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anobu
4 years ago10,000+ Views
웨스 앤더슨의 코미디는 늘 작은 웃음을 줍니다. 박장대소하는 법은 좀처럼 없죠. 키득거리게 만드는 웃음이 계속 나옵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약간 과장된 연기를 하는 연극적 연출과 배우들의 쇼를 보고 나면 늘 그렇듯 좀 공허한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부다페스트 호텔은 좀 다르더라고요. 미묘하게 많은 게 변했습니다. 우선 이번 영화엔 슬로모션이 없습니다. 웨스 앤더슨의 모든 영화가 슬로모션으로 끝나곤 했죠. 이번엔 건조합니다. 책장을 덮듯, 탁 덮고 끝납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다시 등장해 "지금까진 연극이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전작의 방법 대신, "지금부터 책장을 덮고 네 인생을 살아봐"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할까요. 실제로 영화의 내용도 그렇습니다. '로비보이'의 시선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이 영화는 귀부인의 죽음으로 시작된 상속과 살인을 담은 애정극형 로드무비이자 버디무비지만(!) 결국에는 "그냥 변하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게 참 좋지 않나?"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되는 성찰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것이죠. 결국 중요한 건 신분이나 재산, 인종 등을 뛰어넘는 우정이고,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그 모든 걸 소중하게 간직할 줄 아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입니다. 자세한 줄거리를 얘기한다고 영화의 재미가 가실 리는 없지만, 굳이 그러진 않겠습니다. 보고난 뒤 다시 영화를 떠올릴수록 한 장면 한 장면이 새록새록 살아나면서 스스로의 줄거리를 다시 써내려가게 되실 테니까요. p.s. 1. 웨스 앤더슨은 짠돌이입니다. 제작비를 아끼려고 무슨 짓이든 하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선 아니었습니다. 아낌없이 '최고 중의 최고를 데려오게'라며 돈을 퍼부은 곳이 있습니다.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마담 D의 84세 노인 분장이었죠. 그 결과 분장은 최고였습니다. p.s. 2. 영화의 배경인 주브로스카 공화국은 가상국가입니다. 하지만 저 단어는 가상이 아닙니다. 폴란드산 보드카 브랜드의 이름이죠. 벼과의 좋은 향기가 나는 곡식인 향모(Bison Grass)로 담근 멋진 술이라고 합니다. p.s. 3. 저도 영화보기 전에 이 정보를 몰라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ㅠㅠ 조지 클루니가 카메오로 나오는데요, 부다페스트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총격씬이 있습니다. 그 때 독일 군인 중 한 명으로 나온다네요. 누구였죠? ㅠㅠ
masano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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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를 놓쳤습니다.. OTL.. 정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맞고, 책장을 거침없이 넘기는 스토리와 좌우대칭이 완벽한 영상미까지. 정말 재밌게도 봤네요 ㅎㅎ
빙글에서 괜찮다는 리뷰를 워낙 많이 봐서 금요일에 보러갑니다! ㅎㅎ P.S.가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어요!
빙글에서 리뷰 보면볼수록 이 영화 보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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