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onic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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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읽고 싶은 너와 나의 이야기: 19

인간은 근본적으로는 사물에 자기 자신을 반영시키며, 자신의 모습을 되비추어주는 모든 것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니체의 말이 생각나는 여름의 나날입니다.
삶에 대한 판단, 즉 삶에 대한 가치판단은 그것이 삶을 긍정하는 것이든 부정하는 것이든 궁극적으로는 결코 참일 수 없다. 그것들은 단지 증후로서만 가치를 지닐 뿐이며 증후로서만 고려될 수 있다. ⁣
'살아있는 인간은 논의의 심판자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시공간에 퍼진다. 그들에게 가닿지 못할 테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만큼은 참 거짓이 존재하지 않는다.⁣
눈물을 앓고 있는 빈 모서리의 추락은 끝이 없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21세기북스 #박찬국
당신과 함께 사랑이란 단어를 관찰하고 싶다. 사랑을 사랑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 짧은 단어에 얼마나 커다란 마음을 눌러 담을 수 있는지, 사랑을 발음할 때 우리 목소리의 파동은 어떤 모양인지.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
둥글게 발음되는 오월을 닮은 너는 차오르는 달이었다가 시골길이었다가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되어 내 곁에 내려 앉는다.⁣
#달의 조각 #빌리버튼 #하현
네 동공은 우주 같았고 그러나 빈 우주에서 나는 독백하는 배역을 맡았다 또 한 편의 여름이 재생되었다 나는 일상을 적지 않았다⁣
문지르는 손 끝 동공이 번진 채 사라지지 않는 밤이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나는 살아있어⁣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미디어창비 #시요일
용기가 얹히는 날이면⁣
섬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그⁣
말을 듣기 위해서는 정착이 필요해요⁣
긴 목을 통과하는 속도와⁣
입 모양이 결정하는 소리와⁣
섬 한 바퀴를 도느라 뒤바뀐 내용을⁣
참작하기 위해선 섬에 살아야 하거든요⁣
굳이 이렇게라도 듣고 싶은⁣
한마디는⁣
느린 속도에 지쳐 섬으로 가는 도중 되돌아간 이들이 많았다 가봤자 거기에서 거기겠지 별로네 후 안녕⁣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섬에서 살고 싶다며 온 이가 있다 진해진 석양의 빛으로 물든 채 벌어진 입⁣
사랑해⁣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이원하
검은것 속의 검은 것. 검은 것 사이의 검은 것. 모든 문장은 모두 똑같은 의미를 지닌다. 똑같은 낱말이 모두 다 다른 뜻을 지니듯이. 우리가 우리의 그림자로부터 떠나갈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된다. 무수한 목소리를 잊고 잊은 목소리 위로 또 다른 목소리를 불러 들인다. 사랑받지 못하는 날들이 밤의 시를 쓰게 한다. 밤보다 가까이 나무가 있었다. 나무보다 가까이 내가 있었다. 나무보다 검은 잎을 매달고.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사람처럼. 영원히 사라질 것처럼. 밤이 밤으로 번지고 있었다.⁣ ⁣
낮의 밤과 밤의 낮 속 다른 조도 아래 광기를 입은 채 흔들리는 검은것 속의 검은 것을 관망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문학과지성사 #이제니
사람의 전생에는 연못이 있고 동굴이 있는데 태어나지 못한 몸들을 돌로 가라앉히기 위해서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 돌을 하나씩 꺼내 태어나는 거라고⁣
아가미가 벌어진 채 육지에 버려져 바닥에 죽은 숨만 내뱉었다 ⁣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 #이병률
시작과 동시에 끝을 향하는 나의 질주는 그 끝 또한 알 수 없어 나는 언제나 시작이자 끝이지만 영락없이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달리고 있다. 어쩌면 나는 달리고 있는 게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가라 앉는, 그저 중력에 충실한 물체에 지나지 않는지도. 이미 어두운 이곳은 얼마나 깊은 수심이기에 수면을 찾을 수조차 없는 걸까.⁣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는 정의되지 못한 영속에서 살아간다. 시시한 바닥 위 습지는 붙지도 찢어지지도 못한 채 울고 있다. ⁣⁣아득한 공간에 동떨어진 소외된 존재로 살아도 한 인간이 되지 못해선 안 된다는 축축한 손끝을 잡아본다.

#저크오프 #오종길
어둠과 어둠이 서로 물고 있는 지하실 풍경이 텍스트이다. 어둠이라고 적었지만 그건 햇빛이기도 하고 메아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선이기도 하다. 그게 무엇인들, "검고 깜깜하거나 거무죽죽하며 거무스름하면서 꺼뭇꺼뭇한 얼룩"들이 아닌가, 더 검은색의 언어에 다가서는 일정 일부이다.⁣
모든 것이 검은색이다. 무엇도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눈동자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흑의 동공을 투과한 당신의 빛은 무슨 색인지 묻지 못한 채 발끝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림자만 따라간다.⁣
#검은색 #문학과지성사 #송재학
뜨고 지는 것들 속에서 오롯이 나로서 살아가는 삶이기를 바래봅니다.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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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힐링 받았네요. 좋은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longnight 저도 감사합니다아:)
캬 갬성 한스푼 끼얹고 갑니당
@goodmorningman 감사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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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소한 시 한 편의 초고를 완성해야 했다. 바로 다음 주가 마감이니까. 시를 집중해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 내일부터지만 예정대로 여행이 잡혀 있어서. 이전에 쓰다 만 시를 퇴고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정면 승부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다시 쓰기로. 운동을 하러 뒷산을 오르며 시를 써야 한다 시를 써야 한다 내내 다짐하는데, 비눗방울을 날리는 아이들이 보였다. 날이 얼마나 좋은지 비눗방울이 터지지도 않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며, 떠오르는 문장들이 생겼다. 걸으면서 메모했다. 그러다가 문장들이 줄줄이 딸려 나오는 바람에, 잠시 벤치에 앉아 시라기보다는 떠오르는 단상들을 바로바로 적어두었다. 운동을 마치고 와서는 그것들을 토대로, 이전에 메모해둔 여러 단어와 문장들을 동원해 시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이 초고를 토대로 다시 며칠간 고심하며 퇴고를 해보려 한다. 그와 동시에 첫 시집과는 결이 다른 일종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메모의 힘이란. 시는 쓰지는 못해도 늘 메모는 이래저래 해두는데,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전부터 내가 메모장을 뒤져 시를 쓰다 보면 꼭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몇 년 전까지 유행했던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예능 프로그램. 셰프들이 연예인의 냉장고를 뒤져 그 안의 재료들을 활용해 요리를 선보이는 것처럼, 시인들이 사람들의 메모장을 뒤져 그 안에 담긴 단어나 문장들을 가지고 시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냉장고와 메모장은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냉장고야 생필품이지만, 메모장은 모두가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사실 이 비슷한 기획은 어딘가에서 진행됐던 걸로 안다. 독자들의 간략한 사연을 받아, 시인들이 시를 써주는 것. 그러나 그것은 형식이 달라질 뿐 같은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나는 그보다는 사람마다 특별히 자주 쓰는 어휘나, 그가 인상적으로 기억해 메모해둔 구절이나 단상 같은 것을 가지고, 완전히 색다르게 조립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당신이 가진 어휘로 내가 시를 써보는 것이다. 메모장을 부탁해.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는 이유는 최근의 내 시 작업이 다소 그런 면모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리고 일정한 말버릇이 있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왜냐하면 거기에 아주 보석 같은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단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혹은 흔히 쓰지만 너무나 흔해서 주목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바로 거기에 주목한다. 그것들을 콜라주 하듯이, 혹은 테트리스 하듯이, 배치를 바꿔 아귀를 맞추는 작업을 좋아한다. 오늘 쓴 시의 초고도 그런 작업 형태로 이어졌다. 나는 언제나 기시감에 주목한다. 익숙한 것이 낯설게 보이게 하는 것. 시에서 기시감을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익숙한 단어와 말들을 전혀 새롭게 배치해보는 것이다. 뭐 이러한 시작 방법이 시 장르에 이제껏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방식에서 결을 조금 달리해서 활용해보고 싶다. 어쩌면 이것은, DJ가 기존의 여러 음악을 가지고 샘플링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다음 시집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러한 작업을 한번 밀어붙일 수 있는 곳까지 밀어 붙여보고 싶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성취의 척도 또한 내가 정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