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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의 시작

주말 특집 주제로 역시 유급휴가가 제격이지 않을까 싶은데, 모두들 예측하는 것처럼 유급휴가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꽤 최근 일이다. 영어권에서는 호주의 자애로운 기업가 Edments, Alfred (1853–1909, 참조 1)를 지목하고 있는데 프랑스는 어떨까? 그 시초는 의사들에게 있었다.

왜냐, 19세기 의사들의 처방이라는 것이 대체로 “신선한 공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9세기 중반 당시는 아직 세균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이어서 사람이 아플 경우, 그 이유는 주변 공기의 독기에 있다고 여겼었다. 따라서 그 처방은 창문 열기, 문에 구멍 뚫기, 혹은 시골로 가서 신선한 공기 쐬기(참조 2)였다.

그렇다면 산업혁명 당시 도시에서 신선한 공기를 쬐려면? 시골로 가야 했다. 깨끗한 환경으로 가면 몸이 나아지는 것이 당연했으니 더욱 더 그럴듯 했을 일이다. 이는 도시민들의 시골 여행으로 이어진다. 이때가 19세기 중반, 피카소가 비아리츠 그림(참조 3)을 그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이때 스위스의 발명품이 하나 도착한다.

1876년 스위스의 Hermann Walter Bion 목사가 여름캠프(Ferienlager)를 만든 것이다. 사정이 열악하고 건강이 안 좋은 아이들을 당시 흔한 처방(…)대로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자는 목적이었고, 칸톤의 보조금을 받아 여름캠프를 시작한다. 10명의 어른이 아이들 68명의 캠프를 돌봤으며, 이 모델이 프랑스에도 도입된다.

이 모두가 건강을 위해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뭔가 의무적으로 휴가를 줘서 떠나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 바로 나폴레옹 3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칙령(참조 4)을 통해 1853년부터 공무원 및 파리 지하철공사, 에너지 기업들 등의 직원들이 유급휴가를 갈 수 있게 해줬다.

물론 유급휴가가 일반적으로 널리 퍼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황제의 칙령은 주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노동자들의 유급휴가를 얻기 위한 투쟁이 시작된다. 물론 대공황 때문에 좀 지연되기는 했지만, 좌파 장권이 들어섰던 1936년 노조들간의 합의가 이뤄진다. 이제 모든 노동자들은 1년 15일의 유급휴가를 갖게 됐다. 그리고 세 번(1956년, 1969년 1981년)에 걸쳐 그 길이가 늘어나서 이제는 5주에 이른다.

자, 이제 유급휴가가 생겼다. 뭘 타고 시골로 갈까? 1960년대까지는 기차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가령 1936년부터 철도청은 휴가 특판 티켓(billets de congé annuel)을 팔기 시작한다. 어른은 40%, 3세-7세 아동은 50% 할인의 조건이 좋아서 1936년에 이미 60만 표를 팔았다고 한다. 이 표는 지금도 여전히 일 년에 한 시즌만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자동차가 널리 퍼져서 자동차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1981년에는 드디어 TGV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때 등장했던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는 아예 장관급 부처로 레저부(Ministre du Temps libre)를 새로 설치한다. 관광과 청소년, 운동을 관장하는 부처로서 부처 이름 자체(직역하면 남는 시간, 자유로운 시간)가 풍자의 대상이었고 여론도 호의적이 아닌지라 금세 사라졌었다.

그래도 이 레저부가 자손을 하나 남겼다. 1982년 휴가 바우처(Chèques-Vacances, 참조 5)가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 바우처는 관광 관련은 물론 380유로짜리 2년 기한으로 EU 내 어디에서든지 쓸 수 있으며, 2018년에만 450만여 명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스위스의 발명품이니 결국 유럽의 현대 관광역사는 스위스에 빚이 있는 것일까?

참고로 미국은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입법제안이 1910년에 있었지만, 연방차원의 입법은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자리를 해친다는 이유다. (미국의 유급휴가는 대체로 노사협약, 노동계약을 통해 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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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Edments, Alfred (1853–1909): http://adb.anu.edu.au/biography/edments-alfred-6089

2. 손 씻기의 탄생: ‘어머니의 구세주’ 젬멜바이스(2020년 3월 23일): https://slownews.kr/75663



4. Décret impérial réglant l'exécution de la loi du 9 juin 1853 sur les pensions civiles (9 novembre 1853): https://education.persee.fr/doc/baip_1254-0714_1853_num_4_47_10232

5. 사실 이 휴가 바우처 또한 스위스의 발명품이기는 하다. 스위스 관광기금(Schweizer Reisekasse, 그래서 이름이 Reka)이 1939년부터 발행한 Chèque Reka이다.

6. Americans have been fighting for paid vacation for 100 years(2018년 8월 24일): https://www.fastcompany.com/90220227/the-history-of-how-we-got-paid-vacation-in-t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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