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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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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부치다 오래되다 고른수 따오다 모조리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41쪽부터 4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41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 ‘더욱 더 잘 삭여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요즘 말로 바꾸면 ‘더욱 더 잘 소화시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줄에 있는 ‘빨아들이고, 남는 것을 큰창자로 보낸다.’는 것은 요즘 배움책이라면 ‘흡수하고 남는 것을 대장으로 이동시킨다’고 했지 싶습니다. 여기 나오는 말 가운데 ‘큰창자’는 흔히 쓰는 ‘대장’을 가리키는 말이고 그 다음 줄에 있는 ‘밥통’은 ‘위’, ‘작은창자’는 ‘소장’을 가리킵니다, ‘대장’, ‘큰창자’, ‘소장’, ‘작은창자’ 짜임은 요즘 배움책에서 그렇게 쓰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밥통’은 ‘위’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앞서 알려드렸기 때문에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지라’, ‘이자’는 ‘췌장’이라는 말과 견주면 많이 낯선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말집(사전)을 찾으면 ‘이자’와 ‘췌장’은 같은 말이라고 알려주고, ‘지라’와 ‘비장’은 비슷한 말이라고 알려 주고 있지만 이것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똑똑히 알기 어렵습니다. 다른 풀이를 보면 한의학에서 ‘지라’와 ‘췌장’을 묶어서 ‘비장’이라 한답니다. 저로서는 알기 어려운 풀이이고 아이들에게도 어려운 말이지 싶습니다. 똑똑히 아는 분께서 속 시원하게 풀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섯째 줄과 일곱째 줄에 걸쳐 나오는 ‘잘 녹게 한다’는 말은 요즘 많이 쓰는 얼음이 녹다는 말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데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는 우리가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까닭을 풀이해 주고 있는데 요즘 쓰는 말과 다르면서도 더 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에는 ‘위와 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밥통과 창자가 힘에 부쳐서’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부치다’가 ‘힘 따위가 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하다’는 뜻이니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옛날 배움책이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열한째 줄에 ‘오래 되어서’는 요즘 많이 쓰는 ‘만성이 되어서’를 이렇게 쓰면 쉽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왜 몸에 좋은 음식물을 골라서 먹어야 하는가?”와 그 다음 줄부터 이어지는 “우리는 하루에 세 끼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먹는다,”는 ‘음식물’과 ‘반찬’을 빼고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우리의 몸이 따뜻하고 튼튼해지는 것은 이들 음식물 덕택이다.”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 덕택에 열이 나고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것을 한결 쉽게 풀이해 주는 것 같습니다.

42쪽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키, 몸무게, 가슴 둘레를 재어 보자.”는 “신체검사를 해 보자.”를 풀어 쓴 말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키, 몸무게, 가슴의 둘레가 어떻게 자라왔나를 보이는 그림표를 만들어 보자’는 ‘신체발달 결과 도표’를 풀어 준 것 같았습니다. 여덟째 줄에 나오는 ‘고른수’는 ‘평균’을 풀어 쓴 말입니다.

열한째 줄부터 이어 나오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영양소’, ‘힘이 되는 영양소’, ‘몸이 자라게 해 주는 영양소’는 우리가 자주 쓰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 잘 알려 주고 있습니다. 요즘 다른 곳에서 풀이할 때 쓰는 ‘열량’, ‘성장과 발달’, ‘에너지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아이들이 알아차리기 쉬운 말이 있다는 것을 잘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따오다’는 ‘섭취하다’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마지막 줄에 나오는 ‘모조리’는 ‘전부’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옛배움책에서 쓴 말과 오늘날 배움책에서 쓰는 말을 견주어 보고 좀 더 아이들에게 쉬운 말을 찾아 쓰는 데 마음을 쓰면 좋겠습니다.

4354해 무지개달 이레 삿날(2021년 4월 7일) 바람 바람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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