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utnews
5,000+ Views

550억 투자 사기단 잡은 주부 "그들은 간접 살인마였다"

3개월에 20% 수익 보장, 지인 말에 홀려 금감원, 경찰 찾아갔지만 "피해자 모으라" 70대 할머니도 빚내서 투자했는데.. 필요 이상 수익 보장은 모두 허구일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피해자 주부)



피해자만 2500명. 피해 금액 550억 원. 최근 재판에 넘겨진 다단계 투자 사기단이 벌인 사기 행각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정식 투자 회사다. ELW 자동 매매 프로그램에 투자하시면 투자 금액에 따라 매주 6% 이자를 주겠다.’ 이렇게 투자자들을 모았다는데요. 알고 보니까 돌려막기로 운영되는 다단계 사기 회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도무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한 주부가 직접 나서서 이 사기단을 추적하고 2000장이 넘는 증거를 모아서 결국 1년 5개월 만에 사기단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얼마 전에 첫 공판이 열렸는데요. 이 주부의 얘기 직접 좀 들어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피해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건을 좀 들여다보죠. 어떻게 처음에 투자를 하게 되신 거예요?

◆ 피해자> 지사장이라는 직급을 가진 분이 제가 아는 동생하고 또 지인이에요. 그냥 한번 인사하라고, 처음에는 이런 목적으로 오지는 않았었어요.

◇ 김현정> 아는 언니 하나 소개시켜준다고요.

◆ 피해자> 네. 그래서 그냥 집 옆에 있는 공원에 그냥 잠깐 슬리퍼 신고 나간 게 이렇게 연결이 돼 버린 거예요.

◇ 김현정> 그냥 슬리퍼 신고 수다 떨러 나갔다가, 이런 투자처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신 거예요?

◆ 피해자> 네. 그때 저는 아들이 운동을 하는데 고등학생이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기회에 장만을 해 놓으면 낫겠다 싶어서 했지, 막 돈 욕심내고 그렇게 살지 않았거든요.
다단계 투자사기 피해 내용을 담은 공소장 (사진=피해자 제공)
◇ 김현정>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던가요?

◆ 피해자> 예를 들면 1000만 원이면 매주 100만 원씩 12번을 준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3개월에 20%가 되는 거죠. 한 달로 치면 6~7%예요.

◇ 김현정> 한 달에 6에서 7% 수익이 나도록 프로그램이 돼 있는 주식 투자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셨어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요새 은행에다가 돈 넣어봤자 이자 돌아오는 거 별로 없는데, 여기는 넣어놓기만 해도 된다. 이 말을 어떻게 믿으셨어요?

◆ 피해자> 사람이 급박한 상황이 되고 또 아는 지인을 통하면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게 있던 상황에서 만나다 보니까 또 실제로 보고 대화를 하다 보니까 더 신뢰가 간 거예요. 지인을 믿은 게 1번이고 그다음에는 돈이 이렇게 잘 들어온다는 말에 그쪽에 혹하고 믿게 돼요.

◇ 김현정> 실제로 처음에는 돈이, 수익이 들어오던가요?

◆ 피해자> 네. 사건이 터지기 전에 몇 번은 나왔었죠.

◇ 김현정> 그러다가 ‘어, 이거 뭔가 이상하다’라고 느낌이 온 건 언제에요?

◆ 피해자> 2018년 7월 22일에 딱 지급 정지가 된 거예요.

◇ 김현정> 지급 정지가 됐다는 건 더 이상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씀이세요?

◆ 피해자> 그렇죠. ‘회사에 사정이 생겨서 좀 늦겠다’고 그러면서 자꾸 늦어지니까 사람들이 가만히 안 있잖아요. 그러니까 확약서 같은 서류도 적어주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거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고 8월 5일에 제가 금감원에 신고를 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금감원에서 여기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이렇게 해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습니까? 어떡하다가 직접 나서셨어요?

◆ 피해자> 금감원에 신고를 하고 정말 바로 잡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제가 금감원에 ‘왜 이렇게 안 하냐?’ 하니까 그렇게 빨리 덤벼서는 찾지를 못한대요. ‘아니, 그러면 내가 신고할 이유가 뭐 있냐?’ 그 소리까지는 했었어요. 해결 안 해 주고 하니까 또 우리 투자자 중에 개인이 답답하니까 경찰서에 고소를 하러 간 사람도 여러 명이 있었어요. 그런데 경찰서에서 유사 수신 이 자체가 워낙 광범위하고 규모가 크다고 접수를 안 받는 거예요.

◇ 김현정> 경찰서에서는 아예 접수도 안 받았어요?

◆ 피해자> 네. 그러면서 ‘이거 이렇게 해가지고는 안 된다. 혼자서는 안 된다. 여러 명을 모아서 해라.’라고 했어요.
피해자가 확보한 다단계 사기단의 비상대책위원회 녹취록 (사진=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 김현정> 모아와라.

◆ 피해자> 그리고 이렇게 증거 자료도 없이.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증거 자료가 없어요. 증거 자료가 계약서, 입금 확인서 이 정도밖에 없어요.

◇ 김현정> 그걸 밝혀주는 곳이 경찰일 텐데 모아서 와야 신고를 받아준다? 이렇게 된 거예요?

◆ 피해자> 네. 제가 그 자료를 토대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때 겨울이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이 자료들을 들고 어깨에 메고 집에 돌아오면 어깨가 아프고 또 27명의 자료를 방바닥에다 착 놓고 자료 정리하고 이름 찾고. 피해자들 지역도 다 흩어져 있고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까, 전부 온라인으로 해결해야 되니까 정말 힘들었었어요.

◇ 김현정> 변호사라든지 전문가 도움을 받을 생각은 안 하셨어요?

◆ 피해자> 했죠. 그런데 너무 비용이 비싸니까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리고 피해자들이 다 비슷하게 그나마 모아놓은 돈. 예를 들면 퇴직금이나 다들 빚을 낸 사람이 너무 많아요. 우리가 모르지만 암암리에 세상을 등진 사람도 있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니까 그냥 세상을 등져버려요.

◇ 김현정> 그런 사람까지 나타났어요. 그런데 보니까 고소인이 27명밖에 안 돼요. 지금 투자자, 투자 피해자가 2500명이 넘는데 어떻게 27명밖에 안 됩니까?

◆ 피해자> 왜냐하면 다단계가 피라미드식이잖아요. 저도 지사장만 알지 다른 사람은 전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 김현정> 아, 사실 서로서로 모르는 거군요.

◆ 피해자> 연결이 안 됩니다. 다단계 특성이에요.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 중에 이런 생각하시는 분 계실 거예요. ‘아니,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자를 한 거 아니냐. 그렇다면 이건 피해를 당해도 할 말 없는 거 아니냐. 특히 빚까지 내서 투자했다니. 이건 개인의 판단 착오 아니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피해자> 사람이 이렇더라고요. 왜 옛날에도 도둑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피해자 중에서도 증권 회사 20년 넘게 다니신 분도 있어요. 그분도 저랑 똑같이 마찬가지예요.

◇ 김현정> 사기꾼이 마음 잡고 사기를 치면 증권 회사 20년 다닌 전문가도 속을 수 있다. 이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거. 이 얘기를 좀 세상에 알리고 싶으신 거예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피해자> 또 척추 장애인 할머니가 있어요. 74살인가 됐는데 그 할머니가 ’도청 공무원인 나도 이렇게 하고 있다. 너희들 투자해라.’ 이렇게 들은 거예요.

◇ 김현정> 그 할머니는 공무원 추천이었어요?

◆ 피해자> 네. 그 할머니가 하는 말이 제주도청 공무원이 제주말로 내가 누굴쑬까? 나만 믿으라 하니 안 믿겠어요? 그래서 지금 그 할머니 빚이 1억 2500인데요. 집을 담보로 해서 집까지 경매로 갔어요.

◇ 김현정> 지금 피해자 가운데 이런 사연을 가진 분이 한두 분이 아닐 텐데. 어떻게 보면 좀 스스로 세상에 드러내기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이렇게 오늘 나서서 인터뷰를 하시는 건 나와 같이 속는 사람이 또 생기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오늘 결심하신 거잖아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해 주십시오.

◆ 피해자> 이 사기꾼들은 그냥 사기꾼이 아니에요. 간접 살인마들입니다. 이 일로 인해서 죽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가정 파탄 나고 얼마나 많은 피해를 양상하는지 몰라요. 그리고 또 그 직급들. 본부장, 지사장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 김현정> 중간 라인들.

◆ 피해자> 이 사람들은 여태까지 처벌이 너무 약했었어요. 거의 처벌이 없었다고 봐야죠.
◇ 김현정> 이런 사건 터질 때마다 그래요?

◆ 피해자> 중간모집책들은 터지면 다른 데 가서 또 해야지 하고 옮겨 다닙니다. 제가 조사를 하면서 사례를 많이 봤어요.

◇ 김현정> 그 중간책들이 이 사건 터지고 나면 비슷한 다른 회사로 또 옮겨가서 그 역할을 해요?

◆ 피해자> 네. 그러니까 필요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라는 건 다 허구다.

◇ 김현정> 다 허구다.

◆ 피해자> 전부 다 그쪽 말을 믿지 말고 냉철한 판단을 다시 한 번 더 해야 될 것 같아요, 모두 다.

◇ 김현정>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합니다. 쉽게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건 없다. 아무리 철석같이 믿는 지인의 권유더라도 꼭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자신이 판단해야 된다는 말씀. 1년 5개월 동안 고생하셨고요. 아무튼 재판 잘 끝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마땅한 처벌받을 수 있기를 저도 지켜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피해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550억 원 투자 사기단을 1년 5개월 동안 뛰어다니면서 결국 검거해낸 분입니다. 피해자 분, 오늘 익명으로 연결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Comment
Suggested
Recent
결국 금감원도 경찰도 그저 허수아비에 불가하단 말이군 개한민국은 도데체 누굴 믿어야 하나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단독] 화장실 쓰레기통 던진 회장딸 "4년제라도 나왔냐"
취업 후 女화장실 청소 강요, 11개월 참은 후 한 마디 항의에 갖은 '폭언' "4년제 나왔냐" "이사 딸이라도 되냐"…부서원들 앞에서 화장실 휴지통 던져 피해직원 사과 요청에 '해고시도' 정황도…관할 노동청 조사 착수 화장실 청소를 1년 가까이 강요받아 온 신입 직원의 외마디 항의에 회장 딸인 상사는 화장실 휴지통과 안의 오물 묻은 휴지를 직원 몸에 집어 던졌다. "4년제 대학교라도 나왔냐", "네가 그것밖에 안 되니까 여기 있는 것이다"는 등 가슴을 헤집는 폭언과 함께였다. 상사의 공식사과를 요구한 피해직원에게 회사 측은 사과는 커녕 오히려 '해고절차'까지 밟은 정황도 포착됐다. 이같은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접수한 관할 노동청 또한 이 회사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 신입사원에게 강요된 '화장실 청소'…오물 닦고 휴지 주우며 속앓이만 2019년 1월 경기도의 ㄷ 철강 회사에 품질보증 업무로 채용된 A(27·여)씨. 정규직 취업에 들뜬 마음도 가시기 전 옆 부서 차장 B씨로부터 본사 내 여자화장실 청소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입사하면서 화장실 청소는 생각도 못 했을 뿐더러 계약서에 명시가 안 된 일이라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회사 회장의 딸이자 상사인 B씨의 지시였기에 차마 거절은 못 했다. B씨가 다른 하급 직원에게 소리치는 모습도 익히 봤던 터라 문제제기는 꿈조차 꿀 수 없었다. 그는 "한 번은 남의 오물이 역류해 변기 아래로 쏟아진 것을 보고 '원래 업무도 아닌데 계속하는 게 맞나'란 생각이 들며 펑펑 울었다"며 "당시 있었던 대리님에게 화장실 청소를 내가 하는 게 맞냐고 넌지시 물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 "청소 계속해야 할까요" 한 마디에 쏟아진 회장 딸의 '갑질'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11개월간 꾹 눌러 온 서러움은 결국 함께 화장실 청소를 하던 동료가 퇴사하자 터져 나왔다. 같은 해 11월 27일 사무실에서 마주친 B씨가 "화장실 휴지통을 비웠냐"고 묻자 A씨는 "혹시 저만 비워야 하는거냐?"고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여태껏 말귀를 못 알아들었냐. 휴지통 안 비울거면 여자화장실을 쓰지말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즉각 돌아왔고 A씨는 이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회사에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참아왔던 고충을 회사에 토로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다음날인 28일 B씨는 A씨를 사무실로 호출해 "일개 사원 주제에 어디서 X싸가지를 부리고 있냐", "이렇게 내가 말해야지 니 귓구멍에 말이 들어가냐? "니가 이사딸이나 이사 조카라도 되냐"며 폭언을 퍼부었다. 놀란 가슴을 추스리기도 전에 B씨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A씨를 여자화장실로 끌고 간 B씨는 "화장실 휴지통에서 너가 쓴 휴지만 찾으라"고 소리치며 그의 몸에 고무장갑을 던졌다. 당황한 A씨는 "어떻게 내가 쓴 휴지만 찾을 수 있겠냐. 그냥 전부 치우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그렇게 잘났으면 4년제 대학교를 나오지", "네 주제가 그것밖에 안 되니까 여기 있는 것이다"는 등 가슴을 헤집는 폭언은 계속됐다. 심지어 사무실로 도망치듯 들어온 A씨를 뒤따라온 B씨는 전 직원 앞에서 화장실 휴지를 A씨 몸에 뿌리고 휴지통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당일 오후 조퇴 후 관할지인 경기고용노동지청에 직장내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 트라우마가 남아 병원에 가서 상담까지 받았지만 한동안 '그날의 악몽'은 계속됐다고 한다. A씨는 "씻으려고 화장실에 가도 뭔가 문을 열어놔야 할 것 같고 소리에도 부쩍 예민해졌다"며 "사건 직후 1~2주는 잠을 잔듯만듯 계속 악몽을 꾼다. '내가 이런 일을 겪었지'란 생각이 반복되며 잠도 깊게 잘 수 없었다"고 당시 기억을 털어놓았다. ◇ '사과'요구에 돌아온 건 '해고'…노동청엔 "괴롭힘 없었다" 허위답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이후 병가를 낸 A씨는 직장내괴롭힘 피해를 입었다며 ㄷ회사에 B씨의 사과 등 대책마련을 전제로 한 복직을 요구했지만 사측에서는 "사과는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 아울러 A씨는 사측이 사과는 커녕 자신의 4대 보험을 상실 신고하면서 사실상 '해고' 절차를 밟으면서도 노동청에는 "직장내괴롭힘은 없었고 A씨가 스스로 회사를 나간 것"이라고 허위보고를 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ㄷ회사 측은 노동청의 전화조사에 이같이 답변을 한 것으로 취재결과 파악됐다. A씨 측은 회사의 '해고' 행위가 직장내괴롭힘법 상 보복 행위에 해당하며 "괴롭힘이 없다"는 답변도 허위라며 이달 초 ㄷ사를 상대로 추가 진정을 넣었다. 이에 노동지청에서도 ㄷ사의 허위보고 및 직장내괴롭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노동지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먼저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조만간 피해자와 회사 측을 직접 방문해 조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ㄷ사 측은 사실관계를 묻는 취재진의 연락에 "사실관계와 다르며, 당사는 해당사항이 없으니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로 한국당 3연패…'총사퇴' 대응, 실효성 있나
의원직 사퇴안, 과반 찬성이나 의장 결재 있어야 현 상황에 대한 '강력 호소' 차원인 듯 "진정성 보이려면 방 빼고 불출마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강경일변도로 대응한 결과 예산안과 선거법, 그리고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법까지 막아내지 못했다. 굳이 승패를 따지자면 범(汎)여권에 내리 3연패 한 결과다. 이후 '의원직 총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를 지켜보는 외부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일부·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주도의 공수처 설치법이 최종 통과되자 거세게 반발했다. 본회의장에서 나온 심재철 원내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한테 악법 중 악법인 공수처법이 날치기 처리됐다"며 "공수처는 북한의 보위부, 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를 두고 "문재인 정권의 모든 권력범죄 은폐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주구가 될 것"이라며 "문 정부 비리 은폐처, 친문 보호처"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 상당수는 4+1 협의체 합의에 한국당이 무시된 데 대한 분노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본회의 진행을 맡은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성토도 잇달아 제기됐다고 한다. 이런 논의는 2시간에 걸쳐 이뤄졌고,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의 결기를 모아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조만간 의원 108명 전원의 사퇴서를 받기로 했다. 심 원내대표는 "강력한 대여 투쟁을 위해 (의원들이) 원내 지도부와 당 지도부에 모든 것을 일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원내대표단, 당 지도부와 협의해 사퇴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겠다. 충분히 협의해 강력히 싸워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더기 사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수가 200명 밑으로 내려가면 국회가 자동으로 해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헌법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적잖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곧바로 나온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의 사직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이,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다. 그전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사직 의사를 서면 또는 구두로 철회할 수도 있다. 한국당 자력으로 사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결의는 현 상황에 대한 반발을 당 안팎에 강력히 호소하는 차원의 행동으로 풀이된다. 역대 국회에서 야당의 '압박 카드'로 종종 쓰였지만 실제 사직으로 이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의원직 총사퇴 카드가 실제 사퇴로 이어진 건 지난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회담 당시 민중당 소속 의원 8명의 집단사퇴가 유일하다. 한국당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강경파를 중심으로 총사퇴가 거론됐었지만 힘을 받지 못했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말 진정성을 보이려면 의원들이 회관에서 방(사무실)을 빼고, 보좌진도 퇴직시키고, 불출마 선언까지 해야 할 것"이라며 "총선 앞두고 그런 흐름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결기를 드러내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총사퇴 결정 직전 페이스북에 "이제 의원직 총사퇴도 의미 없다"며 "야당의 존재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거라"라고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한국당과 정치적 대극에 서 있는 정의당에서는 "저질 공갈일 수밖에 없다"며 "총선이 석달 반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실효성이 있을 리 없고 비웃음이나 사기 딱 좋은 헛발질"이라는 비아냥 담긴 논평까지 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통과한 공수처가 헌법에 어긋났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살인에 미성년 강간까지…국회의원 예비후보 범죄 '백태'
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3명 중 1명'이 전과자 죄목별로는 도로교통법·집시법·폭력행위 처벌법 순 국가혁명배당금당, 살인·성폭력 등 흉악범죄자 가장 많아 음주운전 전력이 최다수…최다 범죄전력자는 전과 10범 전문가 "정당이 후보 거르는 여과 기능 제대로 해야" (그래픽=강보현 PD)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예비후보 3명 중 1명이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인, 청소년 강간, 방화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전력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KBS 탐사보도부 '21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범죄전력 조회' 시스템을 보면 공직 후보자 사퇴 시한이 지난 17일 기준으로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1593명 중 447명(28%)이 범죄전력을 가지고 있다. 정당별로는 허경영씨가 당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배당금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나란히 1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유한국당 113명, 민중당 31명, 정의당 23명, 무소속 21명, 바른미래당 8명, 우리공화당 4명, 노동당∙민주평화당∙새로운보수당 각 1명 순으로 집계됐다. 죄목별로는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을 비롯한 도로교통법 위반이 297건으로 가장 많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103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92건), 공무집행방해(78건), 업무방해(59건), 공직선거법위반(36건), 근로기준법위반(26건) 등의 순이다. ◇ 살인, 청소년 강간, 성매매 알선도…흉악범죄 전과자 16명 살인, 성폭력, 방화 등 흉악범죄 전력이 있는 예비후보자는 모두 16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9명이 배당금당 소속 예비후보. 살인이나 청소년 강간, 성매매 알선과 같은 악질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가 다수다. 김성기 부산 서구동구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는 1982년 살인을 저질러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만진 광주 광산구갑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는 2007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강간 등)으로 징역 1년 처분을 받았다. 안종규 경남 김해시을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도 2015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강제추행)해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강덕수 서울 송파구병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는 폭행과 준강제추행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강명기 전북 전주시갑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는 강제추행치상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신영미 경기 안양시 만안구 배당금당 예비후보자와 신방호 서울 영등포구을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천홍진 경기 안성시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는 강제추행, 박영찬 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배당금당 예비후보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으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사진='21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범죄전력 조회' 사이트 캡처) 더불어민주당 소속 예비후보자 가운데 흉악범죄 전과자는 5명으로, 죄목은 모두 방화 및 방화미수다.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일들로, 대부분 특별복권됐다. 전북 김제시 부안군 이원택 예비후보자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대전 대덕구 박영순 예비후보자(현존건조물방화미수), 부산 동래구 박성현 예비후보자(현주건조물방화미수), 서울 마포구을 정청래 예비후보자(현주건조물방화예비), 서울 강서구을 진성준 예비후보자(공익건조물방화)는 징역형을 받았다가 특별복권됐다. 이밖에 차주홍 제주시을 자유한국당 예비후보자는 2018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완곤 서울 서초구을 무소속 예비후보자는 2005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죄)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 음주운전 전력이 가장 많아…최다 범죄전력자는 전과 10범 범죄전력이 있는 예비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른 범죄는 도로교통법 위반 중에서도 음주운전(137명)이었다. 음주운전 전력이 2건 이상인 예비후보자도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금석 제주시을 배당금당 예비후보자∙정동호 전남 순천시 배당금당 예비후보자가 4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도겸 경기 남양주시을 배당금당 예비후보자가 3건으로 집계됐다. 2건의 음주운전을 저지른 나머지 예비후보자는 △강화수 전남 여수시갑 민주당 예비후보자 △권성주 부산 수영구 새로운보수당 예비후보자 △김범준 경남 거제시 한국당 예비후보자△ 김상도 대구 동구갑 배당금당 예비후보자 △노남수 광주 북구을 무소속 예비후보자 △류시우 서울 강동구갑 한국당 예비후보자 △박재완 부산 동래구 정의당 예비후보자△ 윤종운 경남 양산시을 한국당 예비후보자 △이상호 부산 사하구을 민주당 예비후보자 △이용선 서울 양천구을 민주당 예비후보자 △이충렬 충남 천안시갑 민주당 예비후보자 △정영순 부산 해운대구갑 배당금당 예비후보자 △정인철 경남 진주시을 한국당 예비후보자 △제갈원영 인천 연수구갑 한국당 예비후보자 △진순정 경남 창원시 성산구 우리공화당 예비후보자 △최일식 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배당금당 예비후보자 △최창민 경기 수원지갑 무소속 예비후보자 등 17명이다. (사진=연합뉴스) 전과건수가 가장 많은 예비후보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정규실장을 지낸 김동우 경기 안산시 단원구갑 민중당 예비후보자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총 10건의 전과기록이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범죄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제한받지는 않는다"면서 정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당 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시민들을 대표해 여과하는 기능을 맡기기 위해서다. 선거가 있을 경우 적어도 시민적 덕목을 갖춘 사람, 정치적 지도력을 가진 사람을 후보로 추천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어 "정당은 후보에게 범죄전력 등 문제가 있다면 경선 과정에서 탈락시키거나, 그 후보를 추천해야 할 경우에는 정당의 이름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당들이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단독]"시간외근무는 최저임금 안줘도 OK" 노동부 황당 해석
노동부, 시간외수당 중 기본임금도 통상임금 기준 계산토록 허용 "시간외근무에 최저임금 주라는 법 조항 없어 처벌 못해" 최저임금보다 시간외수당 더 낮아도 법적 문제 없다고 보증한 셈 노동계 "최저임금 기본 취지도, 현장의 '기본급 쪼개기'도 모르는 해석" 반발 자료사진(사진=이한형 기자) 밤 늦게, 혹은 휴일에 일한 노동자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행정해석이 내려져 노동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노동부,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간외수당 허용하도록 행정해석 바꿔 노동자가 연장근무를 하거나 야간, 혹은 휴일에 일하면 받는 '시간외수당'은 평소에 받는 기본임금에 더해 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분까지 합쳐 지급돼야 한다. 물론 이 때 기본임금이 평소 근무할 때의 임금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2011년 10월 고용노동부도 시간외수당 중 기본임금만은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노동부는 기존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시간외수당 중 기본임금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새로운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6245)을 내렸다. 문제는 노동부의 이번 행정해석으로 앞으로는 회사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간외수당을 지급해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나비효과'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인 상황에서 A회사가 노동자 임금으로 기본시급을 5000원만 책정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회사가 나머지 3590원만큼 시급을 올리는 대신 최저임금과의 차액을 '차액보전수당'으로 대신하면 최저임금법의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2018년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대거 확대되면서 정기상여금 및 각종 수당도 최저임금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가능한 '꼼수'다. 그런데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이 보전수당을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한 가지를 갖추지 못하도록 단서조항을 붙인 채 지급하면 통상임금에서는 제외된다. 따라서 A회사의 임금은 기본급과 보전수당을 더해 최저임금인 8590원이지만, 시간외수당은 7500원(기본급 5000원의 1.5배)으로 오히려 더 낮아지고, 기본급 비중을 낮출수록 시간외수당은 더 줄어든다. 사진=교용노동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후 현장에 만연한 '기본급 쪼개기'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위와 같은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처럼 시간외수당을 낮춰 지급하는 회사는 극히 소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노동현장에는 각종 수당 및 성과금을 줄이기 위해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깎아 지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전국노동자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GM 부평공장 사내하청업체인 태호코퍼레이션은 최저임금 인상에도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금은 절반으로 줄여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노동자들의 반발로 보전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됐지만, '급여지급일 재직자에 한해 지급한다' 등 간단한 조건을 붙이면 수당들은 통상임금에서 바로 제외된다. 또 지난해 6월 한국노총이 주관한 '최저임금 이슈진단 토론회'에서도 기본급을 낮추고 수당으로 채워 넣는 수법으로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가는 사례가 대거 발굴되기도 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정책회의 오민규 연대위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현장에서 얼마나 황당한 변화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노동부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기본급 쪼개기가 성행하고,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넘는 경우가 희귀한 사례가 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시간외수당이 최저임금 지킬 '법적 근거' 없다? "최저임금 취지도 이해 못한 주장" 이런 문제에도 노동부는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시간외근무를 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시간외수당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있고, 근로기준법에도 시간외수당 중 가산분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도록 할 뿐 기본시급만 따로 구분해 최저임금을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확인할 때에는 소정근로시간 8시간만 살펴보고, 시간외수당 등은 제외한다"며 "현행 법으로는 최저임금법의 잣대를 시간외근무에 들이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애초 일하기로 근로계약한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 동안에는 최저임금을 받도록 법이 보호하지만, 8시간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않고 일해도 정부가 이를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어 "물론 소정근로시간에 일하는 1시간 노동의 가치와 시간외근무를 할 때 1시간 노동의 가치는 같아야 하지만, 현행 법으로는 어렵다"며 "다만 노동부의 해석과 민사소송의 결과가 다를 수 있어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최저임금 기본 취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황당한 해석을 내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김요한 노무사는 "시간 외 수당처럼 지급 여부가 불확실한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뺀 취지는 기본급만으로도 최저임금 이상을 주라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법 어디에도 8시간이 초과되면 최저시급을 낮춰서 지급해도 된다는 비상식적인 이야기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가산수당에 대한 규정"이라며 "기본임금 100%분에 대한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을 경우에는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시급이 지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도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보다 더 최하한을 정하는 법"이라며 "애초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것 자체가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의 허점을 노린 임금깎기 수법에 면죄부를 안겨주는 행정해석을 주기보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을 일치시키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노무사는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취지는 법정 노동시간의 준수에 있다"며 "입법 취지를 실현해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법상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개념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쳤냐, 돌았냐" 의사들의 '갑질'…간호사 85명 당했다
창원경상대병원 전수조사 201명 중 85명 피해 호소 근무 성격과 전혀 관련 없는 '웃음'까지 강요 15일 징계위원회 회부 논의 피해간호사들 진술. (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창원경상대병원 간호사 80여 명이 의사들로부터 '갑질'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경상대병원 고충처리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갑질 논란이 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의사와 함께 근무한 간호사 201명을 전수 조사했다. 이 가운데 무려 42%인 간호사 85명이 해당 의사들에게 폭언과 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산부인과 A의사는 병원 개원 초기인 2016년 간호사 폭행과 성추행 의혹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지만 반성 없이 수년간 갑질을 반복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간호사에게 근무 성격과 전혀 관련 없는 '웃음'까지 강요했다. 피해 간호사들의 진술서 일부를 보면 이 의사는 "인상을 쓰면서 일하냐 거울 좀봐라"며 "거울도 안보냐, 너는 웃는 연습좀 해라"고 간호사를 나무라기도 했다. 또, "쟤는 뭐가 저렇노. 멍청해 가지고 일도 안는다"며 "야이, 너네 미쳤나, 돌았나, 돌았냐고, 제정신이가,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라는 막말까지 했다. 최근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 등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B의사도 "니 언제 사람 될래", "말 귀를 알아듣는 것도 아니야, 말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야", "멍청해도 정도껏 멍청해야지" 등 반말하고 소리치는 건 기본, 욕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15일 고충심사위원회를 열어 의사들을 징계 위원회로 넘길지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노조는 의사들에게 피해를 본 노동자 85명의 위임장을 받아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양육비 안 낸 母도 있는데…왜 '배드파더스' 일까
양육비 미지급 실태와는 무관한 남성 '차별' 논쟁 미지급 아버지 100명일 때, 어머니는 15명 밖에… '배드파더스' 측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80%는 여성들" (사진='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캡처) 세상이 주목했던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명예훼손 국민참여재판이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 신상을 공개한 시민운동가 구본창씨의 무죄로 막을 내렸다. 이러한 활동이 공익적 차원이었음을 사법부가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 소송·추심을 돕는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2015년 3월 25일부터 2018년 11월 30일까지 양육비이행의무가 확정된 1만1200건 중 실제 이행은 3562건(약 31%)에 불과했다. 양육비 미지급률이 7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배드파더스'는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8개월 간 116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판결 이후, 주요 쟁점과는 무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 이름이 남성을 '차별'하는 것이며 실제 이 사이트에서 양육비 미지급 '엄마들'의 신상은 소극적으로 공개한다는 지적이었다. 영국 언론 BBC 인터뷰에 따르면 '배드파더스'의 시작은 2016년 구씨가 개설한 코피노 아버지 신상공개 블로그였다. 영어강사 출신인 그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에 갔다가 우연히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 태어난 자녀) 어머니들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했고, 이것이 한국 내 양육비 미지급 문제까지 확장돼 '배드파더스'로 이어졌다. 현재 운영 중인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접속하면 성별 구분 없이 양육비 미지급자라면 모두 신상이 공개돼 있다. 국내 양육비 미지급 아빠들은 87명, 엄마들은 15명이라는 숫자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코피노 아빠들'까지 합치면 양육비 미지급 아빠들은 101명에 달한다. 구본창씨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양육비 피해자의 80%는 엄마들, 20%가 아빠들이라는 통계가 있다. 사이트 이름은 여성인 피해자가 다수이기에 거기 초점을 맞췄다"며 "일부러 엄마들을 적게 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저 통계 비율대로 제보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등으로 잠시 멈춰있지만 '배드파더스'는 곧 운영을 재개한다. 법원에서 '배드파더스' 활동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더 철저한 검증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구씨는 "더 촘촘한 검증 절차를 갖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양육비 지급 의무는 판결문 등으로 확인이 쉬운데 지급 내역은 확인이 어렵다"며 "지급 의무가 있는 사람이 지급 내역을 입증할 필요가 있는데 보통 양육비를 주지 않고자 잠적해 연락두절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 제보는 아예 양육비 자체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어 거짓 제보나 무고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신상공개된 미지급자들이 억울한 경우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창구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배드파더스'에서 실무를 맡아서 하는 5명 운영진은 모두 여성들이다. 스스로 '자원봉사자'라고 자칭한 구씨가 늘 외부에 나서는 이유가 있다. 이는 여성 피해자들이 많은 양육비 미지급 사건들이 '별것 아닌 일'로 취급되는 것과도 연관된다. 구씨는 "사이트 운영자들이 여성들인데 협박 등 피해 우려가 항상 있다. 실제 역할은 그분들이 전부 하는데 제가 방패막이를 하는 것"이라며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인데 명예훼손 소송은 물론이고, 물리적인 상대도 어렵다. 강력하게 청구를 못하는 상황인데도 사회 분위기는 이런 미지급에 너무 관대하다"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국가가 움직이지 않으면 공적 영역에서의 양육비 미지급 해결은 불가능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4개국 중 12개국이 양육비 미지급을 형사 범죄로 다루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여권 및 각종 면허 발급 거부 등 생활과 직결되는 실질적 불이익을 준다. 노르웨이는 은행 계좌와 부동산 등을 압류해 국가 차원에서 양육비를 회수한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양육비 미지급 한부모 명단을 공개, 형사 처벌하는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별한 사유 없는 양육비 미지급 한부모에게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조치 등을 내려야 하며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그 비용을 이들에게 회수하는 방향으로 양육비 대지급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가족의 사적인 치외법권 영역에 있던 양육비 문제가 공적, 법적 영역으로 나오게 됐다. 이번 판결을 통해 관계부처도 전향적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응답했다.
'240명 예배' 1발 명중, 추가 희생 막아…美 교회 총격 뒷이야기
범인 가짜수염에, 가발 쓴 채 교회에 나타나 보안팀, 걱정돼 예의주시 중 2명 살해 당해 1발로 범인 저격성공…예배보던 240명 추가 희생 저지 "총기 때문 범행" vs "총기 덕분 추가피해 막아"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교회 총격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담은 교회 CCTV 영상. 범인(중앙원)이 설교대를 행해 엽총을 발사하자 잭 윌슨(왼쪽원)이 반사적으로 권총을 꺼내 범인을 제압중이다.(사진=현지 경찰) 주일인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한 교회 신도들을 향해 엽총을 쏜 범인을 저격한 사람은 교회 보안요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30일 FOX 등 미국 언론은 당시 범인을 저격해 무고한 시민들의 추가 희생을 막은 용감한 시민에 관한 이야기를 주요 뉴스로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 당시 범인은 롱코트를 입은 채 예배에 참석 중이었다고 한다. 교회 설교대 왼편에 앉아 있던 범인은 뒤돌아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일어나 미리 준비한 엽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교회 관계자 두 사람이 쓰러지던 찰나 예배당 뒤쪽에 앉아있던 잭 윌슨이 반사적으로 일어나 범인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6초만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1발의 총으로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 봐서 윌슨은 노련하게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사건 직후 지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와 범인 사이에 많은 교인들이 있었지만 침착하게 명중시켰다"고 말했다. 윌슨은 쓰러진 범인에게 다가가 그를 제압했다. 범인이 아직 기력이 있는 것을 느끼고는 엽총을 치우기도 했다. 만약 윌슨이 범인을 저격하지 못했다면 예배당에 앉아 있던 교인 240명 가운데 추가 희생자가 나올 수 있었던 급박한 상황이었다. 윌슨은 사건 직후 자택에 몰려든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범인의 첫 총탄에 쓰러진 피해자는 교회 보안요원인 리처드 화이트였다고 했다. 화이트는 범인이 약간 걱정돼 계속 주시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윌슨은 전했다. 누가 보더라도 가짜 수염에 가발을 쓴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교회 보안팀은 카메라로 그를 비추기도 했다고 했다. 윌슨은 사건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잭 윌슨(사진=KDFW 방송캡처) "나는 사건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악은 존재하고 나는 제거해야만 했다. 교회 보안 책임자로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무분별한 총기 사용 때문에 비극이 발생했다는 쪽과, 총기 소유의 자유 덕분에 추가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윌슨은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그 것이 내가 투쟁하는 방식이고, 그 것이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며, 그 것이 나 자신, 가족 또는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휴대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윌슨은 이 교회 보안 책임자로 있으면서 주변에 총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고향 후드 카운티에서 보안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군과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가 전직 FBI요원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는 2명. 윌슨의 총에 쓰러진 범인의 신원과 생존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나만 알기 아까운, 어쩌다 발견한 아메리칸 빈티지 샵
얼마 전에 길거리를 거닐다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난데없는 브랜드 스티커들이 잔뜩 붙어있는 곳을 발견하고 문득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바로 여기다. 처음엔 뭐 미국 형들이 졸라 큰 맥주잔 들고 술잔을 부딪치는 빈티지 술집인 줄 알았다. 이건 뭐... 찾아올 사람만 알아서 찾아오라는 느낌. 그래 사실 여긴 옷가게다. 들어가는 순간 오래된 옷의 냄새가 훅 풍긴다. 각양각색의 옷과 신발, 소품에 후각은 곧 마비되고 이곳 저곳을 들쑤시게 된다. 익숙한 브랜드들이 의외로 많을 거다. 고르는 재미, 찾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나는 빈티지 매니아가 아니었음에도 굉장히 재밌었다. 왠지 간지 줠줠 흐르는 빈티지 데님 재킷 하나 구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냐? 예전에 어떤 빙글러가 애타게 찾던 오버롤 팬츠도 졸라 많이 걸려있다. 여긴 트위드 재킷이 매우 많다. 다 입어보고 싶었지만 일하러 가야해서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Gordon & Bros의 올드 옥스포드 구두 하나 건져왔다. 모든 물건이 하나씩 밖에 없는 빈티지 샵에서 내 사이즈 맞는 거 찾으면 얼마나 기쁘냐. 3개월 할부했다 그래도.(훌쩍) 주소는 강남구 역삼동 788-35 지하 1층이다. 강남 세브란스 병원 근처다. 역삼역이나 한티역에서 내리면 가깝다. 지도 검색해서 찾아가라. 빈티지를 좋아한다면 후회는 없을거다. 원래 온라인 샵을 6년 정도 하시다가 오프라인 샵은 올해 8월에 냈다고 한다. 이런 데가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댓가 없이 걍 맘에 들어서 써봤다. 사실 @AshtheReborn 브로 때문에 자극받고 써봄. 드가봐라 함. 난 담에는 여유있게 놀러가볼란다. http://www.omnipeople.co.kr/
[스토리뉴스 #더] 물보다 연한 피…재벌가의 ‘의상한’ 형제들
‘태정태세문단세…’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태’는 태종, 우리가 잘 아는 이방원이다. 그는 두 차례 ‘왕자의 난(亂)’을 일으켜 이복형제와 정적을 축출,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됐다. 눈앞의 권좌에 앉고자 피를 나눈 가족마저 짓밟는 이 같은 사건을 우리는 국사나 세계사 책에서 적잖이 봤다. 물론 흘러간 일만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하나의 권력을 두고 가족끼리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양 치고받는 사건들은 익숙하다. 다행히도, 중세시대마냥 목숨을 직접 빼앗지는 않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사례는 한진그룹의 일명 ‘남매의 난’이다. 지난해 4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후 그룹을 이끌고 있는 건 조원태 회장. 집안 막내인 조현민 전무도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지 14개월 만에 만에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하지만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만은 예상과 달리 지난 11월 정기인사에서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다 조 회장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보인 호텔 쪽을 정리하려 들자 억지 봉합이 터진 것. 조 전 부사장 측은 연말 성명을 내고 “조 회장이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작심 지적했다. 이후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큰 언쟁을 벌이는 등 남매의 전선이 집안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물론 모자(母子)는 곧장 사과문을 발표했고 남매 간 만남도 성사될 전망. 그러나 핵심 권력은 하나, 유훈에 대한 해석도 서로 다른 만큼 한 번 뒤틀린 이들 두 사람이 레고마냥 쉽게 끼워 맞춰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이렇듯 재벌가 다툼은 대개 총수의 유산, 즉 경영권을 나누는 과정에서 발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동 경영 유훈을 남긴 조양호 전 회장도 선친인 조중훈 창업회장의 별세 후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형제인 차남과 4남이 유언장 조작설을 제기하며 소송을 거는 등 ‘형제의 난’ 한가운데 서있었던 것. 그렇다고 한진가 혼자 유별난 건 아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 상당수는 각종 ‘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선 범현대가에서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건강이 심상찮던 2000년부터 경영권 분쟁이 시작, 무려 10년간 이어졌다. 장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었고, 정몽헌 회장 사후에는 부인인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간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일명 ‘시숙의 난’이 터졌다. 2006년에는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동생의 난’이라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롯데가 형제도 유명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그룹 주도권을 놓고 긴 싸움을 이어온 것. 다만 지난해 일본의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재선임안이 원안대로 통과,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복귀가 물건너가면서 신동빈 회장 원톱 체제는 굳어지게 됐다. 두산그룹 역시 고 박용오 전 회장이 2005년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 대해 경영상 편법 활용으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 형제의 난 역사 중 한 페이지를 장식했었다. 이후 1년 7개월간 계속된 법정 다툼은 박용성·용만 형제의 특사 후 경영 복귀, 박용오 전 회장의 퇴출로 막을 내렸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낸 금호그룹도 마찬가지. 고 박인천 창업회장의 3남인 박삼구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의 형제 분쟁은 금호그룹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갈라놨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한테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장남인 고 이맹희 회장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밖에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한 효성그룹판 형제 반란도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모태인 동아제약 시절 강신호 명예회장과 차남 강문석 전 대표의 갈등, 즉 ‘부자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대한전선그룹 또한 고 설원량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자 이복형제들이 반발, 부자의 난을 겪은 바 있다. 대림그룹의 경우 이복 삼촌-조카인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대림통상 경영권을 놓고 ‘숙질 전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난’을 거치지 않은 재벌가가 단 하나라도 존재할까 싶을 정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그룹사의 구조적 특성상 노른자위는 1인자가 독차지하기 쉽다”며, “창업 세대에서 2-3대로 넘어갈수록 파이를 나눠먹을 인원이 늘어나 가족 상잔 비극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물론 눈살 찌푸려지는 사례만 있었던 건 아니다. SK, LG, GS, 신세계 등 도드라지는 분쟁을 삼가온 곳들도 있다. 심지어 앞서 소개한 금호그룹의 경우, 3남과 4남이 싸우기 전에는 장남 고 박성용 회장이 본인이 65세가 된 해에 동생 고 박정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물려주며 ‘아름다운 우애’를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나아가 삼천리그룹을 세운 고 유성연·이장균 회장 콤비의 사연은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절절하다. 한국전쟁 전후 목숨 부지조차 힘들었던 시절, 서로 의지하며 버틴 두 사람은 그 인연을 바탕으로 훗날 동업을 일궜다. 이후에도 합리적이고 절제된 공동 경영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고,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았음에도, 한 지붕 두 가족 인연은 여전히 끈끈하다. 맹자의 사단(四端) 중 하나로 사양지심(辭讓之心)이란 게 있다. ‘인간이라면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을 갖춰야 한다’는 뜻. 퇴계 이황 선생은 기세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닌, 허물 고치기에 인색하지 않고 죽기로 의리를 지키는 것에 진정한 용기가 있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국민 다수가 눈여겨보는 가문의 구성원이라면, 특히 지금의 그 자리를 본인 능력으로 쟁취한 게 아니라면, 꼭 새겨둬야 할 덕목들이 아닐까. 그래야 피는 물보다 진한 ‘척이라도’ 하지 않겠나. 그 기업에 그쪽 집안사람들의 수고 외에도 수많은 노동자의 시간들이, 나아가 국민의 공(功)이 스며있음을 안다면 말이다. 글·구성 : 이성인 기자 silee@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