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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피아니스트로 나오는 이선재(유아인 분)로 인하여 우리나라에 다시 클래식 음악 열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jtbc 드라마 ‘밀회’ http://insight.co.kr/content.php?Idx=1000&Code1=004 클래식 음악은 우리 가까이에... 【신형석 칼럼니스트】비록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과거와 비교해보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인식이 최근 참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 고등학교 시절 취미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주변 친구들은 이상하게 혹은 신기하게 바라봤음은 물론 동네 아줌마들은 기특하다는(?)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배우고 싶다거나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의견을 묻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늘었고, 심지어 몇몇 분들과는 클래식 음악 공연이나 음반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떠나서 내한하는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의 수준이나 빈도를 고려해보거나, 국내 자체 기획으로 발매되는 여러 음반들의 품질과 그것들이 해외로 얼마나 많이 수출되고 있는 지를 파악해보면 클래식 음악이 예전보다는 분명 대중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 또한 각양각색이다. 필자의 경우, 대학생 때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한 아버지께서 지금껏 LP 수집과 음악을 듣기 위한 재생 기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신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일종의 ‘모태 신앙’을 가지게 된 셈이다. 필자의 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중 몇몇은 하드코어한 락이나 메탈 음악을 즐겨 들었다. 학교 시험의 마지막 날 다른 친구들이 노래방이나 오락실, PC방을 갈 때 우리는 참 특이하게도 CD를 사러 갔었다. 클래식 음악 CD를 사러 지금은 없어진 강남역의 타워 레코드로, 또 그들이 좋아하던 메탈 음악 CD를 사기 위해 영등포역 뒤쪽 어딘가에 있던 음반가게로… 서로 관심 분야는 달랐지만 같이 동행하며 서로가 득템하는 모습을 축하해 주었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북유럽 모 메탈 그룹의 음반을 두 시간이나 지하철을 타고 가서 어렵사리 구입하자마자 처음으로 포장 비닐을 뜯고 안에 들어있는 음반 자켓을 열어보며 “아 이게 북유럽의 향기구나”라고 했던 친구의 모습이 아직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각자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는 달랐지만 귀한 연주가 담겨 있는 음반을 힘들게 구했을 때의 기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클래식 음악에 빠지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내 친구 중 한명은 좋아하는 여자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좋아해서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진 : shutterstock 사랑으로 하나 된 클래식 음악 사랑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그렇게 클래식 음악과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았던 그 친구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있다. 필자가 전혀 그들에게 클래식음악을 권한 적도, 특별히 들려준 적도 없는 데 말이다. 친구들 중 한 명이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계기는 한 ‘여자’ 때문이었다. 그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좋아하게 된 여학생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는데, 어떤 엄청난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좋아한다고 나에게 문의를 해왔다. Vladimir Horowitz plays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3 (live 1978) 동영상 : 유투브 그 연주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음반 사상 가장 화제를 불러모았다고 할 수 있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였고, 호로비츠의 여러 음반 중에서도 그 당시 CD로 가장 구하기 쉬웠던 유진 오먼디가 지휘하는 뉴욕필과의 1978년 실황 연주였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은 비록 외적인 요인에서 생겨난 것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들을 만한 음악, 공연, 음반의 추천을 부탁했고 결국 클래식 음악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과 (그 때 그 여자와는 다른) 결혼을 하여 종종 음악회를 찾고 여전히 내게 음반 추천을 부탁하곤 한다. 그는 여전히 다른 여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지만 클래식 음악 역시 그의 주요 취미생활 중 하나가 되었다. 같이 CD를 사러 다녔던 또 다른 친구는 바로 위의 친구가 보내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파일을 듣고 충격을 받고 바로 그 파일과 동일한 연주가 들어있는 CD를 구입했다. 그의 첫 클래식 음악 음반이 되었던 것은 바로 프리드리히 굴다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얼마 전에 아쉽게도 생각을 떠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비엔나 필하모닉이 협연한 음반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하는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대중들은 더욱 친숙하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있다. 사진 : 영화 '아마데우스' 포스터 미디어를 통해 확산 된 클래식 음악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이나 계기 혹은 주변인의 추천에 의해서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되는 계기는 영화나 드라마, TV 광고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예 클래식 음악 작곡가나 연주가가 영화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음악영화 (모차르트 <아마데우스>, 베토벤 <불멸의 연인>, 륄리 <왕의 춤>, 블리디슬로프 스필만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 <샤인> 등)는 이미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이 된지 오래됐으며, 가상의 인물이 클래식 음악을 주요배경으로 하여 등장하는 영화 혹은 드라마 (<사랑은 선율을 타고 (The Competition)>, <가면 속의 아리아>, <말할 수 없는 비밀>, <노다메 칸타빌레>, <도쿄 소나타> 등)까지 떠올린다면 일일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 <파파로티>가 있으나 완성도에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 영화 '파파로티' 포스터 완성도에 있어서나 상업적 측면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호로비츠를 위하여>나 <파파로티> 등 실제 유명 피아니스트와 성악가의 이름을 아예 영화 제목에 포함시키는 시도도 있었다.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LP로 들려주던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중 편지의 이중창,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귀도가 도라와 함께 보았던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를 수용소에서 다시 SP로 들려주던 장면 등은 음악이 등장인물들에게 직접 들려지면서 감상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경우다. 반면 클래식 음악이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감상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서주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류의 발생으로부터 진화에 이르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많은 영화팬들의 뇌리에 그 음악이 어떤 곡인지는 몰라도 그 분위기만큼은 각인되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나 <엘비라 마디간> 같은 영화들은 각각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절묘하게 영상과 결합시켜 명장면을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발매되는 동곡의 녹음들이 홍보에 오히려 영화를 이용할 정도였다. 또, 명절에 특집 프로그램을 소개할 때 나오는 음악(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권투 등 스포츠 중계 시작할 때 나오던 행진곡풍의 오프닝 음악 (로베르 플랑케트의 상브르-뫼즈 연대), 매주 토요일마다 명화의 시작을 알리던 오프닝 음악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편곡)등은 수많은 TV 시청자들이 조건반사적으로 ‘아! 이 음악’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기대하게 만드는 마법을 보여주었다. 정말 지금까지 수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은 곡들이기도 하다.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 '밀회' 또한 클래식 음악이 등장한다. 첫 화에 등장한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D. 940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이외에 앞으로 어떤 주옥 같은 음악들이 연주될지 기대가 된다. 사진 : 드라마 '밀회' 문학작품 속의 클래식 음악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문학작품에 등장한 클래식 음악이 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소설가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에 자주 클래식 음악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소설에는 단순히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등장인물들이 즐겨 듣는 특정 연주자의 음반이 언급되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최근에 발간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등장하는 리스트 ‘순례의 해’는 그 국내발간 시기에 맞춰 소설 속에서 언급되었던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한 음반이 국내 라이선스로 재발매 되었으며, 이는 동곡의 여러 음반들 중 최고의 연주 중 하나로 꼽혀왔던 이 음반에 대한 관심이 일부 매니아층에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하루키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으로만 꾸며진 설명이 곁들여진 음악회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리가 그동안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뿐 클래식 음악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강력한 문화현상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을 작성하는 중에 드라마 ‘밀회’의 첫 화가 방송되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작되었던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혹은 드라마가 대부분 억지스런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작위적인 흐름이나 허술한 연주장면 재현, 클래식 음악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함에서 비롯된 밀도감 부족 등의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밀회>는 첫 화부터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어 오랜만에 불편함 없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바람직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첫 화에 등장한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D. 940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이외에 앞으로 어떤 주옥 같은 음악들이 연주될지 귀 기울여 보자. http://insight.co.kr/content.php?Idx=1000&Code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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