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eckim
6 years ago10,000+ Views
운명이란 끊임없이 진로를 바꾸는 모래 폭풍과 같다. 마치 죽음의 신과 얼싸안고 불길한 춤을 추듯 모래 폭풍은 아무리 네가 도망치려 해도 진로를 바꾸어 계속 너를 쫓는다. 그 폭풍은 먼 곳에서 불어 오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있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들어가는 것 뿐이다.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떄의 네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모래 폭풍의 의미다. ---------------------------------------------------------- 전 책이나 영화를 보면 감정 소모가 큰 편입니다. 특히나 하루키 작품을 읽으면 최소 3일은 멍때리기 일쑤인데, 이 작품을 읽곤 멘탈이 붕괴 정도가 아니라 멧돌에 갈려 가루가 되어버렸습니다. 15살짜리 소년과 노인이 한 챕터마다 번갈아 나레이션을 하는 서술 방식도 혼란스럽지만,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자체가 굉장히 파격적이다 못해 "천박"할 정도입니다. 가끔 하루키가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비평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지적을 하시는게 "뭣도 없으면서 너무 있어보인 척 한다"인 것 같은데요. 저도 하루키 팬이지만 다 맞는 말입니다. 늘 죽음의 뭍에서 쓰여지는 그의 이야기들은 온통 외설적이고 충격적이고, 거기다가 어둡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전 그 무거운 천박함이 좋습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어두움도 좋아합니다. 밤이 되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처럼, 휘몰아치는 충격이 만드는 하루키의 밤에서 잠들 수 있는 하루가 좋습니다.
3 comments
Suggested
Recent
개인적으로 무라키씨소설중에 제일좋아해요.. 최근작보다 훨씬더
고등학교 세계문학 시간에 읽었는데 정말 심볼들을 군데군데 많이도 심어놓으셨더라구요...하아ㅜㅜ 전 하루키 처녀작이 제일 좋더라구요ㅜㅜ 아직 1q48은 안읽어봤는데 점점 갈수록 예전에 간단명료했던 하루키의 문장이 점점 의미없이 길어지는 것같아 안타깝다는...ㅜㅜ @kidterrible님, 단편소설 추천 좀 해주세요~
이 소설... 괜찮게 보다가, 조니 워커가 고양이를 죽이는 부분에서부터는 'what?'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멋있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에게는 그의 스토리가 특색있다고 하더군요... 누가 그랬는데, 그 스토리의 특색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을 순서대로 읽어야만 그 특색을 느낄 수 있다던데... ? (그 사람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무쪼록,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들을 장편 소설보다 더 좋아합니다.
9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