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계란
병원과 교회들은
구관 옆에 구관 보다 큰 신관을 올렸지만
황금의 경위를 묻는 것은 실례어라
죄의 정산은 이 생의 일이 아닌 것 같으니
매일이 월급날처럼 그대들은 마저 설레어라
하늘에 닿을듯 죄를 쌓으며
하나의 언어를 말하는 이들
단죄와 청산을 부르짖던 자들아
너희는 사실 탑을 무너뜨릴 생각이 없었지
처음부터 탑을 이어 쌓을 생각이었지
바벨 밖의 언어를 인정하라
너희가 틀렸다는
세상의 어딘가에선 오늘도
탑을 짓는 인부 몇이 떨어져 죽기도 하겠지만
황금은 실패를 모르는 협상가라
죽음은 곧 조용히 잊혀질 것이다
아이야 내려다보는 세상이 아름다우냐
내가 기억하기론
그 탑을 짓다가 사람 둘이 죽었단다
너는 아직 모르겠지
인간은 새처럼 날 수 없고
단지 알처럼 깨지기만 한다는 걸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영원히 몰라두어라
좀 더 꿈을 꾸거라
깨어지는 일과 깨는 일은 미루고
삶은 고통 이라지만
삶은 계란 같기도 한 것
그러나 너는 아직 때가 아니니
불에서 멀어지거라
낙과처럼 귓전에 구르는 울음소리
남으로 항하는 기러기 떼
부메랑의 대형을 그리며 날아간다
봄이면 방향을 돌려 다시 돌아올 테다
새들이 도망치는 것은 사실 추위가 아닌 추락이지만
천국을 하늘과 연관짓는 부박한 상상력으로
손은 얼마나 많은 탑을 올렸는가
때문에 새들은 얼마 남지 않은 영토 사이를
셔틀콕처럼 왕복한다
첨탑이 날을 세운 추락에 깃털을 다치지 않을
작은 땅뙈기를 찾아
새들의 울음은 항의요 웃음이구나
영토의 상실에 대한
날아오르고 싶어 탑을 지으며
깊이 가라앉는 것들의 촌극에 대한
세상엔 단단함을 과신하는 계란들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것처럼 함부로 생을 굴리고
미몽을 깨우는 교회의 종소리 쩌렁하게 울린다
종 치는 이의 얼굴이 무섭게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