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nno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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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미학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고르라면 망설이지 않고 <활>을 선택할 것이다. <활>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에서 그다지 유명한 편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로서 김기덕 감독의 역량을 충실히 조명해주는 영화다. 영화인이기 이전에 김기덕 감독은 그림쟁이였다고 한다. <활>의 장면 하나하나마다 회화성이 짙은 것을 볼 때 그의 소싯적 역량이 보이는 듯 하다. 한국 사람이 아니면 구현해낼 수 없었을 색감과 감수성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하게 만든다. <활>의 내용은 김기덕 감독답게 무난하지는 않다. 노인과 소녀는 세속과 동떨어진 배 위에서 낙시꾼을 태워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김기덕 감독은 속세와 동떨어진 공간을 작품에 자주 등장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섬>이다. 아마 사회화된 자아가 아닌 내면의 깊은 욕망을 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소녀는 어려서부터 배 위에서 생활했기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노인은 활로 음탕한 낚시꾼들로부터 소녀를 보호한다. 활은 무기로 쓰이지 않을 때는 악기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젊은 남자가 배에 탑승하게 되고 소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소녀와 노인이 결혼할 것임을 안 남자는 노인을 비난하며 소녀를 속세로 데려가려한다. 어찌보면 은교와 유사한 내용구도이지만 은교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대략적인 스토리 라인은 간단하다. 하지만 영화 장면마다 드러나는 복합적인 인물의 감정은 영화를 3번씩이나 반복해서 본 나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또한 이 영화는 주로 상징성을 드러내기에 이를 파악하는 것 또한 난해하다.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김기덕 감독이 평소에 ‘종교성’과 ‘욕망’에 주목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 착안할 때 이 영화 또한 이 두가지 코드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활>을 보면 불교적인 색채가 짙다, 배에 새겨진 문양부터 노인이 소녀의 얼굴에 찍은 색색의 점 등의 소재는 불교를 상징한다. 소녀는 노인의 내면의 불심(佛心)이다. 노인은 모든 고뇌의 근원인 속세(욕망 덩어리)를 멀리한다. 그래서 속세와 동떨어진 배에서 속세의 유혹에 맞서싸운다. 소녀를 희롱하는 낚시꾼들을 노인은 활로 보호하는데, 여기서 활은 불심을 지키기 위한 노인의 의지를 상징한다. 노인은 소녀와 혼인을 하려 하는데 이는 불심을 완전히 내면에 새김으로서 부처가 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녀는 젊은 남자에게 빠지게 되고 결국 떠나려 한다. 노인은 이를 막으려고 폭력적인 방법까지 동원한다. 이는 불심이 본질을 잃고 그릇된 욕망, 집착으로 번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노인은 소녀를 놓아주고 소녀는 떠나고 만다. 소녀는 떠나지만 노인의 영혼과 소녀는 관계를 맺게 된다. 이 때 소녀의 처녀혈은 과거의 순수했던 노인의 불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인의 육체는 사라지지만(마지막에 소녀가 떠난 후 노인을 태운 배는 바다에 가라앉는다) 그의 순수했던 불심은 소녀의 몸속에 남아 속세에 전해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감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한줄로 정의해본다면 난해함, 불쾌함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예술이고 예술은 인간성을 드러내는 가장 훌륭한 매체이다. 가끔 사람들은 영화를 감상할 때 영화의 본질을 잊는 것 같다. 사람들은 ‘영화보는 것’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영화를 보니 이에 상응하는 즉각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새 유행하는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같이 쾌락을 주는 장르다. 하지만 인간은 쾌락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동물이다. 인간의 모습 중에는 분명 난해하고 복잡하고 불쾌한 측면들이 있다. 김기덕 감독은 이러한 인간의 측면을 보여주어 감상자로 하여금 ‘의미’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그런 면에서 김기덕 감독은 예술가이자, 스승이자, 지독스러울만큼 인간냄새나는 사람이다. 손쉬운 개인 전시관 개설, 아이노갤러리 >> http://www.ainnogallery.com
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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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댓글에 좋아요 백개쾅쾅ㅠㅠ
@mignonpomme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성적인 코드로만 이해하려 한다면 여성으로서 당연히 불쾌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의미를 찾으려고 생각하고 보면 불쾌하지만은 않더라구요^*^
@alsrlek93 한여름씨의 연기가 충격적일 정도로 뛰어나죠.... 연기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김기덕감독작품은항상불쾌했었는데..함봐야겟네요
어릴때 18살때 보고 큰충격을받았던영화 마지막에 처녀성을 표현한것을보고 연기하고싶다고 생각들었어요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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