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d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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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

삶은 계란

병원과 교회들은
구관 옆에 구관 보다 큰 신관을 올렸지만
황금의 경위를 묻는 것은 실례어라
죄의 정산은 이 생의 일이 아닌 것 같으니
매일이 월급날처럼 그대들은 마저 설레어라

하늘에 닿을듯 죄를 쌓으며
하나의 언어를 말하는 이들
단죄와 청산을 부르짖던 자들아
너희는 사실 탑을 무너뜨릴 생각이 없었지
처음부터 탑을 이어 쌓을 생각이었지
바벨 밖의 언어를 인정하라
너희가 틀렸다는

세상의 어딘가에선 오늘도
탑을 짓는 인부 몇이 떨어져 죽기도 하겠지만
황금은 실패를 모르는 협상가라
죽음은 곧 조용히 잊혀질 것이다

아이야 내려다보는 세상이 아름다우냐
내가 기억하기론
그 탑을 짓다가 사람 둘이 죽었단다
너는 아직 모르겠지
인간은 새처럼 날 수 없고
단지 알처럼 깨지기만 한다는 걸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영원히 몰라두어라
좀 더 꿈을 꾸거라
깨어지는 일과 깨는 일은 미루고
삶은 고통 이라지만
삶은 계란 같기도 한 것
그러나 너는 아직 때가 아니니
불에서 멀어지거라

낙과처럼 귓전에 구르는 울음소리
남으로 항하는 기러기 떼
부메랑의 대형을 그리며 날아간다
봄이면 방향을 돌려 다시 돌아올 테다
새들이 도망치는 것은 사실 추위가 아닌 추락이지만
천국을 하늘과 연관짓는 부박한 상상력으로
손은 얼마나 많은 탑을 올렸는가
때문에 새들은 얼마 남지 않은 영토 사이를
셔틀콕처럼 왕복한다
첨탑이 날을 세운 추락에 깃털을 다치지 않을
작은 땅뙈기를 찾아

새들의 울음은 항의요 웃음이구나
영토의 상실에 대한
날아오르고 싶어 탑을 지으며
깊이 가라앉는 것들의 촌극에 대한
세상엔 단단함을 과신하는 계란들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것처럼 함부로 생을 굴리고
미몽을 깨우는 교회의 종소리 쩌렁하게 울린다
종 치는 이의 얼굴이 무섭게 희다
8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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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엄청난 표현력과 생각의 깊이다..현학에서 머물지않고 날카로움과 아름다움을 다 가졌네..
@suhobaram 감사해요. 인스타를 주로해서 빙글엔 뜸하게 올리게 되는데 덕분에 열심히 올려야겠습니다 ㅋㅋㅋㅋ
@chad0l 아녀요~안그래도 글에 인스타 있으셔서 제가 인스타 팔로우 했습니다 ㅋㅋ 인스타에는 글이 더 많아서 좋더라고요~ 열심히 볼게요 ㅋㅋ
@suhobaram 앗.. 성은이 망극합니다. 저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ㅋㅋㅋㅋㅋ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uruniverse 항상 살펴(?) 봐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한 연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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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내
이제 더 이상 기차는 오지 않는다. 문명은 일찌감치 늙은 역장의 긴 하품 속으로 간이역을 퇴출시켰다. 그 겨울 막차가 떠난 지 수년이 지났고 조개탄 난로가 있었던 자리엔 추억의 흑백 사진만 지난 시절의 화려한 영화를 말해줄 뿐이다. 질주 본능이 남아있는 기찻길엔 한겨울 남한강 강바람을 뒷주머니에 가득 담은 라이더만 간간이 스쳐갈 뿐이다. 그들은 알까? 능내역의 사연들을. 까치발로 기다리던 엄마는 막차가 도착했을 때도 없었다. 눈물을 삼키며 보낸 여자의 그 남자는 돌아왔을까? 단출한 세간 살이만 들고 서울로 간 젊은 부부는 지금쯤 금의환향했을까? 누군가에겐 그리움으로 누군가에겐 기쁨으로 또 어떤이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연으로 가득 메웠던 간이역. 팔당호의 물안개는 스멀스멀 희미한 옛 추억을 불러와서는 양지바른 벽면의 낡은 나무의자에 앉히고 아침햇살에 사라진다. 침묵의 역사엔 금방이라도 산모퉁이를 돌아 온 기차가 소리 없이 멈추며 그 사람 올 것만 같아 녹슨 철로 저 끝을 바라본다. 사랑했었다는 건 어쩜 기능을 다한 간이역을 품고 사는 건지도 모른다. 기다리고 즐거워하고 보내고 아파하고... 두물머리에서의 언약은 빛바랜 역사의 간판처럼 퇴색하고 이제 지난날 강가에 띄워 보낸 옛사랑에 안부를 묻지 않을 것이다. 능내역엔 다시는 기차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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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출근길 대란은 빗나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는데, 정거장 문이 닫히기 직전 한 사내가 아주 간신히 지하철에 탑승했다. 사실 몸이 거의 끼는 수준이었는데, 그는 간신히, 정말 간신히 탑승했다. 그러려니 하고 음악을 듣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었다. 키가 컸고, 단발의 머리 길이에 파마를 했으며, 수염을 길렀고, 코트에 부츠를 신고 있었다. 얼핏 일본의 배우 같아 보이기도 한 그는 소설가 정영수였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른다. 나는 그저 한국 소설 애독자이고, 곧 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직까지는 비매품 말고는 저서가 없는 사람이고, 설령 저서가 있다고 해도 그가 나를 알아볼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는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지하철을 탄 것으로 봐서 회사에 늦은 것 같았고,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한 출판사의 편집자 일을 하고 있다고 본 기억이 났다. 나는 그의 소설을 두어 편 정도 읽어보았는데, 취향에 맞는 편이었고, 느낀 바를 간단히 적어보면 깜짝 놀랄만 한 서사는 아니지만, 다루는 주제가 늘 윤리적으로 민감한 편이었으며, 문장 자체가 굉장히 안정적이고 읽기 좋아서, 목소리가 좋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그런 기분이 되곤 했다. 페미니즘과 퀴어가 중심 담론으로 오래 부상해 온 소설 문단에서 그는 여성 작가도 아니고, 퀴어 서사를 다루지도 않으면서 그의 이름을 독자들에게 꽤 단단히 각인시킨 작가다. 우리는 함께 합정역에서 내렸다. 피로한 월요일 폭설 대란이라도 기대했던 나로서는 재밌는 목격이었다. 최정례 시인의 사망 기사를 접했다. 어떠한 인연도 없으므로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병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서 놀랐다. 사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처음에는 혹시나 비극적 선택을 한 것인가 하고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그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또 한 사람이 떠났다. 좋은 시인이 떠났다. 한 남자가 비등단자를 대상으로 한 문학상 수상작품을 그대로 도용해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5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문학상들의 권위 여부를 떠나서 정말 비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와중에 비등단자의 작품을 절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특히 그렇다. 등단하지 않은 일반인의 작품이니 마음껏 도용해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 너무나 늦은 발견이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게 정말 적발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걸까. 아니면 걸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걸까. 사태가 커지자 문학상 심사위원들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나는 지금처럼 저작권에 민감한 시대에 늦게라도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문의 표절 여부를 체크하는 카피킬러가 따로 있듯이, 이 사건을 발판 삼아 문학작품 역시 등단자 대상이든 아니든 심사 전 표절 여부를 먼저 체크했으면 한다. 지적 자산을 훔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 인식에 너무나 화가 난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지적 자산의 중요성을 알리려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철저한 검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표절에 대해서 말뿐이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해 강력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심지어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표절이 아니라 완벽한 도용 아닌가. 이 자가 정말 비겁한 것은, 이것이 문학을 사랑하는 자의 어긋난 판단 수준이 아니라 말그대로 단어 하나, 제목 정도를 바꾸는 수준의 완벽한 도적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학을 비롯해 지적 자산을 완전히 우습게 본 것이다. 이런 일은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문단이 스스로를 위한 방어벽을 만들었으면 한다. 창작자들의 자존감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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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훌쩍 지나갔다. 지나가고 있다. 눈이 내렸다. 뉴스에서는 폭설로 인한 월요일 출근길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배부른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월요일의 예정된 피로함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없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으로 반나절 정도를 보냈다. 동네에는 폐업한 가게들이 여럿 보였다. 어떤 가게를 들어가면 업주에게 측은지심이 인다. 편집자는 저녁까지 최종적으로 시집 원고를 검토하라 일렀지만,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자나 탈자가 후에 발견된다 해도 그것 자체로 의미 있을 것 같다. 김혜순 시인의 등단작은 '담배를 피우는 시체'라는 제목의 시인데, 당시 식자공이 '시체'가 아니라 '시인'이라고 착각했던 것인지, 잡지에 시의 제목이 '담배를 피우는 시인'으로 실렸었다는 시인 당사자의 얘기는 흥미롭다. 김혜순과 식자공이 어쩌다 함께 만들어낸 엉뚱한 결과이지만, 그것도 시적인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다. 어떤 날에 우연은 꽤 많은 것을 펼쳐 보여주기도 한다. 내일은 다시 예정된 일정 속에서 생각지 못한 우연들이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며칠 전 만난 시인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같은 책이 두 권이나 있다며 내게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귤과 바나나 껍질은 말렸건 말리지 않았건 음식물쓰레기다. 어제는 붉은 석류를 먹었다. 석류 껍질은 일반쓰레기다. 석류는 신나게 얻어 맞아 핏물이 잔뜩 고인, 온몸이 이빨인, 작고 아름다운 괴물 같다. 겨울이 겨울다워지는 풍경에 밑줄을 그었다. 책갈피를 꽂는다는 것을 깜빡하고, 하루를 덮는다. 그 전에 노란 등을 하나 켜두고 나는, 지나가고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짓궂게 사라지고 있는 무언가를 사수하고 있었다.
초보운전자들을 위한 운전중 사고 났을 때
출처 국토교통부 IG 한번 읽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돌려보는 것도 나중에 사고 났을 때 도움이 되니까 읽어보고 상상해서 시뮬레이션 돌려봐 🤘우선 본인 보험사 번호 🤘알아야함 (본인 보험사 모르는 경우도 심심찮게 봄 ... ) (( 경찰은 당사자간에 처리가 잘 되는 경우 안부르는 경우 많음)) * 동영상 찍기보다 👉👉👉 사진👈👈👈을 많이 찍는게 도움이 됨 블박이 개인꺼다보니 경찰이 가해자한테 블박 영상 제출을 요구해도 거절할 수 있으니까 ....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는게 제일 좋고 👈 나중에 얘기하는 경우는 최대한 잘 구슬려야함 경찰도 무조건 뺏어올수가 없음 ⚠️ ((삼각대 어딨는지 모르고 멘붕오면 🚨 비상등켜고 트렁크 열어놓으면 멀리서부터 보임 )) + 싸제 레카가 끌고간다하면 그냥 무조건 못끌고가게해야하고 ( 돈이 엄청 청구됨 ) +절대 사설렉카차의 명함을 받지 말아야함 실제로는 견인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명함을 동의했다는 증거로 내세우고 무작정 견인하는 경우도 있음 만약 무작정 견인을 하려 들 시 동영상 촬영 사고 사진 다 찍고 보통 교통 흐름 위해서 도로 옆으로 빼주는게 좋음 + 그리고 보험사 오고 얘기도 잘 됐는데 나중에 말바꾸는 경우도 있으니까 증거 남기려고 현장에서 녹음기 켜놓는 사람들도 많음 출처
파리일기_너무 오랫동안 잠이 들었다
https://youtu.be/zlTMPWmYS-E 너무 오랫동안 잠이 들었다. 허리가 아파 일어난 시간은 새벽 5시. 콩피느멍때문에 집에서만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밤낮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밤을 지새운 채 오전 수업에 좀비처럼 앉았다가 끝나면 점심을 먹고 그러고도 침대에서 좀 더 등을 굴려대다가 오후 서너 시쯤 잠이 들어 밤 9시 10시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어제는 평소처럼 9시쯤 일어나 잠시 움직여 보았다가 눈이 너무 안 뜨여 다시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하였다. 보통 때면 그러다가도 결국 일어나 앉아 커피 샤워를 하곤 했을 텐데 그날은 왠지 엠마도 잠이 들어 있어 그 온기에 취해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는 무척 긴 느낌이 든다. 수업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오랜만에 배당받은 오후를 어떻게 쓸지 고민을 해 보았다. 습관이라는 중력 바꿔 걸리면 바닥이 천장이 되고 천장이 바닥이 된다. 집에만 있는 것이 너무 답답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옷을 고쳐 입고 3중 현관을 열고 나가는 일이 좁은 계단을 걸어내려 가 지하철에 올라타고 하는 일이 우주복을 껴입고서 로켓에 실려 날아가는 일처럼 버겁게 느껴진다. 연말이고 하니 어디든 한 번쯤은 나가자 했었지만 그 버거움과 조금의 두려움이 주저함이라는 문턱으로 우리를 둘러싸버려 트후티네뜨의 작은 바퀴로는 쉬이 넘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텔레비전이 되어 주면서 좁게 좁게 맞았다. 그리고 손님들은 아침이 되자 잠자리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공간으로 정 없이 돌아들 가버렸다.  그렇게 이름 난 다리 아래에서도 연결을 잃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들처럼 우리의 시간들은 어느 낚시 바늘 하나에도 걸리지 않은 채 은은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속도로 마흔이라는 이름의 강이 되었다. 마흔이라는 안내표지도 꿈에서는 무척이나 차갑고 커다랗고 그러했었지만 실제에선 좁게 선 내가 쉬이 넘어갈 만큼 구멍도 사이도 꽤나 커 나는 진동 없이 침묵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정말 나갈 거야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다시 물었고 응이라는 대답 대신 나는 늘 입던 바지를 들추고 개어진 대로 각이 지어 버린 낯선 바지를 꺼내 입었고 엠마는 마른 마스카라를 물로 풀어내었다. 마침내 우리는 외출을 했다. 조금 떨어져 있어 한동안 가지 못한 아시아 마트와 한인 마트도 들를 겸 장바구니도 3개나 쑤셔 넣고 따뜻한 차와 카메라도 같이 쌓아 넣고 대기권을 넘을 각도에 올라탔다.  파리는 야간 통행금지가 실행 중이라 멀리까진 가지 못하고 파리 식물원이 있는 에꼴 드 보따니끄 가든을 들렸다가 센 강을 향해 걸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센 강은 구름이 비켜서 있었다. 겨울바람이 꽤 세찼지만 우리는 강에 닿아 있는 가장 아래 둑까지 내려가 강변을 따라 걸었다. 앙상한 나무 가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벌써 봄이 장전되어 있었다. 며칠 사이 추워진 날씨에 코까지 붉어진 우리는 서로를 예보 옆에다 세워두고 기점 같은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어떤 일들은 이런 사진들 근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원에는 운동 겸 산책을 하는 노부부들과 경주처럼 거친 러닝을 하는 젊은이들이 여럿 있었다. 오랜만에 센 강변을 걷자 마치 서울에 있다가 파리로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스웠다. 그래 시간들은 신발 끈을 묶을 때도 흘러가지. 작년 파리 지하철의 전동차마다 서로의 건강을 위해 간격을 유지하라는 스티커가 붙었을 때만 해도 얼마 안 가서 떼야할 텐데 괜한 돈을 들이는구나 싶었는데 오늘 보니 그 스티커들이 어느새 수만 발에 닿아 닳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놓쳐 버린 걸까.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닻을 내린 채 흔들리는 배들, 다리 위에서 교차하는 전동차들, 식물로 덮여 있는 옥상, 같은 높이의 건물들, 스케이트 보드와 함께 날았다가 뒹구는 배추머리 아이, 갈비뼈를 다 내어 놓고 있는 노트르담.. 봤던 것들은 반갑게 못 봤던 것들은 신기하게 그런 자잘한 얘기들로 걸음과 걸음 사이를 충실히 즐기면서 우리는 오랜만의 산책을 꼭꼭 씹어 삼켰다. 그래 소중함은 상대적인 감각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집중하면 어느 시간 어떤 곳에서든 우리의 혀를 달랠 수 있다고.  우리와 같은 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주치던 노부부는 30분을 돌아 한 우체통에 작은 편지를 집어넣고 발을 돌려 분명 집일 곳을 향해 걸어갔다. 우리도 긴 산책을 마치고 마트에 들려 어깨를 괴롭힐 것들을 잔뜩 사들고 분명 집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산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은 이런 날들일 것이다.  https://youtu.be/khJzXSqq_Qw 오늘은 파리에 함박눈이 내렸다. 눈이 드문 이곳에 하루 종일 눈보라가 쳤다. 빨간색 패딩을 입은 길건 편 집 아이가 할머니와 눈 구경을 나가는 것을 엠마와 훔쳐봤다.  산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은 이런 날들일 것이다.  W, P. 레오 2021.01.16 파리일기_두려운 날들이 우습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