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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공포썰) 싸패 택시강도 만난 썰

어제 싸패 이야기를 적고 나니까 또 비슷한 얘기는 없을까 찾아보다가 찾은 이야기야. 특히나 겨울은 춥고, 일찍 어두워 지고, 연말은 약속도 많으니까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가져온 글. 같이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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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음슴체로 하겠음.

때는 2007년 겨울이였음. 내가 그당시 알바를 하고있었는데..(등록금에 보탬이 되고자..) 마침 그날이 월급날이였음. 사장님은 꼭 봉투에 만원짜리로 빠방하게 월급을 주는것을 좋아라하시는 분이셨음. 이래야 돈번 느낌이 난다나.. 항상 계좌이체는 절대 안해주시고, 수표도 절대 절대 안주시는 분이셨음.

나는 평일,주간 할거없이. 호프집에서 저녁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홀서빙을 정신없이 해서 그 당시 한달에 130만원을 받았음.

집까지는 호프집에서 차로 약 30분 소요됨.(새벽에 차 없을때) 그리고 지역이 달라서 택시를 타면 추가운임도 붙음.(가게는 부천, 집은 인천)

일이 새벽 3시에 끝나면 사장님은 꼭 직원들에게 꼭 택시타고 가라고 택시비를 만원씩 주셨음. 남자 직원들은 직접 태워다 주시기도 하고 그랬음./ 그러고 보니 그 사장님 참 훈내나던 분임. 얼굴도 잘생기고;; 하튼.

그렇지만 나는 택시비라도 아낄려고 꼭 피시방에서 두시간씩 놀다가 버스 첫차로 집에 가곤 했었음.

토요일.
그날따라 손님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힘들었음. 사장님이 수고했다고 월급을 주셨음. 같이 알바하는 애들이 한턱 쏘라고~ 노래방 가자고,호프집 가자고 했지만 너무 피곤하여 내일 쏘겠다고 하고 그냥 퇴근함. (애들별로 첫출근한 날이 달라서 월급날이 다 달랐음)

그리고 무슨생각인지 그날은 택시를 탔음. 4시까지라도 기다렸다가 할증 풀리면 탈까..하다가 몸이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잡아 탔음. 그당시 한창 택시강도로 뒤숭숭 할때였음. 청주에서 막 부녀자 살인 사건 (택시강도) 일어나고;;

나는 굳이 앞좌석에 탔음. 뒷자석에 탔다가 앞좌석에 누가 쭈그려서 숨어있다가 나온다는 내용을 어디서 주워 들은것 같음.

하여간 앞좌석에 타서
"작전역으로 가주세요." 라고 하는데
택시타면 앞판에 운전자 아저씨 정보가 있지 않음? 근데 이 운전하는 기사아저씨 얼굴이랑 그 운전자 아저씨 정보랑 다른거임.! 얼굴이 다르게 생겼음.

내가 곁눈질로 아저씨를 쳐다보고 운전자 정보있는데를 쳐다보니까 기사가 말했음.

"아~ ^^ 제가 이제 막 교대를 해서요. 그거 안바꿔놓은거예요. 뒷면에 저 있어요~^^ "

정말 사람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음.

그러고 보니 살짝 운전자 정보 뒤에 뭐 하나가 더 끼여있었음. 비뚜룸 하니.. 내가 뒷면에 있는 아저씨정보 꺼내서 앞면에 놔줄까..하다가 처음에 의심의 눈초리로 본것도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운전자 정보에 있는 아저씨는 험악하게 생긴 반면 지금 운전하는 기사 아저씨는 깔꼼하니 말쑥하니 하튼 눈도 선하게 생겨서 ( 착한사람 같아 보였음. ) 차마 뒷면의 운전자 정보는 확인하지 않았음.

뭐 그래도 경계를 늦추진 않았음.

가방을 꼬옥 쥐고.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면 주시 하면서 길 똑바로 가나.. 누구 합승하지는 않겠지..하며 계속 신경을 곤두세웠음.

그러다가 우리집으로 오는 방향엔 꼭 계양임학차도 를 지나 오는데 그 임학차도를 지나치면서 안도감과 동시에 피곤이 막 밀려오는거임. 눈이 막 굼뻑굼뻑.. 고개를 막 흔들어봐도 계속 졸린거임.

누구에게 전화라도 하면 좋을텐데. 새벽에 전화하기도 그렇고.. 그때 스맛폰이 잇엇다면 절대 안잠들었을텐데!! 난 결국 깜빡 하고 졸고 맘.

고개가 툭 떨어지면서 놀래서 깼음. 나 정말 잠깐 잔줄 알았음.

놀래서 앞을 보니 어딘가.. 처음 와보는데 같음. 갑자기 덜컥 무서워 졌음. 기사 아저씨도 못 쳐다 보겠음.

"여..여기가 어디예요..?"

"계산동이예요.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볼려고 깨울려고 했어요~"

아..계산동이구나..(우리집과 매우 가까움) 근데 나는 작전역으로 가달라고 했는데? 왜 계산동으로 왔지..?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아저씨가 차를 길가 한켠에 끽~! 세우더니 내 목에 칼을 드밀음.

그때부터 나는 정신이 나갔음. 진짜 발끝까지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었음. 살려주세요 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말도 못했음. 진짜 덜더더럳러덛럳럳러 떨고만 있는데

그 미친 강도가

"몇살이야..?" 라고 친근하게 묻는게임!

"살..살려주세요..아저씨 제발요..제발 살려주세요..흐흐흐흑"

나는 살려달라는 말만 계속 했음. ㅠ 진짜 완전 무섭고 죽을거 같았음. 내가 제정신이 아님. "학생이야..?" 라고 물은것 같음. 회사다녀? 했던가. 하튼.

그래서 나는 살아야 한다. 정말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서없이 막막 이야기 함. 어디서 들었는데 강도나 살인범등을 만나면 주절주절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했던게 문득 생각이 났음.

"네..네.. 학생이예요. 대학생이요.. 재수했는데.. 등록금때문에 중간에 휴학도 해서 지금 2학년이예요.. 그리고 아빠랑 엄마랑은 이혼해서 지금은 아빠랑 살고있구요.. 나이차이 많이 나는 여동생이 있어요. 걔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예요.. 걔는 엄마랑 살고있어요.. 그리고....남자친구는 없구요. 그리고..ㅠㅠ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 하고있고요..오늘 월급 받았어요. 가방에 잇어요. 다 있어요. 하나도 안썻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저씨 제발 살려주세요.."

진짜 입에 모터 달은것처럼 막 쉬지도 않고 막 이야기 하면서 연신 두손을 비볐음. 제발 살려달라고.

그랬더니 가만히 아무 변화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더니 강도가 "가방두고 내려" 라고 하는거임!!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하면서 덜덜 떠는 손으로 가방을 차에 두고 내렸음. 내리자 마자 다리가 풀려서 털썩 주저 앉는 바람에 문을 못닫았음. 귀찮다는 듯이 강도가 "야 문닫어!" 라고 해서 그제야 문을 닫아 드림. 그러니까 붕~ 하고 가셨음.

너무 울어서 화장 다 번지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얼마나 있었는지 모름. 갑자기 다시 오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막 걸어갔음. 휴대폰도 지갑,신분증도 모두 가방에 있음. 그 강도는 내 학교도, 내주민번호도, 내주소도 다 아는거임. 이제.

주변을 둘러보니 계양산 근처에서 강도가 날 내려준거임. 아직 주변은 많이 깜깜하고 가로등도 몇개 없음 ㅠ 그지같은 동네. 공중전화는 눈에 씻고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음.

한참 걸었더니 경인여대가 보였음. 경인여대로 막 뛰어들어가서 공중전화를 찾았음. 그리고 1541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음. 몇번 걸었는데 받질 않다가 나중에서야 짜증난 목소리로 아빠가 받았음.(장난전화인줄 알았다고 함)

아빠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막 우니까 아빠가 부랴부랴 경인여대로 날 태우러 옴. 난 빨리 집에 가고 싶고.그리고 난 신고하고 싶지도 않았는데.(너무무서워서) 아빠가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계양경찰서로 날 끌고 감.

내가 신고한거 알게 되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에 경찰서에 가서도 제대로 말도 못하는데 경찰아저씨가 괜찮다고 우리가 보호해준다고 아저씨들 믿고 말해보라고 해서 강도 인상착의며, 나눈 대화까지 모두다 말했음.

내가 가방을 통째로 줬다고 하자. 그럼 오늘은 집으로 가지 말고 가까운 친척네로 가는게 좋겠다고 하여. 아빠랑 나는 경찰차를 타고 그날,김포 고모네로 갔음.

..

그리고 3일이 지났는데...(난 무서워서 알바도 못가고 고모집에만 있었음) 범인이 잡혔다고 경찰서에서 아빠에게 전화가 왔음. CCTV증거가 있어서 괜찮다고.내가 가서 확인?진술? 안 해줘도 된다고 했음.

그리고 나중에 경찰이 아빠에게 해준 이야긴데. 그 강도가 친절하거나,혹은 내가 살려달라고 빌면서 내 이야기를 하니까 그걸 듣고 마음이 변해서 날 놔준게 아니였음. 강도가 아니라 싸이코패스 살인범이였음.

날 태우기 1~2시간전에 이미 다른여성을 죽이고 트렁크에 시체를 넣어두었던 거임. 근데 택시는 가스차라 트렁크가 좁지 않음? 아무래도 나까지는 넣기 힘들것 같아서 그냥 보내줬다고 그랬다 함 . 그리고 트렁크 비워서 다시 올려고 했다고 함. 우리집으로. 혹은 학교로. 내가 신고하기 전에 나 잡으러.

실제로 우리집 근처 소방서앞에서 검거 되었음.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너무 무서워졌음. ㅠ 난.. 그 이후론 절대 택시를 못탐. 버스타기 어정쩡 해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함. 새벽에 버스,지하철 다 끊기면 가까운 찜질방에서 자고 날밝으면 집에 옴.

그리고 그놈은 처음엔 사형, 재심땐 무기징역.그리고 최종 25년형을 받음. 25년뒤면... 날 잊을까? 모범수같은거 하다가 더 줄이는거 아닐까.? 가끔 생각함.

가끔 그 살인범이 감옥에서 내 주민번호랑 이름을 혼자 계속 되뇌이고 있는 악몽을 꿈. 난 돈 모아서 10년안에 이민갈거임.


[원글 출처]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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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밤에도 새벽에도 가로등이 많아서 그리 어둡지 않으니까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별 걱정 없이 택시를 타서 잠들기도 하고 그런데, 그래도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가져와 봤어. 나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새벽이면 택시를 타니까...

라고 생각하고 가져오긴 했는데 적고나니 진짜 무섭네 ㅠㅠ
글쓴이는 천운으로 살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나 무섭겠어. 무기징역도 아니고 25년이라니. 사람을 죽였고 또 죽이려고 했는데 25년이라니. 이민 갈거라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으 ㄷㄷ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하자 다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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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고, 또 미수에 그쳤는데 25년이라니...
저도 새벽시간에 택시 탈때가 종종 있는데요 한번은 기사님께서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까 택시타면 창문너머 보이는 체인점들 간판을 잘보라고 'XX사거리점' 같이 그 동네이름이 적혀있는 경우가 많아서 무슨일 있을때 바로 경찰에게 위치를 알릴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여성분들같은 경우엔 술취해서 깊이 잠들어 버리면 혹시나 성추행으로 신고당할까봐 흔들어 깨우기도 난처하다고 하시면서 여성분들의 안전과 기사님을 위해서라도 잠들지 않는게 좋다고 하셨어요ㅠㅠ 요즘은 여자고 남자고 할것없이 모두에게 흉흉한 세상임...ㅠㅠ
아 맞아! 이거 내가 전에 살던 동네라서 난리였었는데... 후덜덜... 저 사건때 나 마침 차있어서 집에서 다행이라고 했던게 기억나네...
항상너무너무 감사해요🙃잘보고있어요! 아무거라도 읽을것좀많이주십솨 아부좀..ㅎㅎ 불평없이잘보겠습니다~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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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날이 좀 따뜻해 졌다 싶으니 또 금세 으스스한 이야기가 당기더라. 그래서 이야기를 하나 가져와 봤어 ㅎㅎ 같이 읽을 사람들 거기 있지?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_______________________ 서울에서 찻길로 네 시간. 강원의 산골마을을 찾아 취재를 떠났다. "수령 천 년? 그런 향나무는 경기 인근에도 수두룩하지 않아요? 굳이 강원도까지 취재를 갈 필요가 있어요?" 아까부터 한참을 스마트 폰만 끼적이던 후배 지연이 조수석에서 투덜거렸다. 푸념을 늘어놓고 싶은 건 오히려 나다. 짐꾼으로도 써먹지 못 할 신참내기 여후배 꼴랑 하나 껴주고, 망할 놈의 향나무 사진이나 찍어오라니. 차라리 혼자 보낸다면 그 쪽이 더 편할 것을. 편집장이 원망 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까라면 까야지…. 다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일치기로 승부하자. 아니면, 내가 속이 타서 말라 죽으리라. "네? 선배. 뭐하러 우리 강원도까지 가야되요?" 뭘 왜 가긴 왜 처가냐. 편집장이 가라면 가고 죽으라면 죽고 그렇게 회사생활 하는 거야. 말 할 수가 없어서 불에 달군 쇠꼬챙이가 속살을 태워 놓는 것만 같았다. 지연이는 깍두기로 취재길에 올라 온 것을 지각 하고나 있는 걸까? 분명 편집장은 걸리적거리는 신참에게 마땅한 일거리가 없으니 나 같이 적당한 호구가 떠맡아 주길 바랬던 것 이다. "아, 선배!" "아, 왜!" 무심결에 인내심이 팽하고 끊어져 "아, 왜!" 역성을 들게 만들었다. 일순 위축 되던 지연이는 곧 아니꼽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말 없는 도로 위 두 사람은 목에 철갑으로 깁스라도 두른냥 정면만을 보았다. "선배, 저 화장실 가야 되요." 뛰어 내려 그러면. 속으로 받아쳐 놓고 웃음이 찔끔 나와 버렸다. "선배, 저 화장실 가고 싶다구요." "휴게소가 있어야 서지." "선배, 저한테 화났어요?" "뭘, 내가 무슨 뭘 화가나. 기다려 조금만 가면 휴게소 나와." 퉁명스런 대답에 지연은 울상을 지어갔다. 투통이 찾아 올 것만 같았다.  '정말 하느님 도와주세요. 저는 여자 후배는 길러 본 경험이 없어요! 그럴 능력도 인성도 못 되요! 하느님! 듣고 있어요? 계세요?' 휴게소부턴 후배님의 폭풍같은 성깔 맞추기로 진땀을 빼야 했다. 화장실에 들어간 지연은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질 않았고, 결국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걸자. 지연은 "전화하지 말아요." 하고는 툭 끊어버렸다. 그냥 이참에 확 그냥 울어버릴까? 그냥 휴게소에서 다 큰 남자가 엉엉 울어버릴까? 내가, 스스로 참 딱하게 여겨졌다. 이후로 전화를 전부 끊어버리는 지연이 때문에 결국 휴게소 여자화장실 앞에서 "미안해. 잘 못 했어." 골 백 번 말하고서야 지연을 불러낼 수가 있었다. 눈이 팅팅 부은 지연이 "선배, 저 싫어해요?!" 하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아까부터 여자 화장실 앞에서 "미안해. 잘 못 했어." 소리치던 수상쩍은 놈은 휴게소를 이용 중인 사람들에게 공공의 개1새끼로 오해의 눈총을 받고 있었다. 여자 울리는 개1새끼. 내가 지연이 손톱이라도 만져봤으면 억울하진 않았을 것이다. 정성과 열의를 다해 얼르고 달래가며 지연의 눈물을 멈추자, 지연은 "배고파요. 선배." 하고 폭풍경보 해제를 알려왔다. 휴게소 우동으로 끼니를 하며 밖을 내다 봤을 땐, 벌써 해가 중천을 지나 한 풀이 꺾여 있었다. 시계는 3시 13분. 당일치기는 개나 줘야 할 판이었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타 마시며 배 떠난 당일치기 계획의 여운을 가슴에 묻었다. "지연이 너 여복은 챙겨왔냐?" "옷이 왜요? 오늘 당일치기잖아요?" "사진만 달랑 찍을 거면, 인터넷에서 그냥 대충 향나무 사진하나 다운 받아서 기재하지. 인근주민 인터뷰도 따고, 김성규 씨가 주변에 흔적 남긴 것도 좀 없나 훑어보고." "그거 하고 오늘 돌아가면 되죠?" "늦었지. 지금 가도 다섯 시 반은 넘기게 생겼어." 지연이 입을 삐죽 내밀며 "제 탓이라는 거에요. 지금?" 눈을 흘겼다. "선배, 진짜로 저한테 감정있죠? 제가 왜 싫어요?" "내가 널 왜 싫어하니. 좋아한다. 지연아 형이 너 정말 좋아한다. 아끼고. 사랑하고 그런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하자." 지연이의 눈이 달덩이처럼 휘둥그래지던 말던 발길을 옮겨야 했다. 목적지인 '청송마을' 입석간판을 지나 쳤을 때는 날만 밝았지 시간이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차가 진입할수록 사방이 구불진 능선 밖에는 없었다. 하늘과 푸른 산 밖에 보이질 않는 풍경. 적막감과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마을처럼 보였다. 이 조용한 마을에서 정치인 비서 김성규 씨가 목을 매달았다. 김성규 씨는 청송마을에서 나고 열네 살까지 지냈던 사람이다. 정치에 인생을 바쳤던 그의 생은 쓸쓸히 고향땅에서 끝이 나며 고작 손가락 두 마디의 작은 기사문으로 조용히 마감되었다. 김성규 씨가 연류 되었던 비자금 스캔들이 세상의 이목에서 벗어나고 1년. 편집장이 이 자살사건에 다시 눈독을 들인 건 다름 아닌 찌라시 3류 소스 때문이었다. 기가 차는 노릇이었다. "선배 우리 진짜 하루 묵고 가야 되요?" "그렇지. 오늘 취재하러 돌아다니긴 글렀어." "향나무 사진만 찍고, 나머진 그냥." "그냥?" 지어내자고 할 심산은 아니겠지. "아니에요. 선배." 원래는 한 마디 따끔한 충고를 줘야 할 상황이었지만, 그랬다가는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구억 리 길이 되리란 공포감이 들었다. 향나무의 위치만 대충 파악해 두고, 묵을 방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장시간 운전을 한 탓에 눈에서 모래알이 구르듯 뻑뻑하게 말라 버렸다. 허리도 나사가 하나 풀린 것처럼 삐걱거리긴 마찬가지였다. 마을 회관을 찾아 동네 어르신들을 물색했다. 해가 다 저물고 나서야 할아버지가 한 분, 마을 회관 앞을 지나치기에 물었다. "할아버님, 여기 수령 천 년 된 향나무가 어디에 있어요?" "뭐! 그거 왜!" 피부가 구릿빛으로 솔찮이 그을린 할아버지는 목소리가 우렁찼다. 우렁찬 소리에 비례한 만큼 까끌거리는 허스키 톤이 사람을 대뜸 긴장시켰다. 마치 역성이라도 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요. 사진 촬영을 좀 했으면 해서요." "사진?!"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더 격앙됨에 따라 할아버지를 그저 보내 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저희가 알아서 찾을게요." 사람 죽었던 나무 사진 찍으러 왔다는 게 좋게 보일 리 만무했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여관이고 민박 따위는 없는 마을이었다. 다시 마을 밖으로 나가서 번화가를 찾아야 하나, 왔던 길의 풍경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선배, 우리 잠은 어디서 자요?" 지연도 오랜 찻길에 지쳤는지, 목소리가 처량했다.  "왜! 잘 곳이 없어?!" 아직 근처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지연이가 놀랐는지 어깨를 번쩍 들썩였다.  "아니요. 나가서 찾아봐야죠." "나가서 찾을 라면! 한참을 찾아야 할 건데!" "괜찮아요." "뭐!" "괜찮..." "크게 말해야 돼! 크게! 잘 안 들려!" "괜찮아요!" "아! 잘데 없으면 회관에서 하루 자고 가! 내가 이장한테 말해 줄테니까는!" "그러면! 감사하죠!" "근데! 그노무 향나무 사진은 왜 찍게!" 자초지종을 짤막하게 설명하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들어가! 내가 다 말해 놓으면 다 되니까는! 응!?" 하며 할아버지는 자리를 떠났다. 도대체가 화를 내는 건지 친절을 베푸는 건지 큰 목청에 헷갈리는 사람이었다. 내일은 아침부터 빠르게 돌아서 취재를 마쳐야지. 생각하면서도, 아까부터 투덜투덜 궁시렁거리는 지연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제발 하루 안에 마쳤으면, 빌며 눈을 감았다. “선배, 한 방에서 잔다고 이상한 짓 할 생각 말아요?” 지연이 헛소리에 대답 없이 잠을 청했다. 꿀잠이 밀려오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물어물어 떠나려던 길에는 인적이 단 하나 없었다. 지연이가 잠들어 있는 사이, 걸음 길로 천년송을 찾아 나섰다. 논 뚝 길을 지나 20분 쯤 향나무를 담치고 있는 돌멩이 담장을 발견하곤 다시 마을 회관으로 돌아왔다. 한참을 두리번거렸으나 돌아오는 길에도 인적은 없었다. 김성규 씨 생전의 주변인 인터뷰를 따야하는 상황에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트렁크에서 카메라 기재를 끄집어 올렸다. 언제 잠에서 깨어났는지 모를 후배 공주님이 다가왔다.  “선배, 사진 찍으러 먼저 갈거에요?” “그래야겠지? 사람이 너무 없다.” “좀 돌아다녀 볼까 봐요?" "아니야, 어차피 돌아다니려고 해도 저 쪽 논길로 나가봐야 되. 나무도 그쪽에 있고.” “가방 하나 주세요.” 가방 하나만? 근 10kg 가량의 짐을 전적으로 혼자 부담한 채 다시 천 년 묵은 향나무로 향했다. 와중에도 지연은 흰색 단화에 흙물이 든다며 우는 소리를 했다. “그러면, 먼저 회관에 가서 기다릴래? 아니면 사람이라도 좀 찾아보면 좋고.” “선배 왜 아까부터 나만 버리고 행동해요?” “너 힘들까봐 하는 소리야.” “힘 하나도 안 드니까, 얼른 앞장이나 서세요.” 왜, 내가 지연이의 하수인이 된 듯한 기분일까. 5분도 지나지 않아 뻐근해지는 어깨가 한스러웠다. 젊은 날에는 30kg 군장을 매고 12시간도 걸었는데. 굼뜬 걸음에 지연이가 뒤에서 “선배 빨리가요. 우리 이러다 하루 더 묵어야겠어요.” 하고 말했다. 후배에게 진심으로 서운했다. 나이 먹은 선배를 배려해주었으면 오죽 감사스러울까. “그 전에 차타고 가면 안 되요?” “그러게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논두렁을 달리는 드라이빙 스킬은 후배님에게 맞기면 그만이지. 굽이굽이 좁을 길을 지나 향나무를 둘러싼 담장까지 50분은 걸린 듯 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 따위는 아랑곳 안은 채 지연이는 담장을 훌쩍 넘어가 향나무의 풍채를 감상했다. “그래도 천 년 송이라는 게 박력이 있기는 하네요?” 지연이는 향나무 몸통이 남정네들 근육이라도 되는 냥 쪼물딱 거렸다. 숨이나 돌릴 겸 촐랑거리는 지연이를 내버려 둔 채,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 들었다. 재미있게도,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산골 마을이라 공기 하나는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담장에 등 돌려 담장에 엉덩이를 걸쳤을 때였다. 언제부터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할머니와 조우한 것은. 할머니는 귀신을 보고 놀라 망부석이라도 된 듯. 눈알이 빠져라 크게 눈을 뜨고 있었다. 못 보던 사람을 봐서 놀라셨나, 눈 깜빡임 한 번 없는 할머니가 걱정마저 들 때였다.  “총각. 저기 아가씨, 저기가 무슨 나무인 줄은 알고 저러고 있는 건가요?” “천 년 묵은 향나무잖아요.” 할머니의 얼굴엔 암울한 그림자가 주름살에 붙어 자욱이 배겨가고 있었다.  “저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원래 미신을 쉽게 믿는 어르신들이리라. 생판 남을 걱정을 하는 마음이 고맙고, 죄송스럽게 느껴졌다.  “지연아!” “네! 선배.” “나와 있어. 거기 함부로 들어가는데 아니래.” 지연이가 씩씩한 걸음으로 다시 담장을 넘었다. 그나마 지연이라도 기운이 돋는 듯 보여 다행이었다. 지연이는 얌전히 내 옆에 다가와 다소곳하게 앉았다. 새근새근 하고 숨소리를 내는 게 “향나무 가서 조금 까불고 왔습니다. 선배!” 하고 보고하는 것만 같았다. 내친김에 할머니에게 김성규 씨에 대해 인터뷰를 따볼까, 가슴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할머니는 두리번두리번 땅의 잡풀들을 눈으로 골라내고 있었다.  “할머니, 혹시 김성규 씨라고 기억 하세요?” 할머니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하셨다. “저 나무는 옛날에 으르신 들께서 부르기를 인과목. 인과목이라고 부르셨었어요.” “예?” 인과목? 그런 나무는 들어 본 적 이 없다. 나무에 관한 지식이 얕다고 해도 인과목이란 나무이름에는 의구심이 들 듯 싶었다. 어르신은 담장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곧게 뻗은 나뭇가지로 시선이 어른거리던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사람 과일이 열매를 맺는다고, 인과. 그래서 인과목이라고 부르셨었지요.” “향나무에서 열매가 맺어진다구요?” 실웃음이 나왔다. 사람 열매? 향나무에 무슨 열매가 피어서 사람을 빚대어 열매라 칭했을까.  향나무의 열매를 들어 본 일이 없어서 기억을 더듬었다. 먹어봤다는 사람도 못 들어 봤다.  “저 향나무에서는 열매가 맺어져요. 총각. 사람 열매.” “열매 모양이 사람 같은 모양인가요? 할머님. 음. 인삼 같은 모양을 말씀하시나요?” “아니, 아니. 사람이 목을 걸고 있는 날이 많아서 사람 열매라고들 그랬지.” 지연이가 소름이 끼쳤는지 내 팔 소매를 덥썩 잡아왔다. “처녀 딱하게 됐수. 내가 미리 왔었으면음 알려 주고 갔을 텐데.”  할머니의 낮음 음성이 지연이를 더 겁먹게 만들고 있었다. 지연이는 몸을 바싹 붙여오며 아주 팔짱을 끼워들었다. “저 담장을 넘어간 사람치고, 저 나무에 목을 걸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어요.” 믿음이 가지 않는 지방미신이었다. 나에게만큼은. 그에 반해 지연이는 어느세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연이가 바들바들 팔뚝을 흔드는 통에 취재에 방해가 되었다. 할머니와의 대화는 원을 그렸다. 질문에 대한 답은커녕 저의를 벗어난 대답들은 동문서답에 서문동답을 반복했다. 인터뷰다운 인터뷰는 끝끝내 이루어지질 못했다. "할머니, 김성규 씨 어릴 적 모습은 알고 계세요?" 말을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뒤를 돌아섰다. 대꾸도 없는 할머니에게 치매가 든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할머니가 향나무 언덕의 완만한 길을 내려가자, 사방 풀잎들이 바스락거리며 요란스럽게 떨어댔다. 키 작은 풀들이 정신 사납게 흔들리자, 지연이는 팔뚝을 쥐고 있던 손에 꾹 힘을 주며 주먹을 쥐어 살을 꼬집어 왔다. "야! 씨, 그런 걸 믿냐? 강아지 새끼마냥 발발 떨래! 형 있으니까, 겁먹을 거 없어." "선배, 그게 아니구요." 지연이가 대답함과 동시에 입에서 희뿌연 김자락이 피었다. 한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짙은 흰 연기는 꾸물꾸물 공중으로 흩어졌다. 아무리 아침나절이라 하나, 봄이었다. 심지어 근 한 시간을 걸었기에 몸에선 미지근한 열기가 돌아야 정상이었다. 지연이가 이를 앙 다물고 한파 속에 파묻힌 사람처럼 헛바람을 연거푸 내뱉었다. 그 때마다 현실감과 동 떨어지는 연기가 한 덩이씩 토해지고 있었다. "저 추워요. 선배." "너 무슨 소리…." 내 얼굴을 바라보고 말한 지연이의 입김이 겨울밤 내내 밖에서 얼어붙었던 서슬과 같았다.  지연이가 잠깐 뱉어낸 입김이 얼굴에 날아들자, 꽃샘추위 칼바람을 쐰 것처럼 왼뺨이 얼얼하게 굳어갔다. 지연이가 이를 달달 떨자, 이빨이 부딪히며 반복적인 탁음이 속도감 있게 들려왔다. "야, 너 괜찮아?" "선배. 저 추워요." 지연이의 초점이 명확하질 않았다. 풀려있는 동공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지연이의 흐리멍덩한 눈빛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야! 너 업혀!" "아, 싫어요." "왜 싫어 인마!? 업혀!" 날씨 탓이고 나발이고 병원부터 가봐야 했다. 도시생활만 했던 여자아이가 나와 섞여 풀숲을 쏘다녔으니, 이상한 균에 전염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까 향나무를 비비적대던 것도 괜히 머릿속을 스쳤다. "싫어요." "왜! 춥다며!" "가슴 닿잖아…." 이 상황에 가슴 같은 소리를, 그럼 진짜 공주처럼 안고 가리? 지연이의 말을 무시하고 억지로 녀석을 들춰 업었다. “아, 진짜. 선배 잠깐만, 잠깐만 내려줘요. 선배, 저 내려줘요.” “헛소리 할 생각 하지 마. 형도 인내심에 커트라인 있어.” 때를 쓰는 목소리가 귀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냉랭한 입 바람이 뒷목을 스치며, 일순 허리에서 가슴까지 경련이 한 차례 타고 올라왔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연이와 맞닿은 등이었다. 얼음장을 들춰 맨 듯 등이 시려 따끔거리는 통증이 들었다. 지연일 업고 10분 쯤, 달리듯 걷듯 발을 옮겼을까. 담장 길에 카메라와 녹음기를 떨궈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지연이가 아픈 와중이었지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혹여 다른 사람이 주워간다면, 몇 백 만원어치의 기재가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이었다. 발길을 돌려 기재를 주워 와야 하나, 등 뒤를 돌아보니 향나무 담장이 멀게만 보였다. 나도 모르게 발이 동동 굴렀다. 등에 업혀있는 지연이의 냉기가 등을 계속해 따갑게 만들어 이제는 등에 마비증세가 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씨1발, 훔쳐가기만 해봐, 어떤 새끼든 진짜.” 계속 걸어야 했다.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게 어디 있어. 나를 달래며 젖 먹던 힘을 다했다. 지연이를 병원에 바래다주고, 쏜살같이 돌아와야만 한다. 속으로는 그 생각뿐이었다. 필사적인 수 십 분여가 지나 마을 회관으로 접어드는 어귀, 심장이 토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아무리 여자라지만 등에 매고 뛰기엔 내 체력이 너무 저질스러웠다. 숨을 몰아 쉴 때마다 가슴에 격한 통증과 구토증세가 밀려왔다. 입과 입술이 바싹 말라, 한 모금 삼킬 침조차 부족했다. 땀이 비 오듯 내려야 정상이었으나, 등에서 찬 기운을 펄펄 풍기는 지연이 덕에 땀도 별반 나오질 않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 회관 앞으로 도착했을 땐, 눈앞이 하얗게 번져버렸다. 분명 회관 앞에 주차 되어있어야 할 내 승용차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지연이 다리를 꼬아 쥐고 있는 오른손을 뻗어 주머니를 확인하니 뾰족하고 딱딱한 감촉이 허벅지에 느껴졌다. 분명 자동차 키는 나에게 있었다. 견인? 아니다. 그럴 리 없었다. 마을 회관 앞길이라고 견인을 해갔다고? 이 산동네에서? 여러 생각이 겹쳐 떠오르자, 머릿속은 십 중 추돌 사고가 일어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여야 하는가. 지연이는 송장처럼 차갑게 굳어만 가고 있었다. 수 백 만원 어치 기재는 저 멀리 땅바닥에 때굴때굴 구르고, 이 망할 놈의 승용차는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행방이 묘연했다. 설상가상으로 지연이를 받치고 있는 팔 근육이 한계를 맞이했다며 서서히 힘을 풀어가고 있었다. 입술을 적시려 내밀은 혀에는 고린내 풍기는 마른 침만 남아 끈적거렸다. 생각을 해야 했다. 생각을. 급한 대로 마을 회관으로 들어가 지연이를 눕혔다. 이부더미를 집히는 대로 지연이에게 둘둘 감싸곤, 복잡해가려던 머리를 정리하려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자 멍청한 나는 생각을 정리해야 돼, 생각을 정리해야 돼! 하는 등신 같은 생각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119.” 구급대를 부르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체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연이 부터 돌봐야한다.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것은 지연이다. 지연이다. 정신없는 머릿속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방에 누운 지연이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몸이 떨리는지 이불 밖으로 빼꼼히 나온 손이 가엽게 떨리고 있었다. “전화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구조가 익숙지 않은 마을 회관에서 전화기를 찾으려면 시간이 소비 될 듯싶었다. 멍청하게도 바지 주머니 속에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 조차 망각한 채 황금 같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전화기가 어디에 있는 거야, 이 씨1발 진짜 욕 나오네. 아!” 악 하고 소리 지른 덕분에 돌대가리 속으로 전력이 조금 흘러간 것일까, 주머니를 뒤적여 황급하게 119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잠시, 통화음은 울릴 생각이 없고, 웬 아주머니의 안내 멘트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지역은 현재 발신이 불가능한 지역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통화하여 주십시오.” 뭐? 무슨 헛소리야, 어제 밤에 늦게까지 핸드폰으로 인터넷까지 했구만! LTE도 잘만 터졌 었구만! 머릿속이 A4용지 한 장 분량의 새하얀 공백으로 변해버렸다. 다음은? 내 차부터 찾아야 하나? 도로로 달려 나가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볼까? 그게 아니었다. 지연이를 다시 등에 업고는 아무 이불이나 하나 집어 들었다. 이불을 지연이의 어깨까지 씌운 채 윗 모서리와 아래 모서리를 각각 잡아 당겨 매듭을 지었다. 이 이상 체온을 떨궈선 안 될 듯싶었다. 나가서 차를 기다리다 사람을 끌어 오는 것도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최대한 지연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 채 마을 밖을 향해 걸어야 했다. 걷는 동안 지나가는 차를 얻어서 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수밖엔 없었다. 내 차를 찾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만, 만일 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시간만 늘어진다면, 지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의학에 무지한 나에게는 모든 것이 불상사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선배 나 업지 말라니까….” “너 진짜 혼날래? 형이 지금!” “나 무거운데….” “무거! 무, 무거, 후~.” 머리가 폭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아직 지연이의 의식이 온전하다는 것이었다.  “야, 조금만 참어? 어? 대답해. 지연이? 어?” “가슴, 닿아….” 산기슭에서 엽총으로 때려잡은 잡은 멧돼지 마냥 어깨에 들춰 매버릴라.  “가슴 타령 좀 그만해!” “….” “야.” “….” “아, 아!! 진짜!!!!” 지연이의 팔이 내 몸을 감아 오질 않았다. 고개는 푹 수그러들어 내 왼뺨에 찰싹하고 달라붙었다. 정신이 온전하다면, 절대로 이렇게 행동 할 리가 없었다. 뛰어야 했다. 미친 듯이 뛰지 않으면, 정말 후배 하나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절망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검은 해일의 그림자에 묻혀있는 불안함과 최악으로만 치달아 가는 예감이 시야를 어둠 속으로 집어 삼키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미 양말바람이었다. 날이 서있는 작은 돌멩이에 발바닥을 찍히고 서야,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변이 보이고 있었다. 구불진 뱀 꼬리 같은 능선들, 온 통 산만 있는 풍경을 벗어나려면 진심을 다해 죽을 마음으로 달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차가 지나가리란 일말을 희망 따위는 접어두기로 한 채 계속해서 땅을 찼다. “지연아! 야! 최 지연! 정신 좀! 하….” 청송마을 입석간판부터 마을까지도 상당히 밟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달려서 가더라도, 병원이 있는 곳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가늠이 안됐다. 내장을 전부 입 밖으로 뱉어버리고 싶은 고통을 눌러가며 달렸다. 하늘에는 점차 노을이 지어갔다. 노을이 지고서 부턴 무섭게 날이 어두워져만 갔다. 그리고 초승달이 뜨면서부터 내 불길 한 예감이 불연 듯 머리를 스쳤다. ‘나는 지금 바른 길로 달리고 있는 건가? 반대 길로 달렸던 것은 아니겠지. 아니지?’ 아니라고 누가 대답을 좀. 누가. 제발. ‘입석간판이 나올 시간쯤은 지난 거 아닌가?’ 뒤를 돌아보자, 남푸른 밤하늘과 시커먼 산의 경계, 어렴풋 달빛에 반짝이는 아스팔트, 좌우로 끝도 없이 이어진 논밭만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흔한 바람 한 점 조차 불지 않자, 마치 세상은 멈춰있는 듯 보였다. 어찌, 풀숲이 이렇게 펼쳐졌는데, 벌레새끼 한 마리 없는가. 봄기운 냄새 맞은 개구락지며, 뱀들은 밤잠을 청하고 있나?  ‘어떻게 이렇게 조용하지.’ 앞으로도 뒤로도 똑같기만 한 풍경은 내가 마을 초입에서 좌측을 돌아서 나왔었는지, 우측을 돌아서 나왔었는지 조차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대로 앞으로 가면, 마을을 지나 입석간판의 반대방향이라 손 치더라도, 어딘가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다. 어떤 마을이건 번화가건 연결이 돼 있을 법도 하다. 시대가 어느 때인가. 90년대만 같았어도, 미래 예상도 그리기 대회에서 하늘 나는 자동차를 그리기 바쁘던 2013년도다. 어딘가로는 이어졌을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차분함을 되찾고 싶었다. 어딘가로 이어진 것이 더 깊은 산 속이나, 강변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차분해 질 수도 있을 듯 했다. 왜,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자동차는 정말로 몇 시간 동안 단 한 대가 지나가질 않는 것일까. 매달려오지 않는 지연이 때문에 한참을 구부정하게 걸었다. 허리 근육이 끊어질 것처럼 아픈 것이, 혹여 이미 끊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선배, 저 내려줘요.” “뭐?” “선배, 저 내려줘요.” “너 정신이 들어?” “잠깐만 내려줘요. 선배, 저 내려줘요.” 지연이의 목소리가 들리면서부터 주변의 들풀이며 산자락이 부산스레 나풀거렸다. 풀잎이 서걱거리는 소리에 대비하여 큰 바람이 날아들까,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먼 곳에서 분 바람 이었는지 차가운 밤바람에 얻어맞지는 않았다. “선배, 저 내려줘요.” 지연이의 정신이 돌아왔다고 하나, 멈춰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직 지연이의 몸은 식을 대로 식어 있었고, 방향까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더 지체될지 모르는 마당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례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치명적, 지연이, 잃어버린 길, 시간. 잡스런 단어들이 머리를 맴 돌면서도 나는 흙바닥에 지연이 엉덩이를 살살 내려놓았다. 핑계를 찾은 듯, 마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지라도 “네가 내려달라고만 하지 않았으면.” 하고, 대꾸할 핑계를 손에 쥔 듯, 지연이를 땅으로 내려놓았다. “너 언제부터 정신이 들었어?” 차가운 몸의 지연이와 매듭을 지어 놓은 이불을 풀었다. 마침 또 바람이 한 번 일어 난 듯 사방의 풀잎들이 나부껴 춤을 추었다. 지연이와 몸을 때자, 밤기운이 등으로 달라붙었다. 분명 쌀쌀할 것이라 예상하던 봄밤의 기온이었으나, 지연이의 몸이 떨어져 나가자, 난롯불을 쬐는 듯 금방 따땃하게 등짝이 달궈져 갔다.  “지연아.” “….” “지연아?” “선배, 저 내려줘요.” “뭐?” 뒤를 돌아보자, 퍼런 이불이 형체를 잃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이불을 감싸고 있어야 할 지연이를 찾아 고개를 바쁘게 돌렸지만, 지연이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질 않았다. “선배, 저 내려줘요.” 마치 귓가에 대고 직접 속삭이는 듯 지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 한 차례 풀잎이 요동을 치더니, 밤 그림자에 숨어있던 들 고양이 한 마리가 풀숲에서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었다. “선배, 저 내려줘요.” 온통 검을 털의 들 고양이는 어둠에 몸을 섞으며 유유히 내게로 다가왔다. 고양이의 눈빛이 아스팔트길을 초록빛으로 도배할 만치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선배, 저 내려줘요. 커억! 컥! 선배, 저 내려줘요. 컥!” 고양이는 목을 길게 빼며, 목이 막혀버린 듯 토악질을 시작했다. 고양이가 목을 뺄 때마다 헛바람이 통하는 소리가 들렸다. 헛바람이 통하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지연이는 “선배, 저 내려줘요.” 하고 나를 불렀다. 그 소리가 너무 명확해, 귀에 입을 대고 말하는 듯 마치 지연이의 입 바람까지 귓불에 와서 닿는 것처럼 생생했다. “선배, 저 내려줘요.” 고양이는 고통스럽게 입을 벌리며 고개를 땅으로 하늘로 젖히고 박기를 반복했다. 이내 고양이 입에서는 차가운 은빛 깔의 네모반듯한 쇳덩이 같은 것이 반짝이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선배, 저 내려줘요.” 언제 저것을 삼켰을까. 아니 어떻게 삼켰을까. 고양이는 자기 머리통보다도 곱절은 긴 녹음기를 힘겹게 땅으로 내려놓고 있었다. “아, 진짜. 선배 잠깐만, 잠깐만 내려줘요. 선배, 저 내려줘요.” “헛소리 할 생각 하지 마. 형도 인내심에 커트라인 있어.” 녹음기에선 낮 동안 향나무 앞에서 있었던 대화가 재생되고 있었다. 고양이는 목젖을 괴롭히던 녹음기를 게워내 속이 시원해졌는지, 새침하게 돌아서선 풀숲 사이로 냉큼 뛰어들었다. “선배, 저 내려줘요.” 녹음기에선 지연이의 목소리가 계속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지연아.” “선배, 저 내려줘요.” “지연아!” “선배, 저 내려줘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 검은 색 거대한 운영이 내 앞을 순식간에 지나쳤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림자에 놀라 몸을 움츠러들었지만, 금방 정신이 말짱하게 돌아왔다. “선배, 저 내려줘요.” 눈앞에 지연이가 보였다. 지연이는 초승달에 매달린 듯 밤하늘 허공에 걸린 채 팔을 주욱 늘어트리고 있었다. 늘어진 팔이 마치 날개라도 되는 냥, 지연이의 몸이 상하로 올랐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힘없는 날개 짓을 했다. 또 한 번, “선배, 저 내려줘요.” 소리가 귓가에 울렸을 때는 시야에 지연이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질 않았다. 도로를 따라 지연이가 부양하는 방향을 쫓아 박차를 가하는 동안 할머니의 불길한 이야기가 뇌리를 스쳤다. “저 향나무에서는 열매가 맺어져요. 총각. 사람 열매.” 끝도 없이 이어진 길을 뛰고 또 뛰어도, 지연이를 잡을 수 없을 듯 했다. 하늘을 유영하듯 지연이의 몸은 유유히 떠내려갔다. 그 몸은 점차 도로와 거리를 벌리는 방향으로 뻗어있는지, 지연이는 곧장 산 너머로 몸을 띄웠고, 도로는 지연이의 진로와 평행하지 않고 점차적으로 거리가 벌어지는 사선을 그렸다.  ‘이렇게 멍청하게 바른 길로만 달려갈 수는 없다.’ 오른켠의 풀숲으로 냅다 발을 찼다. 고만고만하게 자란 풀의 키가 눈을 현혹시켰을까. 생각한 것보다 몸이 깊이 꺼져 내려가, 착지하는 발목이 휘청였다. 가슴에서 어깨까지 솟아있는 풀 속을 헤엄치듯 지연이를 향해 달렸다. 이게 모두 편집장의 탓이었다. 그깟 3류 찌라시 정보로 사람을 이런 흉흉한 동네에 보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소스도 명확하지 않은 정보였잖아. 오지 말았어야해. 다른 일도 할 것이 산더미 같았다고.’ “김성규 전 비서실장 자살사건 기억해?” 편집장의 물음에 그게 뭐 어쨌냐고 물어볼 것을. 왜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 하고 대답했을까. “그 당시에 김성규 씨, 자살 현장에선 아무도 취재사진 따오지 않은 것도 알고 있냐?” “사인이 뭐였죠?” “자기 고향에서 목을 맸는데, 그게 동네 한복판에 있는 향나무래.” “그런 자살이었어요?” “가볼래?” “예?” “김성규 씨가 목을 맨 장소에서 조약돌이 얹어있는 유서가 나왔기 때문에 명백한 자살이라고, 수사 종결 됐던 건 알아?” “그런 건 신문에서도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그래. 근데, 그 유서가 아주 골 때려.” 유서 따위가 뭐가 어쨌냐. 그런 취재는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 바보처럼 편집장 비위나 살살 맞추며, 신기하네요. 재미있는 취재네요. 편집장이 나를 보냈다는 말도 내 핑계인가. 이번 여름에 대비해서 살짝 흥 돋는 납량특집 취재로 할까 봐요. 분위기 잡아가며, 생각해보면 이 미1친 산골동네에 가겠다고 자처한 꼴이잖은가. 죄 없는 지연이까지. “저, 선배랑 단 둘이서만 가는 거에요?” 무슨 일이 생기면 내 탓이다. 모두 내 탓이다. “유서 문을 좀 읽어 봤는데 말이야. 이게 정말 기사감이야. 김성규 씨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밖에는 말 못하지 이런 상황이면. 들어봐 여기부터 읽어줄게.” 「청송마을 천령수 향나무에는 사람이 열린다는 소문이 있다. 천년동안 숱한 전쟁의 역사 속, 사람들 주검의 산이 그 향나무 앞에 쌓여왔다. 가슴앓이 하던 아낙, 과부들 자살도 줄줄이 이 나무에서 이루어졌다. 하루에 서너 구의 시체를 매달고 있었던 날도 있더라는 구전. 이전 까지는 믿지 않았으나, 이제는 그 실을 내 몸소 체험한다. 이 나무는 사람이 이끈다. 나는 자살을 선택하려 고향땅에 찾아 든 것이 아니다만, 이 나무는 나의 목을 자신의 팔에 매달고 싶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증거로, 나는 이 향나무 주변만을 맴돌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 나무에 결박당했다. 이 나무는 자신의 표적을 놓이지 않을 샘인 듯, 나를 보이지 않는 밧줄로 엮어 가축처럼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가지고 놀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죽으나, 그것을 자살이되 자살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나무에게 살해당한다. 이 나무가 내 목숨을 원하기에 나는 이곳에 목을 건다. 어차피 나는 나무를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재미있네요. 편집장님. 가볼게요. 한 번.” “갈 때, 지연이도 좀 같이 가.” “혼자서도 괜찮은데요?” “가서 일도 좀 가르쳐 주고 그래라. 예쁜 여후배 좀 챙겨준다 생각하고.” “그래요. 그럼. 좋죠. 뭐!” 좋죠. 뭐? 등신새끼. 좋죠 뭐가 아니잖아. 눈을 지연이에게만 고정한 채 정신없이 앞길을 헤쳤다. 푹푹 꺼지는 풀길의 물웅덩이로 종아리까지 젖어버렸다.  “선배, 저 내려줘요.” 또 지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녹음기는 도로위에 버려둔 채 왔기 때문에 들리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선배, 저 내려줘요.” “어떻게 들리는 거냐고!”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를 쫓아 등을 돌아봤을 때, 김성규 씨 유서 글이 떠올랐다. ‘나를 보이지 않는 밧줄로 엮어 가축처럼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가지고 놀고 있다.’ 그 헛소리의 실체가 이런 것인가. 사방천지의 풀이며 능선은 사라지고, 눈앞에는 돌멩이가 차곡차곡 쌓인 돌담과 덩치가 커다란 향나무가 우뚝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향나무에는 지연이의 몸이 목을 매단 사람처럼 걸려있었다. 달빛에 비추어 보이는 지연이의 목에는 밧줄 따위는 없었으나, 그 모습이 대롱거리는 게 나뭇가지에 목을 걸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그저 허공에 떠있을 뿐인 그 모습에 넋을 잃어야했다. “선배, 저 내려줘요.” 나무로 달려가, 지연이의 발을 잡아당기자, 지연이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퍽이나 무거운 지연이의 몸을 받아내다가 나까지 바닥을 나뒹굴고 나서야 주변이 좀 더 보여 오기 시작했다. 돌담길을 따라 둥그렇게 패인자국. 달그림자 운영이 옴폭 패인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돌담을 따라서 수백도 넘어 보이는 자국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발자국?’ 나는 계속해서 이 담 안에만 있었던 것인가. 지연이를 살포시 땅에 내려놓고, 돌담길 발자국에 발을 올려보니, 내 발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겹겹이 덮씌워진 발자국을 따라 계속해서 발을 옮겨보았다. 걸음의 보폭이 아닌, 뜀박질의 보폭. ‘지연이는 계속 업은 채였나?’ 아무리 환상에 빠져, 이 흙바닥을 뛰어다녔다는 추론을 내 세워도, 발자국이 깊게 파여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 좀 전까지 아스팔트를 밟았던 냉랭하고 딱딱한 감촉은 무엇이더란 말인가? “지연아, 괜찮니?” 도로 위를 달렸던 것이 현실이든, 지금이 보이는 것이 현실이었든. 우선순위에는 변함이 없었다. 겉옷을 벗어 지연이의 몸에 걸치곤, 일으켜 앉혀 뒤에서 부터 끌어안았다. 겉옷 주머니에 넣어주려 손을 잡으니, 손의 온기가 느껴졌다. 다행이었다. 좀 전과 같이 비현실적인 냉기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연아, 대답할 수 있어?” 정신이 있다면, 성질을 부리겠지. 선배, 어디를 껴안아요. 어서 풀지 못해요? 하고. 지연이는 성을 내는 대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무의식중의 대답일까? 아니, 잠꼬대라면, 잠꼬대라면 좋겠다. 깨기 전까지 마을로 돌아갔으면, 마을 회관 앞에 주차 되어 있는 내 차에 오를 수 있다면. 떠올리는 생각들이 희망사항처럼 느껴졌다. 이것마저 현실이 아닐지 모른다. 나무에 목을 맨 듯 지연이가 두둥실 떠있던 모습을 보았다. ‘그걸 현실이라고 말 할 수 있나?’ 방금 전 직접 지연이를 끌어 내렸었다. 무섭게 떨어져 내리던 지연이를 받아 낸 그 무게감이 확실하게 손에 남아있었다. 반면, 얼음장 같았던 지연이의 차가움도 아직 등짝에 남아있었다. 양말바람인 사람에게 십 원어치 동정도 없던 아스팔트. 그 위를 달렸던 감촉도, 날이 서있던 돌멩이를 밟아 생긴 발바닥의 상처도 그대로였다. 만신창이로 체력이 방전 된 몸 상태만이, 어느 쪽에서도 설명이 가능한 유일의 사실이었다. 정말 가축처럼 가지고 놀다가, 지쳐 스스로 목을 맬 때까지 기다릴 공산일지도 몰랐다. 목을 매야 한다면, 그게 내가 이 환각 같은 현실을 오가는 이유라면, 매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면이라도 걸린 듯 두 개의 현실 속, 갈피 한 자락 못 잡는 상황이 기에 마음 어딘가에서 향나무에게 패배를 인정 해버렸을 지도 몰랐다. 다만, 지연이 만큼은 아니었다. 목을 맬 땐 매더라도, 후배 하나 못 챙기고 가는 팔푼이 선배가 될 순 없다. “야, 춥냐?” 물으니 지연이가 또 웅얼대었다. “아까부터 뭐라고 대답하니?” 지연이는 내가 묻는 말에 한 번을 안지고 꼬박꼬박 말대꾸를 해왔다. 하지만 매번 그 말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방언 그 자체의 웅얼거림이었다. 지연이를 업어 담장을 넘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논길에서 굴러 떨어지지 나 않았으면 좋으련만. “…워!” “응?” 내가 말을 붙인 것도 아니었는데, 지연이의 알 수 없는 방언이 또 터져 나왔다.  “으으으.” 완만한 언덕길을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지연이의 방언이 점차 소리를 더해갔다. 아까 전과 같이 바람은 한 점 없는데, 주변의 키 작은 나무와 풀잎들이 사시나무 떨 듯 바들바들 떨며 사라락 요란을 피웠다. “야!” “아! 씨, 깜짝아.” 지연이가 버럭 고함을 치는 바람에 등골이 한 번 오싹해왔다. 이것도 혹 환각일까? 지연이의 몸이 휘청하고 내 무게중심을 흔들어 댔다. 마치 나를 넘어트릴 심보인 듯, 좌로 우로 반동을 주며 상체를 심하게 움직였다. 몸을 흔드는 기이한 힘에 휘청이며 생각했다. 이건, 지연이인가? 나는 또 나무에게 속아 담장 안에 지연이를 두고 온 것은 아닐까? 지연이를 향해 등 뒤를 돌아보자, 지연이가 내 등을 향해 푹 꺼져왔다. 지연이의 이마가 내 뒤통수를 들이받으며 소소한 충격이 일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주목해야만 했다. “봐라! 이것이 네가 감히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존재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일까? 내게 소리치는 건가? 향나무에는 목에 줄을 달고 있는 사람으로 나뭇가지가 빼곡히 들어 차있었다. 사람이 얼기설기 붙어 목을 매고 있는 풍경이 향나무를 버드나무와 같이 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단 한 사람도 도망쳐 본 일이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거야?” 내가 묻자, 향나무 대신에 지연이가 또 옹알이를 했다. 내 귀에 바싹 붙어 속삭이는 목소리. 분명 아까부터 비슷한 소리만을 내는 듯, 지연이의 방언은 집요하기만 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니?” “선, 배 이르그으.” “뭐?” “선, 배 일이르그르 으으으.” 지연이의 말이 조금씩 명확해지고 있었다. 우연일까, 지연이가 입을 한 번씩 열 때마다, 밤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지연아, 다시 말해봐.” “선배.” “어.” “선배.” “그래.” “선배, 일어나요.” “어?” “선배, 일어나요.” 지연이가 다시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나는 지연이의 몸짓에 겨우 중심을 잡으며 지연이에게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뭘 일어나!” “선배! 일어나요! 일어나요! 제발 좀!” “왜, 내가 일어나!” “선배! 일어나 봐요! 나 좋아한다며! 대답 안 들을 거야!? 여기서 이러지 말고 좀 일어나 봐! 좀! 선배!” 지연이의 흔들거림에 결국 몸이 경사 길로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지연이에게 저항하려 쏠린 무게 중심이 앞을 향하며, 이마부터 땅에 머리를 빻으려던 아찔한 순간, 나는 뜨고 있었던 눈이 다시 뜨임을 느꼈다. 마침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선배? 선배 일어났어요?” “뭐?” “선배, 걱정했잖아요!” 세상은 한나절이었다. 해는 중천에서 한없이 빛을 쏟아내고 있었고, 비처럼 내리는 봄날 뜨뜻한 기운에 새싹들이 고개를 번쩍 치켜세우고 있었다. 지연이는 내 머리맡에 자기 허벅지를 내어준 채였다. 내 어깨를 감싼 손에서 미미한 떨림이 전해졌다. “우리 여기 언제 왔지? 지연아. 언제 왔지?” “뭘 언제와요. 아까 아침 댓바람에 선배 따라 온 거잖아요.” “나 언제부터 누워 있었어?” “몰라! 내가 향나무 좀 구경하고 있다 보니까, 쓰러져가지고!” 지연이가 나를 냅다 밀쳐내는 바람에 머리를 땅에 빻고 말았다. 그 어느 때 보다도 현실적인 감각.  “우리, 무슨 할머니 만났었나?” “무슨 할머니요?” “아니야.” “무슨 소리해 진짜! 사람 불안하게!” “우리 여기 얼마나 있었어?” “두세 시간? 진짜. 핸드폰은 회관에 두고 오구. 선배는 졸도하구! 내가 진짜!” “가자.” “응? 사진은요.” “사진이고 취재고 나발이고, 가자. 다 필요 없어.” “미쳤어요? 편집장한테 어떻게 깨지고 싶어서 이래요!” 다짜고짜 지연이 손을 빼앗아 잡았다. 지연이에겐 사람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야, 너 어디 아픈데 없지?” “없는데요? 아, 선배 손은 좀 놓죠? 선배! 손은 좀 놓죠?” 담장 앞에 늘어진 기재들을 급하게 주웠다. 반은 달리다 싶게 걸음을 큰 폭으로 걸으니 지연이가 숨이 찬 듯 헐떡였다.  “아! 이 사람 왜 이래 진짜?” 회관 앞으로 도착하니, 내 승용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매번 똥차소리를 듣는 놈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야, 회관 들어가서 니 물건 다 챙겨서 나와.” “챙길 거 핸드폰 말고는 없어요.” “아! 무튼 빨리 핸드폰 가지고 나와.” 차에 시동을 걸고, 차를 빠르게 선회시켰다. 오른쪽으로 존재하고 있을 향나무의 존재감이 가려진 시야에서도 극명하게 전해오고 있었다. 지연이가 보조석에 오르자마자 엑셀을 힘껏 밟았다. “선배! 차 또랑에 빠지겠네!” 잘 달리지도 못하는 차 엑셀레이터를 있는 대로 눌러 밟아 5분 쯤 청송마을 입석간판이 순식간에 차 옆을 지나갔다. “선배, 살살 가요! 뭐가 이리 급해?” “야 두고 온 거 없이 다 잘 챙겼지?” 청송마을로 들어오며 지나쳤던 길들이 계속해서 옆을 스쳐갔다. 곧 있어 번화가로 통하는 2차선 도로가 나오고, 그 다음부턴 사람들이 북적대는 큰 동네가 나온다. 다 왔다 이제. 이제 곧.  “선배 이거 빠트릴 뻔 했잖아요.” “뭘?” “아! 선배 앞에 보고 운전해요!” “뭘 빠트릴 뻔 했는데.” “녹음기.” “어?” 지연이가 자기의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검붉은 자국이 덕지하게 달라붙은 녹음기를 손에 쥔 지연이가 말했다. “뭐야? 이거 녹음중인데요? 언제부터 켜놨지?” “야! 그거 버려!” “예?” “그거 버려!” 지연이의 손에서 녹음기를 빼앗아 들었다. 녹음기에 묻어 있는 기분 나쁜 끈적임에 손을 타고 허리와 뒷목까지 소름이 돋쳐왔다. 멍청하게도 창밖으로 던지려던 녹음기는 내려가 있지 않았던 차 유리에 부딪히며 튕겨 나와 차 바닥을 굴렀다. “야! 그거 주워서 버려!” “왜 그래요! 아까부터 진짜!” 지연이가 소리를 빽하고 지르자, 귀가 멍멍해왔다. 싱 하는 귀의 울림이 다른 소음들을 전부 막는 와중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볼륨 낮은 녹음기의 소리. “사람 과일이 열매를 맺는다고, 인과. 그래서 인과목이라고 부르셨었지요.” “향나무에서 열매가 맺어진다구요?” 할머니와의 대화. 이건 녹음되지 않았어야 한다. 녹음 될 수 없어야 하잖아. “저 담장을 넘어간 사람치고, 저 나무에 목을 걸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어요.” 지연이는 자동차 밑에 떨어진 녹음기를 찾느라 헤매고 있었다. “선배, 녹음기가 얼루 떨어진 질 모르겠어요.” “지연아, 빨리 찾아, 제발 빨리.” “그럼 차를 잠깐 세워 봐요?” 차를 세워? “아! 찾았다!” 지연이가 녹음기를 들어보였다. “이제 버려.” “뭐야? 이거 내 목소리 아니에요?” 녹음기에선 지연이가 춥다며 나를 부르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좀! 버리라고 좀!” “선배, 이거 이상해요. 이거 내 목소리인데.” 지연이가 녹음기의 볼륨을 높이며 녹음 된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야! 형 말 좀 들어!” “이거, 이상해요. 고장 낫나봐.” “야!!!!!!!!!!!!!!!!!!!!!!!!!!!!!!!!!” 지연이가 내 귀로 녹음기를 붙여왔다. 녹음기 스피커가 찢어질 듯 볼륨이 올라간 상태에서 반복 된 음성이 재생되고 있었다. “선배, 나 내려줘요. 선배, 나 내려줘요. 선배, 나 내려줘요. 선배, 나 내려줘요. 선배, 나….” 정녕 나는 이곳을 벗어 날 수 없는 것인가. 녹음기의 음성을 들으며 자동차는 커다란 커브를 돌아 나왔다. 시야에는 이 전보다 키가 더 높아져있는 향나무가 보이고 있었다. 향나무에는 벚꽃 잎처럼 사람시체가 주렁주렁 달려 바람에 흩날렸다. 지연이는 신이 난 것처럼 내 귓가에 녹음기를 들이대며 웃었다. “가긴 어딜 가 선배. 나 여기서 내려줘요. 응? 선배, 나 내려줘요. 나 좋다면서. 선배? 선배. 나 내려줘요. 저기 향나무 앞에서 나랑 같이 내려요. 나랑 같이 내려요.” [출처] 배경음) 사람이 열리는 나무 ______________________ 으.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잖아. 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민담에도 많으니까, 이 이야기도 소설인 걸 알면서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후. 여기저기 과한 난방들에 몸이 너무 데워져 있었는데 좀 으스스해졌지? 곧 다른 이야기 들고 또 올게!
[퍼오는 귀신썰] 군대, 귀신, 그리고 사람...
이번 주말은 왠지 무료하니까 같이 보자고 가져와 봤어 귀신썰 오늘도 무서운 이야기 시작해 볼까? 준비 됐어? 후 하 후 하 들어간다? _________________ 계급 사회에서는 기강이 흔들리면 바로 잡아줄 키퍼가 필요하다. 군대처럼 생명이 걸린 특이 계급사회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살벌하게 번뜩이는 눈빛과 숨도 못 쉴 정도의 강한 압박감으로 자신보다 낮은 계급들을 쥐었다 폈다 하며 조율한다. 그중엔 유달리 이런 행동들을 즐기는 이도 있다. 엄상병이 그랬다. "이새'끼. 내가 만만하냐?" "...아...아닙니다.." "목소리 봐라. 개미 만도 못한 새끼라 니 목소리도 개미 만큼 작냐?" "죄...죄송합니다!!!" "...아 시끄러워." "죄...죄송합니다..." "...목소리 봐라."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어떤 꼬투리를 잡고서라도 시비를 건다. 소위, 싸이코다. 원래는 이런 놈이 아니었다. 착실하게 군생활 잘하던 놈이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원인인지도 모른다. "이상병님...미치겠습니다. 저는 잘하려고 하는데...동기들은 입만 살아 꼬리만 흔들고...빠질대로 빠져있고...제가 언제나 책임을 집니다. 솔직히 억울합니다." 그날은 훈련이 아주 힘든 날이었다. 물론 실수하는 놈들은 여전히 실수하고 책임을 지는 놈들은 여전히 책임을 진다. 다 고만고만한 나이들인데도 누구는 하늘이요, 누구는 밑바닥이다. 그날따라 유달리 심하게 구타당한 뒤 엄상병은 울먹이며 근무중 내게 그렇게 말을 걸어 왔다. 난 그당시 열심히 하려 하는 그를 괜찮게 생각하는 소수의 고참들중 하나였다. 이런말하면 내 자랑같지만, 난 깨어있고 싶은 사람중 하나였다. 쉽게 말하면 몇십년 동안 틀에 박힌 군대란 계급을 바꿔보고 싶다...라 하면 될까? 어쨌든, 아부는 못떨지만 언제나 묵묵히 하는 그런 그의 일관됨이 맘에 들었었던 때였다. 그걸 안 듯 종종 그는 내게 상담을 요청했었고 난 관심을 가져주며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내 생각들을 말해주곤 했고 그런 나를 그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존경했다. 그러나 그날은 유달리 피곤했다. "어린애처럼 울긴. 그런거 깊히 생각할 필요없어. 나중에 니가 고참되면 다 갚아주라고. 병신같이 울기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느라 생각없이 내뱉은 나의 퉁명스런 대답이 그는 충격이 큰 듯 했다. 분명 그랬다. 그는 나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군대란 곳에도 실망했다. 이제는 가장 더럽고 포악하기로 내무반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그니까. "...알겠지? 이번에 허튼 소리 하면 알지? 어디사는지 다 아는데 괜히 초치지 말고 조용히 군생활하자구..." 교활하게도, 수많은 소원수리 하나 걸리는게 없다. 신병들의 주소나 가족의 거주지들을 알아낸다. 그리고 자신의 밖에서의 직업을 속인다. 뭐, 꼭 어떤건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소원 수리때가 오면 제대후 보복하겠다고 협박한다. 십중팔구는 더러워 피하지 하는 심정에 그냥 넘어간다. 비뚤어진 권력은 이렇게 무서운 거다. 솔직히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쓸수가 없었다. 적어도 아직 내 마음엔, 그가 이렇게 변한건 나에게도 있다는 죄책감이 - 물론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내 동기들도 그가 기강하나는 확실히 잡아주니 좋아했고, 간부들도 실상은 모르는지라 부당행위를 엮어낼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리고 즐겼다. 변태처럼. 그러던 어느날, 신병이 들어왔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지만, 무언가 알수없는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였다. 원래 나같이 말년이 되면 갓 들어온 신병 골려주는 재미에 남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렇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접근하기 힘든 아이였다. "이름이 뭐냐?" "이병 김민석!!!" "어디 살아??" "서울입니다!!!" "하이고마...군기가 팍 들었구만. 누나는? 여동생 있어? 애인은 있냐??" 반갑게 맞이하는 고참들의 우스개 섞인 인사들이 지나가는 가운데에 조용히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엄상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잘하는거 뭐냐." "특별히 잘하는 거는 어...없습니다!!!" "자랑이냐? 건방진 새'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상병이 던진 베게가 신병의 얼굴을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내무반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몇몇 후임병들이 내 얼굴을 흘깃 쳐다보았다. 어떻게 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한 눈빛이다. 난 조용히 일어나 긴장으로 부들부들 떨고있는 신병을 일으키며 웃었다. "얌마. 그럴땐 무조건 축구 잘합니다 하면 장땡이야. 큭..나와라. 형이 맛있는 거 사줄께." 나가면서 슬쩍 돌아보니 입가가 뒤틀려있는 엄상병의 얼굴이 보였다. 나중에 두고 보자는 표정이다. PX엔 사람이 없었다. 난 들어가자 마자 만두하나를 골라 전자렌지에 데웠다. 훈련소에서는 이런 냉동 식품을 먹기란 흔치않다. 아니나다를까, 만두가 데워지자마자 침을 삼키는 신병을 보며 난 쓴 웃음을 지었다.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신병의 등을 툭치며 난 말했다. "먹어." 허겁지겁 만두를 쑤셔넣는다. "체하겠다. 임마 천천히 먹어도 돼. 너 다른 고참들 앞에서도 이런 식으로 먹으면 갈굼당한다. 나니까 봐주는 거지. 이 형은 이제 곧 나가니깐." "저...전역하십니까??" "보름이다. 보름이면 안녕이야." "부럽습니다..." "너도 임마 금방이야..." 갑자기 신병이 만두 먹는 것을 멈추었다. 왠지 모를 싸늘한 느낌이 목덜미를 훑었다. "...아닙니다. 제대로 전역 못 할지도 모르는데..." "뭐라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신병이 가만히 날 바라보며 말했다. 창백하다. "예전에 여기서 사고가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까?" 사고라니. 무슨 소리야. "내때엔 없었는데...뭐 예전에 누군가가 하나 죽었다고...자살이라나..." "그렇습니까..."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져갔다. 어쩐지 뭔가 있는 놈이다 싶었다. "너 아까 제대로 전역 못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나 사고 났는지 묻는거 왜 그러는거야? 도대체 그런걸 왜 묻지?" 신병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왔다. "...전 봅니다." "뭐라고??" "귀신을 봅니다." 무종교인 것은 어찌보면 편하고 어찌보면 불편하다. 힘든일이 있을때에 기댈수 있는 존재가 생기는가 하면, 내가 힘들게 해낸 일에 대해 나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보다 절대존재에게 감사하곤 한다. 오로지 올바른 일이란게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난 종교를 가지지 않았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날 신병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쇼크였다. 귀신을 본다니. 말로는 많이 들어왔지만, 뭐 신내림이니 굿이니 하는 무속인들의 이야기들 말이다. 이렇게 내 주위에 직접적으로 존재한 예는 여태 없었다. 나름대로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헛소리로 치부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귀신이라니. 이 21세기에. 이 놈도 종말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망상으로 가득찬 토테미즘 신봉론자일뿐이야 하고. 그러나 전에 말했듯이, 난 여러 의미에서 깨어있는 사람이다. 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귀신을 본다...아니 보인다지. 어떤 귀신을 보는 것일까? 보고 싶을때마다 보는 것일까? 보기 싫은데도 보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호기심이란 참 대단하다. 한 번 궁금해지기 시작한 나는 이제 대부분을 신병의 말만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영 꺼림직했다. 행여 내가 귀신이 어딨냐 하고 물어봤을때에 이병장님 머리 위에 있습니다 하고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말하거나 한다면 잠을 어찌 자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아아 끔직하다. 그래서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신병의 주위만 맴도는 생활을 계속했다. 이런 나의 행동을 내가 신병에게 잘해주는 걸로 느꼈는지 엄상병의 눈길이 자주 신병에게로 가는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엄상병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신병맞아? 너 신병맞아? 전투복이 이게 뭐야? 전투화는 또 뭐야? 관리안해? 그러고도 네가 살아남길 바라냐? 빠져가지고. 미쳤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다야? 미친새'끼. 어디서 것 멋은 들어가지고 밖에서 좀 놀다왔냐? 왜 여기서도 한따까리 해보지? 받아줄테니까. 할수 있으면 해봐. 내 말 틀려?" "........." "대답안해 이 개'새'끼야!!!!!" "죄송합니다!!!" 심한 욕과 함께 뺨을 후려치는 모습이 보였다. 좀 심하다 싶어서 내가 다가가니 엄상병이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움찔하며 나를 쳐다보는 신병의 눈빛이 안쓰러워져 나는 엄상병을 말리기 위해 웃으며 그 자리를 무마하고자 말을 건냈다. "그만해둬라. 좀 심하잖아. 뭘 안다고말야...안그래? 하하..." "......오냐오냐해서 그런겁니다." "뭐?" "이병장님이 오냐 오냐 해주니까 이 새'끼가 기어오르는 거 아닙니까!!" 말이 좀 심하다. 아무리 말년이라지만. 살짝 열이 받치기 시작했다. "이 새'끼봐라...말년이라고 대놓고 개기냐 지금?" "......조용히 전역이나 잘 하십시오." "이 자식이!!!" " 한대 치시려고 말입니까? 대드립니까? 저야 뭐 손해보는 거 없습니다. 어차피 이병장님만 손해 보는 거 아닙니까? 괜시리 판 키우시지 마시고 조용히 나가십쇼." 핏대가 서기 시작했지만 맞는 말이기에 난 꾹 참았다. 결국 이렇게 비뚤어진 건 나의 죄이기도 하니까. 그걸 알기라도 하듯이 이렇게 내게 덤비는 거고. 신병 도와주려다 내가 당한 꼴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신병은 어안이 벙벙한채로 계속 두리번 거리며 멍하니 서있다. 뒤늦게 엄상병이 그 모습을 보고 또 한소리 한다. "넌 뭔데 미'친놈 처럼......" "......" 순간 신병의 얼굴이 다시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엄상병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하던 말을 멈추고 신병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상병을 바라보는 신병의 모습에 나 또한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보는건가? 귀신을? 기분이 나빠졌는지 엄상병이 휙 돌아 가버렸다.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신병을 보니 갑자기 나 역시 기분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궁금한건 궁금한지라 난 물었다. "왜 그래?"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귀신....본거야?" "그게 아니라...엄상병님......" "......" "......머리위에 무언가 보여서 나도 모르게......" "뭐가 보였는데?" 제기랄. 그 때 그 말을 들어선 안되는 거였다. "그게, 아무래도 전에 말씀하시던 자살한 사람 같아서..." "뭐? 자살한 병사 귀신이 엄상병 어깨라도 올라탔디??" "어깨위에 올라탄게 아니라......거꾸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잠을 잘수가 없었다. 심한 공포가 밤마다 찾아와 날 괴롭혔다. 그의 말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꾸만 맴돌아 견딜수가 없었다. 엄상병도 그날 이후로 뭔가 안좋은 낌새를 눈치챘는지 신병에게 접근을 꺼려했다. 다른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체 신병을 골려주고 놀리기도 하며 그동안 그래왔던 것 처럼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상해진 것은 나와 엄상병 둘 뿐이었다. "......" 엄상병이 자꾸 날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무언가 물어보고는 싶은데 말이 잘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신병에 대한 얘기겠지. 신병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이 기분나빠 견딜수 없었을거다. 나 역시 입이 근질거렸다. 저 놈은 귀신을 본다고 말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네 머리위로 자살한 병사 귀신이 거꾸로 매달려 있대...그게 자꾸 보여서 널 피하는거야...그 병사의 원한이 너에게 향해있다는군...지금이라도 잘해줘라...등등등... 그렇지만 얘기할수가 없었다. 날 이상하게 생각할게 뻔했다.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난 세상과 타협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혼자 튀어 득볼게 없다. 흐르는 강물에 자연스레 몸을 맏기는게 정석이다. 이것이 내 주관이었다. 내가 조용히 있어도, 모르는 척 가만히 지나가도 어차피 알건 다 알게 되는게 이치다. 기본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나에겐 피해가 없다. 피해를 입는 건 엄상병이다. 틈틈히 엄상병이 어쩔수 없이 신병을 교육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근무서는 날 같은. 그때마다 엄상병의 얼굴은 언제나 하얗게 질려있다. 신병의 얼굴도 새파랗게 질려있다. 둘 다 두려운 거다. 신병은 엄상병에게 붙어있는 귀신에, 엄상병은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미친듯한 신병에게. 조만간 큰 일이 벌어질듯 팽팽한 긴장감이 항상 그 둘을 따라다녔다. 난 그런 둘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입장이었다. 솔직히 어떻게 되어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마치 책이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그날도 역시 둘이 근무를 서는 날이었다. 마침 그 날은 내가 불침번을 서던 날이라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이리저리 순찰을 하는 가운데 엄상병과 신병이 근무를 끝마치고 돌아왔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뒤돌아가는데 마치 울먹이는 듯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오늘 위험합니다..." 돌아보니 신병이 울상인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엄상병은 이미 들어가고 없었다. 뭐라 대답하려 했지만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서로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신병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내무실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가 위험하단 말인가? 나에게 뭘 말하고 싶었던 거야? 뭔가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엄상병이 위험하다는 얘긴가? 자기 자신이? 아니면 내가??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젠장할. 물어보기도 뭐했다. 설명할수 없는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아주 더럽고 어두운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기분. 가만히 복도에 서서 그의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울상이던 그의 표정도 떠올랐다.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철컥] 순간 어디선가 쇳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희미하게 들렸다. 난 랜턴을 치켜들고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곤 내무실로 들어가 랜턴을 비추었다. "헉!!" 신병이 자고 있는 엄상병을 내려다보며 머리 맡에 서있었다. 손에는 야전삽을 들고. 그 쇳소리는 야전삽을 펴면서 나는 소리였다. 야전삽의 뒤쪽, 그러니깐 땅을 팔때 쓰이는 날카로운 곡괭이 부분을 엄상병의 머리에 겨눈채. 엄상병은 모르는지 계속 잠이 들어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신병이 야전삽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그만해!!" 내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자 신병이 놀라 야전삽을 떨어뜨렸다. 그 소리에 엄상병이 잠에서 깨어났다. 파랗게 질린 내 표정과 웅크린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신병과 머리맡에 야전삽을 조용히 바라보던 엄상병이 갑자기 신병의 목을 졸랐다. "죽어라...이 미친새'끼!!!" 내가 말릴새도 없이 엄상병이 신병을 벽으로 몰아붙이며 목을 졸라댔다. 시끄러운 소리에 몇몇 동료들이 잠에서 깨고 그 광경을 목격하곤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리기 위해 엄상병을 붙잡았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 있는 나를 보며 누군가 외쳤다. "이병장님!! 사고납니다!! 빨리 말려주십쇼!!!" 얼마남지 않았는데.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머리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크으..."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신병이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엄상병의 핏발 서린 눈이 그런 신병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기를 말리는 동료들의 팔도 뿌리치며 엄상병의 팔이 신병의 목을 졸라댔다. 정신을 차리고 내가 다가가 랜턴으로 엄상병의 머리를 내리치고 나서야, 신병의 목이 풀어졌다. 콜록거리는 신병을 바라보며 으르렁 거리던 엄상병이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이 새'끼, 근무설때마다 이상한 소리만 지껄이더니...이 개'새'끼. 이 새'끼가 자꾸 귀신이 보인다 어쩐다 하잖습니까!! 이 미친'새'끼...미'친놈입니다. 이 새끼 미'친놈이라구요!!!" "진정해!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려 들어!!" "이 새끼가 절 먼저 죽이려 하지 않습니까!! 야전삽 보십쇼!!" "엄상병님 아닙니다. 엄상병님 아닙니다. 엄상병님 아닙니다. 엄상병님 아닙니다..." 신병이 반 정신이 나간듯 중얼거렸다. 엄상병이 바락 소리를 지르며 신병의 얼굴을 가격했다. 신병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엄상병이 벌떡 일어섰다. 그 놀라운 힘에 말리던 동료들과 나 조차 밀려나갔다. 두리번 거리던 엄상병이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들었다. 야전삽이었다. 경악하는 신병의 눈에 야전삽을 들고 다가오는 엄상병의 모습이 보였다. "뭐가 아니라는거야!! 미'친놈처럼 중얼거리지마!! 너 이새'끼, 너 내가 싫지? 그래서 죽이고 싶지? 그래서 이런식으로 복수하는거냐? 날 공포에 짓눌린 폐인으로 만들고 싶었냐? 내가 호락호락 당할 놈으로 보였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 상황을 바라보며 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아닙니다...아닙니다...아닙니다...아닙니다..." "죽여버리겠어!!!" 그때 누군가 소리치며 뛰어들어왔다. 일직을 서던 간부 최하사였다. 뒤늦게 이 상황을 눈치챈 최하사가 소리를 지르며 엄상병에게 뛰어들었다. 이미 전 내무반이 다 일어나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서서 난 모든걸 목격하고 있었다. "그만해!! 이게 무슨 짓이야!!!" "이 새'끼!! 미친 새'끼야!! 다시 한 번 말해봐!! 내 머리위에 뭐가 있다고? 그런 소리 하면 내가 무서워 할 것 같았냐? 귀신이 어딨어!!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그만해!! 야전삽 내려놔!!" "엄상병님 아닙니다...아닙니다...그게 아닙니다..." "으아아!!!" 소리치는 엄상병의 모습을 보며 난 다시 예전의 일을 떠올렸다. 예전에 그가 울먹이며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던 그 시절들이 떠올랐다. [이상병님...미치겠습니다. 저는 잘하려고 하는데...동기들은 입만 살아 꼬리만 흔들고...빠질대로 빠져있고...제가 언제나 책임을 집니다. 솔직히 억울합니다.] [어린애처럼 울긴. 그런거 깊히 생각할 필요없어. 나중에 니가 고참되면 다 갚아주라고. 병신같이 울기는...] 또 한번 그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이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고 싶었다. 난 있는 힘을 다해 엄상병의 몸으로 뛰어들었다. 심하게 부딪힌 엄상병의 손에서 야전삽이 떨어졌다. 비틀거리는 엄상병을 붙잡기 위해 최하사가 몸을 밀착했다. 순간 중심을 잃은 엄상병이 뒤뚱거렸다.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엄상병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쓰러지는 엄상병의 머리에 야전삽이 박히며 피가 내무실 천장으로 솟구쳤다. 이렇게 내 군생활의 마지막은 지나갔다. 평생 씻겨지지 않는 더러운 기분으로. 그리고 이제 나도 전역 당일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지난주에 그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 전역 준비는 순탄했다. 간간히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정말 내가 그를 도와주려 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 한다고. 그도 나에게 그런 고민들을 털어놓고 싶었을 거다. 예전에, 내가 그의 고민을 들어주며 아껴주던 그때 그시절을 회상하면서.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만 했더라도, 그는 그렇게 미친듯한 공포에 사로잡혀 끔직하게 죽는일은 없을터였다. 비록 신병의 말대로 귀신의 원한이 그런거라면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난 아쉬었다. 아마도 평생 이 죄책감은 날 따라 다니겠지. "병장 이용수!! 200x 년 x월 x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많은 동료들이 축하해주며 날 배웅했다. 난 씁슬히 웃으며 그들에게 잘지내란 말을 남기며 인사했다. 한명 한명의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마지막 줄에 우두커니 서있던 신병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건 이후로 김민석 이병은 다른 부대로 전출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가 귀신을 본다는 소문은 전부대에 퍼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배치되는 새부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있던 신병에게 난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힘내. 잘 참아낼수 있을거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신병이 얼굴을 들었다. 물기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신병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잘해내갈 것이란 대답이겠지. 앞으로 수많은 군생활이 그를 괴롭히겠지만, 그리고 엄상병의 끔직한 기억이 그를 옭아매겠지만, 그가 잘해낼거라 난 믿고 싶었다. "잘지내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신병이 무언가 내게 건냈다. 편지였다. "감사합니다." 희미한 미소와 함께 신병이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어리둥절해 있는 가운데 그가 부대로 돌아가는게 보였다. 난 피식 웃으며 위병소를 향해 걸었다. 집으로 향하는 기차안에서 난 그의 편지를 꺼냈다. 다시금 엄상병이 떠올랐다. 씁슬한 기분으로 편지를 뜯자 이쁜 글씨체의 내용물이 보였다. 난 그 편지를 조용히 읽었다. 우선 전역 축하드립니다. 저는 한참 후에나 전역하게 되겠지요. 나름대로 각오라면 각오를 하고 왔건만 역시 군대란 참 힘든 곳 같습니다. 상상외였지요. 아, 역시 군대란 참 단순한 곳이더군요. 사람이 단순해진다는 말, 정말 맞습니다. 이것 참...저도 까딱하면 단순하게 군 생활 어리버리 고생할 뻔 했습니다. 하하...그래도 호랑이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 끝없이 되새기니 어리버리까진 안가더군요. 아무튼 혼났습니다. 일단 이 말 부터 전해드리고 싶군요. 고맙습니다. 뭘 고마워하는지 잘 모르시겠지요? 엄상병을 죽여줘서 고맙단 얘깁니다. 뭐 그가 죽을정도의 일까진 계획하지 않았는데 죽을 놈은 죽을 운명인가 봅니다. 제 계획은 그냥 아무나 한명 붙잡고 귀신을 본다 어쩐다 하면서 정신이 이상한 듯 연기하면 최소한 건드리지는 않을거라 생각한 거였는데 이거 참, 일이 이렇게 커져버리니 저에겐 오히려 더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어쨌든 이젠 날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테니까요. 뭐 재수 좋으면 정신 이상 판정으로 의가사 제대도 가능하겠죠? 이래서 군대는 단순하다는 겁니다. 누구 하나 의심한 적 있습니까? 아무도 없더군요. 단순해진 환경은 생각도 단순해지게 만들고, 그런 그들의 생각을 조종하는 것 쯤이야 저에겐 껌이더군요. 아주 재밌었습니다. 저 연기 잘하죠? 히히~ 생각하면 참 웃긴게 그날따라 유달리 이병장님 잘도 넘어오더군요. 나름대로 조금 걱정도 했는데 어떻게 잘되었네요. 야전삽들고 반 미친척 연기하면 이병장님이 와서 소란을 피울거라 생각했죠. 계획대로더군요. 그렇지만 그때 엄상병이 날 죽이려들땐 저도 꽤 무섭더군요. 귀신 씌였다는 제 거짓말이 정말인 것 처럼요~아유, 큰일 날 번했습니다 크큭.. 솔직히 난 이 병장님이 걸릴줄 알았는데 엄상병이 걸리다니 약간 의외더군요. 그래도 처음에 이병장님이 잘해준거 때문에 엄상병으로 바꾼 겁니다. 그 개'새'끼가 날 괴롭히지 않았으면 죽는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죠? 아무도 없을때 그 놈에게 얼마나 겁을 줬던지...크큭...아 생각해도 너무 웃겨..그 놈이 두려워하던 그 꼴이란~하하하~ 귀신을 본다구요? 저는 모태신앙입니다. 아주아주 독실하지요. 밖에 나가면 알아주는 집안이거든요~좀 연구좀 했지요. 이럴땐 이런 표정, 저럴땐 저런 표정...하얗게 질린 표정 연출할땐 숨도 참아보고 크크큭. 지금 생각해보면 다 즐거웠던 추억이네요... . . . . . . . . . . . 난 편지를 다 읽고나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려 잘 걸을수도 없었다. 비틀거리며 난 기차안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속에서 무언가가 울렁거리며 솟구쳤다. 토악질을 한참 한 뒤 난 편지를 접어 잘게 찢었다. 편지 조각들이 물에 휩쓸려 내려가는게 보였다. 죽기전 나를 바라보던 엄상병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래, 어쩌면 내가 죽인 건지도 모른다. 아마도 정말 귀신이 존재한다면 내 머리위엔 엄상병이 있겠지. 원한 어린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언제나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건 두렵지 않다. 난 두려운게 별로 없다. 아무리 무서운 장면이라도, 혹은 무서운 이야기라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내 자신을 믿는다면 이 세상에서 무서운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젠 두렵다. 이제 내가 살아남아야 할 사회와 수많은 내 앞길들이 두렵다. 수많은 사람들이 두렵다. 그들을 대한다는게 두렵다. 날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던 신병의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난 항상 공포에 질려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살아있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인지 알아버렸으니까. 가장 무서운 것? 그건 사람이다. [출처] 장은호 공포연구소 | 후안 _______________________ 와... 욕 나올 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더 통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자기만 편하면 죄책감도 없어지나보지 당한 사람은 평생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 게다가 상처 받고 목숨까지 잃은 사람은 또 어떻고. 정말 이야말로 괴물이네 괴물...
퍼오는 귀신썰) 귀신 보는 내 이야기
아직도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괜히 울컥... 그래서 이야기를 하나 더 가져와 봤어. 쓰여진 귀신썰은 유한하고 내 취향은 정해져 있으니 이야기 고르는 게 너무 힘들지만 비슷한 취향의 여러분을 위해 내 열심히 찾아 보도록 할게 ㅎㅎ 그럼 오늘도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 저는 흔히들 말하는 “헛것을 잘 보는 타입의 사람”입니다. 막말로 하면 “귀신을 보는 체질”이죠. 그래서랄까. 여름을 맞이하면 이야기 거리들이 떠오르지요. 자자. 귀신이야길 좋아하신다면. 거기 앉으세요.…….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들이 흥미 있어 할지도모를 이야기 몇 가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봉구 솔직히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 소년. 반바지에 흰 러닝셔츠를 걸치고 있었죠. 한손엔 회색 나무막대를 들고. 항상 개울가의 풀숲을 뒤지고 다녔었습니다. 이름이 대충 봉구였나. 했던 것 같지만. 딱 떨어지는 이름은 이제 너무 먼 옛날 일이라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가 겪었던 거의 모든 경험담들이 그렇듯 떠올리는 횟수를 더할수록 기억은 희미해져버리는 것 같더군요. 충격적인 것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러니 편의상 그냥 봉구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뚜렷하게 기억납니다. 그 꼬질꼬질한 러닝과 빡빡 민 까까머리……. 그리고 어리숙한표정. 쌍꺼풀이 없는 눈. 그 안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던 회색 눈동자까지도 요. 그 아이는 마을에 제 또래 친구들이 없던 제게 거의 유일에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그 아이는 항상 낮은 싸리 대문 앞까지 쭈뼛쭈뼛하게 걸어와서는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저를 불러내곤 했습니다. “뱀 잡으러 가자.” 봉구는 충치투성이 이빨을 보이며 웃었습니다. 그 아이는 실로 마을 내에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해박했고, 저는 그런 봉구를 따라다니며 노는 것을 즐겼습니다. 어느 날 해가 지도록 함께 풀숲을 헤매다가 문득 한눈을 판 사이 봉구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이름을 부르며 헤맸지만 봉구는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결국 혼자 집으로 돌아오려다 길을 잃고 말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어른들의 손에 붙들려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혼쭐이 났고, 그것을 알았는지 얼마간 봉구는 저희 집 싸리문 앞에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밤마다 괴이한 영상들과 소리들에 잠을 설쳤지요. 어머니 아버지가 잠옷차림으로 화장실에서 피를 토하며 서있는 모습이라던가. 매주를 매다는 곳에 할머니 한분이 흰 천에 목이 감겨 매달려 있는 모습이라던가. 앙상한 손이 마루를 기어 다니며 마룻장을 긁어댄다던가. 밤마다 밤마다 계속되는 악몽에 놀라서 깼고. 급기야 마음이 약해진 제게 그 끔찍한 영상들은 낮에도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마당에서 혼자 소꿉놀이를하다 판 구멍 속에 사람 눈알이 보이더군요. 그자리에서 오줌을 싸며, 소리를 높이 지르자 주인집 할머니가 뛰쳐나오셨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봉구가!! 봉구가!!”를 외치며 울었고, 할머니는 제게 자초지정을 들은 그날 팥죽을 쑤셨습니다. 후에 알게 된 이야기였지만. 제가 놀았다는 그 봉구라는 아이는 그집 할머니가 처녀 적 무렵 그 마을에서 살던 고아 소년으로 늙은 할머니 한분과 외딴 집에서 살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서 뱀을 잡으러 나갔다가 독사에 물려 죽었다나요? 2. 정육점 귀신을 본 경험만큼이나 많은 경험을 말하자면 성추행에 관한 경험일 겁니다. 제가 그다지 예쁜 얼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려서부터 성추행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두암동 부영아파트 앞 정육점 아저씨인데요. 그 아저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특별하게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더벅머리에 무표정한 얼굴 밖에는 요. 몸집이 어땠는지. 목소리가 어땠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항상 분홍색 불빛 아래서 시뻘건 고기를 자르고 있거나 멍하게 신문을 손에 들고 앉아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름인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찌개용 돼지고기를 한 근 사러 갔더랬지요. 비가 온 다음날이라 시멘트로 하얗게 발라진 바닥에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습니다. 가까운 정육점이라고는 그 골목밖에 몰랐던지라 저는 신나게 정육점으로 뛰어갔었다지요. 문득 골목을 접어 들어가는데 정육점 앞에 아주머니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꽃무늬 바지에 파마머리를 한……. 인상도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아주머니가 왜 그리도 선명히 눈 안에 들어왔던지. 아주머니는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은 걸음으로 제 옆을 스쳐가셨고, 저는 오싹한 기분을 누르며 정육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그 비릿한 피비린내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정육점 안 불빛은 유난히 붉은 선홍빛이었고, 아저씨의 얼굴은 괴괴한 색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고기 한 근을 주문하자 아저씨는 묵묵히 붉은 고기를 썰기 시작했고. 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서였을까요. 저는 자꾸만 아저씨와 마주치게 되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은빛 냉장고가 열려있더군요. 한, 두 마디 쯤? 그 안에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봤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검은 눈동자에. 그 시뻘건 불빛 속에서도 흑백으로 보였던 그 여자애가. 진짜 거기 있었는지. 아니면 충격적인 기억으로 인해 혼란이 생겨버린 것인지는 요. 그러나 분명 그 은빛 냉자고 안에서 저를 내다보고 있던 소녀의 혀는 빨갛고 길었습니다.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을 먹었을때 만큼이나... 빨갰습니다. 제 정신은 멍하게 냉장고를 쳐다보던 제 손을 낚아챈 아저씨가. “고기 만져볼래?” 라고 물어오는 것에의해 퍼뜩 차려졌습니다. 동시에 아저씨는 제 손을 자기 바지 속으로 억지로 쑤셔 넣었고. 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체 굳어 버렸습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면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가 아저씨 무릎위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 고기가 잘리는 모습. 칼날. 그리고 빨간 전구. 턱 아래까지 나와있는 빨간 혀. 후다닥 뿌리치고 식은땀에 젖어서 뛰쳐나온 그 다음날. 식육점은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얼마 지나지 않아 문구점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자리에 들어선 가게들은 모두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해나갔답니다. 문구점에서 또 다른 문구점으로. 통닭집에서 다시 또 문구점으로. 문구점에서 책방으로. 책방에서 다시 또 통닭집으로. 통닭집에서 문구점으로. 문구점에서 술집으로. 지금은 이사와버려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정육점의 영상들은. 가끔 꿈속에 절 찾아와 제 목을 조릅니다. 3. 가위 이제 와서 뭐 특이할 것도 없겠지만. 저는 가위에 잘 눌립니다. 칠 연타. 팔 연타. 십사 연타. 연속적으로 눌린 횟수를 셈하며 친구에게 농담을 건 낼 정도로요. 한번 가위에 눌리면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숨 쉬는 것조차도 불편해집니다. 제가 눌리는 가위는 보통 두 종류로. 일단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가위입니다. 보통 엄청난 소음과 심장 두근거림. 손발에 저리는 듯한 통증 등을 동반하지요. 보통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직 가수면 상태인 그런 가위입니다. 이때는 천천히 손가락에 힘을 줘 움직여보거나 노래가사 같은 것을 외워 정신을 집중시키면 깨어나 집니다. 다른 하나는. 저도 잘 모르겠는 종류로. 가위라는 국어사전적 단어의 뜻이 그대로 실현된 것이라고도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가위입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요 근래 봉선동 삼익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겪었던 가위입니다. 저희 집 앞에는 아담한 산이 하나 있었습니다. 참 예쁜 산이었을 텐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광주 남구 청은 그 산 비탈을 깎고 큰 길을 내자고 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산이 생긴 것은 멀쩡한 흙산인데. 사실은 거대한 바위 위에 흙이 쌓여 생긴 산이었던 것이죠. 결국 계획에 없었을 딱따구리 차들이 동원되어 이 엄청나게 큰 덩어리의 바위를 쪼아대기 시작했고. 삼익아파트는 소음공해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묘하게도 흙만 퍼낼 땐 조용했던 그 산 앞 작은 임시 도로에서 매일 같이 아저씨들이 싸움을 벌였고. 새벽에는 할머니들이 초와 술. 과일을 들고 와 산을 향해 절을 하거나 경문을 외워대셨답니다. 미친 사람이었을까요? 어떤 여자가 깔깔거리며 다 부서진 산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갑자기 내린 폭우에 그 무거운 포크레인이 바윗돌 아래 깔려 박살나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그대로 담아서 말을 하자면. 산은 부서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잠결에 장구 치는 소리가 들리며 가위에 눌리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깜짝 놀랐지요.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오는 시끄러운 소음도 아니고. 귀신에 의한 답답하고 추운 느낌도 아닌. 묘한 솔 향이 섞인 장구소리. 왠지 슬픈 느낌이 들어. 저는 가위를 풀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마냥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비슷한 시간. 장구소리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고. 잠결에 윗집사람이 한 새벽에 장구를 치나? 라고만 생각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밤. 스산한 바람에 발이 시려 이불을 당기는데 제 침대 발치에 여자가 앉아있더군요. 검은 머리칼에 작은 어깨. 그 여자는 저를 돌아보며 “언니”라고 불렀습니다. 너무나도 친근한 느낌에 “아. 응.”이라고 대답하자 “부탁할게”라고 말하고는 마치 달빛에 부서지는 그림자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지막 날 밤. 격렬한 장구소리와 함께 이젠 익숙해진 묘한 가위는 다시 저를 찾아와 제 몸을 눌렀습니다. 숨이 막히지도. 딱히 공포감이 들지도 않아서 가만히 누워있는데. 긴 장발에 진녹색 머리띠를 두른 수려한 “미남자”가 제방에 들어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저를 돌아보더니 제 발치를 가리키며 조용하고 쓸쓸한 목소리로 제게 말했습니다. “몹시 춥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거기 옷 좀 집어주시겠습니까?” 저는 멍한 기분으로 발치에 곱게 눕혀져있던 검은 장포를 들어 그에게 건넸고. 그는 빙긋 웃어 보이며 그 장포를 걸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순간 “아. 떠나는 거구나.”라는 느낌에 눈물이 날것처럼 쓸쓸해지더군요. 별 이유는 없었지만. 저는 그날로 산에 내려가. 산의 조각을 하나 주워 제 방 구석에 세워두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방은 그날 이후로. 저희 집에서 가장 추운 방으로 변해버렸답니다. 제가 집을 비운 상태에서는. 저희 집 식구들 중. 저를 뺀 그 누구도 잘 수 없는. 음기의 방. 으로요. 4. 이모 저희 어머니는 일곱 남매 중 막내이십니다. 거의 모든 전래동화에서의 막내들이 그렇듯 유난히 마음씨도 곧고 바르고 착하시죠. 항상 가족들의 일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고. 또 언니들과 오빠를 소중히 여겨 항상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신답니다. 실지로 화가이시며 초교 선생님이신 저희 어머니는 들국화처럼 곧고 청초한 아름다움이 있으셔서 칭찬만 늘어놓자면 귀신이야길 그만 두고 어머니 이야기만 해도 며칠은 밤을 새야 할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유머감각까지 풍부하셔서 주변에서는 저와 어머니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깔깔대면 언니 동생 사이 인줄 알았단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창백해진 얼굴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최근 돌아가신 큰 이모님이 꿈속에 자주 나타나신다나요? 저희 어머니는 어느 정도 제가 괴이한 일들과 관계가 깊은 것을 아셔서. 종종 꿈 이야기나 묘한 경험들을 제게 털어 놓으시고 자문을 구하시기도 합니다. 그날 들은 어머니의 꿈 이야기는 실로 “세상에 그런 일이” 진실 혹은 거짓에 출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괴이했습니다. 밤만 되면 돌아가신 큰 이모님이 어머니 침대를 기어 올라와서는 어머니를 무덤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하거나 팔다리를 뜯어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표독스럽고 무서운지 비명을 마구 지르지만 차마 생전에 잘 챙겨드리지 못한 큰 이모님을 털어내질 못하고 우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어머니를 달랬습니다만. 솔직히 제 마음속에는 무서운 걱정이 고개를 치켜들었습니다. 여러 유의 꿈을 꾸어보고 단언컨대. 죽은 친척이 내 몸이나 머리카락을 먹으려 드는 것은 절대 좋은 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매번 느꼈지만. 그런 꿈 속의 친인척은 당신들이 아니시라는 것이지요. 걱정 속에 밤이 오고, 저와 어머니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퍼뜩 이상한 소리에 정신을 차렸지요. 그것은 뭔가 질퍽한 주머니 같은 것을 바닥에 질질 끄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보니 저는 제방 침대가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침실 문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더군요. 곧이어 부엌 쪽 코너에서 뭔가가 기어 나왔습니다. 그것은 바닥에 배를 붙이고 시커먼 입술을 쫙 벌린 채 웃고 있는 큰 이모님 이었습니다. 차렷 자세로 누워서 마치 뱀처럼 꿈틀 꿈틀 기어오는 큰 이모님을 보고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습니다만. 제 입에서 튀어 나온 소리는 비명소리가 아닌 호통 소리였습니다. “네 이년!!! 네년이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난 게냐!!! 당장 물러가지 못해!!!!” 머릿속이 멍해지며 의식이 멀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뭐랄까. 배가 너무 고파서 손발이 떨리며 몸이 차가워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몸은 분명히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데. 손발은 멋대로 움직였습니다. 저는 발로 바닥을 쾅쾅 차거나 손으로 문을 때리며, 큰 이모님을 닮은 시커먼 입술의 귀신을 쫓았습니다.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고 나자 그 귀신은 괴성을 지르며 부엌 쪽으로 도망쳐 버렸고. 저는 그 꽁지에 대고 다시 한번 호통을 질렀습니다. “네년이 또 여길 찾아오면 불에 지져 죽일 테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쑤시고 이불을 바닥에 널브러져 있더군요. 어머니께 간밤의 전투를 보고하며 희한한 꿈이 아니냐고 묻자 어머니가 조용히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일까 간밤엔 큰 이모가 꿈에 안나오더라?” 5. 기숙사 저는 솔직히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많이 보고. 실제로 존재하지만 보여선 안 될 것도 많이 보지요. 그런 것들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를 꼽는다면. 육교 위나. 어두운 국도 변, 산 속. 호숫가. 그리고 꿈 많고 사연 많은 여자아이들이 모여 있는 여자 기숙사를 꼽겠습니다. 뭐 보이는 것들은 다양합니다. 신발장에 떨어져있는 혀. 아래턱 없이 머리만 펄떡거리고 뛰어다니는 피투성이 머리. 샴푸를 줍기 위해 숙인 시선 속에 잡혔던 젖은 다리. 등을 돌리고 10층 창문 밖에 떠 있던 파란 머리핀의 여자. 등등. 물론 저희 기숙사 건물은 신축 건물이며, 전혀 자살이라거나 낙태 등의 루머가 없는 깨끗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괴이한 것들이 목격되는 이유는 역시 여자기숙사 앞을 파서 만든 도랑 때문 일거라고 혼자 추측한답니다. ‘물’과 ‘여자’는 어째서인지 ‘귀신’과 친하더군요. 실지로 그 귀신 사건에 6층 여학생 둘이 퇴사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이 벌어졌던 날 밤. 저와 제 친구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 있다가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물건 넘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었다지요. 떠도는 루머를 총 집합해보자면. 6측의 여학생 둘이서 새벽에 샤워를 했답니다. 따듯한 물이 나오지 않을 시간. 약간 서늘한 물에 서둘러 몸을 씻던 둘은 이상한 소리를 듣고. 물을 끕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둘 뿐인 샤워 실. 하지만 어디선가 철벅거리는 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그녀들은 이리저리 소리의 근원을 찾던 중. 맞은편 샤워기 쪽에서 샤워 실 바닥을 히죽 히죽 웃으며 기어오던 여자를 보고 맙니다. 하반신은 없었고. 그녀들을 향해 두 팔을 이용해 기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하반신이 바닥 속에 있는 것처럼 허리부터 밖으로 나와서 스르륵 미끄러지듯 다가왔다고도 하더군요. 진실이야 어찌되었든 여학생들 중 한명은 그대로 쓰러지고 다른 한명이 비명을 지르며 샤워 실을 뛰쳐나왔답니다. 둘은 공포에 질려 퇴사해버렸고. 그 후 기숙사 샤워 실은 어지간한 담력 없인 혼자 들어가 씻기 힘든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6. 보호자 제 곁에는 항상 보호자가 따라다닙니다. 그들은 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하고 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겠지만. 저는 이 보호자들을 통해 목숨을 여러 번 구제받았답니다. 밤늦은 시간. 서울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가기위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운전은 알던 동생이 하고 있었고. 저는 팔자 좋게 보조석에서 자고 있었지요. 꿈도 꾸지 않고 깊이 자던 중 머릿속을 울리는 커다란 목소리에 깜짝 놀라 깨고 말았습니다. “란디크님!!!!!!!!! 일어나십시오!!!!!!” 제 필명을 부르는 소리에 퍼뜩 놀라 일어나보니 차는 빠른 속력으로 가드레일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동생은 졸고 있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그 아이의 어깨를 쳐 차를 바로 잡았고, 아무런 사고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한번. 위의 동생이 모는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진도의 어느 국도에선가. 저는 꽤 껄렁하게 두발을 모두 사이드포켓 쪽에 걸치고 보조석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순간 뭔가가 발목을 잡는 느낌에 놀라서 두 발을 내리고 안전벨트를 맸습니다. 동생에게도 벨트를 메도록 지시한 후. 약간은 긴장된 기분으로 길을 달리다, 2차로에서 유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귓가에 “자. 긴장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리자 아직 유턴을 다 하지 못하고 길 중앙에 걸려있던 저희 차를 향해 흰색의 트럭 한대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직감적으로 들이 받힐 것이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저는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동생의 어깨를 잡고 “어!! 어어!!”라고 외쳤고. 동생은 깜짝 놀랐는지 더 움직이지 않고 차를 중앙선에 걸쳐 놓은 채 운전을 멈춰 버렸습니다. 술까지 마신 트럭 운전사는 저희 차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듯 했지만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마티즈의 보조석을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세상이 멈추고. 귓가에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괜찮아. 너희 둘 다 아무 일 없을 거야. 조심히 옆으로 피해. 내가 지켜줄게.”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자동차 문이 제 쪽으로 찌그러져 왔고. 저는 다리를 살짝 옮기는 것으로 문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유리창 파편이 튀기며 차는 중앙선에서 논두렁까지 밀려나, 도랑을 굴러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침착해. 다치지 않았지?” 머릿속에서부터 들려오던 다정한 목소리에 숨을 가다듬은 저는 뒤집힌 차 속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동생에게 물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쪽 잘못이냐?” 7. 꿈 꿈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가 그리는 세계 속사람들입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개꿈이거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존재들일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원의 노인”이 그런 경우 중 대표적인 한명이겠군요. 언재인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꿈을 꾸었습니다. 이상한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그 학교에서 캠핑을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만. 캠핑 장소에서 학생들을 기다린 것은 친절한 산지기 아저씨가 아닌. 붉은 자루의 도끼를 든 미친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는 아주 능숙하고 편안한 움직임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씩 부쉈고, 그의 딸과 아들은 둘 다 미쳤는지. 역시 도끼를 들고 학생들을 쫓아 눈 덮인 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그 피비린내. 그 살 냄새. 제 뒤를 쫓아오던 그 노인의 주름살 하나하나까지도 너무나도 생생했지요. 그러다 문득 밟히는 눈이 차지 않다는 생각에 좀처럼 생기지 않는 자각몽 상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꿈인 것을 인지한 저는 즉시 깨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요.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사방이 새카매져오더군요.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며 나름대로 몸과 맞춰지기 위해 팔다리를 휘저었습니다. 익숙한 방 천정이 보인다 싶더니 아래로 쑥 꺼지는 느낌과 함께 등 뒤로 하얀 빛이 비춰왔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하늘에는 제방 천정이. 몇 미터 아래에는 설원이. 그리고 도끼를 들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어디가 이년아. 이리와.” 라고 중얼거리는 노인이 서 있었습니다. 저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수영하듯 제 방 천정 쪽으로 헤엄쳐 갔습니다만.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리며 몸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아만 갔습니다. 필사적으로 방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몸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엄마와 친구들을 떠올리며. 방으로, 방으로 나아갔지만. 유쾌한 오락프로를 구경하기라도 하는 듯 껄껄거리며 웃는 노인에게로 점점 가까워만 졌습니다. 몇 번을 방과 설원사이에서 가위에 눌린 채 허우적거리던 저는 가까스로 터져나온 비명과 함께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일어나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제 방이더군요. 등은 식은땀에 젖어있었고, 시간은 잠에든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이외에도 자잘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멀리서 오는 버스에 사람이 너무 빽빽해서 지나쳐 보내려고 보니 텅 비어있거나. 지하철에서 빽빽하게 걸어오는 무표정한 한 무리의 사람들을 피하며 짜증을 내는데 옆에 있던 동생이 혼자 뭐하느냐고 물어왔던 일이나. 그러나 그건 다음기회에 더 하도록 하지요. 지금은 일단 새벽. 차가운 기운들이 일어나는 시간. 이 이상 이상한 이야길 했다간 꿈자리가 사나울 듯하니 말입니다. 재미있으셨을지 모르겠군요. 그다지 무섭진 안았을지도 요. 하지만 여름이 오고, 주변 사람들이 부쩍 귀신이야기를 궁해 할 때면 생각나곤 한답니다. 제가 겪었던. 괴이한 일들이요.  [출처] efahem | 웃대 ___________________ 그러니까 내가 왜 자주 못 왔냐면 말야, 읽을 때는 '어, 볼 만 한데?' 싶었던 글들도 정작 여기다 붙여넣고 줄바꿈을 위해 한줄 한줄 다시 읽어 보다 보면 뭔가 아쉬워 보이더라고. 자꾸 마음에 차지 않아서 올리려고 했다가 말고, 올리려고 했다가 말고. 그렇게 임시저장된 글만 벌써 몇십갠지 모르겠네 ㅎㅎ 근데 반대로 이 글은, 처음에는 그냥 그랬는데 이리저리 떠돌며 이야기를 보다 보니 자꾸 만나게 되더라고. 처음엔 별로였던 글이 두 번, 세 번 보다 보니 갑자기 괜찮아 보여서 가져 오게 되었다는 것. 사람도 글도 다 그런 게 있나봐. 다들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퍼오는 귀신썰] 방 -1-
벌써 여기저기서 캐롤이 들려오기 시작하네 길에도 온통 조명이 반짝이는데 마음은 어찌 옛날만큼 들뜨지가 않아 그럴때는 역시 귀신썰인가 ㅎㅎㅎㅎ 갖고올까말까 고민했던 글을 오늘은 가져왔어 뭐든 갖고와 보라는 말에 힘입어서!!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 같이 볼까아? _________________ “응, 엄마. 응.... 아, 여기 지금 밖이야. 아니 학교는 아까 마쳤구... 걱정마, 이제 열시밖에 안됐는데 뭐... 알았어! 그게 다 괜한 걱정이라는 거야. 그래, 괜찮아. 응... 응? 방? 아, 좋아, 그때 같이 골라 놓구선... 학교에서 가깝구 좋아. 응, 걸어서 10분정도, 아니 할인 마트도 가까워, 알았어, 그럼 조만간 시간 나는 데로 내려가도록 할께, 응, 진석이 하고 아빠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그래, 엄마도 건강하구. 그럼 끊어”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마음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즐거운 생활들, 이 모든 걸 경험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는 이제 막 연일대의 신입생이 된 초짜 대학생 박 미진이다. 불과 몇 일전 까지만 해도 시골집인 선산에서 어떻게 서울 생활을 해낼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선산이든 서울이든 다를 게 하나 없는 검은머리의 대한민국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처음 만남의 서먹함으로 너나 할 거 없이 친구란 틀 속의 다정함을 찾으려는 과 친구들도 그렇고 나만의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인 내 방도 이곳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방만 놓고 따지자면 예전 좁고 캐캐묵은 시골스타일의 방 보다는 지금의 방이 백배는 더 사랑스럽다고 할 수 있다. 아늑하고 쾌적한, 거기다가 전망까지 좋은 나만의 공간. 부동산 업자의 말을 빌자면 서울에서 이런 원룸에 이런 가격은 흔치않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 업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4층에 위치하고 있어 지금 이렇게 계단을 오를 때마다 조금씩 종아리에 무리를 주긴 하지만, 나름대로 이것도 다이어트 코스라고 생각해 버리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의 집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우, 배불러 너무 많이 만들었나?” 집에 들어서자마자 난 간단한 샤워를 끝낸 후 비틀즈의 쫙쫙 붙는 발음이 매력적인‘헤이 주드’를 들으며 떡볶이를 만들어 버렸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는 했지만 느끼한 피자집을 찾아서 일까? 그때부터 계속해서 떠오른 미각속의 매콤함 때문에 결국에는 이렇게 밤 12시에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다 먹은 그릇을 치운 후 방 중앙에 이불을 깔고 비스듬히 누워 적당한 재미의 케이블 채널을 찾기 위해 리모콘을 만지작거렸다. ‘아, 좋다. 정말이지 이런 게 자유라는 거구나, 예전 집에 있을 땐 항상 진석이 때문에 채널을 두고 싸워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도 끝이구 진짜 편하다. 어디보자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간만에 하루종일 만화책이나 빌려볼까? 그래, 그게 좋겠다. 이불 옆에 나오키 만화책이나 잔뜩 쌓아놓구 프링글스랑 콜라 먹으면서 신나게 읽어야지.’하고 나는 12평 남짓한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된 자유의 강한 포만감을 느끼며 행복한 주말 계획을 세워나갔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케이블에서 칠탕째 해주는 영화의 뒷장면 맞추기를 끊임없이 반복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눈꺼풀은 나에게 천근만근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었고 온몸 또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나른함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려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어제는 짐 정리를 하느라 거의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를 갔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이틀 치의 수면양이 한꺼번에 쏟아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곧 깊은 잠자리를 위해 TV를 끄고 힘겹게 일어나 베란다 창문의 잠김, 가스밸브의 잠김, 현관 자물쇠의 잠김, 그리고 수도꼭지의 잠김 등 안전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바로 형광등을 끄고 쓰러지듯 베개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캄캄함 속의 고요함,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전 나는 생각했다. 정말이지 이제 이곳은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구나 하고 말이다. 어떤 소음과 어떤 빛도 베란다 창을 통에 침입해오지 않았다. 그저 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 나지막이 반복되는 시계초침, 그 ‘째깍’ 대는 소리만이 나의 몽롱함을 부채질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점점 고요하다 못해 오히려 적막한 느낌까지 드는 나만의 방. 그렇게 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흐트려 가며 깊은 꿈의 세계로 빠져들어 갔다. “슥........... 스윽......... ” ‘?!....’ “슥................... 스윽.....” ‘뭐... 뭐지? 이게 무슨 소리지?’ 몇 분을 잠든 걸까? 아님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귀속을 파고드는 기분 나쁜 소리에 나는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슥........... 스으윽.......” 필요가 없었다. 정신을 집중할 필요도 없이 내가 잠에서 깨자 그 소리는 더욱더 명확히 나의 귀에 들어왔다. 지금 이 순간 분명하지만 알 수 없는 괴 소리가 나의 귀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이내 그 두려움은 엄청난 공포로 뒤 바껴 나에게 눈을 뜨지 말라며 강요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지? 도둑인가? 분명 문을 다 잠갔는데... 어떡하지?....’ 하고 나는 혹시라도 눈을 뜬 채 예상치 못한 화를 당할까 두려워 더욱더 눈을 찔끔 감으며 생각했다. 그리고는 슬쩍 몸부림치듯 옆으로 돌아누우며 이불로 온몸을 덮어 버렸다. 그 후 가능한 작은 상황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그 공포의 소리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관?... 지금 현관 쪽에 있는 건가?... 뭐... 뭐지?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나는 계속해서 식은땀과 긴장 열로 범벅이 된 이불속에서 그 괴 소리의 방향을 추측해 갔다. 그러자 곧 그 공포는 내 발아래서 들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관찰 적 여유도 잠시뿐, 갑자기 소리는 나의 생각을 막는 듯 뚝 하니 끊겨져 버렸고 이내 방 안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정적으로 휩싸여 버렸다. 더욱더 청각에 애를 쓰며 온 정신을 집중해 봤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한층 더 무거워진 공포와 두려움에 파르르 입술을 떨며 혹시라도 내가 깬 걸 눈치 챈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를 감싸주던 이불이 스르륵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이 공포로부터 나를 감싸주던 이불, 그 이불이 마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깨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는 듯, 아님 지금 내가 깨어있다는 걸 알고서 움츠린 나에게 공포감을 주입 시키려는 듯, 이유야 어쨌든 그렇게 이불은 서서히 나의 몸에서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나의 이마... 나의 눈... 나의 코... 나의 입술... 순간 나는 이불을 부여잡고 크게 비명이라도 질러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반항자의 고통이 더욱더 두려웠기에, 지금 이 순간 어떡하든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그렇기에 나는 그냥 그저 바보처럼 이불을 부여 쥔 손가락에 힘을 풀며 곤히 자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이불은 종아리와 발목을 타고 내려가 이내 덩그러니 나를 두려움에 노출시켜 버렸다. ‘자, 봤잖아... 이제 봤으니까 어서 가버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난 관심도 없어... 난 지금 이렇게 자고 있잖아! 경찰에 신고할 마음도 없고, 소리칠 마음도 없다구! 얼굴도 안 봤잖아! 그러니까 어서가! 뭐든 갖고 싶은 거 있음 지금 당장 가지고 가버리라구!’ 하고 나는 옆으로 누워 곤히 자는 연출과 함께 마음속으로는 거의 울먹일 듯 소리쳤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나에게 돌아온 대답이라곤 온몸이 솟구치는 소름뿐이었다. 나의 발목에서부터 툭하니 닿는 느낌, 그리고는 서서히 나의 살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 이건 분명 누군가의 손길이었다. 나는 미칠 것 같은 두려움에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차가운, 너무나도 차가운 손길.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싸늘한 손이 나의 살을 타고 조금씩 올라 올 때마다 피부 조직들은 마치 지독한 공포감에 의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은 이 공포와 두려움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크게 소리치며 온몸으로 저항할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또다시 새로운 공포에 직면하며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굳은 결심과 함께 지금껏 질끈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떠버리는 순간, 그 순간 나의 코앞으로 낯선 이의 발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어둠 속이지만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어떤 이의 발이 내 시야를 보란 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싸늘한 손길은 나의 몸을 잠식해가고 있었고 거기다 또 다른 이의 움직임이라니... 나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뼛속까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하... 한명... 한명이 아니야!... 두... 두명이야!.... 어떡하지.... 난 이제 어떡하지... 근데... 근데 왜 맨발이지?.... 발목에 저 피는 뭐지?!... 잘못 본건가? 내가 잘못 본건가?.... 내가 착각 한건가?.....’ 나는 미칠 듯한 혼란 속에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될지 더욱더 막막해졌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무언가가 내 머리위로 툭하니 떨어지듯 닿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동공을 높이 치켜 올려 그 형태를 살폈고, 그러자 또 한번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피가 묻은 누군가의 손이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머리칼을 쓸어내더니 그 후 이마와 눈꺼풀을 더듬으며 타 내려 오는 손, 나는 어떡하든 저항하며 몸부림치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거짓말처럼 손끝하나 까딱 할 수 없는 강한 마비가 나의 몸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 그런데 그때 알 수 없는 듯한 또 다른 공포의 소리가 나의 등 뒤에서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마치 미세한 입김마저 느껴질 정도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였다. “너..... 너의........ 다리............”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듯한 갈라진 여자의 목소리, 말을 내뱉기가 무척 버거운 듯 간신히 그것도 아주 간신히 단어들을 목구멍으로 토해내는 그런 식의 목소리였다. “너................. 너의.........다리................” “슥.......... 스으윽........” 계속해서 나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공포와 두려움의 소리들. 나는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그 소리들을 헤쳐 보려 미친 듯 소리쳤다.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고 가는 쇳소리조차 입 밖으로 내 뱉을 수 없었지만 오직 살고 싶다는 생각과 이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에 그렇게 난 겁에 질린 동공을 연신 흔들어대며 무언의 비명을 질러댔다. “헉~” 몇 십번의 비명을 질렀을까? 몇 십번의 몸부림을 쳤을까? 어느 순간 나는 강한 비명과 함께 눈을 번쩍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잠들기 전 고요한 나만의 방에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꿈... 꿈이었나? 아니, 꿈이라고 하기엔 나의 의식은 너무나도 또렷했다. 분명 나는 깨어있는 상태였다. “그럼 이게 가위라는 건가?” 하고 나는 반쯤 실성한 사람마냥 중얼거렸다. 지금껏 태어나서 단 한번도 가위란 걸 눌려 본적이 없었지만 이런 의아한 경험을 그런 현상 말고는 달리 단정 지을만한 단어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누구나 한번쯤 겪는 가위일 거라 생각하며 혼자만의 닫혀진 공간에서 애써 위안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생했던 지독한 공포감이 조금이나마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또 한번 소스라치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시계부터 살폈고 시간은 이제 막 네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에 누구지?’ 하고 생각하며 나는 조심스레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깥의 누군가는 나의 걸음을 재촉하려는 듯 쉴 틈 없이 초인종을 눌러대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현관 앞에 다다른 난 차가운 철문에 귀를 대고 건너편의 대답을 살피기 위해 소리쳤다.하지만 내게 돌아온 대답이라곤 싸늘한 침묵뿐이었다. [출처] [무서운 이야기] 방 | 오유 __________________ 그러니까 희한하게 싼 방들은 다 뭔가 불안하다니까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첫날부터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걸까 새벽 네시 반에 쉴 새 없이 계속 초인종을 누르는 건 또 누굴까 그건 투비컨티뉴드 내일보쟈 ㅎㅎ
퍼오는 귀신썰) 아내가 돼지가 되었다
지인짜 오랜만이다 그치! 이 정도로 오래 안 온건줄은 몰랐는데 자그마치 한달이나 됐네 다들 잘 지내고 있어? 날이 추워서 무서운 썰들은 많이들 안보겠다 생각하다가도 재밌는 글들이 보이면 자꾸 같이 보고 싶고 그러네. 오랜만에 오늘은 단편을 가져와 봤어. 약간 비위가 상할 수도 있으니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뒤로 가는 걸로. 그럼 준비된 사람들은...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 돼지 같은 아내다. 그녀는 양푼에 고추장과 각종 반찬을 넣고, 참기름까지 둘러 잘 비벼 먹다 느닷없이 숟가락을 던졌다. 나는 방바닥에 널브러진 숟가락을 집어 든다. 아내는 입가에 밥풀이 붙은 줄도 모르고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발갛게 고추장으로 얼룩진 입이 벙긋거린다. 아내의 시선은 숟가락을 향해 있다.  "내가 왜, 그걸로 밥을 퍼먹고 있어? 그건 주걱이잖아." 아내가 육중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킨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화장실로 내달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내가 변기 속에 빠질 듯이 엎드린다. 그녀의 입에서 한꺼번에 수많은 양의 토사물이 쏟아진다. 변기 물이 그녀의 얼굴 위로 튀어 오른다. 시큼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변기 곳곳에 미처 소화되지 못한 밥풀과 음식물 찌꺼기들이 엉겨 붙는다. 아내가 꿀꿀, 딸꾹질을 한다.   많은 사람이 나를 타박했다. 아내가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남편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무얼 했냐고. 내가 보기에도 아내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살이 찌기 전 아내는 꽤 매력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양쪽 입꼬리에 있는 조그마한 보조개는 웃을 때마다 선명하게 드러났고, 자연스럽게 굴곡진 머리카락은 쓸어 넘길 때마다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하지만 이제 보조개는 살에 파묻혀 흔적도 남지 않았고, 머리카락은 여러 번 탈색한 것처럼 푸석거렸다. 아내가 폭식을 시작할 무렵 나는 아내를 말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달래도 보았고, 소리도 질러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 아내는 하루 다섯 끼를 먹었다. 많이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주 무리가 가는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의 식사량은 눈에 띄게 불어났다. 급기야 아내는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밥을 먹었다. 밥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손가락으로 목젖을 건드려 먹은 것들을 모두 게워내고 먹었다. 결국 아내의 몸에 손찌검을 하고 나서야 나는 도저히 아내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는 처음에는 일반 숟가락, 그 다음에는 미니 국자, 그리고 지금의 주걱까지 점차 숟가락의 크기를 늘렸다. 아내가 변기를 딛고 일어선다. 세면대에 물을 틀어 놓은 채 그녀는 숨을 가다듬는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감아쥔다. 아내가 고개를 든다. 거울을 보며 두툼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는 아내. 하수구를 타고 흘러내려가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아내의 몸이 천천히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휴지에 물이 스며들듯. 그렇게 아내는 천천히 분홍색이 되어갔다. 아내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욕실 바닥 위로 떨어진다. 아내가 엉덩이를 긁적인다. 그녀의 엉덩이에 잘 말린 분홍색 꼬리가 돋아 있다. . . .  "아내가 돼지가 됐어."   나는 에이의 잔에 술을 채워 넣는다. 에이는 단번에 잔을 비우고, 기름진 고기를 입안에 잔뜩 밀어 넣는다.   "꽤 됐잖아."   에이는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입을 연신 오물거린다. 에이의 입안에서 자잘하게 씹히고 있는 고기와 상추가 여과 없이 눈앞에 드러난다. 에이의 침 한 방울이 불판 위로 튄다. 침은 빠르게 증발하여 사라진다.   "그게 아니라, 정말 돼지가 됐다고."   에이의 눈이 웃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연다. 사진첩에는 아내의 사진이 수십 장 저장되어 있었다. 에이는 쌈장으로 얼룩진 손을 휴지에 대충 문질러 닦고 사진들을 넘겨본다. 나는 사진을 넘길 때마다 움직임이 잦아드는 에이의 입을 본다. 그는 고기를 다 씹지도 않고 목구멍 너머로 삼켜버린다.   "아내가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해."   내 말에 에이는 일회용 물수건을 뜯어 손을 깨끗하게 씻고 손바닥만 한 크기의 투명색 상자를 꺼낸다. 상자 안에는 네모난 종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에이가 상자를 열어 종이 한 장을 내게 건넨다. 종이에는 그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명함이야, 집으로 한 번 갈게. 지금 사는 아파트 보다 이사하기 전에 살았던 별장에서 머무는 편이 더 좋지 않아? 아직 처분 안했잖아. 불편하긴 하겠지만 폭식의 원인 중에는 스트레스도 있으니까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 봐."   불판 위에 자잘하게 잘린 고기들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나는 탄 고기들을 불판의 밖으로 꺼내며 말한다.  "그 별장은 안 돼. 아내가 너무 싫어해서."   에이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새로 나온 고기들을 불판 위에 얹는다. . . .  나는 방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내를 내려다본다. 숟가락을 내던지고,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아내의 모습에 나는 그녀가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오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듯이 상황은 더욱더 악화 되어갔다. 정말 아내가 돼지가 되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내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돼지로 보이는 것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아내는 이제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 숟가락 대신 발을 이용해 입안에 음식을 밀어 넣기 바쁘다. 아내가 화장실로 내달린다. 변기에 엎드려 토를 한다. 아내의 모습이 자꾸만변한다. 살이 찌기 전의 모습으로 변했다가, 살이 찐 후의 모습으로 변했다가, 다시 돼지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식탁 위에 놓아둔 수저통을 아내 앞에 들이민다. "당신은 사람이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아내가 수저통을 발로 쳐낸다. 수저통이 쓰러진다. 작은 숟가락이 튕겨 나온다. 아이가 사용하던 것이었다. 일순간 정적이 집안을 감싼다. . . .   "우리 지방으로 가자."   아이를 갖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내게 한 말이었다.   "왜, 돼지 같은 동물들도 산에서 키우면 더 건강해지고 상품성도 높아진다잖아, 인간이라고 뭐 다를 거 있겠어?"   나는 아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별장도 있으니 그곳에서 생활하면 아이가 아토피 같은 피부병으로 시달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아이는 이유식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순식간에 자라났다. 아내는 작은 숟가락으로 아이의 입에 밥을 넣어 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랑스럽지 않냐며 아내는 웃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이 오직 불행한 상황에만 대입할 수 있는 말이 아니듯이, 행복한 순간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아이가 고열에 시달렸다. 늦은 밤, 차로 으슥한 산길을 달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렵게 산을 내려간다 해도 병원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에도 아이의 열은 빠르게 치솟았다. 겨우 제일 가까운 병원에 도착해 아이의 팔에 굵은 주사바늘을 꽂아 넣었으나 아이는 이내 우리 부부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아이는 고작 5살이었다. 아내의 폭식은 그 날 이후로 시작된 것이었다. 긴 침묵이 끝나고 아내가 수저통에서 작은 숟가락을 집어 든다. 어느새 아내의 모습은 사람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아내가 산에 가서 살자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아내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모든 것들이 후회의 연속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아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나는 작은 숟가락을 든 아내의 손을 살며시 감아쥔다. 그리고 아내를 당겨 끌어안는다. 괜찮아, 이제 천천히 숟가락 크기를 줄여 가면 돼. 주걱에서 국자로, 국자에서 숟가락으로. 그렇게 우리 죄책감도 천천히 줄여가 보자. 아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는 돼지가 누워 자고있었다. 어제까지만해도 사람이었던 아내가 다시 돼지가 된 것이다. 에이는 약속대로 집으로 찾아와 아내의 상태를 꼼꼼이 살펴보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는 그녀를 고칠 수 없었다.  "이건 내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전신성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냐. 애초에 사람이 아니잖아. 우선 너라도 정신과 상담 받아보는 거 어떠냐."  그래, 너도 내가 미친 것 같겠지. 나도 차라리 미친 거라면 좋겠다. 에이가 떠난 뒤 나는 아내를 집에 두고 온갖 병원을 전전했으나 모두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집에 두고 나온 아내가 괴성을 지르며 꿀꿀거리는 탓에 나중에는 그녀의 목에 목줄을 걸어 함께 치료법을 찾아다녔다. 보름이 지났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 정말 저 돼지가 내 아내가 맞을까. 길가에 떨어진 빵가루나 정체불명의 액체를 핥아대는 아내. 그런 그녀를 억지로나마 끌어당긴다. 아내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도 이제는 익숙하다. 저들의 눈에는 그저 살찐 돼지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힘없는 발걸음을 가까스로 옮기는데 대뜸 아내가 앞을 향해 내달린다. 나는 아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목줄을 꽉 붙든다. 그러나 네발로 달리는 그녀의 속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끈을 놓치고 말았다. "아이고!"  아내가 골목 어귀에서 걸어 나오던 노인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나는 황급히 노인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한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아이고 죽겠네."   다행히 노인은 나의 부축을 받아 멀쩡히 일어선다. 나는 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봉지에 아내가 고개를 처박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는 허겁지겁 봉지 속 무언가를 먹기 바쁘다.   "딱보니 짐승도 아닌 것이 걸신이 제대로 들었구만."   "예? 짐승이 아니라니요. 선생님께서는 저것이 돼지로 보이지 않으십니까?"내 물음에 노인이 끌끌 혀를 찬다.   "내 눈엔 걸신들린 여편네로 보이는데, 것보다 저 등에 올라탄 아이는 어찌 저런 몰골을 하고 있을꼬."   아내의 등에 올라탄 아이라니. 아이라면 혹시 죽은 내 딸이 아닐까?   "선생님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제 아내가 돼지가 되었습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노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는 괴이한 현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곤 하는 재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에게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엉망진창이 된 봉지를 주워 안을 살피자 순대와 떡볶이가 너저분하게 섞여있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어떻게 변상을...."   나는 고개를 들어 눈으로 그를 찾았다. 그러나 거리에서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봉지를 집요하게 헤집으려는 아내의 양념 묻은 주둥이만 내 앞을 맴돌았다. . . .  별장을 팔아 거처를 옮겼다. 더 이상 아파트에서 아내와 지내는 것은 무리였다. 출근을하고 돌아오면 집은 난장판이 되어있기 일쑤였고 밤마다 괴성을 지르는 탓에 이웃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재정 스님의 절이 있는 보행산 근처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곳 산하 마을에서 나는 아내의 원인 모를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활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모아둔 돈과 별장을 팔고 남은 돈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아끼며 살면 어느 정도 아내를 위한 시간은 마련할 수 있었다. 산하 마을 입구에서부터 뭉근하게 맡아지는 거름 냄새가 낯설지만, 아내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인다. 대충 이사를 마치고 마당에는 아내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집안에서 커다란 돼지를 키우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기겁할 테니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사를 마치고 짐 정리가 모두 끝난 지 이틀째 되는 날, 마을 이장이라는 사람이 집 문을 두드렸다. 그의 손에는 과일이 담긴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어이구, 이제사인사허네~ 요즘 일이 바빠서~ 잘 지내보자고!"   그가 건넨 바구니를 받아든다.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며 그가 하얀 봉투를 내민다.   "이거는 우리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은 다~ 한 번씩 거쳐가는거여. 발전 기금이라고 들어봤지? "   "아니 어르신...."   "쓰으~ 글쎄. 암말 말고! 저 돼지 아주 실허네. 저짝에도 돼지 농장이 있는디. 여까지 냄새가 아주 고약해. 그래도 매년 발전기금이라고 넉넉하게 챙겨주니까 사람들이 다 이해를 허지. 알겄어?"   그의 시선이 마당에 앉아 잠들어 있는 아내를 향해 있다. 발전기금? 웃기시네. 순 양아치 동네가 따로 없다. 가뜩이나 아끼며 살아야 할 판국에. 나는 대충 대답하고 그를 서둘러 돌려보낸다. 어기적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장의 뒷모습에 한껏 침을 뱉어본다. . . .  "이보쇼, 좀 나와 봐요. 그 집네 돼지 새끼가 글쎄 우리 밭을 죄다 헤집어놨다니까!"   하루가 멀다하고 웬 아줌마 하나가 고성을 질러댄다. 하루 종일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나는 그녀의 말이 어이가 없다. 저 아줌마뿐만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마당 안으로 쓰레기를 던지고 가며 잠든 사이 누군가 마당에 인분을 가득 흩뿌리고 도망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묵묵히 쓰레기와 인분을 처리한다. . . . 보행산은 꽤 가파르다. 다행히 재정스님이 있는 보행사까지 돌계단이 놓여 있다고 하니 길을 잃을 것 같지는 않다. 제멋대로 구는 아내까지 데리고 절에 오를 수는 없어 나는 홀로 돌계단을 오른다. 발끝에 채이는 돌과 흙의 마찰음. 시간이 흐를수록 거칠어지는 숨소리만이 내 정신을 가득 지배한다. 그렇게 쉼 없이 오르다보니 마침내 절 입구에 다다랐다. 가쁜숨을 몰아쉬는데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진다. 단정한 회색빛 승복을 입은 남자가 손을 한데 모아 내게 고개를 숙인다. 나는 벌떡 일어나 엉겁결에 그와 같은 방법으로 인사를 한다. 종교 없이 살아온 인생. 처음으로 부처님 동상 앞으로 가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올린다.   "얼굴 낯빛을 보니 근심이 산을 뒤덮고도 남을 성싶습니다."   "혹시 재정 스님입니까?"   "예. 어떻게 오셨습니까."   "스님,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을 해결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 집까지 옮겨가며 찾아왔습니다."  나는 스님에게 그간의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이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지요."  "네. 제가 아니라 이곳을 알려주신 어르신께서 아내의 등 위에 아이가 앉아있다고 했습니다. 아마 몇 년 전 죽은 제 딸아이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흐음.... 아무래도 아이가 어미에게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하는 것 같은데. 간혹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보이는 아이 원혼들이 있지요. 갑작스레 아이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라면 원한 같은 것은 아닐 테고. 일단은 매일 절에 올라 저와 함께 아이의 혼을 달래 성불할 수 있도록 치성을 드려봅시다. 그러다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깊은 어둠 속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나는 스님에게 바짝 엎드려 절을 했다. 평생을 종교 없이 살아왔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부처의 가르침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절에서 내려와 집에 도착하니 몇몇 사람들이 우리 집 앞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 오네."  한 여인이 나를 가리키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붙는다.   "무슨 일 입니까?"   나의 물음에 여인이 대답한다.   "왜 하필 이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지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생각은 없어요?"   "사정이 있어서 꼭 이 마을에 있어야 합니다. 대체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정 이 마을에서 살고 싶으면 빨리 발전 기금이라도 내요. 저것 좀 보세요." 그녀의 손끝이 우리 집 창문을 향한다.   "아니...!"   창문이 산산조각 나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커다란 돌멩이 수십 개가 방바닥에 널브러져있다.   "누가 이런 짓을...."   "저건 약과고 앞으로는 더 심해질 수도 있어요. 이 마을은 외부인에 대한 적대감이 남다르거든요. 물 좋고 산 좋아 흘러들어온 사람들 대부분이 못 버티고 나가요.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래도 발전 기금을 내서 적응하며 살고 있는거죠."   그녀의 말에 한 남자가 내 앞으로 와서 자신의 바지를 걷어 올린다. 그의 종아리에 기다란 흉터가 있다.   "그냥 밭을 지나갈 뿐인데 글쎄 냅다 호미를 던지지 뭐요. 당신도 여기서 살 거면 그냥 눈 한 번 딱 감고 돈 내슈. 그럼 아무 탈 없어. 당신한테 이런 말 하는 거 우리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요."   "아니,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셨습니까?"   집 앞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다가 이내 웃는다.   "경찰? 경찰이 어디 있어. 여긴 다~ 한통속이야. 정신 차려 양반아."   소문으로만 들었지 이런 동네가 실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내가 낫기만 하면 이런 폐쇄적인 마을에서 당장 뛰쳐나가리. 그들의 조언대로 나는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흰 봉투를 채웠다. 두툼해진 흰 봉투는 마을 사람들의 눈총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방탄복이 되었다.  6개월째다. 여전히 아내는 돼지의 모습. 변한 건 날씨와 산을 오르는 나의 폼이 제법 능숙해졌다는 것뿐이다. 신발 끈을 단단히 고쳐 묶고 아내에게 밥을 준 뒤 집을 나선다. 마을에 은은히 퍼지는 비릿한 냄새가 거름 냄새가 아닌 돼지 농장 냄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저 농장 주인은 흰 봉투를 얼마나 채웠을까. 그러한 궁금증도 이내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사그라든다. 한발 한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정신은 피폐하나 건강은 알게 모르게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문득 상상한다. 사람의 모습을 되찾은 아내와 이 돌계단을 오르고 재정 스님에게 감사 인사와 작별 인사를 건네는 행복한 상상.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비 예보는 없었는데. 걸음을 재촉한다. 투둑 투둑. 돌계단에 빗방울이 스민다. 오늘따라 보행사까지의 길이 더디다.   "으윽...."   그만 발을 헛디뎠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모래알이 씹힌다. 혓바닥을 굴려가며 연신 침을 뱉어본다. 어금니끼리 닿을 때마다 돌가루가 씹혀 머리가 지끈거린다.  "뭔가 이상한데...."   누군가 발을 꽉 움켜쥔 채 놓지 않으려는 것 같다. 금세 빗방울이 굵어지며 숲속이 빗소리로 가득 찬다. 눈썹을 찡그린 채 발목을 살핀다. 하얗고 가느다란, 작디작은 손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다. 손이 이어진 곳을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선을 옮긴다. 딸이다. 죽은 아이가 지금 내 바지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아이는 성큼성큼 내 몸 위로 기어오른다. 약간은 고개를 뒤튼 채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다.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질 않는다. 코앞까지 다가온 아이가 내 입 속으로 흙을 마구 퍼넣는다. 비에 젖어 질척해진 흙이 마구잡이로 입안에 채워진다. 몸부림쳐보지만 아무런 힘도 쓸 수가 없다.  "커억....!"  호흡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비는 온 세상을 적실 기세로 쏟아지기 시작하고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는다. . . .  "아이는 또 낳으면 돼."   딸이 죽고 나서 상실감으로 제정신을 못 차리던 아내에게 내가 건넨 위로의 말이었다. 이미 죽었으니 돌이킬 수 없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아이를 또 낳아 기를 자신이 없었다. 아내가 저지른 일이 되풀이될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아무런 죄가 없을까? 모르겠다.   아내는 어릴 적 부모의 학대에 시달렸다.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밥을 먹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물에 말아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정말 극한의 배고픔에 치달을 때면 곰팡이 핀 벽지를 뜯어먹기도 했다. 곰팡이 슨 벽지의 쿰쿰한 냄새가 그렇게 침샘을 자극했다고 한다. 잘못하면 죽음에까지 이르렀을 위험한 행동이었으나 굶어 죽으나 아파 죽으나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아내는 다행히 이웃의 신고로 부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배고픔과 서러움은 그녀의 뼛속에 깊이 각인 되었고 굶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트라우마가 자신의 아이에게서 발현될 줄을 그녀는 알았을까.   아내는 아이가 자신의 성에 차도록 밥을 먹지 않으면 억지로 음식물을 밀어 넣었다. 이미 충분히 많은 양의 밥을 먹었음에도 아이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 강제로 밥을 먹었다. 아이가 토를 하면 토를 했으니 그만큼의 양을 더 먹어야 한다며 아이를 다그쳤다. 내가 집에 있을 때는 그런 행동을 감추었으나 출근을 하여 집을 비우게 되면 그날은 아이에게 지옥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밤새 이불에 토를 하고 기도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할 때 나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하였다. 구급대원의 지시대로 처치를 한 뒤 겨우 호흡은 되찾았으나 아이의 몸이 펄펄 끓기 시작했고 나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를 위해 산 속 별장에서 살기 시작한 것이 아이를 죽이는 일임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그 당시 나는 아내와 나의 죄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그저 단순한 사고로 넘어가길 간절히 바라고 기도할 뿐이었다. 아마 아이보다 아내를 더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아이의 영혼이 아내를 저주하고 있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겼다.   어떻게든 잊고 지내려 했던 아이와 아내의 일이 결국 머릿속에 되새겨지고 말았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도 한참을 누워있었다. 재정스님의 불경 외는 소리가 먹먹히 들려온다. 나는 재정스님에 의해 절로 옮겨진 것 같았다.   ‘이제 와서 나더러 어떡하라고. 나는 잘못 없어. 엄마도 다 널 위해서....’   나는 나를 살피러 들어온 재정 스님에게 미처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반년 가까이 치성을 드려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던 이유가 있었군요. 왜 아이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하였습니까. 낯선 세상에 던져져 믿고 의지할 것은 부모뿐이었을 텐데. 정말 몰랐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   "진심으로 사죄하셔야 합니다. 새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원한이 이토록 깊고 선명하니 과연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달랠 수 있을지...."  스님이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는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아내를 떠올린다.  "알겠습니다. 스님.... 일단 아내에게 가봐야겠습니다." . . .  단순히 환상을 본 것이라고 느끼기엔 턱의 통증이 상당하다. 아무리 침을 뱉고 물로 입을 헹구어도 입안의 이물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산에서 내려간다. 멀리서도 보이는 망가진 울타리. 집 어느 곳에도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아이의 얼굴이 잔상처럼 곳곳에 찍혀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선명한 아이의 일그러진 얼굴을 뒤로하고 나는 마을 곳곳을 전전하며 아내의 흔적을 찾는다.   "저희 집에서 키우던 돼지 못 보셨습니까? 제가 목덜미에 붉은색 리본을 묶어두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아내의 행방을 묻지만, 그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돼지 농장이 떠오른다. 그곳에 가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습기를 머금어 눅진하게 풍겨오는 농장의 냄새를 따라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다. . . .  비가 그쳤음에도 여전히 하늘은 짙은 어둠을 드리운다.  꽤애액-   생각보다 농장은 소규모로 이루어져있다.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돼지들이 성난 울음소리를 낸다. 나는 돼지들이 갇혀있는 우리로 다가가 아내를 찾는다. 핑-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목에 붉은 리본을 달고 있는 것이 분명히 아내가 맞는데 아닌 것만 같다. 검은 돼지가 아내의 등에 올라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둘은 역겨운 소리를 내며 한껏 짝짓기에 열을 올린다. 철퍽거리는 둘 곁에 아이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인다. 아이는 길게 풀어헤친 머리가 산발이 되어 고개를 비스듬이 꺾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아이는 짝짓기하는 아내와 흑돼지를 응원하듯 두 팔을 벌려 우리 안을 뛰어다닌다. 머리에 피가 쏠리면서 금방이라도 모든 혈관이 터져나갈 것 같다.  "뭔가....뭐 없을까."  나는 다급하게 주변을 서성인다. 농장 구석에 널브러진 짧은 쇠파이프를 단숨에 잡아든다.  "이 돼지 새끼가!!!!" 울타리를 넘어 흑돼지의 등을 있는 힘껏 가격한다.  꽤액-!!!!  흑돼지가 아내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동시에 아이의 모습도 사라진다. 화들짝 놀란 아내는 어쩔 줄 몰라 우리 안을 방황한다. 나는 쓰러진 흑돼지를 거침없이 짓밟는다. 쇠파이프 질에 흑돼지의 옆구리가 터지며 장기들이 비어져 나온다. 물컹한 장기들을 짓밟는다. 장기가 터져나가는 느낌이 신발 위로 선명하다. 금세 우리 안이 피투성이가 된다. 뒤늦게 돼지들의 고함을 듣고 나온 농장 주인이 무어라 소리친다. 그러나 나는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다. 농장 주인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나는 흑돼지를 향해 발을 휘적인다. . . .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농장 주인에게 흑돼지 변상을 약속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 아무런 기억이 없다. 커튼을 살짝 걷어 마당을 내다본다. 아내는 목줄로 단단히 고정된 채 마당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다. 흑돼지의 몸짓에 풀린 동공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혓바닥까지 내밀고 헉헉대던 아내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우욱...."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에 나는 화장실로 내달린다.   "우에에엑."   변기 안으로 음식물과 흙이 뒤엉겨 쏟아진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 단순히 아이의 영혼을 달래는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아이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를 강제로 쫓아내야만 한다. 이대로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아내가 영영 사람으로 되돌아오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거친 흙을 토해낸 탓에 식도가 타들어 갈 듯 고통스럽다.   "일단 병원에 다녀오자. 다녀와서.... 스님에게 아이를 쫓아내 달라고 부탁하는거야."  나는 병원에서 식도염을 진단받았다.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부어오른 목이 화끈거려 자꾸만 미지근한 물을 삼켜본다. 그러나 망가진 몸과 달리 왠지 마음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스님에게 부탁해서 안 된다면 무당이라도 불러 아이를 쫓아 낼 것이다. 아이만 사라지면 아내도 내 삶도 평화를 되찾을 수 있겠지. 나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 . .  "이건...."  아내를 단단히 동여 놨던 노끈이 조잡스럽게 끊어져있다. 이건 돼지의 발 따위로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누군가 아내의 목줄을 끊은 것이다. 아이일까. 영혼이 이렇게까지 산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지난밤 아내를 찾았던 농장으로 내달렸다.   농장 곳곳을 둘러보아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피로 얼룩진 우리만이 을씨년스럽게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나는 마을을 뛰어다니며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상하리만치 마을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아내의 행방을 물어보고 싶어도 마주치는 사람 하나 없다.   "자네도 마을 회관으로 가는 것이여?"  인기척도 없이 등 뒤로 다가온 노인이 내게 말을 건다.   "마을 회관이요?"   "그래, 마을 회관. 오늘 모임이 있잖여. 아까 방송을 때려쌌는디."   사람들이 거리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일까? 나는 마을회관으로 서둘러 향한다. . . .  마을 회관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모두 흰 플라스틱 접시를 들고 분주히 움직인다. 한쪽에서는 국과 반찬을 퍼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해 이리저리 술잔을 주고받는다. 노인들이 모여서 점심이라도 해 먹는 모양이군. 저들에게 물어보면 누군가는 아내를 본 사람이 있겠지. 내가 먼저 입을 열기도 전에 모자를 옆으로 떨어질 듯 걸쳐 쓴 이장이 술병을 들고 다가온다.  "어제 김 씨네 흑돼지를 쥐어팼다고~?"  이장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옮겨붙는다.  "그건...."  "어휴 이장님! 젊은 양반 곤란하게 왜 그래요~ 돼지 잡아 왔음 됐지, 또 무슨 말을 허시려고!"  "돼지를 잡다니요....?"  "아니 가만 있으봐! 즈그 집 돼지는 귀하고 남으집 돼지는 귀한 줄을 모르면은! 알게꼬롬해줘야된다~ 이말이여~!"  이장이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언성을 높인다. 돼지라니. 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불타는 숯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한데 뒤섞여 콧속을 파고든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을 헤쳐 나가면서도 분주히 시야를 돌리며 아내가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순간 평상 위에 놓인 아내와 눈이 마주친다. 정확히는 몸뚱이 잃은 돼지 머리통……. 붉은 리본.... 그리고 아이....  "이.... 이.... 미친 것들이....이건 내 아내란 말이요.... 내 아내!!!!"  "아 이것이 저짝네 돼지였어? 끔찍히 아끼더만~! 그런줄 알았으면 안먹었을텐데. 영 찝찝하네~"  "뭐라는 거야. 저 사람이 김씨네 돼지를 아주 피 칠갑을 했다잖아. 그냥 먹어. 먹는 게 남는 거라니까!"  나는 불판 앞에 서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아내를 내려다본다. 집게를 든 노인이 송글송글 맺힌 땀을 연신 닦아내며 고기굽기에 성을 다하고 있다. 투명한 비닐봉지에 토막 난 아내가 굽기 좋게 담겨있다. 나는 맨손으로 불판 위의 고기들을 집어든다. 그리고 오열한다. 손 살갗이 모두 벗겨지면서도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원 돼지새끼를 지 아내라고 부르는 미친/놈이 다있네. 에이 밥맛 떨어져!"  노인 하나가 아스팔트 위로 나무젓가락을 내동댕이친다.  그때,   "엄메!!!!"   "우에에에엑"   노인 하나가 평상 위를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자 이를 본 또 다른 노인들이 일제히 토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시선을 돌려 평상 위를 본다. 돼지 머리가 아닌 아내의 머리가 두 눈을 뜬 채 노인들을 노려보고 있다. 내가 집어든 반쯤 익은 고기와 비닐봉지 안의 고기들도 모두 토막 난 사람의 팔다리가 되어있다. 나는 평상으로 달려가 아내의 머리를 부둥켜안는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으나 차디찬 감촉이 내 몸을 그대로 얼어붙게 만든다. 아이는 평상에 앉아 발을 앞뒤로 움직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대체 왜....!!!!"  내가 소리치자 아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내에 이어 내게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바짝 긴장하여 아내의 얼굴을 더욱 세게 끌어안는다. 그러나 나의 긴장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는 아무런 미동이 없다. 괴기스럽게 미소 짓던 아이의 얼굴만 점점 무표정으로 변할 뿐이다. 곧이어 아이의 형체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 . . . .  "...."  나는 맥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아이의 어딘가 슬퍼 보이는 표정이 떠올라 숨이 턱 막혀버리고 만다. 죽었으니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산 사람보다 더 깊은 슬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었음을 아이가 사라지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아내와 나를 원망했을까. 눈앞에 닥친 현실에 애써 아이의 문제는 외면하려던 것이 결국 이런 파국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어리숙한 아이의 마지막 발악이었을지도.  "젠장...."  나는 아내의 목을 들고 일어선다. 사람들이 일제히 토악질해대는 와중에도 미처 불판에서 들어 올리지 못한 아내의 남은 살점들이 까맣게, 까맣게 타들어간다. 지금쯤 아이와 아내는 만났을까.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하다. 도저히 이 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나는 아내의 목을 단단히 부여잡고 무작정 걷는다. 나를 재촉하듯 등 뒤 화로에서 뜨거운 불길이 확 치솟는다.  "미안하다....미안하다....미안하다...."  이 말을 꼭 아이에게 전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아내와 아이를 따라 잡으려면 아마 더욱 서둘러 걸어야 할 것이다. [출처] 단편) 돼지 아내 | 울지마소녀야 ____________________ 동네에 돼지우리가 있다고 했을 때부터 불안했는데 흑돼지를 죽였을 때 그 불안이 최대가 됐는데 설마 이렇게 끝이 날 줄은 몰랐네 ㅠㅠ 정말 다행스럽게도 실화는 아니야. 주로 실화(라고 얘기되는 글들)를 가져 오지만 이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글이라 가져와 봤어. 잘 지냈지 다들? 별 일 없이 다들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하늘도 한 번 씩 올려다 보고 :)
퍼오는 공포썰) 아버지가 무서웠던 썰
2019년의 마지막 일요일이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하나는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부랴부랴 가져왔어. 모두의 올해는 어땠을까? 조금이나마 따뜻한 한 해 였길! 이라고 하면서 무서운 썰 가져오니까 약간 이상하긴 하네 ㅎㅎㅎㅎ 어쨌든 올 한해 같이 읽어줘서 고마웠어! ______________________ 이렇게 써도 될런지 좀 망설여지는데요 2010년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간밤에 꾼 꿈에 그 친구가 나와서 불현듯 생각이 나서... 써보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알던 녀석이 있습니다. 늘 안경을 쓰고, 똘똘하게 생긴것 같으면서도 좀 어벙하던 친구였습니다. 5학년때도 같은 반이었고 중학교 올라가서는 1,2학년 제가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까지 같은 반이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많이 친해졌습니다. 좋아하는 게임들도 비슷하고 같이 공부도 하고 여러 친구들과 두루두루 뭉쳐서 자주 놀기도 하고 피시방도 자주 가구요 제가 많이 좀 놀리고 갈구고 걔는 그냥 피식피식 웃고 그런 친구였습니다. 전 많이 짓궂은 타입인데 그녀석은 참 속도 좋은지 저한테 한 번도 화낸 적 없었습니다. 공부도 잘했고, 재수를 하긴 했지만 서울의 명문대 수학과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으로 이민간 뒤, 오랜만에 한국에 나와서 만났습니다. 연락하기도 쉬웠고 만나는 것도 아주 시원시원하게 만났죠. 그녀석 자취방에 가서 자기도 하고, 다른 친구하고 셋이서 만나 찜질방도 같이 가고 제가 한국에 2년간 머무는 동안이라 여러번 만났는데 마지막 만났을때 일어났던 일입니다. 언제나처럼 고기부페 가서 소주 한잔하면서 조금씩 취기가 올라올 무렵 그녀석 폰으로 전화가 오는 겁니다. 번호 확인하더니 그냥 무표정하게 소리를 껐습니다. 뭐 나랑 수다떠는 중이었으니 그랬겠거니 하고 별로 신경안썼는데 전화가 계속 옵니다. 끊으면 오고 끊으면 또 오고 계속 오더군요. "야 뭐야 니 스토커냐? 뭔 전화가 이리 와?" "아버지야. 신경쓰지마 가끔 저러셔. " "니 통금 없잖아. 아버님이 술이라도 드셨나? ㅋㅋㅋㅋ" 제가 농담을 하니까 그녀석 언제나처럼 피식 웃고 맙니다. 한 두잔 정도 더 마셨을 때, 갑자기 녀석이 심각해졌습니다. "내가 우리 아버지 얘기 꺼낸적 없지?" "그러게? 너네 어머니는 중딩때 뵌적도 있고 통화도 한적있는데." "사실 좀 사정이 있다." 약간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친구녀석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정도가 좀 심해서,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는 친구하고 친구동생이 많이 얻어맞았다고 합니다. 발가벗기고 거실에 엎드려뻗쳐를 시킨후, 야구방망이로 엉덩이와 등을 마구 때렸는데 심하게는 20분 30분가까이 매질이 계속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몇 년씩이나 계속 이어져왔다고 했습니다. 친구 어머님이 굉장히 착하고 좋은 분이셨고, 이 녀석도 얼굴에 상처가 나있거나 어른들에게 부담감을 느끼거나 하는 모습을 보인적도 없어서 저는 상상도 할 수 없었죠. "무릎 꿇고 앉으라고 한 다음에, 허벅지를 발로 계속 밟아. " "..................." "그걸 쉬지않고 계속 하더라. 나중엔 자기가 자빠져 넘어질 정도로 까. 술 취해서 지 몸도 못가누면서 그렇게 계속 패는데... 난 괜찮았는데 동생 패는거 보고 눈알 돈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듣는 사람도 고통스럽고 무서운 이야기인데 이녀석도 많이 힘든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자기가 커지고 동생도 커져서, 그리고 아버지의 몸이 점점 쇠약해지셔서 폭행은 없다고. 동생과 어머니가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보살피는데, 몸 상태는 나아지지 않으시고 대신 어디서 그렇게 술을 몰래 가지고 오시는지, 방문 걸어잠그고 계속 드시면서 취하실 땐 정신병자 같은 행동을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뭐 어떤 행동...?" "들어봐." 친구녀석은 저한테 자기 폰을 건냈습니다. 부재중 전화 17통 음성메시지 5통. 전부 친구 아버지로부터 왔습니다. 음성메시지를 틀었습니다. 약간 쉰듯 했지만 굉장히 차분한, 평범한 아저씨의 목소리였습니다. 첫번째는 "영훈아(가명)... 시간이 좀 늦었잖아. 얼른 들어와라." 두번째 "큰아들. 어디냐? 위험한데 밖에 너무 오래 돌아다니지 말고....얼른 집에 와야지...."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친구는 계속 제 표정을 살폈구요 세번째 약간 흐느끼는 목소리로 "영훈아.... 아버지가.... 힘들다.....많이 힘들다.... 지치고 힘들다 아빠가...영훈아..." 네번째 "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어..힘들다..힘들다.." 여기서 많이 깜짝 놀랬습니다. 친구도 '안 들어도 알겠다' 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힘들다..힘들다..힘들다 힘들어 내가 힘들다고!! 힘들어!!!으아!!!!!!끼이야야아아아아!!! 힘들다!!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린다!!개색기야!! 으하하하하하하핳하하 크하하하하하 !! 끄으아아아아!!! " 여기서 너무 깜짝놀래서 심장이 멎을 뻔 했습니다. 진짜 '헉!' 소리 나오면서 폰을 귀에서 땠습니다.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정말 무섭네요. 수화기 너머로 고래고래 비명지르며 힘들다고 하다가 큰소리로 웃었다가,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영훈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찢어질듯 들렸구요... 녀석은 그냥 아무 말 없이 전화기를 달라는 뜻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요즘 이러신다고. 자기도 처음엔 기절할 정도로 놀랬는데, 이럴때마다 패턴이 같아서 지금은 견딜만 하다고. 자긴 밖에 나와서 살고 있지만, 같이 있는 동생이랑 어머니가 걱정된다고 자기 아버지한텐 미안하지만, 병원에 입원시키고 싶었는데 단순한 알코올 중독일뿐 미치거나 하진 않았으니 잘 보살펴라  라는 말밖에 못들었다고 했습니다. 몇 달후,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아버지가 방안에서 목을 메달아 자살하셨다고 했습니다. 유서 같은건 없었고,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마귀새끼야 지옥에서 보자" 라고 전처럼 비명을 지르는 음성메시지를 남기셨다고 합니다. 친구는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오지 않아도 된다고, 자기가 연락할테니까 잘지내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2년이 지났네요. 아직까지 연락은 없습니다... [출처] 단편모음 | 네이트판 ___________________ 하. 나도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를 잃을 정도로 마시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인 것 같아 이전에 가져온 썰들 중에서도 술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종종 있었지 술이 문제가 아니라, 술을 마셔서 인사불성이 되면 나도 모를 뭔가에 홀리기도 하니까. 연말이라 술자리 많을테니 조심하자는 의미로 가져와 봤어 건강하고 또 건강하자 잘 자고!
퍼오는 귀신썰) 아주 신기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
오늘도 잘 버텨낸 모두 칭찬해 수고했어! 그러니까 오늘도 같이 이야기 볼까? 오늘은 가볍게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 시작! ______________________ 얼마전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 피로연을 갔다가 희안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써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인연이라는게 있다고 느끼게끔 하는 일화이기도 하네요. 고등학교 졸업 후 결혼식 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이나 만남을 갖지 못했던 그 친구는 저희끼리 운영하는 상조회에 연락을 해 왔다고 상조회 총무가 전하더군요. 결혼을 하게 되니 상조회 멤버들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네요. 그런 이유 였는지 처음 전화를 받을 때는 누군가 하고 의아해 하다가 반가워 했던 기억이 있네요. 몇일에 결혼을 하니 꼭 와달라고 하더군요. 연락 한번 없이 지내다가 염치도 없이 연락한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얼굴을 보고 싶으니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흔쾌히 응하고 이메일로 청첩장을 받게 되었죠. 저는 결혼식 돌 등등 기타 행사에 연락을 취해 참석을 요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슨일이 있어도 참석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나를 잊지 않고 연락을 했다는 성의 표시로 생각을 하죠. 어중간하게 친한 친구가 청첩장이나 연락 한 번 없이 참석하기를 기대한다면, 저는 기대에 응해주지 않는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식 당일날 상조회의 여러 멤버들이 모여 그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고 식사 도중에 인사차 들르게 된 새신랑이 참석한 친구들을 위해 동인천에 한 술집을 예약해 두었다는 말을 전해 주고 돌아가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 때 쯔음이 약 3시? 예약된 시간까지는 3시간 정도가 남아있어서, 식사 후 집에 들렀다가 옷을 갈아 입고 오겠다는 친구들이나 기타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운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시간 떼우기용 당구장에 가자는게 거의 지배적인 의견으로 가고 있었죠. 그리고 시간은 흘러 저녁 6시. 피로연 장소에서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9시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정이 넘은 시간... 돌아갈 친구들은 이미 다 돌아갔고, 다음날 오후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다는 새신랑은 굉장한 여유를 부리고 있었죠. "야 다른 애들은 피로연장도 안가고 바로 튀던데, 너는 괜찮냐?" "비행기표가 없어서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대충 저런 사정이었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우리는 1차를 끝내고 2차를 목표로 한 술집으로 들어갔죠. 이젠 자정이 훨씬 넘어 다음날로 날짜가 넘어간 시간. 거의 다 직장인이라 새벽으로 가는 시간에 장사가 없는 것인지, 그 때 모인 인원은 새신랑과 새신부 저 포함 약 8명 정도 되어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뻗어 버리는 친구들도 몇 있더랬죠. 한 5명의 남녀가 술잔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친구 중 한명이 묻기를, "제수씨. 이 녀석 어떻게 만났나요?" "아....이 이요?" "이이? 벌써 그렇게 불러요?" "아니 그게 대외적으로는....그렇게 하는게..."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젖는 새신부. 신부 화장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 듯 해 보였습니다. "야야. 아까 그만큼 놀렸으면 됐지. 그만해라." 새신랑이 방어하고 나서더군요. 하긴 피로연장에서 무척이나 짖궂은 일을 많이 당했으니까요. "내가 대신 이야기 해 줄게. 듣고 놀라지나 마라." "약점잡고 협박하고 그런거 아냐 이거?" "어허. 일단 들어봐." 사연은 이랬습니다. 군대 제대 후 마땅히 할일이 없어, 이왕이면 서울에서 뒹굴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서울에 숙식 제공하는 회사를 찾아 여기 저기 구직활동을 벌였답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쉽지는 않았고, 끝내는 그냥 인천에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네요. 그 와중에 생긴 인연이 있었으니, 구직을 위해 계속 전화를 하며 정이 든 아웃소싱 업체의 한 여성 즉 지금의 새신부가 주인공이었답니다 "허...인연이 그렇게도 생기냐? 재주도 좋네..."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부러울 따름이었죠. 그 속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여기저기 구직자리를 알아보면서 전화로 여러번 이야기 하다 보니 서로간 호기심도 생기고 해서 한 번 만난 계기가 연인으로 발전하고 지금 까지 오게 되었다는 군요. "그런데 말야 얘랑 인연이....." 웃음기 섞인 얼굴이 약간 거둬들이며 고개를 돌려 새신부를 바라보는 그. 집게손으로 신랑의 볼을 꼬집고 흔드는 모양새가 참 다정해 보이기는 개뿔...ㅜㅜ 하여튼... 그들의 연애기간이 약 7년 정도 되었다는데...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싸우고 헤어지기도 몇번. 그리고 그 싸운 이력중에 정말이지 다시는 안 볼것 같이 싸우고 헤어진게 결혼전 마지막이었을 때 였다네요. "그때 얘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무슨 여자가 고집이 그렇게...아!! 아야!" 정말 보기에도 아플정도인 팔뚝의 살점을 떼어내듯 꼬집는 새신부의 손짓이 보는 저도 두렵게 만들더군요. "왜 그러게 여자를 화나게 해. 그러고도 결혼까지 용케왔다." "그렇죠?" 맞장구를 치는 새신부. 저는 언제나 여성의 편입니다. 각설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계속 잇는 새신랑. 그렇게 심하게 싸우고 몇일이 지나고 몇주가 지나더니 금새 두달이 지나갔다고 하더군요. 술도 엄청 마셨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이제는 정말로 끝인가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누구 한쪽이 먼저 전화를 해 화해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낌새마저 느껴지지 않았고, 새신랑도 그 때 만은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아 연락을 참으며 거의 반 폐인 상태로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시기였다고 하네요. 그러던 어느날 이었답니다. 야근을 하고 나온 시간이 약 밤 9시 정도 였답니다. 종로5가에 직장이 있어 인천행 전철을 타고 용산까지 와서는 다시 동인천행 직행 열차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는 변함없는 코스인데.... 그날따라 좀 변한게 있다면 직행을 타는 이유가 빨리 가는 것도 있지만,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는 편안함이죠. 그런데 희안하게 그날은 서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랍니다. 그래서 문가 손잡이에 기대고 서서 이어폰을 꼽고, 노래나 감상하자는 생각으로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네요. 어느새 전철은 신도림을 지나고, 그렇게 한산하던 공간도 거의 다 사람으로 가득찼더랍니다. 그리고 역곡을 지나 부천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었다나요? "응?" 뭔가 귀에 스친듯한 소리를 따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네요. 고개를 돌린 눈앞에 보이는 건 몇몇 서있는 사람들과 앉아서 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정도. 이어폰에서는 계속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깥소리는 안 들릴정도로 볼륨을 올려놓고 듣는 취향이라 그 소리를 깨고 들어올 정도의 소리였다면... 그전에 희안하게 신경을 쓰게 만드는 소리였답니다. 돌린 고개 그대로 시선이 닿는 이곳저곳을 세세하게 살펴보았지만, 뜻모를 소리가 귓가에만 남아있지, 근원지처럼 보이는 형태의 사물은 전혀 분간해 낼 수 없었던 모양새였답니다. '노래 소리에 그런게 섞여있을리는 없는데....'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답니다. 그의 말로는 수백번도 더 들은 노래이고, 그런 소리가 당연히 섞일리는 없다고 전해주더군요. 저 또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었고요. 수십 수백번도 더 들은 노래에 뭐가 섞여 들렸으니, 그렇게 반사적으로 반응했을 것이고요. 그냥 환청을 들은 것이겠거니 하고, 별 생각없이 어두운 창문을 바라보며 지금 지나는 곳이 부천과 송내 중간쯤이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었던 그 때였답니다. '또?' 이번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귓가에 남은 여운을 확실히 되새겨주는 소리. 자기도 모르게 고갤 돌려 보지 못했던 등뒤에 풍경을 보며,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 했답니다. '나한테 들릴정도의 흐느낌이면, 거의 울먹이는 정도일텐데....' 돌아본 등 뒤나 마주 본 정면에서 울먹이고 있는 여자를 찾을 수는 없었답니다. 당연히 그렇게 큰 울음 소리를 주위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으로 앉아 있을리는 없었으니 말이죠. 그는 내심 의구심이 들면서도, 확실히는 부정하지 못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주위의 풍경만으로는 절대 찾아 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쯤 되자 그냥 무시 할 수는 없는 소리가 되서, MP3 의 볼륨을 조금 낮추고 그 흐느낌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다시 들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귀에 신경을 모으고 소리를 잡아내는데 열중하다가 한순간 긴장을 풀었던 그 순간이었다고 하네요. '흐흐흑...' 온몸이 저릴 정도로 소름이 돋아오르며, 소리는 귓가에 확실히 새겨지고 있었답니다. 발끝부터 올라오는 공포를 겨우 억누르며, 고개를 돌리면 또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어두운 창문에 반사된 풍경으로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 볼려던 그 순간 이었답니다. 어두운 창문으로 반사된 전철안의 풍경안의 하얀 소복을 입은 긴 검은 머리의 여자가 돌아앉아 흐느껴 울고 있더라는 겁니다. "허헉!!!" 반사적으로 비명이 먼저 튀어나왔다네요. 아무 의구심 없이 살펴보던 풍경이라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네요. 뒷 걸음질 치며 넘어질 뻔 한 몸을 겨우 가누고 나니, 주위에서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따갑도록 느낄 수 있었답니다. 운이 좋았던건지 때마침 전철문이 열리고 그는 확인도 안하고 바로 전철에서 내려 저만치 멀리 자리를 옮겼답니다. 그쯤되자 무서움 보다는 쪽팔림이 더 우선이었고, 자신을 쳐다보는 누가 있나 싶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을 때였답니다. '옘병...저런게 진짜 있네...' 그때서야 자신이 본게 헛것인지 가늠도 안될 귀신일까 싶은 존재였던가 생각되니 오싹함이 온몸을 강타하더랍니다. 괜시리 쪽팔림은 사라지고 얼른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야하겠다 싶어 개찰구로 나가는 계단을 향해 잰걸음으로 달리듯 걸었답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는데, '부평?' 부평이라는 역 이정표가 보이더랍니다. 그 때 즈음 되니 무서움도 족팔림도 다 사라지고 한가지 생각나는게 있더랍니다. 얼마전 싸우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항상 데려다 주던곳이 부평역이었다죠. 정말 누구의 의지로 그랬는지 모를정도로 주머니안에 핸드폰을 꺼내 여자친구의 전화번호 단축키를 누르게 되더랍니다. 약 10여 회 이상의 신호가 가더니, 상대편에서 통화를 수락한 음이 들리면서 귀에 익숙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여보세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흐느낌이 섞인 목소리. 그는 하마터면 핸드폰을 손에서 그냥 놔 버릴 뻔 했다고 손에 핸드폰을 들고 힘없이 떨어뜨리는 시늉을 해 보이더군요. 전철안에서 들렸던 흐느낌이 익숙하다고 느낌을 받고, 그토록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던 이유를 전화넘어로 들려오는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네요. 그렇게 소리에 반사적으로 행동했던 것은 여자친구의 목소리임을 불현듯 알고 있었던 본능이랄까 하는 식으로 표현을 하네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첫 마디로, "너 무슨일 있니?" 하는 물음을 던졌고, 여자친구는 한참을 흐느끼다가, "아빠 돌아가셨어...."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는 그길로 위치를 물어 병원으로 달렸고, 병원에 도착한 그 시간이 그녀의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10시간 정도 흐른 시간이었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으신 아버님은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한달 정도 후에 입원하셨고, 끝내는 그날 오후 1시정도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이야기를 도착해서 들을 수 있었다는데, 그곳에 도착해 한 번더 놀란 것은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묶지 않은 그녀를 보았을때 였답니다. 그 모습은 전철안에서 봤던 그것의 모습과 완전히 판박이 였다고 하네요. 때마침 머리를 풀어 헤치고 다시 묶을려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면, 절대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모습이었기도 했다고 전해주더군요. 여기까지 듣고나니 저는 왠지 새신부가 무섭게 까지 느껴지더군요. 눈치를 챘는지 눈웃음치며 그런 표정 하지 말라고 하던 새신부의 얼굴도 기억합니다. 얼마전 신혼여행 잘 갔다왔다고 친구에게 문자가 왔는데, 답문은 못 보내고 그저 잘 살겠거니 생각한답니다. 정말 인연이란게 어찌볼때는 무섭기까지 하네요. [출처] 인연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 너무 신기한데 또 너무 무섭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이어준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걸 보면 만날 사람은 만나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러네.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날이 많이 추우니까 옷 잘 챙겨입고 감기 조심하고 내일 또 보자 ㅎㅎ 잘자!
퍼오는 귀신썰) 신발로 제사 지내는 아부지 이야기
어때, 그냥 매일 같은 날들이지만 그래도 새해니까 괜히 마음을 다잡게 된다. 모두에게 조금 더 나은 해이기를! 그럼 새해 첫 귀신썰 같이 볼까? 오늘은 가볍게 시작해 보쟈! _____________________ 신발제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중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이 얘기 해주신 이야기가 늘 생각난다.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난 김에 여기에 적어 볼까 한다. 내 기억이 맞으면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그 선생님은 50대 후반쯤의 할머니였고 담당 과목은 도덕이였었다. 평소 수업시간에 수업외의 이야기는 전혀 하시지 않으셨고 수업중에 딴청을 피우는 놈들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혼내시는게 유명하셨던 분이었다.  그날은 초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천둥번개가 치던 날이었다. 그런 날은 으레 수업하러 들어오신 선생님들한테 무서운 이야기 해달라고 졸랐고 선생님들은 이 요구를 무시하면 남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집중을 1도 안 할 거리는 걸 알기에 또는 자기들도 지루했었는지 무서운 이야기나 지인들이 겪었다고 밀하는 무서운 썰들을 풀어놓으셨다.  점심시간 다음 5교시에 도덕 수업였고 그 할머니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우리 모두는 허튼 소리하면 이 한 시간이 피곤해질 걸 알기에 조용히 침묵을 유지할 때 꼭 눈치없는 놈 하나가 큰 목소리로  "선생님 비도 오는데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주세요" 이러는 거였다.  교탁 바로 앞자리였던 나는 '햐 이제 혼나겠군' 생각했는데 왠걸 선생님은 조용히 우리들을 주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서운 이야기가 듣고 싶니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였을까 우리 모두는 크게 "네~" 하였고 선생님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 나가셨다. 선생님네는 선생님이 어릴때부터 설날이 지나고 따로 제사를 하나 지냈다고 한다. 근데 이 제사가 조금 특이한게 고무신 운동화 군화등 각종 신발을 음식들과 함께 상에 펼쳐놓고 선생님의 아버지 혼자서만 다락방에서 제사를 지내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국민학교 때 너무 궁금한 나머지 제사를 지낼 때 몰레 올라가다가 크게 혼이 난 후 고등학교 때까지 제사 때 다락방 근처에도 가지 못하셨다고 하셨다. 대입수험을 끝내고 가족들과 축하하는 식사자리에서 선생님은 머리도 커져서였는지 아니면 그 동안 참아온 궁금증 때문이였는지 선생님 아버지한테 그 이상한 제사를 왜 하시느냐고 여쭈어봤고 선생님 아버지는 술을 한두 잔 마시다가 얘기하셨다고 한다. 선생님 아버지는 6.25 때 징집되시어 휴전때까지 군에 복무하셨다고 하셨다. 낙동강까지 밀리다가 인청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북으로 북으로 진격하시다가 중공군의 기습으로 선생님 아버지가 속한 부대가 거진 와해되다시피 했고 선생님 아버지 포함 11명의 부대원들만이 산길을 타고 남으로 남으로 걸어내려오실 때였다고 한다.  워낙 급작스럽게 공격받고 부대가 와해되면서 공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탄이면 먹을거면 정말 부족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추위와 굶주림을 참아가며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명 한명이 쓰러졌었는데 그렇게 한명씩 쓰러질 때마다 죽은 병사의 군화를 벗겨내어 군화 윗부분 말랑한 가죽부분을 잘라내어 물에 삶아 먹으면서 내려 왔다고 하셨다. 그렇게 국군을 만날 때까지 말이다. 결국 국군을 만났늘때는 고작 3명만 살아남았다고 하신다. 그렇게 무사히 전역하시고 결혼도 하고 선생님도 출산하시고 평범하게 살고 계실 때 어느날부터인가 꿈을 하나 꾸셨다고 하셨다. 같이 후퇴할 때 죽어나간 7명의 부하들이 차례차례 꿈속에서 나타나 맨발로 엉엉 울면서 말이다. 선생님 아버지는 부하들이 죽고 자기가 살았다는 죄책감에 울면서 그 동안 어디 있었냐고 가자 우리집에 가서 따스한 밥 한끼 하자 하니 부하들이 한결같이 저는 죽어 저승에 가야합니다 하지만 신발이 없어 가지 못합니다 이를 어찌합니까 하며 엉엉 울다 꿈에 계속 깨시니 이에 마음이 불편하다 부대원들이 신발이 없어서 못간다는 얘기가 퍼뜩 생각이 나서 그때부터 설다음날 신발과 함께 제사를 지내셨다고 하셨다고.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가 죽어서도 선생님과 선생님 남동생보고 너희들이 그 제사를 이어가달라고 부탁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었는데 임종직전 병원에 모인 가족을 보시며 환하게 웃으시며 하신 말씀이 부하들이 모두 신발을 신고 있는 거를 봤다고 제사는 더 이상 안해도 될 거 같다 하시더니 다음날 그렇게 떠나가셨다고 하셨었다. [출처] 웃대 자본주의맛 ___________________ 괜히 울컥하는 이야기지. 아직도 마음 한켠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다들 있잖아 끝나지 않은 싸움 을 우리는 왜 자꾸 해야 하는 걸까 결국은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아닌, 아무 것도 모르고 전장에 나간 사람들만 상처 받고, 평생을 앓고... 선생님 아부지는 평생 그 짐을 지고 살아 오셨겠지 그래도 나중엔 모두 신발을 신고 있었다니 너무 다행이다 임종 직전에 안심하라고 나타나신건가봐 마지막에라도 마음 편히 가시라고 ㅠㅠ 모두의 올해가 따뜻하길 바라면서 올해도 잘 부탁해! 새해 복 많이 받아
퍼오는 귀신썰) 화장실 좀 같이 가자...
비가 오네 하늘이 뚫린 것 처럼 그래서 귀신이야기를 들고 왔어 딱 오늘 같은 날이지! 오늘은 크게 무서운 건 아닌데 괜스레 으슬으슬해지는 썰을 하나 가져 왔어. 귀신썰은 역시 시골 귀신썰이 최고 아니겠어? (내 취향)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 _____________________ 제가 겪은일... 저는 지금 서울에 살고있습니다. 아니 태어날때부터 서울에서 살았었지요... 예전 어릴때는 방학이 되면 사촌누나(고모딸)와 함께 방학내내 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는 제가 10살정도때 정도로 올라갑니다.누나는 나보다 3살이 많습니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지만 여름 방학이되면 저희 아버지가 저랑 누나랑 데리고 시골로 내려옵니다. 아버지는 우리가 시골이 좋다고 졸라대면 못이기는척 하시곤 데려다 주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시골집은 완전산골짜기에 버스도 하루에 4번정도 다니고 읍내에서 버스로 1시간가량을 들어와야하는곳 말이지요. 그래도 우리는  시골이라 가게며 화장실등이 불편하지만... 거기 아이들과 개울에서 놀기 메뚜기나 잠자리 개구리같은거 잡고 노는게 정말 신나고 할머니가 해주시는 가마솥밥은 김치만 있어도 정말 꿀같은 맛...아느사람은 압니다(침.침)^^ 어찌해서 아버지는 저희를 데리고 오셔서 하룻밤 묵으시고 저희만 두고 다음날 올라가십니다. 일때문이죠... 저희시골집은 대충이러합니다. 똑같진 않아요 대충이런삘~ 초가집 비스무리하죠? 오래전일이니 그때 시골은 거의 저런식이었답니다. 저희는 아버지가 올라가신후 신나게 놀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침일찍 일어나 개울가로 달려가 세수를 했습니다.(그땐 수도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하수만 있었습니다.) 대충 집을 주위로 일케 생겼습니다.왕복2차선 도로 였고 도로는 포장이 안되어있고 자갈밭(편히보기위해 도로그림)..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나니 서울에서 왔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물론 3명밖에 없습니다. 남매 둘은 8살 10살, 한아이는 8살...그렇게 밖에 없습니다.ㅋㅋ 이녀석들은 저에게 서울 촌놈이라 놀렸고 우리 사촌누나를 좀 좋아했습니다. 좀 이쁘장하게 생겨서 말이죠. 저는 까무잡잡  누나는 피부가 하얗고 참 대조적입니다. 그렇게 동네 녀석들과 만남과 동시에 개울가에서 다슬기며 개구리잡기,잦치기,술래잡기 소 밥주기 등등 다들 시골한번 가신분이라면 아실겁니다 ㅋㅋ 그렇게 놀고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후 씻고(씻는것도 개울가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산골짜기라 여름이지만 해는 더 빨리 떨어지고 그곳엔 tv도 없습니다. 깜깜하면 할게없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일찍 주무십니다.9시도 안되었는데 말이죠. 어릴쩍 시골에 가보신 분은 아실겁니다. 일찍자고 정말 일찍 일어나십니다. 우리는 당연히 잠이 안오죠..누나하고 공기놀이.내가가져간 딱지먹기 등을 하면서 백열전구 밑에서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12시가 다되어 둘이 졸려서 자기로 하고 누웠죠. 불을끄고 둘다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누나가 깨웁니다. 몇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나가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문제는 시골집 보셔서 아시겠지만 절대 수세식도 아니고 방안에는 더더욱 없겠죠. 그렇습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방에서 나가서 뒤에 5미터 정도는 가야합니다 전 그리 무서움을 타지 않습니다. 헌데 아시다시피 시골이 가로등이 없습니다. 불빛이 전혀 없습니다. 새벽에 나가면 아실라나요? 하늘에 별이 손을 뻗으면 잡힐꺼 같이 가까이 있고 그렇게 많은 별이 하늘을 가득채웁니다. 당연히 누나한테는 무섭겠죠. 항상그랬듯이 비몽사몽으로 일어나 화장실로 갔습니다. 시골의 화장실이 푸세식이죠. 나무 발판만 있고 문도 비닐로 만든 문입니다. 전 밖에서 기다리고 누나는 볼일보고 잠에 취해 빨리하고 나오라고 재촉했습니다. 이내 볼일 끝내고 같이 방으로 들어와서 잠을 잤습니다. 귀찮긴하지만 어쩔수 없이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깨우기가 미안하니까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는 또다시 노는거에 목숨걸었고 열매같은거 (여름) 따먹고 등등 그렇게 몇일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낮에 놀다가 제가 급똥이 마려워 열리려하는 괄약근에 온힘을주고 화장실로 갑니다. 헌데 이상합니다.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되면서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아니 그 짧은 시간에 제가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멍합니다. 전 분명 가만히 있었는데 머가 철푸덕 합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듭니다. 앗! 다리하나가 밑으로 빠져서 골반이 나무판자에 걸쳐있습니다. 다리가 안보입니다.울었습니다.엉엉 할아버지가 달려오십니다. 논에 가셨다가 잠깐 들어오셨는데 제 울음소리를 들으시곤 오셨습니다. 저를 꺼내어 다리를 씻어 주십니다. 동네애들도 옵니다. 막 놀립니다. 저는 더 웁니다. 챙피합니다. 할아버지는 더 어릴적에도 안빠지더니 왜빠졌냐고 합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밥도 안먹고 잡니다. 몇일 동네아이들과 놀지도 않습니다.기분이 나빠서도 그렇지만 챙피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누나는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나를 달래줍니다.누나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밤에 화장실도 못가는게 더 챙피한거라고 위로합니다. 그렇게 몇일이 또 흘렀습니다.빠진것도 잊혀질라합니다.그렇게 또다시 노는거에 열성을 다합니다. 여지없이 누나는 가끔 새벽에 일어나 저를 깨웁니다. 화장실을 가자고 합니다. 그러면 같이가서 누나가 볼일보면서 내가 있는지 자꾸 물어봅니다. 누나: "ㅇㅇ아 밖에 있지?" 나:   "응 있어" 누나: "그럼 노래라도 불러라 무섭다" 나: "학교종이 땡땡땡~~~~ 참 귀챃죠잉~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적응이 되었나 싶습니다. 저도 귀찮아서 그냥 기다리다가 나오면 들어가서 잤습니다. 그러더니 가끔 화장실가더니 매일 새벽 갑니다. 귀찮습니다. 그동안 말은 안하고 그냥 참았습니다. 어느날 누나가 갑자기 할머니 도와드린다고 부엌엘 갑니다. 부엌은 가마솥이 있어서 나무장작을 땝니다. 부엌안에 있으면 눈이 맵습니다. 역시 눈이 맵습니다. 장작이 타고 있으니까요.. 갑자기 곳간에 고구마가 생각납니다. 몇개 가지고 와서 장작 안에 밀어 넣습니다.고구마가 잘 익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누나랑 얘기하면서 굽다가 누나한테 살짝 말했습니다. 먼얘기요? 나: "누나 이제 새벽에 화장실 혼자가면 안돼?" 누나:"???" 나: "나 새벽에 잠결에 가기가 좀 귀찮아..이제 적응좀 되자나 그치?" 누나: "먼 소리해? 나 얼마전부터 새벽에 오줌안마려 요새 잘자" 나:" 엥? 거짓말하지말고......" 누나:"내가 머하러 너한테 거짓말 하냐?" 그래 누나가 나한테 거짓말 한적 거의 없는데 .... 난 그럼 누구랑 그시간에 화장실을 간건가? 어린 나이지만 소름이라는게 아마 그런것일것이다. 머지? 분명 간거 같은데...... 아님 자주 그렇게 같이 가다보니까 헷갈린건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앞으로는 갈때 꼭 물어봐야겠다. 근데 그날밤 그 때도 새벽 몇시인지 모른다 누가 날 흔들어 깨운다. 눈만 번쩍 떳다 예전같으면 그냥 누나가 때우는구나 하고 그냥 손만 잡고 나갔다 오늘은 아니다. 눈 번쩍뜨고 고개를 사르르 뒤로 돌렸다.................................... 누나가 서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어느때처럼 똑같은 모습이다. 나: "누나 쉬마려?"(떨리는 목소리) 누나: "응 소변마려 같이가" 나: "근데 누나 맞아?" 누나: " 그럼 내가 누구겠냐?" (살짝 미소짓는다) 그래 누나는 맞는거 같다. 같이 갔다. 또 여느때 처럼 기다렸다. 나를 부르지도 않는다. 에이 혼자가지.....혼자 이런생각 해본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누나한테 말해본다 나:"이제 화장실좀 혼자가" 누나:"자꾸 먼소리해 나 요즘 안간다니까?" 나: "아 자꾸 왜그래" 누나:"내가 멀" 나:"진짜야?" 누나:"진짜 너 왜그래? 오늘부터 나 할머니 옆에서 잘꺼야! 그리고 진짜 화장실 가고 싶어도 할머니랑 갈꺼야!" 나: "아..........그래" 그럼 나야좋지 머" 그러고 둘은 좀 어색했다.... 누나는 내가 장난치는줄 아는것 같다. 근데 좀 무섭다 이젠 밤에 혼자 자기가 겁날꺼 같다. 밤에 혼자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들어 버렸다........................ 그날도................................ 몇시인지 모르는 시간에 누가날 뒤에서 흔들어 깨운다. 늦게 잠이 들어서 흔든건 인지하겠는데 빨리 잠에서 꺠어나진 못하고 응?응? 만하다가 갑자기 머리를 얻어 맞은것처럼 번쩍 정신이 든다..... 누나는 지금 여기 없다.누구지? 다시 누나가 왔나? 별의별 생각을 하는데 자꾸 뒤에서 나를 깨운다. 누나: "ㅇㅇ야 빨리 화장실 가자~" 나: "..........................." 누나: "나 급하단 말야" 나:"................"(미치겠다.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땀이 비오듯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린다.땀이 흐르며 내려가는데 몸이 간지러움을 느낀다. 더이상 자는 척은 못하겠다.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려본다. . . . . . . . . . ㅠㅠ 누나가 아닌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누나가 맞는데 옷도 맞는데 얼굴을 자세히 볼수가 없다. 아니 보고 싶지가 않아 자꾸 눈을 피한다. 눈을 맞출수가 없다.어렴풋이 누나 얼굴형태가 아닌거 같다. 누나가 내손을 잡고 일으킨다. ㅠㅠ 어찌해야 하나....... 어찌해야하나............ 그냥 손에 이끌려 따라간다. 얼굴은 못맞추고 땅을보며 고개를 쿡 쳐박고 따라간다. 화장실 갈때면 항상 내가 앞장서고 누나는 뒤를 따랐다. 근데 오늘은 내가 끌려간다. 이건 누나가 아니지만 나는 끌려가고 있다 화장실 앞에 섰다...........누나는 들어간다................... 난 밖에 서있다 생각하다가 갑자기 뛰자라는 생각이 들어 냅다 할아버지 할머니 방있는데로 뛰기 시작했는데.... . . . . . . . 갑자기 화장실에서 누나가 뛰쳐나와 따라온다 발이 잘 안떨어진다 너무 느린것 같다 아니 이건 걷는것도 아니다 내생각이 그렇다 그 5미터가 5천미터가 되는것 같다. 뒤에서는 다다닥 소리가 더 가까이 들려온다. 당장에라도 목덜미를 잡을꺼 같다. 정말 돌것같다. 그래 큰소리로 할아버지를 부르자. 근데 입도 잘 안떨어진다. 어렵게 입을떼면서 할아버지 방문을 열었다. " 할!   아!   버!   지!" 할아버지,할머니, 누나가 벌떡일어나면서 깜짝 놀라셨다. 나는 막 울면서 할아버지를 안고 그대로 엎어져버렸다. "엉엉엉 무서워요~" 모두가 무슨일 있냐고 물어보고 나는 뒤에 누가..... 하면서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말했는데 할머니까 꿈꾼거 같다고 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분명하다고  말했지만 두분과 누나는 꿈 맞는거 같다고 빨리 자자고 그냥 자버리신다. 잠이 안온다..... 그렇게 뜬눈으로 할아버지 곁에서 밥을 세웠다. 아침이 오고 언제 그랬냐는듯...새소리 물소리 등이 들린다. 너무 피곤해서 아침에야 눈을 붙이고 일어나보니 점심시간이다. 누나한테 우리 좀 일찍 서울 올라가자고 했는데 누나는 싫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서울 가는날만을 기다리며 잠은 항상 4명이서 같이 잤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아무일도 없었다. 서울 올라가기 하루전날 저녁밥을 먹고 누나와 나는 옆집에 이제 서울 올라간다는 인사라도 하고 오자하고 인사드리러 나왔다. 옆집이라고는 하나 한 300 미터 정도거리고 날은 어둑어둑 해져버렸다. 어김없이 깜깜해서 하나도 보이지 않고 후레쉬의 빛만 보일뿐이었다. 얼굴은 후레쉬만 정면으로 비춰야 알아볼수있었다. 그날이 여름 중에 제일 더운날이기도 했다. 인사를 드리고 오는길에 집에 거의 다와가는데 누나가  더운데 물좀 적시고 가잔다. 집에가서 수건가져올테니 기다리라해서 기다렸고 이윽고 누나가 수건을 가져왔다. 그래서 후레쉬들고 얕은 개울가에 내려가 발을 담그고 있었는데 엄청 시원했다. 근데 누나는 자꾸 개울위쪽로 올라가는데 나보고 시원하다고 좋다고 오라고했다 난 옷버리니까 그만가라고 했지만 누나는 옷은 갈아입으면 되지 하면서 허리까지 들어가버렸다 누나 깜깜해서 안보여 후레쉬도 있어서 안돼! 했는데 누나가 점점 멀어져 가는것만 같았다. 아 안돼는데.... 하면서 누나쪽으로 다가가서 누나의 얼굴을 비추면서  말하려 했는데........... 그제서야 누나의 얼굴이 정확히 들어왔다.......... 누나가 아니다. 정확히 얼굴을 마주쳤다. 아니 눈을 마주쳤다................... 얼마전 화장실 가려고 뒤를 볼아볼때 눈은 못 맞췄지만 그형태는 기억난다. 나도 물은 허리까지 올라와 있었고 누나가 아니라는 판단과 동시에 뒤로 돌아 뛰려고 하는 순간 물속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얼굴이 잠기면서 정신이 없다. 일어나려해도 일어나지질않는다. 숨을 못쉬겠다. 이제는 누가 발목도 잡아당기면서 보가 있는 깊은곳으로 끌고 가는것 같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발악을해도 더욱더 숨은 막혀오고............ 사람들은 죽음은 앞두고 지난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지만 난 나오려고 발버둥만 쳤고 아무생각도 나지않고 정신만 잃어가고 있었다. . . . . . . . . . . . . 눈이 떠졌다 할아버지 방이다. 누나는 돌아왔는데 나는 돌아오지않아 걱정되어 할아버지가 나오셨는데 개울가 물속에서 첨벙첨벙소리가 나서 봤더니 내가 깊지도 않는물에서 허우적대며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개울밖으로 옮겼는데 정신을 잃은상태고 숨은 쉬고 있는 상태더라 하신다. 나는 누나가 시원하게 몸이라도 적시자는 말에 누나랑 함께 들어갔는데 라고 하니 먼소리냐 누나는 벌써 들어와 짐챙기고 있었단다. 내가 들어오지 않아 나와봤더니 내가 개울가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고 하니 정신을 차려도 멍한상태였고 도무지 할아버지 누나말을 믿을수가 없었다. 온몸이 부서질듯 아팠고 피곤하여 바로 골아떨어지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 할아버지와 함께 하루에 4번 운행하는 버스에 몸을싫고 시내로 나와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표를 끊어주시는 할아버지..... 가서 맛있는거 사먹으라며 용돈도 조금 주시고는 우리는 버스에 올라타고 할아버지는 밖에서 손을 흔드시며(어른들 하시는 손동작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손동작)잘가라는 인사를 하신다 서울에 도착하여 아버지는 우릴 마중나와 주셨고 집에 도착해서 시골에서 있던 얘기를 숨도 안쉬고 하면서 울먹거렸더니 아버지가 갑자기 고기를 사오신다. 몸이 허약해져서 잘먹어야 겠다고 하시고는 그렇게 넘어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기억속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지금도 가끔 펜션이나 야외화장실을 밤에 갈때면 생각나곤 해서 무서움이 느끼면 몸이 찬서리를 맞은것처럼 오싹하고 시원할때가 있다. 이제와 생각해보는 거지만 그게 진짜 귀신인지 몸이 허해서 그런건진 모른다. 다만 그태부터 여태껏 다시는 그런일은 없었고 여름이라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본다 허접한 경험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써본거라 잘쓰진 못했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할따름입니다.^^ [출처] 짱공유 ________________________ 난 이상하게 이런 귀신썰들이 더 끌리더라 뭔가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없어도 그냥 이게 진짜같잖아 왜 그러는지 뭐때문인지 귀신이 맞긴 한 건지 알 수는 없는데 자꾸 생기는 묘한 일들 특히나 캄캄한 시골의 밤 아래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다들 어떤 썰들 좋아해? 이야기해주면 다음에 이야기 가져올 때 참고해 볼게 ㅎㅎ
[퍼오는 귀신썰] 방 -3-
기분 좋은 금요일! 오늘은 퇴근길을 책임져 줄게 ㅎㅎ 퇴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보면 좀 덜 무섭지 않을까 혼자 보면 너무 무서우니까! 오늘은 방 마지막 편. 같이 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 “문 열어 오빠! 뭐야?! 불러놓고 왜 대답이 없어?! 오빠!” 막상결심은 했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마음에 평소보다 세배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힘겹게 4층에 다다랐다. 그러자 난 요부차림의 여자가 이웃집 남자의 현관 앞에서 소리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진한 원색 메이크업에 한 뼘 짜리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 그녀는 껌을 요란하게 짝짝 씹어대며 굉장히 짜증스러운 듯 현관문을 쾅쾅 두드려 댔다. “나, 간다! 시간 없단 말야! 빨리 문 열어!” 나는 서둘러 그녀를 지나 장바구니를 내려놓은 후 현관 키를 찾았다. 행여나 이웃집 남자와 마주할까봐 여서였다. 이유라면 그저 느낌이 좋지 않은 그 남자를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이웃집 문은 열렸고 남자는 조용히 하라는 윽박과 함께 여자를 맞이했다. 여자는 투덜대며 집안으로 들어섰고 남자는 곧 주위를 살피며 문을 닫으려 했다. 순간 나는 공교롭게도 그를 의식하는 표정으로 그와 눈이 마주쳤고 또 다시 바보처럼 머쓱한 눈인사만을 남긴 채 빠르게 집안으로 들어 와버렸다. 계속해서 안 좋은 생각만을 이어서일까? 이번에도 남자의 눈빛은 상당히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그는 늘 살기를 띠고서 사는 사람 같았다. 샐러드와 소스를 만들고 고기를 빵가루와 함께 기름에 튀기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저녁 7시가 되었다. 두 시간 전부터 줄기차게 쏟아 붓는 비 때문에 집안 전체가 상당히 어둡고 습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모든 것을 밝게 해보려 노력했다. 우선은 코니 프란시스의 ‘quando quando quando’(언제) 란 곡을 방안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크게 틀었다. 그리고는 방 중앙에 상을 펴고 그럴싸하게 저녁 준비를 했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먹는 저녁... 물론 나이프로 고기를 썰 때 마다 진득히 몰리는 브라운소스와 ‘스윽스윽’ 반복되는 소리가 조금씩 나의 귀와 머릿속을 괴롭히긴 했지만 이내 입속에 고기를 넣고 그 맛을 음미하니 다른 꺼림칙한 생각들은 말끔히 사라지는 듯 했다. 그렇게 나는 방 중앙에 앉아 고기를 꼭꼭 씹어대며 차갑게만 느껴지던 나만의 공간을 점차 따스하게 바꿔갔다. 하지만 그때 예상치도 못한 방문자가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으로 다가가 도아뷰로 밖을 살피니 이웃집 남자가 서있는걸 볼 수 있었다. 나는 당황해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망설이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벨소리에 마지못해 쇠고리를 잠근 채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좁은 문틈 사이로 남자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 하세요” “조금 전에는 제 동생이에요” “네?” “문 앞에서 소리치던 그 여자 말이에요” “아.... 네” 남자는 내가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던 두시간전 일을 끄집어냈다 “많이 시끄러웠죠.” “아니요, 아니에요” "괜히 오해 하실 것 같아서요“ “?.......” “복장이 좀 그런 게 천해 보이고.... 괜히 제가 그런 여자를 끌어들이는 남자처럼 보이고...” “아니에요, 그런 생각해본 적 없어요, 요즘은 뭐 다들 그렇게 입고 다니는걸요.” 하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계속해대는 남자에게 대충 얼버무리듯 말했다. “저기, 잠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네?!” “사실 새벽에 일로 잠깐 얘기를 좀 나눴음 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새벽마다 나오는 진짜 이유를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니... 저기 그게....” “집안이 불편하다면 복도에서라도 얘기를 좀 나누죠, 잠깐이면 되는데...” “아니, 그게... 지금은 좀 곤란할 것 같아요” “왜 그러시죠? 제가 불편한가요?” 하고 남자는 순식간에 싸늘히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그러자 나는 본능적으로 쇠고리를 꼬옥 움켜쥐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그게...” 나는 굳어진 남자의 표정에 말끝을 흐리며 어떤 변명이든 생각해내려 노력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이미 머릿속은 지금 상황에 얼어붙어 그 어떤 생각도 끄집어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남자가 문틈 사이로 힐끗 방안 쪽을 쳐다보더니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아, 이런 제가 실례를 했군요. 손님이 와 계시군요” “아.... 네?.... 네....” 나는 남자의 말에 놀란 눈으로 방안 쪽을 쳐다봤지만 덩그러니 놓여진 저녁상 빼고는 그 어떤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럼, 담에 얘기 하도록 하죠” “네...” “아,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하고 남자는 자신의 손을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보라색 매니큐어가 들려져 있었다. “동생이 놓고 가더라구요. 아직 뜯지도 않은 새 건데 제가 쓸 수도 없고... 바르세요.” “아니요, 전 괜찮아요.” “그냥, 성의니까 받아주세요” “네.... 네 그럼” 나는 조금 망설이다 받지 않으면 불편한 이 자리가 계속 늘어질 것 같아 그냥 매니큐어를 받아버렸다. 그러자 남자는 표정의 변화 없이 입 꼬리만 살짝 치켜 올린 채 다음에 뵙자는 말과 함께 뒤돌아섰다. “저기요, 잠깐만요....” 순간 나는 남자를 불러 세웠다. 쓸데없는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이 모든 괴이한 일들이 피곤함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했기 때문이다 “혹시, 전에 이집에 살던 사람을 아세요?” 그리고는 그 이유를 전에 살던 사람에게 맞춰 보았다. “네? 왜 그러시죠?” “아니, 별건 아니구요, 집을 깨끗이 썼길래 그냥 전에 어떤 사람이 살았을지 궁금해서요.” “20대 후반의 여자가 혼자 살았어요.” 하고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단조롭게 말했다. “아 네.... 어떤 사람이었나요?” 하고 나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글쎄요,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군요. 그냥 직장생활 하는 여성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저기, 어디로 이사 갔는지는 아세요?” 하고 나는 돌아서는 남자에게 다급히 마지막 궁금증을 쏟아냈다. 그러자 남자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경직된 표정으로 멈춰 섰고, 곧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태도에 나는 당황해 하며 어색한 미소만을 연신 지어보였다. “봉원동으로 이사 간다고 했어요, 친구 집 근처로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남자는 입을 열었다. “네...” “다른 건 더 물어볼 것 없나요?” “아... 네” 말을 마친 후 나는 얼른 눈인사만을 슬쩍 남긴 채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서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어갔다. 남자가 말하려는 새벽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에 살던 사람 이야기 할 때 왜 그렇게 굳은 표정을 지었을까? 왜 내방에 손님이... 순간 나는 등골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남자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그의 말은 너무도 확고했고, 또 열려진 문 틈사이로 내방은 너무도 훤히 보였다. 혹시 그 존재가 지금이 순간 입에 담기조차도 섬뜩한 귀신일까라는 생각에 나는 더욱더 두려워져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밝은 나의 저녁을 망쳐버렸고 사각의 방 한가운데 혼자 앉아 있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어떡하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이 공포를 멈춰보려 노력했다. 즐겨 듣던 음악을 크게 따라 불러보기도 하고 한 시간 간격으로 시계 알람을 맞춘 채 전공서적 문제도 풀어보았다. 또 TV를 켠 채 영양가 없는 드라마에도 집중해 해보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머릿속은 어제 본 그녀의 얼굴을 점점 더 또렷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심지어는 시간의 개념조차도 상실한 듯 120분의 무겁고 긴 느낌을 1분에 담아내기도 했다. 나는 한참을 두려움과 공포에 벌벌거리다 결국에는 마지막 방법으로 옆집 남자가 준 매니큐어를 손에 들었다. 그나마 무뚝뚝한 손톱을 예쁘게 치장하다 보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난 매니큐어를 열어 뚜껑의 붓에 보라 액을 골고루 잘 묻힌 후 왼쪽 새끼 손가락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와 베란다 창 밖의 거센 빗소리가 나의 집중을 조금씩 헝클어트리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예쁘게 다듬어지는 손톱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스윽...............” 순간 무언가 갑자기 귀를 자극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팽창된 동공으로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겁먹은 채 천천히 주위를 살피는 나의 모습... 그런 나의 모습이 방 한 귀퉁이에 위치한 전신거울에 담겨지자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흘러 나왔다. 아마 신경을 너무 곤두세운 탓에 모든 걸 그리 생각해버려 베란다 창밖의 빗소리조차도 그렇게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단히 무섭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지만 그동안의 행동이 대단한 바보처럼 느껴져 계속해서 실없는 웃음만을 피식피식 쏟아냈다. 그리고는 다시 매니큐어와 함께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손톱 가꾸기에 집중했다. 왼손 엄지손톱을 마지막으로 후후 불어 말린 후 이제는 오른손 새끼손톱을 칠했다. 가는 붓에 뭉쳐진 보라 액이 손톱을 삐져나가지 않게 조심해서 천천히 천천히... 그런데 그때 무언가가 손톱위로 살랑거리며 내려앉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걸 관찰했고 이내 그건 머리카락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심히 내 머리카락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이상하게도 너무 길고 또 너무 푸석한 그런 머리카락 이었다. 어느덧 손톱위의 보라 액과 함께 단단히 굳어져버린 기분나쁜 머리카락... 나는 점차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머릿속은 또다시 새벽의 기억들을 쏟아내며 날 혼란스럽게 했다. “슥........ 스윽........” 그런데 그때 또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다. “슥............ 스으윽....” 잘못 듣고, 잘못 느끼고, 잘못 생각한 그런 환청 따위가 아니었다. 그 흉측한 소리는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소리보다도 분명하게 나의 귀를 갉아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몸으로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사각의 방에는 나 혼자만 존재할 뿐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슥......... 스윽.......... 슥.............”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의 공포에 견딜 자신이 없어 얼른 지갑을 챙겼다. 당장 이 끔찍한 방을 뛰쳐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순간 지갑을 향해 뻗은 나의 손등 위로 검붉은 피한방울이 뚝하니 떨어졌다. 너무나도 진득해 그대로 손등위에 눌러 붙을 것만 같은 피. “슥....... 슥..... 슥으윽.......” 그 피와 함께 굳어버린 난 이제는 걷잡을 수 조차 없이 생생해져 버린 칼날의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머리 위... 지금 이 순간 나의 머리 위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침조차도 아니 숨조차도 제대로 내 쉴 수 없는 공포에 질려버린 난 그 소리를 향해 조심스레 고갤 들었다. 벌벌 떨려대는 사지를 가눌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채 천장을 올려다보기 전 나의 등 뒤로 무언가가 툭하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의식적으로 고갤 돌려 바닥을 확인했고 그와 동시에 기겁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여자의 목이었기 때문이다. 얼굴 전체가 피 범벅이 되어 눈을 부릅 뜬 사람의 얼굴, 마치 나를 노려보는 것과도 같은 그 얼굴은 놀랍게도 옆집 남자가 동생이라고 말하던 그녀였다. 나는 솟구치는 공포와 두려움에 치를 떨며 차마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할지를 몰랐다. 그런데 순간 또다시 나의 등 뒤로 후두둑 뭔가가 연이어 떨어졌다. 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이리저리 제 멋대로 널려지는 것들... 그것들을 보는 순간 나는 역겨움과 함께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손, 팔, 다리, 가슴등 그건 다름 아닌 흥건히 피에 젖은 토막 난 신체들이었기 때문이다. 몇 사람의 것을 도려냈는지 모를 중복되는 신체 부분들... 그 모든 것을 봐버리자 나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후들거려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슥......슥.... 스으윽..... 슥.......”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소리는 더욱더 크고 날카롭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뭐에 홀린 사람 마냥 몸을 벌벌 떨며 천장을 응시 했다. 공포에 질려 버린 머릿속은 이미 새하얗게 굳어버려 어떤 대책의 행동 보다는 그저 그 존재를 살필 뿐이었다. 겁에 질린 눈물과 함께 올려다본 천장... 정말이지 그 모든 건 지독히도 비현실적이었으며 지독히도 아찔했다.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나락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 검붉은 피로 물들어져 있는 천장. 그 피는 현실의 법칙을 무시한 채 물결치듯 출렁거리고 있었고 그 속으로는 조각난 신체들이 떠다니듯 이리저리 둥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윽고 그 속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눈과 수직으로 마주한 곳에서 수면 위를 떠오르듯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 그러자 나의 얼굴에는 진득한 피가 몇 방울씩 뚝뚝 떨어 졌다. 그녀의 움직임이 계속될 때마다 피는 더욱더 많이 흘러내려 나의 몸과 바닥을 적셔 가기 시작했다. 코끝을 찌르는 듯한 썩은 악취와 함께 피비린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 그렇게 물결치는 피 밖으로 나온 그녀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 이었다. 몸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칼과 함께 썩어 문드러진 얼굴 그 모든 게 전부였다. 아무런 몸뚱이도 없이 너덜히 잘려나간 징그러운 목만이 나에게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뒤로 조각난 두개의 팔이 끈적한 천장의 피와 함께 쭈욱 연결되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 기괴하면서도 흉측한 광경에 나는 머리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덜덜 떨려대는 몸을 일으켜 어떻게든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모든 게 늦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몸은 벌써 독에 취한 제물마냥 마비되어 천천히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더욱더 세찬 칼날의 소리와 함께 바로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 밀었고 그리고는 천천히 탐스런 음식을 음미하듯 잘려진 팔로 나의 몸을 보듬기 시작했다. 가는 미소를 지으며 나의 몸을 탐하는 그녀...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는 나의 목을 콱 하니 움켜쥐었다. 너무도 강한 그녀의 손끝 힘에 나는 피가 쏠리고 금방이라도 숨통이 틀어 막힐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을 즐겁다는 듯 씨익 입 꼬릴 올리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다.........모두다.... 잘라 버릴 거야...........” 그 후 그녀는 독기 어린 시선으로 노려보며 다른 한 손의 손톱을 앞세워 나의 목에 들이 밀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녀의 손톱이 나의 목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조각날 것이란 걸 느꼈다. 나는 피하고 싶었다. 아니 살고 싶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잔인한 죽음의 공포에 필사적으로 살고 싶어 거의 발악하듯 손끝에 힘을 불어 넣었다. 사력을 다해... 오직 살고 싶다는 의지하나로 그렇게 돌덩이 같은 몸을 움직여 보려 노력했다. 그러자 나의 몸도 이런 간절함을 느꼈는지 조금씩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계속해서 힘을 실어보았지만 그 작은 발악뿐 다른 어떤 움직임도 더 이상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점점 날카로운 손은 나의 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는 더욱더 흉측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억울한 눈물마저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그녀의 손톱이 나의 살결에 닿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살을 스윽 소리와 함께 베어내는 듯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방안 전체에 요란한 벨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순간 그녀는 당황한 듯 했고 나의 몸은 놀랍게도 퍽 하니 모든 마비가 풀려져 버렸다. 한 시간 전 문제를 풀며 맞춰놓은 시계의 알람이 작동한 것이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얼른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 가장 가까이에 놓인 매니큐어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세차게 그녀의 머리에 박아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강한 고통과 함께 비틀 거렸고 나의 목을 쥐어짜던 손에도 힘을 놓쳐버렸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뿌리치고 현관을 향해 허겁지겁 달렸다. 그녀 역시 다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손과 목으로 바닥을 타며 기이한 형태로 빠르게 쫓아왔다. 쿵쾅거리는 가슴과 함께 다급히 자물쇠 3개를 풀어 재끼는 나의 손. 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자물쇠는 뜻 때로 빨리 풀리지 않았다. 하나... 둘.... 어느새 분노한 그녀는 세차게 다가와 눈을 부릅뜨고 나의 발목을 갈기려는 듯 날카로운 손을 쭈욱 뻗었다. 순간 셋... 나는 미세한 일말의 차이와 함께 빠르게 철문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는 쾅 하니 문을 닫아버리고 정신없이 복도 끝 계단을 향해 뛰었다. 미친 듯이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악몽을 꿨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 모든 게 악몽일 뿐 그때처럼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쏟아 붓는 비속에 벌벌 떨며 고향으로 향했고 그 후 가족과 함께 다시 올라와 밝은 날 그것도 아주 햇살이 밝은 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물론 그때도 나는 그 빌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그 후로 지금까지 아무런 두려움과 공포감 없이 즐겁고 편안한 생활을 이어갔다. 최소한 오늘 밤 TV를 보기 전까진 그랬었다. 무심히 채널을 돌리며 접한 늦은 밤의 뉴스, 그 뉴스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엽기적인 연쇄살인이라는 보도 글귀와 함께 흘러나온 내용은 무려 20여명의 여성들을 살해한 엄청난 살인귀의 이야기였다. 기자는 그가 출장 안마사등 직업여성들을 상대로 살인을 저질렀으며 그 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체를 토막내어 인근 야산에 암매장 시켰다고 했다. 그리고는 곧 각종 자료화면과 함께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연행되어 가는 살인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그는 푸른색 마스크와 푹 짓눌러 쓴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하지만 나는 그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빛... 마스크 위로 드러나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직감 적으로 나는 그가 당시의 이웃집 남자라는 걸 확신 할 수 있었다. 또 그 사실을 이내 증명이라도 하듯 TV에서는 내가 살았던 동네와 내가 살았던 빌라를 그가 살던 동네 그가 살던 빌라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몸서리치는 소름과 함께 어느새 덜덜 떨리고 있는 몸을 애써 가누며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아직도 채 아물지 않은 목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때의 일들을 천천히 더듬어 보았다. 과연 내가 그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말대로 전에 살던 여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순간 불현듯 하나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날 오후... 그 끔찍했던 날 오후의 장난치던 아이들... 그 아이들 목소리가 마치 이 모든 퍼즐의 완성인 것 마냥 지그시 나의 머리 속에 떠올려 지고 있는 것이었다 [출처] [무서운 이야기] 방 3부 | 오유 __________________ 으. 옆집 남자 이상하다 싶더니 무려 연쇄살인마였다니. 살인을 참지 못 해서 연고 없고 언제 사라져도 덜 이상한 직업 여성들을 노렸던 거겠지 방에 나타난 귀신들은 모두 피해자였을테고. 어쩌면 범인은 저놈이라고 알려주려고 4시 반마다 초인종을 눌렀던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 사람이 제일 무섭네... 사람 조심하고 금요일 신나게 놀고 ㅎㅎ 이따 잘 자!
[퍼오는 귀신썰] 방 -2-
오늘 날씨 너무 좋더라! 괜히 기분도 좀 들뜰 정도로 말야 이런 날에는 뭐다? 귀신썰이지 ㅎㅎㅎ 어제 이야기 이어서 가져왔어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 “누... 누구세요?” 현관 앞에 다다른 난 차가운 철문에 귀를 대고 건너편의 대답을 살피기 위해 소리쳤다.하지만 내게 돌아온 대답이라곤 싸늘한 침묵뿐이었다. “누구세요?” 나는 혹시라도 건너편의 방문자가 듣지 못했을까봐 더욱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숨을 꿀꺽이며 조심스레 도아뷰에 눈을 대고 바깥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긴장되는 침묵 속에 렌즈로 본 바깥은 그저 아무것도 없는 캄캄한 복도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살피다 ‘새벽 배달원의 장난인가?’ 하고 나는 적지 않은 의구심을 품으며 현관에서 뒤돌아서 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또다시 초인종 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갑작스런 벨소리에 나는 또 한번 깜짝 놀라고 말았지만 이내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에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울컥 화가 나기 시작했다. “대체 누구야!” 하고 나는 더 이상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현관문을 확 열어젖히며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허탈하게도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누군가 다급히 도망치는 계단의 울림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현관 앞에 달린 붉은 센서전등만이 조용히 나를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나는 뭔가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그럼 내가 조금 전 도아뷰로 본건 뭐지? 분명 어두컴컴한 복도였는데, 센서등은 켜져 있지 않았어, 누군가 장난을 친 거라면 저 센서등은 지금처럼...’ 나는 어둠 속 길게 뻗은 복도와 자동으로 켜진 전등을 번갈아 관찰하며 조금이라도 지금 상황에 맞는 이유를 찾아갔다. 하지만 생각을 이어 가면 갈수록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퍼즐조각을 양손에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점차 자리 잡아 가려 할 때 철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곧 소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러자 옆집에서 30대 후반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그 이웃은 나를 보고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해 하는 듯 했으나 이내 자연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오셨나 봐요? 몇 일전 까지만 해도 비어있던데” 하고 남자가 말했다. “아... 네, 어제... 아니 엊그저께 이사 왔어요. 안녕하세요.” 이른 새벽 전혀 알지 못하는 이웃 남자와의 어색한 인사, 물론 보통 때의 나라면 상당히 의아하거나 희귀한 상황으로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이 남자가 그 어떤 누구보다도 반갑게 느껴졌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네, 어쩌다 보니까요, 근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시구... 어디 멀리 가시나 봐요?” 하고 나는 전혀 관심도 없는 질문을 형식상 이어댔다. “아니요, 쓰레기를 좀 버릴게 있어서요.” “네....” “저기, 그럼.” “아, 네.... ” 남자가 자리를 피하려 하자 나 역시 어색한 미소와 함께 대화를 끝내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어느새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낯선 이웃과의 대화가 나에게 이토록 큰 안도감을 주다니, 그렇게 나는 이름 모를 이웃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다시 조금이나마 피곤한 몸을 가누기로 했다. - 하루는 왜 이렇게 짧은 것일까? 어제의 계획대로 만화책을 잔뜩 빌려 정신없이 13권 정도를 읽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밤 11시가 되어 버렸다. 보통의 기분이라면 좀더 읽은 후 새벽쯤 잠을 청하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낮에는 그저 아무생각 없이 편하게만 느껴지던 나의 방이 해가지고 어둠이 깔리자 조금씩 두려워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애써 어제의 악몽과 지금의 이 기분은 왁자지껄한 가족에서 홀로 된 후 겪는 당연한 현상이라 생각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잠을 자므로 인해 이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누구보다도 편안한 꿈나라를 생각하며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어제와의 같은 악몽이 반복될까 두려워 오늘은 TV와 형광등을 모두 켠 채 잠을 자기로 했다. 24시간 쉴 틈 없이 진행되는 개그프로를 틀어 놓아서인지 몇 초마다 쏟아져 나오는 야유와 웃음소리가 나의 귀를 조금씩 괴롭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역시 벗 삼아 잠을 청하니 시골의 분주하던 집에서 자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한참을 잠들었을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달콤한 미소가 지어질 정도의 깊은 수면을 취한 난 개운한 마음으로 점점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반쯤 잠에서 깨어 참 편하게 잘 잤구나 하고 생각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뭔가가 잘못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나마 실눈을 떴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방이 잠들기 전 상황과 틀려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상당히 어둡게 변해져 있다는 것이다. TV속 야유와 웃음소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분명 형광등은 꺼져 버린 것 같았다. 순간 나는 또 다시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이내 등골의 서늘함과 함께 마치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이 모든 건 바보 같은 심리적 공포가 만들어 낸 불안이기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라고, 형광등은 그 저 다 닳아서 꺼진 것뿐이라고 그렇게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와 함께한 개그프로의 웃음소리에 현실감을 찾으며 형광등을 살피기 위해 눈을 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온몸이 솟구치는 소름과 함께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TV속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목이 잘려진 채 있는 것이었다. 즐거움을 포장한 허울진 웃음소리는 변함없었지만, 다들 목이 잘려나간 채 피에 젖은 몸뚱이만 움직여대고 있는 것이었다. 상당히 잔혹하면서도 괴기스러운 모습, 그 모습에 나는 치를 떨어야 했고 그로 인해 또 다시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슥............ 스윽...........” 나를 미칠 것 같은 공포에 몰아넣었던 소리, 그 소리가 또 다시 나의 등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제와 같은 일이 그대로 반복되려 하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빠르게 진행 되고 있었다. 또다시 나의 몸을 감싸던 이불은 나에게서 떼어지고 있었고, 싸늘한 손길은 서서히 나의 몸을 관찰하듯 더듬거리며 조여 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어제의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 너의....................” 나는 정말이지 너무 무서워 울컥 눈물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더 정신을 다잡았다. 이 모든 건 가위일 뿐이라고 피곤함과 낯선 환경이 만들어 낸 바보 같은 허상일 뿐이라고, 그렇게 나는 아무 일도 아닌 거라 대담히 생각해 버리며 지금의 이 현상을 풀기 위해 손가락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경험이 그러하듯 일단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이 끔찍한 환상은 끝날 것 같기 때문이었다. 나는 모든 걸 무시한 채 사력을 다해 온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간힘을 쓰며 꿈쩍도 하지 않는 손가락에 힘을 불어 넣어보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이내 나는 또 한번의 섬뜩한 공포와 마주하며 머릿속이 새하얘져야했다. 갑자기 나의 눈앞으로 툭하니 떨어지는 검은 머리칼. 등 뒤에서만 속삭이던 그녀가 이제는 나와 눈을 마주하려는 듯 서서히 어깨를 타고 넘어 오려는 것 같았다. 아니 이건 넘어 온 다기 보다 마치 그녀가 위에서부터 거꾸로 해서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옆으로 누운 채 마비가 되어 위를 올려다 볼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시야에 잡힌 그녀의 형체는 중력을 무시한 채 머리부터 아래로 하여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서서히 바닥에 뭉치기 시작하는 검고 치렁치렁한 긴 머리칼, 그 긴 머리칼은 곧 벌레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나의 볼을 타기도 했다. 나는 더욱더 조여 오는 징그러운 공포에 벌벌 떨어야 했고, 급기야는 그녀의 이마가 보이기 시작하자 눈을 찔끔 감아버렸다. 만약 이대로 그녀와 눈을 마주하게 된다면 심장이 뚝하니 멎어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바램 따윈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몸을 더듬던 두개의 손길이 갑자기 나의 목을 타고 얼굴로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곧 눈꺼풀을 잡아당기며 강제로 눈을 띠우려 했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어떡하든 버텨보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손가락의 힘은 너무도 강했고, 나의 힘은 한없이 미약했기에 그렇게 난 억척스레 접혀진 눈꺼풀 사이로 겁먹은 동공을 드러내야만 했다. 순간 난 온몸을 뜯어낼 것 같은 한기와 함께 소름이 쫘악 돋았다. 징그러운 망자의 얼굴, 바로 코앞에서 거꾸로 매달린 듯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얼굴은 그러했다. 창백한 회색빛에 썩어 문드러진 피부, 말라서 덕지덕지 붙어버린 검붉은 피, 간신히 얼굴 가죽과 이어져 있는 뒤틀린 턱, 그리고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은 피가 쏠린 눈동자, 그 모든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끔찍스럽고 흉측했으며 단 한순간도 기억하기 조차 싫은 그런 얼굴이었다. “너...... 너의......... 목............. 너의..... 다리........ 다리와.... 팔.........” 하고 그녀는 곧 독기를 품은 듯한 눈빛으로 날 주시하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한참을 힘겹게 목구멍으로 단어들을 쏟아내더니 갑자기 뚝하니 말하기를 멈춰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갑작스런 침묵에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은 두려움에 질려야 했고, 제발 더 이상의 그 어떤 공포도 그녀가 뿜어내지 않기만을 바래야 했다. 모든 시간을 삼킨 것과도 같은 싸늘한 정적,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눈동자를 돌려가며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마치 파충류가 사람을 관찰하듯 그렇게 나의 몸을 유심히 살폈다. 양 옆으로 진득한 눈알을 굴려가며 나의 몸과 얼굴을 천천히 살피는 그녀, 한참을 그렇게 살피더니 그녀는 다시 시선을 돌려 나와 눈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또다시 천천히 입 꼬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썩은 살과 함께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턱을 천천히 움직여 대는 그녀, 입 주위의 너덜대는 살 조각 때문인지 가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 같기도 한 그녀는 이내 목구멍으로 싸늘한 한기와 함께 말을 내뱉었다. “널....... 잘라버릴 거야!” 순간 나는 뇌리를 스치는 공포감과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에 목구멍이 콱 막히는 듯 했다. “헉.... 헉.....” 그러자 나의 몸은 벌떡 일어났고, 주위는 잠들기 전 상황의 안전함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개그 프로는 여전히 웃음소릴 쏟아내고 있었고, 형광등 역시 불이 켜진 그대로인 것이었다. 식은땀과 함께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난 몸을 애써 가누며 가파른 호흡을 내쉬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또렷한 느낌이었고 가위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실감나는 허상이었다. 차마 현실이란 단어를 내뱉긴 두려웠지만 정말이지 생생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마치 어제의 모든 것이 그대로 반복되듯 또다시 집안 전체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를 떨며 시계를 살폈고 아니나 다를까 시간은 이제 막 네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구세요?” 무시하려 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귀청을 자극하는 초인종 소리에 마지못해 현관으로 걸어갔다. 모든 것의 반복이었다.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방문자의 대답은 없었고, 도아뷰로 본 바깥은 어두컴컴한 복도뿐이었다. 이내 난 견딜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 모든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 했다. 제발 이 다음 순서도 어제와 같기만을 바라며, 퍼즐 따윈 맞아 들어가지 않아도 좋으니 문을 열면 아무도 없고 또다시 어제처럼 그 옆집 남자가 나와 주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난 이상한 바램과 함께 문을 확 열어젖히며 복도를 살폈다. 그러자 센서등은 캄캄한 복도에 나의 존재가 처음인 마냥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놀랍게도 옆집 남자가 문을 열며 나오고 있었다. “안녕 하세요?” 하고 나는 너무도 반가움에 남자를 보자 버럭 인사부터 건넸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어제와 사뭇 달랐다. 갑작스런 인사에 조금 놀라더니 이내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치 지금 이곳에 나의 존재가 못마땅한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항상 그렇게 나와 있나요?” 이내 남자는 그 못마땅함을 강하게 드러냈다. “아... 그... 그건 아니구요, 우연히 자꾸 이 시간에 나오게 되네요.” “.........” “일찍 일어나셨네요, 오늘도 쓰레기 버리러 가시나 봐요.” “그렇죠, 뭐” “네.... 저기 그럼....” 건조한 남자의 태도와 싸늘한 눈빛에 나는 얼른 자리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붉은색의 숫자가 머리 속을 번뜩 지나갔다. “저기, 오늘은 일요일인데....” “그렇군요.” 괜한 말을 내뱉은 걸까,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자의 표정은 더욱더 경직되었다. 이내 나는 무언가 큰 실수를 한 사람처럼 서둘러 눈치를 보며 집안으로 들어와 버렸고그리고는 현관에 기대어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째 기이한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 남자의 행동이 오늘따라 왠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공포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내가 겪은 이 모든 것들이 저 남자에 의해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란 섬뜩한 상상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현관 너머로 작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곧 그 소릴 관찰하기 위해 조심스레 도아뷰에 눈을 맞췄다. 그러자 렌즈 밖으로 이웃집 남자가 서성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 무언가 결정을 못 내린 사람마냥 제 자리에서 작은 움직임만을 반복해대는 남자, 그는 곧 벨을 누를 것처럼 손을 올리더니 이내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의 집 쪽으로 향했다.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는 현관에 기대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쳐가는 표정이지만 그의 얼굴에 살기가 드리워진 걸 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그녀와도 같은... 날 잘라 버릴 거라는 말을 내뱉은 그 이상한 존재와도 같은 그런, 그런 느낌이었다. - “아냐, 엄마... 괜찮아, 아니 그냥 일요일인데 뭐하나 해서... 응, 지금 마트에서 이래저래 먹을 거 고르고 있는 중이야. 응.... 아 친구 왔어, 알았어... 아냐 다음에 통화하지 뭐, 아니 별일은 무슨.... 응 끊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괜한 일로 걱정 시켜드리기도 싫고 또 막상 시간이 지나니 쓸데없는 신경과민 같아서였다. 그냥 무심히... 그저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새집맞이 라고 생각해버리며 모든 걸 다 합리화 시켜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은 장을 봐서 맛난 걸 이래저래 만들며 시간을 보내보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 괜히 집에 틀어박혀 시간만 죽이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뭐부터 살까? 뭘 해먹으면 좋을까? 그렇게 난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점차 즐겁고 바쁜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모든 제품코너를 다 외울 정도로 한참을 둘러본 후 난 포크커틀릿을 만들기 위해 버터와 빵가루, 후추, 오렌지 주스 등을 샀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돼지고기를 사기위해 정육코너로 향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밝은 생각들을 하다보니 어느덧 새벽의 일 따윈 머릿속 깊숙이 처박혀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저기, 돼지고기 한 근만 주세요, 돈까스 만들어 먹을 거니까 비계 없는 걸로 적당히 좀 잘라 주시구요” 하고 나는 정육점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네, 금방 드릴께요” 두툼히 먹기 좋은 고기 살을 골라 날카로운 기계로 잘라대는 정육점 직원, 그런데 순간 나는 생각지도 못한 공포와 직면하며 또 다시 놀란 동공을 치켜떠야만 했다. “슥........ 스윽.........” 고기 덩어리가 잘려나가는 소리, 날카로운 칼날에 의해 고기 살이 잘려대는 소리, 그 소리가 마치 내가 밤마다 들었던 그 소리를 연상케 했다. “스윽.............. 슥.............” 아니 그 소리와 일치했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분명 무언가를 잘라내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또다시 급속으로 머릿속을 채워가는 공포감에 온몸을 떨어야 했고, 급기야는 귀를 틀어막으며 시선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주위의 또 다른 정육코너와 생선코너의 칼놀림들이 더욱더 크게 나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의 머릿속은 폭발했다. 이내 펑하니 폭발하듯 새벽의 기억들을 뒤죽박죽 쏟아내더니 강하게 소용돌이 쳐버렸다. 그녀의 얼굴... 그녀의 입김...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눈동자... 그 소리... 그 시간... 그 사람의 행동.... “손님” “저기, 손님...... 손님!!” “?!” “여기 고기 나왔습니다.” “아.... 네.. 네....” 나는 고기를 받아들고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걷기 시작했다. 머릿속의 복잡함과 귀속에 날카롭게 맴도는 그 소리를 잊어보려 정처 없이 걸어댔다. 마트를 나와 신호등을 건너 휴일오후 들뜬 사람들 속을 헤치며 계속해서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댔다. 그리고는 한참의 혼란 속에서 멍하니 발이 멈춰진 곳은 공교롭게도 내가 이사 온 빌라 앞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마치 무언가에 씌인 사람 마냥 초점 없는 눈빛으로 빌라를 응시하고 있던 나, 그런 나 에게 8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부딪혔다. 손에는 푸른색 물감을 잔뜩 묻힌 채 미안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아이, 나는 그저 물끄러미 아이를 보았고, 그 애는 곧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또래의 남자아이가 역시 손에 물감을 묻힌 채 여자아이를 잡으려 달려오고 있었다. “야, 너 거기서” “됐어, 이제 그만해, 재미없어!” “싫어! 나만 당하라구! 거기서!” 서로가 서로의 몸에 물감을 묻히는 장난을 치는 듯 그렇게 멀어져 가는 아이들, 나는그 소리에 무너졌던 현실감을 되찾으며 다시금 빌라를 바라보았다. 처음 이사 올 때의 느낌과는 다르게 너무도 무섭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빌라,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나의 느낌이 과연 사실일까 하고 생각했다. 무섭고 괴기스러운 경험 이긴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몸에 해가 된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새벽의 상황재현과 발길돌림을 반복한 후 이내 크게 이를 악물고는 빌라 안으로 들어섰다. 한번 더... 한번만 더 확실한 체험을 위해서였다. 정말이지 진짜 그런 위협적인 존재인지 아님 한여름 밤의 이야기 꺼리로 좋을 단순한 허상인지 이 둘 중 하나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출처] [무서운 이야기] 방 2부 | 오유 __________________ 아니 확실한 체험은 무슨 확실한 체험이야 그냥 방 옮기자 ㅠㅠ 물론 방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난 진짜 이틀이나 연달아 저런 일을 겪으면 저기선 잠도 못 잘 것 같은데 말이야 후 내일이 마지막 편이 될 거야 우리라도 편하게 자자 좋은 꿈 꾸고!
퍼오는 귀신썰) 신기있는 외할머니 이야기
오늘도 짧은 이야기! 후딱 볼까? ㅎㅎ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_________________ 이 글은 예전에 제가 아마에 올렸던 글이에요.. 근데 여기 올리면 딱일거 같아서... 지금부터 친구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겠소 친구 외할머니가 어릴때부터 좀 앞날을 미리 알고하는 능력이 있었다고해요.. 뭐 손님이 연락없이 와도 미리 올것을 알고 음식 준비를 하거나.. 그 외에도 마을 일을 소소히 미리 맞추거나 그랬다고 하오.. 하지만 그런 능력이 남에게 손가락 질 받을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오... 근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실때가 되니깐 자신을 임종을 미리 알고 차곡차곡 준비를 하시었소.. 그리고 밤에 주무시듯이 숨을 거두셨다고 하오.. 그리고 본좌 친구의 언니가 결혼할때가 되어서 중매를 보게 되었소.. 나이가 28살이라서 좀 급한 맘이 있었다고 하오.. 근데 중매를 봤는데 넘 괜찮은 남자가 나왔다고 하오.. 인물, 능력,집안 ,돈,.성격.. 뭐 하나 빠지는게 없었다오.. 그래서 이 친구 집에서도 안 그래도 급했는데 또 친구 언니 나이도 있고 해서 조금만 괜찮아도 그냥 혼사 치를 작정으로 중매를 나가곤 했는데 .. 늦바람에 이런 괜찮은 사람이랑 연결되었다고 마니 조아했소.. 그리고 그 남자 집에서도 이 언니를 좋게 보고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게 되었소.. 그 즈음 친구집에서는 .. "**(언니 이름)이 착해서 이런 복이 왔다,,잘 됐다.." 이런 말들이 수도 없이 오갔다고 하오.. 근데 그 남자 집안과 구체적으로 결혼 이야기가 오간 그 날 밤에 친구 어머니가 꿈을 꾸었는데.. 어머니가 옛날 외할머니가 사시던 외갓집 큰 앞마당에 서있고 외할머니나 몹시 무서운 얼굴로 아주 큰 마당 쓰는 빗자루로 어머니를 몹시 때리는 꿈을 꾸었다고 하오.. 이 결혼은 안된다 절대 안 된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거의 천둥 소리 같은 고함을 치면서 어머니를 그 큰 빗자루로 온 몸을 사정없이 때렸다고 하오.. 근데 이꿈을 꾸고 나면 어머니는 온 몸이 진짜 밧자루에 맞은 것처럼 삭신이 쑤시고 그랬다고 하오.. 친구 어머니도 꿈이 걸렸지만 상대방의 자리가 넘 좋고 언니가 나이도 있기에 이 자리 놓치면 이보다 더 조은 자리를 못 구할꺼 같아서 그냥 일을 진행시켰다고 하오,, 근데 밤마다 어머니가 이런 꿈을 꾸고 점점 더 그 강도가 세졌다고 하오.. 그래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함 들어오기 전날이었소.. 그날 어머니 꿈에 외할머니가 아주 무섭고 섬뜩한 얼굴로 나타나시더니 외갓댁 앞 마당에 큰 고무 다라이를 갔다놓고 거기에 물을 가득 채우더니 어머니 얼굴을 거기 막 밀어넣으면서  "지 새끼 죽일려고 하는년!! 차라리 니가 죽어라!!! 이 결혼은 안돼!! 차라리 니가 죽어라!! 앞날도 모르는 년!!" 이런 식으로 욕을 하면서 막 어머니 머리를 거기 밀어넣고... 꿈이었지만 정말 죽일듯이 그랬다고 하오.. 그 담날 함이 들어오고 문제는 함이 들어오면서 그 신랑이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을 크게 다쳤다고 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어머니도 꿈도 있고 ..해서 결혼을 미루는 척 하면서 파혼을 했다오..그 후로는 한번도 그 꿈을 꾼 적이 없다고 하오. 그 후에 그 언니한텐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가 들어와서 결혼을 했다고 하오.. 그러면서도 그 어머니는 그 자리를 아까워했다고 하오. 그러다가 한 일년정도 지나서 친구 어머니랑 친구 언니가 백화점에 갔다가 예전 그 중매쟁이를 만났는데 어머니가 아쉬운 맘에 예전 그 중매 상대 남자가 결혼은 했는지.. 뭐 어떻게 되었는지 .. 소식을 물어보았다고 하오.. 근데 그 중매쟁이 왈,, 그 남자도 파혼 후에 워낙 자리가 괜찮다 보니 바로 괜찮은 여자 집안과 연결되어 결혼을 했다고 하오.. 근데 그 새댁이 결혼 한지 10개월도 안되어서 그 신랑한테 맞아죽었다고 하오.. 그 남자가 의처증에 심한 폭행을 상습적으로 했다고 하오.. 근데 어떻게 죽었냐면 그 남자가 색시를 때리면서 나중에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여자 머리를 거기다 넣었다 뺐다하면서 괴롭혀서 과도한 폭행과 익사 쇼크에 의해 죽었다 하오... 정말 이 얘기 친구 한테 듣고 무서워 죽는줄 알았소 [출처] 마이클럽 _______________________ 암만 결혼을 시키고 싶었다 쳐도 할머니가 저렇게 말리는데 함이 들어올 때까지 밀어 붙인 것도 대단하다 정말. 왜 이렇게 다들 자식들 결혼을 못 시켜서 안달인지 모르겠네... (괜히 다른데서 발끈ㅎㅎ) 글쓴이의 언니는 할머니 덕분에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돌아가신 다른 여성분 너무 가엾다 ㅠㅠ 폭력이 동반된 의처증이라니... 사람 진짜 조심해야 돼 다들!
퍼오는 귀신썰) 대체 어디서부터 홀렸던 걸까?
이번주는 정말 정신없이 보낸 것 같아 항상 하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정말 이번주는 금세 금요일이구나 감회가 새로울 정도로 ㅎㅎㅎ 너무 피곤해서 매일 몽롱한 채로 보냈거든 어떻게 하루하루가 갔는지도 모르겠다 간을 좀 챙겨야 할 시기인 것 같아 다들 더 나빠지기 전에 건강 챙기길! 오늘 이야기는 정말 숨도 못 쉴 뻔 했어 뒤로 갈수록 급박한 전개가... 으... 심호흡 하고 같이 시작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 철책에 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비가 엄청 오던 때 였습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전방에서의 폭우란 어떤 느낌인지 전달하기가 굉장히 힘드네요. 뭐랄까.. 음.... 우리가 동네에서 보는 비오는 날 밤 가로등 밑은 어떤 별다른 느낌이 있던가요? 별로 무섭지도 않죠? 그런데 전방에서 철책과 나란히 서있는 투광등을 보고 있노라면 동네 전봇대 가로등과는 그 느낌이 엄청 다릅니다. 투광등을 넋놓고 보다가 밑을 보면 왠지 그 아래 있어서는 안 될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헛것을 보는 순간입니다. 멍하니 눈을 풀어 놓으면 말이죠. 또는 밖에 있을 때 보다 방안에 혼자 있을 때. 어느것에도 집중하고 있지 않는 특히 자다가 께었을 때 정도 랄까요?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사물에 대한 인식력이 부족한 완전 무방비한 상태가 그 때 라고 생각되네요. 만약 자다 깨어 멍 할때 폭우를 뿌리는 어두운 하늘이 갑짜기 번쩍 주위를 때리면서 약 5초 뒤 흐르는 폭발음을 내면, 괜히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 소름이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주위 빗소리가 굉장히 사무치게 흐느끼는 여자 울음 소리 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게 전방에서의 폭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쪽은 철책이 세겹으로 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끝도 없을 것 같은 풀숲 뒤로는 완전히 암흑이 되어버린 숲속... 비는 계속 내리고 빗소리에 잠겨 주위는 항상 산만합니다. 그러다가 번개라도 치고 천둥이라도 치면 사수와 부사사는 침묵속에서 어느정도 두려움을 느낀답니다. 대화요? 그런게 될리도 없습니다. 그저 빗속에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시간아 빨랑 가라만 끊임없이 외치고 있죠. 그럴때는 어디 한 곳도 뚫어지게 쳐다도 못 봅니다. 멍하던 어느순간 상상속의 무엇이 나와 시선을 마주하기 때문이죠. 심리적으로 굉장히 약해져 있을 때, 바로 그 때 마음속 어둠의 문을 두드리는 방문객이 찾아오죠.... 그 날도 엄청나게 쏟아붓던 날이었습니다. 저녁때 부터 자정까지 근무를 선 근무자랑 교대를 하기 위해 막사를 나서면서, '아 옘병 총 다 젖겠네....' 하는 짜증을 내고 있었더랬죠. 총기 닦는 것 정말 귀찮거든요. 그리고 목에 감기는 축축한 공병우의의 느낌... 언제나 싫었습니다. 순찰로를 따라 근무를 서야 하는 초소로 이동하자니, 발밑은 완전히 진흙이 되어있어서 전투화를 걱정해야 하는 짜증까지 겹치고 있었죠. 벌써 전투화 밑바닥은 피자 한판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전 근무자랑 교대를 하고, 근무를 서다 첫 밀조이동이 시작되었답니다. 진흙밭을 피해가며 겨우 다음 초소에 다다르고 난 후 근무자를 밀어내고 들어섰을 때가 아마 3시 반정도? 되었을 때 였습니다. 한 10분 지났을까요? 축축함이 짜증나 초소안에 들어서자 마자 철모를 벗고 옷을 추스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새하얗게 될 정도로 번쩍! 하더니 곧바로 천지 사방이 새까만 어둠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답니다. 눈앞에 보이던 투광등 불빛도 거취된 총기도 초소안 풍경도 완전 칠흑으로 변해버린 것이었죠. 갑자기 벌어진 일에 이게 뭔가 라고 생각하면서, 당황함을 맛보는 그 때, '콰쾅!!' 하는 정말 고정포(고정된 탱크의) 소리같은 천둥이 약 3초간 이어지자, 온몸에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면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끔 하더군요. 멍하니 있을 때 누군가 '워' 하고 놀래키거나, 대형 트럭이 '빠앙' 하며 옆으로 지나갈때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가는 그런 거라 할 수 있겠네요. 어둠속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심장을 통째로 들고 흔드는 듯한 굉음과 더이상 완벽함이 없을 어둠. 아주 박자가 제대로 맞아 돌아가더군요. 지금 당장 눈을 감으면 느낄 수 있는 어둠은 약한 마음을 충분히 더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런 어둠이.. "박병장님!" "왜!" 부사수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가더군요. "투광등 다 나갔는데 말입니다." "알아!" 아마 조금전 번개가 투광등을 직격 한 것 같았습니다. '하필 내 근무때 이 지랄이냐...' 그때였습니다. '뚜' 인터폰이 울리더군요. 순간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왜냐면 전기가 다 나갔을 텐데 저건 어떻게 울리나 하는 생각에 정말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가더군요. 인터폰은 삐삐선이란 것으로 연결되어 별도의 건전지로 운용되는 것이었거든요. 정전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해둔건데 그 땐 얼마나 당황했던지 보이지도 않는 인터폰을 발로 차 버릴뻔 했지 뭡니까... 가만히 보니 인터폰의 빨간 버튼이 희미하게 보여서 그 때서야 '아~' 하는 제정신을 잡았던 거죠. '각초소 지금 다 있냐?' 소초장의 목소리였습니다. "병장 박xx. 소초장님 저 여기 있습니다." '아 그래. 다른 초소는 안 들리냐?' 그렇게 몇번을 부르고 나서야 세개 초소의 모든 근무자가 응답을 했을 때 였습니다. '지금 내가 후레쉬 가지고 밖으로 나갈테니 일단 전부 k3(기관총) 만이라도 확실히 챙기고 있어라.' k3고 나발이고 그 때는 온다는 소리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만약에 그당시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귀신일 겁니다. 사람이라면 그 때 평정심은 커녕 울며 소리치지 않으면 다행일겁니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온갖 공포에 울고 싶을 지경이었지요. 도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로선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하고는 상상도 하기 힘든 그런 공포라고 단언하네요. 여튼.... 온다는 소초장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정말 억겁의 세월만큼 길게 느껴졌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는 어둠이 어떤 느낌인지 창고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한 번 느껴보심이 좋겠네요. 밖에서 잠그라 그러고 혼자는 못 나가게끔 되어있을 때 무서움을 떠올려 보세요. "박병장님." "왜?" "지금 이대로 철수 할것 같습니까?" ".........." 솔직히 전방에서 근무자가 없는 완전 철수란 들어본적도 없는 경우였거든요. 바로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뭐가 보여야 근무를 서지....투광등 들어올 때까진 철수 할것 같다." "그렇겠지 말입니다." 부사수 놈 목소리도 이미 맛이 갔었더랬죠. 바들바들 떨고 있는게 어둠속에서도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저만치에서 부사수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위치는 대충 감으로만 느끼고 있는지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저 놈이 내 부사수 맞는가....?' 하는 생각이요.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몰라도,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 두려움은 그 때 부사수의 존재 마저도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수위였죠. 그 때 였습니다. '지직' 하는 소리가 왠지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동시에 정말 새하얀 불빛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는 삽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빛의 잔상이 아직도 눈에 '지잉' 하고 남아있는데 '콰쾅!!' 하는 천둥소리가 심장을 사정없이 후려 갈기더군요. "아악!!!!!!!" 대비하지 못한천둥소리에 혼이 빠져 나갈 것 같은데, 부사수놈의 비명소리까지 겹치니 욕이 저절로 튀어나가더라고요. "닥쳐! 사내새끼가!" "바..박병장님! 보셨습니까?!" "뭘!?" "아아악!!" 저는 천둥소리 따위보다 부사수놈이 기절할 듯 놀래는 목소리가 더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야이 새끼야! 뭐야!!" "바...박병장님 저기서 뭔가 오고 있었습니다." "뭐!?" 온몸에 소름이 타고 올라왔습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오긴 뭐가 와! 소초장 아냐!?" "아..아닙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소초장이 올려면 아직 더 있어야 했습니다. 어둠속에서니 당연히 더 늦을 것이었고요. "뭘 본거야 이새꺄!! 이렇게 꺼먼데 뭐가 온다고 지랄이야!" 또 그 때였죠. 번쩍하는 새하얀 풍경 안에 제가 서 있는 초소의 입구가 보이고 그 밖 바로 서 있는 부사수와...... 그리고 무언가... "!!!!!!" 아마 전 제 상상속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사수도 같이 보고 있는게 아닌가요... 새하얀 배경이 다시 어둠으로 바뀌면서 곧이어 천둥이 치고 그 소리 사이로 저는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철컥' '탁' 분명히 총의 일발장전 하는 소리였죠. "뒤지고 싶냐!! 이 새끼들아!!" 부사수의 고함이 사방에 울렸습니다. 광기어린 부사수의 목소리는 사무친 무엇을 느끼게 하는 공포를 느끼게 해 주었었죠. 그의 안중에는 고참따위는 이미 없었던 겁니다. 저는 그저 공포에 질려 살기위한 그의 외침을 그저 듣고만 있었어야 했습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저 총구의 방향이 저를 가르킬 것 같았으니까요. "야! 지랄하지 말고 이 안으로 들어와!"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우리 죽을 지도 모릅니다." "야이 새끼야!! 빨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그 때서야 더듬더듬 하고 부사수가 들어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거기서 좀만 더 늦었더라면 더 큰 사고가 났을 거라 생각되네요. 엄청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광기에 휩싸여 총을 든 놈이 뭘 할지 상상하는 것은 정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함이었죠. 저도 대단했던게 평소대로 후임 다루듯 제정신 돌려놨으니 저도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그렇게 둘이 서로 공병우의의 감촉을 느끼자 옆에 딱 붙어서 아마 문쪽이라 생각되는 그쪽을 향해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박병장님...이 총 지금 실탄 장전되어 있습니다." "........" "저 이번에도 보이면 쏴 버릴지도 모릅니다." ".....지랄마라. 군생활 꼬이고 싶냐?"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 차마 못 봤다고는 못 하겠더라고요. "우리 쫄아서 헛거 본거야. 갑자기 밝아지니깐 상상속에 잔상이 보인거겠지라고 생각해." "보신거지 말입니다...." "......." 그 때 였습니다. 후레쉬 불빛이 바닥에 이리저리 뒤엉키는 것을 본것이. "야 박병장 안에 있냐!" 정말 너무나도 반가운 소초장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그렇게 달게 들리긴 정말이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습니다. "소초장님 여깁니다!!" 어둠속을 손의 감각만 의지하고 더듬더듬 문틀인가를 잡고 밖으로 나설 때 였습니다. '지직' 온천지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번갯불. 그리고.... 눈앞에 까지 다가온 그것을 보니 심장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악!" 진짜 정신을 겨우 잡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그때도 생각한건데요.. 상상하던 무엇을 찾던 제 눈이 홍채 안으로 들어온 번갯불을 핑계삼아 상상의 잔해를 그려냈다 라고요.... 하지만 저만 본게 아니었으니 그야말로 극악의 공포 였던거죠. "야! 박병장! 야!" 넋이 나가 있었나 봅니다. 귀싸대기를 한 대 후려 맞고서야 정신이 돌아 왔다고 하더군요. "야임마!" 어느새 눈앞에는 소초장이 후레쉬 불빛을 받으며 서 있더군요. "야 니 부사수 어디갔어!" "예?" "니 부사수 말야!" "아...저랑 같이....그런데 방금전에 못 보셨..." 갑자기 장전된 총을 든 그의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머릿속에 번갯불이 치더군요. 저는 뭐에 홀린듯 소초장의 손에 들린 후레쉬를 뺏어들고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보았드랬죠. 그 때 였습니다. "소초장님 저기 보십...." 목소리는 전령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 안 건지 그 어둠 속에서 전령이 가르키는 후레쉬 방향으로 반사적 움직임을 했더랬죠. 시선이 먼저 돌고 후레쉬 불빛이 제 시선을 뒤이어 따라왔을 때 무엇인가가 보이더군요. 빗발이 세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봤습니다. 순찰로 저만치 철책에 매달려 도마뱀 처럼 기어오르고 있는 제 부사수의 모습을요. "야! 저새끼 잡아!" 소초장이 소리를 침과 동시에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달렸을 겁니다. 바로 뒷편에 소초장이 따라 달리는게 느껴졌고요. 저는 철책으로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몸을 날려 부사수의 등을 잡고 몸을 실어 끌어내렸습니다. 그 때문에 비추던 후레쉬가 저 만치 나뒹굴고 뒤따라 달렸던 전령이 부사수의 얼굴을 비추었을 때, 눈이 뒤집혀 흰자위만 있는 부사수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정신인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드랬죠. 정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저항도 못하겠더군요. 그냥 공포에 질려버린다는 게 바로 그것이었을 겁니다. 옆에 있던 소초장은 부사수의 철모를 연신 내리치면서 정신을 차리라고 다그쳤고 부사수는 '에' 하는 낮은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죠. 사태가 그렇게 되니 소초장은 뭔가를 느꼈는지, "야 등에 업혀봐!" 라고 소리쳤고,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부사수를 끌어당겨 소초장 등에 걸치듯이 밀어 붙였습니다. 소초장은 등에 닿은 느낌을 받았는지 바로 일어서서는 정말 그 어둠속을 천리마 처럼 달려나가더군요. 저는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길을 후레쉬로 비추며 달려나가는데 정말이지 인간이라고는 바로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속도는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 어두운 빗속을 축쳐진 사람을 업고 그렇게 달리기는 힘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하물며 땅은 진흙에 잘 보이지도 않는 굴곡이었는데... 저는 따라 달리느라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모르고 그냥 달려나가다가 숨이 차오르는 걸 느꼈을때 저 만치에서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후레쉬를 비추어 봤지만, 그 넓은 어둠을 뚫고 닿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근처 사물이 약간 눈에 익은 것들로 보이니, 막사 근처까지 왔다는 걸 알 수가 있었죠. 그렇게 거의 다 왔다고 느낀 순간.... 저는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등을 '쏴' 하고 훑고 올라가는 소름.... '씨발 내 총..........' 안그래도 캄캄했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등에서 뭔가 쏴 하고 올라오는데, 돌아본 방향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고개가 뒤로 돌아가더군요. "저기...소초장님." "왜!" "저 총 두고 왔지 말입니다." "뭐?" "지금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하지만 내심 다른 기대를 했었더랬죠. '지금은 어두우니깐 투광등 복구 되면 갔다와.' 라고요. 하지만... "빨리 튀어 갔다와!" 신나게 같이 달리는 중이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더라고요. 소초장의 후레쉬 불빛이 저만치 언덕길을 올라가는 듯 시선보다 높은곳에 약간 흔들리는게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어둠속에서라면 더 멀리까지도 보였겠지만, 엄청 쏟아붓는 비에 시야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죠. 뭐 불빛이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정말 미미한 빛 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시야에서 사라지는 건 순식간 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초장이 사라진 방향을 저는 손에 쥔 후레쉬를 넋놓고 바라 보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지만 역시나 눈앞에 가져다댄 손바닥도 후레쉬가 없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만 저를 반기고 있죠. 이미 옷은 안봐도 뻔한 만신창이에 속옷까지 젖은 느낌과 질퍽거리는 전투화 속 발가락...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가져온다고 말하긴 했는지 소초장의 반응은 정말 예상 외라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거기에 좀전에 심장이 떨어질것 같은 경험을 한지라 더더욱 뒤로 돌아가기가 망설여 졌습니다. 다시 가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하니 뭔가가 또 어둠속에 꿈틀거리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허헛!!"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말에 기절 할 뻔 했습니다.. 옆에 서있던 소초장 전령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었죠. "놀래라! 야 너 안갔냐?" "소초장님이 같이 갔다오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앙? 언제?" "먼저 달리시면서 그러셨는데 못 들으셨습니까?" "........."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었죠. 저는 그때서야 후레쉬를 들어 전령의 얼굴에 가져다 대봤습니다. 제가 약간 위에 서 있었는지 철모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사이로 전령의 코와 입이 보였습니다. 추위에 질린 듯 입술이 퍼렇게 보이더군요. 아마 저도 그 꼴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야 후딱 가져오자. 더 있다간 정말 미쳐버리겠다." "예." 선 자리 그대로 딱 뒤를 돌아 후레쉬를 바닥에 비추며 한 걸음 내딪었습니다. 계속 된 비에 체온을 많이 뺏겨서인지, 아님 무슨 다른 이유인지 몸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오한이 제 몸을 쭉 훑고 지나가더군요.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며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니미...왜 그런게 보였을까...' 정말 소름이 가시지를 않고 계속 타고올라와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더군요. 뭐가 제대로 보이기를 하나 그저 후레쉬 하나 의지하고 저 암흑을 다시 뚫고 지나가자니, 용기는 이미 바닥이 나서 아무리 끌어올리려 해도 시동도 안 걸리고... 괜히 후레쉬가 중간에 꺼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어둠에 고립된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겁니다. "야..너 후레쉬 예비 갖고 있냐?" "없습니다." "......건전지는?" "그것도 없습니다." "........" 그 때 뭐랄까...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새끼는 왜 이렇게 침착하지....' 이런 생각이 돌연 지나가는 것이었죠. 이등병답게 자세라곤 하나도 안나오는 큰 철모를 쓰고 있어서, 녀석의 얼굴 반은 가려진 상태였습니다. 코와 인중 정도만 시선에 잡힌다고 할까... 말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그 침착함이 너무 꺼림직 할 정도 였죠. 불평 한마디 안하고 제 뒤를 따라서 오고 있었는데, 정말 숨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인기척 없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빗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 위안해 봤는데 그럴 수록 자꾸 어거지 같은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 힐끔 거리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음을 느리게도 해봤었죠. 그래도 오래는 신경쓰지 못한것이 발밑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걷기에도 정말 많은 신경이 필요했었습니다. 주위는 그저 암흑. 오직 보이는 건 전령의 발과 저의 발. 진흙으로 뒤덮혀 이제는 거의 노란 장화같은 느낌을 주는 만신창이가 된 전투화. 도저히 안되겠어서 저는 거의 기는 것같이 해서 철책까지 닿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철책쪽으로 걸으면 위치 파악도 쉬울 것 같았고 진흙밭에서 더 고생 할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해서였죠. 그 때 였습니다. 간신히 철책에 손을 닿게 되어서였는지 힘을 세게 준것이 그만 청각석(철조망 사이에 끼워놓은 돌 - 적 침입 시 철조망이 충격을 받으면 떨어지게끔 해놓은 돌)들이 우르르 떨어지게 만든거 아니겠습니까? 그 소리에 얼마나 놀랬는지,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타고 올라오는 소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그런데 더 무서웠던건 분명 거기가 언덕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10개에 가까운 돌들이 제쪽으로 우르르 굴러 오다 제 발에 막혀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흐억!" 저도 모르게 뒷 걸음 질 치며 굴러온 돌들을 발로 차 버렸습니다. "아 씨발 놀래라. 너 방금 봤냐?" 저는 너무나 놀래 전령을 돌아보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뭐?" "........" 그 때까지도 굴러온 돌들에 후레쉬를 비추고 있었던 건 제가 아니라 전령이었던 거죠. 바닥에 반사된 약간의 빛으로 전령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시야 안에서도 그녀석의 표정은 굉장히 창백하고 멍했다라는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네요. 무표정이라는 말로는 좀 표현에 한계가 있다 할까요? 그냥 표정이 없는....사람이 지어 낼수 있는 표정이 아닌 그런? 그 때 였습니다. 전령놈이 휙 돌아서더니 앞으로 스윽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뭐라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건지 그냥 따라 돌아서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하다보니 후임이 제 앞장을 서는 모습이 되었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 계속 느껴져오던 위화감이 사그라드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말로는 표현을 해야 겠는데 굳이 하자면 바뀌었던 무언가가 원래대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저는 전령의 등에 후레쉬를 비추어 본 다음 나아갈 길 앞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았더랬죠. 그렇게 한 2분을 걸었을까요? 제 발걸음을 인도하는 불빛 안으로 후임의 발이 사라진 것을 느꼈을 때 였습니다. 그는 이미 저만치 나아가고 있었죠. 그 모습을 보니 좀전부터 느껴졌던 위화감이 사그라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제 발걸음도 느려졌습니다. 그때서야 알 것 같더군요. 왜 그토록 소름이 돋고 위화감이 끊임없이 솟구쳤는지... '....저놈 전령이 아냐...' 순간 공포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딱 그 때 어떻게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령이 저를 향해 돌아서는게 보여...아니 느껴졌습니다. "으아아아아!!" 본능이 지르는 절규가 터져나갔습니다. 선자리에서 돌아서자 마자 미친듯이 뛰었죠. 앞이 보이고 말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후레쉬를 손에 들었는지 어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꿈이었으면 그 어떤 소원도 필요없다고 맘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넘어지고 구르기를 몇번을 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뭐에 부딪히고 깨졌는지 가끔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암흑속을 미친듯이 달린 기억밖에 없네요. 총 같은 건 이미 신경에서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그냥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 미친듯이 치고 올라왔죠. 그래도 그 와중에 후레쉬는 손에 들고 있었나 봅니다. 급경사의 계단이 보였어요. 본능이 느낀건지.....저는 달리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서 약 3미터 정도만 그렇게 뛰었더라면 아마 굴러서 50미터가 넘는 계단을 곤두박질치고 죽었을지도 몰랐으니까요. '여기만 올라가면 된다.' 내려가는 계단이 시작되는 바로 옆에 오르막 계단이 바로 소초로 이어지는 철수로 였습니다. 바로 튀어올랐죠. "헉...헉...." 숨이 목까지 차 올랐습니다. 다리에 힘이 조금씩 풀리는게 느껴졌었죠.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놈이 날라오듯 따라 오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발이 없이 붕 떠있는 그 모습만 계속 상상 되었습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는 희망하나로 미친듯이 튀어올랐습니다. 그 때 였죠. '팟' 하는 느낌과 함께 주의가 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투광등이 복구가 된 것이었죠. 살았다라는 안도의 숨이 새어나왔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저도 모르게 울게 되더라고요. 미간이 찌그러지면서 눈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흐흑..살았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얼굴을 한 번 훔져내고, 잠깐 멈췄던 뜀박질을 계속 하기 위해 저는 앞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아아......" 올려다 본 순간 입 버릇 처럼 튀어나오는 한숨... 그 놈이 저 앞에 서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총 안 가져가시고 어딜 그렇게 가시는 겁니까?" 한손에는 K3 한손에는 아마 제 총을 들고 서서는 저를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아아아아악!!"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놈은 상관 없다는 듯이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아아아아악!!" 악에 가까운 비명이 더 세게 튀어나오더군요. 정말 어떻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원망하며 저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비명만 지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님!!" 뭔가 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비명 지르기를 멈추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박병장님!!!" 저만치 고가 초소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고가초에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살려줘!!!!" 살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절규.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에 단 한 번 외쳐본 단어입니다. 그 바램이 닿았는지 앞을 쳐다보니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막사 안으로 들어섰을 때...모든 소초원들은 저를 보고 놀랜 눈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이게 도대체...." 다들 이와 같은 반응이었죠. 저도 그때서야 제 몸을 살펴보았습니다. 걷어 올린 팔에는 정말 커터 칼로 수십번도 더 그은 듯한 상처들로 가득했고 상의와 하의는 넝마라고 할 정도로 찢어져 있었습니다. 오른쪽 허벅지 천은 안쪽으로 주욱 찢어져서 펄럭 거리고 있고 전투화는 뭐 말도 할것 없거니와 거울로 보니 목이며 얼굴에도 상처가 수도 없었습니다. 손톱은 다 깨지고 갈라지고, 손바닥은 그 때까지도 피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철모는 완전히 돌아가 거의 거꾸로 쓴 것 같이 되어있고, 탄띠도 거의 풀어헤쳐져서 주머니가 다 열려있었죠. 그나마 다행인게 수류탄 하고 탄창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특히 손등하고 이마에 상처가 깊었는데 나머지는 거의다 사라졌지만, 손등에 있는 흉터는 아마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만큼 깊게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저를 실제로 보거든 손등의 상처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내....총은?" "아 총 여기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뒤 따라 들어오던 고가초소 근무자가 침상위에 올려놓은 총을 가르켜 보였습니다. ".........."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울컥함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 건지...총에는 빗물 말고는 아무것도 묻어있는것 없이 깨끗했습니다. "박병장 어떻게 된거야?" 소초장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어왔습니다. "소초장님 저 총 찾으러 간다고....." "총?" "아까 제 부사수 업고 뛰실 때 말입니다. 거의 다 와서 제가 총 찾으러 간다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부사수? 내가 왜 부사수를 업고 뛰어?" "예? 아까 쟤가 정신을 잃어서 말입니다." 저는 저를 바로보고 있는 부사수를 가르켜 보였습니다. 그에 부사수는 제가? 라는 시늉을 해보이며, 의아하게 쳐다보더군요. "임마 무슨 소리야? 너가 K3 챙겨온다하고 후레쉬 달래서 초소 안으로 들어갔잖아?" "예?" "그러고 총 챙겨나와서 우리랑 같이 와놓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같이 왔다 말입니까?" "뭐야 이거? 기억안나?" "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죠. "너 임마 우리 뒤 줄곧 따라오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임마!" 소초장의 얼굴은 약간의 노여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령은 어디있습니까? 그 녀석이...." "얌마 박병장!" 소초장이 제 양 어깨를 손바닥으로 짓누루듯이 탁 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소초에 내 전령이 어디있어!!" "아....." 그러고 보니 소초장의 전령은 없었습니다. 완편 인원이 편성이 되질 않아 순찰을 나갈때면 상황병을 데리고 전원투입을 하는 식으로 임시 조치만 취하고 있었더랬죠. "진짜 생각안나는 거야? 나랑 부소초장이랑 같이 너희들 데리러 나왔었잖아." "그럼 다른애들은....?" "다른애들이야 이미 철수 시켰지. 너희가 끝에 있어서 마지막이었던 거야." "........."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슬슬 오한이 올라왔습니다. 멍하게 바라보던 소총과 K3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건 어디서 가져오셨습니까?" "..........허..." 소초장이 완전히 질린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박병장님."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고가에서 봤을 때 박병장님이 손에 들고 계셨습니다." ".........뭐?"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거 들고 미친듯이 소리 지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저희가 박병장님 발견했지 말입니다." ".........." "그런데 저도 조금 이상한게 말입니다." 부사수가 흘깃 소총으로 눈을 돌리더군요. "박병장님 지금 상태는 완전 만신창인데 어떻게 저 소총만 저리 깨끗합니까? 정말 기억 하나도 안나시는 겁니까?" ".........." 멍해지더군요. 그러다 미치겠더군요.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저는 제가 겪은 있는 그대로를 소초원들 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거의 다 와서 소초장에게 말하고 돌아갔던거랑 전령이 보여준 행동이라던가 그리고 마지막에 미친듯이 달린 이야기 등등... 거기까지 들은 소초원들 모두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당연했을 겁니다. 당장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죠. "너한테 준 후레쉬는 하난데 있지도 않은 전령놈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거냐?" "........" "너 후레쉬 보고 뛰어왔다고?" "예. 구르면서도 그건 손에서 절대 안 놨지 말입니다." ".....후..." 소초장이 한 숨을 쉬더군요. "애들한테 다 돌리고 남은게 딱 두개였어. 하나는 내가 들었고 하나는 너를 준게 맞어. 그러다가 너가 소총 가지러 간다고 초소에 갔다가 왔고. 그치? 응?" "...아..예..." 기억은 전혀 안나지만, 표정을 보니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총 들고 와서 니 부사수한테...야 너 확실히 받은거 맞지?" 소초장이 돌아서 부사수에게 소리치자 바로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니가 갑자기 사라진거야!" 소초장은 그때 까지 잡고 있던 제 어깨를 놔주며 저를 바라보더군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 겁니다. 그냥 후레쉬를 손에 들고 달린것 말고는요.... 아니...들었던게 맞는건가...? "분명 불빛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 어두운데를 제가 어떻게 왔겠습니까?" "........." 모두들 할말이 없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입장과 그들 입장은 서로 모르는게 많으니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저기 말입니다." 누군가 침묵을 깨더군요. "혹시 박병장님 제논 보고 달려오신거 아닙니까?" "제논?" "그러니깐 거기까지 오신거지 말입니다." ".......아..." 머리에 커다란 충격을 입은 것 같은 번뜩함이 팟 하고 느껴지더군요. "후레쉬 불빛이라 생각했던게 그거였나....." 앞만보고 달렸던게 생각나더군요. 후레쉬 불빛인지 뭔지 저 멀리 느껴지던 빛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자면 확실히 제논이 맞았습니다. 제논이 뭔고 하니... 배트맨 보면 배트라이트 있죠? 하늘로 쏘는거... 그런겁니다. 투광등이 다 나가서 급히 제논을 가동시킨 거죠. 군용 지프에 설치해놓고 그 동력으로 운용되는 건데 그 밝기는 엄청납니다. 유사시가 꼭 정전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일들을 대비해 각 소초에는 제논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병장 오늘은 좀 쉬어라." "........" "야 상황병 구급통 좀 가져와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구급상자를 들고 오더군요. "소초장님." "왜?" "오늘 근무 세우실 겁니까?" "........" 소초장은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서있는 소초원들은 한 번 휙 둘러보더군요. 그 때까지도 공병우의를 벗지 못하고 있는 저랑 동시간대 근무자들을 보니 저보다도 불쌍해 보이더군요. "어쩌겠냐....투광등이 들어와 버렸으니..." ".....그렇겠지 말입니다..." "쯧...오늘은 좀 힘들더라도 세명씩 근무서자. 전반야 사수들 미안하지만 고생 좀 해줘라." "예 알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대답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총은......." 제가 말하자 다들 총을 바라보더군요. 그건 정말 아무도 풀 수 없는 미스테리였습니다. 어떻게 저게 내 손에 들려져 있었으며, 그렇다 한 들 저렇게 깨끗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말이죠. 어찌되었든 소란은 좀더 오래 이어졌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이 이후에 겪은 이야기가 제가 여기 와서 제일 첨에 쓴 글이지요. 리플이나 쪽지나 당신은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그런 경험을 여러번 할 수 있느냐 질문 해오시는데.... 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들에 과장이 있어서 일까요? 나이를 먹어서 피터팬을 잃어버린건지 ㅋㅋ 이제는 저런 일이 별로 안 생기네요... 물론 믿으라고 강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소설같은 재미로 보셔도 되고요. 마음에서 의심이 가면 그대로 의심하시면 됩니다. 믿거나 말거나는 각자 본능이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시면 됩니다. [출처] 어둠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걸까 언제부터... 저런 일이 있는데도 저 곳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인 것 같아 ㅠㅠ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귀신이 많은 걸 수도 있을테고. 국군장병들 모두 수고 많으십니다 흑흑 오늘은 다들 뭐해? 모두 푹 쉬는 주말이 되길! 이따 잘자고 곧 또 보자 ㅎㅎ
펌) 제가 지난 봄에 아는 언니한테 들은 실화예요.
와씨 왜 아직도 목요일이냐ㅡㅡ 진심 스트레스 만땅인 목요일.... 매콤한 공포 소설 하나 땡기시죠 자 Voyou의 공포파티 태그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hj9516 @cndqnr1726 @hy77 @yws2315 @sonyesoer @hyunbbon @KangJina @sksskdi0505 @serlhe @mstmsj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소설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잼나게보십쇼 그 언니가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귀신이라고 하더라고요. 술자리에서 듣고 술이 확 깨더군요. 그 경험을 한 게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고.. 그 언니는 양재동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데 그 회사는 10층이 넘고 꽤 큰 건물에 있대요. 큰 길 하나 건너면 큰 산이 있는 건물에 두 층을 세를 내서 쓰고 있답니다. 소문이 전엔 묘지였던 자리에 건물을 세워서 그런지 그 건물이 음기가 세다는 말을 사람들이 자주 했다고 합니다. (여자 사원들 기가 쎄다고 그런 말로 자신들을 위로하곤 했대요) 그 회사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아 주말에 나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대요. 그런데 매일 주말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당직을 세운답니다. (언니가 굉장히 불만이 많아요) 지난 1월 일요일에 언니가 당직을 서게 돼서 빈 사무실을 지키며 컴퓨터나 하던 중 다섯 시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대요. 그때 언니가 생리 중이었는데 생리대를 따로 들고 가기가 귀찮아 생리대가 들어 있는 핸드백째로 그냥 들고 화장실에 갔대요. 매일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던 곳이 너무 조용하니깐 복도를 걸어가면서도 겁도 좀 나고 하더랍니다. 겨울이라 다섯 신데도 컴컴하고.. 나가서 보니 옆 사무실에 남자 한 명 빼놓곤 아무도 출근 안 했더랍니다. 약간 음산한 기분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세 칸 모두 빈 걸 확인하고 그 중 가운데 칸에 들어앉아 볼일도 보며 심심해서 전화기로 게임을 하고 있었대요. 핸드백은 문 위쪽에 붙은 고리에 걸어두고.. 그런데 거의 모든 회사 화장실이 그렇듯이 화장실 입구 문은 꽤 묵직한 쇠문이어서 한번 여닫으면 그 소리가 안 들릴 수가 없잖아요? 들어올 때도 아무도 없었겠다. 누가 들어오는 소리도 안 났겠다.. 맘을 놓고 게임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언니 칸 문 아래로 하얗고 예쁜 손 하나가 쑥 들어오더랍니다. 언니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그 손을 보니 그냥 평범한 여자 손이 더듬더듬 바닥을 훑으며 뭔가를 찾고 있더래요. 당황은 했지만 처음 몇 초간은 누가 뭘 떨어뜨려서 손을 집어넣었나보다 생각했대요. 한숨 돌린 언니가 ‘여기 사람 있어요’ 하고 소리를 내려는데 뭔가 이상하더랍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안 난 게 이상한 건 물론이고, 아무 말도 없이 손이 점점 쑥쑥 깊이 들어오는데 그 한겨울에 일요일이라 화장실은 매우 춥고 썰렁했는데 그 팔은 팔꿈치까지 그냥 맨팔이더래요. 그리고 뭣보다도 손의 각도가 좀 이상하더래요. 보통 사람이 꿇어앉아서 손을 화장실 문 아래로 들이밀면 손목은 좀 꺾여서 팔이 위로 가야 하잖아요. 근데 그 손은 마치 바닥에 누워서 손을 집어넣은 것처럼 팔뚝이 바닥에 붙어있더래요. 그리고 그 각도에서 팔이 양 옆으로만 휘휘 젓는게 아니라 앞뒤로도 들어왔다 나갔다 하더래요. 도저히 설혹 누군가가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팔을 집어넣었다 하더라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각도며 움직임이더랍니다. 이게 사람 팔이 아니라고 판단한 언니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발을 (무서워서 문짝에는 못 대고) 양쪽 벽에 올려붙이고 그 손을 보고 있었는데 좀 있다가, 한 30㎝ 옆에서 손 하나가 더 들어오더래요. 손 크기와 모양은 비슷한데 아까 들어온 손하고 똑같은 왼손이더래요. 두 손이 양옆 앞뒤로 더듬더듬 하다가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궁합이 잘 안 맞는 것이 두 사람의 팔 같더래요. 그 중 한쪽 팔은 거의 어깨까지 들어와서 저쪽 뒤에 쓰레기통까지 손이 닿더래요. 그 경악스러운 공포의 순간에도 언니가 너무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 손들이 전혀 들어 올려지지 않고 바닥만 샅샅이 더듬더듬 훑더랍니다 언니는 그 와중에 두 다리와 팔은 양쪽 벽에 붙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고요. 한 1분쯤 지나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옆 사무실 남자가 무슨 일이냐고 큰 소리로 물으며 화장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더랍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바닥의 손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싹 밖으로 빠져나가더니 그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문에 걸어 놓은 핸드백이 움직이길래 언니가 눈을 들어보니 문 위로 손이 들어와 핸드백 끈을 들여 핸드백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사라지더래요. 뛰어 들어온 남자는 핸드백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하고… 언니는 하도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서 목이 완전히 쉬고.. 그 자리에서 오바이트를 해버렸대요. 난리가 났대요. 그날 있었던 일로 한동안 그 건물이 떠들썩했고.. 반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그 언니는 화장실에 과한 모든 게 무섭고 항상 발을 바닥에서 좀 띄워놓고 볼일을 보는 버릇이 생겼대요. 회사에서도 한 층 아래 화장실을 쓰고요. 언니는 아직도 그 손들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진짜로 본 거라고 우리들한테 강조를 하더라고요. 언니가 백번 양보해 그 손들이 헛것을 본 거라고 해도.. 핸드백은 어떻게 그 위에서 떨어진 건지는… 출처 : 엽혹진
퍼오는 귀신썰) 다른 이의 꿈 1화
오늘은 조금 포근한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 마음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 왠지 아련해 지는 이야기 가을이잖아 ㅎ 귀신썰에도 감성을 한 번 더해 보쟈 ㅎㅎ 시작한다! __________________ 남편이 말했다. 자신은 저승사자라고. 죽은 자의 혼을 저승의 문으로 안내하는 저승사자. 남편의 심각한 표정에 나 역시 사뭇 진지해졌다. 이 인간이 무슨 큰 사고를 친 건가?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남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출근 시간에 서두르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혹시… 회사에서 짤린 건가?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퇴근 시간 확실하고 급여도 나쁘지 않은 직장인데… 순간 남아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적금 만기일, 그리고 통장 잔고가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에이 설마! 나는 실눈을 뜨고 남편을 응시했다. 남편은 나의 눈길을 피한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당신이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 내가 당신 살려줬잖아.” 하—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지…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자기야…” 남편은 여전히 나의 눈길을 피했다. 나는 목소리를 높여 남편을 다시 불렀다. “자기야?” 그제서야 남편은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회사에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응?”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교통사고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을 어르고 달래서 결국 출근을 시켰다. 4살 연하인 남편은 가끔씩 이렇게 아이 같을 때가 있다. 연애할 때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뭐랄까… ‘한심하다’는 표현은 너무 쎄고, 음… 그래… ‘피곤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맞장구도 쳐주고, 깜짝 놀라는 리액션도 해줬을텐데… 그런데 요즘 내 컨디션이 영 아니다. 특별히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몸도 자꾸 피곤하고, 몸이 힘드니까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다. 음… 그런데…… 그래, 저승사자 이야기는 농담이라고 치고, 뜬금없이 교통사고라… 내가 살면서 겪은 교통사고는 딱 두번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바닷가 해안도로에서 작은 접촉사고. 그리고 어릴 적 아버지가 운전하시던 차에 난 사고. 어릴 적 사고에서는 차가 많이 망가지기는 했어도 우리 가족이 다치지는 않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통사고와 남편과의 첫만남은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순간은 무척 묘했다. 그래서 15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자정이 넘기 전에 무언가를 사려고 늦은 저녁 자취방에서 급하게 나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자취집 문 밖에서 서성이던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고등학생 즘 되었을까? 앳돼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겁이 난다거나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고, 남학생은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는 마치 내 주변의 모든 공기를 들이키려는 듯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었다. 나한테 무슨 냄새라도 나느냐고… 그때 남편이 뭐라고 대답했더라? 오래된 시간의 향기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기다림의 냄새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 그가 했던 말은 흐릿하지만 그의 얼굴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양 눈썹을 치켜올리고 지어보였던 미소.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이 났던 것 같다. == 설거지를 마치고 잠시 쉴 겸 소파에 앉았다. 어젯밤 죽은 듯이 잠을 잤는데도 몸이 피곤했다. 이제 정말 몸이 늙는구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남편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승사자… 교통사고… 그리고 환생…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데… 무슨 이야기지?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드는 듯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맞다. 로또 꿈! 오래전 다른 사람의 꿈을 사고 로또에 당첨된 일이 있었다. == 대학생 시절. 나는 동아리 선배 언니와 원룸에서 함께 자취를 했었다. 그 선배 언니는 나와는 다르게 여자여자한 성격에 미모도 출중해서 주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무척 좋았었다. 그래서 동아리의 여러 남자 선배들이 나를 통해 언니에 대한 고급? 정보를 알아가곤 했다. 예를 들면, 언니가 좋아할 만한 선물, 보고 싶어하는 영화, 또는 언니의 주말 스케줄 같은 정보들 말이다. 하루는 언니가 오전 수업을 들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바로 자취방으로 되돌아왔다. “오늘 생각보다 쌀쌀하네. 너 입는 가디건 좀 빌려입어도 될까?” 나는 아직 세탁을 못했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괜찮다며 내 가디건을 걸치고 자취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가 자취방에 돌아왔을 때, 언니는 자신의 침대 위에 멍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언니는 빌려간 가디건을 아직 입고 있었고, 내가 방에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언니 이름을 불렀고, 언니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왔냐며 아는 척을 했다.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글쎄… 음… 내가 꿈을 꾼 거 같기도 하도… 잘 모르겠네.” “무슨 소리야? 언니, 술 한잔 했구나?”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언니는 오늘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오는 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학교에서 자취방으로 오려면 6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마침 신호등의 파란불이 끝나가고 있어서 언니는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단다. 순간 자동차 타이어 미끌어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바로 뒤에서 쿵 소리가 났다고 했다. 언니는 고개를 돌렸고… 사람 몸뚱이가 소리가 난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몸뚱이가 떨어진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언니는 자신이 본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곧장 자취방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방에 돌아온 언니는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한참을 울던 언니는 인기척이 느껴져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낯선 남자가 자신의 머리맡에 서있었다고. 놀라서 기절을 할 상황인데도 언니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했다고 했다. 잠시 후 남자는 언니에게 언니가 지금 죽었고, 그래서 언니를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때 남자의 눈빛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남자는 언니가 아닌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고… 언니는 남자에게 물었단다. 조금전 교통사고가 혹시 자기였냐고. 남자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신기하게도 언니는 남자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는 이제 저승으로 가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앞장을 서라고 말했단다. 하지만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기 얼굴을 한번 봐달라고 말했고, 언니는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언니의 대답에 남자는 실망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고… 남자가 말이 없어서 언니는 궁금한 마음에 남자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고, 남자는 죽은 영혼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단다. 잠시 후 남자는 슬픈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고, 언니는 잠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나가면서 무슨 말을 했는데?” 언니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계속 캐묻자 언니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나를 만났는데, 이렇게 보낼 수가 없다고…” “이야— 언니의 엄청난 미모는 이제 저승에서도 통하는구나.” 나는 이게 예사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또를 사야한다고 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복권을 사본 적도 없고 살 생각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나는 언니에게 그런 엄청난 꿈을 그렇게 버릴 거면 차라리 나에게 팔라고 제안했다. 나쁜 꿈이면 어떡하냐며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다며 내가 끈질기게 조르자 언니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꿈을 주는 대신에… 네 가디건… 내가 가져도 될까?” “언니가 지금 입고 있는 거?”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빨지도 않은 가디건은 왜?” “글쎄… 그냥 느낌인데… 이 가디건 때문에 저승사자가 날 두고 혼자 간 거 같아서...” 나는 흔쾌히 오케이 했고, 시간을 확인했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12시가 넘어 날짜가 바뀌면 꿈의 효과가 없어질 것 같았다. 나는 바로 편의점으로 가서 로또 넉장을 구입했다. 그래서 로또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구입한 로또 중 하나가 3등에 당첨되었고, 세금을 제하고 100만원이 살짝 넘는 돈을 수령했었다. 당첨금의 절반을 룸메이트 언니에게 건내며 말했다. 언니가 직접 로또를 샀으면 분명 1등이었을 것이라고… == 남편이 퇴근했고, 우리는 말없이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진 안방은 어두웠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남편 옆에 나란히 누웠다. 낮은 목소리를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야… 벌써 자는 거야?” “아니… 아직…” “아침에… 저승사자 이야기…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던데… 자기 혹시 무슨 일 있어? 혹시… 어디… 아프다거나……” 남편은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한거야?” 남편은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돌아누웠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었어. 하하.” 나는 남편의 팔뚝을 꼬집었다. “으이구! 내가 오늘 내내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미안하다 말했다. 어둠 속에서 남편의 얼굴은 빛이 나는 것 같았다. ==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거실로 나왔다. 남편은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혼자 아침을 먹고 있었다. “미안. 내가 아침 챙겨줘야 하는데.” “미안하긴. 누나 많이 피곤한 것 같던데, 들어가서 좀 더 누워있어.” 남편 말대로 더 자고 싶었지만 나는 남편을 마주보고 식탁에 앉았다. 남편 혼자 밥먹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턱을 괴고 남편이 밥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그런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밥먹기 민망하게…” 나는 손을 뻗어 남편의 입술에 붙은 밥풀을 떼어냈다. “에구에구, 우리 애기 밥먹으면서 흘리지 않고 잘 먹나 보려고 그러지~” 남편은 나를 보고 씩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누나, 우리 여행갈까?” “뜬금없이 갑자기 왜? 나야 좋은데… 자기 여행 싫어하잖아. 집 나가면 고생이라며?” “하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남편은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치우는 나를 향해 말했다. “우리 신혼여행 갔던 곳 있잖아. 거기는 어때? 누나 종종 거기 다시 가고 싶다고 했잖아.” “글쎄… 마음이야 가고 싶지. 그런데 문제는 돈이지. 그리고 자기 회사에서 휴가를 길게 줄지도 모르고…” == 태국 크라비. 우리가 신혼여행을 간 곳이다.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시간 참 빠르다. 크라비 주변 섬 투어.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 바다 가운데에서 하는 스노쿨링. 카약을 타고 하는 정글 투어, 그리고 야시장과 타이 음식들. 남편이 뜬금없이 꺼낸 여행 이야기에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남편은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었다. 남편은 향신료 냄새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자기가 먹는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의 다른 테이블에서 향신료 냄새가 넘어오기만 해도 음식은 고사하고 물 한모금 넘기지를 못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댁에 인사를 갔을 때… 헬쑥해진 남편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시댁 식구들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록 음식 때문에 힘들긴 했어도, 남편은 신혼여행이 자기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 행복이 끝나는 시간을 미리부터 걱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신혼여행 중에 죽음에 관련된 질문을 나에게 던진 게 아니었을까? 남편은 재미로 하는 심리 테스트라며 나에게 물었지만, 남편의 표정에는 심각함이 느껴졌었다. 남편이 물은 심리테스트 질문. 당신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겼다고 하자. 그래서 당신의 가까운 친구가 죽는 날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그 친구에게 죽음을 미리 알릴 것인가? 만약 알려준다면, 당신은 친구가 죽기 얼마 전에 알려줄 것인가? 그때 나는 알려줄 것이라 답했고, 한달이면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태국 크라비로 여행을 가자고 고집을 부리는 남편을 어렵게 말렸다. 대신 우리는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했다. 남편 말로는 제주도나 태국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했지만, 솔직히 그 작은 차이도 아쉬웠다. 그리고 모른다면 모를까… 남편이 물 한모금 마시기도 힘들어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