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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살리기]1-39 늘차다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늘차다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달인 #능수능란하다 #숙달하다 [토박이말 살리기]1-39 늘차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늘차다'입니다. 이 말을 두고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능란하고 재빠르다'라고 풀이를 하고 '늘찬 일솜씨'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 (솜씨가) 아주 익숙하고 재빠르다'고 풀이를 해 놓고 "김 씨는 일솜씨가 늘차서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의 일을 금세 해 버리더라고."를 보기월로 들었습니다.   저는 '능란하다'가 '익숙하고 솜씨가 있다'는 뜻이고 '익숙하다'는 것은 '일 따위가 손에 익다'는 뜻이니 '늘차다'를 '일 따위가 손에 익어서 솜씨가 있고 재빠르다'라고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숙달된 조교'라는 말이 생각났는데 '숙달된 조교'를 '늘찬 조교' 라고 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 '숙달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익숙하게 통달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통달하다'는 ' 사물의 이치나 지식, 기술 따위를 훤히 알거나 아주 능란하게 하다.'라고 풀이하고 있으니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일 따위가 손에 익어서 솜씨가 있게 하다'라고 할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달인'이라는 말도 떠올랐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달인'을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통달하다'를 가지고 말하자면 '통달한 사람'이 되니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늘차다'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달인'을 '늘찬 사람' 또는 '늘찬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말집(사전)에서 '능수능란하다', '달인'이라는 말을 풀이할 때 '늘차다'라는 토박이말을 가지고 풀이를 하고 '능란하다', '숙달하다', '통달하다'와 비슷한 말에도 '늘차다'를 넣어 주면 모르는 사람들도 찾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무지개달 열아흐레 한날(2021년 4월 19일 월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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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니 서울도 저녁에 다소 쌀쌀하기는 했지만 캠핑장의 재앙에 가깝던 매서운 바닷바람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견디기 힘든 육체적 고통이었다. 텐트를 걷기 전 우리 바로 앞의 해변은 이제 막 물이 빠지고 있던 차였고, 개인용 낚싯배가 난파된 듯이 버려져 있었는데, 다가가 보니 배도 상태가 좋은 것이었고, 값비싼 각종 낚시 도구도 여기저기 그대로 흩어져 있었다. 어제 늦은 오후만 해도 없던 것이었다. 대체 이게 뭘까. 심지어 당연히 배의 주인의 것일 백팩도 하나 있었고, 열어 보니 물과 음료수가 손도 대지 않은 채 잔뜩 들어 있었으며, 비닐에 쌓인 멀쩡한 계란 토스트도 두 개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완벽한 난파의 흔적이었다. 사람만 없었다. 대체 이게 뭘까. 이쪽에서 배를 띄우려다 감당할 수 없는 밀물에 우선 배만 버리고 간 것일까. 사실 그것도 이상했다. 이미 바다로 나갔다가 사람은 바다로 빠져버리고 배만 다시 밀려온 건 아닌가 싶은 풍경이었다. 어딘가에 쓰러진 익사체라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체랄 것은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신고라도 해야 할까 싶었지만, 우리는 이틀 동안의 극심한 추위와 고통에 시달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캠핑장을 빠져나왔다. 누군가에게라도 다시 발견되겠지. 지난밤에 나는 얕은 몸살기마저 느껴졌고 입맛조차 잃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친구는 내게 좋은 침낭을 내어주고 바람을 막으며 혼자서 텐트 밖을 지켰다. 친구는 그렇게 마지막 밤을 날려 보내기가 조금 아까웠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그건 마치 영락없이 조난 당한 나를 지키는 선한 현지인의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난파선의 주인이 혹시 내가 아닌가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상상. 나는 이것을 시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박의 캠핑. 우리는 꼭 다른 계절에 다녀온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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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려고 태블릿 pc를 켜놓고 20분째 앉아 있지만 한 줄도 쓰지 못했고, 이제야 운을 뗀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아냐 이런 얘기는 좀 그래, 이러고만 있다. 나는 왜 이야기를 쥐어 짜내려고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니, 1년 동안 매일 일상을 통한 얘기를 해도 모든 얘기를 다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굵직하다면 굵직하다 할 일들이 최근만 해도 몇 번 있었지만, 에이 뭘 굳이, 싶어 편집한 삶이 여럿이다. 아니면 에이 이런 건 얘기 못 하지, 싶은 것들. 이 프로젝트의 초반에 나는 일기를 나름대로 정의한 적이 있는데 다시 말하자면 일기는 오늘의 일과가 아니라, 오늘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기는 그냥 열에 아홉은 클리셰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 검열에 모두 걸리고 말기 때문이다. 내가 겪었지만 차마 밝힐 수 없는 것들이 많지는 않아도 있기는 있다. 아마 정말로 내 감정이나 수치심, 각종 결핍 같은 것을 모두 내려놓은 뒤 그날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다 기록한다면, 그건 일기라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해도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일기가 아니라, 언어로 구현하는 자기 학대와 처벌의 행위 예술? 진정성 실험? 뭐 인간이 삶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뭐 아름다운 일들도 있겠지만, 굴욕도 종종, 또 비인간적인 행위도 적잖게 저지르고 살 테니. 또한 내가 산속에 홀로 사는 자연인이 아닌 바에야, 내 주변 사람들의 관찰 일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때는 사태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다 떠나서 정말로 그런 것을 진행한다면, 그래도 흥미롭게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관음증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섭다. 다만, 독자층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런 완전에 가까운 벌거벗은 글은 악마와 계약이라도 한 듯이, 전에 없던 통찰들을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뭔가 대단해 보이는 것을 내 안에서 끄집어내는 것이 많은 작가들의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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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2일 차. 여행이 잡혀 있어서 그제는 정말 혹독하게 운동했다. 코치 님은 나를 막 굴렸고, 나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전반적인 가슴 운동을 마치고, 암워킹 푸시업을 20개부터 5개까지 역순으로 진행했다. 20+19+18+17+16+15+14+13+12+11+10+9+8+7+6+5=? 그렇다. 200개다. 정말이지 나는 죽을 뻔했고,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로 러닝머신 위에 오르니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고, 지루해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태안의 마검포해수욕장 근처의 캠핑장을 오는 길에 갑자기 허기가 졌고, 우리는 인근 식당을 찾았지만 식당이 거의 없었고, 겨우 허름한 곳을 들어가 주문했을 때, 나는 내가 정확히 만 이틀 만에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수요일 점심에 밥을 먹고, 그날 저녁에는 닭가슴살, 다음날은 샐러드 데이라 점심 샐러드, 다시 저녁 닭가슴살. 괜히 허기가 진 게 아니었어. 배가 고파 죽을 뻔했지만, 역시 죽지는 않았다. 캠핑을 좀 다녀본 친구는 크게 화려하진 않아도 장비를 그럭저럭 갖추고 있었다. 수평선 위에 펼쳐지는 노을을 보며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지난 추억들을 꺼내 노을에 적셔 먹었다. 친구는 추울 테니 점퍼를 챙기라고 진즉부터 충고했었다. 물론 얇은 점퍼를 챙겨오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바다 앞이라지만 그래도 사월인데. 사월. 잔혹한 사월. 우리는 장작을 태우며 오래오래 불을 바라보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입대 후 훈련소 이후 이런 추위는 처음이었다. 추위 덕에 심한 피로감이 쌓였던 것이지 긴긴 불멍 후 나는 침낭 속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동사할 것 같았지만 아직까지는 죽지 않고 있다. 이쯤 되니 생존게임에 참가한 느낌이다. 새벽에 텐트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고양이들이었던 것 같다. 피폐해진 우리는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먹고 물이 빠진 바다에서 고동과 작은 조개 두 개를 간신히 잡았다. 이제 조개탕을 끓이려 한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해산물은 바다에서 잡는 게 아니다. 수산물 시장에서 잡는 거다. 어쨌든 고동과 맥주. 고맥! 근데 이렇게 그냥 먹어도 되나. 고동이 곧 삶아질 것이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춥다. 벌써부터 밤이 두려워진다. 내일 아침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스릴 넘치는 캠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