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r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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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피티 30회를 마친 날이었고, 오늘은 20회를 연장하기로 마음먹고 등록하기로 한 날이었다. 지난주에는 코치님에게, 연장하기 전에 일주일 정도 쉬고 싶다고 전했다. 코치님은 그건 나의 마음이니 자유라고 했지만, 결코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운동복도 모두 싸 온 뒤 샵에 가는 길에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되는 거야? 죽을 때 후회하지는 않겠어? 조금은 흐트러지고 싶었던 그 마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까지 쉬지도 않고 운동을? 그쯤 되자 나는 친한 동생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고, 만나자고 강력하게 제안했다. 다행히 그는 오늘 시간이 된다고 했다. 나는 샵에 올라가 오늘 하루는 인간적으로 쉬고 싶다고 말하려 했지만 차마 그러진 않고, 약속이 생겼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니 약속이 생겼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지. 그 약속을 내가 만든 게 문제일 뿐. 여튼 오늘은 우선 결제만 하고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치님은 그러라고 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그래 오늘 하루만, 딱 하루만. 30회를 끝낸 기념으로 내게 하루 휴가를.
미식가인 동생은 새로 생긴 양갈비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오랜만에 평일에 맛보는 기쁨이었다. 맥주도 한잔했다. 우리는 전에 종종 가곤 했던 카페에 갔고, 1인 1조각케이크를 질렀다. 그래, 이런 것이 삶이다. 주중에 술을 마시는 삶을 말하는 게 아니다. 주중에 어쩌다 술을 마실 수도 있는 삶 말이다.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에 나는 과연 이 양자택일의 삶에서 어떤 것이 더 후회 남지 않은 삶이었다고 느낄 수 있을까. 늘 배고프지만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으로 사는 것? 아니면 몸은 비대하지만 언제라도 원할 때 먹고 마시는 것? 내가 임종을 맞고 있는 순간으로 날아가 물어볼 수도 없고. 물론 이제 나는 관리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 다만, 정말 궁금해지는 것이다. 건강을 제외하고 본다면, 과연 그렇게 멋진 몸으로 산다 한들, 후회가 안 남을까. 과연 정말 그럴까. 우선은 열심히 관리하다가 가끔은 주중에도 무너지는 삶을 택하는 것이 낫겠지. 언제라도 먹고 마시다가 가끔 운동하는 삶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테니.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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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곳이 소규모 출판을 겸하는 잡지사이다 보니, 시집 원고를 투고하는 시인들이 꽤 된다. 큰 규모의 자본을 융통할 만한 대형 출판사는 아니다 보니  유명한 시인들로 시인선이 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중년 시인들 특히 지방 문예지로 데뷔한 이들에게는 인기가 꽤 높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또 정말 훌륭한 인격자인 분들도 많지만 소위 꼰대 역시 정말 많이 경험하게 된다. 현재 시집 작업을 진행 중인 여러 시인들 중 몇몇만 봐도 아주 다채로운 꼰대스러움을 자랑한다. 문제는 자신이 굉장히 매너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됐지만 그이들의 매너란 형식적인 존대뿐이다. 말만 존대일 뿐, 온몸으로 뿜어내는 거드름이 수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지며, 편집자를 지나치게 불신하고, 또 사실상 필요 이상의 업무를 아무렇지 않게 지시한다. 시인이 자신의 저서를 출간하는 데 고집은 있어야겠지만, 그저 고집불통인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공교롭게도 그런 이들의 시는 그다지 훌륭하지도 않다. 오늘은 전에 잡지사 연례행사 덕에 실제로도 몇 번 본 적이 있고, 사실상 우리 잡지사의 최대 후원자이기도 한 작가님 한 분이 사무실에 방문했는데 그는 여전했다. 그는 앞서 얘기한 꼰대들과 연배가 그리 차이 나지 않는 중년인데 매너가 몸에 밴 분이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미술 작가로 더 유명한 사람인데 본인의 이름을 딴 아트센터의 관장이기도 하다. 혹자는 그런 매너가 모두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또 그것은 잘 훈련된 처세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매너의 격이 다르다. 그는 말단 직원에게도 다소 과분해 보일 만큼 예의를 갖추며, 온정을 베푸는 데에도 어디 비할 데 없이 섬세하다. 한마디로 그는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비굴하지 않으며 여유롭고, 그런 사람 특유의 유머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 분이다 보니, 나 역시 진심으로 예우를 갖춘다. 그것은 처세술이라기보다는 인격으로 보인다. 오늘 내내 그와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년 정도에 들어서면, 인격은 곧 스펙이다. 스펙이라는 말이 조금 격이 떨어지나? 그만큼 인격은 애써 의식하고 공들여 쌓아야 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안 그래도 요즘 인성의 중요성이 대대적으로 미디어에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성이라는 것은 있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청년들도 인격은 갖춰야겠지만 아무래도 젊은이들에게는, 젊은이니까 용서되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용서가 되니 막살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중년이 되면 이상하리만치 젊어서는 매너 있던 사람도 오히려 꼰대가 돼버리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러나 그것은 멀쩡하던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고, 원래 그런 사람이 발톱을 감추고 있다가 나이가 드니 놔버리는 것뿐이다. 그렇게 보면 인격이라는 것은 젊어서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세공해야 하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연배가 있으니, 나이가 좀 들었으니 당연하다는 듯, 상대방을 쉽게 하대해버리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 상상해볼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다. 진부한 인격자보다는 무례한 실력자를 늘 지향하고 살았고, 지금도 역시 후자를 매력 있게 생각하지만, 그것을 이제는 온전히 별개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중년쯤 되면 인격도 곧 실력이다. 오늘 문득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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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인즉슨 이랬다. 그날따라 A씨는 어쩐지 오늘은 운동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사소한 매너리즘이라고 생각했을 뿐,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건수를 만들어보기 위해, 몇몇 친구들에게 기웃거렸다. 기웃거렸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말을 자꾸 뱅뱅 돌렸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먼저 만남을 잡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말의 자존심이 허용치 않았던 것이다. 먼저 제안하지는 못하겠지만,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다는 듯 약속을 잡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참, 어쩔 수 없군. 운동을 해야 되는데 말야. 친구와의 약속도 중요하지, 암.   뭐 이런 식으로. 그러나 소위 낚이는 놈이, 아니 친구가 한 명도 없었고, 공교롭게도 그들은 오늘따라 유독 바쁜지 조만간 보자는 말만 전해왔을 뿐이다. A씨는 그냥 조용히 집에 가서 시체처럼 누울까도 생각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운동을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의지가 너무 없었던 탓인지 체력적으로도 마니 달리는 느낌이었고, 무언가를 너무 하기 싫을 때는 몸조차도 그에 동의하듯 따라주지 않는 것이 인간의 섭리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겨우겨우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에 들어갔지만 운동복을 벗는 것조차 힘들었다. 전날 트레이너가 A씨의 삼두근을 집중적으로 운동시킨 것이 화근이었는데, 근육통을 완화시키고자 오늘 그것을 복습했는데도 불구하고 더욱 악화된 것만 같았다. 마치 두 팔에 아무런 감각이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삼두근이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고작 삼두근이. 집에 돌아온 A씨는 너무나 고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하기 싫어서 이렇다기에는 하기 싫은 것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이 이어졌다. 가령 그런 것이다. 하기 싫은 것이 없는데, 뭔가가 하기 싫다. 하기 싫은 것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일기 쓰기?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기를 쓰는 것조차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빨래를 돌리며, 일기는 잠시 누워서 간략하게 쓰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니까 그렇게 기절해버린 거다. 잠이 든 게 아니다. 이것은 기절한 것이다. A씨는 생각했고, 시간을 확인했다. 밤 열시 사십 분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일기를 넘기지는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절해있기로 했다. 죽은 척하는 병사처럼. 죽은 척하기는 너무나 쉬웠다. 거의 죽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다시 눈을 떴다. 주위가 고요했다. 이 고요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A씨는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 이런. 이럴 수가. 내 몸이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의지박약이었던 것 같다. 그토록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것 같다. 내 몸이 갑자기 왜 이러나. A씨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아 맞다, 빨래. 아악. A씨는 조용하게 비명을 질렀다. 고요의 정체는 오래전 끝난 빨래였다. A씨는 몇 시간이나 방치된 빨래를 널며, 다시 빨아야 하나, 일단은 널자, 그러고 있었다. A씨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신은 이런 가혹한 시련을 주는가. A씨는 죄가 없다. A씨는 문득 서러워져 빨래를 널다 말고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자신의 삼두근을 붙잡고. 아니, 그 전에 기절하느라, 기절 상태가 하루를 문득 넘기느라 전날 쓰지 못한 일기에 대한 변명을 적었다. A씨는 죄가 없다.
[토박이말 살리기]온봄달(6월) 토박이말
[토박이말 살리기]온봄달(6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아이들 입에서 찬바람을 틀어 달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여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곁에 온 여름이 온 누리를 가득 채울 6월은 온여름달입니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바로 여름이 온 누리를 채우는 ‘온여름’이라 할 만합니다.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듬뿍 받은 푸나무들은 그 빛깔을 푸르름을 넘어 갈맷빛으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해마다 온여름달 끝자락이면 옛날에 ‘오란비’라고도 했던 장마가 어김없이 찾아오곤 하는데 올해는 아직 기별이 없습니다. 나무를 때서 밥을 해 먹어야 했던 옛날에는 비가 여러 날 이어지면 밥을 할 때 쓸 마른 나무가 없어 애를 먹곤 했답니다. 어려움은 나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여러 날 오면 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아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마 때 짧게라도 날이 드는 것을 엄청 반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빨래말미, 나무말미는 옛날 사람들에게는 참 고마운 말미였을 것입니다. 장마와 함께 이어지는 무더위는 짜장 견디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요즘이야 물기를 빨아들이는 찬바람틀이 있어서 그걸 돌리면 그만이지만 옛날에는 군불을 땔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을 때면 물기는 가시지만 더위는 더해져 힘이 들던 때가 있었답니다. 부채를 갈음해 더위를 식혀줄 바람틀만 있어도 그렇게 시원하고 좋았는데 찬바람틀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는 참 옛날이야기처럼 들리지 싶습니다. 1)온여름달: ‘6월’을 다듬은 말 2)온여름: ‘하지’를 다듬은 말 3)푸나무: 풀과 나무를 아울러 이르는 말 4)갈맷빛: 검은 빛이 돌 만큼 짙은 풀빛(초록색) 5)오란비: ‘장마’의 옛말 6)빨래말미: 장마 때 빨래를 말릴 만큼 잠깐 날이 드는 겨를 7)나무말미: 장마 때 풋나무를 말릴 만큼 잠깐 날이 드는 겨를 8)무더위: 물기를 머금어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불볕더위 9)찬바람틀: ‘에어컨’을 다듬은 말 10)군불: 먹거리를 하려고가 아니라 오로지 방을 덥히려고 아궁이에 때는 불 11)갈음하다: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하다 12)바람틀: ‘선풍기’를 다듬은 말 4354해 온여름달 열흘 낫날(2021년 6월 10일 목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온봄달 #6월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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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오은영이 쓴 육아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여러 상황에서 아이에게 해줄 만 한 적합한 말들을 가르쳐준다. 나는 자식도 없는데. 모르겠다. 문득 궁금해졌다. 육아 관련 서적이지만 나이 불문하고 인간 보편에 적용될 만한 심리 서적으로 볼 수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제 두 챕터를 읽었을 뿐이다.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왜 저런 문제가 생겼을지 유추해보곤 하는데, 그런 응용 데이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문제들도 돌이켜보며 내가 왜 그런지, 혹은 오래전에 왜 그랬었는지 유추하기를 즐기며, 예상외로 납득할 만한 근거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 싶다면 나 자신은 아주 좋은 실험 대상이다. 내게 결핍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취약한 지점은 어떤 것인지, 나의 진짜 욕망은 무엇인지. 이건 좀 다른 얘긴데 무턱대고 갑자기 육아 서적이 읽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계기가 있었다. 책 욕심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지 모르겠는데, 어느 날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어떤 여성분이 책을 읽고 있기에 무슨 책일까 하고 유심히 쳐다본 적이 있는데, 물론 대놓고는 아니지만, 간신히 표지를 보게 되었고 바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그 책이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흔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어쩌다 책 읽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떤 책을 읽는지 호기심이 인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그 책이 내가 읽은 책일 경우, 뭐야, 그 책을 이제 읽는다고? 풋. 이러거나 반대로 내가 읽지 않은 책일 경우, 으 분하다, 나도 읽고 말 테다. 이러며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도서 검색을 하기도 한다. 정신에 문제가 온 듯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거다. 또한 내가 읽지는 않았지만 너무 유치한 책을 읽고 있을 경우, 저런 책은 줘도 안 읽는다. 싶기도 한데, 뭐 오해는 없으시길 바란다. 나 스스로가 괜한 책 욕심만 많은 초보 독서가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낯선 이들을 보면, 그가 고른 도서를 통해, 독서 취향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보곤 한다. 이 역시 어차피 지나갈 사람이니 일종의 상상 훈련을 해보는 것일 뿐이다. 책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꼭 그의 독서 취향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육아 서적을 읽는 내가 아이의 양육자는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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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계획하고 있던 것들이 무산됐다. 아, 술이나 마실까. 집에 냄새가 배는 것이 싫어서 거의 음식을 해 먹지 않는 편인데, 이번 주말은 간단하게나마 뭘 해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 결심했어.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디어를 얻었으니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애초에 아이디어를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 보상도 없을 것이 뻔하지만 친한 사람이니 나름대로 고심해서 내놓으면 그게 마치 공공재라도 되는 것처럼, 아니 심지어 본래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군다. 하다못해, 자판기도 동전이나 지폐를 넣어야 뭐라도 내어준다. 다시 말하지만, 내게도 동전이나 지폐를 넣으라는 말이 아니다. 속앓이하는 걸 알면 그런 요구를 할 때는 조금 신중해졌으면 한다는 거다. 그 사람이 어떻든 말든, 아니 속앓이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상대방의 에너지를 그렇게 지속적으로 뺏어가는 건 정말 사려 깊지 못한 거다. 상대에게 그런 현실을 말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해주면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서 예민하게 구는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대학 시절에 저명한 시인이었던 시 수업 교수님은 학생들의 시를 지도할 때 대안을 제시하며 어떤 아이디어를 문득문득 다 내어주고, 또 그런 누설의 고충을 본인의 시에 쓰기도 했는데, 엄밀히 말해서 교수님은 그게 곧 직업이니 가능한 거다. 습관적으로 남의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것도 엄연히 갈취다. 요식업을 하는 친구의 식당을 제집인 양 드나들며 무전취식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남의 선의를 악용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무지는 더 나쁘다. 그래, 요구해도 내어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뻔뻔한 당신이 죄인인가, 모질지 못한 내가 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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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게 있어서 운동을 가기 전에 편의점에 잠깐 들렀다. 내가 물건을 고르는 동안 편의점 사장님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가자, 사장님은 전화를 끊었다. 분명히 끊었다. 사장님은 내 물건을 계산하면서, 문득 나를 보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보이스피싱 같은 거 안 당할 줄 알았어요. 사장님은 조금 전까지 보이스피싱 관련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나가는 손님일 뿐인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보니 어지간히 당황한 것 같았다. 사장님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딸내미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하니까, 무슨 나는 당황한 거지.  멈칫했다. 사장님은 분명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고, 나는 무슨 대꾸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 혹시 송금을 하셨나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방금 딸에게 확인 전화를 해봤다고 했다. 나는 다행이네요, 하고 대꾸해줬다. 그리고는, 조심하셔야죠, 하고 덧붙였다. 이 정도까지 대꾸를 해줬다면, 상식적으로 네, 안녕히 가세요 라던가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손님한테 별말을 다 하네요, 안녕히 가세요 라던가 뭐 그런 말이 돌아와야 할 것 같은데, 사장님은 그렇게 뒷걸음질 치며 편의점을 나가려는 나를 그저 빤히 쳐다보며, 알 수 없게도 어머 어머, 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웬 어머 어머? 당황스러움을 채 떨치지 못해서 그랬던 걸까. 편의점을 나와 피티샵에 올라가면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한테 한 말이 아니었나?