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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지금도 꼬리표를 완전히 뗀 것은 아닙니다. 가끔 칼럼이라는 미명 하에 하고 싶은 얘기를 슬며시 털어놓을 때가 있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글쓰기는 제게 힘든 일입니다. 늘 사실에 입각한, 절대로 틀리면 안 되는 기사(記事)로 글쓰기를 훈련받았기 때문일까요? 감정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하루에도 몇 건씩 글을 쓰고 공유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꿈꾸는 것조차 사치로 여기는 친구들 인사이트를 창간한 안길수 대표의 간곡한 요청을 여러 번 받으며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만드는 매체 ‘더 나은 미래’와는 어떤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지, 또 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숙제하는 느낌이 들어 또 글쓰기가 힘들고 싫어지는 겁니다. 딱, 그 생각이 들자마자 매체와 별도로, 제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비영리 법인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가 만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보육원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만 18세가 되면 최대(최소가 아닌!) 500만원의 자립 지원금만 손에 쥔 채 퇴소하는 아이들. 홀로서기 1년도 안 돼 자립 지원금을 다 까먹고 하루살이로 전전긍긍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로 생각하는 친구들입니다. 지난해 한 기업이 그런 사정에 공감하고 후원해 주셔서 보육원 아이들의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혼자 살 때 은행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월세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자리를 얻기 위한 면접과 근무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등, 정말 ‘생활 기술’에 관한 것이었죠.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이 미지근했습니다. 어쩌면 수도 없이 “혼자 살아남도록 마음을 먹어야 해. 적응해야 해”라고 얘기를 들었던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속사정을 알면서도 자신의 삶에 무심한 듯 보이는 아이들이 저도, 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도 영 마땅치 않았습니다. issue_a20140306_1048.JPG 캠프 이후에 아이들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던 아이들이 다가온 것이죠. 사진출처 : ARCON  마음 내려놓고 즐긴 일, 의외의 성과 그런데 방학을 맞아 다녀온 짧은 캠프 이후에 아이들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캠프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라”고 얘기하지 않았거든요. “배우는 게 일”이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연극 선생님들과 함께 놀고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고민을 공유하자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말 한마디 먼저 건네지 않던 아이들이, 다가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보육원 나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도 얘기하고, 실업고를 다니고 있는데 취직할 곳이 너무 열악한 소규모 기업이라 미래가 답답하다고도 했습니다. 아플 때, 큰 일 겪을 때 전화 걸어 상의할 곳조차 없는 자신이 서글프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한 일은 함께 논 것인데, 마음이 열리고, 얘기가 통하고, 고민을 함께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큰 한 걸음이 내딛어졌습니다. 인사이트에서의 제 글은 아마 이런 모습일 것 같습니다. 계급장 내려놓고, 함께 놀고 싶습니다. 그럼 힘든 글쓰기도 어느새 즐거워지고, 큰 한 걸음이 내딛어지겠지요. 사는 것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갖고 싶고, 하고 싶었던 일은 늘 어렵기만 했는데, 마음 내려놓고 즐긴 일은 의외로 성과가 좋았거든요.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를 준, 인사이트와 안 대표께 감사합니다. 즐거운 글쓰기를 꼭 체득해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이 더 큰 힘이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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