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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뒤에 나올 책


지난 5월 소설가 한강의 새로운 소설,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를 한강이 직접 노르웨이의 모 재단에 갖다주는 행사가 있었다(참조 1).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텐데 쉽게 말하면 타임머신이다. 2114년에 공개가 되며, 그 때가 되어서야 출판/공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2114년…에서 아실 수 있듯, 이 프로젝트는 2014년에 시작됐다. 스코틀랜드의 비주얼 아티스트, Katie Paterson이 고안했고 그녀의 계획을 오슬로 시, 그리고 노르웨이의 부동산 업체에서 지원하여 탄생했다. 2014년부터 작가 1명씩 뽑는다. 작가 선별은 100명이 될 때까지 한다. 작가들은 각자 한 권씩 써서 노르웨이 오슬로 공공도서관에 봉인시켜버린다. 그때까지 공개되는 것이라고는 기탁한 작품의 제목 뿐이다.

그리고 2114년에 모은 작품들을 공개한다. 쉽죠?

그래서 2014년 처음 선택을 받은 작가는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매거릿 애트우드였다. 작품명은 Scribbler Moon. 한강의 경우 2018년에 선택을 받았고, 올해는 노르웨이 작가 카를 오베 크나우스고르(Karl Ove Knausgård)가 선정됐다. 그는 심지어 이 프로젝트에 간택받기를 희망했었다고 한다. 좀 다른 의미로 성덕이다.

살짝 크나우스고르 얘기를 하자면, 그는 한국에서 (물론 노르웨이나 전세계에서도) 아마 ‘나의 투쟁(Min Kamp)’으로 유명한 작가일 텐데, 살짝 개인 감상을 말씀드리면 난 그의 소설이 별로 재미 없었다. 그런 장르는 프랑스 쪽 소설에 매우 흔하긴 한데 그게 문제는 아니고, 그의 소설 또한 여기서의 주제는 아니다.

자, 다시 프로젝트(참조 2)로 돌아와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Future Library이다. 기탁된 작품들은 2020년에 개장할 예정인 오슬로 근교 Bjørvika에 위치한 신 공공도서관 내부의 “Silent Room” 안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위에 말했듯, 작가와 제목만이다.

의문이 들 것이다. 100년 뒤에도 종이 책이 과연 존재할까? 일단 이 프로젝트는 주변 숲의 나무로 책을 찍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100년 후에 종이 책이 존재할지는 이 프로젝트도 확신 못 한다. 그래서 기사에 따르면 출판용 전문 인쇄기도 같이 봉인시켜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자본주의가 개입했다.

이른바 인증서(참조 3)를 천 명의 고객에게 한정판으로 ‘판매’한 것이다. 어떤 인증서? 100년 후에 바로 노르웨이 종이로 찍은 일종의 원판 100권을 받아볼 수 있는 인증서다. 처음에는 625파운드였다가(참조 4) 기사에 따르면 현재 900유로까지 올랐다고 한다. 당연히 상속이 가능한데, 가격이 올랐다는 걸 보니, 아직 완판은 아닌 모양이다.

… 100년 후의 책을 걱정할 게 아니라, 기사에 나온대로 인간이 그때까지 남아 있기는 할까? 설사 인간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과연 텍스트를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지금의 사람들이 텍스트를 읽긴 하나? 내가 없는 세상이 내가 있는 세상과 별로 다를 바 없을 텐데, 100년 후라고 과연 얼마나 차이가 날까.

자, 진정한 자본주의를 원하신다면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발행하는 100년 만기 국채를 매입하시면 되겠습니다(참조 5). 요즘 세상에 선진국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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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100년뒤 노르웨이에서 출판될 한강의 책은?(2019년 5월 26일): https://www.yna.co.kr/view/MYH20190526002200038


3. 인증서의 모습을 보자. 미국$로는 천 불 짜리이다. https://www.jamescohan.com/editions/katie-paterson-future-library-certificate?view=slider

4. Reader offer: buy a Katie Paterson Future Library limited-edition print(2014년 11월 23일):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14/nov/23/reader-offer-katie-paterson-print-future-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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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난 사지 않아도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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