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iaSohn
5 years ago5,000+ Views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영화관으로 걸어갔다. 오른발, 왼발 잘 맞추고 걷고 있는지 행여나 조금이라도 스칠까 적정선을 두고 걷고는 있는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 옆의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편하게 걷고 있지만. 어떤 영화를 보자고 할까, 내가 좋아하는 액션영화 보자고 하고 싶은데... 로맨스를 봐야하나... 연애의 ‘연’자도 모르는 나는 솔직하게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잊은 채 헛된 ‘나’를 그리고 있었다. 영화관에 도착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사람들이 좀 많았다. 어수선하게 타고 생각해보니 J가 내 뒤에 서 있었다. 그대로 나는 얼음. 제발 샴푸향기가 솔솔 나야 할 텐데. 으아- 머리 감은 지 반나절은 지났는데. 엘리베이터 문으로 J가 비친다. 정신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 아니, 옆에 있던 여자도 J를 바라보고 있었다. 흥. 나랑 같이 온 남자라고. (아직 연애중은 아니지만) 괜히 내리면서 그 여자를 슬쩍 치면서 J의 팔짱을 꼈다. “우리 뭐볼까?” 라면서. 음, 꽤나 연인 같았어. ...까지는 좋았다. 그 여자가 지나가고 난 후가 문제였다. 지금 나는 팔짱을 풀어야할 것인가, 가만히 있어야 될 것인가에 관하여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J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갑작스런 스킨십에 스스로가 놀라고 있는 나를 위해 빼야할 것 같기도 하고. 온갖 복잡한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는데 옆에서 J가 나를 불렀다. 그가 내미는 종이 한 장은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액션영화! “지연이가 예전부터 너가 이 영화 보고 싶어 했다고 하길래 예매해뒀어.” 옴마야. 나 감동 받았어. 뒤에서 챙겨준 느낌 가득한 서지연에게도 감동이고, 또 세심하게 물어본 J는 더더욱 감동이고! 그렇게 자연스레 팔짱을 낀 채 우리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마치 연인같이. 영화를 보는 내내 흥분 그 자체였다. 온갖 화려한 영상들과 멋진 옆 남자는 나를 긴장되면서도 신나게 했다. “영화관 건너편에 맛있는 곳 아는데 먹으러 갈까?” “그럴까?” 길을 걷는 내내 영화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나도 이제는 J 앞에서 조금 긴장이 덜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길을 걷고 있는데 J가 갑자기 내 손을 이끈다. 두근. 우리 손 잡았어. 긴장이 풀리긴. 잡힌 내 손은 매표소 앞에서처럼 J의 팔에 안착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에 열은 오르고 지금 보고 있는 듯 생생했던 조금 전 본 영화조차도 10년 전에 본 듯 아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후로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 지, 제대로 먹긴 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정신이 없었다. 건너편에 앉아 맛있게 먹는 그를 보면서 약간의 괴리감도 들었다. 나만 이렇게 긴장되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원래 편한 사람들에게는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건지 나에게만 그러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조금 뒤 그의 친구들을 보러 간다. 그 자리에서 나는 J의 연인 같을까, J가 새로 알게 된 친구 같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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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j1148 @hyunzzeo25 고맙습니다! 곧 11화로 오겠습니다 ;)
설레요♡
드디아 ㅜㅜㅠㅠㅠㅠ
@rewrite ㅎ.ㅎ 고맙습니다
Anonym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잔뜩 느껴져 웃음이 절로 나네요ㅎㅎ부럽네요 이 때묻지 않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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