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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걷는 독서 12.26

작은 불쏘시개로부터 장작불이 붙어가듯
가치 있는 일은 작지만 꾸준히 밀어가야 한다

- 박노해 ‘장작불을 때면서’
Jammu Kashmir, India, 2013. 사진 박노해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면
시골집 아궁이에 장작불을 땐다

활활 타오르는 불은
마음을 환하고 시원하게 한다

참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타는 냄새는
온몸을 부드럽고 그윽하게 풀어준다

타닥 타닥 타닥
무슨 긴장이 그리 많았던가

한밤중 홀로 장작불을 때면서
조금씩 조금씩 맑은소리 울려온다

작은 불쏘시개로부터 장작불이 붙어가듯
가치 있는 일은 작지만 꾸준히 밀어가야 한다고

장작불은 엇갈리듯 포개져야 잘 타오르듯
서로 기대고 나누면서 빛나가야 한다고

장작불은 너무 뒤적거리면 더 꺼져가듯
너무 서둘지도 말고 너무 열심히도 말라고

젖은 장작을 품고 있을 때 더 오래 타오르듯
깊은 슬픔으로 이 사랑 하나 불 밝혀가야 한다고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장작불을 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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