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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와 여우, 블라디보스톡2 #2
우중충한 날씨가 거리의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아직 어제의 깨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보드카와 새우를 먹을때 찾아보니 납작복숭아 라는 과일이 있다고 하길래 간단하게 먹어볼겸 찾아나섰다. 색상은 복숭아 그대로에 모양은 누군가가 위아래로 눌러놓은 것처럼 납작하다. 맛은... 식감은 복숭아와 똑같은데 아무맛이 안나는?? 내 혀가 이상한 것인지, 단 맛이 살짝 올라오는것 같은것이 이름 값 때문에 상상의 맛인지 헷갈린다. 과일을 좋아하지만 다음에 마트에 갔을때 손이 안가고 또 하나의 경험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어제의 짧은 구경을 만회하기라도 하듯이 오전부터 부지런히 산책을 했다. 킹크랩과 곰새우의 감동이 있었던 해안 공원부터 시작했다. 오전부터 걸었던 해안공원에서 바닷바람의 짭쪼름한 바닷내음이 멍때리는 시간을 함께 해주었다.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는 대신에 푸른 파도만 넘실대는 바다를 보면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점점 눈이 감긴다. 아침에 눈뜬지 3시간도 채 안됬는데 다시 감긴다. 아직 사람들이 분주하기전의 아르바트 거리에서 로딩카페만이 먼저 문을 열고 비몽사몽의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맨처음 블라디보스톡 왔을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물론 변화가 있을만큼 첫 방문이 오래되기도 했다. 이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주문에 아이스 전용컵에 담아주고 아메리카노도 차갑다!? 예전 핫아메리카노에 얼음만 담아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 하다. 그래도 여전히 은은하고 고소한 커피 맛 그대로다. 아르바트 거리늘 가로지르며 붉은광장에 도착해보니 블라디보스톡 125주념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노래자랑도 하고 있으며 조금은 뜬금없지만 한쪽에는 클래식카를 진열한 곳도 있었다. 바로 옆에는 소소하게 노래자랑도 하고 있는데 절제된 흥이 상당히 사람냄새가 나는 행사다. 놀랍게도 아침에 본 노래자랑이 해가 지고 숙소로 들어갈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마치 주민분들 다 모아놓고 광장에 노래방 기계 설치해 놓은 느낌이었다. 시크한듯 즐기는듯 묘한 매력이 있는 축제의 현장이다. 축제가 동네를 다 감싸안고 있는것 같이 산책길 여기저기서 축제를 즐기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글자에 그림도 그릴수 있게 해줘서 우리도 그림을 조금? 남겼다. 디자인쪽 하는 친구가 나름 재능기부도 하며 마무리해주었다. 개선문 사진 찍는데 모르는 또 다른 여행오신분들이 마치 같이 온 것처럼 신난 눈빛으로 카메라를 봐준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면 영락없이 같이 온 일행이다. 영원의 불꽃과 함께 있는 잠수함박물관이 오늘은 오픈을 했다. 처음에 영업하지 못해서 아쉽게도 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이번엔 영업을 한다. 내부에는 실제 잠수함의 모습과 침실, 무기 적재하는 곳까지 볼 수 있었는데 잠수함이라서 그런지 내부가 좀 갑갑했다. 실제 생활을 하라고 했으면 힘들었을것 같다 이동하는 문과 문도 너무 작다. 몸을 동그랗게 구겨서 통과해야된다. 한동안 쭉 걷고 나니 생각나는건 역시 기념품, 신기한것 보다는 맛집인가보다. 러시아에서 샤슬릭과 킹크랩도 중요했지만 보르쉬를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비트로 붉게 만든 수프인데 러시아에서 대중적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적은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다 보니 가게 위치만 생각나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빠네처럼 빵안에 담겨 나왔는데 보이는 붉은 색과 다르게 상당히 담백하면서 해장?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맛이다. 사워크림까지 같이 넣어 먹으면 고소함까지 더한 평범하게 매력적인 수프가 된다. 다시 떠난 발걸음으론 굼백화점 뒷골목에 있는 카페로 갔다. 에끌레어라는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인데 골목 자체가 사진 찍기에 유명하게도 생겼다. 벽에 그려진 여러 아트가 발길을 붙잡게 하고 같이 동화시켜주기도 한다. 부드러운 파운드 케이크에 달콤한 무엇인가 속에 들어있다. 커피 한잔과 함께 포크를 놓을 수 없는 달콤함이다. 나이프까지 같이 나왔지만 분위기에 맞지 않게 우리는 포크 하나로 모든걸 해결했다. 그러고서는 바로 커피 2차.. 역시 다 옹기종기 모여있다보니 크게 이동할 것도 없다. 여기는 원나잇푸드트립에서 아트라떼해주는 곳으로 나왔는데 아트가 다 귀엽게 잘 그려준다. 마지막 사진의 저 흑임자 라떼는 글쎄...두유인듯 아닌듯, 씹히는 검은깨의 맛이.. 아트는 아트로만 봐야할듯 하다. 과일 시럽으로 그림을 그려줘서 기본 라떼맛인데 중간중간 시럽의 단 맛이 난다. 그려진 아트만큼이나 카페의 분위기가 은은한게 마음에 드는 곳이다. 아침 숙소에서 일어나 여기서 커피 한잔을 하고 책도 한장 읽으며 다음은? 하고 생각할만한 곳이다.
새우와 여우, 블라디보스톡2 #3
날이 많이 어둑어둑해 졌기에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길에 붉은 광장을 보니 아직도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낮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있는것을 보니 역시 축제의 클라이맥스는 어두워져야 한다. 딱히 알아듣지 못해서 지체하지 않고 숙소로 가는데 뒤에서 피잉~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노래자랑이 다 끝났는지 이제 폭죽놀이가 시작됬다. 광장을 이미 지나쳐온 터라 폭죽이 잘 보이는 기차역 근처에서 구경을 했다. 화려하게 하늘에 핀 폭죽의 불꽃이 지나가는 모든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더 잘보이는 기차역 쪽으로~ 생각보다 무지 길다. 도무지 끝날기미가 안보이는데 블라디보스톡1년 예산을 여기에 몽땅 때려넣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쉴틈없이 올라가는 폭죽에 마냥 하늘만 바라 보고 있는데, 자꾸 뭔가가 얼굴에 날아온다. 얼굴을 때리고 있는 것을 보니 폭죽의 화약 같은거다;; 계속 해서 쏘아올리고 그 양도 많다 보니 폭죽의 잔재가 바람을 타고 자꾸만 우리를 습격한다. 결국 끝까지 자리해서 보기는 했지만 폭죽이 올라가서 펑 소리가 나면 그땐 얼굴을 가리게 된다. 숙소에 돌아와 장본짐을 놓고 보니 2만보는 우습게 3만보가 다 되어 간다. 대중교통 이용 한 번 안하고 오로지 걷고 걸었더니 다들 의자에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엔 나가서 맥주 한 잔 하기로 해서 모두가 다른 사람이 먼저 일어나길 바라는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 간신히 영혼과 체력을 추스리고 간 곳은 DAB버거, 블라디보스톡에 처음 왔을 때 브런치를 먹으러 왔던 곳을 이번엔 밤에 왔다. 버거를 너무 맛있게 먹고, 분위기도 좋았었는데 저녁에도 여전히 분위기가 술마시기 참 좋다. 은은한 주황색의 불빛들이 내부를 꽉채우다 못해 밖에까지 새어 나와 사람들을 유혹 하고 있다. 휴대폰 렌즈에 기름이 묻었는지 빛이 자꾸만 많이 번지게 나온다. 간단하거 시킨 저 고기 튀김은 버거가 나오기 전에 맥주를 두병까지 작살낼수 있는 잔인함을 가졌다. 조금은 눅눅한 바삭함에 속의 고기는 부드러움이 느끼함도 적고 담백하다. 햄버거는 안에 들어있는 패티를 위하여 채소와 빵이 옆에서 거들고 있다. 패티 3장의 볼륨감이 나이프로 잘라도 절때 깨끗하게 먹기 힘들정도다. 그래도 고기식감이 살아있는 패티라 맛은 좋다. 오전에 오면 미니 사이즈로 대표 버거 3종을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때 버거가 더 맛있었다. DAB버거에서 1차를 가볍게 끝내고 2차를 가려고 있다. 아르바트쪽에서 해양공원과 맞닿아 있는 쪽에 분위기 좋은 바들이 많아서 갔는데 다 입장 거부 당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은 다 한국인만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조용한 분위기의 바를 찾아갔는데 자리가 있어도 안된단다. 러시아말로 하니 이유도 모르겠고.. 안타깝지만 DAB버거의 좋았던 기억은 숙소에서 이어 받아 2차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보드카가 확실히 나에겐 숙취가 적은 것 같다. 4명이서 이틀연속 보드카를 2병씩 마셨는데 머리아픔이나 속이 안좋은것도 없이 깔끔했다. 아니면 4명이서 보드카 2병이라 양이 적었던 걸지도?? 마지막날 아침은 전날 마트에서 사온 빵에 치즈, 꿀을 곁들이는 것으로 간단히 시작했다. 그리고 문제의 저 하얀 우유.. 몽골에서 마유주의 기억이 너무나 좋았었던걸까.. 우유같이 생긴 하얀 병에 말그림을 보자마자 이건 마유일 수도 있겠다. 사자, 마유주의 술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맛은 나겠지 싶어서 구매를 했다. 마유주와는 또다른 경험을 하게 해줬다. 아침에 눈뜨고 3초 이내로 마시면 그날 하루의 잠을 다 깨워주거나 아니면 다시 영영 잠들어 버릴수도 있을것 같은 맛이다. 상한듯한 시큼한 맛에 우유와 요플레 사이의 맛과 알지 못하겠는 쿰쿰함까지 더하니 화장실이 근처에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덕분에(?) 입가심으로 먹은 초코케이크 과자의 맛이 기가막히게 좋다. 아침을 먹고 간 곳은 마약등대라는 곳이다. 마약이 러시아어로 등대라는 뜻이니 우리나라에서 마약등대라고 부르는것은 등대등대 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엔 별도 가이드 차량이 있어서 갔지만 굳이 안가봐도 좋을듯 하다. 블로그에서 보는 사진들로 충분하다. 저렇게 바다 가운데 갈매기와 아련하게 있는 분위기에 뒤에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까지 보이는 전망도 지녔지만 시내에서 30분정도 차를 타고 오는 일정에는 그렇게 추천할 곳은 아닌듯 하다. 등대까지는 못 가보고 바다가 양옆으로 살짝 갈라져 있는 곳 가운데를 걸어가 최대한 가까이 가볼 수 있다. 먼저온 관광객팀이 사진 찍는것을 기다리며 조용히 우산을 쓰고 비내리는 바다 수평선을 잠시 감상해본다.
내가 가고 싶던 길로 (in 힙지로)
태양은 모두를 위해 빛난다는 문장이 귀하게 느껴지는 장마 기간입니다. 숨어있던 아가미가 벌어지는 듯하다고 생각하며 오랜만에 다른 삶 속, 숨을 쉬다 왔습니다. 만랩나미브 충무로점: 저동2가 73-6 10000LAB X NAMIB는 만랩커피(10000LAB Coffee)와 사진작가 남인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운영되는 매장으로서, 스페셜티커피 브루잉 카페와 아트룸이 공존합니다.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전시와 북 콘서트, 이벤트를 진행하고 예술을 대중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 환경을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동네에 있는 만랩을 자주 가는 저에게 이곳은 공간의 의미와 더불어 사진과 함께 브루잉 방식으로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뒷짐을 진 채 조용히 사진을 바라보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커피의 향을 닮았습니다. 사랑방 칼국수: 충무로3가 23-1 눅진한 공기 속 뜨끈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복날의 한을 백숙 백반(1인 8,000원)으로 풀었습니다. 부드럽게 뜯어지는 닭의 살점을 대파를 넣은 묽은 초고추장 양념과 먹는데...아 여기는 진짜구나!!!!! 했습니다. 강력추천 도장 쾅!! 세계는 모든 인간에게 참되지만 동시에 모든 인간마다 다르다...사실은 단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몇백만의 세계, 인간의 눈동자 및 지성과 거의 동수인 세계도 있고, 그것이 아침마다 깨어난다. by 마르셀 프루스트 쎄투: 을지로3가 95-4 4층 식후 후식이 필수인 자는 '후식 배는 따로 있을 거야' 중얼거리며 4층을 오릅니다. 쎄투밀크티(6,500원)와 블랙커피(5,000원) 그리고 유명하다는 당근케이크(7,500원)입니다. 밀크티와 당근 케이크의 당도는 적당했고, 블랙커피도 보통의..그러니까 이곳은 무난한 맛과 귀여움이 공존 중입니다. 전 써머컵(4,500원)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콜릿소스 위 초코볼, 그 위에 땅콩 맛이 나는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던 써머컵. 다 아는 그 맛이지만, 귀여움에 스르르~ 으아 거리게 됩니다. 다음 주에 긴 장마가 끝나고 나면 태풍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지난함이 끝없이 밀려듭니다. 아, 햇빛이 스며들던 창가가 벌써 그립습니다. 카페에서 밖을 내다보니 덩굴이 위를 향해 자라나고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너르게 퍼져 나갔으면 합니다. 커피한약방: 을지로2가 101-34 베이커리류를 파는 혜민당 & 음료를 파는 커피 한약방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먼저 혜민당으로 가서 디저트류를 구매했습니다. 추가로 머랭크로깡(3,500원)과 깨로 가득하던 블랙..(5,000원)을 구매했는데...이 두 가지는 맛없었습니다. 다들 두 번은 먹질 않았....... 디저트를 들고 커피한약방으로 향했습니다. 레트로 감성이 가득했는데, 그 중 자개 디테일이 제일 좋았습니다. 크로와상(3,500원), 필터 커피(4,500원), 한 여름밤의 꿈(7,500원) ,꼰빠냐(5,200원)를 먹었습니다. 필터 커피는 보통 드립 커피보다 조금 더 진한 맛 정도였으며, 간 얼음이 특징이었습니다. 사과 무스+케일과 매실+화이트초콜릿의 한 여름밤의 꿈은 상큼하고 부드러웠고, 꼰빠냐는 맛있었습니다. 커피는 진한 편인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둘세 초콜릿+패션 후르츠+망고가 들어간 둘세 카라멜(7,000원)도 구매했는데 이것도 맛있었어요! 두 디저트 모두 다 바닥 면이 단단해서 잘라 먹기에 조금 불편함이 있고, 둘세 카라멜은 밑면이 잘 부서져 내리지만 둘 다 촉촉하고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모든 게 다 용서가 됩니다. 권진아의 위로가 생각나는 풍경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나의 어제에 그대가 있고 나의 오늘에 그대가 있고 나의 내일에 그대가 있다 그댄 나의 미래다 목의 나이테가 진해질수록 고개를 들고자 합니다. 상대적으로 크고 넓은 것을 바라보며 좁게 들어찬 것들을 흘려보냅니다. 노년을 석양에 비유한다고 합니다. 부드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짓게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이 들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아득해지는 정신 끝에 수평선이 있습니다. 남산공원: 예장동 산5-85 남산제1별관 남산과 신라호텔을 종종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남산공원은 처음입니다. 걸려있는 한복과 한옥,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해가 진 연못 앞에 앉아 물고기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물의 파동을 바라봅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입니다. 풍남골뱅이: 중구 을지로3가 350-1 골뱅이(29,000원)와 국수사리추가(3,000원) 서비스로 나온 계란말이 입니다. 수많은 인파와 극찬에 기대감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두번은 먹지 않을 맛이었습니다. 골뱅이 알이 크고 양도 푸짐했으나, 양념이 맛이 없었기에 아쉬웠습니다. 골뱅이가 소화가 안되어서 투썸플레이스 명동성당사거리점(저동2가 88-5)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이번에 오픈한 투썸 지점인데, 깨끗하고 조용하여 좋습니다.)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늦은 밤에도 환하게 켜져 있던 인쇄사를 지나쳐 불꺼진 가게 앞, 호롱불과 책 한 권. 낭만이란 글자가 퍼져 나갑니다. 을지깐깐: 을지로3가 323 2층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베트남음식점입니다. 회색과 붉은빛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던 분위기 속에 자리 잡습니다. 돼지뼈와 해산물을 넣고 8시간 이상 우려낸 매콤한 육수를 베이스로 한 반깐꾸아 게살국수(12,000원)와 고기 완자가 진짜 맛있었던 분짜(15,000원)입니다. 둘 다 진짜 맛있었고, 서비스도 좋아서 이곳도 강추입니다!!!!!! 검은빛 혈류 속에도 산소가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참았던 숨을 내쉬니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내가 '가야 할 곳'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아닐지라도 우리 같이 살아내었으면 합니다. 살자.
공간 디자인에 대한 세가지 태도에 관하여
지난 칼럼 '공간에 관한 뻔하지만 변하지 않는 생각'은 공간을 디자인해 오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였다면, 이번 글은 공간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1990년 실내디자인학과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공간 디자이너로 성장하면서 느꼈던 부끄럽지만 진지한 나의 짧은 소견이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겠다. 이 생각들은 경험이 더 쌓이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 글은 주로 공간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썼지만, 디자인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 역시 인식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서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클라이언트와의 첫 만남은 매번 낯섦과 기대감이 뒤섞인다. 마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연인처럼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에게,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에게 이기적인 욕망을 욕망한다.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에 대한 정보를 갖고 만나는 경우에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 소통이 원활하게 시작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서로 이해와 절충의 과정을 겪게 되고 결국 출발의 합의에 이른다. 그리고 잠시 공간을 빌린 디자이너는 51%의 순수한 감성과 49%의 합리적 이성(물론, 주관의 개념적인 수치이지만)으로 기획과 설계의 과정을 통해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 클라이언트에게 되돌려 주게 된다. 과정에 있어 일반적으로 개인 클라이언트는 단일의 대상이기 때문에 소통이 직접적이고 감정적일 수 있다. 반면, 기업 클라이언트는 주변의 실무진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어 논리적인 태도가 강조된다. 하지만 결국 모두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기에 긴밀한 소통의 과정은 고스란히 결과에 녹아든다. 클라이언트는 그 결과에 대해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결과의 예측이 서로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노력이 절실하다. 1. 건강한 공간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고 표현해야 하는가? 공간은 사람의 몸과 같다. 건강한 몸에 입은 옷이 아름다운 것처럼 공간도 건강해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공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일단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안락함을 본능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이다. 편안한 공간은 사람을 감싸 안고 보호한다. 시각적으로 화려한 공간임에도 편안함이 있을 수 있다. 또는 표현이 절제된 공간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표현이 과도하게 넘치거나 절제되어 균형이 깨진 공간에서는 사람이 무시되거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어 편안함을 거부한다. 공간이 사람을 제압해서는 안 된다. 논현동에 위치한 그래픽 오피스 '꽂피는 봄이 오면' 클라이언트의 다른 오피스를 디자인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클라이언트의 개인적인 행태에 대한 이해도가 공간을 디자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소파와 좌식 공간이 결합되면서 다양한 공간감이 만들어졌다. I ⓒ studiovase 필요한 기능이 충만한 공간 역시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기능들은 나대지 않고 겸손하며 담백하다. 그리고 확고하다. 사용자를 자극하지 않고 정제됨으로 신뢰의 감동을 준다. 그러한 감동은 결국 편안함으로 승화된다. 건강한 심미적인 표현은 면밀한 관찰을 통한 개념의 해석 아래 있어야 한다. 개념이 부재한 아름다움은 그저 달기만 한 사탕처럼 녹아 없어진다. 농밀한 아름다움은 시간을 초월하는 법이다. 2. 주체자와 조력자 공간의 주체는 사용자다. 양질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건강한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수년 전 ‘저 집’이라는 젓가락을 판매하는 공간을 디자인한 적이 있다. 공간이 만들어지고 몇 년이 흐른 후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반갑게 맞이하는 클라이언트의 뒤로 작은 가구의 위치가 바뀌고 새로운 꽃병이 놓여 있었다. 기능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던 한 부분은 예상을 빗나가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나이 든 공간에는 클라이언트의 애정이 느껴졌다. 초기에 느꼈을 낯섦은 우리에게 전도되었지만 주어진 틀 을 유 지한 채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젓가락을 판매, 전시하는 공간 '저 집'이다. 가라앉은 협소한 공간의 가건물을 최소의 비용으로 리노베이션하려고 했던 계획을 오랜 설득 끝에 브랜딩, 건축에서 젓가락까지 디자인하게 된 프로젝트이다. 대지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을 역이용하여 방문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수줍은 정서를 제공한다. I ⓒstudiovase 그것은 공간에 대한, 또 서로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존중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대부분의 공간은 새 신발처럼 처음에는 어색하고 자기 발에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가도 머지않아 길이 들 듯, 익숙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공간은 오롯이 사용자의 것이 되고 함께 자란다. 사용자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사실은 완벽하지 못한) 공간은 삶을 고정화하고 단순화시킨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행위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고 도와야 하는 것이다. 가치 있는 공간일수록 그 조력의 행위는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사려 깊다. 교보타워 사거리에 있는 투썸플레이스 로스터리 카페. 사용자의 행태를 분석하여 다양한 좌석의 형태를 구현한 프로젝트이다. alfresco(야외)라는 컨셉의 장식성 뒤에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의 공간들을 제공한다. 카운터 상부에는 ‘cashier’라는 말 대신 ‘hi there, how are you today?’라는 문구가 써있고 공간의 여기저기에 그 답들이 숨겨져 있다. 심지어는 컵에도. I ⓒstudiovase 때로는 숨은그림찾기를 하며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그 가치를 깨닫는다. 이처럼 공간디자이너는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의 역할이 빛을 발하도록 철저히 내밀한 배경이 되며 사용자의 삶을 숙성시킨다. 따라서 공간을 바라보는, 사용자의 삶을 바라보는 낮은 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도승의 겸손한 마음만으로는 안될 것이다. 결과에 다다를 때까지 냉철한 인식과 거시적인 안목, 날카로운 통찰이 함께 해야만 한다. 겸손함을 넘어선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클라이언트와 사용자가 같지 않은 경우(예를 들어 상업공간)에는 클라이언트의 주관적 관점이 개입되는 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물론, 경험을 통한 조언에는 귀 기울여야 하나 결국 공간의 주체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객관화된 경험의 토대 위에 사용자의 행위를 분석하고 예측하게 된다. 이때에는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철저하게 사용자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을 때 느끼는 배신감을 의식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종종 그 입장의 의식 아래 취한 태도들이 결국 형식 속에 머무르고 있음을 경험한다. 그런 착각은 다분히 기계적이고 수동적이어서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3. 고맙습니다 디자이너는 온갖 제약을 극복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기존 공간의 건축적 한계에서부터 클라이언트의 요구, 약속된 예산 등 수많은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종착지를 향한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의지와는 달리 예측하지 못한 외적 요인으로 인해 본래의 취지를 잃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차라리 애초에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마음을 비우는 게 나을 정도일 때도 있다. 그런 어려움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상황을 즐기며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핸디캡을 극복하는 업보(?)를 안고 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기에 결과에 핑계를 대서는 안 될 것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자세를 갖고 공간을 읽어갈 때 원하는 것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랩오. 압구정동에 위치한 디저트까페. 파티시에와 고객의 동선이 즐겁게 충돌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20년 전 디자인회사의 직원으로 브리핑했던 클라이언트를 다시 만나 프레젠테이션하게 되어서 감회가 새로웠던 프로젝트다. 역시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I ⓒstudiovase 디자이너는 공간에 ‘불편한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넓게 한 공간으로 사용하던 공간의 한 가운데에 의도된 벽을 세웠다고 치자. 사용자는 세워진 벽으로 인해 동선이 길어졌지만, 평상시 외면했던 공간의 구석을 바라보게 된다. 그 구석은 곧 사용자의 애정이 닿게 되고 새로운 사유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쯤 되면 이렇게 치열하고 고달픈 일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 속엔 디자이너의 공간에 대한 깊은 관여가 사용자의 행위의 질을 높여 가치 있는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짜릿한 보상이 있다. 모팩스튜디오. 방배동에 위치한 모션그래픽 회사이다. 주로 영화 속 특수효과를 만드는 일을 수행한다. 30m에 육박하는 긴 로비에 비현실적인 1500개의 도자기를 도예 작가 이헌정과 기획하고 설치했다. 클라이언트와의 우리와 오랜 경험들로 인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다. I ⓒstudiovase 디자인 하나로 우리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사례가 있다. 공간디자이너는 공간 속에 사는 우리 삶의 친절한 관여자이다. 진심으로 고민하고 진심으로 관여할 때 비로소 진심의 한마디를 듣게 된다. ‘고맙습니다’. 그것이 머릿속이 아닌 마음속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내게 이 일을 하면서 쾌감을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난‘빈 종이에 평면을 그리려 연필을 데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것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돈 많은 클라이언트와 거대한 일을 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일을 하는 게 훨씬 행복하다. 그래서 잘난 디자이너가 아닌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글 | 전범진(스튜디오베이스) "더 다양한 WEBROS-매거진 글"이 읽고싶다면?(클릭)
Extra. 다시 찾은 제주도
오랜만이네요! ㅎㅎ 다들 비도 많이오는데 괜찮으신지 걱정이네요. 요즘 이사하랴 결혼준비하랴 너무 정신없었네요. 우리 모두 이번한주도 화이팅해봐요! Extra. 다시 찾은 제주도 병원에서의 실습이 끝나고 약국에서 실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첫 주말이다. 금요일 근무가 끝나자마자 5호선에 뛰어든다.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반년만에 찾은 제주공항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향한다. 일행들은 이미 도착해서 맛난 것을 먹고 쉬는 모양이다. 숙소에서 들리는 파도소리가 운치있다. 아침이 밝았다. 오늘부터는 렌트를 하기로 했다. 근처 렌터카 업체에 가서 차를 인도받는다. 꼼꼼하게 차 이곳저곳을 살펴본 뒤 운전대를 잡는다. 첫 목적지는 거문오름이다. 졸업여행때는 급하게 지나가다보니 제대로 즐기지를 못해 다들 다시 들리고 싶은모양이다. 아직은 겨울의 서늘함이 남아있는 봄이다. 시린 하늘만큼이나 차가운 바람이 스쳐간다. 태양이 따스한 것을 질투하는 모양이다. 나무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걷기 참 좋은 날이다. 한결같이 푸르른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즐거운 산책이 끝났다. 혹독한 겨울을 버틴 억새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안내소에는 제주도 관련 풍경전시회와 해양동식물 사진전을 하고 있다. 볼때마다 아름다움이 넘치는 섬이다. 오래도록 이풍경을 간직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미세먼지로 가득하던 서울을 벗어났음이 실감이 간다. 탁 트인 풍경 저 멀리로 한라산이 위풍당당히 서있다. 드라이브하기 딱인 날이다. 이번 목적지는 제주도립미술관이다. 겉부터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 얕은 물이 모여있는 인공연못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미술관의 정문이 나온다.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현대미술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눈이 즐겁다. 다리 아픈줄도 모르고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슬슬 배가고파지기 시작한다. 점심은 몸국을 먹기로 한다. 몸국은 모자반국의 제주 방언이다. 돼지고기, 내장 등을 삶고 난 그 국에 모자반을 넣는다. 일종의 국밥인 샘이다. 과거부터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은 유서깊은 요리이다. 마지막으로 메밀가루를 조금 넣어 걸죽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몸국에 성게미역국, 고사리육개장에 고등어구이를 추가했다. 얼큰한 육개장에 시원하고 깊은 몸국, 살짝 비릿한 성게향이 가득찬 미역국까지. 그 어느것하나 맛없는 것이 없다. 양파 가득한 고등어는 밥반찬으로 완벽하다. 배를 채웠으니 바다를 보며 서귀포로 향하기로 한다. 다시 찾은 협재해수욕장의 물빛은 여전히 환상적이다. 찬 바람 탓인가 바다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친구들끼리 바다를 즐긴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함이 밀려온다. 제주도의 3월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다. 해안길을 따라가다보면 멋진 곳이 많다.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색 파도가 바람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관리를 잘한 덕분인가 꽃망울이 화사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안내선을 따라 유채꽃을 즐기고 있다. 우리도 그들 사이로 끼어든다. 유채꽃의 노란빛을 하늘이 머금기 시작한다. 다시 찾은 노을 명소. 비양도를 배경으로 한 노을은 언제 보아도 찬란하다. 서귀포로 향하는 길. 올레시장에서 회를 사기로 한다. 고등어와 갈치에 이것저것 추가한다.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게 구매한 뒤 숙소로 향한다. 알찬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