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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파 유대교의 여성 랍비

어쩌면 정통파 유대교가 거의 모든 전통 종교가 쌓아놓은 금녀의 벽을 먼저 허물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 정통파 유대교에서 최초의 여자 랍비가 곧 탄생하기 때문이다. 1996년생, Myriam Ackermann-Sommer인데, 원래는 특별히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 유대인 집안의 딸이었다가 나중에 신앙심을 깨닫고 랍비가 되려 했었다고 한다.

원래는 세속적이었다가 갑자기 신앙이 생겼으니, 정통파를 기웃거린 건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프랑스의 정통파 신학교들이 여자 신학생을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랍비가 되기 위해 그녀는 미국으로 유학(참조 1)을 가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배후(!)에는 남편이 있었다.

(남편보고 "넌 랍비가 돼야 해"라고 했더니 남편이 도리어, "그럼 님도 해야 함 ㅇㅇ"이라 했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래서 둘다 미국으로 유학)

남편도 미국에서 랍비과정에 있는 신학생이었기 때문인데, 이들은 정통파 유대교를 현대화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참조 2). 그런데 혹시 명칭이 원래 쓰이던대로 랍비가 될까?

일단 영어권에서는 여자 랍비들도 그냥 랍비라 부른다. 그러나 프랑스어의 경우 요새 포괄형 글쓰기(écriture inclusive, 참조 3)가 퍼지고 있기 때문에 랍비를 가리키는 불어 단어 rabbin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문제라고 한다. 끝에 e를 붙여서 féminine하게 rabbine이라 하면 될까? 그녀의 답변에 따르면 프랑스 정통파는 아직 rabbine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한다.

즉, 일단은 랍비의 아내를 뜻하지만 단순한 배우자가 아니라 역할이 있는 호칭, rabbanite를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실제로 그녀는 랍비의 아내가 곧 되기도 한다).

프랑스에 여성 랍비는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리버럴(libéral), 혹은 진보파(progressiste) 유대교에 속한다. 그녀에 따르면 정통파도 이제 여성 랍비를 둘 때가 됐으며, 종교적으로 민감한 질문(당신은 페미니스트인지?)도 잘 피했다. 여남이 같은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는 의미로서 자기가 페미니스트가 맞지만 페미니즘 유대교, 혹은 LGBTQI+ 유대교를 별도로 구성할 필요까지는 못 느낀다는 답변이다.

다만 유대교 전통이 LGBTQI+를 배척하지는 않는다고도 말한다. 단순한 "관용"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면서 제아무리 정통파라고는 하지만 사회적 변동에 맞추긴 해야 한다고 답했다. "무함마드가 살아계셨다면 동성혼도 하셨을 것이라(참조 4)"고 말했던 이맘, Ludovic-Mohamed Zahed(참조 5)가 생각나는 발언이다. 여담이지만 그는 다행히도 잘 살아있고, 그의 모스크도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랍비 아케르만이 정통파를 현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다른 종교들도 결국은... (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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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Maharat라고 해서 미국 뉴욕(브롱크스)에 소재한 여자 신학생을 위한 정통파 유대교 신학교다. 설립이 2009년이니까 생긴지 얼마 안 됐다. 홈페이지는 여기. https://www.yeshivatmaharat.org/

2. 이들은 정통파 유대교 현대화를 위한 공부그룹을 만들었다. https://www.ayeka.net/

3. 포괄형 글쓰기(2017년 12월 24일): https://www.vingle.net/posts/2303961

4. Ludovic-Mohamed Zahed, un Coran d’air frais(2012년 11월 29일): https://www.liberation.fr/societe/2012/11/29/ludovic-mohamed-zahed-un-coran-d-air-frais_864023

5. 모든 사람을 위한 모스크(2012년 12월 3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38885820786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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