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ubon
4 years ago5,000+ Views
왕좌의 게임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세븐킹덤을 다스리는 자가 로버트 왕인가, 아니면 아들인 조프리 왕인가? 정답: 티윈 래니스터. EU를 다스리는 자가 EC(유럽집행이사회) 의장인가, EP의장인가, EC(국가원수들 모임) 의장인가? 이 복잡한 약어를 몰라도 상관 없다. 여러분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정답: 앙겔라 메르켈. 자, 이번 유럽의회 때 예상대로 장-클로드 융커를 EC 의장 후보로 내세운 우파그룹이 승리를 거두기는 했는데, 우파그룹이 과반수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즉, 여러 다른 정당그룹과 연계를 맺어야 한다. 문제는 EU 설립조약(TEU)의 제17조 제7항에 있다. 이게 무슨 조항인고 하니, EU 회원국들이 후보를 EP(유럽의회)에 제시할 특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음? 선거에서 이긴 정파의 후보가 EC 의장이 되는 것 아니었나? EU는 국가들의 연합체이고, 그렇기 때문에 각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EC(European Council)의 지명을 받아야 한다. 선거에서 과반수로 확실하게 이긴 것이 아니라면(이 경우, EC의 개입은 명분을 잃는다), 언제라도 각 회원국 정상들의 정치싸움에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께서는 "의장후보자가 자동적으로 세워지지는 않죠."라는 말을 그저께 하셨다. 게다가 메르켈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 캐머론 영국 총리가 융커가 속해 있는 우파그룹(EPP)을 찍지 말라 선거운동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영국 보수당은 가령 다른 우파그룹(Alliance of 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회원정당이다), 캐머론이 제일 강경하게 융커를 반대했다고 한다. 융커가 유로그룹의장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옛날 스타일의 친-EU파라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는 메르켈은 그래도 융커에게 협상할 수 있다면서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는 했다. 너네 당이 이겼으니, 네가 한 번 다른 정파와 협상에 나서 보라는 얘기다. 게다가 융커의 승리를 누구도 부인하진 않는다고도 말씀 하시었다. 따라서 위에 제시한 사악한(?) 조항상 EC 의장후보는 아무나(...) 될 수 있다. 그래서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이 매우 많은데, 그 중에는 IMF의 라가르드 총재도 들어 있다. 국제적인 인물에 결격 사유가 별로 없고, 영어/불어 모두 능통하며, 여자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업무 잘 수행하고 있는 라가르드를 뺄 경우, 비공식적으로 유럽이 차지해 왔던 IMF 총재 자리를 빼앗긴다는 여론이 있다). 아, EC의장도 UN 사무총장과 마찬가지로 (비공식적으로) 영어/불어에 능통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서유럽 사람들이 차지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동유럽 출신 의장도 한 번 해 볼 만하다는 시각이 있다. 좌파그룹의 후보였던 마르틴 슐츠는 너무 오랫동안 조국(독일)을 벗어나 스트라스부르에만 있었던 모양인지 정상들 모두 비토한 모양이고(다른 그룹과 연계하여 과반수를 만들면 슐츠도 얼마든지 의장이 될 수 있다), 좌파그룹은 오히려 융커 편이다. EU 차원에서 대연정이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이 상황에서 드러나는 것은 EC(집행이사회)와 정상들 모임 EC 간의 권력 싸움이다. 실질적인 파워는 집행이사회에 있지만, 국가정상들이 언제든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국 벨기에에서는 1년도 안 되어 물러났던 헤르만 반 롬페이가 정상들 모임 EC 의장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실제 결단은, 물론 메르켈 총리가 내리실 겁니다. 암요.
0 comments
Suggested
Recent
2
Comment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