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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점심을

또 다른 반전이 발생하지 않는 한, LVMH의 티파니(Tiffany) 인수가 결국은 성공할 것 같다. 내가 느낀 점은 3가지 정도.

1) 코로나19가 인수합병에 있어 사정변경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는 재판이 열릴 수도 있었을 텐데...

2) 티파니는 약삭빠르고 영악했다.

3) 정말 모든 이슈가 정치화됐다.
얼굴 화장을 즐겨하는(...) LVMH의 아르노 영감이 얼마나 영악한지는 내가 썼던 에르메스 인수 건 이야기(참조 1)를 보시면 아실 것이다. 티파니 건도 마찬가지였다. 시작은 2019년 10월 15일이었다(참조 2). LVMH의 Antonio Belloni가 미국 출장을 핑계삼아 티파니의 Alessandro Bogliolo랑 점심식사를 한다. 둘 다 이탈리아인들이고 볼리올로는 심지어 LVMH가 전 직장이기도 했었다. (아쉽게도 티파니에서 점심을 먹은 건 아니었고, 맨해튼의 Clocktower였다.)

일단은 벨로니가 후려쳤습니다? 주당 $120로 인수를 제안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르노 회장 본인이 직접등판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텍사스로 가서 루이비통 공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텍사스에 IT 기업만 몰리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프랑스의 명품사치재에 추가 관세를 명령했지만 LVMH의 샴페인과 꼬냑은 대상에서 빼줬다. 그리고 티파니는 결국 주당 $135로 인수 계약이 성사되었다. 그런데...?

세상 모두를 덮친 코로나19가 문제였다. 특히나 소매점 사업에 중점을 뒀던 티파니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했고, 이런 상황을 반대로 보면 LVMH로서는 인수가를 좀 떨어뜨릴 기회였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사정변경(material adverse effect)에 해당될 수 있었을까? 그 상황에서 티파니는 주주들(대부분은 투자펀드사들이다)에게 LVMH가 약속대로 인수를 할 것이라 설명해야 했다.

LVMH로서는 결국 EC 경쟁위의 허가(참조 3)를 받아야 할 사안이기도 했다. 물론 비-EU 기업 인수에 EC가 특별히 태클을 걸지는 않는 성향이지만 이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지연됐고 말이다. 이때부터 LVMH의 공격이 시작된다. 5월, 벨로니는 티파니와의 모든 연락을 끊고, LVMH 법무실이 온갖 정보요구를 쏟아낸다(참조 4). LVMH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티파니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줘야 한다는 사실부터 마음에 안 들었었다.

한편 LMVH로서는 인수를 연기시켜서 값을 더 떨어뜨려야 할 텐데 난관이 생겼다. 르 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재무부장관에게 도와달라 요청했으나 거절받은 것이다(참조 5). 대신 르 드리앙(Jean-Yves Le Drian) 외교부장관으로부터 "인수를 1월 이후까지 연기해달라"는 요청 서한을 받는다. 프랑스 제품 추가관세와 미국 GAFA 기업들에 대한 프랑스의 추가 세금징수 문제로 프랑스와 미국 정부가 협상중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장단을 맞춰야 할까?

그리고 LVMH는 인수를 아예 안 하겠다고 폭탄선언한다. 티파니는 분노했다. 결국 티파니는 외교부 서한 때문에 연기해야겠다는 LVMH의 연락을 받은 다음 날, 댈러웨어 주 법원(어째서 소송지가 댈러웨어인지는 못 찾았다. 아마 패스트트랙을 허용해서? 참조 6)에 LVMH를 상대로 인수 기일을 연기하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한다(참조 7). 그리고는 9월 16일...

난데 없이 로스차일드의 으제(Grégoire Heuzé)와 티파니측 Centerview Partners의 에프론(Blair Effron)의 통화가 이뤄진다. 각자 파트너사들을 동원한 협상의 시작이었다. LVMH측 인수 담당 은행은 시티은행이었는데 갑자기 로스차일드가 등장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으제는 $120으로 후려쳤고, 결국 협상은 $131.50으로 끝났고 으제는 Centerview로 이직했다(참조 5). 이번 주 티파니 주주단의 OK가 나오면 그걸로 끝, 소송도 중단된다.

WSJ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4억 4천만 달러를 LVMH가 결국 깎았지만 2019년 매출액의 1%밖에 안 되니 난리법석에 비하면 못 한 거 아니냐고 티파니를 응원했다. 다만 여기서 마크롱 정부가 LVMH에 호의적이지 않게 움직인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참조 4). 재무부가 돕기를 거절한 것도 그렇고 르 드리앙의 서한이 엘리제궁 OK 없이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 서한이 LVMH에게 양면성을 모두 갖고 있었다. (인수를 LVMH 바람대로 늦추던가, 아니면 정부 요청이 지시라는 LVMH의 논리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든가?)

그 뒤에는 마크롱이, 보다 자세하게는 Image 7 에이전시의 안 메오(Anne Méaux)가 있다는 루머가 있다. 온갖 커뮤니케이션을 다 담당하고 있고 마크롱이 장관이던 시절 (마크롱의 결정으로)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은 것도 있기는 한데, LVMH가 에르메스를 인수하려 했을 때 그걸 막은 인물 중 하나이며, 아르노 최대의 라이벌인 Kering 그룹 회장님,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의 편이 그녀이기 때문이다.

티파니가 Image 7을 접촉했다는 말이 있어서 그렇다. 프랑스 정부가 적당히 LVMH를 길들이려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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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에르메스와 점심을(2015년 3월 28일): https://www.vingle.net/posts/783633


2. LVMH-Tiffany: les dessous d’un clash franco-américain(2020년 9월 9일): https://www.lefigaro.fr/societes/lvmh-tiffany-les-dessous-d-un-clash-franco-americain-20200909


3. 10월 말에서야 허가가 나왔다. LVMH-Tiffany : Bruxelles autorise un éventuel mariage(2020년 10월 27일): https://www.lefigaro.fr/flash-eco/lvmh-tiffany-bruxelles-autorise-un-eventuel-mariage-20201027


4. Tiffany - LVMH: une guerre des nerfs à 16 milliards de dollars(2020년 9월 28일): https://www.lefigaro.fr/societes/tiffany-lvmh-une-guerre-des-nerfs-a-16-milliards-de-dollars-20200928


5. Behind the LVMH-Tiffany Deal: Insults, Lawsuits and Political Intrigue(2020년 12월 28일): https://www.wsj.com/articles/behind-the-lvmh-tiffany-deal-insults-lawsuits-and-political-intrigue-11609158490?mod=hp_lead_pos7


6. Delaware judge fast-tracks Tiffany's case on $16 bln LVMH deal, setting January trial(2020년 9월 21일): https://www.reuters.com/article/tiffany-ma-hearing-idUSL2N2GI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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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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