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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걷는 독서 11.18

대지에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
가슴에 심장이 뛰는 소리
우리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한 나는 끝나지 않았다

- 박노해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Peru, 2010. 사진 박노해


어떤 소음도 없는 밀실 안에서
아주 고요한 정적의 공간에서
가만히 집중해 귀를 기울이면
소리 끊긴 곳에서 다른 소리가 들린다

귓속에서 울리는 거대한 소리
몸 안의 신경망이 흔들리는 소리
미세한 핏줄의 맥박 소리
가슴에 심장이 뛰는 소리

저기 들릴락 말락 희미한 소리
실개천과 바람과 파도와
대지에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
지구가 전속력으로 태양을 도는 소리
거대한 무언가 운동하는 소리
생생한 내 몸의 소리, 내 큰 몸의 소리

그러니 살아있는 자여 안심하라
살아있는 한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소리가 끊어진 곳에서조차
내 몸은 스스로 소리를 내고 있으니*
살아있는 것들은 저마다 노래를 하고
살아 움직이며 새로운 운동을 하고 있으니

우리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한 나는 끝나지 않았다


*작곡가 존 케이지에게서 일부 따옴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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