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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부산 여행 2편 - 조연희(작가, 자유 기고가)

취향과 숙소 고르기 여행이란 내가 갖고 있는 중요한 취향부터 아주 자질구레한 취향까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 가짓수를 줄여가는 여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꼭 움켜쥐던 목록들이 하나하나 패스되면서 핵심만 남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함을 느낄 수 있다. 그때부터는 정말 배낭에 최소의 물건만 챙기고 당장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가벼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자 혼자서 숙소를 고른다는 것은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어찌보면 굉장히 고심할 일이라 여겨질 수 있다. 의외로 중요한 문제는 속전속결을 보는 성격이라 출발 하루 전에 여행서에서 추천한 게스트하우스 중 맘에 드는 곳으로 정한 후 바로 예약, 입금을 진행하고 의심의 여지없이 출발! 숙소 선택에 반영된 나의 취향은 여행지와의 접근성, 혼자의 여행도 신경 안 쓰게 할 게스트하우스의 자유로운 분위기, 쾌적함, 저렴한 비용이었다. 사실 여행지와의 접근성과 비용 빼고는 홈페이지와 리뷰 몇 개로 확신할 수는 없는 내용들이다. 특히 그 중 쾌적함은 눈으로 가서 확인해봐야 되는 내용이었다. 2박 3일인데 너무 재거나 따지지 말고 쿨하게 여행을 즐기자 하는 마인드로 쉽게 정하고 첫 날은 남포동 시장, 감천동 문화마을을 둘러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도착했다. 공포의 게스트하우스 아니, 근데 이게 웬 일! 불 꺼진 로비엔 아무도 없고, 전화번호와 호수가 적힌 방키와 메모 한 장이 덜렁 놓여있는 게 아닌가. 바로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니 관리자가 아파서 내일 오후까지 부재 중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로비 현관문도 잠그지 않고 밤새 개방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 뿐… 아무리 외국인들이 오는 게스트 하우스라도 그렇지, 이건 너무 개방적이다. 게다가 방 청결 상태도 중하위 수준에 냉, 온수 조절도 안된다! 너무 화가 나서 전화통화를 해봐도 알바생인 건지, 막중한 책임감이나 미안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대답에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아… 이 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잠시의 혼란 끝에 내린 결론은 ‘저렴하게 예약했으니 그냥 이틀 밤만 참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 여행에 집중하자! 그래! 이런 일도 나중엔 재밌는 에피소드가 되는 거야. 예측 못하는 게 바로 여행 아니겠어?’ 이렇게 마음 먹었지만, 근처 해운대 시장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자기 전까지 밖에서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티비를 줄이고 귀를 쫑긋 세우고 불안한 마음으로 밤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아니, 여행와서 이렇게 불필요한 데에 에너지를 쏟다니…' 다시 분노가 치밀었지만 제풀에 지쳐 잠이 들고, 다음날 어김없이 태양이 솟아났다!! 하지만 아침에 간단히 요기하기 위해 일 층 로비 주방에 가니 아무 준비가 안 되어 있고, 관리자 또한 얼씬도 안한다. ‘아~ 이건 완전 인내심 테스트인데?’ life_min20140226_1211.jpg 안전함, 쾌적함, 자유로운 분위기와 더불어 주인 아주머니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조식까지 더해진다면 감동의 숙소가 된다. 더군다나 겨울에 눈도 잘 안오는 부산이 어제부터 약한 비와 우박이 오락가락한다. 이런 날씨에는 스파가 최고지! 하며 예전에 한 번 가보고 반한 센텀시티 스파랜드로 갔다. 숙소를 나오는데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주 프리하게 담배를 연신 피우는 중동, 아니면 아랍계 여성이 나를 손짓한다. “거기는 너무 dirty하고, 여기는 매우 clean해. 나도 거기서 잤는데 너무 실망하고 여기로 옮겼어~ 너도 당장 옮겨! 여기는 아침밥도 훌륭해~ very good이야!” 내게 고급 정보를 준 외국인에게 나는 땡큐를 연발하고, 오후까지 환상적인 스파와 노천탕, 품격있는 찜질을 즐기고 돌아왔다. 거기는 너무 dirty하고, 여기는 매우 clean해~ 미련없이 하루의 숙박비가 남은 dirty한 게스트하우스에 내 불편 사항을 꼭 사장님에게 전달하라고 얘기를 하고 그녀의 제안대로 매우 깨끗하고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하고 로비와 방 모두 번호키 시스템이 갖추어진 곳으로 이동한다. 심지어 아침엔 간단한 조식이 제공되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죽, 스프, 귤, 토스트, 계란후라이와 아메리카노를 차려주셨다. 나머지 하룻밤에 느낀 그 안락함, 안전함, 그리고 조식에서 느껴지는 아주머니의 세심함. 이런 가격에 이런 수준이라니!!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나는 이번 여행의 숙소 고르기로 나홀로 여행의 숙소 취향이 정해졌다. 첫번째, 안전함 두번째, 쾌적함 세번째,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여행에서 숙소 고르는 건 너무 연연할 필요도 없지만, 간과해서도 안 될 일이란 걸 알았다. 아무리 사전조사를 해도 부딪쳐서 얻게 되는 정보와는 다르구나. 그리고 이 일로 숙소를 고르는 데 관한 취향이 완성되었으니 난 여행을 통해 꽤 많은 걸 얻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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