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ri
6 years ago1,000+ Views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문학작가다. 나는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존재하고 태어난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음악도, 옷도, 책도, 사상도... 카오스로부터 신들이 나왔듯 신세기로 넘어가는 이 혼돈스런 시점에 전세계에선 다양한 것들이 시도되고 배출됐다. 이때 쓰인 아쿠타가와의 책, 아니 이 때 태어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인간 자체가 시대의 혼돈 속에서 탄생한 보물로 음미할만 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작가,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유미주의 작가. 그를 꾸미는 잘 알려진 형용구다. 묘사에 걸맞게 그가 남긴 작품들은 하나같이 예술적인 맛이 살아있고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는 느낌이다. 그것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본인이 고사에 관심이 많았고, 그가 자란 집안의 분위기 자체가 예술적 향미에 젖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후에 자연주의가 유행하면서 아쿠타가와 소설에는 진실이 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하는데 이를 마음에 둔 걸까? 그는 말년에 자전적 소설 '점귀부'를 발표해 자신을 둘러싼 콤플렉스-친어머니의 정신병이 자신에게 유전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의 정체를 드러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소설은 '톱니바퀴'다. 자살하는 유명인사 중 직업적으로 분류하면 예술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들이 자살하기 직전 드는 기분과 감상은 어떤 것일까? 바로 '톱니바퀴'가 그것을 잘 담아낸 소설이다. 나는 아쿠타가와의 '톱니바퀴'를 읽으면서 이상한 우울과 구토감에 휩싸였다. 시대와 나라를 뛰어넘어 그가 느꼈던 자살 직전 무렵의 무언가가 내게 생생히 전달됐던 것이다. (엉뚱한 이야긴데, 가끔 일찍 죽은 천재적인 작가들을 보면 그들은 자신의 생명과 작품을 맞바꾼 게 아닐까 싶다. 걸작이 나오면 나올 수록 그들의 수명은 줄어드는 게 아닐까?) 만약 아쿠타가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생을 이어나갔다면 어떤 작품들로 현대인들을 맞이했을까? 아쉽다... 정말로 죽음이 아쉬운 작가다. 오는 24일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기일이다. "어렴풋한 불안"(ぼんやりとした不安)이란 말을 남기고 자살한 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문학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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