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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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3-

-3-라고 적으니까 뭔가 귀여운 얼굴 표정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나네 ㅎㅎㅎ
-3-
귀엽...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볼까?
들어가자 이야기 속으로!

__________________

"최이병 이새끼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지 말입니다. 눈 동그랗게 뜨고 안 보이냐고 하는데, 정말 한 대 패 버릴 수도 없고..제 눈엔 전혀 안 보이는데 말입니다..."
".........."
"그냥 엉덩이 발로 차서 입초로 쳐박았지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저기 온다고 하는데....진짜 총 당길 뻔 했습니다. 근무 끝날때 까지 겨우 참았지 말입니다."
"근데 구라치는거 같진 않디? 왜 있잖아 이등병 새끼들 자주 쓰는 것중에 헛것이 보인다 뭐 어쩐다 해서 보직이나 의가사 전역 같은거 함 얻어볼까 하고 말야."
"그건 분명히 아니었지 말입니다. 저놈이 근무땐 저래도 평소에는 잘 합니다."
"연막 아냐?"
"음....그래도 사람 느낌이란게 있잖습니까? 그건 아니다라 하는...."
"그래?"
"예."
"그럼 고참들 한텐 이야기 해봤냐?"
"아직은 안 했습니다. 하긴 안해도 다 알고 있는 일이지 말입니다."
"김병장은 뭐래?"
"김병장님이야 뭐......워낙 호탕한 사람이라...아 그러고 보니..."
"뭔데?"
"혹시 투입전 교육 할때 중대별 축구 대회 한거 기억하십니까?"
"연대 다 모여서 한거?"
"예 그거지 말입니다."
"그게 왜?"
"다른게 아니고...그때 저희 중대가 우승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3소대에 그 왜 연대장 한테 표창받은 애 있잖습니까?"
"아..3골 넣었다고?"
"예 그놈 말입니다."
"걔가 왜?"
"사회서 프로축구하다 들어온거는 아시지 말입니다?"
"연대장이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뭐..."
"운동하다 온놈이라 그런지 부지런하고 작업도 잘하지 말입니다. 3소대 차기 분대장감이라고 분대장 집체교육 때 소대장이 건의해서 분대장 교육 보낼거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
"그놈도 별수 없던 놈인지...아니면...진짠지..."
"뭔데?"
"2초 안에서 근무서다가...물위에 있는 귀신을 보았다나 뭐라나..."
"........."

순간 섬뜩 했습니다. 걸터앉은 의자에 한족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 있었는데, 문득 시선이 제 발목으로 가더군요.

"야 2초 그렇게 말 많은데 왜 폐쇄 안하냐? 사람까지 죽어나간 초손데..."
"저도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경계지형상 요충지란 이야기가 있던데..옆에다 하나 더 만드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이고.."
"37은 철책 까지 땡겨서 폐쇄 시키더만...중대장 같은 간부들은 알고 있냐?"
"알면 뭐합니까? 그래봐야 중대장 나부랭인데...하여튼 그 축구선수놈 뭘 본건지 지는 죽어도 2초 못 서겠다면서 상황병으로 빼달라고 소초장한테 건의하고 그랬던 모양이지 말입니다."
"씨발....심각한데 이거...."
"뭐가 말입니까?"
"야 아까 나 근무 끝나고 내무실서 이야기 했던거 말야...진짠가보네...."

눈가가 시원해질 정도로 눈을 크게 하고 심상병을 올려다 보았더니, 이 녀석도 뭔가를 느낀건지 손사례를 치더군요.

"박병장님까지 그러시면 어쩝니까..."
"야 상황을 봐봐 내가 헛걸 본건가...."
"그건 또 그렇지만 말입니다..."
"내일 또 근문데 아 씨발..."

한기가 엄습해 오더군요. 휴가 한 번 갈려고 잘못된 거래를 했단 느낌이랄까...

"야 여기애들은 그거 말고 또 없냐?"
"뭐가 말입니까?"
"귀신 본 애들 말야.."
"아...많지 말입니다."
"많아?"
"시원하게 저도 한 번 봤으면 좋겠지 말입니다."
"지랄마라...막상 보면 심장 멎을 껄. 솔직히 최이병이랑 근무설때 존내 쫄았을거 아냐?"
"안 쫄았지 말입니다..."
"크크. 놀고 있네."
"박병장님은 어떨것 같습니까?"
"뭘 어때. 썅 보이는대로 총 휘갈기는 거지."
"사단 기무대에서 바로 박병장님 찾으로 오겠지 말입니다. 크크크."
"오라 그래!"

객기는 부려보았지만 어찌 해 볼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걸 마음속 깊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어야 겁이 덜 날테니 말이죠. 그리고 제글 아시는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으로 올렸던 실화에서 총 휘갈길려다 기절한거.... 이때 장난처럼 말했지만, 실제 말이 씨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겁니다.

"방금 라면먹고온 짬장에서도 한가지 일화가 있지 말입니다."
"짬장서?"
"예. 전원투입 후라고 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전원투입이라곤 해도 평소같으면, 상황병하고 취사병은 전원투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근데 그날은 사단에서 전원투입 검열 나온다고 비상이 걸렸던지라, 확실히 그날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사단 폭풍이 지나갈동안은 취사병도 무조건 전원투입에 합류했었어야 했답니다.

"그거 알지...우리 짬병도 한 4일 나갔다. 입이 이만큼 튀어나오데..."
"저희도 다 나갔지 말입니다. 근데 2소대 짬장(취사병들 중 최고참)이 요령핀다고 안나가고 짬장서 짱박혔던게 문제가 됐지 말입니다."

사단검열 나온다고 알려진지 4일째 되던날, 짬고참은 오늘도 안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전원투입 신고 후 바로 뒤로 빠져 취사장으로 짱박혔던 모양입니다. 신고 후라 특별한 인원체크도 없었고, 철수 할때쯤 몰래 빠져나와 합류하면 그만이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취사장으로 몸을 피해 들어갔을 때 였답니다. 익숙지 않은 생김새의 군복차림 남자 둘이서 밥을 하는 증기기계옆에서 서서 뭔가를 먹는 것 처럼 입가에 손을 대었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더랍니다.

'아 씨발...사단간분가...좆됐네.'

라는 생각과 뒤로 돌아서서 몰래 빠져나갈려하는데,

'이미 봤을텐데 문소리도 들렸을테고....'

하는 체념이 들자 번뜩 생각이,

'투입전 취사장 시건장치(잠금장치) 확인하러 들어왔다고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섰을 때 였답니다.

'응?'

증기기계 옆에는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었답니다.

'잘못 본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뒤이어 바로 등에서 소름이 쫙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설마...'

당장에 튀어나갈 것 같은 기세로 문을 잡고 밀어제낄려는 순간 이성이 개입해 오더라고 했죠.

'나가면 바로 좆되는건데...아 씨발...'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죠. 누가 볼지 안볼지는 모르지만 전원투입된 시간에 혼자 총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탈영병의 그것이다 라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때리더랍니다.

'쫄지말자...쫄지말자...'

속으로 어떻게든 위로 해 볼려고 했지만, 안그래도 뒤숭숭한 요즘 혹시 그것이 여기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정말 오들오들 이빨이 떨릴정도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답니다. 안그래도 취사장은 어둡고 퀭 한데다가 헛것까지 본 상황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총을 겨누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그 고참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다시는 짬장에 혼자 안남는다고 다짐을 했지 말입니다."
"그게 다야?"
"뭐 별건 아니지만 이게 답니다."
"뭐야. 헛거 본거잖어. 쫄아가지고 그냥 상상의 나래를 핀 모양이구만."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 말입니다."
"근데?"
"같이 작업하면서 그 고참이 이야기 하니깐 짬장 애들도 혼자 있을 때 희끄무레한 뭔가 봤다고 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지 말입니다. 짬장은 신나가지고 내가 본게 헛거 아니라고 아주 들떠가지곤....크크."
"그러면서 근무 끝나곤 라면 잘도 쳐먹으로 가잖어."
"그래서 말입니다. 절대 혼자 안가지 말입니다. 예전에 취사장 계란이며, 라면이고 맨날 없어진다고 울더니만...그 이후로 혼자 거기 가는 사람 아무도 없지 말입니다. 저도 혼자는 못 가겠습니다."
"그렇겠지....."

누가 혼자 가겠냐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 하일라이트는 이겁니다. 아까 시원하게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시원하게는 아니더라도 저도 하나 봤습니다. 그땐 정말 제대로 쫄았습니다."
"........."

"이것 때문에 박병장님 한테 이야기 하자고 말씀 드린거지 말입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겁이 많은건 아닌데...혼자 이젠 화장실 다갔다 생각하니 영 개운찮은 기분이랄까요...

"저도 솔직히 이 사건 때문에...최이병한테 크게 뭐라 못하겠지 말입니다."
"어떤건데...."
"최이병 야간 근무 빼라고 건의 한게 저라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이새끼 그동안 구라나 친다고 한 번 날잡아 갈굴것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 일이 있던 후 2주가 지나고 전반야 근무를 서게 되는 주가 되었을 때 였답니다. 전에 그 일도 있고 해서 근무지서 최이병에게 좀 소원하게 대했었는데, 그날은 왠지 측은하게 느껴져서 이거저거 말도 걸고 대화도 해가며 근무를 서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밀조 이동을 마치고 23시 정도를 넘어설 때 상황실에서 인터폰이 오더랍니다.

'삑'
'부소초장님 나간다.'
'예 알겠습니다.'

초소 안에서 상황병의 연락을 받고 가볍게 부사수 최이병에게 순찰자 이동을 알려주고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인터폰 받고 한 5분 정도 지났다나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밖에서 부사수의 수화 외침이 들려와,

'벌써 여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냥 뭐 그려러니 하고 순찰일지나 내어 줄려고 손에 쥐고 있었다죠. 그런데,

"손들엇! 움직이면 쏜다!! 화랑! 화랑!!"

부사수의 수화목소리가 굉장히 당황해 하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밖으로 튀어 나가더랍니다.

"야 뭔데!"

초소의 문틀을 잡고, 당기듯 몸을 밖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순간 심상병은 심장이 멎을 듯한 광경을 목겼했다 했지요. 시커먼 물체가 아니 분명 사족 달린 짐승인지 사람인지 잘 구분이 안가 검은 물체가 부사수가 총을 겨누고 있는 정면을 바퀴벌레가 기듯이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록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네요.

그것의 진행방향엔 철책이 막고 있었는데, 그 속도 그대로 철책을 뚫을 기세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곧 벌레가 벽을 기어오를려는 듯 몸통이 반정도 뒤로 꺾이더니, 철책을 기어 오르더랍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부사수도 당연 그랬겠지만, 심상병도 약 3초 정도 걸린 그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철책으로 다가오자 투광등 빛으로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민무늬 전투복에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지만, 투광등 역광에 얼굴은 도통 알아볼수가 없었다네요.

그러다가 순간 번뜩 정신이 돌아온 때가, 그것이 순식간에 철책의 꼭대기 까지 올라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순간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심상병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라고 했습니다.

순간 철렁 내려앉는 마음이 들면서 온몸에 털이란 털은 모두다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네요. 그렇게 정신을 차릴 때쯤에 뭔가를 해야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아 그자리에 무너지듯이 주저앉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시선은 그것에서 도저히 돌리지 못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좀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철책을 기어 내려와 전방 수풀 사이로 귀신같이 사라지더라고 했더랬죠.

그 와중에도 부사수는 손들어! 손들어! 녹음된 것 처럼 계속 외치고 있었다는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바로 인지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 하는 사건 후 생각을 말해주더군요.

"저는 아직도 그게 짐승인지 사람인지를 모르겠지만, 뭔가 그로데스크 한 것이다라는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로데스크라.....그런데 상황실에 알리긴 했냐?"
"말도 안되지 말입니다."

바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걸 어떻게 상황실에 말합니까? 월북인데...것도 사람이 아닌..."
"야 그거 누가 알기라도 하면 너 좆되는거야. 그게 간첩이기라도 했으면.."
"박병장님은 그게 사람이라고 믿으십니까?"

못 믿겠냐는 표정과,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까? 하는 표정으로 묻더군요.

"절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최이병은 뭐래?"
"그놈...의외로 입 꾹 다물고 있지 말입니다. 아마 아까 쭈뼛거린게 박병장님한테 뭔가 이야기 할려는 내용이 아마 이런거 아닐까 싶지 말입니다."
"그런가.....?"
"여튼 그날도 철수 하기 전까지는 아주 뒤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한동안...아니지...지금도 철책 넘어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놈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마지막에 분명 노려본것이 확실한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잘못을 했나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당장 내일 근무가 무척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놈처럼 기절 안하고 안 쫄수 있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자 문득 최이병도 같이 떠오르더군요. 아 꼬이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전원투입 시간. 평소보다 어수선한 소리가 머리위에서 끓이질 않고 있었죠. 상황을 보아하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창고에 모셔둔 공병우의(비올 때 입는 상하 분리형 우의)를 찾느라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소란스러움의 원인은 짭밥이 안되는 소대원의 것으로 당연히 질좋고 입기 편한 공병우의는 고참들이 이미 선점을 해서 그나마 입을 만한 것들을 찾아 헤메는 모양이었는데, 제 부사수인 최이병은 벌써 판초우의(두꺼운 비닐재질로 된 커다란 보자기 라고 생각하면 편함)을 모양나게 접어입고 근무 투입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거 나도 판초우의 뒤집어 쓰고 나가야 할 판인걸...'

제가 원래 있는 근무지에는 저만의 전용 A급 우의가 있지만, 여기서 그런걸 바랄 수는 없었죠. 판초우의를 뒤집어 쓸 때와 벗을 때 목에 감기는 그 축축함을 생각하니 괜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박병장님 여기있습니다."
"응?"

최이병이 건넨건 잘 개어 접어진 공병우의 였더랬죠. 딱 봐도 A급 이다라고 알 수 있는....

"어서났냐?"
"비가 올것 같아 어제 근무 마치고 박병장님 것 챙겨 두었습니다."
"그래?"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밤에 말한 심상병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평소에는 군생활 잘 한다는 그 말의 증거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네요.

"밖에 많이 오냐?"
"예 장마비 같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말을 들으니 장마가 슬슬 시작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작업 없을라나....."
"아마 안하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등병의 그말을 그대로 들을 수는 없었죠. 여지껏 수많은 변수와 역경에도 작업은 계속 되었다 라는 저의 경험을 덮어두기에는 그의 말은 많이 가벼웠었죠.

"어쨌든 나가보자고.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예 총은 옆에 두겠습니다."

그동안 들고 있던 제 소총을 매트리스가 개어진 옆자리에 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로 사라지더군요. 가만히 보니 노란 장판의 침상에는 제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드랬죠.

"여..박병장 빨리 일어나시지."
"앗 충성! 얼릉 나가겠습니다."

소초장이 씨익 웃어 보이며 지나 갔었드랬죠. 솔직히 전원투입이나 근무는 안나가도 되는데 그놈의 땜빵때문에... 대충 닝기적 거리며 군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몹쓸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희안하게 비가 안오는 해가 쨍쨍한 날이라도 공병우의와 판초우의는 살에 닿는 그 느낌이 언제나 축축한건 저만 그랬던 걸까요? 마치 예비군시절 군복만 입으면 괜히 춥고 배고파지는 그런 현상과 맥락이 같은 것이 아니었을가 싶네요.

"박병장까지 다 나왔습니다."

제가 마지막 인원이었는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저는 제 부사수의 위치를 찾아 후딱 앞으로 나가 섰더랬죠.

"앞에 총."
"앞에 총!"

(제대한지 10년 정도가 되네요. 저는 이미 민방위로 빠졌지요. 저 근무신고 순서가 맞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소초장이 선창하고, 그 뒤를 따르는 소초원들의 근무점검 상태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메아리치는 듯 했습니다.

'인원이 많으니...그나저나 위는 잘 돌아가나..."

물론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만, 괜히 고향땅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근무신고를 마치고 전원투입이 되어 초소로 투입해 해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당연히 해뜨는게 보일리가 없었죠. 오직 철수 시간만 기다리며 서 있었습니다.

"야 안으로 들어와 있어."
"괜찮습니다."

입초 룰은 사수의 시간인지라 저는 안에 있었고 최이병이 밖에 있는 상황이었네요. 비가 많이 와도 밖에서 서있는 모양이 안되보여 안으로 들일라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더군요.

"야 그렇게 신나게 비맞다가 니가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데 총 다 녹슬면 어칼라고 그러냐?"
"........"

괜히 억지를 부려보았죠. 그때서야 들어오는가 싶더니, 초소 쪽으로 다가와선 반은 밖으로 반은 안으로 몸을 들여놓고 누가 있지도 않은 주위를 경계하느라 오바질을 해대더군요.

"박병장님."
"왜?"
"어제 심상병이 이야기 했지 말입니다?"
"뭘?"
"근무서다 본 것 말입니다."

번뜩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돌아서서 철책을 바라보게 되었드랬죠.

"그게 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쳤습니다.

"정말 본게 맞나 싶어서 말입니다."
"뭐가?"
"정말 그런게 있는 겁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면 안 하면 되지 왜 이해를 할려고 애쓰냐."
"그렇겠지 말입니다..."

뭔가 이을 말이 있는 모양이었는데 저는 가볍게 무시하고 제 질문을 먼저 던졌죠.

"너 올해 몇살이냐?"
"스물 넷 입니다."
"나랑 동갑이네. 너도 어지간히 군생활 늦게 하는구나."
"어쩌다가 그렇게 됐지 말입니다."
"학교다니다 왔냐?"
"예 그렇습니다."
"졸업반 이었겠는데?"
"재수하다가 늦게 들어가서 그렇지 그정도는 아닙니다."
"학교가 어딘데?"
"서울 사범대 다니다 왔습니다."
"사범대면 선생님 되는 거?"
"예. 그렇습니다."
"이야 엄청 똑똑한가 보네? 어쩌다 이런 오지에 와서 군생활 하냐?"
"........"
"서울 사범대면 어디있는 거야?"

저는 그때까지 서울 사범대는 그저 학교 선생님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서울대학교 사범대 였더군요.

"서울대학교에 있습니다."
"서울대?"
"예. 그렇습니다."

듣자마자 벙 쩔었드랬죠. 주둔지 있을 때 행정실 고참이 서울대 출신이다는 것을 알고나서 부터 인간이 달라보였을 정도로 괜히 함부러 못 대하겠더라고요.

"말씀 드렸듯이 재수 해서 들어간 학굡니다. 그리 자랑꺼리는 안되지 말입니다."
"야 그래도 거기 갈려고 해도 못 가는 인간들이 많은데 자부심 가져도 돼. 앞으로 잘하면 선생님도 따놓은 거 아냐?"
"그건 그렇지 말입니다."
"근데 과는 뭐야?"
"수학입니다."
"여여. 수학이라고? 나도 대학간다고 수능 쳐봤는데...수학 42점 나오더라 하하하."

실없는 말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네요. 공고를 나와 변변한 전기계산 공식도 하나 모르고 있는 제가 보기에 수학의 벽은 엄청난 것이었죠. 여튼 앞으로 수학선생님 될 사람한테 함부러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드랬죠.

"그러고 보니 어제 너 할말 있어 보이던데?"
"아 어제 말입니까?"
"그래 어제."

취사장에서 라면 다 먹고 난 후의 일이 저보다도 먼저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더군요.

"저희 친척중에 아버지 누나께서 무당을 하십니다."
"무당?"
"예 고모가 되지 말입니다."
"그런데....?"

순간 한 겨울 아침 찬 공기가 몸을 감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문해놓고 보니, 모든 의구심이 한 방에 풀리는 듯 했더랬죠.

"아버지 대에 신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나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고모댁에 놀러가보면 보통 집에서는 구경 하기 힘든 것들 때문에 정말 가기가 싫었었지 말입니다."
"........."
"그러다가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대충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때 까지도 고모댁엔 잘 안 갔습니다. 갈때 마다 이상한 분위기하며 물건 하여튼 정말 가기 싫었던 곳 중에 하나였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부적이나, 무당집 대문을 연상하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고3 여름 방학 때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을 때였는데 말입니다. 고모가 저희 집에 왔었지 말입니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고모가 집에오고 그러면 일부러 도서실 간다거나 해서 피해서 다녔었는데, 그 당시 그런거에 신경 쓸 만큼 여력이 없었지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없는 듯 생각하고, 제 방에서 책만 봤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화장실은 가야겠고, 어쩔 수 없이 거실로 나가는 데 말입니다 고모가 절 뻔히 쳐다보고 있지 말입니다. 그래서 뻘줌하게 그냥 인사만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실서 어머니랑 말하는 걸 들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하셨는데?"
"어머니께 세고개가 보인다고 말입니다."
"세고개? 혹시 숫자 삼?"
"예. 셋 말입니다."
"그게 왜?"
"저도 그 땐 그게 죽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지 말입니다."
"혹시...?"
"아시겠습니까?"
"혹시 삼수 했냐?"
"예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면 누구나 다 예상 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뭔가 그 당시 분위기는 굉장히 절묘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네요.

"그 말대로 삼수 하고 사수 만에 붙었는데, 그 붙은 것도 고모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뭔일인데?"

"고등때 내신 1등급이었고, 왠지 계산식 같은 걸 좋아해서 이공계열 학과에 계속 도전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삼수를 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나는 안되는 건가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술먹고 놀러다니면서 영장 나오면 연기하지 말고 바로 군대나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사정을 아버지께서 고모한테 이야기 했는지, 어느날 집에 들어가보니 기다렸단 듯이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
"너는 가르치는게 업이야. 라고 하시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사범대학으로 들어간거냐?"

"예 그렇습니다. 그때까진 전 제가 좋아하는 이공계열만 생각했지 누굴 가르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안 했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될대로 되란 식으로 맘잡고 공부해서 그냥 한 번 찔러본게 덜컥 합격이 되어 버린 거지 말입니다. 남들은 죽을 고생 해서 왔다고 하던데...저는 그냥 믿음 이랄까 그것 하나만 가지고 대충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당시 합격전화 받고 기쁘다기 보다는 온몸에 소름이 주욱 돋던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서넣었던 다른곳은 전부 불합격 이어서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이야길 들으니 소름이 돋는 한편 속으로 참 대단한 놈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리 대충 했어도 그게 운으로는 설명이 안되는게 그만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왠지 그 후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라고 판단되어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었죠.

"합격통지서 받자마자 젤 먼저 고모께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고모께서 하시는 말씀이 '넌 이 집안의 맥을 쥐고 있는 조상의 기운이 있어서 조상께서 항상 보고 계신다. 대리인인 내 말만 들으면 잘 풀릴거다' 라고 하셨지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티비에서 보던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왠지 이해가 간다...니가 본것도 그렇고 말이지..."
"그래서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잇더군요.

"고모께서 한 말씀 중에 잘 잊혀지지 않는게 있는데, 그것때문에 희한한 경험 자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기억나는 그때 분위기는 선임과 후임의 갭이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의 어젯밤 꿈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집안 중 누군가 신을 모셔야 하는데, 그게 내가 된거는 아버지 한테 들어서 잘 알고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해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꼭 신을 모시지 않아도 우리집 대대로 신통력은 피를 나눈 모두에게 있다라고 말입니다."

"........."

"앞으로 살아가면서 별의 별 희안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때로는 주위 사람까지 말려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제가 있는 주위에 있는 사람도 아마 같은 볼 때가 있으니, 그 사람이 멀어지기 전에 잘 설명해 주라고 신신당부 하셨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듣고나니...그녀석이 던지는 눈빛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거야.'

라는 눈빛이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비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밤에 봤던 그 안개속 발목이라던가 하는....

"그래서..."

문득,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서...내가 본 것도 다 네 영향 아니겠느냐 하는 거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
"그러니 만약에 또 보시게 된다면, 제게도 알려주시면 고모께 들은 걸로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습니다."
"들은거?"
"고모께서 망자는 망자일뿐 산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심적으로 약해진 상태여야만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쫄고 있으면 걸린다 그말이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어느정도 감을 전달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밤이 되면 시야는 오직 저 투광등이 비추어지는 곳까지만 제한이 됩니다. 저게 번개라도 맞고 정전이 되면(딱 한 번 있었습니다)그냥 눈을 감아버린 상태가 되어버리죠.

빛이 닿는 저 멀리 희미한 풍경속에 오만가지 잡생각은 귀신의 형태를 그려내기에도 충분합니다. 제가 본 발목도 그럴 수가 있지요. 쫄고 있으면 충분히 무엇도 그려집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지 않아도 정말 보일때가 있죠. 그게 바로 그 날 오후에 비닐 작업 나갔을 때 였습니다.

낮사진 옆에 보면 돌들이 지저분하게 막 널려있죠? 비에 씻겨내려간 흙때문에 돌들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죠. 저게 계속 되면 밑에 토사량이 엄청나 집니다. 저기에다가 바로 비닐을 덮어씌워 장마철을 피해가는 것이지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아닌데 상당히 비슷한 사진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야간 사진은 '저렇게 밝은데 뭐가 무서워' 이러실수도 있는데, 아무도 없는 가로등이 켜진 끝없는 인도를 혼자 걸어본 기억을 되새겨 보세요. 거기에 지형은 산악지형에 사람은 내 짝궁 외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고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 이건 여담인데요...
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그 공포의 원흉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죠? 끝내는 주인공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요. 이 시점에서 공포영화의 재미는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귀신이라던가 유령 광기에 사로잡힌 무엇...뭐 어쨌든 주인공을 괴롭히는 뭔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재미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죠. 아마 저와 같은 관점으로 공포 즐기시는 분이 꽤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착신아리 1편이나 특히 링 소설을 보게 되면, 원흉이 드러나지 않는 공포에 정말 강하게 매료되었었죠. 스즈키 코지라는 작가의 그 상상력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읽는이로 하여금 초절정의 공포를 맛보게 해 준답니다.

이번에 구입한 물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 모음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뭐랄까...실망이 좀 컸네요. 링 소설 아직 못 읽어본 분 이번 여름에 중고서적으로 구입해 읽어보세요. 공포소설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포상휴가 #3, #4 | 공포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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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이 짧아서 4편이랑 붙여서 가져왔어
원래 본문에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옛날 글이라 사진이 다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네 ㅜㅜ

그나저나 그런거였구나
눈이 열린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 같이 휘말리는거...
여태 우리 같이 봐 온 귀신썰들도 그런 사례들이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

다음 글도 내일 가져오도록 할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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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아니야 사진없어도돼ㅠㅠ 사진있음 더 무서울거같아ㅠㅠㅠㅠ
정말 너무 재밌어요.
아쒸...-무서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