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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걷는 독서 10.16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라 돌아서지 마라
삶은 가는 것 그래도 가는 것

-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Russia, 2005. 사진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굽이 돌아가는 길’
『사람만이 희망이다』 수록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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