 마주친 부사수의 눈빛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겁이 확 나더랍니다. 정말 안 보이냐는 식의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 부사수.

"정말 안 보이십니까?"

손가락은 그 방향 그대로 한 채로 말이죠.

"그날 진짜 사람 쏠 것 같은 기분이었지 말입니다."
".........."
"그새끼 평소에 안 그런 놈이지 말입니다. 근데 희안하게 근무만 들어갔다 하면 미치는 건지....그래서 소대장한테 말해서 근무 뺐는데, 이번주부터 재 투입 된거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표정을 보니 어느새 담배를 문건지 근심이 참 짙어 보이더군요.

"구라는 아닌 모양인갑네."
"후.....구라라면 좋겠지 말입니다.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아십니까?"

뭔가 사연이 더 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때쯤 되니 저도 모르게 등뒤를 자꾸 힐끗힐끗 보게 되더라고요. 등에 끊임없이 소름이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역시 실화도 제가 겪은 것 쓰는게 가장 잘 쓰이네요. 상상을 해가며 쓰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게 더욱 즐겁습니다. 1시간 정도 쓴 분량인데 나름 그 때 생각하면서 쓰니 재미있군요.

급똥 크리로 화장실 가서 신문보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천정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얼릉 끊고 나왔습니다.

다음편도 다 써놨으니 금방 올릴게요~


[출처] 포상휴가 #2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너무 무섭잖아...
그렇잖아도 뭔가 이상한게 보여서 무서운데
애써 잘못 본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도 뭔가 이상해 보이면 더 불안해 지는거
특히나 그 장소를 벗어날 수 없을 땐 더더욱 ㅠㅠ
쓰고나니 그래서 군대 귀신이 무섭구나 싶군

어제부터 계속 마음이 안좋네
마음 속으로(때로는 입 밖으로도) 응원하던 아이가 떠나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참... 매일 불안하다 불안하다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슬프네

지금 혹시 많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네 잘못 절대 아니니까, 감기 바이러스처럼 나도 모르게 찾아온 아픔인거니까 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나을 수 있을거야, 오래 걸리더라도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렇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꼭 더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그럼 오늘도 잘 자고
내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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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ㅠㅠ 오늘도 여전히ㅠㅠㅠ
허~~얘 뭘 보고 있는거여, 무서운 신병일세;;;
하숨막혀....숨안쉬고읽고있었다...
무서워서 댓글도 못쓰겠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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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3-
-3-라고 적으니까 뭔가 귀여운 얼굴 표정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나네 ㅎㅎㅎ -3- 귀엽...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볼까? 들어가자 이야기 속으로! __________________ "최이병 이새끼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지 말입니다. 눈 동그랗게 뜨고 안 보이냐고 하는데, 정말 한 대 패 버릴 수도 없고..제 눈엔 전혀 안 보이는데 말입니다..." ".........." "그냥 엉덩이 발로 차서 입초로 쳐박았지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저기 온다고 하는데....진짜 총 당길 뻔 했습니다. 근무 끝날때 까지 겨우 참았지 말입니다." "근데 구라치는거 같진 않디? 왜 있잖아 이등병 새끼들 자주 쓰는 것중에 헛것이 보인다 뭐 어쩐다 해서 보직이나 의가사 전역 같은거 함 얻어볼까 하고 말야." "그건 분명히 아니었지 말입니다. 저놈이 근무땐 저래도 평소에는 잘 합니다." "연막 아냐?" "음....그래도 사람 느낌이란게 있잖습니까? 그건 아니다라 하는...." "그래?" "예." "그럼 고참들 한텐 이야기 해봤냐?" "아직은 안 했습니다. 하긴 안해도 다 알고 있는 일이지 말입니다." "김병장은 뭐래?" "김병장님이야 뭐......워낙 호탕한 사람이라...아 그러고 보니..." "뭔데?" "혹시 투입전 교육 할때 중대별 축구 대회 한거 기억하십니까?" "연대 다 모여서 한거?" "예 그거지 말입니다." "그게 왜?" "다른게 아니고...그때 저희 중대가 우승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3소대에 그 왜 연대장 한테 표창받은 애 있잖습니까?" "아..3골 넣었다고?" "예 그놈 말입니다." "걔가 왜?" "사회서 프로축구하다 들어온거는 아시지 말입니다?" "연대장이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뭐..." "운동하다 온놈이라 그런지 부지런하고 작업도 잘하지 말입니다. 3소대 차기 분대장감이라고 분대장 집체교육 때 소대장이 건의해서 분대장 교육 보낼거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 "그놈도 별수 없던 놈인지...아니면...진짠지..." "뭔데?" "2초 안에서 근무서다가...물위에 있는 귀신을 보았다나 뭐라나..." "........." 순간 섬뜩 했습니다. 걸터앉은 의자에 한족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 있었는데, 문득 시선이 제 발목으로 가더군요. "야 2초 그렇게 말 많은데 왜 폐쇄 안하냐? 사람까지 죽어나간 초손데..." "저도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경계지형상 요충지란 이야기가 있던데..옆에다 하나 더 만드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이고.." "37은 철책 까지 땡겨서 폐쇄 시키더만...중대장 같은 간부들은 알고 있냐?" "알면 뭐합니까? 그래봐야 중대장 나부랭인데...하여튼 그 축구선수놈 뭘 본건지 지는 죽어도 2초 못 서겠다면서 상황병으로 빼달라고 소초장한테 건의하고 그랬던 모양이지 말입니다." "씨발....심각한데 이거...." "뭐가 말입니까?" "야 아까 나 근무 끝나고 내무실서 이야기 했던거 말야...진짠가보네...." 눈가가 시원해질 정도로 눈을 크게 하고 심상병을 올려다 보았더니, 이 녀석도 뭔가를 느낀건지 손사례를 치더군요. "박병장님까지 그러시면 어쩝니까..." "야 상황을 봐봐 내가 헛걸 본건가...." "그건 또 그렇지만 말입니다..." "내일 또 근문데 아 씨발..." 한기가 엄습해 오더군요. 휴가 한 번 갈려고 잘못된 거래를 했단 느낌이랄까... "야 여기애들은 그거 말고 또 없냐?" "뭐가 말입니까?" "귀신 본 애들 말야.." "아...많지 말입니다." "많아?" "시원하게 저도 한 번 봤으면 좋겠지 말입니다." "지랄마라...막상 보면 심장 멎을 껄. 솔직히 최이병이랑 근무설때 존내 쫄았을거 아냐?" "안 쫄았지 말입니다..." "크크. 놀고 있네." "박병장님은 어떨것 같습니까?" "뭘 어때. 썅 보이는대로 총 휘갈기는 거지." "사단 기무대에서 바로 박병장님 찾으로 오겠지 말입니다. 크크크." "오라 그래!" 객기는 부려보았지만 어찌 해 볼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걸 마음속 깊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어야 겁이 덜 날테니 말이죠. 그리고 제글 아시는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으로 올렸던 실화에서 총 휘갈길려다 기절한거.... 이때 장난처럼 말했지만, 실제 말이 씨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겁니다. "방금 라면먹고온 짬장에서도 한가지 일화가 있지 말입니다." "짬장서?" "예. 전원투입 후라고 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전원투입이라곤 해도 평소같으면, 상황병하고 취사병은 전원투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근데 그날은 사단에서 전원투입 검열 나온다고 비상이 걸렸던지라, 확실히 그날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사단 폭풍이 지나갈동안은 취사병도 무조건 전원투입에 합류했었어야 했답니다. "그거 알지...우리 짬병도 한 4일 나갔다. 입이 이만큼 튀어나오데..." "저희도 다 나갔지 말입니다. 근데 2소대 짬장(취사병들 중 최고참)이 요령핀다고 안나가고 짬장서 짱박혔던게 문제가 됐지 말입니다." 사단검열 나온다고 알려진지 4일째 되던날, 짬고참은 오늘도 안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전원투입 신고 후 바로 뒤로 빠져 취사장으로 짱박혔던 모양입니다. 신고 후라 특별한 인원체크도 없었고, 철수 할때쯤 몰래 빠져나와 합류하면 그만이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취사장으로 몸을 피해 들어갔을 때 였답니다. 익숙지 않은 생김새의 군복차림 남자 둘이서 밥을 하는 증기기계옆에서 서서 뭔가를 먹는 것 처럼 입가에 손을 대었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더랍니다. '아 씨발...사단간분가...좆됐네.' 라는 생각과 뒤로 돌아서서 몰래 빠져나갈려하는데, '이미 봤을텐데 문소리도 들렸을테고....' 하는 체념이 들자 번뜩 생각이, '투입전 취사장 시건장치(잠금장치) 확인하러 들어왔다고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섰을 때 였답니다. '응?' 증기기계 옆에는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었답니다. '잘못 본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뒤이어 바로 등에서 소름이 쫙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설마...' 당장에 튀어나갈 것 같은 기세로 문을 잡고 밀어제낄려는 순간 이성이 개입해 오더라고 했죠. '나가면 바로 좆되는건데...아 씨발...'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죠. 누가 볼지 안볼지는 모르지만 전원투입된 시간에 혼자 총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탈영병의 그것이다 라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때리더랍니다. '쫄지말자...쫄지말자...' 속으로 어떻게든 위로 해 볼려고 했지만, 안그래도 뒤숭숭한 요즘 혹시 그것이 여기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정말 오들오들 이빨이 떨릴정도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답니다. 안그래도 취사장은 어둡고 퀭 한데다가 헛것까지 본 상황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총을 겨누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그 고참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다시는 짬장에 혼자 안남는다고 다짐을 했지 말입니다." "그게 다야?" "뭐 별건 아니지만 이게 답니다." "뭐야. 헛거 본거잖어. 쫄아가지고 그냥 상상의 나래를 핀 모양이구만."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 말입니다." "근데?" "같이 작업하면서 그 고참이 이야기 하니깐 짬장 애들도 혼자 있을 때 희끄무레한 뭔가 봤다고 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지 말입니다. 짬장은 신나가지고 내가 본게 헛거 아니라고 아주 들떠가지곤....크크." "그러면서 근무 끝나곤 라면 잘도 쳐먹으로 가잖어." "그래서 말입니다. 절대 혼자 안가지 말입니다. 예전에 취사장 계란이며, 라면이고 맨날 없어진다고 울더니만...그 이후로 혼자 거기 가는 사람 아무도 없지 말입니다. 저도 혼자는 못 가겠습니다." "그렇겠지....." 누가 혼자 가겠냐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 하일라이트는 이겁니다. 아까 시원하게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시원하게는 아니더라도 저도 하나 봤습니다. 그땐 정말 제대로 쫄았습니다." "........." "이것 때문에 박병장님 한테 이야기 하자고 말씀 드린거지 말입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겁이 많은건 아닌데...혼자 이젠 화장실 다갔다 생각하니 영 개운찮은 기분이랄까요... "저도 솔직히 이 사건 때문에...최이병한테 크게 뭐라 못하겠지 말입니다." "어떤건데...." "최이병 야간 근무 빼라고 건의 한게 저라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이새끼 그동안 구라나 친다고 한 번 날잡아 갈굴것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 일이 있던 후 2주가 지나고 전반야 근무를 서게 되는 주가 되었을 때 였답니다. 전에 그 일도 있고 해서 근무지서 최이병에게 좀 소원하게 대했었는데, 그날은 왠지 측은하게 느껴져서 이거저거 말도 걸고 대화도 해가며 근무를 서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밀조 이동을 마치고 23시 정도를 넘어설 때 상황실에서 인터폰이 오더랍니다. '삑' '부소초장님 나간다.' '예 알겠습니다.' 초소 안에서 상황병의 연락을 받고 가볍게 부사수 최이병에게 순찰자 이동을 알려주고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인터폰 받고 한 5분 정도 지났다나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밖에서 부사수의 수화 외침이 들려와, '벌써 여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냥 뭐 그려러니 하고 순찰일지나 내어 줄려고 손에 쥐고 있었다죠. 그런데, "손들엇! 움직이면 쏜다!! 화랑! 화랑!!" 부사수의 수화목소리가 굉장히 당황해 하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밖으로 튀어 나가더랍니다. "야 뭔데!" 초소의 문틀을 잡고, 당기듯 몸을 밖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순간 심상병은 심장이 멎을 듯한 광경을 목겼했다 했지요. 시커먼 물체가 아니 분명 사족 달린 짐승인지 사람인지 잘 구분이 안가 검은 물체가 부사수가 총을 겨누고 있는 정면을 바퀴벌레가 기듯이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록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네요. 그것의 진행방향엔 철책이 막고 있었는데, 그 속도 그대로 철책을 뚫을 기세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곧 벌레가 벽을 기어오를려는 듯 몸통이 반정도 뒤로 꺾이더니, 철책을 기어 오르더랍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부사수도 당연 그랬겠지만, 심상병도 약 3초 정도 걸린 그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철책으로 다가오자 투광등 빛으로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민무늬 전투복에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지만, 투광등 역광에 얼굴은 도통 알아볼수가 없었다네요. 그러다가 순간 번뜩 정신이 돌아온 때가, 그것이 순식간에 철책의 꼭대기 까지 올라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순간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심상병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라고 했습니다. 순간 철렁 내려앉는 마음이 들면서 온몸에 털이란 털은 모두다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네요. 그렇게 정신을 차릴 때쯤에 뭔가를 해야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아 그자리에 무너지듯이 주저앉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시선은 그것에서 도저히 돌리지 못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좀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철책을 기어 내려와 전방 수풀 사이로 귀신같이 사라지더라고 했더랬죠. 그 와중에도 부사수는 손들어! 손들어! 녹음된 것 처럼 계속 외치고 있었다는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바로 인지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 하는 사건 후 생각을 말해주더군요. "저는 아직도 그게 짐승인지 사람인지를 모르겠지만, 뭔가 그로데스크 한 것이다라는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로데스크라.....그런데 상황실에 알리긴 했냐?" "말도 안되지 말입니다." 바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걸 어떻게 상황실에 말합니까? 월북인데...것도 사람이 아닌..." "야 그거 누가 알기라도 하면 너 좆되는거야. 그게 간첩이기라도 했으면.." "박병장님은 그게 사람이라고 믿으십니까?" 못 믿겠냐는 표정과,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까? 하는 표정으로 묻더군요. "절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최이병은 뭐래?" "그놈...의외로 입 꾹 다물고 있지 말입니다. 아마 아까 쭈뼛거린게 박병장님한테 뭔가 이야기 할려는 내용이 아마 이런거 아닐까 싶지 말입니다." "그런가.....?" "여튼 그날도 철수 하기 전까지는 아주 뒤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한동안...아니지...지금도 철책 넘어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놈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마지막에 분명 노려본것이 확실한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잘못을 했나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당장 내일 근무가 무척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놈처럼 기절 안하고 안 쫄수 있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자 문득 최이병도 같이 떠오르더군요. 아 꼬이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전원투입 시간. 평소보다 어수선한 소리가 머리위에서 끓이질 않고 있었죠. 상황을 보아하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창고에 모셔둔 공병우의(비올 때 입는 상하 분리형 우의)를 찾느라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소란스러움의 원인은 짭밥이 안되는 소대원의 것으로 당연히 질좋고 입기 편한 공병우의는 고참들이 이미 선점을 해서 그나마 입을 만한 것들을 찾아 헤메는 모양이었는데, 제 부사수인 최이병은 벌써 판초우의(두꺼운 비닐재질로 된 커다란 보자기 라고 생각하면 편함)을 모양나게 접어입고 근무 투입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거 나도 판초우의 뒤집어 쓰고 나가야 할 판인걸...' 제가 원래 있는 근무지에는 저만의 전용 A급 우의가 있지만, 여기서 그런걸 바랄 수는 없었죠. 판초우의를 뒤집어 쓸 때와 벗을 때 목에 감기는 그 축축함을 생각하니 괜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박병장님 여기있습니다." "응?" 최이병이 건넨건 잘 개어 접어진 공병우의 였더랬죠. 딱 봐도 A급 이다라고 알 수 있는.... "어서났냐?" "비가 올것 같아 어제 근무 마치고 박병장님 것 챙겨 두었습니다." "그래?"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밤에 말한 심상병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평소에는 군생활 잘 한다는 그 말의 증거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네요. "밖에 많이 오냐?" "예 장마비 같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말을 들으니 장마가 슬슬 시작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작업 없을라나....." "아마 안하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등병의 그말을 그대로 들을 수는 없었죠. 여지껏 수많은 변수와 역경에도 작업은 계속 되었다 라는 저의 경험을 덮어두기에는 그의 말은 많이 가벼웠었죠. "어쨌든 나가보자고.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예 총은 옆에 두겠습니다." 그동안 들고 있던 제 소총을 매트리스가 개어진 옆자리에 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로 사라지더군요. 가만히 보니 노란 장판의 침상에는 제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드랬죠. "여..박병장 빨리 일어나시지." "앗 충성! 얼릉 나가겠습니다." 소초장이 씨익 웃어 보이며 지나 갔었드랬죠. 솔직히 전원투입이나 근무는 안나가도 되는데 그놈의 땜빵때문에... 대충 닝기적 거리며 군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몹쓸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희안하게 비가 안오는 해가 쨍쨍한 날이라도 공병우의와 판초우의는 살에 닿는 그 느낌이 언제나 축축한건 저만 그랬던 걸까요? 마치 예비군시절 군복만 입으면 괜히 춥고 배고파지는 그런 현상과 맥락이 같은 것이 아니었을가 싶네요. "박병장까지 다 나왔습니다." 제가 마지막 인원이었는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저는 제 부사수의 위치를 찾아 후딱 앞으로 나가 섰더랬죠. "앞에 총." "앞에 총!" (제대한지 10년 정도가 되네요. 저는 이미 민방위로 빠졌지요. 저 근무신고 순서가 맞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소초장이 선창하고, 그 뒤를 따르는 소초원들의 근무점검 상태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메아리치는 듯 했습니다. '인원이 많으니...그나저나 위는 잘 돌아가나..." 물론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만, 괜히 고향땅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근무신고를 마치고 전원투입이 되어 초소로 투입해 해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당연히 해뜨는게 보일리가 없었죠. 오직 철수 시간만 기다리며 서 있었습니다. "야 안으로 들어와 있어." "괜찮습니다." 입초 룰은 사수의 시간인지라 저는 안에 있었고 최이병이 밖에 있는 상황이었네요. 비가 많이 와도 밖에서 서있는 모양이 안되보여 안으로 들일라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더군요. "야 그렇게 신나게 비맞다가 니가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데 총 다 녹슬면 어칼라고 그러냐?" "........" 괜히 억지를 부려보았죠. 그때서야 들어오는가 싶더니, 초소 쪽으로 다가와선 반은 밖으로 반은 안으로 몸을 들여놓고 누가 있지도 않은 주위를 경계하느라 오바질을 해대더군요. "박병장님." "왜?" "어제 심상병이 이야기 했지 말입니다?" "뭘?" "근무서다 본 것 말입니다." 번뜩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돌아서서 철책을 바라보게 되었드랬죠. "그게 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쳤습니다. "정말 본게 맞나 싶어서 말입니다." "뭐가?" "정말 그런게 있는 겁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면 안 하면 되지 왜 이해를 할려고 애쓰냐." "그렇겠지 말입니다..." 뭔가 이을 말이 있는 모양이었는데 저는 가볍게 무시하고 제 질문을 먼저 던졌죠. "너 올해 몇살이냐?" "스물 넷 입니다." "나랑 동갑이네. 너도 어지간히 군생활 늦게 하는구나." "어쩌다가 그렇게 됐지 말입니다." "학교다니다 왔냐?" "예 그렇습니다." "졸업반 이었겠는데?" "재수하다가 늦게 들어가서 그렇지 그정도는 아닙니다." "학교가 어딘데?" "서울 사범대 다니다 왔습니다." "사범대면 선생님 되는 거?" "예. 그렇습니다." "이야 엄청 똑똑한가 보네? 어쩌다 이런 오지에 와서 군생활 하냐?" "........" "서울 사범대면 어디있는 거야?" 저는 그때까지 서울 사범대는 그저 학교 선생님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서울대학교 사범대 였더군요. "서울대학교에 있습니다." "서울대?" "예. 그렇습니다." 듣자마자 벙 쩔었드랬죠. 주둔지 있을 때 행정실 고참이 서울대 출신이다는 것을 알고나서 부터 인간이 달라보였을 정도로 괜히 함부러 못 대하겠더라고요. "말씀 드렸듯이 재수 해서 들어간 학굡니다. 그리 자랑꺼리는 안되지 말입니다." "야 그래도 거기 갈려고 해도 못 가는 인간들이 많은데 자부심 가져도 돼. 앞으로 잘하면 선생님도 따놓은 거 아냐?" "그건 그렇지 말입니다." "근데 과는 뭐야?" "수학입니다." "여여. 수학이라고? 나도 대학간다고 수능 쳐봤는데...수학 42점 나오더라 하하하." 실없는 말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네요. 공고를 나와 변변한 전기계산 공식도 하나 모르고 있는 제가 보기에 수학의 벽은 엄청난 것이었죠. 여튼 앞으로 수학선생님 될 사람한테 함부러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드랬죠. "그러고 보니 어제 너 할말 있어 보이던데?" "아 어제 말입니까?" "그래 어제." 취사장에서 라면 다 먹고 난 후의 일이 저보다도 먼저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더군요. "저희 친척중에 아버지 누나께서 무당을 하십니다." "무당?" "예 고모가 되지 말입니다." "그런데....?" 순간 한 겨울 아침 찬 공기가 몸을 감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문해놓고 보니, 모든 의구심이 한 방에 풀리는 듯 했더랬죠. "아버지 대에 신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나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고모댁에 놀러가보면 보통 집에서는 구경 하기 힘든 것들 때문에 정말 가기가 싫었었지 말입니다." "........." "그러다가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대충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때 까지도 고모댁엔 잘 안 갔습니다. 갈때 마다 이상한 분위기하며 물건 하여튼 정말 가기 싫었던 곳 중에 하나였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부적이나, 무당집 대문을 연상하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고3 여름 방학 때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을 때였는데 말입니다. 고모가 저희 집에 왔었지 말입니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고모가 집에오고 그러면 일부러 도서실 간다거나 해서 피해서 다녔었는데, 그 당시 그런거에 신경 쓸 만큼 여력이 없었지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없는 듯 생각하고, 제 방에서 책만 봤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화장실은 가야겠고, 어쩔 수 없이 거실로 나가는 데 말입니다 고모가 절 뻔히 쳐다보고 있지 말입니다. 그래서 뻘줌하게 그냥 인사만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실서 어머니랑 말하는 걸 들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하셨는데?" "어머니께 세고개가 보인다고 말입니다." "세고개? 혹시 숫자 삼?" "예. 셋 말입니다." "그게 왜?" "저도 그 땐 그게 죽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지 말입니다." "혹시...?" "아시겠습니까?" "혹시 삼수 했냐?" "예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면 누구나 다 예상 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뭔가 그 당시 분위기는 굉장히 절묘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네요. "그 말대로 삼수 하고 사수 만에 붙었는데, 그 붙은 것도 고모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뭔일인데?" "고등때 내신 1등급이었고, 왠지 계산식 같은 걸 좋아해서 이공계열 학과에 계속 도전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삼수를 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나는 안되는 건가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술먹고 놀러다니면서 영장 나오면 연기하지 말고 바로 군대나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사정을 아버지께서 고모한테 이야기 했는지, 어느날 집에 들어가보니 기다렸단 듯이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 "너는 가르치는게 업이야. 라고 하시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사범대학으로 들어간거냐?" "예 그렇습니다. 그때까진 전 제가 좋아하는 이공계열만 생각했지 누굴 가르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안 했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될대로 되란 식으로 맘잡고 공부해서 그냥 한 번 찔러본게 덜컥 합격이 되어 버린 거지 말입니다. 남들은 죽을 고생 해서 왔다고 하던데...저는 그냥 믿음 이랄까 그것 하나만 가지고 대충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당시 합격전화 받고 기쁘다기 보다는 온몸에 소름이 주욱 돋던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서넣었던 다른곳은 전부 불합격 이어서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이야길 들으니 소름이 돋는 한편 속으로 참 대단한 놈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리 대충 했어도 그게 운으로는 설명이 안되는게 그만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왠지 그 후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라고 판단되어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었죠. "합격통지서 받자마자 젤 먼저 고모께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고모께서 하시는 말씀이 '넌 이 집안의 맥을 쥐고 있는 조상의 기운이 있어서 조상께서 항상 보고 계신다. 대리인인 내 말만 들으면 잘 풀릴거다' 라고 하셨지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티비에서 보던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왠지 이해가 간다...니가 본것도 그렇고 말이지..." "그래서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잇더군요. "고모께서 한 말씀 중에 잘 잊혀지지 않는게 있는데, 그것때문에 희한한 경험 자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기억나는 그때 분위기는 선임과 후임의 갭이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의 어젯밤 꿈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집안 중 누군가 신을 모셔야 하는데, 그게 내가 된거는 아버지 한테 들어서 잘 알고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해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꼭 신을 모시지 않아도 우리집 대대로 신통력은 피를 나눈 모두에게 있다라고 말입니다." "........." "앞으로 살아가면서 별의 별 희안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때로는 주위 사람까지 말려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제가 있는 주위에 있는 사람도 아마 같은 볼 때가 있으니, 그 사람이 멀어지기 전에 잘 설명해 주라고 신신당부 하셨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듣고나니...그녀석이 던지는 눈빛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거야.' 라는 눈빛이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비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밤에 봤던 그 안개속 발목이라던가 하는.... "그래서..." 문득,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서...내가 본 것도 다 네 영향 아니겠느냐 하는 거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 "그러니 만약에 또 보시게 된다면, 제게도 알려주시면 고모께 들은 걸로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습니다." "들은거?" "고모께서 망자는 망자일뿐 산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심적으로 약해진 상태여야만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쫄고 있으면 걸린다 그말이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어느정도 감을 전달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밤이 되면 시야는 오직 저 투광등이 비추어지는 곳까지만 제한이 됩니다. 저게 번개라도 맞고 정전이 되면(딱 한 번 있었습니다)그냥 눈을 감아버린 상태가 되어버리죠. 빛이 닿는 저 멀리 희미한 풍경속에 오만가지 잡생각은 귀신의 형태를 그려내기에도 충분합니다. 제가 본 발목도 그럴 수가 있지요. 쫄고 있으면 충분히 무엇도 그려집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지 않아도 정말 보일때가 있죠. 그게 바로 그 날 오후에 비닐 작업 나갔을 때 였습니다. 낮사진 옆에 보면 돌들이 지저분하게 막 널려있죠? 비에 씻겨내려간 흙때문에 돌들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죠. 저게 계속 되면 밑에 토사량이 엄청나 집니다. 저기에다가 바로 비닐을 덮어씌워 장마철을 피해가는 것이지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아닌데 상당히 비슷한 사진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야간 사진은 '저렇게 밝은데 뭐가 무서워' 이러실수도 있는데, 아무도 없는 가로등이 켜진 끝없는 인도를 혼자 걸어본 기억을 되새겨 보세요. 거기에 지형은 산악지형에 사람은 내 짝궁 외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고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 이건 여담인데요... 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그 공포의 원흉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죠? 끝내는 주인공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요. 이 시점에서 공포영화의 재미는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귀신이라던가 유령 광기에 사로잡힌 무엇...뭐 어쨌든 주인공을 괴롭히는 뭔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재미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죠. 아마 저와 같은 관점으로 공포 즐기시는 분이 꽤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착신아리 1편이나 특히 링 소설을 보게 되면, 원흉이 드러나지 않는 공포에 정말 강하게 매료되었었죠. 스즈키 코지라는 작가의 그 상상력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읽는이로 하여금 초절정의 공포를 맛보게 해 준답니다. 이번에 구입한 물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 모음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뭐랄까...실망이 좀 컸네요. 링 소설 아직 못 읽어본 분 이번 여름에 중고서적으로 구입해 읽어보세요. 공포소설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포상휴가 #3, #4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_ 3편이 짧아서 4편이랑 붙여서 가져왔어 원래 본문에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옛날 글이라 사진이 다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네 ㅜㅜ 그나저나 그런거였구나 눈이 열린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 같이 휘말리는거... 여태 우리 같이 봐 온 귀신썰들도 그런 사례들이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 다음 글도 내일 가져오도록 할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4-
오늘 날씨 너무 좋네 :) 다들 기분도 좋은 하루였기를 바라며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보자! ___________________ 일상에 다름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조금 다를게 있다면 오늘 전원투입 시간에 본거지로 돌아가는 것이었죠. 작업은 전후반야 근무자들이 일어나 식사를 마친 1시 30분 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죠. 그래도 전날 보다는 좀 약해진 것 같기는 했지만, 작업 하기에는 좀 짜증이 나는 날이었답니다. 주간 근무를 마친 근무자들이 들어오며 삽이랑 곡괭이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는 우리를 바라보며 '충성' 하고 지나가자 무심결에 둘러보니, 제 부사수 였던 거죠. "야 어제 전반야 서고 잠은 잤냐?" "예 조금 자다가 10시 근무 부터 투입됐습니다." "음...사수가 없으니 고생이구나." "괜찮습니다." "그래?" 오늘 저녁 전원투입엔 제가 본거지로 돌아가는 지라 자연히 부사수는 사수가 없는 모양이라 일반 근무로 뺀것 같더군요. '근무 로테이션 엄청 꼬이겠는데....' 하지만 제가 신경쓸건 아니었죠. 저는 저녁에 고향으로 가면 끝.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대충 삽과 곡괭이 등등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부소초장에게 인원보고를 한 짧게 부소초장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비오는데 짜증날거다. 그러나 어쩌겠냐. 어쨌든 다 해야 하는 건 너희들도 잘 알고 있잖아? 작업지 도착하면 판쵸우의 벗고 해도 돼." "예 알겠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죠. "오늘은 비닐 작업 전부 투입 안하고 5명은 배수로 작업 투입할거다. 박병장." "병장 박xx." "비닐작업 다 끝나가니깐 애들 4명 데리고 보급로 쪽 배수로 작업 좀 갔다와라." "배수로 말입니까?" "그렇지. 진입로 쪽으로 돌아가는 곳에 관리 안된 배수로가 있다. 고생 좀 해라." "마지막날 이라고 막굴리시는 거 아닙니까?" "야야 너 아니면 누가 인솔하냐. 심상병이 할까?" "예 저말입니까?" 옆에 섰던 심상병이 화들짝 놀래긴 했지만, 왠지 모를 미소가 보였다 할까요? 인솔자 되서 작업 나가는 건가 싶었을 겁니다. 한마디로 리더가 되는 건가 싶은 기대였죠. "부소초장님 저 올라가면 신나게 비닐 작업 해야지 말입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어쩌겠냐. 박병장 오늘 복귀라고 행보관님의 특별지시가 있었다. 휴가 그냥 가는 거 아니잖냐 하고 행보관님이 전해달란다." '킥킥' 옆에서 웃는 소리들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후 그놈의 휴가....진짜 쉽게 못가겠네..." "비닐작업 쪽은 슬슬 마무리 단계니깐 박병장이 배수로는 확실히 책임져줬으면 해. 이상. 장비 들고 이동!" 후다닥 끝마치고 대꾸의 여지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 버리는 부소초장이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서서 그동안 작업에 열의를 보였던 4명을 데리고 부소초장 무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작업병이라고 그러죠? 제가 그런거 였습니다. 중대 대대 큰 작업들엔 항상 제가 있었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삽질 곡괭이질 그 때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체력은 그때와 무지하게 다르겠지만... 그렇게 대충 열을 맟춰 한 10분정도 이동하니 작업지역인 듯 한 배수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작업 해놓고 비가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개발 새발 대충 작업 해 둔 모양새가 짜증이 스윽 일기 시작하더라고요. "야 저거 누가 작업했냐?" "김병장님이지 말입니다." "에혀 말년 그럼 그렇지..." 각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그냥 흙과 풀같은 것만 대충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둔 모양이었습니다. 아 배수로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흔히들 텐트를 이용한 야영을 해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비가 올때 텐트 주위에 작게 도랑을 파죠? 비가 올때를 대비해 텐트에 물이 들지 말라고 파놓는 긴 구덩이 보신 분들이면 아실 겁니다. 배수로는 그것보다 더 깊고 넓은 것으로,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산악지형 도로 특성상 흙으로만 이루어져 양 옆에 배수로를 파 두지 않으면 빗물에 많이 침식되곤 하죠. 그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별 쓸데도 없는 이유들 뿐이죠. 제가 보기엔 그냥 보여주기 용도가 전부. 그 반증이 군대의 특성상 각이 생명이라 여튼 이쁘게 잘 만들어야 합니다. 각 잡다가 시간이 다갑니다. 그런데 저도 군인인지라 미리 작업 해둔 그 모양새를 보니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더군요. "저걸 작업이라고 한건지...." 짜증이 나면서 저것까지 다 손봐야 작업 해놓고 욕 안 먹겠다 싶었습니다. 작업이 시작되고 신나게 삽질을 해대다 보니, 빗물을 먹은 흙이 삽을 더 무겁게 만들더군요. 흙속에 바위가 있을때면 곡괭이로 내리 찍었는데, 그 찍는 순간에 물을 먹은 흙이 이리 저리 튀며 눈이고 입이고 코로 들어가 짜증도 무척 났었답니다. 단 하나 땡볕이 아니라 좋긴 했지만, 차라리 땡볕이 더 나을 듯 싶었습니다. 얼마나 작업을 했을까요? 허기가 약간 느껴져 시계를 들여다 보니 3시 반을 약간 넘어가고 있었네요. "벌써 두시간 동안 판거냐?" 개어놓은 판쵸우의 더미로 가서 삽을 대충 던저놓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꽤 먼 거리를 파고 지나왔더군요. "막내야. 갖고 온 빵이나 먹자." 출발전에 관물대에 짱 박아둔 빵을 갖고 나오는 것을 봐둔 것이었죠. "벌써 저만큼이나 팠네....앞으로 언제 저만큼 파냐?" "박병장님 오시니 그래도 금방 팠지 말입니다. 말년이랑 할때는 일 진짜 안됐었는데 말입니다." "야 어디다가 갖다 대냐. 말년이랑 나는 밥 안될 때부터 엔진이 달랐어." 심상병이 건네주는 빵을 건네받으며 판쵸우의 더미로 털썩 주저앉으니, 다리가 그냥 힘이 쫙 풀리는게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더군요. 그 때 였을 겁니다. "야...저거 불발탄이냐." 턱짓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빨간색 물감같은 즉 락카로 칠해놓은 가운데 무슨 돌덩이 같은것이 보였습니다. "예 그렇지 말입니다." 그 때 까지는 작업하느라 주위를 볼 틈이 없었는데, 자리에 앉아 주위를 보니 슬슬 풍경이 들어오더군요. 저는 일어나 좀더 자세히 볼 모양으로 가까이 다가갔더랬죠. 분명히 90미리 무반동총 탄환 같은 모양새 였습니다. 아니면 박격포의 탄환이라던가 하는... 전방지역에선 불발탄이 굉장히 많이 발견되서 그때마다 경고차원으로 그 주위에 빨간색 락카로 칠을 해두곤 했죠. "저런게 어째서 이런데까지 굴러와있냐..." 저는 살펴보기를 관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씨발...그나저나 지금 우리 지뢰밭 위에서 곡괭이질 하고 있는 거네..." 말 그대로 였습니다. '지뢰' 라고 표시된 경계 부근이 바로 배수로 였으니 말이죠. 우리집 마당안에서 하는 삽질이 아니라 지뢰위험지역에서 그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그 나름대로 그것도 공포네요. 작업중 곡괭이로 대전차 치뢰 뇌관을 찍어 그 주위 작업병사들이 전부 중상을 입었다는 사고 사례 같은 것은 군생활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불발탄을 삽으로 찍어 손목이 날아간 사고 사례 전파 같은 것들도 몸서리가 쳐지기엔 충분했죠. "에휴..어쩌다가 이런 오지까지 오게 됐나..." 체념 섞인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시 저 지뢰밭으로 들어가 곡괭이 질을 할 생각을 하니 몸이 뻣뻣해 지더군요. 그 때 였습니다. "박병장님!" 누군가가 저를 소리질러 부르는 소리에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랬죠. 같이온 이일병이 제가 좀전에 다가갔던 숲 방향으로 손을 들어 가르켜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저기 뭔가 이...있습니다." 상당히 당황한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그 방향으로 다가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틀었죠. 방금전 쳐다보고온 불발탄이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뭔데?" "그...그게..." "뭘 본거야?"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제게 자기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군요. "누...누가 있었습니다." "뭐?" 이일병은 계속 고개를 흔들며 '분명 있었는데' 하는 말만 중얼거리면서 제 눈치를 살피더군요. "맷돼지 아녀?" "...그런가...." 당시 아무것도 없는 풍경에 제 말은 큰 설득력이 있었죠. 누구나 다 맷돼지로 인정을 하려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중이었죠. "그런데...박 병장님...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미간을 징그리며 분명 거짓이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 "저도 불발탄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 뒤에 사람 같은게...." '사람' 같은게 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주위에서 야유가 흘러나왔죠. "에휴 병신아 저기 사람이 왜 있어." 그렇죠. 사람이 있을리가 없죠. 그러나... 그날 비가 내리고 안개도 계속 드리워져 있던 중이라 숲 안쪽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묘한 분위기에 계속 짓눌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는 일단락 되었고, 다들 희안하게 침묵속에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고 잠깐 쉬게 되었을 때였죠. "우악!! 뭐야!!"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저만치에서 전상병이 미친듯이 이쪽으로 뛰어오는거 아니겠습니까? 소변보러 간다고 저만치 가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놈처럼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었죠. "저...저기 미친년이!!" 그러나 그의 뒤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야 뭔데!" 저는 그가 등진 방향으로 튀어나가며 뭐가 있나 볼려고 이리 저리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죠. "저...저...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고갤돌려 뭐가 있냐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저에게 말을 더듬으며 말해오더군요. 이쯤되니 아까일도 그렇고 지금일도 그렇고...작업을 일단 중지 하는 길 밖에 없더군요. "야 무전기 줘바." 저는 85k 무전기를 건네받고 부소초장과 통신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치...치...삐...'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죠. 현장에서 철수 하겠다는 무전을 날릴려고 했지만, 역시나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야 아까 내려오면서 감도체크 한게 어디쯤이냐?" "여기서 한 번 했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업 시작전에 작업 한다고 무전 친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어디 짱박혔나...."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자 슬슬 방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일병 니가 본거 뭔지 이야기 해봐." "그..그게...그냥 여자라고 생각되지 말입니다." "여자?" "예." "이런데 여자가 왜 있어. 있으면 그게 귀신이지!" "......." "어떻게 생겼던?" "그냥 뭐랄까...머리는 길고 얼굴은 검은 건지 그늘 같은게 있어서 잘 안 보였습니다. 팔 축 늘어트리고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었는데, 옷은..푸르스름한 원피스 였습니다. 얼룩 같은게 있는 건지 군데군데 좀 너덜거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씨발 딱 귀신이잖어." "아니 그렇다기 보단 왠지 사람 같은 느낌이 더 크지 말입니다." "사람?" "숲 저만치에 서서 저한테 손짓했습니다. 이리로 오라고...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전상병 너는?" "저 말입니까? 이일병이랑 똑같습니다. 오줌 싸고 있는데 옆에 뭐가 있는 것 같았지 말입니다. 그래서 봤더니만..." '껑충' 하고 저한테 뛰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그렇게 확 저한테 왔지 말입니다. 그래서 미친듯이 튀었지 말입니다." 어이가 없었드랬죠. 비가 오긴 해도 대낮인데, 그것도 군사지역 민간인의 출입이 아예 있을리가 만무한 곳에 미친년의 출현이라.... 어디가서 말 했다가는 바로 군기교육대 감이었죠. 그저 옛날부터 이 근처에 살던 늑대인간 같은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나 지껄이는 중이었죠. 그 때 였습니다. 누군가 저기서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고 있었죠. 순간 저 포함 일동의 시선이 그쪽으로 휙 쏠리며, 온몸에 소름을 맛보고 있었죠. 긴장하는 그때 일동의 시선이 차단되는 저 만치 커브길에서 스윽 모습을 나타내는 부소초장과 전령이었습니다. "야 작업은 다 되가냐?" 순간 모두는 초긴장 하고 있던 마음이 누그러 드는지 가볍게 한숨들을 내뱉고 있었죠. "역시 박병장. 각이 제대로 살았네." 배수로 근처를 따라 이쪽으로 오던 부소초장이 이쪽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마디 건네더군요. "뭔일 있었냐?" "........." 그간 있었던 일을 잠깐 설명을 하니 부소초장은 얼굴이 굳으며, 같이 따라온 전령에게 무전기를 건네 받았습니다. "이게 안된다고? 갑자기?" 부소초장은 우리쪽 무전기까지 마저 건네받고는 호출버튼을 여러번 눌러 보더군요. 결과는 실패..... 고장이나 신호의 방해 없는 인접 상태에서 무전기는 서로의 신호를 받고 있지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부소초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가더군요. 그 때서야 같이 온 전령이 최이병임을 알 수 있었죠. 침묵은 약 1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전기의 '치익' 거리는 잡음과 '후두둑' 최이병의 판쵸우의를 때리는 빗소리. 숲속에서 짙게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죠. 저 안개속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 "일단 철수해라. 배수로 작업도 거의 다 된 것 같고, 비도 많이 오니깐...."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래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후임들은 벗어놓은 탄띠며 판쵸우의 들고온 장비들을 챙겨 드는 것이었습니다. 모자 챙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안으로 실제로도 퍼렇게 변한 입술의 후임들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안스럽기까지도 했고요. "박병장." "예?" 부소초장이 저를 불러세우고는 가져온 것들은 챙겨 열을 갖춘 후임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상병. 삽 두자루만 두고 인솔해서 소초로 복귀해라." "예 알겠습니다." 심상병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앞으로 가!' 하고는 무리를 인솔해 저만치 커브길로 금새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발자욱 소리까지 완전히 지워질 무렵, "야. 애들이 본거 말이지...." "예...." "딴데 가서는 이야기 하지 말아라. 혹시 이야기 했냐?" "여기만 있었는데 하고 싶어도 못하지 말입니다." "일단은 하지 말어. 안그래도 요즘 이상한 소리가 많이 나와서..." "........" 말 안해도 알 것 같았습니다. 전방은 특히 누가 뭘 봤다거나 하는 그런류의 소문들은 정말 귀신같이 멀리도 퍼져나가곤 했습니다. 순찰거리로 재자면 반나절 정도를 걸어야 닿을 수 있는 대대OP의 소식까지도 금새 전해지곤 했으니까요. "얼마전에도 1중대 병사들이 근무 복귀하다 이상한 것 봤다고 했는데...희안하게 이상한 소문들이 많네..." "..........." "그거 아냐 박병장?" "어떤거 말입니까?" "하긴 모를거야. 지금 대대장님 계시기 전에 계시던 대대장님 있을 때 이야기니깐...너 입대 하기 전일거다." "무슨일 있었습니까?" "있었지..." 부소초장은 바닥에 놓인 삽을 집어들고는 제게 하나를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작업하고 복귀하는 행세는 해야지. 비좀 피하자." 그러나 피할것도 없었습니다. 부소초장이야 장피를 입고 있어 괜찮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미 물이 다 스며들어 속까지 다 젖은 것 같았으니까요. 대충 비가 덜 닿는 큰 나무아래 삽을 던져놓고, 털썩 주저앉았더랬죠. "야 흙 다 묻겠다." "이미 다 버렸지 말입니다." 전투화 말릴 생각을 하니 깜깜했습니다. "예전에 말이지...그러니깐 전에 계셨던 대대장님은 군종 간부 출신이었거든." "군종 말입니까?" "그래 군종들 대빵급이지." "군종 장교가 어쩌다가 이런 야전대대로 온 겁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1군 사령부에서 불교쪽 있었나 보던데..." "진급 꼬인겁니까?" "아냐 그렇지도 않지. 여기 한 반년 계셨나? 소문으로는 전방 체험 좀 해보고 오라고 해서 잠깐 코스 밟은 듯도 하고. 육사 출신이야." "워...그럼 경험코스가 맞겠지 말입니다." 육사 출신의 군종간부라.... 군종이란 군대에서도 종교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나 진행을 하는 소위 사회로 말하면 큰 목사정도 랄까요? 일반 군종병사는 전도사 정도? 여튼 그런 군종의 간부가 일개 야전대대에 왔다는 건 맡고 있는 직무상 성격이 완전 다르죠. 군인이긴 해도 종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병사의 지휘통제를 맡긴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겠죠? 문관에게 무관의 일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그 대대장님도 전에 여기서 희안할 일 겪으셨지."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그 말은 이랬답니다. 그 당시 무월광 때를 이용해 대대장급 예하 장교들은 불시 순찰로 병사들 근무 태도를 체크하라는 사단지시가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이런 소문은 다리 없이 천리를 가고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었다죠. 소문을 들은터라 달빛이 굉장히 약해질때를 기점으로 무월광이 끝날때까지 전방 주시보다는 저 멀리 뒤에서 보이는 불빛과 소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 였답니다. 이틀전엔 작전장교를 태우고 불시 순찰을 갔던 대대장의 운전병이 그날은 대대장을 모시고 일단 1중대 OP에 들러 근무상태를 점검 할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럴려면 부소초장과 제가 이야기를 나누던 그 길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었거든요. 그날도 일단은 1중대 OP를 잠시 경유하기 위해 그 쪽기로 가던 도중이었답니다. "대대장님." "응?" "혹시 오늘 대대장님 말고는 다른 순찰자가 있습니까?" "왜 뭔일있나?" "그게...." "그게?" "방금 사람을 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치긴 했습니다만..." "......." 대대장도 운전병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죠. 결론은 금방 나왔답니다. "차 돌리게." "예 알겠습니다." 운전병은 차를 돌리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바로 차를 돌릴려고 했다죠. 방금 지나쳐온 간이 검문 초소에 교대한 근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심은 없었답니다. 평소 대대장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분명 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할려는 내심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고했죠. 평소에도 근무중인 병사들에게 경례 한 번 소홀히 받아준 적이 없다던 대대장이었다고 부소초장이 말해줬네요. "대대장님 1중대 OP가 바로 앞이니 그 쪽 공터에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아마 병사들이 복귀 하는 모양일거야." "예.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기억에 익숙한 그 장소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고는, "대대장님 거의 다 왔습니다. 저 앞에서 돌리겠습니다." "그러도록..." 운전병은 어제도 왔던 길이라 시야가 어둠때문에 한정이 됐음에도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틀어야 공간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군요. 슬슬 우리가 서 있었던 그 마지막 커브길을 앞에두고, 틀기만 하면 바로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그때! '끼익!' 커브길을 돌며 시선이 따라 움직이는 그 선상에 허연 뭔가가 보이길래 순간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크게 요동치더랍니다. "으헉!!" 운전병과 대대장은 동시에 같은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휩싸여 순간 아무것도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