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근무만 마치고 샵에 가서 운동을 했다. 낮에 와보는 샵은 그 느낌이 또 달랐다. 돈 많은 백수가 된 기분이었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코치 님은 연휴 동안 먹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연휴 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쳐주었다. 너무나 신이 났다. 실컷 먹어야지! 어차피 점심을 포함해 한 끼도 먹지 않고 운동을 하고 난 뒤라서, 또 하필 맞은편에 이마트가 있어서 구경도 할 겸 가보았다. 충동구매는 하지 말자 다짐하면서. 다행히 선방한 편이고, 적당히 장을 봐 와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 우편 발송. 우체국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정말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을 좀 사왔다. 나는 생각보다 군것질을 하지는 않는 편인데, 막상 군것질거리를 사서 먹고 있다 보면, 내가 군것질에 크게 중독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잘 몰라서 그렇지 디저트 세계에 입문하면 빠져나오기가 정말 어렵다는데, 그걸 십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일부러 찾지는 않고 있다. 디저트까지 섭렵한다면 아마 나는 온종일 운동만 해도 모자를지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는 믹스 커피도 사실상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다.
5년 전쯤에 담배를 끊었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정말 잘한 일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한다. 또 재작년에는 평생 끊을 생각으로 금주에 들어갔다가 꼬박 1년을 채우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는데 어쨌든 한번 독한 금주를 실행하고 난 뒤라서 그전만큼은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지금은 운동 중이라,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술은 다시 기회를 봐서 끊어볼까 한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이 꼭 대단한 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원점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마이너스 상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문제를 풀어나갈 때 정답을 찾기 위해 오답을 하나씩 지워가듯이, 몸에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나쁜 습관부터 버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은 사실 과음만 아니라면 가끔은 괜찮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수준까지 마셔버린다면, 또 그 빈도가 높아진다면 술은 끊어야 한다. 좋은 사람들과 가끔 좋은 술자리를 갖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내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그래서 나에게 피해를 줄 정도라면 끊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살아가며 체득하면 좋은 습관들이 무엇무엇이 있는지 계속 알아보고 있다. 내가 해볼만 한 것인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렇게 말하니 내가 무슨 개츠비라도 된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우선은 나를 계속해서 실험무대에 올릴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죽기 전까지 무언가를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는 일들로 채워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