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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헤이하치로의 사진


러시아에 관심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칼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단 논란이 된 사진부터 얘기해 보자. 최근 러시아 해군참모총장(Главнокомандующего ВМФ))인 니콜라이 예브메노프(Николай Анатольевич Евменов)가 일본 해상자위대 참모총장(海上幕僚長) 야마무라 히로시(山村浩)를 만나서 사진을 한 장 촬영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둘 사진 뒤로 옛날 일본 사람 사진이 한 장 걸려 있어서였다. 왜 문제일까? 그 사진의 주인공이 도고 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 제독이었기 때문이다. 러일전쟁 때 러시아를 무찌른 장수다.


일본 성격상 일부러 저 자리를 택해서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브메노프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많았다. 도고 제독이 누구인지 일반인들이야 모를 수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해군 제독이면 당연히 자기 나라 해군의 역사를 알았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가령 미군 해군 제독이 진주만 공격을 이끈 나구모 츄이치(南雲忠一) 사진 밑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해 보시라.


자, 이 칼럼은 예브메노프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는 내용이다. 가령 그가 리하르트 조르게(Richard Sorge, 참조 1)의 묘에 헌화한 것은 거의 뉴스가 안 됐었다.


첫 번째. 다른 누구도 아닌 푸틴은 18년 전, 소련과 맹렬하게 싸웠던 만네르하임(Friherre Carl Gustaf Emil Mannerheim, 참조 2)의 묘소에 헌화했었다. 그러니 이 정도는 논란거리가 못 된다.


두 번째. 가령 제아무리 뉘른베르크에서 인정된 전범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구데리안(Heinz Wilhelm Guderian) 장군의 사진 밑에서 러시아 관료가 사진을 찍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같은 적국이라 해도 일본과 나치 독일은 러시아 입장에서 매우 달랐다. 이 부분은 좀 설명이 더 필요하다.


러일전쟁은 19세기의 기사도(?)가 남아있던 최후의 전쟁이었다. 서로 제3국(조선...)에서 싸웠으며, 포로들에게는 서로 예우를 갖췄고 종전 후에는 대부분 귀국시켜줬다. 우리나라에는 바랴그와 코리에츠로 유명한 루드네프(Всеволод Федорович Руднев) 제독의 경우 일본은 러일전쟁 후, 메이지 천황이 그에게 훈장(旭日重光章, 참조 3)까지 수여했었다.


세 번째, 아마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일본이 자주국방 하는 나라가 아니다. 과연 일본이 쿠릴 열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주일미군보고 감축하거나 나가라 할 수 있는 나라인가?


이미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이 그 예이다. 소련과 일본은 당시 평화조약을 맺고 시코탄과 하보마이 섬을 되돌려줄 의도를 갖고 있었으나, 조약의 체결을 미국이 막았었다. 칼럼에 따르면 오키나와를 영원히 미국 땅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미국이 일본에게 협박한 것이다(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일본의 반러감정은 미국이 조장한 면도 있다는 의미다.


결론은, 일본이 러시아를 "놀릴" 정도의 "끕"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도고 제독이 러시아 입장에서는 적이라 했을지라도, 러시아 민간인을 학살했던 히틀러나, 학살할 계획이었던 미국, 영국보다는 훨씬 고상한 적이었다. 오히려 도고 제독 사진 밑에서 촬영을 한 것은 러일 평화조약을 향한 밑걸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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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독일인이라고는 하지만(아버지가 독일인, 어머니가 러시아인) 실제로는 일본에 있던 소련의 간첩이었다. 1944년 발각되어 처형된다.


2. 다만 만네르하임은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군을 이끌고 일본과 싸웠었다.


3. 욱일장(旭日章) 중 2등급(勲二等)에 속하며, 제아무리 러일전쟁 때 미국이나 영국이 일본을 도왔다 하더라도 천황이 당시 미국이나 영국 인사에게 훈장을 수여하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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