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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추방

Persona non grata, 환영받지 못 하는 사람, 혹은 기피 인물이라는 의미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9조(참조 1)에 따른 외교관 추방을 의미한다. 기사 내용은 냉전 시기 전체보다 최근 4년간 러시아 외교관 추방 건수가 훨씬 많아졌다는 것으로서, 가령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된다거나 하면 언젠가 우리나라도 당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물론 외교는 유식한 말로 팃포탯(tit for tat/tac au tac), 혹은 무식한 말로 초딩들 관계와 유사하기 때문에 항상 상호 동일하게 보복한다. 따라서 러시아도 거의 동수의 서방측 외교관을 추방했는데, 그게 꼭 같지는 않다. 모든 나라들이 외교관들을 잔뜩 러시아에 보내지는 않기 때문에, 꼭 동수로 쫓아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외교관들이라면 언제나 짐을 최소한으로, 되도록 부피가 나가는 것(가령 책?)은 사지 말고... 아 아닙니다.

최근 러시아 외교관들 추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그 유명한 홍차 사건... 아니 2018년 스크리팔 부녀 음독 사건이다. 그당시 EU에서만 144명의 러시아 외교관이 추방당한다. 물론 EU가 일률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다 동참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다들 싫어하는 중국 외교관 추방 사례는 없는가?

서방 국가들에서 딱히 눈에 띄는 중국 외교관 추방 사례는 안 보인다. 물론 앞으로야 모를 일이지만 정보 역량에 있어, 러시아는 서방 각국의 선거까지 개입하여 주재국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려는 정황(일단 정황이라고 하자)이 있기 때문에 중국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라서 그렇다. 러시아가 소련 시절의 습관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물론 추방 외교관 수가 많다고 해서, 냉전 시기 사례처럼 가슴이 웅장해지는... 그런 사건은 (아직까지?) 좀처럼 없다. 예를 들어서 기사에도 언급되지만 1971년 영국은 한 큐에 105명의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한 사례(참조 2)가 있다. 당시 영국 안에서 파악된 러시아 스파이가 천여 명(외교관과 무역대표부 주재원들, 그리고 그 배우자들...)이었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는데, 워낙 대규모 추방이어서 아직까지 필적할 사례는 안 보인다.

그 다음에는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페어웰 사건(참조 3)도 있겠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소련 주재관과 체류자 47명을 한꺼번에 추방시켰었다. 이 건은 광범위한 과학 연구 관련자들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1971년 영국의 추방사건과는 좀 대비되는데... 이 두 건 모두 기회가 있으면 나중에 더 써보겠다. 자세히 보면 재밌는 구석이 많다.

진짜 결론은 추방당할 걸 염두에 두고(...) 더 많이 많이 파견하자입니다. 각하, 우리나라도 이제는 외교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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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2. Operation FOOT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시기 때문에 겹칠 수는 있지만 아래의 사건도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참조, 크리스틴 킬러와 프로퓨머 스캔들(2017년 12월 7일): https://www.vingle.net/posts/2290316

3. 프랑스와 소련 사이에서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던 인물의 코드명이 "페어웰"이었다. 일부러 영어 단어를 써서 미국 첩자처럼 보이려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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