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시편生涯詩篇 5
그때였어요. 어릴 적 꿈에서 본 그 얼굴이라고 한다. 내 장난기 어린, 짓궂은 표정을 보고 너는. 종종, 그러나 집요하게 등장하던 그런 무서운. 생이 도무지 내 것 같지가 않다. 어떤 늙은이가 애써 돌아보는 지난 풍경의 거리를 걷는다. 나는 나에게로 끝없이 복속된다. 흐릿하지만 언젠가 걸어본 바 있는 그의. 이게 다 회상이라서, 쉽사리 노선을 바꾸지도 못하는 나의. 비가 온다. 지팡이를 펼쳐 들고 공중을 디디며 걷는다. 이 빗소리. 칙칙거리는 단파음. 그때였어요. 산책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므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나는 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선언을 하고. 가엾은 저 아이에게 그저 그런 삶을. 그런 기도를 하고. 그때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