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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의미를 상실한 시대에 바치는...


<납관부 일기>를 읽다...


제1장  진눈깨비의 계절

아오키 신문(靑木新門)이라는 시인이자 소설가의 수필과 같은 글이다. 납관부(納棺夫)가 되어 시신을 처리하는 일을 시작허고 쓴 글이다. 독특한 이력을 글로 녹여낸 솜씨도 엿볼 만하거니와 이웃 나라 일본의 한 소읍의 장례 풍습에서 동양적 어떤 맥을 기대하며 펼쳤다.

도야마현(시?)의 한 마을에서는 가족이나 친지가 염을 하는 풍습이 있었단다. 그리고 좌관(시신을 앉게하여 넣는 관) 풍습도 있단다. 굳은 시신을 꺾어 앉히고 끈과 무명천으로 묶어 고정을 시키는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납관부'라는 말을 쓰는 모양인데 사전에도 없는 말이란다. 일본에서도 '장의사'라는 말이 일반적인가 보다. 뼈대 있는 집안에서 장의사는 안 된다며 더구나 장손이라 말리는 숙부로 인해 오기가 생겼다는데... 장의사 중에서도 입관이나 화장 담당은 더욱 꺼리는 일 중 하나라는데, 납관부는 입관을 하는 사람일 테다.

1945년에 여덟 살인 '나'는 엄마와 만주에 있었단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다 패한 그 때, 아버지는 시베리아 전선으로 가고 소식이 끊겼고 여동생과 남동생은 난만수용소에서 죽었다는데... 패망과 함께 난민이 된 그들. 일반인들이 무슨 죄였겠나마는 일제강점기를 보내온 일본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지면서 순간 괜한 노여움이 인다.

그 격동기에 '나'도 급물살에 휩쓸렸었던지 몇 대를 이어온 지주였지만 농지 개혁으로 생계도 힘들었단다. 가족의 만주행은 고부 갈등이었단다. 결국 어머니는 집을 나가 버렸다고.

p38  죽음이라는 것과 항상 마주하고 있으면서, 죽음으로부터 눈길을 돌리고 일을 하는 것이었다.
- '스스로 비하하고, 열등감을 품고, 돈에만 얽매이는 자세에서는 직업의 사회적 지위가 따를리 만무하다'고 역설한다.

p39  말 한 마디에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 아내가 작가가 하는 일을 알게 되고 '더럽다'고 잠자리를 거부했다. '인간 존재의 심연을 도려내는 것 같은 어어', '비속한 언어', 그것을 유전자에 뿌리박힌 '더럽다'는 말이라 한다.

더럽고 부정한 것, 케가레.
순정한 것, 하레.
케가레를 하레로 바꾸는 것, 키요메
- 하여간 미개하다. 스모 경기장이나 후지산에는 여자는 못 올라갔단다. 여자는 부정한 것이어서... 하긴 우리도 예전에 제사는 남자만의 의식이었지...

이자나기노미코토: 처음으로 일본 땅을 다스렸다는 남신(서기 712년에 편찬된 가장 오래된 역사서 <고지키>에서...)
- '아스달 연대기'에는 세상의 물과 연결된 모모족이 나온다. 왠지 일본의 고대 부족을 연상시키는데 모모족의 수장 샤바라를 연기한 배우도 일본 사람이란다. 거기서 아고족의 신 '이나이신기'가 나오는데, 갑자기 '이자나기노미코토'가 연상된다...ㅎ

p52  ....(진눈깨비처럼) 이런 변화를 무상(無常)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세상의 모든 사상(事常)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변화해 가는 것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한다.
- 사라지고 늙고 시드는, 변화하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제2장  이런 죽음, 저런 죽음

부패한 시신에서 나는 냄새가 꽤나 지독해 뇌리에 박혔는가 했더니... 코털에 배인 냄새였단다. 하긴 머리털에도 냄새가 배이던데... 코털에도 그렇구나...

p70  .... (후카자와 시치로의 작품 <나라야마부시코>에서 고려장을 원한)오린의 죽음은 자아를 희생하는 사랑으로 삶과 연결되어 있지만, 미시마(유키오)의 죽음은 자아의 사랑이긴 해도 그 사랑이 삶의 존속과는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오린의 죽음은 공동사회의 한 명으로서의 죽음이고, 미시마의 죽음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근대 지식인 특유의 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자살만큼 사회에 당혹감을 던져주는 죽음의 방식은 없다. 그것은 자살이라는 행위가 공동사회로부터 소외된 자의 고독한 해결방법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p80  날마다 시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신이 조용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에 반하여 죽음을 두려워하고, 벌벌 떨면서 들여다보는 산 사람들의 추악함이 자꾸 신경에 거슬리게 된다.

p86  제2차 세계대전 후의 현대 시인들이 필사적으로 발버둥쳐도 허무로부터 탈출하지 못한 까닭은, 생에 너무 집착하여 사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던 데에 원인이 엤을지도 모른다.

p87  시점의 이동이 있어야 배려가 생겨난다.
-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의 훌륭함이 시점의 이동이라 보는 것이다...


제3장  빛과 생명

소나무 옆에 삼나무를 심으면 똑바로 소나무가 자란단다. 정말?

p135  우선 시인들은 한결같이 물질에 대한 집착이 없다. 게다가 힘조차 없음에도 남에 대한 배려나 친절함이 두드러진다. 또한 생존경쟁 속에서 무엇을 하건 패자가 되기 일쑤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에 곧잘 선망의 눈길을 던지면서, 애욕이나 술에 추하게 빠져든다. 죽음을 잘 인식하는 편이면서도 삶에 집착하기도 한다.
더구나 시인들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견주어 자신의 행동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세상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살아가는 식의 패턴이 많다.
- 시인이란...


p147  "과학적이지 않은 종교는 맹목이다. 종교가 없는 과학은 위험하다."
- 아인슈타인의 말이란다. 종교의 존속이 이 말 안에 있을 듯하다.

(p154 애서...)  1987년 2월 23일, '뉴트리노'라고 명명된 소립자가 16만 광년 저쪽에서 날아와지구를 관통하고 사라졌단다. 형체도 모습도 없어 누구도 본 사람이 없는데 도쿄대학 우주선 연구소에서 관측되었다고. 이 뉴트리노는 우주의 별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생겨난다는데... 작가가 말하는 '빛'이 아니나 1인당 10조 개의 뉴트리노가 순식간에 우리 몸을 빠져나갔다는 것인데, 별들의 생과 사의 순간에 광속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에서 태양도 지구도 지구상의 생물도 별이 남긴 잔해 물질에서 생겨났다고... 해서... 우리의 생과 사의 순갼도 이와 닮았다고...

.... 원생 생물에는 죽음이 없고 고등생물이 죽는다는 것은 유기체가 복잡해진 탓으로 생겨나는 불완전함의 결과라고...
- 결국 인간은 하등 동물보다 못하다는 얘기다. 영원이라는 시간을 잣대로 한다면...


<납관부 일기>를 쓰고 나서... 작가의 말

이 글이 1987년 12월을 계기로 쓰여졌구나. 납관부 일을 시작하던 당시 자신이 썼던 1973년부터의 일기를 바탕으로... 5년이 지나 출판을 하게된다. 홀로 입관 작업을 하던 '오쿠노 히로시'가 사장이었고...

p184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 그림이다."  - 파울 클레

(p187 에서...)  어디에 시점을 두고 시신을 마주했는가 하는 점. 작가가 언급한 이 지점이 이 책의 탁월함이다. 그리고 역시 나도 3장의 내용이 불필요하다... 종교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인가...(?!?!?)

(p191 에서...)  "실존은 사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키에르케고르. 사고의 대상으로 삼으면 삼을수록, 실존적으로만 존재하는 언어는 추상적인 개념이 되어 버리고 만다.

케빈 카터의 독수리와 기아 소녀가 찍힌 사진. 케빈 카터는 자살했다. 사람들의 비난으로. 하지만 작가는 원인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의 메세지는 외면한 채, 끔찍함을 부각시켰다고...

가필한 이 꼭지는 한신대지진과 옴 진리교 사건, 해외에선 종교와 민족간의 분쟁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던 때란다. 작가의 깨달음과 종교에 대한 회의, 그리고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는 새로운 종교의 가치에 대해 관심이 더욱 커지던 때였겠다.

후기에서 '고사명'이라는 제일동포 작가의 발문을 받았음을 적시했다. 그의 한국 이름은 김천삼. 언제인가 그의 글을 볼 날도 있겠지... 작가는 고사명을 '생과 사조차 뛰어넘은 세계를 걸어가는 분'이라 묘사했다.

고사명의 발문 중에서...
현대가 수명은 늘었으나 생의 의미는 상실한 시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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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언젠가부터 “화이팅”은 드립일 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됐다. 이 표현이 갖는 한계 때문인데, 생각해 보시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달라고 도움 청하는 이가 말하지 않는 이상, 주변인은 도움이 안 되며, 무슨 말을 건넨다 하더라도 위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낫다? 정확한 이유는 엘레나 페란테가 말한 적 있다(참조 1). 모든 것을 공유한 사람조차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어서다. 비슷한 맥락으로, 가족간 돌봄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고, 어머니와 동생의 차이에서 보듯 내리사랑이 아니라 어느 정도 평등한, 어떻게 보면 애정이 좀 다른 방향일 경우에 더 수월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다만 이게 애정이 없다가 아니고, 그렇다고 하여 인위적으로 애정을 키워서 상대하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무엇일까? 다정한 무관심(참조 2)에 가깝게 다가서야 하잖을까? 문제가 하나 있다. 어디까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느냐이다. 아프다고 하여 아프다고 징징대면 상대에 폐를 끼치는 것일 텐데, 그렇다고 하여 마냥 참을 수도 없다. 가령 곧 받게 될 근전도 검사를 할 때 나는 과연 어떤 비명을 지를까? 아니면 아예 지르지 않을까? 이게 꼭 비단 아픔을 나타낼 때만이 아니라 세상만사와 관련이 있다. 가령 어느 선까지 관심을 보이느냐는 애정과 오지랍을 한꺼번에 가져올 수도 있고, 그 기준은 각자 혹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잘 구분하는 자는 아마 없을 테고 말이다. 제목이 말해주지 않나?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는 것은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다만 상대가 나를 잘 이해해주리라는 기대가 딱히 없다는 점이 비극일 테지만 말이다. 물론 요새 들어 달라진 점은 하나 있겠다. 지나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게 해줄 동반자가 생겼다는 사실일 텐데, 이왕 같이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앞으로 감사하고 겸허하게, 적절한 언어를 찾아가며 살아야겠다. 목요일은 역시 독서지. 생각보다 와닿는 점이 많은 책이다. 어떤 식으로든 아픔을 증명해야 한 사람들에게 추천드린다. 우리 모두 “화이팅”. ---------- 참조 1. 엘레나 페란테, 그녀의 이름(2016년 10월 6일): https://www.vingle.net/posts/1799620 2. 다정한 무관심(2021년 6월 2일): https://www.vingle.net/posts/3762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