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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 혹성탈출

혹성탈출

원숭이들은 그래도 제 등을 긁을 순 없었지

제 등을 긁지 못하는 원숭이들은

대신 서로의 등에 칼을 꽂아넣고

그 구멍으로 동전을 먹네

칼자국 안으로 동전 떨어지는 소리

소리를 가늠하는 귀들

그러나 누군 동전 대신 지폐를 먹고 세상 조용히 배를 불렸지 아무 소리도 없이

아랫것들이 저들끼리 동전 몇닢을 두고 싸우고 있을 시간에

지폐 먹는 것들은 좋은 땅을 골라 나무를 심어 두었네

바나나 묘목이었지

하지만 바나나가 열리지 않아도 상관 없었네

이내 빳빳한 지폐를 가득 챙길 수 있었으니

그들의 부정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지폐 먹는 것들은 저들 중 두어 마리를 찍어

그 배를 갈라서는 계산을 치뤘지

정산은 끝나지 않았으나

아니 아직 시작도 안됐으나

정산이 모두 끝났다네

살아서 계속 바나나를 먹고 싶거든

주둥이 간수를 잘 하라네

쓸데 없는 소리 말고

던져주는 거나 고맙게 받아 먹으라며

광장을 메운 불꽃의 바다

그것을 혁명이라 부르던 때도 있었지

그러나 그건 혁명이 아니었어

혁명은 바나나껍질이 아니야

도리어 우리의 대가리를 깨버린

그것을 과연 혁명이라 부를 수 있나

제 배 불리기 급급한 원숭이들의 행성

애초에 진화는 선택지에 없음을

부러진 송곳니는 시큰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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