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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뒷마당 여행자’ _심지아 (패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 Pius Lee / Shutterstock.com If you can’t fall in love in San Francisco, You can’t fall in love anywhere. - Woody Allen의 영화 Blue Jasmine 중에서 - http://insight.co.kr/content.php?Idx=951&Code1=006 샌프란시스코는 낭만과 여유로 잘 알려진 도시다. 언제나 어디서나 불어오는 바람, 자유롭고 가벼운 복장의 사람들.  하이테크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메리어트 호텔 앞길에는 거지가 개와 함께 길에 앉아서 “Not going to lie, Need $ for beer!”라고 갈겨써진 박스 쪼가리를 들고 앉아 있다.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고 다른 차 앞으로 급히 끼어들려고 백미러로 쳐다보면 미소 지으며 먼저 가라고 손짓하는 운전자들이 가득한 길.  이렇게 관대하면서(tolerant) 개성 넘쳐 보이는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아니러니하게도 미국에서 가장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America’s snobbiest city) 1위로 뽑혔다. 문화의 중심 뉴욕과 하버드 졸업생들이 드글거리는 보스턴을 제치고. 어떤 각도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캘리포니아주가 전세계에서 경제력 9위에 올라있으니, 현재 미국에서 캘리포니아를 따로 떼어놓으면 나머지 미국 49주보다도 잘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LA의 헐리우드도 있지만 요즘은 샌프란시스코 Bay area의 벤처사업의 호령이 어마어마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들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문화와 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1960년대 히피문화가 생겨나 자유로움의 상징이 공존하는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다.  극적인 두 가지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공존할 법도 한 것이, 샌프란시스코는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이민국가 미국에서도 가장 다양성(diversity)이 강조되는 도시다.  이런 것들을 돌아보면 내가 사는 도시는 참 매력적인 곳인데도, 일상이 되고 나면 얼마나 멋진 곳인지 잊고 산다.  우리는 계획대로 움직였다. 새로 생긴 카페들을 옮겨다니며 커피를 많이 많이 마시고, 오후에는 Haight Ashbury 지역으로 옮겨서 맥주를 실컷 마셨다. ⓒ심지아  10일 늦은 밸런타인데이 지난 2월 24일, 남편과 나는 10일 늦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았다. 나의 한국 방문으로 인해 10일을 미룬 우리 둘만의 밸런타인데이였다.  슬로우라이프를 주장하는 나와는 반대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며 뛰어다니며 일을 하는 바쁜 남편은 이 날 하루 모든 일정을 비웠다.  그리고 우리는 이 특별한 날을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일일 관광객이 되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뉴욕에 살면서 자유의 여신상에 가본 적이 없고, 서울에 살면서 남산타워에 가본 적이 없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서 알카트라즈 감옥에 가본 적이 없다.  나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 치어 살다 보면 자신의 도시의 랜드마크를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는 경험이 없기 쉬울 것이다. 우리는 아침을 대충 먹은 후, 차를 주차장에 놔두고 지하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나갔다. Powell station에 내려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케이블카는 평소 나에게 있어서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짜증나는 존재였다. 느리게 달리고, 길을 전부 차지하며 폴을 잡고 대롱대롱 메달려있는 관광객들은 위험해 보여서 옆으로 확 지나갈 수도 없다.  그들은 사진을 찍느라 차가 지나가든지 말든지 아무데나 내려서는 길을 막고 서있기 일쑤다. 막 웃으면서 사진 찍는 그들을 보면 차 안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중얼댄다. “이 관광객들, 좀 비키라고. 난 지금 갈 길이 바쁘단 말이야.” 오늘은 우리가 그 사람들이 될 거다. 케이블카에 타서 남편한테 물었다. “오빠는 이 케이블카 지난번에 탄 게 언제야?” “1995년인가... 처음 대학교 붙어서 이사 왔을 때 부모님하고 탔던 거 같아.” 헉. 20년전???  댕댕댕- 종이 울리고 끼이익 소리가 나며 운전자 아저씨가 수동으로 레버를 움직이니 케이블카가 덜컹거리며 출발한다. 바람이 훅 들어오고, 어설픈 이 나무로 만든 차가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샌프란시스코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덜컹거리는 느낌이 좌석에 전해져 오고, 호텔 앞에 서있는 벨맨들이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마주치는 길거리가 새롭다. 매일 지나던 길인데…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나니, 이제는 내려갈 차례다. 앞을 보니 저 멀리 부둣가가 보인다.  바다를 향해서 다이빙이라도 하듯이 다시 댕댕댕- 한 다음에 덜컹대며 달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North Beach에 내렸다. 둘 다 새로 생긴 카페는 다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는 커피를 사랑하고 카페를 사랑한다.  남편이 말한다. “내 계획 좀 들어봐. Before noon, we will drink lots of coffee. After noon, we will drink lots of beer.” “아주 완벽한 계획이야!!!”  길거리에서 파는 쪼가리 피자 집에서 조개와 시금치를 넣은 피자를 나눠먹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우리는 계획대로 움직였다.  새로 생긴 카페들을 옮겨다니며 커피를 많이 많이 마시고, 오후에는 Haight Ashbury 지역으로 옮겨서 맥주를 실컷 마셨다.   우리는 다시 부둣가에 있는 Waterbar로 옮겨서 5:30pm 전에는 1개당 $1이라는 세일가격에 팔고 있는 굴을 먹었다. ⓒ심지아  커피에 대해, 영화에 대해, 그리고 예술에 대해… 끝없이 무언가 마시면서 우리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 얘기를 하고 예술에 대해서 얘기하고 우리가 서로를 몰랐을 때, 이 거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한다.  나는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우울할 때면 찾던 크레이프집을 보여주며 같이 오던 일본인 친구가 오키나와에서 결혼한 이야기를 해주고, 남편은 대학생 때 돈이 없어서 밥값으로 레코드를 사던 중고 음반 가게를 보여주며 그때 밥값을 음반에 다 쓰는 바람에 학교 식당 담을 넘어서 밥을 몰래 먹던 이야기 등을 해준다.  그리고 서로 낄낄대기도 하면서 상상을 해본다. 스무 살 내 남편은 지금처럼 수염도 없을 테고 어린 아기처럼 뽀송뽀송했겠지. 이 거리를 낡은 음반을 잔뜩 들고 신이 나서 지나가는 젊고 마른 대학생. 우리는 다시 부둣가에 있는 Waterbar로 옮겨서 5:30pm 전에는 1개당 $1이라는 세일가격에 팔고 있는 굴을 먹었다. 샴페인도 한잔에 평소에는 $11 이지만 5:30pm 전에는 $5이다. 언제나 와서 이 가격에 먹어보고 싶었는데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계속 못 왔다.  둘 다 신이 나서 굴을 계속 시켜서 30개 정도는 먹고 샴페인도 몇 잔이고 마셨다. 평소 다 알던 이야기인데도 또 늘어놓는 남편의 이야기도 너무 재밌다. 처음 듣는 얘기인 양 신나서 박수를 치고 발 굴러가며 깔깔 웃는다.  해가 지고 우리는 밸런타인데이니까, 특별히 예약해둔 지중해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굴로 배를 채웠기 때문에 못 먹을 거 같았는데 들어서서 사람들이 먹는 걸 보니 또 다 먹고 싶어져, 양갈비 스테이크와 몇 가지 애피타이저를 시켰다. 가게가 문 닫을 때까지 우리는 먹고 마시고 또 이야기를 했다.   샴페인도 한 잔에 평소에는 $11 이지만 5:30pm 전에는 $5이다. 언제나 와서 이 가격에 먹어보고 싶었는데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계속 못 왔다. ⓒ심지아  일상과 사랑에 빠져보자 아직은 신혼이라 사랑이 식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이날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사랑에 빠지고, 내가 사는 도시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남편, 내가 살고 있는 곳. 얼마나 매력 있는 사람이고 아름다운 도시인지 모든 게 처음처럼 새로워진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모두들 한번쯤 바쁘게 사는 중에도 시간을 내서 일상과 사랑에 빠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새로움, 즐거움은 꼭 비행기 타고 열몇 시간씩 날아가지 않아도, 엄청난 돈을 들이지 않아도 조금만 늦추어 걸으며 눈 돌려 보면 나의 바로 옆에 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아 패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http://insight.co.kr/content.php?Idx=951&Code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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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이유
미국 동물 학대방지 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유기되는 개의 수는 1년에 약 330만 마리이며 그중 67만 마리가 안락사 됩니다. 이 수치를 보고 충격받은 한 프로야구 선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렸고, 그가 올린 게시물은 43만 회의 좋아요를 받으며 반려인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일침을 날린 사람은 바로 프로 야구 선수 오스틴 콘웨이 씨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페이스북에서 '반려견과 어쩔 수 없이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례'를 많이 접해왔어요. 마음대로 안 되는 소음 문제와 대소변 훈련 그리고 집주인이 동물을 허락하지 않아서 등등."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정말 무슨 짓을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건 반려견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에 미리 해결하고 알아봤어야 할 문제입니다." "사실, 위 문제들은 저 또한 아무런 준비 없이 스텔라를 입양하며 직접 겪었던 어려움입니다. 그리고 제가 저질렀던 바보 같은 실수를 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저지르고 있고, 그로 인해 수백만 마리가 버려지고 안락사 된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  "반려동물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고요? 아니요. 우리는 반려동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에도 책임감 없이 입양한 겁니다."  오스틴 콘웨이 씨도 스텔라를 입양한 이후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를 키울 수 있는 집을 한참 동안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개를 키울 수 있는 집을 구하더라도, 스텔라의 품종인 저먼 셰퍼드를 허용하지 않는 집주인이 많아 또다시 한참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입양 시 일어나는 문제점을 미리 해결하세요. 그러고 나서 입양하는 게 순서입니다. 만약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입양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반려인의 인구가 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유기동물의 숫자도 그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 신문이나 전문가 등은 반려동물 산업의 증가와 긍정적 경제 효과에 대해서만 다룰 뿐 누구도 유기동물 증가라는 부작용에 대해선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1,000만 반려인 시대가 된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자취생(1인 가구)의 증가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반려동물 파양의 주된 이유 또한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서'입니다. 즉, 같은 이유로 입양되고, 같은 이유로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죠. 반려동물에 대한 무지와 생명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 부족 그리고 충동적인 입양으로 인해 벌어지는 안타까운 비극입니다.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귀여운 동물을 입양'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이 눈을 감는 날까지 15년이란 시간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스틴 콘웨이 씨의 일침을 우리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꼬리스토리가 들려주는 동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