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eckim
6 years ago1,000+ Views
언제 읽었었는지, 아니 읽기나 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당신에게 내일이 먼저올지, 아니면 다음 생이 먼저 올지 누가 아는가?" 여행처럼, 소풍처럼 따뜻한 남녘바람타고 미련없이 훨훨 떠돌다 가면 참 좋은 인생이련만. 나에게 내일이 먼저 올지, 아니면 이 생의 끝과 다음 생의 시작이 먼저 올지 알지도 못하는 인생을 살면서도 난 참 조용 조용히 살려고 애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익숙해져버린 도시, 몸에 배어버린 일상, 살아지고 있는 하루. 뭐가 이리도 걸리적거리게 잡히고, 앞에 놓이는 것들이 많은지요. 언제부턴가 "여행"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돈 없는 대학생 주제에. 딱히 갈 곳도, 같이 가줄 사람도, 반겨줄 사람도 없는데 뭘. 치열하게 맞물려돌아가는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면 새로운 모험에 대한 설레임은 물론이거니와 나에게도 그런 설레임을 안겨준 과거가 있었다는 생각조차 하기가 싫어지는 밤이 찾아옵니다. 주절 주절 길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은 말합니다. 매너리즘. 너 그거, 매너리즘에 빠진거야. 그런데 그 한 마디에 내가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들이 다 담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수동적인 삶의 자세에 대한 회의. 무언가를 바꿔보고 싶다는 조바심. 그리고 왠지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이라는 한 줄의 사전 해석으로 읽혀지는 것이 씁쓸합니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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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시간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그게 또 스트레스가 되더라구요. 마음의 여유가 참 중요한곳 같다는...ㅜㅜ
문득 '시간이 모든걸 망쳐버린다'라는 문구가 기억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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