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ubon
10,000+ Views

바티칸 스캔들

슬로베니아의 대주교구 하나가 파산했다. 남유럽 문제의 부차적인 피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이야기가 좀 흥미롭다. 탈공산주의와 민영화, 그리고 펀드 운용과 유로화 편입, 뒤이은 투자와 포르노 텔레비전, 추기경들의 사임, 신부의 체포 등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것만 해도 영화화할 수 있을 듯. 정말 세상에는 픽션보다 더 재미있는 논픽션이 많다. 슬로베니아는 유고슬라비아 해체(!) 이후 제일 잘 나가는 전-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워낙 규모가 적은(인구가 한 200만 정도 될까) 나라이기 때문에 금융위기에 취약했다. 그래서 슬로베니아의 펀드가 대부분 다 몰락하고 말았는데, 문제는 이 중 슬로베니아 천주교회가 주도한 펀드가 있었다. 이 펀드는 1991년, 크라소베츠라는 이름의 신부가 공산주의가 망하자 재빠르게 저축은행을 세웠었고, 그 후 오스트리아 자본(합스부르크의 연결망은 지금도 건재하다)이 들어와서 대형 은행으로 자라났던 점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그때 일어났던 대규모의 민영화로 인한 자본 투입이 잇따라 일어났고 그 다음에는 유로 편입이 있었고 주가는 5배가 뛰었다. 여기에 신학교와 주교들이 개입. 투자는 계속 이뤄졌다. 문제는 이 펀드의 투자금 중에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양질의 포르노"를 방영하는 방송국들도 대상에 들어가 있었고, 순간 망하자 완전히 바닥에 나앉는 꼴이 되어버린 것. 크라소베츠 신부는 결국 체포됐고, 그는 자신이 주교들의 희생양이었다 주장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들어갔고, 물론, 바티칸에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바티칸이 도우려 하기는 했지만, 갑자기 지원 계약 직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부됐다는 말도 있다. 50년간의 공산주의 정권이 쌓아 놓아둔 반-교회의 움직임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만 과도한 음모론은 금물. (교회 앞에 누군가 슈바스티카 스티커를 붙였다고도 한다. 다 역사적인 업보다.) 다만 바티칸 스스로도 지금 개혁 대상이라는 점이, 앞으로 후속 기사를 기다리게 만든다. 안그래도 작년 여름, 몬시뇰 한 명(눈치오 스카라노 신부)이 로마에서 체포당했었다. 스카라노 몬시뇰은 별명이 몬시뇰 친퀘첸토. ...어쩌면 이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전혀 다른 얘기를 하겠다. 바티칸 은행 이야기이다. 친퀘첸토 하면 FIAT의 자동차 생각부터 나실 텐데, 이 신부님에게는 그게 아니었다. 500 유로 짜리 지폐 다발을 들고 다닌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가방 가득 말이다. 현금을 가득 가득 가지고 교황청과 스위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니, 당연히 애초부터 표적이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음모론에 나오는 것과는 달리, 교황청 은행은 역사가 매우 짧다. Instituto per le Opere di Religione, 그러니까 종교사역기관이라는 건조한 명칭의 바티칸 은행은 1942년도에 세워졌다. 전쟁중 교회 재산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 이전에는 그저 "관리국(Amministrazione)"이라는 이름으로 잔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음모가 들어설 정도는 아니다.) 바티칸 은행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일단 1980년대 이래, 바티칸 은행이 마피아의 돈세탁 창구로 쓰이고 있다는 스캔들이 있었고, 현재 유로 위기 와중에서 스위스의 계정까지 열어젖힌 은행 당국들이 바티칸의 계정도 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요구만 하지 않았다. JP 모건은 바티칸과의 관계를 끊었고, 도이체 방크는 ATM 기기를 멈춰버렸다. 하느님이 이놈, 하고 미국과 독일을 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50억 유로 자산 규모의 이 은행이 가진 문제점을, 요한바오로 2세는 공산주의를 물리치는 수단으로 삼았었다(괜히 내가 요한바오로 2세를 공산주의를 물리쳤다고 하지 않았다). 폴란드 자유노조에게 보내는 자금줄로 바티칸 은행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투명한 활용 때문에 음모론이 더 커졌을 것이다. 바티칸은 EU도 아니고 유로가 통하기는 하되 전세계 규제당국의 손에서 벗어난 독립국이다. 당연히 돈세탁을 목표로 여기 은행 계정으로 달려들 수 밖에 없을 테고, 바티칸 은행 스스로도 계정 관리를 별로 투명하게 하지 않았다. 모 유럽은행이 계좌 정보를 바티칸 은행에게 요구하면, 바티칸 은행의 대답이 이렇다고 한다. "우리는 하느님께 답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혁을 위해 별도의 인물(Ettore Gotti Tedeschi)을 고용했지만 그는 스캔들로 물러났고 베네딕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임했다. 뒤를 이은 교황은 프란체스코. 화제의 인물이다. 쇼맨십이 강하기는 하지만, 프란체스코 교황은 실제 업무도 정말 알차게 추진하는 인물이다. 베네딕토 교황이 좀 머뭇거리며 했던 은행 개혁 작업을 스스로 몰아붙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교황이 되자마자, 바티칸 은행 "최초"의 연례 보고서를 공개토록 했고, 작년 말에는 은행 개혁 위원장으로 붙였던 추기경 5명 중 4명을 해임 시켰다. 정치적인 의지가 확고하다는 말이다. 물론 후속조치가 어떻게 나올지, 언론에는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 사항.
casaubon
2 Likes
4 Shares
2 Comments
Suggested
Recent
@coolpint 딱히 무슨 범주에 들어가는지 몰라서요. -ㅁ-)a
아무리 봐도 저 '잡글'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게 잡글이라뇨.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일본인 76% "한식 몰라"
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한식을 묻는 질문에 13.3%가 한국식 치킨을 선호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11.9%)와 비빔밥(10.3%)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가장 자주 먹는 한식으로는 김치(33.6%)가 꼽혔다. 작년 1위였던 비빔밥은 올해 순위가 한계단 내려갔다. 이번 조사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도쿄,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등 해외 주요 16개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략) 한식 인지도는 57.4%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했다. 한식 만족도는 81.3%로 작년 대비 0.1%포인트 높아졌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가 인지도와 만족도에서 모두 1,2위를 기록했다. 일본 도쿄의 인지도와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쿄 시민 중 한식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 비중은 23.8%에 그쳤다. 한식당 방문 경험률은 66.5%로 전년 대비 8.4%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이들의 한식당 월평균 방문 횟수는 1.6회로 0.9회 감소했다. https://news.v.daum.net/v/20210107110010723?x_trkm=t 와 음흉함 보소👏👏👏 일본 편의점에도 김치 갈비 치즈닭갈비 있던데ㅋㅋㅋㅋ 설문에서까지 구라치는 종특 음흉함 못따라가 ㅊㅊ ㄷ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들이 먹는게 뭔지도 모르고 쳐먹고 있네 ㅉㅉ 멍청함에 소름이 다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