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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진주와 토박이말바라기 손잡다

#토박이말바라기 #한살림진주 #운힘다짐풀이 #협약식

오늘 한살림진주와 운힘다짐풀이 잘 마쳤습니다. 첫걸음을 내디딘 두 모임이 주고 받은 다짐처럼 잘하길 빌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뒤풀이에서 나눈 이야기까지 하나씩 이뤄가도록 힘과 슬기를 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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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죽이게 되지만, 형제의 가능성을 비교하면 둘 다 살린다!
이스라엘 _ 가정 교육의 출발점은 개성 존중 “형(누나)이니까 참아라. 형이 져줘야지. 양보해라.” 어려서 참 많이 듣던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부모님들도 별생각 없이 이렇게 아이들 싸움을 말립니다. 그러나 유태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싸움을 말릴 때 독특한 방법을 씁니다. 형이니까 혹은 동생이니까 져주는 것이란 없습니다. 아이들의 싸움을 말릴 때, 각자 자기의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줍니다. 유태인 부모님들의 모습은 재판관처럼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이들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나무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우격다짐으로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기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고 귀찮더라도 대화로 다툼과 갈등을 해결합니다. 아이들끼리 싸움이 심해져서 주먹이 오간 경우라면 사람을 때리고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부모님이라는 재판관 앞에서 자기의 정당성을 마음껏 변론한 아이들은 대체로 부모님의 판결에 수긍합니다. 그만큼 사전에 충분히 대화가 오갔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싸움할 거리가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폭력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은 유태인 아이들은 화가 나더라도 좀처럼 상대방을 때리거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요. 또 이스라엘의 가정에서는 부모님들이 형제, 자매의 능력을 비교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능력 차가 아니라 개인 차이입니다. 각자 가진 개성과 특화된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는 합리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이 놀러갈 때도 형제, 자매를 함께 보내지 않습니다. 서로 흥미가 전혀 다른 아이들이 같은 장소에 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차라리 따로 다른 장소에 가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태인 형제, 자매가 유난히 사이가 좋은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각자의 개성과 독특한 성향을 존중하며 기른 결과입니다. 형제들 간에 긴장감이나 경쟁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서로 너그러워지고, 가족으로서 애정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죽이게 되지만, 형제의 가능성을 비교하면 둘 다 살린다.” 이 말은 유태인들이 가정 교육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탈무드의 한 구절 입니다. 아이들을 합리적인 잣대로 교육하려는 유태인 가정 교육의 뿌리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유태인을 지칭하는 ‘헤브라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이브리’라고 합니다. 이 말의 원뜻은 ‘혼자서 다른 편에 서다.’ 이지요. 개성을 중요시하고, 그를 충분히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은 유태인 삶의 전반에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그들은 부모님들의 희망이나 기대에 따라서 혹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해서 어떤 직업을 택하지 않습니다. 부모님들이 먼저 자녀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개성 있게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지요. 부모님과 선생님의 역할은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찾아내어 스스로 인생을 계획하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일 뿐, 그들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고 기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여깁니다. 여기에서 합리주의의 출발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좌절하지 않는 마음 가져보기
사진 출처 : flickr - burntfeather 서커스단 코끼리의 발목에 밧줄을 묶어두면 도망가지 못한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새끼 때부터 발목에 밧줄을 걸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겪게 하면, 밧줄 따윈 쉽게 끊어버릴 수 있는 큰 코끼리가 되어서도 그 밧줄을 끊을 생각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더 강한 줄로 단 한 번 강하게 구속했다면 코끼리가 이렇게 좌절한 상태에 빠졌을까요? 좌절은 그렇게 서서히 마음이 얼어붙어버린 겁니다. 원래의 자신과 잠재력을 잊고 그냥 멈춰버린 시간입니다. 목표를 방해받고 분노하다 분노조차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목표를 잃고 좌절에 빠집니다. 좌절은 이런 무기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생을 병들게 합니다. 자, 그럼 여러분이라면 밧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코끼리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 같은가요? 좌절감을 이겨내도록 설득해 도와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냥 끊어보라고, 끊을 수 있다고 말해줄 수도 있겠죠. 실은 그 말이 맞습니다. 끊을 수 있고 일단 해보면 너무 우스운 일이었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아마 이렇게 말하겠죠. “불가능해요. 예전에 이미 많이 시도해봤어요.” 그러면 여러분이 그 자리에서 다른 밧줄을 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코끼리는 이런 항변을 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강하잖아요. 나는 서커스단에 계속 묶여 있던 약한 코끼리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썼던 그 밧줄은 약했을지도 모르고요.” 네가 더 강하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안 되겠군요. 포기하고 그냥 묶여 있으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좀 더 시도해봐야겠죠. 그럼 이렇게 말해볼까요? “너는 약해도 코끼리야. 자신을 좀 더 믿어봐. 할 수 있어.” 코끼리가 스스로 찾아와 방법을 물었다면,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 코끼리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겠죠. “안 된다니까요. 당신은 말로만 하니까 될 것 같은 거예요.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답답하죠. 그런데 실제로 좌절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지금의 말에 공감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물론 공감이 된다고 그 생각이 옳은 것은 아니죠. 자, 그럼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밧줄을 끊으려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발을 조금 움직여보는 건 어때? 지금껏 한 자리에는 있을 만큼 있었잖아? 매일 어제와 다른 곳에 발을 둬보는 거야. 한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여보는 거야. 그냥 지금 조금 움직여보는 거야.” 혹시 여러분 마음에도 밧줄이 있지는 않은가요? 스스로 얽어맨 부정적 신념이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한번 그 마음을 설득해보세요. 얼핏 생각하면 좌절에 빠진 코끼리를 설득하는 것이 쉬운 일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코끼리는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니까요. 그리고 밧줄은 과거에는 거대한 존재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죠. 코끼리가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있든 없든 아무 상관없을 정도로 미미합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엄청나게 큰 존재로 의식하고 있죠. 밧줄을 끊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코끼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현재의 밧줄이 아니고 과거의 기억입니다. 하지만 그 밧줄이 너무 강하고 자신은 힘이 없다고 생각하죠. 자신의 기억에 사로잡혀 현실성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이게 코끼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요? 좌절에 빠진 사람들의 생각도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밧줄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리고 자신은 특별하게 약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할 수 없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어놨죠.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내면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한 것 같아도 항상 조금 더 할 수 있죠. 그리고 그보다 더 할 수도 있죠. 그것이 무엇이든 한계인 것 같다가도 해보면 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코끼리보다 더 강합니다. 밧줄처럼 한계라고 믿는 무언가가 생기기 전까지 한계는 없습니다. 결국, 무엇을 믿느냐의 차이입니다. 밧줄은 없습니다.
짤줍_457.jpg
비 겁나 오네영 이런 날은 출근 안해야 되는거 아님? 물론 출근은 매일 하기 싫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짤줍이 저한테두 일탈이에여 열분덜... 오늘은 비도 오고 기분도 꽁기꽁기하니까 사투리플 한번 해볼라는데 괜찮으쉴? 기분이 꽁기꽁기하니까 접때 빙글에서 봤던 댓글도 생각나규 (이거 보고 언짢아서 그러는거 절대 아님) 저기 좋아요가 6개나 있다니 지짜 사투리 쓰는게 거북한 사람이 저러케 많단 말? (언짢아서 그러는 거 맞는 듯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많으시다면 오늘 한번 거북하게 해드릴게유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손가락 사투리플 갑니다 ㅇㅋ? 1. 노래방 예약하는 전라도 시방 모대야 2. 노래방 예약하는 경상도 겁재이 아이고 급재인데요? 그나저나 다비치 지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진짜 경상도 가짜 경상도 구분방법.txt 정확히는 ㅇㅂ 구분방법 끌고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충청도라고 다 같은 충청도가 아니여 아 기여? 알아서 햐~ 5. 갱상도라고 다 같은 갱상도가 아니디 긍까 이걸 와 모르노? 답답시릅네... 6. 갱상도사투리는 매우 효율적인 언어다 갱상도 사투리에 성조가 있는건 다들 알져? 성조가 있어서 이걸로 받아쓰기가 가능한 매우 효율적인 언어임 ㅋㅋㅋㅋ 스울사람들 이거 구분 몬한다캐서 내 깜짝 놀랐다 아입니꺼! 7. 전라도 요즘은 사투리 많이 안써~ 아 있냐~ 이건 갱상도사투리에서 맞나? 랑 일맥상통하는듯 자꾸 맞나 카면 대답해줘서 당황 8. 나도 이거 사투린지 몰랐는디 으➡️으↗️으↘️가 사투리라는건 나도 처음 알았음여 ㅋㅋㅋㅋㅋㅋㅋ 저 이거 사투린줄도 모르고 외국인한테도 썼는데 외국인들이 나중에 말하더라구여 표정으로 알아들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9. 갱상도 사람들 함 마챠 보이소 4번빼곤 다 알겠음 ㅇㅇ 다들 식사는 하셨져? 저도 이거 쓰다가 밥묵고 이어서 썼심더 ㅋㅋ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이거 저도 유머에다 쓰긴 했지만 사투리가 교양없고 웃겨서가 아니라 다양한 언어들 중 하나라는거, 다양성의 척도임을 보여주기 위함을 알아주시길 ㅋㅋㅋ 실제로 서울말이 표준어가 된건 일제시대라는것도 다들 아시져? ㅋ 사투리는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라는걸 다시 한번 강조하며 오늘의 짤둥이 물러갑니동 ㅋㅋㅋㅋ 참! 댓글은 다들 사투리로 달아 보는거 어때여? 서울사람들은 서울말로 부산사람들은 부산말로 광주사람들은 광주말로 충주사람들은 충주말로 원주사람들은 원주말로 제주사람들은 제주말로 ㅋㅋㅋㅋㅋㅋ 달아주세여 ㅋㅋㅋㅋㅋㅋ 당당하게 쓰자 사투리!!!!! 이거 쓴다고 점심시간 다 썼네 ㅋㅋㅋㅋ 그럼 이만 짤 주우러 빠잇 ㅇㅇ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3화
나: [서윤아, 왜 말이 없어..] 지난 2년동안 새벽만 되면 코끝이 시리다 못해 아려왔는데, 서윤이도 조금은 나와 같았을까요? 입을 떼지 못하는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에 응어리가 진 듯 먹먹해집니다. [......]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요란한 주변 소리만 들려옵니다. 아마 잔뜩 술을 먹고, 취기에 술집 안에서 전화를 건 모양입니다. ...... 잠시 후, 걸죽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조감독: [어 연결 됐었네. 김작가님! 저 조감독입니다.] 누구야 당신? 왜 당신이야? 지금 그 전화 한통 때문에 오늘 하루가 엉망으로 끝이 났는데? 다시 돌려내, 30분전으로 당장. 나: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조감독: [이거 어떡하죠? 남자 배우가 크게 사고를 쳤나봐요.] 나: [네? 이미 촬영 들어간 걸로 아는데, 어떤 사고요?] 조감독: [그게.. 음주운전 사고를.] 나: [그럼 언제쯤 촬영 재개할 수 있나요?] 조감독: [이미 한두번이 아니라서 더이상 배우 이미지가 영화와 맞질 않는다고 홍감독님께서..] 헉 내 첫 작품이 설마 이렇게? 나: [설마 아예 엎는 건 아니죠...?] 조감독: [그건 아닐 거 같고, 주연 배우 오디션을 다시 볼 거 같습니다.] 나: [남자 배우만 다시 캐스팅하는 거겠죠? 서윤씨는 그대로 가는 거죠?] 조감독: [네네.] 다행이다. 서윤이가 캐스팅 됐다고 엄청 좋아했을텐데. 그리고 사고친 남자 배우, 그 놈은 안 될 새끼예요. 계란 노른자 처럼 생겨서 여우짓이 몸에 베어있더라고요. 그런 놈에게 우리의 진중한 스토리를 맡길 뻔 했네. 조감독: [아 작가님! 한가지 더 전달할 내용이 있는데요. 홍감독님께서 이번 오디션 심사 좀 같이 봐달라고 하셨어요.] 나: [헉, 제가요?] 조감독: [네. 시나리오 감정선을 누구보다 잘 아시니까, 그 감성에 걸맞는 배우좀 찾아달라고. 하하하] 하늘이시여, 나에게 이런 기회를! 나: [네네,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조감독: [일정은 메시지로 넣어 둘게요. 밤 늦게 죄송해요. 푹 쉬세요!] 본래 제가 참여한 시나리오 공모전은 대상을 수상해야만 작가로서 제작, 기획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제 시나리오는 4등에 그쳤기 때문에 조촐한 상금뿐이었죠. 그런 나에게! 오디션 심사라니! 혹시 이러다 제작, 기획을 맡는 건가? 생각만해도 촬영장에서 열 띤 제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렇게 앞서 일어났던 일들은 까맣게 잊고, 들뜬 마음으로 새벽녘 신림동 골목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합니다. "기사님, 신논현 역으로 가주세요." ****** 오전 11시. 수상 상금으로 얻은 투룸 월세방. 혼자 사는 남자의 집은 지저분하고 탁한 냄새가 날 것이라는 관념에 포함되고 싶지 않아, 꾸역 꾸역 인테리어 앱을 통해 제법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에 유일한 나의 안식처이지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시리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곧바로 훌러덩 팬티를 내던진 뒤, 화장실로 직행합니다. 샤워타월에 과하게 바디워시를 짜넣고, 구석구석 벅벅 밀어 냅니다. 내츄럴하게 헤어 에센스로만 스타일을 내주고, 조x론 우드세이지로 은은한 살갗 냄새로 나갈 채비 끝. 사실, 굳이 나가야 되는 일은 없지만  그런 날 있잖아요? 괜히 실바람 맞으며 거리를 거닐고 싶은 날. A4용지로 출력해 놓은 시나리오와 맥북을 챙겨 신논현역 부근 카페로 향합니다. ******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등을 기댈 수 있는 구석 자리에 앉습니다. 당장 내일이 오디션 심사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시나리오를 훑어 봐야 합니다. 과연 내일 어떤 배우가 오디션을 보러올까. 그때의 우리를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한편으론 마음이 착잡하지만, 이왕이면 이야기 속 나를 완벽하게 대신 해주었으면 합니다. 생각 정리를 끝내고 시나리오를 펼칩니다. ♪♪ 카톡이 울립니다. 미리보기를 보니 '사진 한장'과 함께 은비에게 톡이 왔네요. '뭐하니 오빠. 난 수업 중~'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까요. 솔직한 제 심정은, 아직 은비와 그 이상의 진전은 원치 않아요. 서윤이와 잠시 마주친 것 뿐인데도 내 속을 헤집는 것을 보니, 새로운 만남에 대한 준비가 아직은 덜 됐다고 할까요. 그런데 말이죠. 이게 어쩔 수가 없나봐요. 자꾸만 저 사진 한장이 궁금즘을 유발하네요. 음.. 그래 아예 안 읽는 것도 좀 그렇다. 확인하고 무미건조한 답장으로 티를 좀 내야겠다. 자기합리화 끝. ...... 요가복을 입고 찍은 전신 거울 셀카. 그렇지.. 필라테스 한다고 했지.  오.. 입이 자꾸만 멋대로 O자 형태로 벌어집니다. 의지와 상관 없이 두 손가락은 확대를 시도합니다. 곱게 뻗은 어깨라인에, 물이 고일 듯한 깊고 선명한 쇄골. 가녀린 체구에 버거워 보이는 그녀의 가슴을 굳게 지탱해주는 스포츠 브라. 음푹 패인 허리와 매혹적인 라인을 그리며 노골적으로 솟아 있는 골반.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탄탄하고 매끈한 몸매. 가히 완벽한 균형에, 과하지 않은 굴곡들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네요. 내가 이런 여자와 어젯밤 불장난을 했다니.. 이왕 본김에, 슥슥 다음 프로필 사진으로 넘겨봅니다.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나봐요. 풍경아래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이 참 많습니다. 어두운 면이라곤 없을 것 같은 순도 높은 웃음이 참 예쁘네요. 보는 사람이 맑아질 정도로. 요즘 과즙미라고 그러잖아요? 은비라는 친구와 딱 들어맞는 말이네요. 어..이렇게 적나라게 비키니 사진을 프로필에.. 남자란 동물은 별 수 없는 것인가. 워워 이쯤하고! 지금 이럴 시간 없어. 정신을 붙잡고 답장을 합니다. 은비에겐 미안하지만, 조금은 냉철하게. '볼 일 보러 잠시 카페 왔어. 수업 열심히 해.' 묘하게 신경이 쓰이네요. 우선 무음으로 돌려놓자. 스읍 후. 심호흡으로 심신을 진정시키고. 자자! 다시 시나리오에 열중해볼까요. 표지를 넘기고, 제목이 보여집니다. [스물 아홉에 우린] 진부하기 짝이없는 제목이죠? 서윤이와 내가 끝맺음을 지을 때, 그녀에게 건내받은 말이 있었어요. '스물 아홉에 다시 만나자 우리' 참 웃기지도 않은 말이죠? 이별을 겪은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에겐 한심하기 짝이없는 말로 들릴 거예요. 한낱 풋사랑에 지나는 말 뿐이라고. 하지만 이별을 겪는 당사자에겐, 하루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슬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무너져 버리다가도, '우린 다시 만날거야' 라는 무책임한 희망이 다시 일으켜 세우죠. 그리고 그 희망은 어느새 옥죄가 되어 내 손으로 내 목을 조르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사랑에 반대되는 삶 속에서 매번 홀로 사랑을 해오다 어렴풋이 깨닫게 되지요. 결국엔,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마지막 서윤이가 건내준 그 말, '스물 아홉에 다시 만나자 우리'.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이 시나리오도 없었을 겁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끝에 그리움이란 감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때 이후로 '스물아홉' 이라는 나이 혹은 숫자가 조금은 특별해졌습니다. 시나리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스물아홉에 우린] 공교롭게도 현재 제 나이는 스물아홉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엔 또 다시 서윤이가 있네요. 그녀는 '스물아홉'의 약속을 기억할까요. ...... 잠시 멍하니 회상에 잠겨있는데 누군가 이어폰을 뚫는 데시벨로 나를 부릅니다. 어? 호.. 홍..감독님? 홍감독 : "김작가! 여긴 어쩐 일이야." 나: "안녕하세요 감독님! 시나리오 좀 볼 겸 왔습니다." 홍감독: "그래? 그럼 같이 올라가자고." 나: "네? 어딜요?" 홍감독: "이 건물 9층이 우리 사무실이잖아." 여기가 제작사 사무실이었어? 홍감독: "가자고, 지금 위에 다 와있어. 배우들까지." 나: "저 감독님.. 그럼 혹시 서윤씨도 계신가요?" 홍감독: "그럼 당연하지, 일어나 올라가지." 내가 아야기의 작가인 걸 알게 됐을 때, 서윤이의 심정은 어떨까요. 그것이 만에 하나 좋은 영향이 될지라도, 중요한 시기에 그녀를 뒤꼬이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어쩌죠. 급하게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서요." 홍감독: "어허 이사람이~ 후딱 일어나서 따라와." 안타깝게 내 위치는 의견을 따르는 곳이지, 의견을 내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나: "넵." 언뜻 보아도 영화 관계자의 포스를 풍기는 분들과 함께 엘레베이터에 탑승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수많은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져 있는 입구가 보입니다. 시골 촌놈이 상경한 듯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무를 보시는 분께서 미팅실로 안내를 해주시네요. 쭈뻣쭈뻣, 전입 온 신병처럼 당차게 인사를 드려야하나? 홍감독: "자자 잠깐 시간좀 뺏을게요. 여기는 김작가님. 이번 영화 [스물아홉에 우린] 쓰신 작가." "이쪽은 카메라 감독님, 여기는 일전에 통화 나눴던 조감독 저쪽은 음향 감독, 조배우, 황배우 ~" 손수 인사를 시켜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시나리오 정말 좋아요." 등의 감사 인사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홍감독님은 아차 하며 뭘 빼놓으 신 듯, 테이블 가장 구석 쪽을 가르킵니다. 홍감독: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 주연 배우인 우리 서윤씨. 대충 전해 들었었지?" 아... 숨고싶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한장면 한장면 천천히 그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이별의 김포공항> 박완서
<이별의 김포공항> / 박완서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사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언젠가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해 왔지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 중 읽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살짝 미뤄놓은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민음사 패밀리데이 때 쏜살 문고 시리즈 중 박완서의 단편집이 있는 걸 발견해서 바로 구매했다. 다른 책들을 읽는 사이 하루 정도 짬을 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기 때문이다. 저번 주말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읽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는 말이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말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보고 나니 충분히 현실성 있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잘 쓴다 하고. 읽는 도중에 그런 말을 한 소설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두 시간 만에 앉은자리에서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전부 읽어버렸다. 박완서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조금 과장된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깨지는 데는 처음 몇 페이지면 충분했다.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차례로 <이별의 김포공항>, <지렁이 울음소리>, <카메라와 워커> 그리고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인데 네 편 모두 감탄하면서 읽었지만 그중에 더 좋았던 걸 고르라면 <이별의 김포공항>과 <지렁이 울음소리>를 꼽겠다. <이별의 김포공항>은 미국에 있는 막내딸의 집으로 가게 된 할머니가 손녀와 나들이를 다녀온 뒤 한국을 떠나는 내용이다. 이 짧은 이야기 속에 온갖 것들이 담겨있다. 사대주의, 그로부터 기인한 한국에 대한 멸시와 연민과 동정, 한국을 떠난 이들과 한국에 남은 이들 간의 관계, 문화의 우열, 노인과 젊은이의 심리에 대한 묘사 등등. 이외에도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서 이 단편을 몇 줄로 요약하는 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소설의 초반부에 손녀가 삼촌과 할머니와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할머니는 해외로 나가려는 삼촌이 쓸데없는 데 돈을 쓰고 있다고 구박하는 아빠와 엄마를 향해 소리치고 아빠는 삼촌의 미국에 가겠다는 헛짓거리에 대해 화를 내며 엄마는 아빠를 거들어 할머니와 삼촌을 향해 비아냥대고 삼촌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분노한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나는 연극 무대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이어서 이것이 박완서의 소설이구나 하고 감탄했다. 마지막에 노인이 비행기에 타고 나서야 자신이 한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연극과도 같은 네 인물의 대사와 행동,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손녀의 시선이었다. <지렁이 울음소리>는 세상이 정해놓은 행복의 틀에 딱 맞는 삶을 살고 있음에도 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분명히 행복한 상황이 맞는데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은 그 울타리를 벗어나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 자신의 국어 선생님이었던 남자를 만나 과거의 그의 모습(체제에 반항하고 자유를 부르짖는)을 찾아 대리 만족을 느끼려 하지만 그가 이미 그때의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것만 깨닫게 된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신이 과거의 국어 선생과 불륜이 아니었음에도 불륜으로 알려져 자신이 사회의 울타리 밖으로 내쳐지기를 바라면서도 그것이 남편의 귀에 들어갔다고 착각한 순간 정해진 틀에서 벗어남으로써 물밀듯이 몰려들게 될 자유를 두려워한다. 인간의 실존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깊게 스며들어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사회가 정해준 삶을 의문 없이 살아가다가 문득 그 부조리에 눈을 뜨게 되고, 정처 없이 그 속을 방황하면서도 자신이 모든 것을 선택하고 또 그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무한한 자유가 두려워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카뮈와 사르트르가 생각나게 한다. 이 단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첫 시작이었다. 주인공은 남편이 군것질하는 모습, 단 것을 맛있어하는 모습을 연속극을 보는 모습에 빗대어 남편이 연속극을 맛있어하더라고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단 맛에, 연속극의 자극에 몸을 맡기는 것은 두뇌나 심장이 전연 가담하지 않은 즐거움이기에 둘에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사르트르의 <구토>에 나온 부빌의 시민들이 딱 그렇다. 자신이 이런 삶을 사는 이유, 자신이 단 것과 연속극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즐거움만 느낄 뿐인 인간은 생의 부조리에 걸려 넘어질 일이 없다. 당연함이라는 허상을 뛰어넘어 이것이 왜 맛있는가, 이것이 왜 즐거운가를 생각할 수 있는 인간만이 부조리라는 돌조각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 단편이 해외의 명단편들과도 견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아직 박완서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110 페이지 가량 되는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고 실린 단편들의 수준도 매우 높다. 본격적인 박완서의 장편들로 들어가기 전에 읽으면 좋은 완벽한 입문서다. 소설 속 한 문장 그는 그냥 맛있어하고, 맛있음을 그냥 즐겼다.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4화
서윤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시간이 멈추는 듯 했습니다. 그녀는 말없이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어, 꽁꽁 얼어붙은 눈이 햇볕에 서서히 녹아들 듯 점차 측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은 왠지 모르게 아늑했습니다. 마치 그리운 서로가, 그간 잘 지냈냐는 안부를 대신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아련한 눈빛으로 그저 서로를 바라만 보았습니다. 홍감독: "뭘 그리 뻔히 보고있어. 둘이 아는 사이인가?" 홍감독의 물음에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서윤이가 보입니다. 나: "그럴리가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서윤: "안녕하세요..." 파도가 몰아쳐도 서윤이를 지켜줄 방파제가 되고 싶고, 온갖 비바람과 오물이 튀어도 대신 맞아줄 우산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홍감독: "그래? 아님 됐고. 슬슬 시작하지." 떨떠름한 분위기 속, 초점없는 눈으로 생각에 잠긴 서윤이가 보입니다. 불청객의 난입으로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두꺼운 콘티가 하나씩 앞에 놓여지고, 홍감독님의 주관으로 회의가 진행됩니다. 다들 콘티와 시나리오를 유심히 읽고 있네요. 시계 초침 소리와 페이지 넘기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원래 회의가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 5분여간 지났을까요. 제작부로 보이는 관계자가 입을 엽니다. "몇번을 봐도 이 시나라오는 참.." 그러자 옆에 있던 분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순간 죄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앞에서.. "뭐가 이리 세세해. 덕분에 장소 섭외 고민은 할 필요도 없겠네." 좋은 의미인가? 어리둥절 할 찰나에 홍감독님이 정곡을 찌릅니다. 홍감독: "김작가, 이거 본인 이야기 맞지?" 달아오른 열기가 서서히 얼굴 전체를 덮어옵니다. 안돼, 티내지마 얼굴아. 나: "아.. 아닌데요?" 홍감독: "아니긴 무슨. 본인 이야기 아니고서야 이렇게 글이 나오겠어?" 나: "아.. 아닌데.." 홍감독: "그나저나 진득하게 좋아했나봐. 궁금하네 그 여자." 눈을 마주치면 혹여 들킬까, 붉어진 얼굴로 저 아래까지 시선을 떨굽니다. 데칼코마니처럼 나와 같은 자세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서윤이. 오직 둘만 아는 진실이 우리를 작아지게 만듭니다. 열띤 회의가 진행되지만, 공황이라도 온 듯 단 한 음절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서윤이도 콘티에 시선을 두고있지만, 페이지가 멈춰있는 것을 보아 나와 같은 상태인 것 같네요. 그렇게 제3자에 의해서 우리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이어 우리의 첫만남이 이루어진 씬에 대해 논하기 시작합니다. 멍하니 얘기를 흘려보내다, 따끔한 정전기가 오른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 안돼! 홍감독: "다시 봐도 강렬하네 첫만남이. 그럼 이것도 김작가 이야기?"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것 같습니다. 나체로 거리에 내놓인다면 지금 딱 이 느낌일 것 같습니다. 나: "아, 아, 아닌데요, 정말 아니에요. 진짜로." 이유인 즉슨, 우리는 첫만남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선을 넘었습니다. 단연코 가벼운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그날은 마치 판타지 세상에 빠진 듯 했어요. 강원도 속초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파티가 열리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조용한 안식을 얻고 마음의 여유를 주기위한 곳이었죠. 복잡해진 머리를 풀 겸 방문했고, 서윤인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리러 온 것을. 우연치 않게 창을 마주하는 긴 테이블에, 두칸 정도 띄고 나란히 앉게 되었습니다. 5월의 햇살은 따듯했고, 그 빛줄기는 서윤이의 얼굴을 더욱 하얗게 애태웠습니다. 빛을 받은 눈동자는 연푸른 갈색을 띄웠고, 그 선명한 눈동자는 나를 끌어들였습니다. 명암 진 콧대는 그녀의 이목을 더욱 부각시켰고, 아른하게 빛나는 그녀의 은은한 연분홍빛 입술은 어떠한 채도로, 명도로도 표현해 낼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사연이 궁금한 채로, 훔쳐보기를 한 두시간 지났을까요. 따스한 햇살은 그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싶었나 봅니다. 하늘은 빛을 닫고, 가랑비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창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그녀는 만지고 싶은 듯 손가락을 맞대었죠. 마치 그녀의 마음을 대신해주는 빗줄기에 위안을 받는 걸까요. 숙연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니, 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 평소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행동. 하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어떠한 언행도 용납해줄 것 같았습니다. 따스하게 손을 건냈고, 서로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미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아니지, 더 정확히는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볼 때 부터죠. 그렇게 우리는 복잡한 '성인'이라는 겉옷을 벗고, 어린 아이의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우산 하나를 챙기고 비를 맞으러 밖으로 향했습니다. 토닥토닥 우산 위로 빗소리가 떨어지고, 우산이라는 작은 그늘 아래 서로를 의지했습니다. 무턱대고 걷다보니 속초 앞바다에 도착했고, 인적없는 아주 고요한 바다였죠. 우리는 그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나봅니다. 찰나의 고민도 없이,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우산까지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모든 근심을 싹둑 잘라내었죠. 차갑게 내리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마음에 젖어든 불순물을 씻겨내렸습니다. 발가락 틈사이로 헤집고 들어오는 질퍽한 모래 마저 간질간질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간 내가 알고있던 행복이란 것은 모두 거짓임을 깨달았습니다. 6살 짜리 해맑은 웃음으로 얼마나 뛰어다녔을까요. 하늘은 적막해졌고, 해변가 끄트머리에 있는 큰 바위더미들 앞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바위 틈에 잠시 몸을 숨겨 앉았고, 바다에 비친 푸른 달빛이 보일 듯 말듯 서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쁜 숨소리가 진정되고, 남아있던 웃음도 달아났습니다. 묘한 정적이 이어졌고, 그녀는 마치 첫사랑의 두근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내 목젖은 가만있질 못하고 자꾸만 침을 삼켜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젖어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죠. 하얀 티를 입고 있었던 그녀의 검정색 속옷이 천 조각 위로 너무나 적나라게 보였어요. 퍼래진 입술로 떨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가여웠고 그녀를 품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었습니다. "......" 고요한 파도 선율에 홀린 듯,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았고, 낯선 손길에 잔뜩 경직된 채로, 가만히 멈춰있는 그녀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그녀의 코를 맞대었고, 이어 천천히 고개를 틀어 내려왔습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아슬아슬한 거리. 그녀의 차가운 입술 위로 내 입술을 포개었습니다. 마주한 입술 사이로 미끌어져 내려오는 빗방울이, 투명한 맛과 함께 서로의 입안을 더욱 촉촉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주었어요. 서로의 혀는 부드럽게 뒤엉켰고, 다시금 가쁜 숨소리를 일으켰습니다. 그녀의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하얀 티 안으로 흐르는 물방울. 물방울을 따라 시선은 하얀 티 안으로 향했고, 검은색 속옷 가운데 하얗게 옹골진 그녀의 가슴이 보였습니다. 마치 속옷을 벗어도 지금 보이는 예쁜 형태 그대로일 것 같은. 심장과 머리가 일렁일 정도의 자극이 이어졌습니다. 나란히 앉아있던 나는, 무릎을 꾼 채 상체를 일으켰고, 앉아있던 그녀의 고개를 뒤로 휙 져쳐 입맞춤을 이어갔어요. 그리고 물방울을 따라, 아주 천천히 그녀의 티 안으로 손이 홀려들어갔습니다. 내 손길은 그녀의 속옷 안까지 침범했고, 속옷에 닿을 그녀의 가슴이 고스란히 내 손아귀로 대신해서 촉감이 전해졌습니다. 그녀는 조심스러운 숨소리와 함께 나를 꼭 껴안았고, 이어 그녀의 허리춤을 받쳐들었고, 헐렁이는 플리츠 스커트 속으로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허벅지를 시작으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깊은 곳에 가까워질수록 살결은 점점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선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골반. 그 근처에 위태로이 걸쳐있는 실크 느낌의 속옷. 갈고리 처럼 걸친 내 손가락을 따라, 서서히 말려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벗겨져 내려올수록 점점 더 나를 꽉 껴앉는 그녀. 잔뜩 겁을 먹은 듯한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소중했고, 윤활제 처럼 나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품을 준비를 끝마쳤어요. 그렇게 그녀는 어두운 모래사장의 적막 속에 나에게 몸을 맡겼고, 차갑게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더욱 본연적인 아름다운 육체의 선을 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생생할 만큼, 가히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 세상에 있다온 듯 합니다. 그녀를 하얗게 애태웠던 따스한 햇살. 그녀의 사연을 물고 온, 창에 맺힌 물방울. 우리를 씻겨 내려준 가랑비. 우리를 간지럽히던 질퍽이는 모래사장. 우리의 안위를 보살펴준 바위더미. 우리의 내면을 들춰준 적막한 파도 선율. 모든 게 완벽했죠. 물론, 시나리오엔 이렇게 세밀하게 쓰여지진 않았지만요. 음, 나도 모르게 회상이 깊어져 버렸네요. 여튼! 지금은 참아주십쇼. 아니, 마음껏 꺼내도 되니 제발 서윤이 앞에서는 꺼내지 말아주세요. 어디 개구멍이라도 없을까요. 아니 쥐구멍이라도. 홍감독: "한 번 읽었을 때 느꼈던건데 말이야, 정말 서윤씨 캐스팅 잘했어." 서윤: "네, 네?" 홍감독 : "김작가가 묘사한 거나, 분위기나 서윤씨라 해도 믿겠어." 물컵을 들고 홀짝이던 서윤이가 놀랐는지, 콜록 콜록! 연달아 헛기침을 합니다. 홍감독: "김작가, 안그래? 아주 찰떡이야." 기침에 전염이라도 된 듯, 급작스럽게 나도 목이 턱 막힙니다. 이런, 컥 컥. 서윤: "자, 잠시 화장실 좀..." 붉어진 귀를 한 서윤이가 자리를 비우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 홍감독의 부름에 담배를 태우러 테라스로 향합니다. 홍감독: "내일 잘 부탁해. 꼭 맞는 배우를 찾아야 영화가 산다."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네요. 그 꼭 맞는 사람 여기 있는데... 나: "네네." 휴식 시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가 끝이 납니다. 인사가 오가고, 미팅실을 빠져 나옵니다. 다 같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서윤이는 보이지 않네요. 지금은 차라리 다행이다 싶어요. 낯부끄러워서리...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꾸깃 꾸깃 다 같이 탑승합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삐삐삐! 이런, 인원 초과로 닫히지가 않네요. 눈치껏 재빠르게 내리고, 감독님들께 먼저 내려가시라 인사를 드립니다. 곧이어 옆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1층을 누른 뒤 구석에 기대어 섭니다. 숨 막히는 분위기가 끝이 나고, 회의 동안 뱉지 못했던 깊은 숨을 뱉어냅니다. 스읍 후~ 엘레베이터 문이 닫힙니다. 별 생각없이 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거의 다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네요. ...... 문이 열리며 서서히 보이는 여성의 실루엣... 아... 서윤아... 놀란 듯한 서윤이는, 제자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동동거립니다. 괜한 곳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탑승하지 않을 사유를 찾는 듯 합니다. 하지만 있을리가요. 나: "타, 서윤아." 결국 함께 탑승한 채, 문이 닫힙니다. 서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양쪽 벽에 바싹 붙어 같은 곳을 응시합니다. 일정한 템포로 내려가는 층수. 9층..  8층.. 부디 이 정막을... 서윤: "......" 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7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7-얼굴을 들어...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무더위가 이어지더니 오란비는 끝이 났다는구나. 이제부터 그야말로 불볕더위가 이어질 거라고 하는데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까지 더 널리 퍼져서 걱정이다. 아들이 있는 곳에는 걸린 사람들이 자꾸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다만 지킬 것들 잘 지키고 입마개 잘 끼고 다니기 바란다.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얼굴을 들어 해를 보라. 그리하면 그림자는 뒤로 물러날 것이다."야. 이 말씀은 미국의 연설가면서 작가로 널리 알려진 지그 지글러 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구나. 너희들은 이 말씀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한데 나는 끊임없이 좀 더 높은 곳, 더 나은 곳을 보며 그쪽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해가 떠 있는 낮 동안 하늘이 아닌 땅을 보고 있으면 늘 내 그림자를 보게 되는데 얼굴을 들어 해를 보면 내 그림자는 내 뒤로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 거야. 뭐 그리 남다른 겪음(경험)도 아니고 해 보면 바로 알게 되는 이런 참일(사실)을 가지고 그렇게 말씀을 하신 걸 보면 왜 이름이 널리 알려지셨는지 알 것 같았지. 살다보면 때론 아무리 애를 써도 잘 안 되는 일도 있고, 힘이 든 나머지 그럭저럭 지내다 보면 값진 때새(시간)가 훌쩍 지나버리기도 해.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고개 숙이고 제몸을 깎아내리며 더 힘을 잃게 되는데 그러지 말고 떳떳하게 높은 곳 밝은 곳을 보며 그림자를 보지 말라는 말씀이지 싶어. 참으로 나를 자라도록 애를 쓴다는 것은 남들 다할 때, 내가 하고 싶을 때, 일이 닥쳐 왔을 때만 힘을 쓰는 게 아니라 남들 안 할 때, 내가 하기 싫을 때, 닥친 일이 없을 때에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는구나. 누군가 "애를 써도 안 되더라."는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이 가야 할 쪽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하라는 말도 있는 만큼 너희들도 나아가야 할 쪽을 제대로 잡는 것부터 했으면 한다. 땅을 보고 쏜 화살이 하늘로 갈 일은 끝내 없을 테니까 말이야. 오늘 하루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 멋진 일들로 가득 채워 가길 바란다. 4354해 더위달 스무하루 삿날(2021년 7월 21일 수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좋은말씀 #명언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지그지글러
[토박이말 살리기]1-62 된물
[토박이말 살리기]1-62 된물 어제는 아침부터 구름이 해를 가려 주어서 더위가 좀 덜했습니다. 하지만 한낮이 지나서는 바람이 불어도 시원한 바람이 아니었답니다. 소나기가 오는 곳도 있을 거라고 했지만 제가 있는 곳에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지요. 배때끝(학기말) 일거리가 하나씩 줄어 드는 것을 보니 여름 말미가 되어 가는가 봅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된물'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빨래나 설거지를 하여 더럽혀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안 보입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빨래나 설거지 따위를 해서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이 물은 된물이나 쓰지 말고 버리도록 해라."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견주어 보니 저는 뒤의 풀이가 더 마음에 듭니다. 왜냐하면 빨래나 설거지 말고도 다른 무엇에 물을 쓰고 나면 더러워지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자주 보셨을 수 있는 말이자 길을 가다보면 길바닥에 동그란 쇠에 적혀 있는 '오수(汚水)'라는 한자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수'를 표준국어대사전에 '무엇을 씻거나 빨거나 하여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설거지나 빨래 따위를 하고 난 뒤에 남는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저는 이 풀이를 보고 '된물'도 아래와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된물: 무엇을 씻거나 빨거나 한 뒤에 남는 더러워진 물.≒구정물 보시다시피 다르지 않은 말이지만 이 말과 '구정물'이 비슷한말이라고 밝혀 놓았을 뿐 '된물'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니 토박이말 '된물'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길을 걷다가 비슷하게 생긴 둥근 쇠 위에 '우수'라는 말도 보셨을 텐데 이 말도 '빗물'이라는 쉬운 토박이말을 쓰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우수'라는 말을 굳이 쓰는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오수'라는 말을 보시거든 '구정물'과 '된물'을 함께 떠올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느 말이 더 어울리는 말인지 생각해 보신 다음 쓰시면 맛깔스런 말글살이를 하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더위달 열엿새 닷날(2021년 7월 16일 금요일)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된물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