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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나훈아 테스형 아류)

세상이 온통 가을이네
올해도 가을이 더 아름다운 용소 계곡엔
단풍이 에쁘게 물들었겠지
초입의 열녀당 도깨비 불은 여전히 밤길이 무서울까
돌고개 묵밭엔 구절초가 하얗게 웃는다
그저 가는 세월이 아쉽기는 하다만
그대들 온다면 너무 즐겁구나
아! 친구야 그립다 세상이 외로운 나에게
아! 친구야 사랑하는 나의 친구야
가을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용소 계곡 어떤가 친구야
가보니까 너래소 단풍은 여전하던가
탑 한 기 흔적으로 남은 절터의 전설은 아직도 궁굼한데
언제 한번 보자며 툭 내뱉고 간 말
내가 어찌 빈말이라는 걸 모르겠나
그래도 기다려진다네 친구야
아! 나의 친구야 아! 나의 벗이야

(용소계곡은 강원 홍천 구경 중 하나로 두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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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한 피티샵에서의 운동 첫날이었다.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 같고, 뭐 이런 생각들도 당연히 들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분이 꽤 좋았다. 피트니스 센터를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아주 가벼운 개인 운동에 불과했었고, 체계적으로 개인 트레이닝을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신이 났다. 한 시간이 어떻게 간 줄도 모르게 지나갔다. 코로나 사태로 샤워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좀 고역에 가까웠지만, 정부의 다음 조치를 기대해보는 수밖에.   3개월 가량의 시간 동안 식단 관리부터 성실한 출석도 쉽지는 않겠지만, 이 시간들을 계기로 이후의 관리를 잘 설계해 나갈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다. 날이 풀리면 등산을 좀 해볼까 한다. 어떻게든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방탕하게도 살아봤고, 젊음만을 믿고 잔뜩 몸을 망가뜨리면서도 살아봤다. 이제는 반대 지점에서 내 몸이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하는지, 그로 인해 내 정신은 몸과 어떤 조화를 이룰지 지켜봐야겠다. 퇴근 후 운동을 마치고 와서 씻고 보니 오후 10시가 넘어있었다. 사실 오늘은 어제 인상 깊게 본 영화에 대해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이제 주 4일은 이렇게 하루가 저무는 무렵에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율을 잘 해봐야겠다. 운동을 시작해서 즐겁지만, 이게 운동 일지는 아니니까.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것들 | 첫번째 글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진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은 매일 생기지만 내일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내가 좋아했던 수학도 하나둘씩 더 틀리다 보니 수학은 더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 아니게 되었다. 그냥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까지 돼버렸다. 그래도 영어만큼은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영어도 문법은 하나둘 한쪽 귀로 흘러갔고 단어들은 점차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영어마저 이렇게 되고 있으니 이제 내 꿈도 하나둘씩 사라졌고 나를 움직이게 했던 동기들도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렇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하루를 끝내고 침대에 누우면 피로는 어디 갔는지 눈이 말동말동 하다. 어차피 누워있어 봤자 잠은 안 들 테니 일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책상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 그렇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알고리즘은 왜 하필 나를 거기로 데려갔는지.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똑같다. "열심히 했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위로라고는 하나도 안 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주변에서 "할 수 있어요." "힘냅시다."라고 해주지만 이제는 더는 그런 말에도 의지하며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머리만 복잡해진 체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잠은 더 안 오고 벌써 내일 아침이 걱정된다. 이제는 걱정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무언가가 좀처럼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 뭐든지 할 의욕이 안 난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내 몸이 많이 지쳤다는 내 마음의 간절한 소리없는 아우성 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면 절대로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않았으면 한다. 그냥 자신을 위로해주라. 내 몸도 위로가 많이 필요하다. - 그냥 위로 해줘라. 그냥... - 이미 많이 지쳐버린 한 학생의 글 글로써 나와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싶어서 쓴 글 피드백은 적극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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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젯밤에는 주말의 끝무렵을 장률의 최신작 <후쿠오카>로 달랬다. 원래 그의 영화들을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은 유독 인상적이었다. 그의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이번에는 유독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판타지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가령 극 중 남자가 한 서점에서 주인에게 할아버지 사장님은 어디에 가셨냐고 묻는다. 젊은 서점 주인은 할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전한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가 젊은 서점 주인에게 며칠 전에도 그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고 받아친다. 그는 서점을 나와서 저 여자 뭔가 이상하다고 흉을 본다. 이런 장면들뿐 아니라 두 중년 남자와 동행하는 젊은 여자는 계속해서 묘한 분위기를 펼쳐보인다. 앞서 서점에서의 에피소드는 사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지극히 현실일 수도 있고, 판타지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서점에서의 대화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서점 주인이 잔혹한 농담을 한 것이거나, 아니면 미쳤거나, 그도 아니라면 남자의 착각일 수도 있다. 할아버지 사장님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전혀 다른 인물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하나의 가능성은 그 할아버지 사장님이 정말로 귀신이라도 되거나. 실제로 젊은 서점 주인은 남자가 할아버지 사장님과 며칠 전에 대화를 나눴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가 이곳을 아직 못 떠나고 계신가보다,라고 답한다. 젊은 서점 주인은 일종의 영적인 인물이기라도 할까. 아니면, 다소 엉뚱한 사람일 뿐인 걸까. 감독은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사실 이와 비슷한 유의 방식을 예전에 홍상수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도 느낀 적이 있다. 홍상수의 영화는 그 무렵부터 사실 거의 비슷비슷해서 특별히 감흥을 주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바로 그 영화에서만큼은 독특한 인상을 받았다. 바로 장률의 <후쿠오카>처럼 판타지를 다루는 방식이 꽤 영리했기 때문이다. 그 작품에서는 한 쌍의 오래된 연인이 등장하는데, 남자에게 지칠대로 지친 여자가 어느날 사라진다. 그러다 얼마 후 다시 남자 앞에 나타나는데, 분명 얼마 전 사라진 그 여자친구가 맞건만, 여자는 황당하게도 자신은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툼 일색이던 관계가 이상하게 호전된다. 왜냐, 다시 나타난 여자의 말대로라면 이 여자는 여자친구와 닮았을 뿐 전혀 새로운 사람이고, 이제 막 호감을 가지게 된 사이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얼떨떨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대하듯 다소간 조심스러워하며, 둘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국면의 관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역시 감독은 이에 대한 해명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남자친구에게 지칠대로 지친 여자가 특단의 조치로 완벽한 연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웃기지만 정말로 여자친구와 완벽하게 닮았을 뿐 제 3의 인물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전자일 경우 엉뚱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후자일 경우 현실에서 벌어진 판타지가 된다. 역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사실 여기에는 부연 설명을 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정말 필요한 지점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기법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그 모호함이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게 드러나버리면 결국 고루한 현실만 의미 없이 남게 된다.  서사 장르에서는 사실 판타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히 동화의 경우, 많은 습작생들이 실컷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비현실적인 얘기들을 잔뜩 늘어놓다가 수습하지 못하고 꿈으로 처리해버리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 작품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한 일례로 15년 전쯤 방영됐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있다. 이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초기작이자, 지금의 김은숙을 있게 한 작품이지만 결말을 다루는 방식이 무척 실망스러운 데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공감했지만, 평범한 인물이 재벌과의 달콤한 연애를 이어가다가 그게 결국 꿈이었다는 식으로 끝내버리는 설정은 이제까지 본 그 달달한 얘기들이 전부 다 허무해지는 기분을 선사한다. 이런 방식은 심지어 작가에 대한 배신을 느끼게 한다. 이제껏 쌓아올린 성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판타지를 다룰 때는 아예 비현실적인 공간을 전제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현실적인 공간에서 판타지를 자연스럽게 녹여야 하는데 그게 사실 굉장히 어렵다. 자연스러움을 담보하지 않으면 바로 유치해지기 일쑤이며, 황당하고 엉성한 서사가 돼버리기 마련이다. 현실에서 판타지를 활용하려면 관객이나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판타지를 그리는 것보다 판타지의 근거를 엮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앞서의 장률과 홍상수의 판타지는 착오의 가능성과 생략으로 엮는 방식이다. 그들의 영화 공간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들이다. 일본의 한 도시, 그리고 서울의 어느 동네. 이곳에서 판타지를 엮으려면 가장 영리한 방식은 뭘까. 바로 인물들의 착오를 위한 상황들을 부려놓고, 관객들에게 최대한 불친절해지는 것이다. 영화는 관객의 선택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있고, 판타지가 될 수도 있다. 또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묘하게 겹치는 장면들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쪽을 택해도 황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