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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뉴스 #더] 학대범을 위한 나라는 있다

지난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5일 된 신생아가 갑작스럽게 무호흡 증상을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해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아기는 의식불명 상태. 아기의 부모는 병원의 의료사고를 의심했지만 산부인과 측은 신생아 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모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 속에는 한 간호사가 아기를 던지 듯 내려놓고 수건으로 툭 치는 등 학대 행위를 가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나마 아기가 의식불명에 빠진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 영상은 이미 삭제된 상태다.

경찰에서는 해당 간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CCTV의 일부가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산부인과는 폐업을 공지하고 문을 닫았다.
부산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사건의 문제는 의료과실이 아니라 학대에 의해 아기가 의식불명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아동학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동학대는 지난해에만 2만 4,604건 발생했다.

최근 5년 동안 아동학대로 인해 목숨을 잃은 아이도 132명에 달한다. 아동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는 0~1세의 신생아와 영아가 64.3%로 가장 많았다.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한 어린 생명들이, 못난 어른들의 학대로 삶 전체를 박탈당한 것이다.

아동학대는 ‘아동복지법’에 의해 금지된 행위다. 법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상식선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임에 틀림없다. 상식에도 어긋나고 법에도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는다. 문제는 그 ‘가벼움’이다.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원아 3명을 30여 차례에 걸쳐 학대하고, 원아 1명에게는 전치 5주의 화상을 입게 한 어린이집 교사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해당 교사의 죄가 무겁지만 최근 출산을 했고, 피해 부모들에게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 이유다.
대구에서 두 살배기 원아를 학대한 어린이집 원장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범죄사실을 시인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지난 4월 14개월 영아의 뺨과 머리를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학대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던 금천구의 아이돌보미도 1심에서 고작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던 아이를 상대로 30여 차례에 걸쳐 학대를 했다. 아이의 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던 재판부의 말은 단지 말뿐이었다.

지난해 생후 11개월 된 영아를 몸으로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강서구 어린이집 교사와 이를 방치한 그의 쌍둥이 언니인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그리고 민사소송을 통해 4억여원을 유가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더해졌지만, 아이를 죽게 만든 죄에 비하면 할 말을 잃을 만큼 가볍다.
가정 밖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와 그에 대한 처벌도 문제지만,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도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지난해 발생한 2만 4,604건의 아동학대 중 77%가 부모에 의한 것이었고, 사망에 이른 사례도 가해자 30명 중 25명이 부모다. 법은 역시나 이들에게도 관대하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재판에서는 10개월 된 아기의 우는 버릇을 고치겠다며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어 넘어뜨려 머리를 다치게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아버지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7월에는 게임에 방행된다는 이유로 생후 70여 일 된 신생아를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내려진 형벌은 고작 징역 7년에 불과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재판부의 공통된 시각은 그 죄가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고되는 형량은 무겁지 않다. 왜일까?
자식이 가해자가 되는 존속살해나 존속학대는 법적으로 가중처벌을 받는다.(일반 살해 5년 이상 징역, 존속살해 7년 이상 등)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 가정에서 일어난 학대의 경우 반복이 잦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아동학대 중 10.3%는 재학대였다. 전문가들은 재학대가 많은 특성 때문에라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빠른 시일 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과 함께 말이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 지금껏 살펴봤듯이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아니라 학대를 가한 어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까지 ‘학대범을 위한 나라’로 남게 될까. 두고 볼 일이다.

글·구성 : 이석희 기자 seok@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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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무료배포 기사에 달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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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100g을 123명이 먹었다...오병이어 기적 아닙니다"
-하루만에 228건..71%가 급식비리 -두부 2모로 단체 급식, 썩은 채소도 -공개 식판 사진과 실제 급식 달라 -교사 블랙리스트 존재..제보 힘들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호연(어린이집 비리고발 상담센터 센터장) 어린이집 문제가 또 불거졌습니다. 청주의 한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이 이번에는 논란인데요. 어느 정도인가 하면 고구마 1개를 무려 스무 명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먹이고요. 학부모에게는 호박죽 제공한다고 공지해 놓고는 실제로 아이들에게 아주 적은 양의 희멀건 죽을 먹였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먹을 양이라고 해도 음식의 사진을 보면, 그 양을 보면 황당할 정도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문제. 현장을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지난 10월에 총조사를 한 분이 계세요.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비리고발센터의 김호영 센터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 김호연> 안녕하세요. ◇ 김현정> 최근에 다시 논란이 불거진 건 청주의 한 어린이집 때문인데. 이게 뭐... 일단 이 소식 듣고는 어떠셨어요? ◆ 김호연> 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라 별 감흥이... ◇ 김현정> 놀라지도 않으셨어요? ◆ 김호연> 놀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 뒤의 해결 과정이 문제가 잘 해결이 안 되니까 사실은 좀 무력감이 많이 느껴지죠. ◇ 김현정>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이 센터에서는 지난해 10월에 어린이집 비리 근절 실태 조사를 하셨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 김호연> 네. ◇ 김현정> 급식 비리에 관한 제보도 있었어요? ◆ 김호연> 어린이집 교사들이 단 하루만에 228명 정도의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조사 결과 응답자 중에 71.9%, 한 164명 정도가 음식 재료 구매 등의 급식 비리가 의심되는 정황을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했다고 답해 주셨었어요. ◇ 김현정> 단 하루 조사에서? ◆ 김호연> 네. ◇ 김현정> 228명밖에 조사 못 하셨는데 그중에 71%가? ◆ 김호연> 네, 그렇습니다. (사진제공=연합뉴스TV) ◇ 김현정> 여기까지만 들어도 사실 충격인데. 그러면 사례를 한번 구체적으로 어떤 제보들이 들어왔는지 좀 들여다보죠. 제일 충격적인 건 어떤 거였습니까? ◆ 김호연> 비리 원장들 중에 아이들 급간식비로 자기 집 제사상에 올릴 문어를 구입하거나 심지어 술을 구매한 파렴치한 분도 계셨습니다. ◇ 김현정> 이건 박용진 의원이 유치원 3법 얘기할 때 많이 화제가 됐었던 그 사례인 거죠? ◆ 김호연>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또요. ◆ 김호연> 123명 간식 중 두부가 100g인데 이걸 교사 포함한 전원이 먹었던 사례도 있고요. ◇ 김현정> 100g짜리 두부를 가지고 몇 명이요? ◆ 김호연> 123명이요. 총 정원 50명인데 두부 두 모로 국을 끓이는 것을 목격한 교사가 제보한 것도 있고요. 예를 들면 급간식 시간에 제공되는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양도 되게 적은 게 일반적인데 1명의 원아에게 바람떡 2개를 잘라서, 잘게. 간식 접시에 담아서 제공하고 포도 3알, 바나나는 3분의 1개 이런 정도. 그런데 그 바나나도 완전히 갈색, 브라운이 된, 노란색이 브라운이 된 바나나를 나눠먹는 것들. 그리고 일상적으로 썩은 고구마, 썩은 야채들은 기본 주제들이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썩은 고구마, 썩은 야채가 많이 제공이 된다고요? ◆ 김호연> 그렇죠. 사실 유효 기간이 임박한 물건이 비싸게 들어오지를 않잖아요. 그러니까 임박한 물건을 구입하는 게 가장 급간식비를 효율적으로 쓴다고 얘기를 하니까. 눈앞에서 조리하지 않은 식자재의 원재료를 가져갑니다. 파, 양파, 고추장. 그러니 남은 건 별로 싱싱하지 않은 것들만 남게 되는 거죠. 그리고 급식 식판이 문제가 됐잖아요. 예를 들어서 지금 청주시처럼 어린이집에 급식 식단의 문제가 제보로 발생했을 때 교사들이 사진을 찍지 않습니까? 그 사진을 찍은 것이 사실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에는 두 버전으로 찍는 거죠. 하나는 굉장히 적절한 양과 적절한 급식을 배정을 받은 식단이 있고 그 식단판이 있고 실제 운영되는 급식판이 따로 있는 거죠. ◇ 김현정> 부모들에게 공개하는 건 올라오거든요, 요즘 온라인에. ◆ 김호연> 당연하죠.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 김현정> 그 사진이 우리 아이가 먹는 사진이 아닌 경우들이 있다? ◆ 김호연> 네. ◇ 김현정> 지금 저희가 제보 받은 사진들을 여러분들께 유튜브와 레인보우 모니터를 통해서 보내드리고 있는데 보면 이런 것도 있어요. 카레밥은 카레밥인데 카레가 너무 적고 국은 국인데... ◆ 김호연> 내용물이 없는 거죠. 청주시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제공된 부실 급식.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김현정> 비벼질까 의문일 정도로 양이 적다든지. 국은 국인데 건더기가 거의 없는 그냥 물 같은 액체 상태의 국. 이런 것도 보이네요. ◆ 김호연> 그렇죠. 그러니까 건더기가 거의 없다라는 건 무도 안 넣고 뭐도 안 넣고 그냥 국물... 된장에 푼 물 정도인 거고. 카레인데 또는 짜장밥인데 그 내용물에 야채들이 거의 없는 경우죠. 완전 다져서 거의 보이지 않거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그리고 그마저도 양이 적은 거죠. ◇ 김현정> 양이 적고. 이번 청주 어린이집 같은 경우에는 1kg짜리 닭을 사서 20명을 먹였더라고요. ◆ 김호연> 거기 원아가 28명이더라고요. 교사만 6명이고. 그러면 34명이 먹어야 되는 양이에요, 사실은. 1kg은 아주 아주 작죠. ◇ 김현정> 지금 센터장님 말씀하시면서도 그렇게 흥분하시지를 않는 걸 보니까 제가 다 슬플 지경인데. 이런 비리들이 지금까지도 쭉 이어져 왔고 지난해 10월에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도 또 이번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참 허탈한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전체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서 봉사하듯 노력하는 어린이집도 있으니까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런 곳들이 이렇게 꾸준히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보니까 우리 힘이 빠지는 건데요. 센터장님, 이런 건 일종의 사기잖아요, 사기. ◆ 김호연> 그렇죠. ◇ 김현정> 유아들을 상대로 하니까 이렇게 사기를 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아이들이 어디 가서 의사 표현 제대로 못 하니까. 그래서 더 괘씸한 거 아닙니까? ◆ 김호연> 맞습니다. 그러니까 비상식이 상식이 돼버린 현장에서 오는 무력감인 건데요. 실질적으로 운영이 힘들어서 아이들의 저질 급식을 저질렀다는 핑계가 이게 15년을 핑계를 듣고 그것이 제대로 처벌이 안 되는 과정을 겪다 보니까 제대로 운영하거나 제대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진이 빠지는 형국인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이나마 지금 밝혀진 것도 내부 고발. 그러니까 교사들이 밖으로 알렸기 때문에 이게 알려지는 건데 그렇게 내부 고발을 한 후에는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건 또 무슨 얘기입니까? ◆ 김호연> 제가 전에 블랙리스트 얘기를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 김현정> 이런 교사들 조심해라. 이런 교사 채용하지 말아라. 이런 블랙리스트. ◆ 김호연> 교사들이 이런 제보를 할 때 이익이 없습니다. 이익보다는 손해가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 직종을 포기를 해야지 되고요. 지역 내에서 근무를 할 수가 없고요. ◇ 김현정> 지금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합니까, 그러면? ◆ 김호연> 네, 존재합니다. ◇ 김현정> 존재합니까? 이렇게 제보한 교사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이름이 새나가고 취업이 어려워지고 그래요? ◆ 김호연>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 근절이 안 되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번 청주 어린이집 사건. 또 이번에 이렇게 한바탕 놀라고 그걸로 흐지부지되고 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이번에는 이 고리를, 악순환을 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센터장님,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김호연> 네, 들어가십시오. ◇ 김현정> 네, 공공운수노조 비리고발센터의 김호연 센터장이었습니다.(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사건 재구성] "아이 유산 뒤 홀대" 복수 꿈꾼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사건 공소장 토대로 사건 재구성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 지난 7일 의붓아들 살해 혐의가 추가돼 1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의붓아들 살해사건'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고 씨가 2차례 유산 과정에서 현 남편이 자신을 홀대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사실을 토대로 고 씨의 범행을 재구성했다. ◇ 유산 뒤 현 남편, 피해자 사진 올리자 분노 고유정이 현 남편 홍모(37)씨의 아들(5)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건 지난해 10월 말이다. 홍 씨와의 사이에 임신한 아이가 유산된 직후였다. 고 씨는 태명을 '뽀뽀'라고 짓고 혼자서 태아와 대화를 나눌 정도로 아이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아이를 유산했지만, 홍 씨가 위로해주지 않고 오히려 다툼만 계속되자 고 씨는 10월 20일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친정집이 있는 제주도로 가출했다. 홍 씨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10월 23일 홍 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피해자의 사진으로 변경한 것이 화근이 됐다. 고 씨는 다짜고짜 홍 씨에게 "나를 기다려? 속 시원했겠지. 10주 가까이 네 새끼였던 뽀뽀와 ○○(전남편 아들)까지 능멸한 거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에도 폭언이 담긴 메시지는 계속됐다. 10월 26일엔 "난 어차피 잃을 거 없거든 네가 뭘로 매장시키든 상관없어, 네 맘대로 해봐라, 그 이상 네 모든 걸 다 무너뜨려 줄 테니까"라고 보냈다. 특히 고 씨는 가출 후 마치 유산으로 출혈이 있어 부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거짓말하면서 홍 씨에게 10월 29일 병원비를 줄 것을 요구했으나, 홍 씨가 입원 사실을 의심하자 극도로 분노했다. 고 씨는 "입원했다고!!!!" "십 주 가까이 품는 동안 이미 아기는 내 아기였고, 상실감 너무 크고, 미치기 직전까지도 갔어, 당신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기분인 거야" "너 상상 이상으로 무너뜨리고 떠나주마" 등의 메시지를 홍 씨에게 보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이 시점부터 '고 씨가 현 남편이 유산한 자신과 ○○(전남편 아들)을 홀대하고 피해자만 진정한 가족으로 아끼자 강한 적대심과 분노로 가득 차 피해자를 살해해 홍 씨에게 복수할 것을 마음먹었다"고 적시했다. ◇ 수면제 처방 직후부터 현 남편 잠버릇 거론 고유정의 현 남편 홍모(37)씨가 아들 생전에 함께 촬영한 사진. (사진=홍 씨 제공) 고유정의 범행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처음부터 의붓아들이 자는 사이 질식시켜 살해하고는, 그 책임을 홍 씨의 잠버릇 때문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전에 꾸미기 시작했다. 그러한 정황은 고 씨가 지난해 11월 1일 제주시의 모처에서 수면제 성분인 명세핀정을 처방받은 직후부터 이뤄졌다. 가출했던 고 씨는 다음날인 2일 청주시의 자택에 갑자기 돌아온 뒤 하룻밤을 잔 후 친정집이 있는 제주도로 재차 가출했다. 그러면서 4일 홍 씨에게 "잠결에 막 힘에 눌리는 기분에 잠 깼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다. 홍 씨의 잠버릇을 지적하는 문자는 11월 초부터 의붓아들 살해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3월 2일 직전까지 이어진다. 홍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유정이 제 잠버릇을 처음 얘기 꺼낸 게 작년 11월 4일이었다. 그 전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유정은 '11월 4일'부터 홍 씨의 제주도 친정집에 있었던 피해자를 청주 집으로 데려오자고 홍 씨에게 수차례 요구했다. 고 씨의 제주 친정집에 있었던 ○○(전남편 아들)보다 먼저 데려오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어린이집 문제로 올해 2월로 연기되자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2월 초 한 차례 더 유산을 경험한 고유정은 재차 범행하기로 결심하고 지난 2월 28일 피해자가 제주에서 청주로 온 지 3일 만인 3월 2일 범행한다. ◇ '수면제 차' 현 남편에 먹인 뒤 범행 사건 당일 고유정은 미리 자신은 감기에 걸려 따로 자겠다고 말한 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범행을 시작한다. 3월 1일 밤 9시부터 10시 사이 홍 씨가 피해자를 화장실에서 씻기고 중간 방에서 잠을 재우는 동안 지난해 11월 미리 처방받았던 수면제를 홍 씨가 마실 찻잔에 넣었다. 밤 10시쯤 홍 씨가 피해자를 재우고 거실로 나오자 함께 차를 마시자고 한 뒤 수면제가 든 차를 홍 씨에게 먹였다. 이후 12시쯤 홍 씨는 피해자와 같은 침대 위에 누워 '평소와는 다르게'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후 고유정은 다음날인 2일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 홍 씨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홍 씨 옆에서 엎드린 자세로 자는 피해자의 얼굴을 침대에 파묻히게 한 뒤 10분여간 뒤통수를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 1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의붓아들 살해사건 첫 재판이 열린다. 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고유정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 2017년 6월 2일 전남편인 강모(36)씨와 이혼한 뒤 그해 11월 홍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충북 청주시에서 홍 씨와 함께 살다 올해 의붓아들에 이어 전남편까지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스토리뉴스 #더] 세금 도둑 전성시대: 흉물에 혈세를 태워?
지금 장난하새우? 11월 26일 인천시 남동구가 소래포구에 20m 높이의 ‘새우 모양 전망대’를 짓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 포털 사용자(네이버 아이디: bals****)가 남긴 댓글이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호의와는 거리가 멀다. 부족한 주차시설이나 확충하지 무슨 짓이냐, 바가지나 씌우지 말아라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인천 행정당국을 향한 이런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의 사이다 생산지라며 중구 월미도에 ‘인천 앞바다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하려다, 최근에야 사업 올스톱을 선언했다. 일제강점기의 착취와 강제 근대화를 미화한다는 반발 여론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맥락 없는 조형물로 비판 거리 생산하기, 물론 인천만의 나 홀로 특기는 아니다. ‘세금 도둑질’이란 손가락질을 수집하는 조형물 논란은, 다시 말해 ‘흉물’ 논란은, 장소와 종류를 가릴 줄 모른다. 전북 무주군은 지난해 만화 캐릭터인 ‘태권브이 조형물’을 향로산(해발 420m) 정상에 33m 높이로 세우려다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지난 9월 조형물을 포함,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태권브이랜드 조성사업 전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 최근 해당 공무원과 의회가 한목소리로 찬성의 화음을 내는 등 사업은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신안군은 지난 8월 ‘신안군 황금 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군 관계자는 “이세돌을 배출한 신안군을 바둑의 고장으로 널리 알리고자 황금 바둑판 조성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래서 순금 189kg이 필요하고 이에 2020년부터 3년간 100억 원 이상을 마련하겠다는 것. 역시 여론은 비난 일색이었다. 이 같은 조형물이 상상만으로도 반대를 부르는 이유는 명백하다. 정책 관계자의 ‘뇌내망상’에서 촉발된 비공감형 판타지, 즉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어떤 무례한 형상인 주제에 현실화를 꿈꾸며 주민이 낸 세금은 끊임없이 탐해대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하나씩 말하자면, 다행인 건 이들 조형물이나 사업이 실제로 삽을 뜬 상태는 아니라는 것. 제발 멈추라고 요구할 시간은 남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점은, 안타깝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도 이미 많다는 사실이다. 먼저 경북 군위군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공중화장실인 ‘대추 화장실’이 있다. 지역 특산품 홍보의 일환으로 2016년 7억 원 가까이 들여 지은 거대한 대추형(?) 화장실로, 면 소재지에서 먼 탓에 이용객은 매우 거의 없다. 흉물스러움을 구경하고자 찾은 이들을 관광객이라고 환영할 수는 없는 노릇. 강원도 고성군에는 ‘무릉도원권역 활성화 센터’라는 조형물 및 건축물이 존재한다. 장독을 짊어진 지역 청년의 모습을 16m 높이로 형상화한 것으로 약 15억 원이 들었지만 사실상 ‘무쓸모’, 지금은 방치된 상태다. 전남 화순군도 만만치 않다. 자치단체의 장이 바뀔 때마다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하나씩 늘었다. ‘대형 포도 조형물’, ‘청동 조형물’, ‘대형 붓 조형물’이 차례차례 들어섰는데 합쳐서 혈세 17억 원이 ‘태워’졌다. 이밖에 경북 포항시의 과메기 홍보용 ‘은빛 풍어 조형물(약 3억 원·철거 예정)’, 충북 괴산군의 ‘대형 무쇠솥(약 5억 원)’, 전북 고창군의 ‘주꾸미 미끄럼틀(약 5억 원)’, 전남 완도군의 ‘황금전복 조형물(약 2억 원)’, 강원 인제군 소양강의 ‘마릴린 먼로 동상(5,500만 원)’ 등 세금 녹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들을 꼽자면 끝이 없다. 지방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사진만 봐도 냄새가 나는 듯하다던, 서울시장표 설치 미술품 ‘슈즈트리(1억 4,000만 원)’도 비난의 총량으로는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았다. 4억 원이 투입된 강남구의 ‘말춤 추는 손목’은 어떤가. 한류? 발목도 만들어 ‘더블’로 가지 그랬나.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조형물(公共造形物), 즉 국가나 공공 단체가 설치·관리해 일반 사람에게 공개하는 조형물은 올 6월 기준 전국 6,287점에 달한다. 최소가 이 정도, 파악이 되지 않는 것들 또한 무수하다고 한다. 이토록 좁은 나라에 이토록 많은 조형물이라니, 그 모양은 물론 수치까지 기괴하기 짝이 없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모르는 분야임에도 추진력 하나는 귀신같기 때문.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식한데 용감해서다. 우선, 결정권자는 대개 지역과 지역 주민에 대한 애착도나 이해도가 낮다. 그러다 보니 해당 공간이 품은 시간을 가꾸고 표현할 방법 같은 걸 고민할 리 만무하다. 자치단체 현장의 볼멘소리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리에 오는 사람마다 성과 지향적인데, 지역 축제와 결합된 조형물‘류’ 정도는 돼야 업적으로 여긴다는 것. 특산물이면 특산물, 옛것이면 옛것 등 손쉽게 집히는 소재를 물리적 덩어리로 부풀려 가공해야 성에 찬다는 거다. 그 와중에 본인이 설치 미술이나 인문학에 관한 식견을 갖췄을 확률은 매우 적은데, 대개 전문가의 조언은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 결정권자가가. 콕 집어 말하면 ‘자치단체의 장’ 되시겠다. 물론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그 미숙함을 끝끝내 밀어붙이는 욕망이다. 이를테면 장(長)으로서의 내 이력서, 거기에 새겨 넣을 몇 마디 문구를 향한 집념 같은 것. 그렇게 제막식 테이프를 끊는 그날의 희열만 상상하다 보니, 시공간적 맥락이 부재한 객체로서의 조형물만 자꾸 느는 것이다. 지으신 그 모든 걸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이런 유형의 흡족은 신(神)이나 국토 개발형 독재자한테는 어울리겠지만, 지역 주민이 뽑아준 자가 취할 태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 자리는 지역의 대장 노릇을 하는 곳도,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발판도 아닌, 일꾼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깨닫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강제적 장치는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소중한 예산으로 수상쩍은 일을 벌일 때는 반드시 외부 전문가들의 검토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물리적인 억제력 말이다. 새로운 척하는 낡은 흉물은, 이미 차고 넘친다. 글·구성 : 이성인 기자 silee@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