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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 에드거 앨런 포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처음 읽어 본 에드거 앨런 포의 책이다. 총 열네 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단적으로 감상을 먼저 말하자면...... 아주 별로였다.(적어도 나에게는)

장점을 꼽자면 건조한 문장과 문체,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묘사들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를 들 수 있겠다. 추리 소설, 고딕 소설, 호러 소설 등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인만큼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매력적이었다. 음울한 모습의 거대한 고성이라는 배경과 그 느낌을 그대로 이어받아 펼쳐지는 이야기는 꽤나 음침하고 어찌 보면 찝찝하기까지 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어김없이 일어나는 누군가의 죽음,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의 행동과 비현실적인 사건들은 궁금증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그 외에 이렇다 할 매력을 찾지 못했다. 소설에서 풍겨지는 분위기(심지어 이러한 분위기도 이후 많은 작가들에 의해 발전되어 굳이 지금 시대에 포의 소설을 찾아 읽을 이유가 될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러한 분위기의 소설을 창시한 작가나 다름없으며 그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외에 서사, 캐릭터 등 소설의 여러 가지 요소에서 나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없었다. 물론 모든 소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구덩이와 추, 도둑맞은 편지, 윌리엄 윌슨 등의 작품은 서사가 매력적이었고 흡입력도 좋았다. 그러나 그 외의 작품은...... 흠. 특히 포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리지아나 검은 고양이, 아몬티야도 술통과 같은 작품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다.

위의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내게 거슬렸던 것은 소설에 나오는 인물의 행동에 대해 전혀, 무엇 하나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리지아에서 주인공은 첫 번째 부인, 리지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죽은 첫 번째 부인의 환영이 두 번째 부인의 시신에서 부활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건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환각일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첫 번째 부인의 아름다움, 지성, 기품을 예찬하는 말을 끝없이 늘어놓는데 뭐 어떡하라는 건지. 결국 그냥 얼빠였다 이건가?(이렇게 리지아를 사랑했다는 놈이 리지아의 성도 모른다.) 아무리 주절주절 말로 예찬을 늘어놓는다 한들 주인공이 첫 번째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일화라던가 사건이라던가 눈 앞에 보여주는 무언가가 없으니 주인공의 리지아에 대한 사랑이 와 닿지 않고 그러니 당연하게도 두 번째 부인의 시신에서 부활하는 리지아의 환영을 목격하는 주인공의 정신상태 이상이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냥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나 라는 생각뿐.

검은 고양이나 아몬티야도 술통도 마찬가지다. 두 단편에서 주인공은 이유가 없다시피 한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다.(이유가 있을지라도 그것이 소설 내에서 독자에게 설명되지 않는다.) 심지어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끼던 검은 고양이의 한쪽 눈을 생으로 파내기까지 한다. 검은 고양이에서는 알코올 중독과 타락에 빠져들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법이 있기에 그것을 어기고 싶어 하는 본능과 비슷한 느낌이다.)이 주인공을 미친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되며 미친 주인공은 아내를 끔찍하게 살해한 후 벽 안에 넣고 회반죽을 발라 살인을 은폐한다. 아몬티야도 술통에서는 독자에게 설명되지 않는 어떤 이유(친구가 자신을 무시하고 업신여겼다는 이유이나 자세한 내막은 설명되지 않는다.)로 주인공은 아몬티야도 포도주를 빌미로 꾀어낸 친구를 산 채로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지하묘지 벽안에 가둬버린다.

그래, 그냥 주인공들이 미친놈이라고 치자. 인간의 광기와 타락하고 싶어 하는 본성을 보여주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살인이나 살인까지 이르는 과정이 전혀 흡입력이 없으며 재미도 없다. 주인공은 그냥 미친놈들이며 살인에 있어서 어려움은 하나도 없다. 뭔 놈의 사람 죽이는 게 이렇게 쉬운지.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는 것처럼 사람을 죽이는데 그렇다고 그 이후의 과정이 스릴 넘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멍청한 경찰들과 멍청한 친구는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에서 주인공을 의심할 생각 하나 제대로 못하는 인물들이고 심지어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객기를 부리다 아내의 시체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묻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인해 살인을 들킨다. 멍청한 경찰에 멍청한 주인공이다. 포의 소설은 인간의 내면과 심리를 치열하게 탐구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영...... 사건과 서사를 떠나서 생각해봐도 인물들의 심리가 내면까지 치열하게 탐구되고 파헤쳐져 묘사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주인공이 멍청하다는 것과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 외에 딱히 인간 내면의 심리와 본성에 대해 감탄하거나 고뇌해볼 만한 부분은 내게는 보이지 않았다.

유명한 작가고 많은 이들이 애정 하는 작가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소설이란 어디까지나 주관적 견해의 기호품인 만큼 나에게는 매력을 느끼기 힘든 작가였다. 위에서도 썼듯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견해를 적은 글이므로 나와 정반대로 포의 소설에 흠뻑 빠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이 글은 재미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소설 속 한 문장

수학적 공리는 결코 일반적 진리의 공리가 아닌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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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optimic입니다! 지난 번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를 완결짓고 나서, 많은 분들이 봐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항상 감사로 시작하는 거 같은데, 빙글에서 활동하면서는 정말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일들 뿐이라서, 입버릇처럼 감사 인사가 먼저 나오는 거 같아요! 별 거 아닌 제 글들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예전부터 쭉 제 글을 봐 오시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혹시 이 그림 기억하시나요? 예전에 무서운 글쓰기에서 제게 커피 기프티콘을 가져다 준! 웹툰작가인 제 친구가 그려준 그림이었는데요! 이 친구가 드디어! '네이버'에 입성을 했습니다! 짝짝짝! 친한 친구로써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옆에서 봐 왔는데, 저는 사실 네이버 갈 줄 알았어요!(에헴) 네이버 토요 웹툰 '공유몽' 많이 봐 주시고 관심 가져주세요! 꿈을 주제로 한 이야기라서 흥미도 있고, 그림도 정말정말 잘 그리니까! 홍보라고 생각되시면 죄송합니다..ㅠㅠ 베프가 너무 자랑스러운 마음에... (친구들 중 첫 대기업맨...) 아무튼 이번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3평 정도 되는 밀실에서 한 사내가 서서히 눈을 떴다. -으... 여기가 어디야... 남자는 천천히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 지 살펴본다. 빛 하나 들지 않는 밀실 천장에 매달린 희미한 전등만이 작은 방에 미미한 빛을 뿌리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는 방. 맞은 편엔 책상 하나와 작은 의자. 그리고 구석에 을씨년스럽게 세워 진 마네킹 하나 뿐이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다. -으...응? 이게 뭐야? 남자는 자신이 구속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몹시도 차가운 쇠로 된 의자에 앉은 채 사지 한 곳 중 어느 곳도 움직일 수 없었다. -뭐야? 왜...? 저기요!! 누구 없어요? 저기요!! -드륵 순간 외부와 전혀 단절되어 있었을 것만 같던 밀실 벽의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 보이는 한 남자의 얼굴. 두 눈에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장난기마저 어려 있다. -어..? 저기요! 도와주세요! 저기요!! -철컥 작은 문이 열리자,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일어났어? 정장을 입은 남자는 서류가방을 내려놓은 채 여유롭게 맞은편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누..누구세요? 남자가 살짝 겁에 질린 채 물었다. -뭘 물어. 묻지 마. 살짝 웃음을 띄운 남자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겁에 질린 채 묶여있는 남자를 보며, 그는 서류가방 안에서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저... 저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죽이실 건가요? -무사히 보낼거면 이 지랄하면서 안 묶어놨겠지? 묶인 남자를 보며 그는 엷게 웃었다. -왜...왜 이러시는거에요... -글쎄? 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 내가 싸이코패스라서? 여전히 눈은 종이에 고정시킨 채, 그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너무 쫄지 마. 왜 이렇게 쫄아. 좋은 일 좀 하자. -탁- 차트를 내려놓으며, 정장을 입은 사내는 서류가방에서 무언가를 또 꺼내기 시작했다. 예리하게 날이 선 손도끼였다. -바쁘니까 그럼 이제 시작할까? -사장님! 사...살려주세요...제발...저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습니다... 구속된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아. 가족이 있으셨어? -네...네! ! 어머니와 아내가 집에서 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사장님도 가족이 있으시잖아요... -있었지. 근데 없어. 순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더니, 묶여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장준호. 묶여있던 남자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제..이름을 어떻게...? -8년 전 어린아이를 강간. 도망치려다 집에 들어온 아이의 엄마까지 성폭행 후 살해. 그러나 만취상태의 심신미약으로 인해 20년형. -그리고. 오늘 15년만에 모범수로 가석방. -너.. 누구야. 구속된 남자의 눈빛이 변했다. 장준호는 핏발이 선 눈으로 죽일듯이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가족이 있다고? 기다린다고? 나도 알아. 봤어. 티비에서 니 아내가 지껄이는 개소리들. 술이 문제지 사람은 착하다고? 기다린다고? 미쳤더라. 천생연분이야 아주? 정장을 입고 있던 사내의 눈도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래. 씨발 내가 누군지 알면 이렇게 못 할텐데? 근데 너 나 죽일 수나 있겠냐? 사람 한 명 죽이는 게 어렵지, 둘부턴 쉽더라. 내가 풀리기만 하면 너도 뒤질 줄 알아 이 새끼야. 알았어? -쿵. 덜컹!- 장준호는 입에서 침을 흘리며 거칠게 내뱉었다. 그가 묶인 쇠 의자가 남자의 몸부림에 함께 덜컹거렸다. -걱정하지마. 너 오늘 여기서 걸어서 못 나가. -지랄하고 있네. 빨리 이거 풀어! 씨ㅂ... -퍽- 순간, 정장을 입은 남자가 번개같이 도끼로 장준호의 손을 내려쳤다. 사방으로 솟구치는 피 사이로, 잘려나간 손가락들이 튀어올랐다. -끄으아아악! -들어 봐. 정말 똑같은 하루였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갔지.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 그림 잘 그렸다고 칭찬받았다고, 아빠한테 보여준다고 빨리 오라고 했고,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놓는다고 했었어. -끄...끄으...이 새끼... 손에서 여전히 피를 흘리며, 장준호는 덜덜 떨기 시작했다. 움직여야 할 손가락에 아무런 느낌이 없음을 느끼며, 남자를 쳐다봤다. -근데 집에 갔는데, 아내는 거실에 피를 흘리면서 죽어있었고, 딸... 우리 딸은 침대에 누워 있더라고. 침대가 피범벅이 된 채.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도끼를 매만졌다. -지난 15년. 아니 13년동안 우리 딸은 쭉 병원에 있었어. 평생 제대로 걸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근데, 10년 동안은 정신병원에 있었어. 대인기피, 공포, 우울증 등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병은 다 가진 채, 아빠가 와도 무서워서 떨기만 했어. 남자가 도끼를 든 채 장준호에게 다가갔다. -너. 우리 딸이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한 게 뭔 줄 알아? 장준호는 덜덜 떨며 남자를 쳐다봤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표정이었지만, 그 눈만은 시릴 정도의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죽었어. 혀를 깨물고. 성인이 됐어도 병원에서 못 나오겠다고, 무섭다고 하면서. 평생 이렇게 살 수 없을 거 같다고. 남자는 자조섞인 비웃음을 흘렸다. -참 법이라는 게 좆같아. 그치? 내 인생, 우리 딸 인생, 아내의 인생을 포함한 우리 가족들의 인생을 박살내놓은 새끼가 고작 15년만에 감옥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성경 읽으면서 회개한다고 하면서 나왔잖아? 그리고 그런 개새끼를 기다리는 가족도 있고. 장준호의 눈에서 서서히 독기가 사라졌다. 그의 눈에 남은 감정은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사...살려...주십쇼... -빡- -끄흑! 남자가 주먹으로 장순호의 입을 날렸다. 누런 이빨 몇 개가 그의 입에서 빠져나왔다. -당연히 살려주지. 누가 죽인대? 걸어서 못 나간다고 했지. 죽는 건 너무 편해. 안 그래? -흐으어...으으... 제발.. 살려주세요... 남자는 공포에 질린 장준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손으로 마네킹을 가리켰다. -저거 보여? 저게 널 살려줄거야. 장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마네킹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거 한 번 봐. 남자는 읽고 있었던 종이를 들어 장준호의 앞에 가져갔다. -무섭다. 죽고 싶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너무 무섭다. 잠에 들어도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난다. -엄마가 보고 싶다. 아빠한테 너무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을 빈다면... 한 번만 내 앞에서 울면서 용서를 구한다면... 편지라도 한 통 온다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빠. 빼곡하게 쓰여진 글자들 사이로, 장준호는 남자가 보여 준 글들을 읽었다. -근데 넌, 한 번이라도 용서를 구해보긴 했어? 내가 잘못을 빌라고, 용서를 구하라고 피해자에게 편지라도 보내라고 몇 번이나 편지를 썼어. 넌 그 때 뭐라고 했어? 신께서 모든 죄를 용서하셨다고 했잖아! 이 개새끼야! 남자는 무섭게 화를 내며 장준호에게 소리쳤다. -흐...흐윽...잘..못.. 했습니다... 제발... -늦었어. 넌 내가 니 이름을 부른 순간. 그 때부터 빌었어야 돼. 남자는 다시 도끼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장준호에게 다가갔다. -물론 그랬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야. -으... -입도 막아야 하니까 좀 참고. 알았지? -쿵- -끄아아악! ------------------------- 작은 공방. 한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삐빅! 삐비빅!- 한참을 집중해서 만들던 남자는 휴대폰 알람을 확인하며 일어났다. -읏차!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남자는 무언가를 챙겨들고 공방 구석으로 향했다. 공방 구석에는 팔다리가 없는 마네킹이 철로 된 받침대에 의지한 채 서 있었다. 마네킹의 목 부분엔 줄이 튀어나와 있었고, 길게 나와있는 그 줄은 천장에 매달린 수액통과 연결되어 있었다. -쿵- 남자는 손바닥으로 가볍게 마네킹을 내려쳤다. -웁! 후으으... -아직 살아있었네? 다행이네. 남자는 익숙하게 빈 수액통을 새 걸로 교체했다. -얼마나 더 갈 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 살아라. 제발. 우리 딸이 받은 고통. 다 받으려면 일 분 일 초가 부족해. -우으으...으... 눈도, 입도, 귀도 없는 마네킹. 코에 작은 구멍이 뚫린 마네킹 안에서, 짐승과도 같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딸을 키우고 있다 보니, 쓰면서 저도 모르게 몰입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습니다. 뉴스를 보고, 길을 가다 쇼윈도에 진열된 마네킹을 보면서 문득 생각나서 써 봤는데, 이번 편은 약간 수위가 높아서, 보시는 분들 중엔 조금 잔인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러신 분들께는 음... 죄송합니다... 그래도 재밌게 보셨으면 좋아요와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다음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누구나 제목은 아는 소설이다. 위대한 개츠비. 그만큼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소설이며 개츠비적(Gatsbyesque)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소설. 처음 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나서였다. 노르웨이의 숲 안에서 위대한 개츠비라는 책이 여러 번 언급되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었고, 현대인이 읽기에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고전임에도 필자는 꽤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대단한 소설로 불리는지에 대해서도 약간은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닉 캐러웨이라는 인물의 시선에서 쓰였다. 닉은 소설의 등장인물이자 관찰자의 역할을 고루 수행하며 때로는 이야기의 밖에서, 때로는 안에서 이야기를 서술한다. 닉을 제외한 주요 등장인물은 개츠비, 데이지, 톰이다. 개츠비는 닉의 옆집인 엄청난 대저택에 사는 인물이다. 매일 본인의 저택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지만 그 누구도 개츠비의 정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고 왜 이런 파티를 매일 여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톰과 데이지는 웨스트 에그(닉과 개츠비가 사는 곳) 맞은 편의 이스트 에그에 살고 있는 부부이다. 데이지는 닉의 친척이며 어릴 적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살아온 여성이고 톰은 대학생 시절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에 마찬가지로 부잣집 출신이다. 이렇게 세 인물에 닉까지 네 인물이 벌이는 이야기가 위대한 개츠비의 주 내용이다. 소설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개츠비는 5년 전 데이지와 서로 사랑했으나 가난했던 그는 결국 데이지와 이어지지 못하고 데이지는 부잣집 도련님에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였던 톰과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데이지를 잊지 못했던 개츠비는 자신의 가난함이 데이지와의 사이에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해 5년간 온갖 불법적인 일들에 손을 대 엄청난 부를 쌓는다. 부자가 된 개츠비는 데이지가 살고 있는 이스트 에그와 만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웨스트 에그에 대저택을 지은 후 매일매일 호화로운 파티를 벌인다. 언젠가 데이지가 이 파티에 와서 자신을 보게 되기를 바라며. 그러던 차 옆집에 살던 닉이 데이지와 친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닉을 통해 데이지를 만나 다시 한번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데이지는 결국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톰을 선택한다. 그리고 개츠비는 데이지의 죄를 뒤집어쓴 채 죽음을 맞이하고 데이지와 톰은 죽은 개츠비를 뒤로 하고 도망친다. 가장 먼저 느낀 건 개츠비의 순수함이었다. 5년 전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녀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으로 부를 쌓았지만 데이지의 앞에 직접 나타나지도 못하고 그저 계속해서 호화로운 파티를 여는 개츠비. 한 번이나마 데이지가 자신의 저택에서 뿜어지는 화려한 불빛들을 봐주기를 바라며 파티를 열던 개츠비에게 5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여자는 점점 커져갔다. 닿을 수 없는 꽃처럼. 그러나 다시 만난 그녀는 상류층의 지위와 위치를 버릴 수 없는 여성이었고 하류층인 데다 불법으로 돈을 쌓아 올린 개츠비를 결국에는 저버린다. 그런 그녀의 죄를 뒤집어쓰고 죽게 된 개츠비. 너무나 순수하고 열정적인, 그래서 언제든지 쌓아 올린 부를 데이지를 위해 던져 버릴 수 있는 그이기에 스콧 피츠제럴드는 위대한을 개츠비의 앞에 붙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소설은 1920년대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감당할 수 없는 경제 호황과 그로 인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이 이어지는 나날들. 물질주의가 넘쳐흐르고 그에 다른 모든 것들이 잠겨버린 사회. 그 당시의 미국 사회를 그대로 대변하는 인물이 톰과 데이지이고 작가가 제시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보여주는 인물이 개츠비가 아닌가 생각한다. 톰은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이며 데이지를 두고 다른 여인과 외도를 하고 있고 마지막에는 결국 개츠비가 죽도록 만든다. 부잣집 도련님에 상류층의 인물이지만 부도덕하고 추잡한 인간성을 가진 인물이다. 데이지 또한 남편의 외도를 알고 있고 그를 경멸하지만 결국 상류층의 지위를 버릴 수 없기에 개츠비를 저버리고 톰을 선택한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까지 개츠비에게 떠넘겨 버린다. 그러나 개츠비는 그들과 달랐다. 톰과 데이지가 추구하던 돈, 물질, 육체적인 쾌락, 상류층의 지위와 권력보다 중요한 것이 그에게는 있었다. 5년 전에 자신이 느꼈던 데이지에 대한 사랑, 그것을 위해 개츠비는 모든 것을 바친 것이다.  그 당시의 미국 사회는 전체가 물질주의에 찌들어 있었기에 오히려 톰과 데이지가 일반적인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물질과 쾌락이 모든 것에 앞서는 시대이니 말이다. 한 개인이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흐름을 거슬러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한 개츠비이기에 위대한 개츠비인 것이다. 이 소설 속의 개츠비는 당시 사람들에게 지금 미국 사회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지금 사회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드는 경종이 되었을 것이고 그 점이 바로 이 소설을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지 않았나 생각한다. 100년이 지났음에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연애소설로 볼 수도 있기에 접근하기도 좋고 현대인에게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고전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소설이다. 다 읽어갈 때쯤 어느새 개츠비에게 이입해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개츠비는 여전히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억지로 아주 편안한 척하며, 심지어는 좀 따분하다는 듯 벽난로 장식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리뷰를 원하시는 책을 댓글에 적어주시면 직접 읽고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순위
50위 한밤의 아이들 - 살만 루슈디 (1981) 49위 젊은 예술가의 초상 - 제임스 조이스 (1916) 48위 마의 산 - 토마스 만 (1924) 47위 풀잎 - 월트 휘트먼 (1855) 46위 트리스트럼 섄디 - 로렌스 스턴 (1759) 45위 데이비드 카퍼필드 - 찰스 디킨스 (1849) 44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1926) 43위 픽션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1944) 42위 아이네이스 - 베르길리우스 (B.C 19) 41위 제인 에어 - 샬럿 브론테 (1847) 40위 이방인 - 알베르 카뮈 (1942) 39위 안톤 체호프 단편집 - 안톤 체호프 (1932) 38위 댈러웨이 부인 - 버지니아 울프 (1925) 37위 비러비드 - 토니 모리슨 (1987) 36위 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1726) 35위 미들마치 - 조지 엘리엇 (1871) 34위 적과 흑 - 스탕달 (1830) 33위 심판 - 프란츠 카프카 (1925) 32위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1960) 31위 보이지 않는 인간 - 랠프 엘리슨 (1952) 30위 압살롬 압살롬 - 윌리엄 포크너 (1936) 29위 분노의 포도 - 존 스타인벡 (1939) 28위 아라비안 나이트 27위 위대한 유산 - 찰스 디킨스 (1861) 26위 1984 - 조지 오웰 (1949) 25위 음향과 분노 - 윌리엄 포크너 (1929) 24위 암흑의 핵심 - 조셉 콘래드 (1899) 23위 캐치-22 - 조지프 헬러 (1961) 22위 등대로 - 버지니아 울프 (1927) 21위 일리아스 - 호메로스 20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1865) 19위 안나 카레리나 - 레프 톨스토이 (1877) 18위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1884) 17위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1813) 16위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1951) 15위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1847) 14위 죄와 벌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866) 13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880) 12위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955) 11위 신곡 - 단테 알리기에리 (1472) 10위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1856) 9위 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8위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1603) 7위 전쟁과 평화 - 레프 톨스토이 (1867) 6위 모비 딕 - 허먼 멜빌 (1851) 5위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1925) 4위 백 년 동안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967) 3위 돈 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데스 (1605) 2위 율리시스 - 제임스 조이스 (1920) 1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 (1913) 출처 : https://thegreatestbooks.org 전세계 언론이나 문학 사이트에서 뽑은 '최고의 책 리스트' 들을 모두 모아 알고리즘으로 환산해 만든 리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어보려고 20년 전부터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1/3 밖에 못 읽었지 뭐예요 ㅋㅋ
드럼통 귀신 2
드럼통 귀신 1편 보기 https://www.vingle.net/posts/2685580 늦어서 죄송합니다... 스토리텔러 optimic입니다... 제가! 일요일에! 정말 친한 친구, 15년도 더 된 친구 결혼식을 다녀왔어요! 일요일 잠깐 다녀오는데 2편을 늦게 쓴 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 변명하지 마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제가 축가를 불렀다는 사실이죠...헤헿... 긴장도 엄청 많이 했고, 제가 노래를 잘 못해서 연습도 엄청 하느라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결혼식. 친구와 제수씨가 평생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해야 하는 자리이기에, 의식적으로 공포, 미스테리에 관련된 부정적인 글이나 생각을 하지 않고 쓰지 않고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계속 밝고 행복한 것만 보려고 했습니당... 그래야 제 축가에서도 밝고 행복한 모습만 나올 거 같아서요. 저한테는 그만큼 중요한 친구의 결혼식이었어요!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헿...(축가 부를 때 너무 긴장해서 일요일 점심 이후로 심하게 체해서 오늘 아침까지 제대로 못 먹은 건 비밀) 늦었기 때문에 변명은 이만큼만 하겠습니다! 늦었지만 2편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탄약고로 향하는 오솔길. 밤만 되면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그 길을 손전등에 의지해 더듬더듬 올라갔다. 혹시나 가는 길에 뭔가 부딪히는 것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 계속 두리번거렸지만, 전혀, 아무것도 닿는 것이 없었다. 탄약고를 감싸고 있는 철책까지 올라왔을 때도 탄약고 주변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흔적도, 철책에 부딪히는 나뭇가지도 하나 없이 줄곧 적막과 어둠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탄약고로 올라오는 길. 아무리 찾아봐도 뭔가 부딪히거나 소리가 날 만한 어떤 것도 없었다. 차라리 뭐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퉁-퉁-퉁-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무리 찾아봐도 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반쯤 긴장한 채 탄약고 근무자들 앞까지 다가갔다. -이기자. 고생하셨습니다. -ㅇㅇ 내가 생각해도 진짜 고생한 듯. - 강뱀. 오면서 이상한 소리는 안 들렸습니까? 퉁--퉁---퉁 다시 소리가 들렸다. -... 뭐. 지금 들리는 이거? - 저희 다 같이 듣는 거 맞슴까...? - 맞는 거 같다... 다시 들리나 보게 다 조용히 해봐. 모두가 숨죽이자 탄약고 주변을 적막이 휘감았다. 조용하다 못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빼앗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그 때. 퉁---퉁---퉁 드럼통 소리가 다시 울렸다. 마치 검은 색의 적막에 우울한 색채를 입히듯, 그렇게 우리의 귓 속을 울려댔다. - 또... 또 들립니다... - 이번엔 저 쪽에서 들리는 거 같슴다 강뱀... 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쪽을 바라봤다. 탄약고 반대편인 그 곳은 을씨년스럽게 뻗어 있는 나뭇가지들과 함께 깊은 어둠만이 뻗어 있는 산길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지만 이상하게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흙바닥으로 되어 있는 오솔길을 바라보며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 내가 가 볼란다. 탄약고 경계해라. - 강뱀. 혼자 가도 되겠슴까? - 아씨. 아무것도 아냐. 저거 아무것도 아닐거야. 마지막 말은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처럼. 나는 말을 곱씹으며 산길 입구에 섰다. 퉁--퉁--퉁-- 잘...못.. - 응? 내가 발을 떼려고 할 때. 멀리서 드럼통 소리가 아닌 뭔가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 강뱀. 무슨 소리 안 들렸슴까? - 너네도 들었냐? 나는 다시 발을 멈추고 귀를 집중했다. 퉁---퉁---퉁--- 잘...못...해...ㅆ....습... - 흐읍!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것이 환청이길 바라며. - 가..강뱀... 드..들으셨습니까? 환청이길 바라는 내 간절함을 흩어내듯. 탄약고 근무자들이 소총을 꽉 움켜쥔 채 말을 뱉어냈다. 그냥 빨리 대대로 복귀해 읽던 소설책이나 마저 보고 라면이나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어찌 됐건 이 소리의 정체를 확인해야했다. 스윽- 얼기설기 엉켜있는 나뭇가지를 치우며, 나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향했다. 오솔길은 여전히 불빛 하나 없었으며, 눈 앞에는 우리와 사회를 단절시켜주는 촘촘한 철책이 보였다. 저벅...저벅... 떨리는 발을 조심스럽게 떼어 철책 앞까지 도달한 나는 주변을 향해 손전등을 휘둘렀다. 마치 이 어둠을 걷어내듯 손전등을 쉼없이 휘두르며 철책과 주변 길을 훑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고, 철책에 부딪힐 만한 그 어떤 것도 없었다. -휴...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탄약고로 돌아왔다.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후임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가득했다. - 야. 아무것도 없다. 그냥 우리가 잘못 들은거야. 아무것도 없어. - 그...그렇습니까? 다행이긴 한데... - 얼마 안남았으니까 근무 잘 서고 이따 보자. 내려간다. -예..옙! 이기자! 나는 도망치듯 탄약고를 내려왔다. 사실 아무것도 없다는 안도감보다 '그렇다면 그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릴까' 하는 생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냥 얼른 내려가서 행정실에 처박혀 라면이나 먹고 싶었다. 절반쯤 내려왔을까. 퉁---퉁---퉁... 다시 들려오는 저 드럼통 소리. 이젠 무섭다못해 지겨워질 정도였다. 주기적으로 들리는 둔탁한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담배를 하나 물고 막사로 향하는 군홧발을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퉁---퉁--- 퉁--- 퉁퉁퉁퉁퉁퉁퉁퉁! 사..살려...주세...제...발.... 갑작스럽게 들리는 계속되는 저 소리에 나는 자동으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치 죽기 직전에 다다른 누군가의 힘없는 절규가 들렸지만, 나는 그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없었다. 왜냐면 그 소리는 마치 누가 내 귀에 대고 말하는 듯 바로 옆에서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들리는 절규와 드럼통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는 어느 순간 멈췄고, 다시 정적이 나를 휘감았다. 내 손에 들려 있던 담배는 이미 그 생명을 다해 짤막한 꽁초만 남아있었다. 아무것도 아닐거다. 내가 잘못 들은거다. 애써 떨쳐내며 나는 빠르게 막사로 들어왔고, 탄약고에서 돌아온 인원들은 그 이후로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내 기억 속 찜찜함만을 가진 채 며칠이 흘렀고, 무료한 주말 오후 나는 위병조장 임무를 수행하며 위병소 앞에 앉아 있었다. 드르륵. - 강뱀. 누구 왔습니다. 위병소 작은 착문이 열리고, 사수로 있던 준서가 말을 걸엇다. - 어? 누구. 면회야? - 아닙니다. 한 번 나와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나는 위병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위병소 앞에 허름한 봉고차가 서 있었다. 그 안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들이었다. 허름한 차림에, 어떤 사람은 목발을 짚고 있었다. - 허허... 내가 여길 살아서 또 와 보네. - 정말 감개가 무량하구만! 어? - 이기자. 위병소 관리조장 병장 강지우입니다. 혹시 어떤 용무가 있으십니까? 나는 거수경례를 하며 다가갔다. - 어? 자네들이 지금 여기서 근무하는 병사들인가? - 네. 그렇습니다만... - 지금 여기가 어디 부대가 들어와있는가...? 나는 뜬금없는 질문에 성실히 대답했다. - 이 곳은 27사단 이기자 부대에서 관리 중입니다. 혹시 어떤 용무이신지... - 아. 우리는 30년 전에 여기서 군생활을 보낸 사람들이요. - 아. 그러면 27사단 선배님들이십니까? - 응? 아니오. - 우리 때는 여기가 삼청교육대였소! 우린 거기서 살아서 나온 사람들이지. 허허! - ...예? 뜬금없는 이야기들에 우리는 일동 당황했다. 그 옛날 살아서는 못 나온다던 그 삼청교육대. 우리 부대가 그 위치였다니... - 거... 죄송하지만... 우리가 잠시 멍해있는 사이, 목발을 짚고 있던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 네? 네. 말씀하십쇼. - 혹시 이 부대 안에 이름없는 무덤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 예? 어... 하나 있긴 합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남자들의 얼굴이 침통함으로 얼룩졌다. - 아이고... 석구야... - 여기 있었구만... 여기 있었어... - 이 지옥에서 아직도 못 빠져나오고... 남자들은 울먹거리면서 한 마디씩 뱉었다. 나는 사실 확인을 해야 했기에, 남자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 저... 혹시 저희 대대 안의 무덤 주인분하고 어떤 관계신지... 서서 눈물을 훔치던 남자 중 한 명이 내게 대답했다. - 거기 서서 같이 있는 자네들처럼, 그 무덤 주인인 석구는 우리 전우요... 같이 삼청교육대에서 두들겨 맞던... - 아... 그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무덤을 한 번 볼 수 있겠습니까...? 목발을 짚은 남자가 간곡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했다. 딱한 사정이지만, 내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기에 우선 지휘통제실에 연결을 했고, 당직사령 근무를 서던 우리 중대장님이 위병소로 내려와 남자들을 데리고 면회실로 들어갔다. 한참 이야기가 오간 후, 중대장님이 나왔다. - 야. 강지우. - 병장강지우? - 너 좀 있으면 근무 끝나지? - 그렇습니다. 지금 근무자들과 함께 복귀합니다. - 그럼 너네가 저 분들하고 동행해서 같이 움직여라. 무덤만 보고 가는 거야. - 아... 알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중대장은 저 멀리로 휘적휘적 걸어갔고, 나는 위병소 근무자들과 그 남자들을 무덤으로 데려갔다. - 아...아이고...! 석구야... 아직도 여기 있으면 어떡하냐.... - 죽어서도 못 나오고... 살아서도 못 나오고... 우리만 나가서 미안하다... 미안해... 남자들은 무덤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아이고... 죽을 때도 그 좁은 곳에 갇혀서 혼자 갔드만... 이 좁은 곳에 묻혀서... - 니가 살려달라고 퉁--퉁--- 거릴 때 우리가 살려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 순간 우리는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위병소 근무를 섰던 후임들과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눈빛을 교환했고, 내가 힘겹게 입을 뗐다. - 저... 저기! - 으..응? 왜들 그러는가..? -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 응...? 미안하다고... - 아니... 고인께서 퉁--퉁--- 하셨다고... - 어? 그.. 그랬지... - 혹시 그 이야기 좀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남자들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몸을 추스르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 석구 이놈이 좀 어리숙하고, 덩치도 작은 놈이었어. 전라도 어디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놈이었는데, 갑자기 그냥 빨갱이라고 두들겨 맞고 끌려왔다고 했지. 늙은 어머니랑 둘이 살았는데, 그렇게 두들겨 맞고 그래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놈이 밤만 되면 어머니가 걱정된다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그러면서 몰래 훌쩍거리던 놈이었지. - 아... 예... - 그러다가 이 놈이 사고를 친 거야. 엄마가 너무 걱정된다고 계속 중얼거리더니, 한 밤중에 몰래 여기 담을 넘으려고 한 거지. 탈영 말야. - 그랬지. 근데 결국 교관들한테 걸려서 잡혀왔지. 다른 남자가 말을 이어받았다. - 교관들이 아주 개 패듯이 석구를 팼어. 몇 군데 부러지고 피투성이가 된 석구를 데려다 드럼통 안에 구기듯이 해서 쑤셔박았지... 우리는 서서히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예감하고 있었을 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 그리고는 우리한테 아무도 도와주지 말라고 하고는 밤새 얼차려를 굴렸어. 우리가 맨 바닥에 대가리 박고 있을 때, 석구는 드럼통 안에서 구겨진 채 손으로 계속 드럼통을 때렸지... 그 때 퉁--퉁-- 소리가 난 거야... 손으로 힘없이 퉁 퉁 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잘못 했다고... 하는데, 교관들이 우리한테 그러더라고. 저 놈 대신 저기에 들어가고 싶은 놈만 와서 꺼내라고... - 너무 무서워서. 아무도 못 했어.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고. 우리가 죽을 거 같으니까... - 아... 그래서... 우리가 식은 땀을 흘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자, 그들은 말을 하다 말고 의아하다는 듯 우리를 쳐다봤다. - 이야기가 많이 무서운가? 무섭다고 생각 말고, 그냥 이 불쌍한 친구 잘 좀 위로해 주게. 죄 없는 친구가 시대에 희생당한 거니, 가끔 과일이나 과자라도 하나 올려 주게... 우리가 이장 비용을 모이는 대로 꼭 다시 와 데려갈 테니. - 암. 우리 죽기 전에는 석구가 맑은 바깥 공기 한 번 마시게 해 줘야지... 그렇게 남자들은 px에서 사온 음식들로 무덤에 간단한 상을 차려 놓고 한참을 앉아 있다 봉고차를 타고 떠났다. 남자들이 떠나고, 우리 셋은 중대장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했다. 다음 날 중대장님은 중대원들을 무덤 앞에 모아놓고 간단한 다과상과 함께 제사를 지냈고, 그 후로는 서글픈 드럼통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전역을 했고, 내가 전역하고 몇 달 후 정말로 다시 찾아와 그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무서워하던 드럼통 귀신. 퉁--퉁-- 하던 그 소리는, 우리를 겁 주려거나 위협하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살고 싶었던,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보고 싶었던 우리 또래 남자의 마지막 숨결이었다고. 죽어서도 이 지옥같은 곳을 벗어나지 못한 채 갇혀 있던 그 남자의 슬픈 신호였다.
소설) 체력단련
안녕하세요! 슬금슬금 또 나타난 optimic입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솔직히 여름보다는 이런 날이 공포 이야기를 읽기에 더 좋은 거 같아요! 이번에는 단편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더라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댓글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새벽. 위병소. 도현과 민기는 위병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중이었다. 조금 늘어진 채로 구석에 서서 지루하다는 듯이 서 있는 도현과는 달리, 민기는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서서 추위를 견디는 중이었다. -흐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도현은 지루한 표정으로 민기를 쳐다봤다. - 야. - 일병! 박 민 기! - 야씨. 새벽에 누가 그렇게 크게 말하래. 뒤질래?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한심하다는 듯 민기를 쳐다보는 도현의 눈에는 지루함 이외의 어떤 감정도 찾을 수 없었다. 문득, 이 지루함을 깨버려야 겠다는 듯 도현의 눈빛이 바뀌며 민기에게 말을 걸었다. - 야. 재밌는 얘기 해줄까? - 재밌는 얘기 말씀이십니까? - 그래 이 새꺄. 경계하면서 잘 들어봐. 도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몇 년 전에 우리 중대에서 가혹행위 때문에 난리 났던 거 들었냐? - 잘 모르겠습니다. - 그 당시에 완전 고문관 새끼가 하나 있었나봐. 체력도 허약하고, 말도 못 알아먹고.. 존나 어리버리 해서 시키는 건 다 지 좆대로 하고. 도현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민기를 한번 슬쩍 쳐다봤다. 민기는 긴장한 채 호기심 섞인 눈으로 도현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 어느 날, 아침 구보를 뛰는데 그 고문관이 또 낙오를 했대. 남들 다 잘 뛰어가는데, 그 새끼만 존나 헥헥대면서 맨 뒤로 쳐져서 기다시피하면서 왔다는 거야. - 근데 선임들이 그거 보고 빡 돌아서, 존나 팬 다음에 체력 단련을 시켰다더라고. - 어떤 체력단련 말씀이십니까? 도현은 민기의 얼굴 앞에 손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는 시늉을 했다. - 연병장 뺑뺑이. 주말 아침부터 오후까지. - 헉...간부들한테 안걸렸답니까? - 간부들이야 주말에 출근도 잘 안하고, 당직사관들도 워낙 이 새끼가 고문관으로 유명해서 그냥 묵인했대. 선임들이 체력단련 시키고 온다고 하니까 고생하라고 그러면서. - 근데 그 때가 8월이었단다. 대가리 벗겨지게 더운 여름에, 하루종일 물도 못 먹게 하고 달리기만 하 니까 결국 오후에 걔가 쓰러졌대. - 헐... - 사실 애초에 수색대 애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 쉬고는 못하는데, 낙오하던 애한테 그걸 시킨 게 미친거지. 한계는 이미 넘었는데도 선임들이 옆에서 때리고 욕하니까 무서워서 계속 움직였대. - 헐... - 하도 뛰다가 몸이 말을 안 들으니까 양 발을 질질 끌면서 뛰어서 연병장 라인에는 발자국이 아니라 타이어를 끈 듯이 발을 끈 자국이 가득했다더라. 온 몸이 말라 비틀어진 채로 쓰러져서 결국 그대로 죽어버리고, 우리 부대 한 번 개박살 났었다고 하더라. - 와... 선임들 진짜 너무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를 하던 도현. 민기의 방탄모를 손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 - 그러니까, 내가 가끔 갈궈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솔직히 나 잘해주잖아? - 마.. 맞습니다! - 아 이 새끼. 마음에서 안 우러나오는 거 같은ㄷ... -탁 -탁 -타탁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도현과 민기는 잽싸게 경계 자세를 취했다. - 당직사관인가보다. 암구호 외칠 준비해라. - 알겠습니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민기는 연병장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 정지! 정지! 손들어! 그러나 연병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탁탁 뛰는 발걸음 소리는 새벽 바람과 함께 점점 멀어져 갔다. - 뭐야. 당직사관 아니야? - 잘 모르겠습니다! - 아이씨. 모르면 군생활 끝나? 어둠이 깔린 연병장을 보며 긴장하는 도현과 민기. 민기는 여전히 발소리를 향해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탁 -타탁 -탁 불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는 다시 점점 가까워졌다. 도현과 민기는 긴장한 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연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그 때. 빠른 속도로 탁탁탁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위병소 옆을 뛰어 지나갔다. 사람인지 뭔지 모를 형체는, 군용 활동복을 입은 채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 으악! 씨발 뭐야! - 소...손들어! -탁 탁 탁 탁 위병소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처럼, 발소리도 다시 희미해져갔다. - 뭐..뭐야... - 가..간부가 운동하는 거 아닙니까..? 도현은 침을 한번 삼키고 연병장을 쳐다봤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겠다는 듯. - 넌 간부가 이 시간에, 활동복 입고 구보 뛰는 거 봤냐..? - 아...그..그럼...? -스으윽...지직 -스으윽...탁 -지익....탁 정체불명의 소리는 다시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아닌, 무언가를 끌고 가는듯한 소리. 힘겹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롭지만 공포스러운 소리가 차디 찬 공기를 업고 위병소를 향하고 있었다. 도현과 민기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병장을 쳐다봤다. - 이 씨발 누구야!! 그만 안 해! - ...니다... -탁 - 안 그러겠...습니다... -스으윽 - 죄..송...합니다... -쿵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이 어둠을 뚫고 빠르게 달려와 도현과 민기의 눈 앞에 나타났다. 바싹 마른 몰골에 피범벅이 된 채 이리 저리 휘어져버린 발을 끌고 위병소 안으로 들이닥친 그는 도현과 민기의 위로 쓰러졌다. - 으..으악!!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도현과 민기의 귓가에 숨을 몰아쉬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이제 그만 뛰어...도 되..겠습..니까..?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 장강명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책,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를 열심히 들었던 사람으로서 이 책을 안 읽을 수는 없었다. 뭔가 필수코스 같은 느낌이랄까. 한 챕터씩 읽어나갈 때마다 들었던 팟캐스트들이 떠올랐다. 유튜브로 바뀌어버린 지금의 책, 이게 뭐라고 가 아쉬울 뿐이다. 책, 이게 뭐라고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진득하니 1시간가량 들어줘야 제맛인데 말이다. 이 에세이에는 장강명 작가님이 책,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고민했던 생각들이 담겨있다. 짧은 에피소드? 챕터? 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에피소드의 제목들이 전부 좋았다. 가장 좋았던 제목은 "단 한 사람의 독자와 죽음을 기다리는 병든 짐승"이었다. 모든 제목들이 이처럼 연관성을 생각하기 힘든 두 문장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두 문장의 연관성을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찾아내는 장강명 작가님의 시각이 돋보이게 만드는 좋은 제목들이었다.(한 에피소드씩 읽어나갈 때마다 이번 제목이 의미하는 건 뭘까 하는 궁금증이 치솟는 바람에 자기 전에 읽을 때는 일부러 다음 에피소드 제목을 읽지 않고 책을 덮었다. 제목을 보면 그 챕터를 안 읽고는 잘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에서 말한 "단 한 사람의 독자와 죽음을 기다리는 병든 짐승"의 연관성이 궁금하시다면...... <책, 이게 뭐라고>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책, 이게 뭐라고>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세계관이 있다. 말하고 듣는 세계와 읽고 쓰는 세계다.(마블 유니버스나 하하 유니버스 같은 세계관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말하고 듣는 세계는 일시적이고 짧으며 읽고 쓰는 세계는 지속적이고 길다. 장강명 작가님은 이 두 세계가 적절히 공존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세계는 점점 말하고 듣는 세계로 가고 있다. 읽고 쓰는 세계는 점점 말하고 듣는 세계에 자리를 내주는 중이다. 말하고 듣는 세계를 대표하는 유튜브만 봐도 그렇다. 유튜브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심지어 이제는 모든 검색을 유튜브에서 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튜브 영상은 점점 더 짧아지고 일시적이 되어 간다. 10분 이상의 동영상에만 달리던 광고는 이제 8분만 넘어도 달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길고 진지하게 한 사건의 처음부터 끝을 전부 다루는 영상은 인기가 없다. 사건의 핵심, 예를 들면 어딘가의 모 중학교에서 집단 왕따로 인한 자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1분 내외로 짧게 말해주는 영상의 인기가 훨씬 높다. 거기에는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안타까운 일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 대처법과 해결방안은 제대로 모색되고 진행되었는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단지 집단 왕따로 피해자가 자살했다는 거짓은 아닌 정보만 들어있을 뿐이다. 이 안타까운 사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을 테지만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댓글창은 전쟁터가 된다. 그러나 읽고 쓰는 세계에서는 다르다. 앞에서 말한 가상의 왕따 사건에 대한 르포가 나온다면 거기에는 온갖 것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와 사건의 진행 경위, 다양한 시각의 전문가들의 사건에 대한 의견, 이외에 다른 왕따 사건들에 대한 예시와 여러 다양한 주장으로부터 비롯한 해결방안들까지. 이 르포를 읽는 것이 왕따 사건에 대해 훨씬 제대로 이해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르포가 나올 때쯤 사람들은 이미 다른 일에 열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르포가 아무리 빨리 나오더라도 적어도 사건의 시작으로부터 몇 년은 걸릴 테니 말이다. 이렇게 읽고 쓰는 세계는 말하고 듣는 세계와의 경쟁에서 패하고 만다. 읽고 쓰는 세계가 더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말하고 듣는 세계와 읽고 쓰는 세계는 양쪽이 모두 중요하다. 말하고 듣는 세계에서는 즉각적이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읽고 쓰는 세계에서는 깊이 있는 생각과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논리 체계를 마주할 수 있다. 문제는 세계가 점점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세상의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얻은 정보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말하고 듣는 세계가 읽고 쓰는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는 순간, 세상은 스쳐 지나가는 온갖 정보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기를 포기하고 말 것이다. 읽고 쓰는 세계를 좋아한다. 물론, 말하고 듣는 세계도 좋아한다. 둘 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튜브만 보면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고 책만 읽으면 세상의 변화에 뒤쳐진 외골수가 될 것이다. 나는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싶다. 그러니 지금은 약해진 읽고 쓰는 세계에 조금 더 애정을 기울여야겠다. 어느 한쪽이 없어지지 않도록. 책 속 한 문장 그런 동영상들을 보면 털이 다 빠져 맨 가죽과 그 아래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쓰러져 죽음을 기다리는 병든 짐승의 모습이 떠오른다.
#책추천_당신은_충분히_사랑받을_가치가_있음을_알려_주는_명언_5가지
좋은 책 추천합니다. 셰익스피어는 말합니다. “누구의 소유물이 되기에는, 누구의 2인자가 되기에는, 또 세계의 어느 왕국의 쓸만한 하인이나 도구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나 고귀하게 태어났다.” 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하고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마세요.첫째, 당신은 다만 당신이란 이유만으로도 사랑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앤드류 매튜스둘째, 당신은 수많은 별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우주의 당당한 구성원이다.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할 권리와의무가 있다. -맥스 에흐만셋째, 당신만이 느끼고 있지 못할 뿐,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데스몬드 투투넷째, 바다를 그대 혈관에 흐르게 하고 하늘을 그대의 옷으로 삼아 머리에 별을 관으로 쓸 때, 비로소 그대는 세계를 올바르게 즐긴다. 그대 자신이 온 세상의 유일한 상속자임을 알아라. -토머스 트러헌-----------------------------------------------★화제의 인문학 도서 책 추천★「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책 상세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137324★스테디셀러★「2022년 꼭 읽어야 할 인문 교양 베스트 5선」https://ritec.modoo.at/?link=9s8a7i9w-----------------------------------------------#책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읽기 #book #독서 #독서그램 #일상 #데일리 #선물 #소통 #글 #글쓰기그램 #좋은글 #좋은문장 #좋아요 #공감 #공감글 #감성글 #글귀 #공감 #베스트셀러 #베셀 #책추천_당신은_충분히_사랑받을_가치가_있음을_알려_주는_명언_5가지 좋은 책 추천합니다. 셰익스피어는 말합니다. “누구의 소유물이 되기에는, 누구의 2인자가 되기에는, 또 세계의 어느 왕국의 쓸만한 하인이나 도구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나 고귀하게 태어났다.” 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하고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마세요. 첫째, 당신은 다만 당신이란 이유만으로도 사랑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앤드류 매튜스 둘째, 당신은 수많은 별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우주의 당당한 구성원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맥스 에흐만 셋째, 당신만이 느끼고 있지 못할 뿐,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데스몬드 투투 넷째, 바다를 그대 혈관에 흐르게 하고 하늘을 그대의 옷으로 삼아 머리에 별을 관으로 쓸 때, 비로소 그대는 세계를 올바르게 즐긴다. 그대 자신이 온 세상의 유일한 상속자임을 알아라. -토머스 트러헌 ----------------------------------------------- ★화제의 인문학 도서 책 추천★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책 상세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137324 ★스테디셀러★ 「2022년 꼭 읽어야 할 인문 교양 베스트 5선」 https://ritec.modoo.at/?link=9s8a7i9w ----------------------------------------------- #책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읽기 #book #독서 #독서그램 #일상 #데일리 #선물 #소통 #글 #글쓰기그램 #좋은글 #좋은문장 #좋아요 #공감 #공감글 #감성글 #글귀 #공감 #베스트셀러 #베셀
노르웨이의 숲(번역판 제목 :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최근 일이 바빠 초반부 빼고는 얼마 읽지 못했던 '노르웨이의 숲'을 오늘 도서관에 찾아가 세 시간을 투자해 모두 읽어버렸다. 생각보다 우울하고 생각보다 기묘했으며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부드럽고 아슬아슬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와타나베와 고등학교 시절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기즈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는 늘 셋이 함께 다니곤 했다. 그러던 중 셋의 중심이었던 기즈키가 이유모를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와타나베는 그 이후 도망치듯 도쿄의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도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와타나베는 우연히 지하철에서 다시 나오코를 만나게 되고 나오코에 대해 사랑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결국 그녀는 치료를 위해 와타나베와 연락을 끊고 요양원에 들어간다. 나오코가 뒤늦게 보낸 편지로 그녀가 "아미 사"라는 요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와타나베는 그녀를 찾아가 묻어두었던 기즈키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한편 같은 대학에서 만나게 된 미도리는 기즈키의 죽음 이후 모두와 벽을 치고 지내던 와타나베의 삶 속에 뛰어 들어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생기 넘치고 당당한 미도리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던 와타나베는 그녀의 환한 모습 이면에 있는 아픔을 알게 되고 연민을 느끼며 점점 더 미도리와 깊은 관계가 되어간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나오코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온 두 여성 사이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스무살을 보낸다. 큰 줄거리의 진행만 보면 그저 그런 청춘소설과 다를 바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키워드를 말하자면 죽음, 사랑, 섹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이렇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네 키워드를 가지고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죽음 와타나베와 나오코 두 사람 모두 과거 자신들의 중심이었던 기즈키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이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라는 존재의 가치를 생각해본다면 와타나베에게 기즈키와 나오코는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기즈키와 나오코가 자신의 친구이자 곧 세계인 것이다. 기즈키의 죽음으로 와타나베에게는 세계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고 그 이후 와타나베는 죽음이 이미 자신의 삶의 일부에 스며들어 있다고 느낀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이 자신의 바로 옆에 있다고 느끼게 된 그 순간이 그에게는 자신의 모든 가치관이 뒤바뀌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나오코 또한 영원히 기즈키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딘가 뒤틀린 상태로 불안한 삶을 살다 이른 나이에 자살로 숨을 거둔다. 그만큼 죽음이란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2. 섹스와 사랑 위에서 말했든 와타나베는 죽음이 언제 고개를 쳐들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그는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나가사와라는 같은 기숙사 상급생과 함께 신주쿠 거리를 거닐며 술집에서 처음 만나는 여자와 섹스를 함으로써 사람의 온기를 느끼려 한다. 그러나 늘 다음날 아침이면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다. 필자에게 그러한 와타나베의 행동은 죽음이 스며들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자신의 삶에 무언가 의미를 남기기 위해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육체적인 관계 중 가장 깊은 관계인 섹스를 갈구했던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에게 와타나베는 육체적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였을 뿐, 그녀의 삶에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 그녀의 말과 행동으로 뼈저리게 느끼게 되니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낄 수 밖에. 그렇게 성욕과 섹스, 고독 그리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방황하던 와타나베는 결국 나오코에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고 나서 비로소 그 굴레에서 자유로워진다.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있어 그녀가, 그녀의 삶에 있어 자신이 이미 그 무엇보다 커다란 의미로 남을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 대상인 나오코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와타나베가 단 한번도 여성과 관계를 갖지 않았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와타나베의 변화를 통해 작가는 죽음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이 짧은 삶의 진정한 의미는 섹스(육체적 쾌락)가 아닌 사랑(정신적 가치)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3.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개인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라는 키워드가 이 소설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오코가 치료를 받는 요양원은 무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벗삼아 생활하며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곳이다. 와타나베는 그 곳에서 머무는 3일 동안 스태프와 환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오히려 의사인 미야타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연설을 맥락도 없이 늘어놓는 등 사회성이 부족하고 전에 있던 기노시타라는 경리는 노이로제로 자살을 시도했었으며 도쿠시마라는 전 간호사는 알코올 중독이 심해서 잘렸다. 와타나베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말한다. "환자와 스태프를 전부 바꿔도 될 정도네요." 그러한 와타나베에게 나오코와 같은 방을 쓰던 레이코씨는"우리에게도 아주 정상적인 부분이 있어. 그건 우리는 스스로 비정상이란 걸 안다는 거지." 라는 말을 던진다. 가만히 소설을 보면 등장인물 중에 정상적인 사람이 거의 없다. 나가사와는 하루가 멀다하고 술집에서 만난 여성들과 원나잇을 즐기면서도 그에 대한 죄책감도 하나 없고 스스로 금욕주의라고까지 말한다. 그의 여자친구인 하쓰미는 돈 많은 집안의 딸들이 다니는 여대에 재학 중인 좋은 집안의 고상한 성품을 가진 아가씨이면서 남자친구인 나가사와가 다른 여자들과 섹스를 하고 다니는 것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인한다. 와타나베의 룸메이트였던 특공대는 행동 하나만 봐도 흔히 말하는 정상은 아니고 등장하는 다른 단역들도 마찬가지로 극히 평범한 정상인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바깥 세계와 요양원 속 세계를 비교하던 와타나베는 요양원에서 돌아온 날 저녁, 신주쿠의 레코드 가게에 알바를 하러 간다. 그는 가게 밖으로 비치는 스스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비정상적인 광경에 혼란스러워 한다. 스스로가 비정상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요양원 속 세계와 스스로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풍요에 힘입어 방탕한 생활과 육체적 쾌락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바깥 세계. 필자는 작가가 이 둘의 극명한 비교를 통해 1960년대 고도성장기의 일본이 가진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성장이 급속화되면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당시의 일본 사회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과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도 꼭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인 듯 싶어 씁쓸하다. 4. 결론 많은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냥 가볍게 읽으면 뛰어난 문장력과 묘사(상당히 특이한 비유들이 많이 나온다)를 바탕으로 술술 읽히는 청춘 연애 소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던지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이며 과연 당시의 일본 사회는 정상인가" 라는 물음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청춘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주관적인 별점 : 4.5개 (사람은 누구나 비정상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그러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을 때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한다.)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같은 글을 같은 시간에 올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더 편하신 분들은 아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읽어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ongdaeBR/
명작의 탄생, '조커' 영화 솔직후기/리뷰/해설/쿠키영상/관객수예상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예요~ 비도 오는 김에 친구랑 감자탕을 먹었어요. 영화관이 앞이길래 영화도 보러 갔어요.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갔던 하루였네요. 근데, 결과는 대만족이었어요. 10월달 화제의 영화, '조커'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사실 우리는 히스레저의 조커가 더 익숙합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지만 범접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크나이트의 배트맨과 비슷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죠. 처음에 조커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이전의 그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죠. 그런데 직접 보고 온 지금, 저는 2명의 조커를 섬기게 됐습니다. 그도 사람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커는 무자비하고 냉소적이고 살인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 작품은 조커의 탄생비화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탄생의 배경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던지는 야유, 인간에게 던지는 물음과 같은 어둡고 깊은 내면의 주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결국 조커라는 캐릭터도 원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괴물이 된 조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영화는 설득합니다. 보통은 설득이 안 되고 허무맹랑하나 이번엔 2시간 내내 그의 힘에 매료됐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라 쓰고 고담으로 읽는다 배트맨과 조커의 화려한 싸움을 혹시라도 생각한다면 그런 기대는 접으시길 바랍니다. 액션은 얼마 나오지 않고 폭력보다 조커의 내면에 집중합니다. 허나 애드 아스트라보다 더 깊고 우울하며 관객이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는 작품입니다. 조커의 배경은 평범한 인간이었을지 모르고 순수한 꿈을 지닌 청년이었을지 모르며 자본주의 사회 속 짓밟힌 아웃사이더일지 모릅니다. 즉, 시작은 자본주의 속 우리들 중 누군가입니다. 고담 시티는 철저하게 잇속으로 더럽혀진 현대사회를 압축적으로 축소한 세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폭동을, 누군가는 선동을 시작합니다. 첫 장면부터 중요하다 조커는 장면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관객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세세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첫 장면부터 자신의 얼굴을 칠하는 '해피'는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희한한 장면을 표현합니다. 이는 조커가 아닌 슬프지만 웃을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해피'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점점 사건이 심각해지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해피가 '조커'로 각성하게 되죠. 처음은 순수하고 겁쟁이었습니다. 다음은 충동적이고 분노에 차 있었죠. 또 다음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심판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수동적이고 무시받던 외톨이가 결정을 내리는 능동적인 처형자가 되는 그림을 2시간에 걸쳐 감상하면 됩니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한 때는 인간이었던 '해피'가 어떻게 '조커'로 변화하게 되는지, 어느 순간 '조커'로 됐는지 구분지으면 더 흥미롭습니다. 모든 걸 잃어버렸음에도 세상에 기댈 곳 하나 있었다면 해피는 조커가 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한 구석도 믿지 못하게 됐을 때, 잃을 게 없어졌을 때 마침내 괴물은 태동하게 된 것입니다. 그도 그저 평범한 인정을 바랬고 평범한 위로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개인밖에 모르는 인간들 틈에서 순수한 인간은 괴물의 탈을 쓰고 변화하게 됩니다. 호아킨의 연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명품입니다. 조커 그 자체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과 전율의 연속이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로 긴박한 장면이 많지 않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빠르게 시간을 녹여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조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깊이 있는 조커입니다. 히스레저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원했던 조커의 모습, 기다렸던 괴물의 탄생, 진정한 안티 히어로의 출현이 이 작품에서 나타났습니다. 스토리도 좋고 연출도 좋고 설득력도 있고 모든 게 좋지만 단순히 호아킨 피닉스 연기 하나만으로 영화를 보는 이유가 충분할 정도입니다. 명대사 천국 조커하면 공감가는 명대사로 유명한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인상적인 명대사를 많이 남겼습니다.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 같은 코미디였어 당신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처럼, 웃기고 안 웃기고도 판단할 수 있는 거야? 코미디는 주관적이야 방금 웃긴 조크가 하나 생각났거든. 이해 못할 거야 조커의 탄생 코미디와 비극, 웃음과 슬픔, 부자와 빈민, 모든 건 반대되지만 동시에 주관적인 것. 하지만 부자와 빈민의 역전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조커는 모든 인간이 같은 상태를 경험하길 원합니다. 돈을 뺏어서 빈민에게 나눠주는 의적이 아니라 돈을 태워서 없애버리는 공정한 심판자입니다. 그리고 부자나 빈민할 거 없이 잘못하거나 예의가 없으면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커가 생각한 예의는 상대를 멋대로 판단거나 무시하는 행동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고 룰이 있는 빌런입니다. 무섭지만 싫지 않고, 난폭하나 설득력이 있는 조커를 우리가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우리도 조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호아킨의 조커, 꼭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습니다. 청불이라 대박까지는 힘들 수 있습니다만 300만~400만 정도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상 영화 '조커'의 솔직한 리뷰였습니다.
흥행가도, '엑시트' 영화 솔직후기/리뷰/해설/쿠키영상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에요~ 오늘도 1일 1영화 하고 왔습니다. 드디어 최근 영화 중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을 보고 왔어요. 괜히 입소문을 타고 흥행가도를 달리는 게 아니더군요. 자세한 리뷰는 지금 바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재난이든 오락이든 모두 합격, 영화 '엑시트'입니다. 홍보영상이나 예고편을 봤을 때는 그닥 흥미가 생기지 않았는데요. 개봉 후 첫 날부터 반응이 뜨겁더니 이제는 순위가 부동으로 1위입니다. 과연 마케팅인지 사실인지 확인을 위해 제가 또 직접 영화관을 다녀왔죠. 700만 이상 이미 흥행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더 욕심을 내고 싶습니다. (제가 뭐라고) 700만 이상은 넘기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저도 어지간한 확신이 없다면 예상하진 않는데요. 사실 천만영화 후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영화관 사정에 따라 달라질 거 같기에 낮춘 수치입니다. 근간은 오락영화이고 코미디기 때문에 온가족이 보기에 적절합니다. 그런데 재난이라는 장르가 겹치면서 시너지가 폭발했습니다. 자칫 짬뽕이 될 위기였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심플하고 명료하다 작품은 기발한 연출과 영리한 기획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단 정말 긴장감이 계속되고 손에 땀이 날 정도인데 중간중간 유머는 놓치지 않습니다. 부자연스럽게 섞인 불순물이 아닌 어느 하나 빠뜨리기 아쉬운 재료로 제 역할을 다 해냅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윤아라는 배우가 스크린에서는 아직 생소하고 낯섭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잘 녹아들었고 부담 없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조정석의 연기는 말할 필요 없이 대단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예민한 신파적인 부분도 없고 억지 감동도 뺏으며 스피드웨건도 없죠. 한 마디로 심플하고 명료한데 모든 게 이해됩니다. 쉽고 재밌는 작품이죠. 진정한 런닝맨 영화 중후반부터는 쉴틈 없이 달립니다. 하지만 달리는 것도 이어지면 지루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선을 잘 지켰습니다. 계속 달리는데 루즈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하이킹도 하고 문제도 생기고 유머도 섞으면서 반복되는 패턴이 질리지 않게 요리했으니까요. 감독은 관객이 어느 부분에서 긴장하는지 어떻게 몰입되는지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모습입니다. 초반에는 소소하게 웃기다가 중반으로 넘어가며 급격한 변주를 주고 후반부에 깔끔한 마무리까지 오랜만에 짜임새 있는 구성의 한국영화입니다.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는 데는 정말 이유가 있습니다. 1시간 40분의 위기탈출넘버원 어느 교육영상도 이토록 재밌고 몰입감있게 재난메뉴얼을 보여주진 못했을 겁니다. 부분마다 실제를 바탕으로 한 구조방법들이 나타나고 그걸 유머로 섞어 관객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웃다가 지나보면 머리에 남는 힌트들이 나중에 정말 위급상황에 사용될지 모릅니다. 현재사회의 이슈, 한국의 정서, 재난메뉴얼까지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시간입니다. 만두도 속을 많이 넣다보면 터지기 마련인데 적절하게 푸짐한 만두가 빚어진 느낌이네요.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재밌게 봤습니다. 여러분도 여름방학에 가족들과 같이 영화 '엑시트' 한 편 어떠신가요?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국가부도의 날' 관전포인트, 영화 솔직후기/리뷰 [5분영화겉핥기]
안녕하세요, 재리입니다. 오늘부로 모든 시험이 종료됐습니다ㅎㅎ 당분 간은 영화 많이 보고 후기 남길 수 있겠어요~~어예 시험끝나자마자 바로 영화관 뛰어가서 혼영한 후기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당 오늘의 영화는 '국가부도의 날'입니다. 사실 제가 태어난 후 3년 후에 있었던 일이기에 저는 자세한 사건을 모르기에 항상 궁금하기만 했었는데요. 자세하고 정확하진 않을 수 있으나 영화로나마 그때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품은 개봉하고나서 사실왜곡이라는 비판도 받았죠. 저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기에 뭐라 말씀도 못 드리고 어디가 잘못됐다 정확히 알지도 못합니다만 문학적 허용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보긴 했습니다. 영화이기에 어느 정도의 허구와 소설은 감안을 해야겠어요ㅠ 영화 자체의 관전포인트를 위주로 리뷰를 쓰려해요! 저는 작품을 볼 때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 장면마다의 의미를 해석하려 노력하는 성격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가장 먼저 들어오는 부분은 국가가 부도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는 고위관리자들의 '무능력'입니다. 이건 뭐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노골적이고도 해학적으로 그들의 무능력을 그려냈습니다.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의 부족한 실무능력은 사실도 저러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합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실제모습은 차이가 있으니 무조건적인 일반화는 피해야겠죠? 두 번째 관전포인트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요즘 이슈를 신경쓰는 영화들은 대부분 여성들의 능력과 여성들이 받은 무시를 작품에 넣는 추세입니다. 이 작품도 그러한데요. 특히나 여성의 대표로서 이번엔 김혜수 씨가 활약했습니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너무 멋있더군요. 영화 내내 집중해서 봤습니다. 정말 보는 내내 화가 났던 것은 여성을 20세기 후반이었음에도 여성을 사회적 참여자로 인지를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실제는 더 심각했었을 수도 있겠는데요, 남성의 과도한 비하와 편파적인 시선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분통을 사는 부분입니다.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한 가장의 책임감입니다. 가장이 누구든 그 때의 빚을 감당하기에는 누구나 버거운 현실이었죠. 자살률이 그 당시 전년도 대비 42%의 상승은 그때의 국가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수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착하고 착실하게 살아도 벌을 받아야 하는 비탄스러운 현실에 난간에 몸을 맡기려는 충동은 무거움을 견뎌야 하는 가장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푼돈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돈이 한 순간에 종잇조각이 됐다면, 가족을 부양할 전재산이 하루아침에 예고도 없이 사라진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나요? 영화는 이러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설득을 잘 시켰습니다. 유독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며 미소를 지을 때 누군가는 아무 잘못도 없이 맞이한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극 중 한 가족의 가장은 가족들을 신경쓰며 자살을 고민한 그 순간까지도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ㅠㅠ 지금은 평범했던 일상도 그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의심'의 덕목을 강조합니다.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평범한 지금 이 순간마저도 의심하라고 말합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순간은 또 오고 있으며 위기란 항상 우리 곁에 상주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극 중 김헤수 씨의 명언처럼 말입니다. 두번의 같은 패배는 없어야겠죠? 같은 슬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같은 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강해져야 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때와 다름을, 이제는 순진하게 당하지 않음을 보여줄 단계입니다. 영화에 비해 아쉬운 흥행이 안타깝네요ㅠㅠ엉엉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었습니다.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외 3권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외 3권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책은 꾸준히 읽고 있었으나 너무 바빠 그간 리뷰를 올리지 못했다. 읽은 지 시일이 꽤 지난 책도 있고 해서 자세한 리뷰를 쓰기는 힘들 것 같아 책마다 간단한 한 단락 정도의 리뷰를 써 보려고 한다. 읽을 책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저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 <그 후>는 부잣집의 둘째 아들 다이스케의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이스케는 부잣집의 자제로 딱히 하는 일 없이 예술과 풍류를 즐기며 사는 사내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며 문학과 예술을 알고 즐기는 자신을 정신적이고 고양된 차원의 존재로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그는 돈을 버는 일, 생계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을 문학과 예술이 속한 정신적이고 이상적인 세계에 비해 낮고 세속적인 일로 얕잡아본다. 그러나 자신의 친구 히라오카의 아내, 미치요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를 책임져야 하는 선택의 길에 내몰린 순간, 자신의 고상한 정신 세계는 그녀를 책임지는 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며 자신에게는 낮고 세속적인 돈을 버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자신의 존재가 집안의 돈 위에 세워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 다이스케가 그것을 깨닫는 과정과 그 속에서 흔들리는 그의 내면을 따라간다. 잔잔하고 어찌 보면 평화로워보이기까지 하는 문장과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일, 예술과 세속, 돈과 자유, 개인과 사회의 윤리를 침착하고 담담하게 내보인다. 나쓰메 소세키는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책 속 한 문장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어야만 한다.] 2.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변화를 싫어하는 주인공, 조나단은 몇 십년간 같은 집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집을 사기로 했다. 마지막 잔금을 치를 날만 기다리고 있는 그의 앞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존재가 나타난다. 비둘기. 하얀 똥을 싸고, 감정을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카롭게 울어대는 존재가 그의 집 문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필 집을 사기로 결심했을 때, 더 이상 무를 수 없을 때 비둘기는 악몽처럼 나타났다. 그의 삶은 변수의 집합체인 비둘기 앞에서 송두리째 무너지기 시작한다. <향수>로 잘 알려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짧은 중편이다. 인간에게 들이닥친 변화 앞에서 주인공의 내면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고 심도 깊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인간의 실존에 대한 탐구가 엿보인다. 사르트르의 <구토>, 엠마뉘엘 카레르의 <콧수염> 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비둘기는 흔적도 없었다.] 3. <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저 한마디로 요약하기가 좀 힘든 소설이다. 주인공이 자신을 떠난 프란츠라는 남성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수없이 회상하고 떠올리고 기억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단순히 프란츠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로만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모니카 마론은 독일의 작가인데 소설 속에서 독일의 분단과 통일, 사상과 전쟁, 당시의 여성성과 남성상 등이 프란츠와 주인공의 이야기에 마구 섞여 튀어나온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인가 생각하다가 초중반을 지나면서 짧은 소설인데도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텍스트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고민하며 읽었다. 오래전 소설이지만 지금도 시의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것들을 건질 수 있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생각, 사상과 전쟁이 아이와 어른에게 미치는 각각 다른 영향들, 독일의 분단과 통일이 가져온 혼란과 불안 등. 분량이 짧지만 생각보다 시점과 시간, 주인공의 기억 등 불확실하고 이해가 힘든 부분이 많기에 그 점에 유의하며 읽으면 좋을 듯하다. 책 속 한 문장 [단지 내가 잊어버린 것은 그가 떠나간 이유와 이름뿐이다.] 4. <비행운> 김애란 저 역시 김애란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0, 30대의 독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의 소설은 20, 30대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가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보통의 존재에 도달하기 위한 보통이 아닌 노력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총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이전에 <젊은 작가상 10주년 특별판>에서 리뷰했던 <물 속 골리앗>도 포함되어 있다. 모두 좋았지만 그 중에서 좋았던 소설을 꼽으라면 <물 속 골리앗>, <하루의 축>, <서른>을 꼽겠다. 사실 <물 속 골리앗>이 너무 좋아서 그것보다 좋은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을까 생각했는데 있었다. <서른>은 좋았던 <물 속 골리앗>보다 더 좋았다. 정말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절망의 시간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를 감정적이지 않고 묵묵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무거워서 앞으로 엎어져버릴 것만 같은 짐을 등에 지고 견디는 사람의 이야기, 벗어버리고 편해져도 되지만 마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영원히 짐을 진 채로 버텨내며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아프고 시린 지점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문득 내가 내년에 서른이 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책 속 한 문장 ['어찌해야 하나.']
책 많이 읽기로 유명한 아이유 추천도서 모음.jpg
어릴적 체벌 대신 독서벌칙을 받고 자랐다는 아이유,, 그런 그의 추천 도서를 한데 모아봤으면 해서 찌는 글,,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2011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 순간 떠오른 책이라며 추천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2013년 최근 읽은 책으로 꼽았는데 "사람은 깃털처럼 가벼운 존재로 태어나, 살면서 점점 무게를 짊어지는 것 같다"며 덧붙임 카스테라 / 박민규 라디오에서 책 추천해달라는 청취자에게 추천한 책 파씨의 입문 / 황정은 2014 팬카페에서 언급함 야만적인 앨리스씨 / 황정은 2016년 팬카페에서 언급 따뜻함을 드세요 / 오가와 이토 가을에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함 음식 관련 이야기가 있어서 취향에 딱 맞았다고 함 초역 니체의 말 / 프리드리히 니체 해당 책의 일부 구절을 밑줄 그어서 인스타그램에 공개함 엄마와 연애할 떄 / 임경선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입문자에게 추천함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무심하면서 담담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고 밝힘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스펙타클한 블록버스터 소설보다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책이 좋다며 추천함 제이콥의 방 / 버지니아 울프 2016년 아이유의 곡 Black out에 책의 등장인물이 인용됨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자작곡 '무릎'을 작사할 때 소설과 상징적인 캐릭터를 참고했다고 밝힘 아침의 문 / 박민규 2015년 쉴 떄 뭘 하느냐는 질문에 "책을 읽는다"며 이를 추천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2017년 팬카페에서 언급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2017년 팬카페에서 언급 이외에도 아이유가 읽은 게 목격된 책들은 카리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옙스키 씁쓸한 초콜릿 / 미리암 프레슬러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 이혜린 달팽이 식당 / 오가와 이토 이번엔 비교적 최근 추천한 책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슬픔의 위안 / 브라이언 셔프, 론 마라스코 희한한 위로 / 강세형 빛의 과거 / 은희경 네가지 질문 / 바이런 케이티 레몬 / 권여선 최선의 삶 / 임솔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아이유는 평소 공지영, 박광수, 기욤 뮈소,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좋아하는데 '내가 느낀 걸 이렇게 표현했구나'하고 한 번 더 읽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함 안그래도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되어가는데 올해는 우리 같이 독서해보자! 출처
<웃음-희극성의 의미에 관하여> 앙리 베르그송
<웃음-희극성의 의미에 관하여> / 앙리 베르그송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인간은 항상 감정을 느낀다.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등등. 각각의 감정은 인간에게 특별한 반응을 일으키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웃음과 눈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슬플 때 울고, 기쁘거나 웃길 때 웃는다. 우리는 왜 웃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기니까 웃는다고 대답하겠지만 철학자들은 웃기니까 라는 말에 포커스를 맞춘다. 웃긴 것은 왜 웃긴가? 우리가 웃는 이유는 무엇인가? 웃음이란 것이 왜 존재하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이 책에서 우리는 놀랍고도 합리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웃음이 어떻게 생성되고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며 웃음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앙리 베르그송은 탁월한 답을 내놓는다. 이 리뷰에서는 책에 나오는 앙리 베르그송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앙리 베르그송이 주장하는 웃음이 생기는 이유와 웃음이 가지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웃음은 생에 대한 방심을 목격할 때 생기며 또한 그 방심을 교정하기 위한 사회적 수단이다. 먼저 웃음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생에 대한 방심이란 인생 속에서 시시때때로 바뀌는 환경, 상황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길을 걷다가 노을에 정신이 팔려 튀어나온 돌부리를 보지 못하고 넘어진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에 대한 방심을 목격한 상황이다. 인생이란 계속 흐르는 것이고 주변 상황과 환경은 계속 바뀐다. 인간이 그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을 에워싼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고 방심으로 인해 부적절한 대응을 하는 사람을 보고 웃는다. 튀어나온 돌부리를 미처 보지 못한 사람, 출근길에서 공사를 하는 걸 알고 있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매일 가던 길로 출근을 하다 지각한 회사원, 가위바위보를 할 때 매번 가위를 내는 사람 등. 변화하며 흐르는 삶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잘못된 대응을 보이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웃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웃음에는 공감이 포함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공감을 하는 순간, 그 사람을 보고 웃지 못하게 된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사람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 사람을 보고 웃을 수 없을 것이다. 공사를 하는 길로 출근해서 지각한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회사 생활을 걱정하게 된다면, 매번 가위만 내서 가위바위보를 지는 사람이 내기의 대가로 빼앗길 것을 생각하며 안쓰러움을 느낀다면 어떻게 웃을 수 있겠는가? 즉 앙리 베르그송이 주장하는 웃음의 생성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생에 대해 방심하는 사람을 목격하고 공감하지 못할 때 우리는 웃는다. 웃음의 의미는 웃음이 나는 이유에서 생겨난다. 생에 대해 방심한 자를 보고 다른 이들이 웃으면 그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방심한 사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을 때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웃음에 창피함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그렇게 한 번 웃음의 대상이 되고 나면 창피함과 함께 후회가 몰려온다. 아, 왜 저 돌부리를 못 봤지. 앞 좀 잘 보고 다닐걸. 그러고 나면 당분간 주위를 꼼꼼히 살피며 위험한 돌부리나 튀어나온 보도블록을 조심히 피해 다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웃음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웃음이란, 생에 대해 방심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방심하지 않고 변화하는 인생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교정하는 사회적 수단인 것이다. 앙리 베르그송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웃음이 어떻게 생겨나고 왜 생겨나는지를 자세하고 꼼꼼히 파헤친다. 읽는 동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다. 매일 웃으면서도 그 정확한 이유와 의미를 모르던 웃음에 대해 이토록 독창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부족한 점은 있다. 역자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 웃음이란 앙리 베르그송이 주장하는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웃음도 있고 간지럼을 탈 때 나오는 웃음도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많은 웃음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더 완성도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에도 이 책은 놀랍다. 웃음을 설명하려던 이전의 시도들보다 훨씬 넓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다양한 웃음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웃기니까 웃는 거지 라며 지나치던 웃음의 이유와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꼭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책 속 한 문장 웃음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웃는가? (이 리뷰는 <문지 스펙트럼> 서포터즈 3기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제목부터 지구에서 한아(하나)뿐이다. 달달한 사랑 이야긴데 그 달달함이 조금 이상하다. 달달하긴 한데 지구인과 외계인의 러브스토리고 정말 달달하긴 한데 보다 보면 과연 나는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며 살았는지 곱씹게 된다. 조금 희한하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한아는 지구를 사랑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망가져가는 환경을 안타까워하고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한아는 못 쓰게 된 옷들을 다시 리폼해주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남자 친구 경민은 자유분방이란 말이 어울리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한아를 놔둔 채 늘 어딘가로 떠나버리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캐나다로 유성우를 보겠다며 떠난 경민. 경민이 떠나고 며칠 뒤 뉴스에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다. 한아는 바로 경민에게 연락하지만 경민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애타게 경민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한아. 다행히 경민은 무사히 돌아오고, 연락이 안 되는 경민에게 잔뜩 나 있던 화는 막상 경민을 보자 여름날의 눈처럼 스르륵 사그라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아는 돌아온 경민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전보다 너무 다정해졌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지도 않는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고 못 먹던 가지무침도 맛있다며 먹더니, 급기야 경민의 입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목격한 한아. 경민은 진짜 외계인인 걸까? 그렇다면 원래의 경민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소설은 누가 뭐래도 달달한 사랑 이야기다. 한아를 만나러 2만 광년 떨어진 지구까지 날아온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라니. 오직 한아를 만나기 위해 커다란 빚을 지고 엄청난 거리를 넘어온 외계인. 그 노력만 해도 지극정성인데 그 외계인이 한아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100점짜리 남자 친구다. 늘 한아를 배려하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남자 친구. 유일한 단점은 외계인이라는 것뿐. 한아는 외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외계인이 경민의 겉모습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거리감을 느끼지만 점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외계인에게 자신도 사랑을 느낀다. 경민의 탈을 쓰고 있지 않아도, 초록색 돌덩어리인 본모습이라도 사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초록색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어. 한아의 말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에는 아름다운 외모, 외계인이라는 사실, 성별의 유무, 나와 전혀 다르게 생긴 모습, 그 무엇도 중요치 않다.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고 생각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중요할 뿐. 어찌 보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뭐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사랑이라 불리는 많은 것들 중에 저 단순한 문장을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어떤 사랑은 상대의 존재가 아니라 상대의 능력, 외모, 재력이 사랑의 조건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저 단순한 문장을 한없이 만족시킴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같은 성별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한아와 경민의 사랑을 좀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다른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환경에 대한 내용이다. 한아는 지구와 환경을 사랑하는 환경주의자고 외계인 경민이 한아에게 반한 이유도 한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고래형 외계인들이 지구의 바다 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나 얼음별에 사는 무당벌레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점점 더워지는 별의 환경 때문에 멸종되어가는 모습, 지구를 동경한 한 부자 외계인이 지구를 본떠 만든 어딘가 부족한 제2의 지구,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그 모습 그대로 보존시켜주겠다는 우주의 약속 등, 소설 속 우주의 모습들은 지구의 여러 단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환경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의 모습은 지구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무당벌레 외계인의 멸종은 지구 온난화와 멸종 위기종들의 모습을, 제2의 지구에서 고통받는 만들어진 생명체들의 일화는 인간이 만든 동물원의 모습을,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보존시켜주겠다는 약속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에 관한 첨예한 대립을 생각나게 한다. 실제로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고 멸종 위기 상태에 있으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동물원에서는 인간의 유희를 위해 백호나 백사자 같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생겨나지 않는 동물들을 강제로 만들어내기도 하며 아마존의 보존과 개발에 관해서는 지금도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우주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지구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아의 말대로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 환경친화적 외계 로맨스 소설 되시겠다. 환경은 환경대로,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외계인과 우주라는 양념을 적절히 쳐서 비볐더니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소설이 나왔다. 삶이 힘든 사람에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환경 문제도, 사랑에 대한 고민도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책은 충분히 당신의 삶을 두텁게 감싸 안아준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작가가 건네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당신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라고. 소설 속 한 문장 소리 없이, 먼 우주의 휘어진 빛들이 두 사람의 저녁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