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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lafgänger

Babylon Berlin이라는 독일 드라마가 있다. 사실 클립들로만 보고 전편을 보지는 못 했는데, 이게 다름이 아니라 한국 넷플릭스에서 풀어주지 않아서… (미국 넷플릭스에서는 시청 가능하다, 참조 1) 시즌 3이 나오도록 안 틀어줬으니 앞으로도 잘 모르겠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것이 바로 1920년대의 베를린, 파스빈더(Michael Fassbender와 헷갈려하지 맙시다)의 드라마,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Berlin Alexanderplatz, 1980)이 그리는 시대와 동일하다.

거기서 인상적인 것이 바로 너무나, 촘촘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실 산업혁명 이후, 어쩌면 지금도 이런 형태로 잠을 자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보다 제2제국-바이마르 시절의 독일이 더 심각했던 모양이다. 독일인들은 그들에게 “Schlafgänger/슐라프갱어”라는 일반 명사를 붙여줬다. 오늘의 주말 특집.

직역하면 단순히 잠자러 가는 사람 정도의 의미이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잠을 자기 위해 집이나 방이 아닌, “침대를 시간별로 임대”하는 사람을 뜻한다. 가령 특정 시간대에서만 침대에서 잠을 자고 집 안의 다른 시설에는 손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간대가 끝나면? 그 다음 임대자가 와서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

이유는 당연하다. 산업화가 한창 일어나고 있던 19세기 후반의 독일, 그 중에서도 수도인 베를린에 각 지역에서 올라온 젊은이들이 대단히 많았고, 주택 공급은 거의 안 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추측하듯, 슐라프갱어에게 “침대”를 빌려주는 주인측 사정도 그리 넉넉치 않았음을 알 수 있겠다. 만약 특정 시간대 오는 슐라프갱어가 가족들 자는 시간과 겹친다면?

…같이 자야 했다. 윤리적인 문제와 보건상의 문제들이 많았으리라 추측할 수 있겠다. 통계에 따르면 1880년 당시 베를린에 32,289 가구가 59,087명의 슐라프갱어를 받았다. 20년 후인 1900년에는 72,445 가구가 84,235명의 남자 슐라프갱어와 29,623명의 여자 슐라프갱어를 받았다.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사장님들도 이 상황을 보다 더 유리하게 이끌어갈 생각을 한다. 공장과 아파트를 합치면 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Meyers Hof(마이어의 궁전, 참조 3)이다. Jaques Meyer라는 의류공장 사장님이 1871년 베를린 자기 공장 옆에 커다랗게 지어서 사원들이 자기 건물에 모기지로 들어와 살게 한다. 자, 아파트다, 아파트. 당연히 베를린의 돈 좀 있는 중상류층이 모여들어서 서로 분양권을 얻어가려 노력한다.

거주용이 아니라 당연히 임대용으로 말이다. 이 5층 짜리 건물은 승강기가 없었기에 1층일수록 임대료가 비쌌고, 위로 올라갈수록 저렴해졌다(1층과 5층은 대략 10배 차이였다고 한다, 참조 4). 이 마이어스 호프는 워낙 대규모였기에 베를린 내의 “도시 안의 도시”를 구성했고 처음에는 전기나 가스는 커녕, 상하수도 시설도 설치가 안 되었었다고 한다. 슬럼가를 구성한 것은 당연했다. 물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에 대한 대폭격을 여기도 피하지는 못 해서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잔여 건물은 1972년에 철거됐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이다? 마이어스 호프처럼 이게 장사가 됨을 알아차린 자본가들이 우후죽순 연립주택(참조 5)을 만들더라 이거다. 베를린 시는 주거 공급을 대폭 확대시킨다. 그래서 1920년대가 지나면 대체로 슐라프갱어가 대폭 줄어든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특히 서구권에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대략 이때부터일 것이다.

다른 결론은? 도시 과밀에는 결국 주택 공급을 많이 해야…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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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아마 국내 라이선스를 다른 방송사가 이미 가져가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팬들 애타게 했던 독일드라마 '바빌론 베를린', 국내 첫 방송(2019년 9월 20일): https://www.nocutnews.co.kr/news/5216035

미국 넷플릭스 주소 : https://www.netflix.com/title/80136321

2. Die besondere Art von Untermietern, die sogenannten „Schlafgänger“ : https://www.schlafkampagne.de/die-besondere-art-von-untermietern-die-sogenannten-schlafgaenger/

3. Meyer’s Hof(2012년 1월 26일): https://www.berlinstreet.de/5563

4. Vintage Sleep methodologies – The Schlafgänger ‘sleep-walkers’, ‘night lodgers’ & ‘hot-bedding’(2020년 3월 16일): https://lucianahaill.wordpress.com/2020/03/16/vintage-sleep-methodologies-schlafganger-sleep-walkers-hot-bedding/


6. 짤방 출처, 당시 이런 원룸 아파트에서 또 슐라프갱어를 받았었다. WOHNUNGSELEND IN BERLIN WÄHREND DER URBANISIERUNG (2012년 9월 3일): https://sauseschritt.net/?tag=wohnungsel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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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락된 도시의 여자
월요일은 역시 독서지. 이 책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이 저지른 베를린 집단 강간에 대한 건조한 보고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독일 여자가 쓴 이 일기가 독일어로 출판될 수는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일기 원본은 그녀 스스로 마음 속의 검열 때문이었는지 약자나 암시하는 단어로 썼던 모양이다. 읽을 수 있는 글의 형태로는 1950년대 초에 그녀가 직접 옮겼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출판하려 마음 먹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1950년대에 영어판이 먼저 나왔고, 독일어판이 잠시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은 50년대 독일 내에서 숱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 여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일어판 재출판을 자기 살아 생전에는 못 하게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어판은 그녀가 사망한 이후에서나 다시 나올 수 있었고, 영화(Eine Frau in Berlin)화도 그 이후에나 가능했다. 50년대 독일의 비뚤어진 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2003년 이후 다시 나온 책에 대해서는 찬사가 이어졌고(하지만 저자는 사망했는 걸?), 역사 분석의 대상이 됐다. 자, 내용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1933-34년간 파리 소르본에서 역사/미술사를 공부했었고 그 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약간의 노어를 익혔다고 한다. 당시 기준에서는 상당한 지식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제3자인 양 건조하게 당시 상황을 쓸 수 있었을까? 상황 판단도 빨랐고, 결국 그녀는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뭐라도 알고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 책이 드러낼 수밖에 없을 여성주의적 시각은 나보다 훨씬 잘 쓰는 분들이 많으니 검색해서 읽어 보시기 바란다. 물론 예상한 내용이 대다수일 테지만 말이다.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역시 다양한 면모를 갖춘 러시아 군에 대한 묘사와 언어였다. 공산당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 군을 구성하는 것도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복수를 해야 했던 한편,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있었고, 착취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주인공이 잘 한 건, 그나마 장교들을 노렸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녀의 무기는 언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어눌하더라도, 어휘가 적더라도 자기 모국어를 말해주는 인물에게 마음이 열리게 되어 있다. 노어를 몰랐던 것보다는 아는 편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제일 “서구적”인 잘 배운 러시아 장교는 그녀가 할 줄 아는 링구아 프랑카, 불어도 할 줄 알았었다. 물론 그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말이다. --------------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읽기 참 힘들었다. 번역이 안 좋아서도 아니고 책이 지루해서도 아니라 너무 먹먹해서다. 전쟁이 끝나고 남은 사람들은 전리품이 되어버렸으며, 껍데기나마 남은 조국은 남은 사람들을 버렸다. 되돌아온 남자친구가 뭘 의미하겠는가? 실제 저자는 결혼하면서 스위스로 이주했다고 한다. 차마 베를린에서, 혹은 독일 내에서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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