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이뿌이뿌이~~~
증말 오랜만에 연극을 보고 와서 카드를 써봅니다. 뮤지컬에 비해 연극이 훨씬 저렴해서 최근에는 연극을 더 많이 봤었어요. 뮤지컬은 한번 볼때마다 최소 7-8만원, 대극장 공연은 15만원까지 깨지니 섣불리 못보겠더랍니다 ㅠㅠ

이번에 본 연극 '킬롤로지' 포스터.jpg
반면에 대부분의 연극은 최대 5만원이면 좋은 자리에서 좋은 극을 볼 수 있어요.

게다가 국립극단에서 하는 극들은 '푸른티켓'이라고 해서 만 24세 이하라면 전좌석 12000원에 볼 수 있답니다. 개꿀~ 국립극단 작품은 대체로 퀄리티가 다 좋으니 현재 하고 있는 공연 아무거나 봐도 다 좋을 거에요. 다만 몇 작품은 너무 무겁거나 지루할 수 있는데요.
(정극이거나,, 정말 진지하고 열띈 토론을 2시간동안 하는 연극같은거..ㅎ)
그럴 땐 청소년극을 추천합니다. '청소년극'이라고 하면 교육적이고 유치한 내용일 것 같지만 어른이들이 봐도 전혀전혀전혀 상관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괜찮아요! 청소년극인만큼 무거운 내용도 가볍게, 편하게 풀어낸 극이 많아서 난 연극이 처음이다, 하면 좋은 스타트를 끊을 수 있을거에요


지금 하고있는건 요거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제가 이번에 본 극은 '킬롤로지'라는 연극이에요. 3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소년, 소년의 아버지, 그리고 '킬롤로지'라는 잔인한 살인게임을 만든 게임회사 대표의 이야기에요.

저는 영화나 극을 보기 전에 줄거리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 극을 보면서는 좀 후회했어요.
이 극은 특이하게 3명의 독백으로 진행이 되어요. 보통의 연극처럼 3명이 티키타카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기-승-전-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게 아니라, 각기 한명 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상황에서의 대화를 재연하는 식이죠. 그래서 각각 세명의 이야기가 어떻게 엮이는지 퍼즐 맞추듯 직접 파악해야 해요.

고로 이 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간다면 그 퍼즐을 맞추는데에 좀 시간이 걸립니다. 혼자 띠용? 저게 무슨 말이지? 할 때도 많았고요. 인물들의 독백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한문단이라도 놓치면 극 전체를 따라가기 어려워지더라고요 ㅋㅋㅋㅋ 게다가 2부에서는 1부와는 다른 갈래로 이야기가 나눠지기 때문에 미리 알아가는게 좋습니다.
이 극은 11월17일까지 하고 있고요! 보러가실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첨부할게요.
연극 <킬롤로지>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온라인 게임 ‘Killology’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살해된 소년 ‘데이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알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위한 게임 ‘Killology’를 개발하여 거대한 부를 축적한 게임 개발자 ‘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잔혹한 범죄와 미디어의 상관관계, 그리고 그것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이야기한다.

이 극은 딱 세가지로 축약돼요.
1. 아버지에게 영원히 인정받지 못한 아들이 만든 살인게임 '킬롤로지'
2. 이 게임을 모방한 방식으로 잔인하게 살해된 소년,
3. 그리고 '킬롤로지'를 만든 이에게 복수하려는 소년의 아버지
언뜻보면 잔인한 폭력적인 게임을 비판하는 내용인 것 같죠. 하지만 이 연극은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내리지 않아요. 오히려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소년이 죽은건 오로지 잔인한 게임 때문일까?

최근에 개봉한 <조커>도 말이 많았죠. 영화에 담긴 폭력성 때문에 이를 모방하는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요.
저는 물론 그런 영화가 잠재된 폭력성의 방아쇠를 당길만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든 원인이 그 영화 하나, 게임 하나가 되지는 않지요. 그 전에 범죄를 만든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그걸 파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채 간단하고 무심하게 원인을 특정해버리는건, 진짜 원인을 찾지도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 게으르고 무심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이 연극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야기해요. 소년을 죽인건 살인게임에서 나온 방식이 맞지만, 그 이전에 소년을 방치한 부모와 사회가 있습니다.
킬롤로지를 만든건 그 게임회사의 대표이지만, 구체적인 살해방식을 구현한건 유저들이죠. 심지어 소년을 죽인 아이들이 따라한 게임 'Golden Shower'는 개도국의 한 가난한 소녀가 만들었어요. 그 소녀는 발생한 수익으로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요. 관객은 더욱 헷갈려집니다.

결국 이 연극이 말하는건
사회적으로 발생한 비극의 원인은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
가시적인 원인 이전에 가족의 부재, 아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역할의 부재가 있다, 라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한번보는 것보단 여러번 보는게 더 좋은 극인 것 같아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거든요.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어마어마한 분량의 독백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이 대단합니다. 배우들끼리도 "'킬롤로지' 했으면 못할 극이 없다." 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고 ㅋㅋㅋㅋㅋㅋ
그럴만 합니다. 극에서 내려갈 틈도 없이 계속 무대위에 있거든요.ㅠ

킬롤로지는 11월 17일이 막공입니다!
보러가실 분들 씨게씨게 보러가세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