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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 - 김성현 (영문학 박사, 문화 평론가)

무한도전 쉼표편. 대한민국 대표 예능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300회를 맞아, 그들의 쉼표(,)를 찍었다.   , 나는 한 번도 쉼표로 시작하는 문장을 써 본 적이 없다. 쉼표는 반드시 어떤 과정 중의 휴지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쉰다는 건 늘 뭔가를 시작하고 난 후에야 오는 보상과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나는 나의 문장을 쉼표로 시작해 본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고, 쉬었다는 뜻이다. 일을 하다가 쉬는 것도 좋지만,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쉬고 시작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물론, 그저 생각뿐이다. 이 글 말고, 다른 어디서 내가 쉼표로 시작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쉼과 다시 시작함의 분기점 김훈은 "은/는"과 "이/가" 사이가 아니라, 쉼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고민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사실 주격조사 "은,는/이,가"를 두고 벌어지는 고민은 글 쓰는 일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인 까닭에, 굳이 그것을 자신만의 특별한 과정처럼 이야기하기엔, 글을 써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에게 그만큼의 고민은 이미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어떤 구두점을 찍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좀 더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다. 주격조사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은 맥락에 따라, 문법적인 성질 또 혹은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할 수 있지만, 쉼표와 마침표는 그 의미가 아주 단순하고도 분명하다. 쉼표는 잠깐 쉬는 것이고, 마침표는 하던 생각을 마치는 것이다. 조사는 지극히 문법적인 것에 그 의미적 바탕을 두고 있지만, 쉼표와 마침표는 실제 우리들의 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발화는 지극히 물리적인 육체 활동이므로, 쉼표와 마침표는 우리들에게 적절한 호흡을 할 수 있게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쉼표와 마침표를 기준으로, 우리들의 영혼은 날숨을 쉬기도 하고, 들숨을 쉬기도 한다. 육신의 호흡이 영혼의 호흡과 중첩되면서 쉼표와 마침표는 단순한 구두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좁게는 하루의 일상 속에서, 넓게는 지금까지의 생에서 끊임없이 반복해 왔던, 쉼과 다시 시작함의 분기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해 준다. 삶도 비슷할 것이다. 쉼표가 필요할 때가 있고, 마침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언제 쉼표를 쓰고, 언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나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쉼표와 마침표 그 사이 문장은 종결어미로 끝나지 않는다. 문장은 마침표를 찍어야,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쉼표가 없는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숨을 고르지 않는다. 쉼표를 만나야 비로소 나는 잠시 영혼의 숨을 돌린다. 삶도 비슷할 것이다. 쉼표가 필요할 때가 있고, 마침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언제 쉼표를 쓰고, 언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나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쉬고, 끝내고. 따라서 중요한 것은 구두점으로써 쉼표와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언제 쉬고, 언제 마치느냐가 된다. 우리는 삶의 수많은 빈 페이지를 무수한 자신만의 문장과, 문단과, 글로 날마다 채워 넣는다. 문단과 문단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쉼표를 써 넣거나, 마침표로 끝을 맺거나. 그런데, 가끔은 그런 쉼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망설일 때가 있다. 지금 쓰던 것을 더 이어서 써야 할까, 혹은 너무 멀리까지 가버린 생각을 다시 접고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어야할까. 쉼표를 찍어야 하나, 마침표를 찍어야 하나. 지금 나는 쉼표를 찍고 있는 것인가, 마침표를 찍고 있는 것인가. 그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혹은 아주 간혹 나는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페이지를 넘긴 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쉼표와 마침표 중 어느 것이 오느냐에 따라 그 선문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가령, 결혼은 연애의 쉼표인가, 혹은 마침표인가.  역접이라는 과감한 접속사를 사용한 삶 굳이 문장에 국한된 것뿐 아니라, 실제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쉼표와 마침표는 고스란히 그 구두점의 의미를 가져온다. 방학은 수학 중의 쉼표와 같은 것이고, 졸업은 마침표와 같은 것. 직장을 갖는 것은 새로운 인생의 문단이 시작되는 것이고, 휴가는 쉼표. 이따금씩의 과감한 사직서는 특별히 굵고 선명한 마침표가 되겠다. 물론, 쉼표와 마침표 중 어느 것이 오느냐에 따라 그 선문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가령, 결혼은 연애의 쉼표인가, 혹은 마침표인가. 종교를 바꾸는 것은 이전 종교생활의 쉼표인가, 마침표인가. 혹은 서른이 된다는 것은 청춘의 쉼표인가, 마침표인가. 또한 더 나아가 마침표로 끝난 단락이 다음 단락과 순접으로 연결될 것인가, 역접으로 연결될 것인가도 우리에겐 중요하다. 더러는 아무런 접속사 없이 나는 다음 생의 단락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가끔은 어떤 접속사로 내 삶의 문단이 이어져 왔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지난 시절을 생각해보는 쏠쏠한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나는 내 삶의 문단을 순접으로만 이어왔다." 나는 지금까지 내 삶의 단락들을 별 생각 없이 순접으로만 연결시켜서 꾸려가려고 노력했었다. 참으로 변화 없고 건조하고 단조로운 인생이었다. 하지만 더러는 과감하게 역접의 접속사를 사용하며 인생의 화려하고 놀라운 다음 단락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보았다. 인생의 본론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접은 아주 훌륭한, 그 반전을 매우 두드러지게 드러내어 이목을 집중시키는 강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순접으로만 이어지는 서론과 본론은 사실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서글픈 것인지 다행인 것인지,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과 문단이 순접으로만 이어지길 바랐고, 또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내 인생엔 드라마틱한 반전 같은 것이 없다. 드라마틱한 것은 절대 순접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드라마틱한 반전을 꿈꾸기엔 나에게 남아 있는 본론이 별로 많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역접이라는 과감한 접속사를 사용한 사람들은 그래서 용감하다. 서론과, 혹은 본론의 도입부에서 제시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접고,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주제를 용기 있게 드러낼 수 있었으니까.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 "하지만" 혹은 "그러나" 등의 역접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다음 문단은 드라마틱하다. 그들이 역접의 접속사를 꺼냈던 그 순간은 마치 무사가 칼을 뽑는 순간과 비유될 만한 놀라운 영웅담이 될지도 모른다. 작게는 쉼표하나, 마침표 하나. 그리고 좀 더 넓게 본다면 삶의 문장 하나, 문단 하나. 그 모든 것들의 기본적인 오르고 내림은 쉬고, 마치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쉼표와 마침표가 만들어 내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리듬은 궁극적으로 삶의 리듬이 되어 간다. 쉬고, 마치고, 접속사 하나 쓰고, 다시 시작하고. 쉼표와 마침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접속사도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런 접속사 없이 이어지는 서론과 본론, 결론은 얼마나 무료하겠는가. 아, 쉼표하나 찍고, 나는 언제 지금 쓰고 있는 문단의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 다시 한 번 쉬고, 고민해 본다.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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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솔직하게, 치부까지도 애틋하게
2021년의 1/6이 지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2021년 3월 1일 월요일. 삼일절에 우리의 영웅들을 떠올리며 현재 나의 평안함을 감사히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오전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후엔 눈으로 바뀌어 끊임없이 내려 발자욱이 깊이 남겨지는 여기는 강원도, 어느 군부대에서 이렇게 글을 쓴다. (윤하의 'Rainy Night' 과 자이언티의 '눈' 추천곡) 보통의 청년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군복무 중이고 이제 절반정도의 시간만을 남겨둔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다. 그게 군대생활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면 다행일까? 이 모든 것들을 숨기고 사는 나는 정말 많은 답답함이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을 또한 말할 자신이 없다. 그로 인해 생기는 이 헛헛함이 더 내겐 힘들다. 그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글을 적으면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하게는 네이버블로그에서 하고싶었는데 아이디갯수가 초과되었고 기존에 오래쓰던 아이디로 이 내 모든 걸 적자니 그것 또한 겁이 벌컥났다. 그리하여 찾게 된 공간이 바로 이 공간, 빙글이다. 나는 이 곳에서 나의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것들을, 누군가에겐 창피하고 치부라서 숨겨마땅한 것들까지도 다 글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고 한다. 이렇게 적어내는 순간에도 솔직히 조금 떨린다.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지않을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에게서라도 공감과 이해를, 그리고 소통과 교류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기를 맘먹었다. 마이크 밀스 감독의 <우리의 20세기 20th century women>에서 애비(그레타 거윅) 가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 에게 좋아하는 밴드뮤지션 음악을 들려주며 말하길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너도 알고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들이 많고 생각하는 것도 많은 내가 이 모든 것들을 가감없이 적어 나를 좀 더 애틋하게 감싸안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아직도 열기에 뻑뻑한 저 벽장을 조금씩 열어보려고 합니다. 함께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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