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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박현희

소중한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박현희


몸은 비록 멀리 있지만
마음으로 가까운
그리운 벗을 떠올리며
이 글을 씁니다
백 년도 채 못 사는
오직 한 번뿐인 인생길에
서로 어깨를 기대고 의지하며
고단한 인생 여정을 동행할 벗이
있음은 작은 기쁨입니다
온 갖 이기와 탐욕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나만이 뒤지는 것 같은
초조와 불안으로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계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어쩌면 목적지 없는
인생의 항해와도 같습니다
사는 동안 사람답게 살기를 원한다면
어찌 물질적인 빵 만으로만 살 수 있나요?
가끔 자신을 뒤돌아보고
삶의 이유와 의미를 되새기며
영혼의 양식을 먹고 살아야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삶이 아닐까요
우리는 인생이란 화첩에
매일의 그림을 새롭게 그려갑니다
한 번 잘 못 그린 인생의 그림은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없기에
매일의 그림을 사랑과 정성으로
곱게 그려가야 합니다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은 사람 중에
영혼의 양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인연의 벗 하나 있어
그와 더불어 인생의 그림을
함께 그려갈 수 있다면
이 또한 세상을 살아가며 얻는
또 하나의 행복이 아닐는지요
올바른 삶의 길을 밝혀주는
마음의 등대처럼
서로 보탬이 되고 도움을 주며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으로 동행하는
소중한 벗에게 이 글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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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시편生涯詩篇 11
눈을 떠보니 밤이었다. 아니, 밤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밤이라고 해도 너무 어두운 것이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눈을 깜빡여 보았지만 어떤 실루엣도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전혀 암순응되지 않는 어둠이다. 어떤 빛도 새어들지 않은 완벽한 어둠. 눈앞에 손을 들어 보였으나 주변의 어둠과 분간이 되지 않는. 눈을 감은 것과 뜬 것의 차이가 전혀 없는. 아니, 오히려 눈 감았을 때 차라리 뭐라도 보이는 것 같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둠이 내 전신을 결박해오자 입을 벌려 소리를 내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그야말로 완벽한 어둠이군. 고작 어둠을 장식하는 소리가 되고 만다. 다른 소리가 필요했다. 어둠에 균열을 낼 만한 그런 소리가. 몸을 빠르게 뒤척여 소리를 낸다. 소리가 잠시 허공에 생채기를 내고 지나갔지만 이내 어둠의 두터운 살집 속에 파묻히고 만다. 나는 다시 손을 들어 코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아주 미세한 비누 향이 난다. 혀를 내밀어 손에 가져다 댄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혀에 손이, 손에 혀가, 닿았다는 감각만 짧게 지나간다. 문득 생각한다. 설마 내가 맹인이 되고 만 것인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빛 하나 들지 않는 방에 가둔 것인가. 문을 찾기 위해 우선 한 방향을 향해 기어가다시피 한다. 벽을 찾는다. 사방에 아무것도 닿는 것이 없다. 누구 없나요. 소리쳐 본다. 아무런 대답도 없다. 정적이 이어진다. 벽 하나 없는, 넓이가 가늠되지 않는 그런 공간에 꽉 찬 어둠만이 나를 옥죄어온다. 나는 눈이 먼 것인가. 완벽히 폐쇄된 공간에 갇힌 것인가. 그걸 모른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